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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의 출판도 허용하는 나라, 미국! | 나의 번역서 2020-09-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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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일이 일어난 방

존 볼턴 저/박산호,김동규,황선영 역
시사저널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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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이 나왔다. 자신은 사임했지만, 행정부가 여전히 국정을 수행중일 뿐 아니라,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는 이 시점에 전직 보좌관이 회고록을 발표하는 일이 온당한 일일까?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살아숨쉬는 자유민주국가 미국에서 그 누구도 이를 말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번역에 착수하면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보니 국내에서도 원서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문 폭주로 정상적인 배송 기간을 지킬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번역을 의뢰한 출판사는 미국 대선이 11월이기 때문에 늦어도 9월 안에 출간해야 한다고 했다. 존 볼턴 자신도 바로 이런 시점을 골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책을 낸다면 지금보다 더 잘 팔릴 때가 과연 언제일까 말이다.
그러면 과연 어떤 내용이기에 이렇게 관심이 뜨거운가. 아직 읽지 않은 분도 이 책이 트럼프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일정이 워낙 급한 탓에 총 3명의 역자가 참여한 공동 번역서로 출간되었다. 그 중에 내가 맡은 부분은 8장에서 11장까지이다. 
존 볼턴은 왜 트럼프를 비난할까. 답은 책 1장에 나와있다.
“나는 오랫동안 국가 안보 보좌관의 역할은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정들에 대해 대통령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진 결정들이 '적절한 관료체계에 의해’ 실행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절차는 분명 각 대통령마다 다르다. 하지만 내가 앞서 말한 바가 바로 이 과정에서 이뤄내야 할 대단히 중요한 목표다.”
그가 말하는 절차란 바로 관료 체계, 즉 공무원들이 회의를 통해 도출해낸 결론, 그리고 그 과정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은 이런 과정 속에 ‘포섭’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약력에 나와있듯이 그는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부자의 집권 기간 내내 백악관에서 고위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한 마디로 그는 ‘틀에 박힌’ 공무원이다. 아마도 백악관이 어떻게 돌아가야하는지에 관한 한, 자신이 트럼프의 ‘선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명시적으로 그렇게 언급한 부분은 책 어디에도 없지만, 나의 느낌은 딱 그랬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지금은 바야흐로 세계사적 전환기다. 어떤 의미에서 전환기인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이른바 냉전의 종식과 함께 찾아온 ‘세계화’의 시기에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삼았다. 미국은 중국을 개방된 세계 시장과 국제 사회로 이끌어내면 그 내부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았고, 중국이 부유해질수록 민주주의도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중국은 자유민주사회가 된 것이 아니라 더욱 공고한 전체주의 사회, 독재체제 국가가 되었고, 세계시장을 자신들의 패권 확보를 위한 마당으로 삼았으며, 공정한 규칙과 정당한 경쟁을 펼치기는커녕 반칙을 일삼으며, 자유 세계에 무질서와 해악을 퍼뜨려왔다.”
윗 단락은 나의 말이 아니라, 바로 이 책에서 존 볼턴이 설명한 내용이다! 바로 그 위에서 나는 존 볼턴이 틀에 박힌 공무원이라고 했지, 무식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것이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른다. 지금은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이른바 돌파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세계 경찰, 수퍼파워 미국의 지도자가 다행히도 그런 상황을 정확히 간파하고 그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리더십이 ‘올바르고’, ‘체계적인’ 정책을 신봉하는 볼턴 같은 사람의 눈에 과연 어떻게 보일까? 이 ‘백악관 선배’의 눈에는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이 험한 물살이 넘실대는 강가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존 볼턴이 관료주의에 찌든 기득권 세력, 즉 이른바 ‘딥스테이트’의 일원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어본 바로, 그는 충직한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새벽 5시 반이면 출근하고, 아직 깊은 잠에 빠진 트럼프를 전화로 깨워 긴급 사항을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 나이에도 페루와 몽골, 러시아, 일본, 베트남, 한국 등 전세계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수시로 오가며 국익을 위해 몸바쳐 일한다. 게다가 그가 관료주의자라는 말에도 나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국가안보회의라는 조직을 이끄는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업무효율을 향상하고 인원을 감축했다. 관료주의자가 하기 어려운 행보다. 그리고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트럼프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일을 잘했다는 자랑의 근거는 바로 ‘트럼프의 칭찬’이었다.
지난 주에 트럼프가 트윗으로 존 볼턴을 비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존 볼턴을 ‘멍청이’라고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그가 멍청하다고 했을 뿐, 그를 적이라거나 반역자라는 뉘앙스로 공격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세상은 한 가지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 한 장소, 한 시간에 일어난 일도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백악관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엿보는 일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임에 틀림 없다.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나는 책을 번역하는 내내 존 볼턴이라는 인물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트럼프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또 그에게 충성했지만, 나 역시 계속해서 그를 나무라고 훈시하면서도, 그에게 탄복하고 또 포복절도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산 뒤에 4장과 8장을 꼭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 먹은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요약해놓은 분이 많은데, 그 중에 재야사학자 이윤섭 선생님이 페이스북 포스팅을 인용한다.

