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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진선 산문집 | 북리뷰 2020-05-3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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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진선 저
학고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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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진선 산문집


정말 오랜만에 찐한 산문집을 읽었다. 월요희비극 프로젝트로 브러치에 연재되고 있는 이진선  작가의 산문집이다. 31편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이진선 작가의 모든 것과 살아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결국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였고 소설을 준비하는 작가다운 필력 또한 이 책을 읽을 이유였다. 


평소 읽고 싶었던 유려한 추억팔이와 개똥철학의 연속으로  할머니 댁 다락방에 대한 기억부터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에 아무도 없던 아홉 살의 어느 날, 유괴사건 뉴스를 봤던 기억들 부터 시작된다. 야채를 거의 못 먹는 이야기, 잠 잘 들게 한다는 키위를 사러 가서 번개탄을 들고 온 이야기, 전 세계에 두 건 정도 보고된 통증 이야기, 쉰 살까지만 돈을 벌겠다더니 집을 짓는다고 일흔으로 기한을 연장한 엄마 이야기 등 서툴고, 어수룩하고, 어설프고, 아슬아슬하고, 실수하고, 엎어지고, 주저앉고, 겨우 일어서는 이진선 작가도 보통의 우리 같이 살고 있었다.


길지 않은 글들이 한 챕터씩 차지하고 있어서 부담없이 읽히고 어떤 대목에서는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된다. 이 31가지 이야기는 3개의 큰 챕터 아래 배분된다. 그 챕터 이름도 아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인다. <말도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던 많은 날들이>, <아무도 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나 되어도 괜찮은>, <다신 없을 사랑에 대하여>


선생님은 무조건 잘했다가 아니라, 내 문장에서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읽어주셨다. 그냥 썼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내 안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게 되니 글 쓰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다. 쉽게 쓸 수 있는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쌓아놓은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개운하게 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을 몇 번 겪고 나니, 쓰는 게 너무 괴로운데 안 쓰는 건 더 괴로운 날이 많아졌다.


이런 날에는 필연적으로 이만큼이나 아팠던 다른 날들이 떠오른다. 그럴 땐 곁에 언제나 다정한 누군가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관심이 짐이 되었던 시간들이 유독 떠올랐다. 아마도 최근 노래를 만든다며 그때를 자주 떠올려서인 것 같다. 아직 무엇 하나 완성되지 않은 노래는 이젠 괜찮아진 날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말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가끔씩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면 목이 메고 눈이 빨개진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누군가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너무 딱해서.


낯설지만 조금 익숙해진 풍경을 그리다 보면, 결국은 모과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어째서 그렇게 종일 나무만 바라본 걸까? 왜 그런 작은 움직임에 집착했던 걸까? 아마도 그때의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붙박여 있는 나무에게서 나의 어떤 모습을 본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걷다가, 걷다가, 결국에는 다시 빈방으로 돌아와 누워만 있던 시간들을 기억해냈겠지. 그때에는 자주, 거의 매일 그 시간들을 끄집어내고 되새김질했으니까. 그건 그래서 일종의 응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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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 북리뷰 2020-05-3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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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에 대하여

도리스 레싱 저/김승욱 역
비채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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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 에세이 3편이 담긴 책이다. 주로 페미니즘, 차별, 환경 등의 사회비판, 풍자 소설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이 아닌 산문이라 반가웠고 그게 전부 고양이와 관련된 글들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200페이지 조금 안 되는 긴 산문 <특히 고양이>와 과 길지 않은 산문 2편 <살아남은 자 루퍼스>

와 <엘 마니피코의 노년> 이렇게 세편인데 실제 발표했던 시기는 67년 89년 2000년 이렇게 다른 시기에 쓴 글이란 것도 그녀의 인생 전반의 고양이 이야기라서 의미있었다. 


요즘 나오는 집사 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날 것 그대로의 고양이와 인간의 생활 같아서 개성 있었고 역시나 거장 다운 고양이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력과 표현이 압권이다.  특히 요즘 집사들과는 다른 유난 떨지 않고 어떻게 보면 좀 시크하고 방관하는 예전 부모님 세대가 키우던 방식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고양이의 그 귀여움에 넘어가서 다정해지는 과정은 이 책에도 있다. 


또한 요즘 나오는 국내 작가들의 에세이는 길지 않은 글들을 쪼개서 엮어내는데 반해 이 책의 첫 작품 <특히 고양이는> 아주 길게 이어지는 넉넉한 얘기라서 좋았다. 덤으로 번역가 김승욱이 담백한 레싱의 문체를 번역한 후기와 애묘인으로 알려진 황인숙 시인의 글도 읽을 수 있다. 


고양이의 고통스런 출산과정에 대해 묘사한 대목도 있었다.

