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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 Book-외국 2013-08-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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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레보스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저/김진아 역
탐 | 2013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사실 청소년 문학에 판타지 게임 스릴러라는 책의 외양만 놓고 보면

제 취향과는 거리가 한참은 먼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레보스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올해 읽었던 마이테 카란사의 독이 서린 말이 준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이 책 역시 스페인에서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아동 성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치밀한 서사로 표현했었고,

오히려 스페인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숨겼다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수작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어느 정도는 책에 대한 신뢰감을 준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판타지 게임 스릴러지만,

이야기 구조가 게임과 현실을 넘나들며 실제 범죄에까지 연결된다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게임이라고 해봐야 콜 오브 듀티시리즈 정도밖에 하지 않는 문외한이지만,

그것이 지나칠 경우 현실 속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의 영향을 받아 현실에서 벌어지게 되는 범죄의 정체와 동기,

또 그것의 해결과정 등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 ● ●

 

에레보스는 런던의 한 지역의 청소년들 사이에

은밀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RPG 게임의 이름입니다.

철저히 개인과 개인 사이에 게임CD가 전달되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참여했다가 탈락된 사람이나

게임 자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발설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의 정체는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변 친구들의 심상치 않은 변화가 그 게임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된 닉은

어느 날 브린이라는 여학생에게 문제의 게임CD를 전달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닉은 주변 친구들 못지않게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곧 에레보스가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레보스는 닉 자신의 실명은 물론 은밀한 비밀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게임 속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준 댓가로

현실 속에서 수행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하곤 합니다.

 

레벨 상승에 모든 것을 건 닉은 그동안 주어진 미션들이

그다지 위험하거나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거부감 없이 수행해왔으나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미션을 부여받으면서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에레보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짝사랑하던 에밀리와 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동분서주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밝혀진 에레보스의 정체에 닉과 동료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 ● ●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페이지는 쉽게쉽게 빠른 속도로 넘어갑니다.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나 게임 속 캐릭터 명칭이 많아서 조금 혼란스럽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구조도 아니고, 흥미진진한 설정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자체에 그렇게 빠져드는 성격이 아니라서

닉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레벨업에 목숨 거는 게임 중독증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에레보스가 보통 게임과는 달리 지능을 가진 유기체처럼 행동한다는 점,

오픈된 일반 게임과는 달리 누가 게이머이고, 누가 탈락됐는지, 누가 최고레벨에 있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

오로지 한 번밖에 참여할 수 없으며 탈락될 경우 다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에레보스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이 현실 속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는 점 등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욕망이나 공포심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만, 대체로 엔딩과 관련된 내용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고,

그저 에레보스의 정체, 에레보스가 노리던 것, 그리고 사건의 해결과정

조금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파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정도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능을 가진 게임이 현실의 범죄를 일으키는큰 설정 속에

그리스 신화, 런던이라는 공간적 배경 등 다양한 코드들을 잘 버무려넣은 작가의 필력 덕분에

모처럼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한 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은 단순히 그 또래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독이 서린 말이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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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 온다 리쿠 | Book-일본 2013-08-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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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Q&A

온다 리쿠 저/권영주 역
비채 | 2013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본문 마지막 줄을 읽자마자 얼른 다음 페이지를 넘겨봤습니다.

작가의 후기든, 번역자의 해설이든 뭐라도 읽어야

뒷표지를 온전히 덮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것은, 1인용 나무의자와 ‘Q&A’가 조그맣게 인쇄된

진짜 마지막 페이지뿐이었습니다.

 

● ● ●

 

대형마트 지상 6층을 가득 채웠던 주말 방문객들이 한순간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후일, 누군가는 불꽃을 봤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화재의 흔적도, 유독가스의 잔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제히 마트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내장 파열, 전신 골절, 질식 등의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참사에 관련된 사람들(조사원, 유족, 생존자 등)

둘씩 짝을 지어 서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사건에 관한 정보를 캐내거나, 참혹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거나,

참사 이후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 ● ●

 

온다 리쿠의 독특한 작품 세계 속에 또 하나의 문제작이 추가됐습니다.

문제작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양면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Q&A’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운 작품은 아닙니다.

 

발발 원인에 관해 어떤 논리적 설명도 불가능한 대형 참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있고,

나이, 성별, 직업이 제각각인 다양한 인물들이 그에 관해 문답을 주고받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목격한 사실을 털어놓게 만드는 조사원도 있고,

취재가 목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언론 관계자도 있고,

살아남았으나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건 자체와는 전혀 관계없는 인근 주민들도 등장합니다.