---- 이윤섭, 8월 30일, 페이스북 포스팅 -----------
존 볼턴 회고록에 나오는 아베 신조 일본 수상과 문재인 비교
1.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 지도자가 아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등장 이후에는 공동 1위가 되었다. 곁에서 지켜본 트럼프의 문재인에 대한 태도나 평가는 좋지 않다.
2. 트럼프는 아베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가미카제 특공대 조종사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아베 신타로는 해군비행학교에서 가미카제 훈련을 받았지만 전투에 투입되기 전에 전쟁이 끝났다.
3. 문재인과 아베의 對北觀(대북관)이 정반대였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면서 미국을 오도하려고 했지만 아베는 북한정권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에 서서 늘 정확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였다.
4. 트럼프는 아베를 만나는 것을 즐거워했고, 문재인을 만나면 짜증을 내거나 졸기도 했다.
5. 아베는 트럼프를 이용할 줄 아는 지도자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면 반드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아베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일본을 방문하면 납치자 가족을 만나주었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을 위협하는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과 화학 생물학 무기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심었으며, 제재로 북한을 압박해야 굽히고 나올 것이란 주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했다.
6. 작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아베는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으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하였다. 트럼프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긴 하지만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트럼프를 옆에 세워두고 '안보리 위반'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에게 비위를 맞추려는 트럼프와 보조를 같이하면서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탄도미사일이 분명함에도 '발사체'니 '방사포'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도 미사일 발사를 '대포 발사'라고 말하곤 했다.
7. 아베와 트럼프 사이가 좋으니 그 아래 실무자들끼리도 협조가 잘 되었다. 볼턴은 상대역인 일본의 국가안보국장 야지와 긴밀히 협력하였다.
8. 한일간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역사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쪽은 일본이 아니라 문재인이다.
10. 문재인은 김정은을 위하여 한미동맹 정신과 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사람, 그래서 트럼프와 볼턴으로부터 경멸을 받는 사람, 아베는 일본의 이익과 인류보편적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트럼프의 존중을 받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 트럼프는, 김정은이 문재인을 상대하지 않으니 미국도 문재인을 존중할 이유가 많이 약해졌다고 보는 듯 행동하였다. 작년 6월30일 판문점 트럼프-김정은 회담 때 양쪽이 다 문재인을 따돌리고 싶어했다.
* 문재인은 내용없는 보여주기식 언론플레이를 좋아하였다. 작년 4월 백악관을 찾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날 것을 권하면서 판문점이나 미국 선박 같은 곳에서 회담을 하면 극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 <트럼프는 졸고 있다가 문재인의 일방적인 독백을 자른 뒤 회담을 한 번 결렬시키는 것은 괜찮지만 두 번 결렬은 안된다면서 합의가 가능해야 회담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은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했고 자신이 김정은 트럼프와 동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했다. 트럼프는 핵무기를 제거한 뒤에나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문재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했다. 한국이 일본과 군사훈련을 함께 하지 않더라도 동맹으로 함께 싸울 수 있는가? 문재인은 한국과 일본이 합동 군사훈련을 할 수 있지만 일본군이 한국에 오는 것은 국민들에게 역사적 기억을 일깨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다시 만약 우리가 북한과 싸워야 할 때 일본의 참전을 수용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문재인은 답하기 싫어하였는데,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한국 영토에 일본자위대 병력이 들어오지 않는 한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 문재인의 방미 직후 아베 수상이 트럼프를 만나러 왔는데 문재인과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그는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 트럼프만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對北제재는 계속되어야 하고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했다.
*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이 김정은과의 관계가 끊어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김정은 입장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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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와야할 책, 나올 때도 된 책! | 나의 번역서 2020-09-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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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크 심리학

루크 페르난데스,수전 J. 맷 저/김동규 역
비잉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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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심리학, 역사학, 그리고 사회학이 융합된 본격 학술서입니다.

