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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의 악마 - 모 헤이더 | Book-외국 2014-01-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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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난징의 악마

모 헤이더 저/최필원 역
펄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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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상세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염려되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무후무한 희생자와 그 참혹함으로 인해 일본이 저지른 만행 가운데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사건으로 알려진 난징(南京) 대학살은

영화나 소설, 다큐 등을 통해 수없이 조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르에 관계없이 그것을 소재로 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모 헤이더의 난징의 악마1937년 당시의 상황을 정면으로 다뤘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현재(1990)와 과거(1937)를 오가는 구성,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영국 여성의 시점,

충격적인 엔딩을 품은 스릴러 형식 등 독특한 설정을 통해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그날의 상처를 철저히 개인의 시각에서 들여다봅니다.

 

● ● ●

 

그레이는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주황색 표지의 책을 통해

난징대학살 와중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참상을 접합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필름이 존재하며, 일본에 거주하는 스충밍이라는 중국인 교수가

필름은 물론 그 참상에 직접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무작정 일본으로 스충밍을 찾아왔지만 필름은커녕 인터뷰조차 거절당합니다.

땡전 한 푼 없이 도쿄 한복판에 내몰린 그레이는

우연히 만난 제이슨이라는 정체불명의 미국인 덕분에 숙소와 일자리를 구하게 됩니다.

클럽 호스티스라는 일자리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스충밍의 필름을 구하기 위해 도쿄에 남아있으려면 별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럽에서 만난 후유키라는 야쿠자 보스 덕분에 스충밍과의 접점이 생깁니다.

만남을 거부하던 스충밍은 그레이가 후유키를 접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듣곤

그녀가 원하는 필름과 인터뷰를 조건으로 특이한 요구를 합니다.

, 노구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후유키의 비밀,

구체적으로는 그가 복용하는 약의 비밀을 캐온다면 그녀의 청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필름을 위해서라면 어떤 조건이라도 감수할 각오였던 그레이는 스충밍의 제안을 받아들여

후유키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를 통해 조금씩 약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지만,

그것이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만큼 위험천만한 미션이라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레이가 후유키의 약의 비밀과 그의 은밀한 과거사를 좇는 이야기와 함께

스충밍이 1937년 난징에서 대학살의 현장을 헤쳐나온 이야기가 병행됩니다.

아내 슈진의 충고를 무시하고 국민당에 대한 믿음, 일본군에 대한 막연한 낙관만으로

난징에 남기를 고집했던 그에게 난징의 악마는 평생 잊히지 않을 화인(火印)을 남깁니다.

 

● ● ●

 

2013년 말, 출간된 직후 이곳저곳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네이버 카페 러니의 스릴러 월드에서도 2013년 베스트10에 꼽히는 등

스릴러 매니아들에게는 Must Read의 목록에 오른 작품이라 기대감이 무척 컸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기대했던 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점도 많았지만,

반대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아쉬운 부분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날의 상처를 묘사하는데 있어 잔혹함이나 선정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일기 형식의 담담한 기록과 스릴러 형식의 진실 찾기로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잔혹함이나 선정성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후반부에 가면 그레이가 좇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여느 작품 못잖은 잔혹함이 묘사되지만,

작품 전반의 기조는 기존의 난징대학살을 다룬 작품들에 비해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런 시선 덕분에 오히려 당시의 공포감이 생생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스충밍의 일기와 그레이의 스릴러를 교차시킨 구성은

20대의 스충밍과 70대의 스충밍 사이에 존재하는 세월만큼이나 큰 간극과 변화를

마치 그레이의 눈으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 이상의 긴장감과 사실감을 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거창한 이념이나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일방통행식 설명보다는

그날을 살아온, 또 그날의 진실을 좇는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좀더 사실감을 부여하고, 공감할 여지를 준 점도 호평의 한 이유였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물론 규모에 관계없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지 이념의 옳고 그름 따위는 아니었습니다.

아내 슈진과 그녀의 뱃속에 있는 2세의 생존을 갈망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던 스충밍의 일기가

일본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면 이 작품의 미덕은 상당부분 사라졌을 것입니다.

오히려 생존에의 갈망에 대한 절절한 묘사가 학살의 공포를 더욱 실감나게 해준 것입니다.