 

참사 발생 직후의 정황을 소개한 첫 번째 묻고 답하기를 보면

당연히 범인 또는 사건의 원인 파악이 이야기 후반부에 드러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참사 이후 근 7-8개월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의 2/3쯤에 이르렀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와서 진실 따위가 무슨 소용이지?’

아마 온다 리쿠의 작의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말하자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겪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다양한 반응과 사연들,

그 자체가 ‘Q&A’를 집필한 온다 리쿠의 의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누군가는 스스로가 살아남아서 기뻤지만,

누군가는 그날 누군가가 죽어줘서기뻤습니다.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해 삶 자체가 엉망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남들의 트라우마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젊은 남자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했고 그것이 참사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70이 훨씬 넘은 노인의 기이한 행동을 소동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들의 묻고 답하기는 객관적이고 목격된 증거에 입각한 진실 찾기가 아니라

각자의 뇌리 속에 전혀 다른 모양들로 새겨진 그날의 기억에 대한 고백담입니다.

마치 오래전 일어났던 대형건물 붕괴 참사의 생존자나 유족들, 목격자들 역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부실공사와 허술한 경보체제 등 붕괴의 원인 자체보다는

살아남아 겪어왔던 불면과 악몽, 떠나보낸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TV화면을 통해 겪은 간접적인 공포 등을 기억 속에 더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온다 리쿠의 독특함이 책 전체에 가득 묻어있고,

고유의 미덕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후의 당혹스러움은 어지간히 센 편이었습니다.

진실은 희미하고, 딱히 주인공이라 부를만한 존재도 없고,

전형적인 기승전결식 구성과도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이해와 공감에 도달하기까지 실은 1~2시간의 여유가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고,

조금은 내 이해력의 부족인가?’ 의문스럽기도 했다가,

결국엔 약간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 내가 읽은 게 이런 거였나...? 그렇겠지? 맞을 거야.’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아마 온다 리쿠의 팬 여부를 떠나 꽤나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들을 보면 대략 8:2쯤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인공, 진실, 기승전결이라는 일반적인 흐름을 선호하는 독자들만 놓고 보면

조금은 불편한 반응들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올해 들어 유독 좋아하는 작가들의 특이한 작품들을 자주 만나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 가이도 다케루의 나니와 몬스터’,

다카노 가즈아키의 ‘KN의 비극등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다 읽고 난 후 한동안 얼떨떨해지거나

나만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들입니다.

 

‘Q&A’는 어느 정도 공백을 뒀다가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입니다.

어떤 책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재독할 때 제대로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Q&A’는 그리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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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톰 롭 스미스 | Book-외국 2013-08-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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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노블마인 | 201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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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묵직하고 한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던 대서사를 만났습니다.

중고서점에서 좀처럼 구하기 쉽지 않았던 덕분에,

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고,

기대한 만큼 흡족한 독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를 덮쳤던 대기근(실은 대학살이나 마찬가지였던)

1970년대 ~ 90년대에 걸쳐 50여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차용한 이야기로,

톰 롭 스미스가 불과 29살의 나이에 집필한 데뷔작입니다.

 

● ● ●

 

이야기의 주 배경은 1953년 소련입니다.

스탈린의 혹독한 독재 체제 속에서 국가정보기관 MGB의 기대주 레오는

냉혹하고 가차 없는 업무 방식과 뛰어난 공적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스탈린을 제외하곤 누구든 언제라도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었고,

레오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기 집단의 모함 속에 시골마을로 내쳐집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소녀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레오의 삶은 또다시 요동치게 됩니다.

입에 흙이 잔뜩 들어간 채 장기가 훼손된 소녀의 시신은

MGB 시절, 자신이 사고라고 은폐시켰던 한 소년의 시신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레오는 이것이 우발적이거나 정신병자의 소행이 아니라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라고 확신하게 되며,

국가의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즉 반역죄로 처분될 수 있는 범죄 수사에 뛰어들게 됩니다.

 

스탈린이 건설한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에서 범죄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미 국가가 결정한 사안에 반기(反旗)는 물론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사상과 충성심을 의심받는 일이기에,

레오의 범죄 수사는 그 자체만으로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레오의 아내와 부모,

그리고 레오를 돕던 많은 사람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 ● ●

 

레오의 동선 중 중요한 일부만 꼽아서 줄거리를 정리했는데,

실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그 규모나 깊이에 있어

A4용지 1~2장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합니다.