제목은 <테크 심리학>입니다.
학술서 치고는 좀 가벼운 느낌이 드는 제목이죠?
원서 제목을 보면 더욱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Bored, Lonely, Angry, Stupid>입니다. 지루하고, 외롭고, 화나고, 멍청한 책?
그런데 제가 제목을 붙여보자면 <미국인의 감정사(史)>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인이 아니라 어떤 나라 사람이든, 한 국민의 감정을 추적하여 서술한 역사서라니, 신선하지 않습니까? 이런 책이 또 있었는지, 과문한 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
영어의 awesome이라는 단어는 무슨 뜻일까요? 아니, 현대 미국인들은 어떤 상황에 이 단어를 사용할까요? 아마, 마음에 든 곡이 담긴 CD를 새로 산 대학생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이 바로 이겁니다.
i just bought this awesome new CD!
방금 새로 산 이 CD, 대박이야!
그런데 awe라는 단어는 이렇게 만만하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서구 기독교 문화의 전통에서 awe는 알 수 없는 신의 존재감을 향한 감정, 즉 경외심, 두려움이라는 뜻입니다. 이 정도의 고상한 단어가 오늘날 이렇게 통속적인 의미로 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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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정은 불과 200년 전에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감정입니다!
이 책은 멀리는 17세기 유럽에서부터,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감정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그리고 감정이 변화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기술의 발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 책이 현대인의 감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하는 기술이 무엇일까요?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영국 프로축구 감독 한 분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은 페이스북 따위는 금방 그만둘 수 있을 줄 아실 겁니다.
그런데 한 번 해보십시오.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과 SNS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이것이 일상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고 해서, 현대 문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과소평가될 수 없습니다. 21세기 현대문명이란, 바로 SNS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언젠가 나와야할 책, 나올 때가 된 책인지도 모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일독을 해보셔도 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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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른 생각과 경험을 한 사람 | 기본 카테고리 2018-03-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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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다케우치 가즈마사 저/이수형 역
비즈니스북스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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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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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기업가의 성공담을 읽는 것은 어떤 소용이 있을까? 내가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서? 그의 성공 방식을 배워 따라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냥 궁금해서?

이 모두가 답일 수도 있고, 또 모두 틀렸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는 가끔씩 이런 책을 읽는다. 그간 스티브 잡스, 폴 앨런, 이나모리 가즈오, 잭 웰치 등을 읽어봤다. 왜 읽는지,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위의 책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흥미진진했다는 것이다. 내가 성공했다면, 아니 성공한다면, 나도 그럴 것 같다. 내 인생의 이야기는 최대한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당사자의 자전서가 아니라 제 3, 그것도 일본 사람이 쓴 책이다. 일본 저자가 쓴 책에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은 나의 선입견이다. 그런데 아직 내 선입견을 깬 책을 만난 적이 없다. 흥미진진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엘론 머스크(요즘은 일론 머스크로 표기가 바뀐 것 같다)의 이야기를 더 상세히 들려주었다면 호기심이라도 충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엘론 머스크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개괄적인 이야기를 정리해둔 책이다. 그가 이룬 성공의 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독특한 정신 세계와 탁월한 업무 능력의 실체 정도는 파헤쳐줬으면 하는 바람은 충족하지 못하는 책이다.

한 가지 나의 오랜 의문을 풀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전기 자동차에 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품고 있었다. 에너지란 변환을 거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데, 전기는 1차 에너지가 아니므로 전기자동차는 근본적으로 효율적일 수가 없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 충전하는 전기는 화석 연료(혹은 원자력)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오는데, 어째서 전기 자동차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가 하는 문제였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나 학자, 관련 문헌 어디에서도 나의 이 의문에 답해주거나 심지어 언급하는 데도 없었다. 역시 엘론 머스크는 남다르다. 그가 여기에 답해주었고, 또 내 오랜 의문이 풀렸다. 전기자동차의 효율 자체가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가솔린을 동력으로 삼는 자동차의 기계적 효율이 불과 20~30%밖에 되지 않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90%가 넘기 때문에, 발전소와 송전 과정에서의 효율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전기자동차가 두 배 이상 효율적이다라는 것이 엘론 머스크의 대답이다.

그렇다면 나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합리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기 자동차 반대론자였지만 이제부터 찬성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차, 이미 늦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아직 아니지만..

 

또 한가지,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엘론 머스크의 경영 혁신을 설명하면서 예를 드는 대목에서 마찰교반접합 기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에 알루미늄-리튬 합금을 소재로 연료탱크를 제작하는 데 사용한 기술이다. 문제는 내가 이 기술을 활용하여 창업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사가 망해서 실직했다는 것이다. 답답하고, 또 안타깝다.