 

화려한 호평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이 잘 버무려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 많았던 가장 큰 이유는 주로 그레이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그녀의 과거는 흔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는 비틀린 성장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런 그녀가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으로 인해

난징에서 일어난 특정한 사건10년 가까이 집착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땡전 한 푼 없이 단지 자신이 본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작정 도쿄로 찾아와 스충밍에게 필름을 요구하는 도입부부터 난감함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 스충밍과 그레이 사이에 공통점’ - 가장 큰 스포일러라

이렇게만 설명합니다 이 있다는 점이 설명되지만, 사실 이마저도 두 캐릭터 사이의

교집합을 만들기 위한 억지스런 설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그녀가 도쿄에서 만나게 된 인물들입니다.

제이슨은 도쿄에서 처음 만난 노숙자그레이에게 숙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우연한 만남, 오버인 듯 보이는 친절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캐릭터와 성적 취향이 그레이의 그것과

마치 약속된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다는 점은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었습니다.

차라리 스충밍이 그레이를 이용하기 위해 제이슨을 보냈다는 설정이

더 설득력이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클럽의 마담 스트로베리나 동거하는 러시아 쌍둥이 호스티스 역시

범상치 않은 캐릭터에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그레이와 스충밍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과 작위의 절정은 하필 그레이가 일하는 클럽의 단골인 야쿠자 보스 후유키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도쿄를 찾은 그레이가

제이슨이라는 인물을 만나 호스티스가 된 것도 아이러니한데,

거길 가봤더니 마침 스충밍이 오랜 시간 쫓았던 후유키가 나타나줬고,

클럽 마담 스트로베리는 기다렸다는 듯 그레이를 후유키 옆에 앉힙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때문에 그레이를 일언지하에 내쳤던 스충밍은

(물론 본색은 따로 있었지만) 후유키의 비밀을 알아내면 필름을 공개하겠다는

참으로 앞뒤가 기가 막히게 딱 떨어지는, 하지만 동시에 난해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후유키의 과거와 스충밍의 진의가 드러나는 순간

이 우연과 작위의 절정은, 좀 심하게 말하면, 막장드라마의 절정을 방불케하는 경지에 이릅니다.

 

사실, 이런 우연, 억지, 작위 때문에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정적인 대목에 이를 때마다 , 이건 소설이지... , 소설이니까 이럴 수도 있지..’라는,

감동과 몰입을 방해하는 잡생각이 수시로 떠올랐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 어떤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 같은,

말하자면, 이쯤 됐으면 더 이상 못 나올 우연 같은 건 없겠군, 이라는

시니컬한 느낌까지 갖게 되면서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의 호평이 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만행과 그 안에서 사선을 넘어온 평범한 한 개인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으로 버무린 모 헤이더의 필력 덕분에 의미 있는 책읽기의 시간을 가졌지만,

일본의 만행에 대한 분노만으로 거시적인 서평을 쓰기엔 아쉬운 부분이 적잖은 작품입니다.

좀더 평범한 개인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상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좀더 개연성 있는 설정과 사실감 있는 캐릭터들이 스충밍의 주변에 포진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남기게 한 난징의 악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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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 히가시노 게이고 | Book-일본 2014-01-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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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저/권남희 역
박하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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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슬로프에 폭탄을 묻어놓은 범인과 스키장 스태프들의 대결을 다룬 백은의 잭에 이어

히가시노 게이고가 두 번째로(제가 알기로는) 스키장을 무대로 삼아 집필한 작품입니다.

백은~’에 등장했던 네즈 쇼헤이와 세리 치아키가 등장하여 시즌2의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만,

스키장도 바뀌었고, 두 사람 외에는 연이어 등장하는 인물들도 없는 만큼

네즈 시리즈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 ● ●

 

나가노 지역의 한 스키장 어딘가에 감춰진 치명적인 탄저균을 찾기 위해

아들과 함께 도쿄에서 달려온 대학병원 주임연구원 구리바야시는

광활한 스키장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우연히 도움을 받게 된 안전요원 네즈 덕분에 가까스로 탄저균을 찾아냅니다.

정체불명의 미행자도 따돌렸고, 경찰에 알리지 않고도 탄저균을 손에 넣은 구리바야시는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안심하지만, 금세 얼굴에 핏기를 잃고 맙니다.

한 통의 전화 덕분에 실은 해결된 일은 아무 것도 없고,

탄저균의 행방은 모호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 ●

 

백은~’과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은

광활한 스키장에서 위험물질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스키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스키어 또는 보더들의 질주가 자주 묘사됩니다.