산고는 몇 시간이고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첫 번째 새끼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틀린 방향이었다. 한 사람이 어미 고양이를 붙잡고 다른 사람이 미끈거리는 새끼의 뒷다리를 잡아당겼다. 그렇게 새끼가 나오기는 했는데 머리가 걸려버렸다. 고양이는 물고, 할퀴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다. 근육이 수축하면서 새끼가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반쯤 정신이 나간 어미 고양이가 곧바로 방향을 돌려 새끼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새끼는 죽었다.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가 하얀 셀로판 같은 것에 싸여 모습을 드러내면 어미는 그 막을 핥아서 제거하고 탯줄을 끊고 태반을 먹는다. 이 모든 일이 아주 깔끔하고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내가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주자 등이 살짝 둥글게 휘어진다. 그리고 낯선 손길을 예의 바르게 받아들이며 살짝 목을 울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더니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그 노란 눈 뒤에 숨겨진 제 머릿속 세계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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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 북리뷰 2020-05-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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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야하기 나오키 저/장은주 역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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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마음 쉬는 법에 대한 진수성찬을 차려둔 책이다.

특별히 어렵거나 큰 결심이 필요한 것들이 아닌 그저 책에서 권하는 조언을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제목이 뭐뭐 하는 법이나 뭐뭐 잘하는 법이 아닌 ‘연습’이라고 했나보다.


책에 구성은 그 마음 쉬는 여러가지 연습을 나열한다. 아주 심플하고 명쾌하게 길지 않은 설명으로 한 챕터를 마무리 하는데 쉽게 읽히지만 이 많은 조언을 한번씩 해보면서 읽으려면 한참이 걸린다. 


그 연습 방법들은 6가지로 분류된다. 온화한 마음, 건강한 몸, 적당한 생활, 있는 그대로의 감각, 자연 속의 나, 지금 여기로 의식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들이다. 마음 부터 시작해서 몸을 거치고 생활의 균형을 찾고 감각과 자연과 의식으로 한단계 높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현직 의사로 15년간 응급 의료 현장에서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서 얻은 노하우 49가지 방법을 책으로 펴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열심히 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일상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해서 몸과 마음을 스트레스가 없던 본래의 나 자신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책의 컨셉이 뻔한 조언들이 나올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주로 뭘 잘하는 법, 경쟁에서 이기는 법들에 대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쉬는 연습이라 그럴 것이다. 초반에 행동에 여운을 남긴다는 문장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문을 가만히 닫고 그릇은 살며시 내려놓고 동작의 여운을 음미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온화해진다는 얘기다. 또한 불필요한 배려는 그만둔다는 의외의 조언도 있는데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상대와의 교류가 버겁다면 잠시 거리를 두는게 좋다고 한다. 


 적당한 삶을 되찾자는 얘기중에는 청소할 때 장소와 물건에 감사하면 마음챙김이 가능하다는 팁을 주고 배의 80%만 채워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술은 내 몸과 상의하고 규칙적인 생활에 얽매이기보다는 몸이 기뻐하는 생활을 권한다. 


있는 그대로의 감각을 되찾자는 말은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발아래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대신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일상에서의 수행을 얘기하며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좋아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당신을 지켜준다는 문장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 외에도 동물과 식물에 애정을 가졌던 어릴 적 마음을 떠올리고 집중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융통무애의 정신, 멍때리기, 오래 살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집중하라는 글들을 읽으며 노하우를 배우는 책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자체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몸의 소리도 들어보세요. 실제로 비명을 지르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건강이 나빠지면 이상 신호를 보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을 때는 몸이 ‘쉬게 해달라’고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오늘 아침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일그러져 있지는 않았나요? 슬퍼하거나 화나 보이지는 않았나요? 얼굴이 지쳐 보이는 것은 마음이 지쳐 있다는 증거입니다.


가능한 짬을 내어 당일만이라도 자연을 만끽합시다. 돈과 시간을 크게 들이거나 빡빡한 일정을 세울 필요 없이 생각났을 때 생각난 곳으로 훌쩍 떠납니다. 마음먹은 그날 바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싫으면 억지로 떠안지 않습니다. 끌리지 않으면 사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제멋대로인 사고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그 자신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그 이외의 모든 사람은 가족이든 친구든 조연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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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 북리뷰 2020-05-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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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듀나 저
현대문학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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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통쾌했던건 순문학만 읽고 현대문학 핀시리즈라고 수집하는 독자들에게 한치의 타협도 없이 하드한 SF로 크게 한방 먹이는 작품이어서였다. 사랑을 얘기하지 않고 러브라인 절대없으며 듀나가 썼던 <여자주인공만 모른다>에 나오는 클리셰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르카디아는 실제 그리스의 지역 이름으로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 르네상스시대까지 풍요로운 낙원으로 여러 예술작품에 등장했고 최근에는 로런그로프의 소설 <아르카디아>도 있었다. 이번 듀나의 소설에는 가상현실상의 양로원으로 AI가 관리하고 있다. 여기서는 뇌 속의 정보를 AI에 모두 넘기고 있다. 