 

책이란 좋은 책, 나쁜 책이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은 있지만, 읽어서 시간 낭비인 책은 없다. 어떤 책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삶과 지식, 주장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엄청난 야심을 추구해가는 엘론 머스크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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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중요성 | 기본 카테고리 2018-03-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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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권용진 저
카멜북스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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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그 기본철학에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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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국인이 쓴 것 같은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인이라니! 매우 흥미진진하면서 재미 있는 책이다.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월스트리트는 언제나 현실과 이상이 섞여있는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 곳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오직 영화뿐이었으니까. 이 책을 통해 월스트리트의 생생한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퀀트'라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여전히 못마땅하다. 이 책은 그들이 결국은 시장을 효율화시켜 개인 투자자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도 그 점을 인정한다. 게다가 완전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암시하기조차 한다. 하지만 내 태도는 변함이 없다. '주식'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지표라는 것이 나의 믿음인데 퀀트들은 '기업의 가치' 따위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데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반하는 내용이야말로 정말 내가 배워야할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역시, 나의 독서 철학 중 하나다. 따라서 이 책은 나에게 소중한 책이다. 다만, 이 책은 한번 읽은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데이터'의 중요성, 그리고 내가 투자(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나의 모든 행동)를 하는데 있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 이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캘리 공식이다. 이언 소프가 배웠지만 카지노에서 자신의 배팅 행위에서 지키지 못해 실수했던 것이 바로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기준이다. 투자 행위는 시장만 들여다봐서는 안된다. 동시에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손자가 말했던 진리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캘리 공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식투자에 적용해야 될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으나, 간단히 응용해보자면 앞으로 나의 투자 종목은 3~4개로 유지해야한다는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이보다 많으면 분산투자이므로 수익률은 인덱스를 수렴하여 위험해진다. 이보다 적으면 균형이 잡히지 않으므로 역시 위험해진다. 그러므로 3~4개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것, 즉 캘리 공식을 어떻게 지킬 수밖에 없도록 하느냐, 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숙제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읽으면서 굉장히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내 지인이 당사자로 연루되었던 일이 책 속에 등장한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나의 경험이 예상치 못한 식으로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일을 마주친다. 그렇게 경륜이 쌓이고 통찰이 더해지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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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나만 볼 수 있는 진리를 찾아... | 기본 카테고리 2018-03-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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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로 투 원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공저/이지연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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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나만 볼 수 있는 진리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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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주석이 없다는 것이다. 주석이 없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신뢰도가 낮거나, 주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최고의 권위를 갖추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말이다. 저자는 철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렇다고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아니다. 무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하급수 기업의 선두 주자에 속한 인물이다.

그가 쓴 주석 없는 이 책은, 한 시대의 개척자에 어울리는 독자적이고 근본적인 사고의 정수를 보여준다. 250페이지라는 길지 않은 책이지만 계속해서 곱씹어야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다르게 생각하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사업에서, 투자에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 나도 궁금하던 내용이다. 그것은 이미 성공한 후에 그 비결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인, 결과론적인 주장이 아닌가? 평생 이런 의심이 떨쳐지지 않았다.

드디어 피터 틸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다르되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중이 사실과 전혀 다르게 잘못 알고 있는 일을 찾아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는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성공하는 사람은 남다는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피터 틸은 성공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통찰의 내용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것을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이 책 속에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기술 -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이 일곱가지 체크리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채 창업을 시도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3번 항목, 즉 독점이다. 그간 상식으로 여기던 바와는 달리, 자본주의는 경쟁을 싫어한다! 성공한 기업들은 이 진리를 모두 알고 있었다. 사실 눈에 뻔히 보이는 진실이었다. 경제학이 가르치는 바와 같이, 완전 경쟁 시장의 결과는? 제로 이익일 뿐이다.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어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이 경쟁을 따돌리고 독점을 누릴 수 있으며, 이것은 '착한' 독점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의 위협은 잊어버리고 더 먼 미래를 위한 성장, 인류의 보편적 이상을 추구하는 고귀한 목적 등등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구글이 그 좋은 예다.

기술, 타이밍, 사람, 유통 등 알고 보면 지극히 당연하지만 편견과 관습 등으로 정반대로 생각하기 쉬운 진리를 발견하고,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영속 기업을 세울 수 있다. 영속 기업이 아니면 세울 필요가 없다. 이미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심오한 진리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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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대담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 방법 | 기본 카테고리 2018-02-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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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볼드 BOLD