덕분에 독자 역시 함께 속도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활자나 문단 간격이 크고 넓어 보이는데다 종이도 비교적 두텁게 느껴진 이유도 있지만,

이런 속도감 덕분에 반나절 만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단선적이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가벼워보였던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식의 스키장 수색에 할애되어 있어

미스터리를 읽는 긴장감보다는 액션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캐릭터 면에서도, 탄저균을 감춘 범인이나 그것을 되찾으려는 주인공들이나

딱히 대립구도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어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고,

스키장 온천마을의 가족이야기는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가장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복잡하고,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못 얻겠지만,

후반 막판에 이르러 두세 번 연이어 일어나는 반전 덕분에

히가시노 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가볍게 머리를 식히거나,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즐기는 분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읽기가 되어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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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 미야베 미유키 | Book-일본 2014-01-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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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솔로몬의 위증 3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문학동네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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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 제3중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묘사한 1권과

학생들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교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2권에 이어

엿새 동안 벌어진 교내 재판의 기록과 그를 통해 드러난 진실을 담은 마지막 3권입니다.

 

가시와기 다쿠야와 아사이 마쓰코의 죽음, 모리우치 선생의 피습, 오이데 집의 화재 등

조토 제3중학교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의 모든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등장하여

이미 밝혀진 사실 또는 새롭게 등장한 단서들에 대해 진술합니다.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은 실제 법정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심지어 상대방이 전혀 예상 못한 증인을 채택함으로써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혹독한 시간들이었지만,

조금씩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결국 마지막 날에 이르러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는 증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을 향해 달려갑니다.

 

앞서 1, 2권을 읽은 독자라면 대부분(또는 적잖이) 교내 재판을 통해 드러날 진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은 상태에서 3권을 시작하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반전이 어울리는 내용도 아니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냐,

이런 사소한호기심과 궁금증을 미끼삼아 3권의 내용이 전개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예상을 하면서 책을 읽은 탓인지, 본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모두 상처투성이야. 그래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노력하는 거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1~3권 전체의 테마이자 마지막 3권의 의미를 짧고 명료하게 정리한 문장입니다.

실제로 교내 재판 팀 대부분은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크고 작은 상처를 얻게 됩니다.

차라리 그들이 찾아낸 진실이 무엇’,

자살 또는 타살? 범인은 누구?’ 같은 Fact뿐이었다면 덜 상처받을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그들 앞에 나타난 진실은 ?’였습니다.

그는 왜 그랬던 걸까? 그녀는 왜 그랬던 걸까? 그들은 왜 그랬던 걸까?

그 이유들은 하나같이 아프고, 절실하고,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살아남은 자, 방관했던 자, 모른 척했던 자들이 그 이유를 깨닫게 된 순간

안타까워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미리부터 독자들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설정 역시 비슷한 분량의 모방범처럼 독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15, 3 학생들의 노력과 성과라고 보기엔,

너무 뛰어나거나 비상해 보인 나머지 사실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적지 않으며,

특히 3권의 경우 느리고 완만한 속기록의 느낌이 강해서 조금은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엔딩은 개운치도 깔끔하지도 않고,

언뜻 납득이 가지 않거나 조금은 억지스럽게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1~3권의 서평이 조금씩 갈린 것은 아마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미 여사가 추구한 캐릭터의 진정성덕분에

그 모든 아쉬움들이 충분히 커버되고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주연과 조연, 남자와 여자, 학생과 어른, 선인과 악인,

그리고 이 이분법의 가운데에 위치한 모든 인물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일관되고 충실하게 해낸 덕분에,

적잖은 분량임에도 멈추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폭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스케일 큰 사건보다는 작아도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독자들과는 의견이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1주일 동안 푹 빠져들었던 솔로몬의 위증

제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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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 미야베 미유키 | Book-일본 2014-01-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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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솔로몬의 위증 2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문학동네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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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권의 서평에 달린 댓글 가운데

“1권과 2,3권의 서평이 극과 극이라는 내용이 있어 내심 걱정(?)도 됐고,

무슨 이야기로 남은 두 권의 분량을 채울 것인가?’라고 우려도 했었지만,

2권까지 마친 현재,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 서평을 마치는 대로 마지막 3법정큰 기대와 함께 시작할 생각입니다.

 

19901225, 학교 후문에서 2학년 생 가시와기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이듬해 초여름까지 조토 제3중학교 주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한 1사건에 이어

후지노 료코를 비롯한 여러 학생들이

경찰과 학교가 외면하고 덮어두었던 사건의 진실을 스스로의 힘으로 파헤치기 위해

교내 재판을 준비하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 ●

 

익명의 고발장에 의해 가시와기 살인범으로 지목받은 오이데 슌지를 피고인으로 놓고,

후지노 료코, 노다 겐이치 등 조토 제3중학교 학생들이

판사, 변호사, 검사, 배심원 등의 역할을 맡아 여름방학 동안 진실 찾기에 나서게 됩니다.