 

1950년대 상상을 초월하는 소련의 독재 권력의 힘,

친구는 물론 부부나 가족 간에도 고발이 횡행하던 감시 체계,

먹을 것이 없어 남의 아이라도 잡아먹어야 했던 대기근의 참상,

거기에 44명의 아이가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얹어지고,

덧붙여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긴박한 범인 찾기와 탈주극 등의 위기상황이 더해지다 보니

방대한 서사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면면마다 무게감이 상당한데,

레오를 괴롭히는 MGB 내의 라이벌 바실리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고,

레오의 아내 라이사는 당시 소련의 감시체계가 가져온 가족의 비극을 상징합니다.

레오의 수사를 돕는 민병대장 네스테로브, 반정부인사로 추정되는 라이사의 동료 이반 외에

곳곳에서 롤러코스터의 한 축으로 역할하는 조연들 덕분에

이야기는 단순한 범인 찾기나 액션 스릴러 이상의 퀄리티를 갖게 됩니다.

 

정치, 사회, 역사 등 매크로한 이슈가 큰 배경으로 설정되고,

그 안에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개인의 비극이 병행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 탓에

차일드 44’의 이런 설정은 호기심과 호감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1950년대 소련의 비극적 상황을 다룬 굵직한 스토리와

그로 인해 파생된 소년,소녀 연쇄살인이라는 최악의 참사가 잘 조합되어

마치 묵직한 한 편의 고전을 읽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옥의 티처럼 아쉬웠던 점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였습니다.

좀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범행 동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렇게 전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서론이 조금은 장황하게 펼쳐진 점입니다.

물론 ‘1953년의 모스크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점은 이해되지만,

이후 벌어지는 사건에 비하면, 적잖은 분량이 서론에 할애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을 데뷔작으로 낸 톰 롭 스미스가

이후 ‘Agent 6’, ‘The Secret Speech’ 등의 책을 낸 것으로 검색되는데,

국내에 더 이상 번역, 출간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데뷔작의 개정판이 나왔으니 조만간 다른 책들도 줄지어 소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족으로...

표지도 하나의 작품인데,

뒷표지에 실어도 될 문구 - "너무 힘들게 구했다. 제발 다시 출간해달라" -

앞표지 상단에 인쇄한 것은 조금 과했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제발 다시 출간해달라는 요구에 부응한 개정판에서 적잖은 오타를 발견하고 보니,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네요.

 

(P53)   그녀가 무거운 것 들고, 나르고... 그녀가 무거운 것 들고, 나르고...

(P124) “들이나 친구가 있다고 믿는 거야들이나 친구가 있다고 믿는 거야

(P226) 우차스트코비 순경라는데 우차스트코비 순경이라는데

(P314) 체격 비해 체격 비해

(P452) 견이 투입될 것이다 견이 투입될 것이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보는 제가 발견한 것만 이 정도입니다.

혹시 다시 인쇄를 하게 된다면 좀더 꼼꼼한 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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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벤 H. 윈터스 | Book-외국 2013-08-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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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스트 폴리스맨

벤. H. 윈터스 저/곽성혜 역
지식의숲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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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6개월이 남은 어느 날,

짝퉁 맥도널드 매장 화장실에서 보험회사 직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지구의 종말이 확실시 된 상황이라 자살은 도처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고,

헨리 팔라스 형사를 제외하곤 아무도 맥도널드의 시신에 호기심조차 갖지 않았습니다.

비아냥과 조소 속에서 집요함을 잃지 않는 팔라스 형사는

종말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에도 눈앞의 사건에 매진하게 되고,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까지 파고든 끝에 결국 진범을 잡는데 성공합니다.

 

● ● ●

 

흔히 봐온 지구 종말에 관한 소설이나 영상물의 경우,

최후를 위한 준비 시간을 그다지 넉넉하게 주지 않습니다.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긴박감을 강조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입니다.

반면, ‘라스트 폴리스맨의 경우 6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탈과 방화 등 종말을 선고받은 자들의 전형적인 패닉 상태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고,

현재의 거리에는 냉소와 비아냥, 무관심과 헛된 희망만이 남아있습니다.

자살은 끔찍한 종말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수단으로 선호됐고,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시스템들은 천천히 하나씩 붕괴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백히 자살로 보이는 시신에 홀로 관심을 갖는 이가 팔라스 형사입니다.

그리고 그의 수사 과정은 단순한 범인 찾기스토리뿐만 아니라,

종말을 코앞에 둔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줍니다.

6개월 후면 쓸모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돈에 혈안이 된 사람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남은 시간을 나름 의미있게 보내려는 사람들,

쾌락과 일탈로 그동안 스스로 억제해온 날들을 보상받으려는 사람들,

실없는 농담으로 공포를 이겨내려는 사람들...