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공저/이지연 역
비즈니스북스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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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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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세상이 오늘과 같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서구의 혁신 기업가들의 생각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큰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전 인류와 세계, 우주를 향한 큰 생각을 한다. 큰 문제를 풀어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그 결과를 큰 부를 창출하겠다는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 사업이란 훨씬 적은 자원을 들여 훨씬 더 큰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 이미 잘 하고 있는 일, 기존 고객이 있는 시장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성장을 하고 조금의 이익으로 만족한다는 생각은 낡은 생각이다. 그런 식으로는 인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으로는 지속 생존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크고 담대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사고를 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실현시켜줄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기하급수적 기술의 출현과 발전이다. 그것은 바로 네트워크와 센서, 무한 컴퓨팅, 인공지능, 로봇공학, 그리고 유전체학과 합성생물학이다. 3D프린팅 기술도 있다. 4차산업혁명은 이전까지의 산업혁명과 달리 동시에 여러 가지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서류 융합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혁신을 세계 도처에서 일으키고 있다. 물론 그 중심은 미국, 그리고 실리콘밸리이지만 혁신이 어느 곳에서 누구로부터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하급수적 기술을 잘 활용하는 주체가 바로 기하급수적 기업이다. 기하급수적 기업은 바로 크고 대담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꿈꾸는 기업이다. 왜 크게 생각해야 하는가? 크게 생각해야만 많은, 그리고 중요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전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과 크라우드소싱, 커뮤니티와 크라우드펀딩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크고 근본적인 사고를 할 때,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들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이 이런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책은 수퍼 신뢰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시작할 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감히 딴지를 걸 수 없을 정도의 인적 네트워크와 지지를 확보하라는 말이다. 아울러 미디어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저자는 국제우주학교의 실현 과정에서 수퍼 신뢰성을 갖추었던 경험을 들려준다.

기업 조직의 관점에서 대담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컹크 워크스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에는 이 별동대 조직을 잘 활용해야 하지만, 신생기업의 경우에는 그 자체가 이미 스컹크 워크스이다. 사실 혁신은 충분히 소규모의 조직으로만 일어날 수 있다. 대략 10~15명 정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동시에 수만 명 조직이 혁신을 일으킬 수는 더더구나 없다. 대담한 생각과 야망을 공유하고 협업과 몰입을 실천할 수 있는 소수만이 인류에 기여하는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펀딩, 커뮤니티, 경연대회 등, 이 시대의 의미 있는 변화와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혁신 환경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다. 크라우드소싱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오기 전까지는 충분히 그 대안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현재 기술의 도구이다. , 아직 인공지능이 무한한 용량으로 나의 명령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시대는 오지 않았지만, 전 지구상에 퍼져있는 값싸고 거의 무한한 인력을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기법이다. 대표적인 크라우드소싱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어번던스허브AbundanceHub.com,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org, 크라우드소시엄Crowdsortium, 미케니컬터크, 파이버, 99디자인스, 기그워크, 캐글, 톱코더, 유테스트 등이다. 나는 2년 전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책을 번역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국내 출판시장에 번역되지 못했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이 금융기법이 이미 충분히 보급되어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툴로 자리매김한 것을 바라보며 오늘날 기술발전의 속도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실감하게 된다. 살림 이스마일의 기하급수 기업‘, 정두희의 기술지능‘, 돈 탭스콧의 블록체인 혁명‘, 마셜 밴 엘스타인의 플랫폼 레볼루션‘, 그리고 최병삼의 플랫폼 경영에 이어 6번째로 읽은 4차산업혁명 관련 서적이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이 시대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이 시대에 살았으면서도 이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 실패를 무릅쓰고 대담한 사고와 행동으로 뜨겁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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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시기에... | 기본 카테고리 2018-01-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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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살림 이스마일,마이클 말론,유리 반 헤이스트 공저/이지연 역
청림출판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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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시대, 나는 공룡이 아니므로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번성의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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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블록체인, 인공지능, 딥러닝, 빅데이터, 가상현실..

나와 상관 없어 보이는 개념들이다. 현재의 나와는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

역사상 기술은 언제나 산업과 문명, 역사를 바꿔가는 추동력이 되어왔다. 농업 혁명을 일으킨 바탕에는 철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었고, 산업혁명은 증기 기관과 방적기가 결합하여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것에 원인이 있었다. 전기 생산력의 급격한 확대로 2차 산업혁명이 찾아왔고, 20세기 후반에는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정보화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다르다.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이 하나 또는 둘이 아니고 동시 다발적으로 수많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추동력은 기술 발전이 틀림없지만, 그렇다면 과연 그 과실을 수확해가는 주체는 누구일까? 기술을 발명하거나 쥐고 있는 사람 혹은 기업일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바로 기하급수 기업이라는 존재가 그 주역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책이다.