(각각의 역할을 맡은 인물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와 검사로 나뉜 학생들은 오이데를 비롯한 관련 인물들의 탐문은 물론

철저한 자료조사를 위해 거의 형사를 방불케 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물론 그 과정들은 결코 순탄치 않을뿐더러,

진작 예상했으나 막상 부딪혀보니 훨씬 더 공고하게 자신들을 가로막는 장벽 때문에

몇 번의 크고 작은 고비를 겪게 됩니다.

임시교장과 대부분의 교사들, 심지어 동료 학생들조차 비협조적이거나 방해꾼 노릇을 했고,

중요한 진술을 기대했던 인물들은 변호사든 검사든 어느 쪽에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다한 노력 덕분에 나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경찰이나 교사, 학부모들이 깜짝 놀랄만한 단서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관련 인물 중 일부가 방화, 상해 등에 휘말리면서

가시와기의 죽음에서 출발한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 ● ●

 

사건을 다룬 1부와 법정을 다룰 3부 사이에서

과연 결의라는 소제목을 지닌 2부가 무슨 내용으로 채워질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미미 여사는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캐릭터들과

가지 치듯 발생하는 연관 사건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면서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을

같은 말을 반복하지도 않고, 지루하게 늘어뜨리지도 않으면서 알차게 채워놓았습니다.

동시에 마지막에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묘한 위화감을 곳곳에 배치해 놓음으로써

본격 법정물이 될 3부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여놓고 있습니다.

 

사건 자체도 긴장감 있게,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제일 관심을 끈 것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들 간의 다양한 인간관계들입니다.

가시와기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피고인과 변호사, 검사, 판사, 배심원으로 나뉜 학생들은 각기 다른 행보를 걷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치관과 성격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됩니다.

또한 교내 재판을 그저 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쯤으로만 여겼던 학부모, 교사, 경찰 역시

어느 시점인가부터 각기 다른 심정과 목적으로 주시하게 됩니다.

 

진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는 캐릭터 수만큼 다양합니다.

동시에, 어느 누구도 일관되게 선하거나, 일관되게 악한 모습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됐다가, 피해자가 됐다가, 또는 방관자로 머물기도 합니다.

누구나 진실을 원하지만, 때에 따라 진실을 묻어두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가시와기의 죽음의 원인이 밝혀진다고 해도, 교내 재판을 진행한 학생들이 웃을일은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독자 입장에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누구를 미워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엔딩이 되어줄지 오리무중이 됩니다.

작가가 이런 서사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독자들은 혼란스럽고 답답한 책읽기만 강요받게 되지만,

(도대체 누구를 따라가라는 거야?, 하면서..)

미미 여사는 독자로 하여금 모든 등장인물들과 골고루 교류할 수 있도록 꼼꼼히 안배했고,

그 결과, 그저 재미있는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또 작가가 정해준 주인공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료코가 되어, 어떤 때는 오이데가 되어, 또 어떤 때는 교사나 형사가 되어

제 나름만의 진실 찾기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 ● ●

 

조토 제3중학교에서 벌어질 엿새간의 재판이 어떤 파란을 겪게 될지,

아직 터지지 않고 남아있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지,

몇몇 캐릭터들에게 부여된 감춰진 비밀은 어떤 형태로 공개될지,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질 진실이 료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길지,

이런저런 궁금함을 떠올리면 남은 3법정의 분량이 좀 모자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1권을 마친 후, ‘무슨 이야기로 남은 두 권의 분량을 채울 것인가?’라고 걱정했던 일이

새삼 민망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사족으로..

굳이 아쉬운 점을 두 가지만 꼽자면,

우선, 2권부터 새로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고,

그들이 료코나 겐이치와 함께 주연급으로 활약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교내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캐릭터가 필요한 점은 이해가 되지만,

몇몇 캐릭터는 전형적인 슈퍼맨’, ‘캔디걸등의 작위적인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좀더 사소한 점이지만,

15-3이라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문득문득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탐문이나 자료조사 등 교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말하는 수준이나 사고방식을 지켜보고 있으면

웬만큼 철든 성인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무수히발견됩니다.