 

책을 읽기 전에는 공포와 혼란이 지배하는 긴박한 공간, 그리고

6개월 후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스피디한 범인 찾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내용은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종말 6개월 전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이고,

바로 그 점이 라스트 폴리스맨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범인 찾기라는 본연의 임무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종말 6개월 전이라는 설정을 빼놓고 보면,

발생한 살인사건이나 팔라스의 수사는 조금은 맥이 빠진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증거는 모호하고, 추리는 자의적입니다.

팔라스의 카리스마는 빛나지 않고, ‘종말 6개월 전은 그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수사는 대부분이 팔라스의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적인 착상에 의존하고 있고,

저 사람이 범인일까?’라는 호기심이나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 챕터의 마지막 문장에서 제시되는 미끼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종말 6개월 전이라는 설정을 덧붙여보면 약점은 좀더 크게 드러납니다.

살인사건 + 지구 종말을 묶었을 때는, 사건 자체가 지구 종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거나,

범인의 동기, 피살자의 행적 등이 지구 종말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어야 되는데,

정작 이야기는 그 두 가지 아이템을 적절히 믹스하기 보다는,

조금은 따로국밥처럼 별도의 서사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설정의 힘에 비해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 종말 77일 전을 배경으로 한 2편을 포함하여 3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라고 하니,

이후의 헨리 팔라스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큰 키에 시크한 성격으로 묘사된 헨리 팔라스가 나머지 시리즈에서는

비슷한 외양을 지닌 해리 홀레에 버금가는 매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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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다니자키 준이치로 | Book-일본 2013-08-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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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쇠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저/이한정 역
창비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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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작가의 미친 사랑을 읽고 난 직후 세설을 이어서 읽을 예정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열쇠를 먼저 만나게 됐습니다.

()’을 소재로 다뤘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부부이고, 나이가 56세와 45세이다 보니,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일기를 통해 가감 없이 자신들의 성 생활을 표현하는 점,

그 일기 쓰기 자체가 다분히 상대방이 훔쳐 읽을 것을 기대하며 이뤄진 점 등

파격적인 형식과 캐릭터 덕분에 얼마 안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조금은 독특한 책 읽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등장하는 네 명의 주요 캐릭터는

일본이라는 공간과 1950년대라는 시대적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요즘의 상식으로는 여러 가지로 이해하기가 힘든 인물들입니다.

 

질투를 성욕의 원동력으로 삼은 나머지,

아내의 나체 사진 인화까지 질투의 상대방에게 맡기는 남편.

고풍스러운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여자로서 지켜야할 의무를 당연시 여김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수 없는 왕성한 성욕 때문에 이중적인 삶을 살아온 아내.

때로는 그런 모친의 음탕함을 대놓고 비난하다가도,

때로는 자신의 교제상대인 남자와의 불륜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하는 딸.

존경하는 남자의 아내와 딸을 양손에 거머쥔 파렴치한으로 보이지만,

정작 행동은 예의바른 사나이처럼 보이는, 남편의 질투의 대상인 젊은 남자.

 

그들의 모든 관심은 부부의 침실 생활에만 맞춰져있고,

그 방법 역시 다분히 변태라고 불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특이합니다.

작가는 이런 특이한 분위기를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판화로 된 삽화를 함께 실었는데,

그 덕분에 내용이나 형식 모두 극단적이라고 할 영역까지 내달립니다.

 

요즘이야, 더 이상 새롭거나 특이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인 소재나 이야기들이 넘쳐나서 열쇠의 발간이 큰 뉴스가 되긴 힘들겠지만,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일본에서 정치권까지 나설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니자키가 다루는 은 탐미적이라기보다는 파괴적이거나 악마적인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작품 해설에서 언급된 다니자키의 다른 작품들의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일관된 경향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살피다 보면 특이한 점을 한가지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니자키의 활동 시점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받거나 자기검열이 강했던근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 속에서 남녀의 지위는 을 매개로 역전된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발 앞에 굴복하고, 이용당하다가, 종국엔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렇지만, 다니자키는 의도적으로 그런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습니다.

나는 섹슈얼 페미니스트다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남자의 성을 단순히 동물적인 그것으로 비하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작품 속에서 여자는 신 아니면 완구라고 언급한 점을 보면,

지독한 여성비하론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도 아니면 모식의 양극단을 치닫는 가치관을 지닌, 이해 불가한 뇌구조라고 할까요?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하는 내용이면서도,

읽고 나면 혼란스럽거나 이게 뭐지?’라는 독후감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단순히 선정적인 문장들을 기대한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흔히 정상이라고 부르는 범주와 거리가 먼 이야기

관심이 가는 독자라면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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