 

기하급수 기업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조직 구성 기법을 이용해 점점 더 빨리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영향력이 동종업계의 여타 기업에 비해 현저히 큰 (적어도 10배 이상!) 기업을 말한다. 한 마디로 기하급수적 사고를 하느냐, 산술급수적 사고를 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와 기업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네비게이션 및 도로 지도 정보업체인 나브텍이라는 기업이 있다. 나브텍은 탁월한 도로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노키아는 이 업체를 인수한다. 바로 애플이 아이폰을 막 내놓던 시기였다. 노키아는 이 인수를 통해 이제 막 부상하는 스마트폰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즈음 이스라엘에서 웨이즈라는 벤처기업이 설립되었다. 이 기업은 하드웨어 형태의 센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GPS센서를 활용하는 기업이다.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했다. 나브텍이 성장하려면 센서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웨이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살 때마다 공짜로시장이 성장된다. 센서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나브텍은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까지 설치한 모든 센서를 다 교체해야 한다. 웨이즈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앱을 깔거나, 업그레이드된 휴대폰을 살 것이다. 웨이즈 입장에서는 역시 공짜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노키아는 멸망했다.

 

이 책은 기하급수 기업의 특징을 크게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큰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목적Massive Transportive Purpose, MTP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MTP를 기반으로, 기하급수 기업이 보여주는 외적 요소는 SCALE이라는 약자로 표현된다. , 주문형 직원Staff on Demand, 커뮤니티와 크라우드Community & Crowd, 알고리즘Algorithm, 외부자산 활용Leveraged Asset, 참여Engagement이다. 정식 직원은 최소한의 규모로 유지하고 맞춤형, 주문형 외부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의 커뮤니티와 크라우드를 활용해야 한다.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매니아층을 보라. 이들은 열광적인 소비자이면서, 기하급수 기업에 걸맞는 확장 속도를 가능케 하는 자발적 개발 참여자들이다. 커뮤니티와 크라우드 없이는 기하급수 기업이 될 수 없다. 알고리즘은 확정 매커니즘을 자동화한다. 급격한 성장과 변화 과정을 사람(직원)이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미 기하급수 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알고리즘 역시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딥러닝이나 머신 러닝 등이 필요한 것이다. 외부자산 활용은 앞서 웨이즈의 사례에서 봤다. 기업의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역량조차, 기업이 직접 만들 필요가 없는, 아니 만들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가 없다. 남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활용하는 법을 찾아내야한다. 참여도 중요하다.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커뮤니티와 크라우드가 탄탄한 바탕이 된다.

내적 요소는 IDEAS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다. , 인터페이스Interface, 대시보드Dashboard, 실험Experimentation, 자율Autonomy, 소셜 네트워크 기술Social technologies이다. 이 요소들을 요약하면 밀착 관리이다. 초고속 성장 시대에는 중장기 사업계획이 있을 수가 없다. 계획은 길어야 1년이다. 내부적으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진화해나가야 한다.

 

선사 시대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다. 그 여파로 공룡은 멸종되었고 주변 환경은 완전히 새로운 작고 유기적인 다양한 생물이 나타나 번창하였다. 이를 선캄프리아기라고 한다. 바로 지금이 선캄브리아기다. 소행성이 하나 둘이 아니고 최소 여섯 가지 이상이 나타나 지구에 충돌하였다. 기존의 공룡 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 지금은 선캄브리아 대폭발의 시대다. 멸종하느냐 번창하느냐 양자 택일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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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능을 증폭하라 | 기본 카테고리 2018-01-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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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블로그 결산 참여

[도서]기술지능

정두희 저
청림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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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능 증폭이라는 화두를 떠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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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 전에 읽었던 블록체인 혁명"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플랫폼 사업을 고민하다 우연히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지금 거대한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변화의 시기에 나 자신이 너무 무력하고 왜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뭔가 더 큰 시각에서 현 시대를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현 시대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모든 산업, 모든 기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그 모두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파괴적 혁신과 시너지를 동시에 일으키고 있다. 이 시대가 이전과 다른 점은 기술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에 바탕을 두고 일어났지만,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익숙해질 시간이 어느 정도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다. 신기술이 등장하자마자 또 다른 신기술과 재빨리 융합하여 또 다른 현상을 유발하여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가기 때문에 우리에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익힐 시간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 발전 속도보다 기술 활용 속도가 더 중요해졌다. , 기술 능력을 증폭하는 소수, 기술지능을 갖춘 자에게 훨씬 더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2017<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10대 혁신 기업(아마존, 구글, 우버, 애플,스냅, 페이스북, 트윌리오, 초바니, 스포티파이)CEO 10명 중 8명이 공학을 전공했다. 기술로 중무장한 기업가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기술지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을 바꿀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킬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기술지능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 감지identification, 해석interpretation, 내재화internalization, 융합integration, 증폭inflexion5I로 나누어진다. , 이 영역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다.