특히, 상대방의 속내를 읽어내거나, 2~3수를 내다보는 혜안을 과시할 때면

내가 중3보다도 사고력이 떨어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딱히 아쉬움이라기보다 그저 읽는 동안 느꼈던 묘한 위화감에 대한 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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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 미야베 미유키 | Book-일본 2014-01-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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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솔로몬의 위증 1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문학동네 | 2013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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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에 제대로입문하게 된 계기는 미미 여사의 모방범이었습니다.

두툼한 분량의, 그것도 세 권으로 구성된 솔로몬의 위증을 앞에 두고 보니,

오래 전 모방범’ 1~3권을 지켜보며 이걸 언제 다 읽나?’ 고민했던 일이 새삼 기억이 났습니다.

물론 모방범을 완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미미 여사의 작품이라 새삼 고민할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의 위증을 집어 들기까지 꽤 여러 번 주저한 것이 사실입니다.

중학교에서 벌어진 연이은 사건2,000여 페이지라는 분량을 채울 만한 소재인가?

아무리 미미 여사라지만 2,000여 페이지를 채우려면 메인 스토리 외에

이런저런 주변부 이야기와 조연들을 다수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작품의 밀도와 재미는 희석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뒤늦게 ‘9년 간 연재됐던 원고지 8,500매의 작품이라는 출판사 소개 글을 읽고서야

이 방대한 분량이 이해가 되긴 했지만,

아무튼 여러 가지 우려(?)와 선입견을 지닌 채 첫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사건(1) - 결의(2) - 법정(3)이라는 소제목대로,

1권은 조토 제3중학교에서 연이어 벌어진 사건들이 주 내용입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학교 후문에서 발견된 가시와기의 시신,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학교와 경찰, 학부모와 학생이 벌이는 갈등과 공방전,

그 와중에 날아든 익명의 고발장이 야기한 예기치 못한 사태들,

3자의 악의적 장난의 결과로 개입하게 된 매스컴과 그로 인한 대혼란,

그리고 연이은 희생자와 사고의 발발 등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갑니다.

 

1권까지만 읽은 상태라서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앞서 가졌던 선입견 중 일부는 맞아들었고, 일부는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량에 관한 한 역시 두 권 정도가 알맞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머지 2,3권을 읽은 후에 이 생각이 180도로 바뀔 수도 있지만,

1권의 템포와 구성을 감안한다면 3권까지 끌고 갈만한 동력이 조금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을 만 하루 만에 읽어낼 정도로

페이지터너로서의 미미 여사의 필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쉽고 간결한 문장만으로도 사건과 인물들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고,

학원물, 그것도 중학교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몰입도는 웬만한 연쇄살인 에피소드 못지않게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또한, 학생, 학부모, 교사, 경찰, 기자 등 다양한 계층의 방대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촘촘하게 사건과 연관되어 있고,

동시에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1권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 중 하나는,

미미 여사가 궁극적으로 이 방대한 내용을 통해 하려는 얘기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미미 여사의 작품 뿐 아니라 여느 미스터리를 막론하고,

진범 찾기 과정 속에는 독자들이 응원하거나 증오할 대상이,

즉 선과 악이 선명하게 구분되기 마련이고,

반전을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캐릭터에 대한 애증은 큰 혼란 없이 유지되는 편이지만,

솔로몬의 위증은 그런 일반적인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 이 캐릭터를 미워해야 하는 건지, 응원해야 하는 건지,

이 캐릭터가 진범으로 드러났을 때 통쾌함을 느끼게 될지, 찜찜함만 남을지,

사건의 진실이 어느 쪽으로 판명돼야 정의가 승리하는 건지,

책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모든 캐릭터는 선과 악의 양면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이기적이기 짝이 없으며,

주관과 소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기정당화에 급급한 성격일 뿐이며,

정의를 부르짖지만, 남들은 동의해주지 않는 혼자만의 정의에 함몰되어 있습니다.

 

누구도 응원할 수 없고,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보니,

오히려 지나치게 몰입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대단원에 이르러 드러날 진실이 무엇이든, 진범이 누구이든 간에,

이 방대한 내용에 휩쓸렸던 모든 캐릭터들에게는 평생을 안고 가야할 상처만 남을 것만 같고,

독자들 역시 깊고 묵직한 독후감을 떠안아야 될 것 같다는 예감에 이르게 됐습니다.

 

2권의 소제목은 결의입니다.

1권의 후반부에서 우리가 이 사건을 해결하겠어.”라는 다짐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아마 진실을 찾는 주인공들의 지난한 여정이 묘사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실이나 진범, 사건의 전개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성장이나 변모에 좀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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