여러 책들에서 책의 첫 페이지에 저자가 감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거나 유명한 이의 명언들을 담는데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아이돌 그룹 레드 벨벳의 아이린이 말한 명언이 적혀있다. “모든 건 다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듀나는 하나의 큰 세계를 이미 건설해놓고 그 일부분들을 독자들에게 조금씩 비춰가며 구경시켜준다. 읽다보면 허황된 꿈같은 상상이 아니라 언젠가는 세상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AI, 우주전쟁, 시간여행, 로봇, 가상현실, 영화 매트릭스, 아바타 등의 소재들에 대한 깊은 사유와 지식들을 멋지게 버무려서 만들어 낸 이야기다. 


어떤 대목에서는 로봇들의 숨막히는 추격전, 무협지 같고 음모론적 요소와 반전이 기가 막힌다. 궁금해지는건 육체적 컨디션과 호르몬들이 우울감 같은 우리 감정을 지배하기도 하는데 듀나의 소설에서 처럼 기계에 우리 두뇌 정보를 업로드 시켜서 생을 이어가게 되면 그 기계 안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하는 끝도 없고 답도 없는 공상에 잠기기도 한다.


줄거리 대신에예고편 같은 주요장면 발췌


소행성대에서 가족 관계를 가리키는 단어들의 경계선이 흐려진지는 오래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9개월 넘게 아기를 몸에 넣고 다닐 여유도 없고 가계와 혈통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우주 환경에 맞추어 회사에서 디자인된 아이들은 공장에서 생산되어 가상현실에서 자라고 회사 학교에서 훈련 받는다. 


한우주행성개발그룹은 통일 한국 우주제국주의의 첨병이었다. 최종 목표는 한국어 이름이 붙은 소행성들을 기반으로 한국어 문화권을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저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만큼이나 쉽게 증오합니다.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관계를 갈망합니다. 전 종종 자살을 꿈꾸었고 몇 번 실행에 옮겼으며 가끔 성공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관리자들이 제 백업 파일을 되살렸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무력감이 저를 압도했고 이후로는 자살을 시도하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소행성에 사는 대부분 시민이 허구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린 불안하고 문제 많은 실제보다 더 나은 어린 시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본주의자들은 이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왜 불행한 진짜 어린 시절이 행복한 허구의 어린 시절보다 더 좋다는 거지요? 이해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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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 북리뷰 2020-05-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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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강현식(누다심),최은혜 저
생각의길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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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폭발하지 않고 내 마음부터 이해하는 심리 기술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어떻게 보면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심리학 책들의 일반적인 주제들 중에 하나지만 그 하나를 집중해서 케어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안의 억눌린 화를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 안에 그 수많은 화들이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폭발할때는 나 자신도 나를 감당 못하겠고 싫어지고 후회하게 되는게 많진 않지만 가끔 터지고 나면 두고두고 마음에 남게 된다.


남들에게는 온순하다, 젠틀하다, 점잖다 소리를 들을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내 화를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최우선으로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현재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아야 하며 ‘나를 먼저 챙기는 것’, 나 스스로에게 ‘화낼 권리’를 허락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의 기분을 조절하고,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일 발버둥치고, 갑질 하는 세상 앞에 무조건 친절하기만을 스스로에게 강요당하다 보면, 결국 마음에 병이온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다른 심리학 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지만 이 책의 매력은 8명의 실제 상담 사례를 각 챕터에 배정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좀 더 공감되고 이해하기 싶고 자연스럽게 내 마음도 변하게 하는 구성이었다. 


분노라는 감정을 단지 심리학의 연구나 이론으로 설명했다면 내가 전공생도 아니니 읽지 않았을텐데 [가연 이야기] 불쑥불쑥 아무에게나 화가 나요 [남일 이야기] 아내를 때릴 것 같아요 [희선 이야기] 쿨한 여자래요 [성종 이야기] 화가 나면 입을 닫아버려요 [승원 이야기] 살기 싫어요 [수연 이야기]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민경 이야기] 상대가 화내면 마음이 돌아서요 [은희 이야기] 질투의 여왕 이런 에피소드로 시작되어서 내 옆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감정 이입하면서 읽어졌다 . 


이 여덟명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보다 중요한 건 ‘생각’임을 알고 합리적 신념이 주는 안정감을 배우고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표현하기로 하고 내가 모른 척했던 내 안의 분노를 찾아내고 감정을 표현하면서 달라진 것들을 배운다. 또한 표현해야 오해가 쌓이지 않고 반복된 좌절, 학습된 무기력, 자기 파괴적인 집착, 죄책감의 폐해를 깨달아간다. 


입장을 바꿔가며 자녀교육과 관련된 팁들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운다. 화가 날 때, 기쁠 때, 힘들 때, 서운할 때 등 각 상황과 감정에 따라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인 자신만의 표현법을 구축해나간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세련되고 적절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알면 다른 사람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지식의 저주’라고도 부른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은 실험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 적이 있다.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힘든 이유도 지식의 저주에 해당한다. 


욕구가 강한 아이는 한 손에 과자를 쥐고 있음에도 다른 한 손에도 또 달라고 울부짖는다. 이럴 때 부모는 “손에 과자 있잖아. 넌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아이에게 자신의 욕구가 잘못된 것이며,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와 직결된 질투심을 인정하고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은희는 질투심보다는 표현하기 쉬운 화를 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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