먼저, 신기술이 가져올 기회를 포착해내는 감지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하급수적 사고와 시야를 강조한다. 바로 이 시대의 산업과 시장, 대표기업이 나타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에 의존한다. 둘째,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동원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 받는 다이버전트3D”라는 벤처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 회사인데,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만드는 방법을 판다. , 3D 프린팅 알고리즘을 판다. 게다가 고객은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우주선, 항공기 회사를 아우른다. 자동차라는 대표적인 제조업 영역에서 복제와 배포라는 디지털 콘텐츠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정보에 의존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는 그에 걸맞은 사업모델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바로 플랫폼비즈니스다.

책은 몇 년 안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기술을 다음 여섯 가지로 제시한다. , 자율주행, 인공지능, 5G, 가상현실/증강현실, 3D프린팅, 그리고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들은 그 자체로 첨단기술이지만 이 기술로 인해 미칠 영향력이 광범위하고 기하급수적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은 보험, 자동차 정비, 트럭/택시 운송, 호텔, 대중교통, 부동산, 의료 산업을 어떤 형태로든 파괴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이 요동치고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반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기술지능을 높일 수 있을까? 저자는 12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라

가능한 많은 지식을 쌓아라

배우는 법을 배워라

와해성 혁신의 늪에서 벗어나라

활동적 타성의 신호를 감지하라

거대한 도약을 위해 과거의 것을 내려놓아라

무게 중심을 옮겨라

변화에 민첩하게 움직여라

단순성을 추구하라

콜라보레이션으로 역량을 더욱 높여라

절제하고 겸손하라

나무 대신 숲을 봐라

이 방법들 역시 구분해서 제시했지만 모두 서로 연결되어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광범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것이며,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남은 생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살아야 한다. 따라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배우는 법을 배우는역량이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두가 초보자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감지하고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독후감은 반반이다. 그 변화가 너무나 광범위하여 두려움은 더욱 증폭되었다. 반면 나 혼자만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도 있다. 어차피 나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니 더 용기 백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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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의 역사를 읽고 나니... | 역사 2011-10-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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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발해고

유득공 저/송기호 편
홍익출판사 | 200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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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보화 사회라는 현대를 살아가지만,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있는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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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의 발해고를 읽었다.

이 책이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는 상태, 즉, 무지자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나의 천박한 지식수준 때문일 터이다.

저자 유득공은 본고의 저술을 위하여, 신.구 당서, 송,요사, 자치통감 등의 중국 역사책과 삼국사, 고려사 등 우리나라 역사 뿐 아니라 속일본기, 일본일사 등의 일본 역사책 등을 참고했다.

그는 왕실의 도서를 조사하는 검서관을 지낸 덕분에 수많은 역사서를 접할 수 있었고, 그런 지식을 기반으로 본 서를 저술하였다 한다.

역사 서술은 본디 1차 사료를 근거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믿을만한 1차 사료가 없는 시대를 대상으로 할 경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저자 자신이 고려가 발해사를 정리해두지 않은 것을 한탄했고, 따라서 자신이라도 이 작업에 착수해야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이만한 체계를 갖춘 것으로보아 저자의 학문적 열정과 의지가 대단한 것이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그렇지만, 그런 조건 때문에 이 책에는 수많은 오류가 나타나있다. 역자인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는 일견 사소해보이는 오류까지 정정하고자 곳곳에 꼼꼼한 주석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서, 한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역사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 정확해지는 것일까, 그 반대가 되는 것일까?
즉, 세월이 지날수록 검토할 자료가 더 늘어나고 지혜가 더 커져서 역사를 더 객관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세월이 지날수록 기억의 희미해지기 때문에 오류가 커지는 것일까?

역사연구가가 아닌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후자가 더 사실일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해 직후 시대에 정리, 기록해놓지 않은 역사를 세월이 흐른다고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참고도서인 중국과 일본 역사책을 어떻게 객관적이라고만 믿을 수 있을까?

도대체, 역사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일까?

발해고를 읽으면서 내가 좁은 세상에 살고있다고 느낀 것은, 넓은 발해 영토를 뛰놀던 선조들의 웅혼한 기상을 느꼈다든지 하는 감상적인 느낌을 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있는 인간문명의 한계를 인식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발해고 속에 표현되어있는 왕과 신하의 행동들은, 내 눈에 거짓과 기만으로 보인다. 당,금 왕조와 발해왕조 사이의 외교, 발해왕조와 일본과의 외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행동과 문서는, 그 시대의 인간 행동 역시 오늘날과 별반 다를바없는 의례적인 친밀함과 배신, 힘겨루기가 섞여있는 생존현실을 보여준다.

'객관적이고 옳은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역사조차도 현재의 나, 현재의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배우고, 비교하며, 겸손한 마음을 가질수록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믿음이다.

마지막까지 안풀리는 의문, 이 책이 왜 고전인가? 를 깨닫는 날까지 계속 고전을 읽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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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 | 기본 카테고리 2011-03-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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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저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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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심지어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서도 책을 읽지 않는 내가 부끄러웠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친 이 책을 보며, 평소 어렴풋이 짐작해온 그 책 속의 길이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독서법을 다룬 책이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독서법에 관한 책’, , ‘책을 읽으라는 내용의 책이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책은 재미도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런 책은 읽고 있는 순간은 뜨거운 열정과 감동, 반성, 결심 등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즉시 현실 속의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 이틀 사이에 까맣게 먼 옛날 기억이 되어버린다. 과거 나의 경험이다. 한편,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서법을 쓸 정도의 저자라면 최소한 자신이 소개하는 책은 어쨌든 다 읽었을 테니까. 공병호의 실용독서의 기술’, 백기락의 패턴리딩’, 신효상,이수영의 스피드리딩등의 책을 읽으면서 똑 같은 과정을 경험했다. 특히 피터 드러커, 스티븐 코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저자들은 자신의 책 한 권 한 권마다 엄청난 양의 참고도서를 각주로 소개한다는 면에서 사실은 모든 책이 또 다른 책을 안내하는 안내서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인문고전을 읽으라이다.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어 인문 고전을 읽다가 죽어버려라!’이다.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죽을 각오를 하고 읽으라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 인문고전인가? 저자는 체계적인 논리와 설득력을 발휘하여 인문고전 독서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먼저 교육자였던 자신의 직업적 배경에 어울리게 우리 교육의 현실을 고발하며 시작한다. , 우리 공교육의 체계는 천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도 세계의 지배적 국가와 문명은 그 속에 천재들을 키워내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천재들이 세계의 경제, 정치, 문화를 창조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이 오늘날 세계 질서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교육의 핵심은 바로 인문고전독서라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고전을 읽는 것은 비단 성인 뿐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가능하며, 심지어 아주 머리가 나쁜 사람도 가능하다. 가능할 뿐 아니라, 위대한 천재가 될 수도 있다. 믿기 힘든 저자의 이 주장은 인문고전 저자들 자체가 이런 일이 가능한 증거라고 소개하는 내용으로 뒷받침된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놀라운 초등교육 현장의 성공 사례도 나와있다. 지금 마침 내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 책만 보면, 너무 늦었다! 천재들은 이미 서너 살 때 고전이 쓰인 원어를 배워 원전으로 독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인문고전을 읽을 것인가? 우선 고전은 원래 어려운 것이므로 초보자가 만나게 될 장벽 앞에서 좌절하지도 말고, 잘못된 방법과 동기로 인해 오류에 빠지지도 말 것을 안내한다. 책을 읽을 때는 백독백습의 각오, 즉 백 번 읽고 백 번 필사한다는 태도로 읽어야 하며, 위대한 인문고전 독서가들, 아니 고전 저자들 스스로가 실천해온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가장 큰 오류는 역시 읽고 알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것, 즉 지혜로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책을 읽고 사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진정한 독서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대목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고전의 저자들, 즉 천재들의 생각과 공감하는 것, 그들처럼 지혜롭게 되는 것이다. 나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천재들의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이 독서의 목표이다. 따라서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고, 모르는 것을 사색을 통해 깨닫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이요, 낭비요, 어리석음이 된다.

마지막으로, 읽어야 할 방대한 인문고전 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책이 어려운 것은 고사하고, 책의 면면과 양에서부터 압도된다. 그러나, 동시에 흥분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세계이기 때문에 그렇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설 때의 마음을 우리는 초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잃어버리기 쉽다. 날마다 그 새로움을 새롭게 가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새롭게 지금의 일을 시작한지도 6개월이 지났다. 벌써 처음의 그 설렘이 바래지는 순간이 느껴질 때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쩌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고전독서의 궁극적인 단계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사랑이다. 책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이다. 내가 설렘을 느낀 그 마음을 써놓은 글을 보고 누군가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그런 분들의 시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위대한 인문고전 작가들도 그런 사랑을 확장하여 위대한 인류애를 발현하고, 자신의 천재성을 싹 틔웠던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읽은 책 읽으라는. 새로운 인문고전 독서에 도전하게 되어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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