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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십이국기 1 - 오노 후유미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 Book-일본 2014-10-3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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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오노 후유미 저/추지나 역
엘릭시르 | 2014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소문은 숱하게 들었지만 워낙 방대한 양(첫 출간 때 11권까지 나왔습니다)인데다

신화적인 요소를 강하게 풍기는 작품으로 알고 있어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사전 서평단에 뽑혀 10여년 만에 새로 출간된 십이국기의 가제본을 읽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오노 후유미의 작품 번역을 도맡았던 추지나 님의 번역이라 더 기대가 됐습니다.

 

 

첫 출간 때 두 권으로 분권됐던 1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한 권으로 묶었는데,

거의 한 호흡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주하면서 왜 십이국기가 화제의 작품이 되었는지,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수많은 오타쿠를 양산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 ●

 

평범한 16세 여고생 나카지마 요코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기이한 모습의 게이키에 의해

허해(虛海)를 건너는 식()을 통해 교국(巧國)이라는 낯선 세상으로 옮겨집니다.

바다를 건너 흉사를 몰고 온 해객(海客)으로 낙인 찍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요코는

겨우 감금을 풀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자신을 데리고 온 게이키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고,

가진 것이라곤 그가 건네준 검 한 자루 뿐인 신세가 됩니다.

 

이후 밤마다 끔찍한 요마들의 습격을 받으며 게이키 찾기에 나선 요코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이곳이 십이국 중 한 나라인 교국이라는 사실,

그리고 다시는 자신이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쥐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 라쿠슌을 만나면서 요코의 여정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해객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안국(雁國)으로 함께 길을 가던 중 라쿠슌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왜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은 요코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안국의 왕 연을 만나 다시 한 번 자신의 운명을 확인한 요코는

오랜 고민 끝에 내전과 혼란으로 가득 찬 십이국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 ● ●

 

판타지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차원의 세상이 등장하는 설정은 물론

요코가 요마(妖魔), 선인(仙人), 환영(幻影), 반인반수(半人半獸) 등과 마주치는 장면들을 보곤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판타지적 설정에 대한 이런저런 편견과 어색함은

요코가 점차 십이국이라는 새 세상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감에 따라 금세 잊어버릴 수 있었고,

이내 과연 요코는 집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든가,

요코에게 닥칠 시련과 그녀가 십이국의 세계로 끌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요코를 십이국으로 데려온 게이키와 요마들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대서사의 첫 편이다 보니 십이국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십이국의 탄생 신화에서부터 하늘과 각국의 왕, 그리고 왕을 보필하는 기린(麒麟),

, 이형의 짐승에서부터 빙의가 가능한 요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현재 십이국의 각각의 상황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뒤따릅니다.

작품의 이해를 위해 세세한 정보까지 머릿속에 입력하다 보면 한없이 골치 아프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노 후유미가 이 복잡하고 방대한 설정들을 구상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공 들였을지 상상해보면 저절로 경외감이 들기도 합니다.

 

사건의 전개만 따지고 보면 의외로 줄거리는 심플합니다.

십이국이라는 다른 세상으로 오게 된 요코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십이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 출발점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공황에 가까운 심리적 갈등을 통해 요코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작품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어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저쪽 세상의 가족과 친구들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왔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와 회한,

연이은 배신과 속임수를 통해 얻은 사람은 결국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간다는 서글픈 깨달음,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경국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 등

낯선 세상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요코의 모습은

이 작품이 단순한 오락물 판타지가 아니라 좀더 진지한 메시지가 담긴

의미 있는 서사임을 보여주는 대목들입니다.

 

이것으로 요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라는 본편의 마지막 문장을 본 순간

두 번째 이야기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렜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블로그에서 여러 서평과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지만,

후속 시리즈들이 출간되어 직접 읽어보기 전까진

십이국기에 대한 그 어떤 사소하고 작은 정보도 외면(?)하기로 했습니다.

언제쯤이나 후속작이 출간되어 손에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오노 후유미의 거대한 서사를 만끽하는 재미를 스포일러로 망치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십이국기와 관련하여 유일하게 검색해본 자료가 한 가지 있었는데,

작품 속 묘사만으로는 잘 연상되지 않아 너무 궁금한 나머지

이리저리 검색하다 찾아낸 십이국의 지도입니다.

(정식 출간본에는 이 지도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가제본에는 없었습니다)

꽃잎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지만 어딘가 불안정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십이국의 지도를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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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 안치우 (황금가지) | Book-한국 2014-10-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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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재림

안치우 저
황금가지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안치우 작가의 이력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2010년에 발간된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에 실린 도도 사피엔스가 전부였습니다.

단편 한 편이 경력의 전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치우 작가는 재림을 통해 뛰어난 필력과 캐릭터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우리 장르물 작가를 만났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변호사지만 오래 전부터 키워온 탐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민간조사원으로 나선 독고잉걸,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탐정의 길을 걷게 된 미학 전공 시간강사 강승주,

180cm의 키에 가공할 무력과 뛰어난 추리력, 심지어 해커의 능력까지 겸비한 홍일점 권민,

그리고 전직 경찰로 거미줄 같은 정보원을 확보한 사무장 등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시키는 네 명의 괴짜가 재림의 주인공들입니다.

 

독 소장으로 불리는 독고잉걸과 강승주가 사건 현장에서조차 한시도 수다를 그칠 줄 모르는,

그것도 수시로 샛길로 빠져 사건과는 무관한 엉뚱한 논쟁을 펼치는 캐릭터인 반면,

권민은 여자이면서도 무채색처럼 음산하고 낮은 목소리를 지닌데다

그마저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묵직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마치 물과 기름을 섞어놓은 것처럼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 소장의 멤버들은

사립탐정이 허용되지 않는 한국에서 민간조사원이라는 애매한 타이틀밖에 지닐 수 없었지만

그 열정만큼은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의 멤버들 못잖게 뜨겁습니다.

 

표제작인 재림과 프리퀄 격인 만남, 그리고 시작등 두 편의 중편으로 구성됐는데,

재림이 종교의 광기가 불러온 끔찍한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는 반면,

만남, 그리고 시작은 영국을 무대로 펼쳐진 여대생 실종사건 수사를 통해

독 소장과 강승주, 그리고 권민이 한 팀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결정적인 키 플레이어는 하드보일드 여탐정 권민의 몫이었지만,

엉뚱한 발상과 예리한 관찰력을 자랑하는 독 소장과 강승주의 콤비 플레이 역시

사건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두 콤비를 지켜보고 있으면 미드 NCIS의 바람둥이 수다꾼 토니 디노조가 생각나는데,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는 잔혹한 이야기에 만담 형 유머를 가미함으로써

책읽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재림에서 기독교 내부의 논쟁과 교리를 여러 장에 걸쳐 강의하듯 서술한 것처럼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장황한 설명을 동원한 점은 눈에 거슬렸고,

독 소장과 강승주, 권민의 캐릭터를 각인시키기 위해 묘사된

약간은 썰렁하거나 작위적인 에피소드들은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 가끔씩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현학적인(?) 문장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균형감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이 작품이 지닌 장점과 미덕에 비하면 사소한 아쉬움에 불과할 뿐입니다.

마치 매력적인 시리즈의 첫 편을 본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 덕분에

외인구단멤버들의 좌충우돌 해프닝과 환상적인 팀워크가 단발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시리즈로 이어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까지 갖게 됐습니다.

다음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새로운 우리 장르물 작가를 만나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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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 제스 로덴버그 (김지현 옮김, 비채) | Book-외국 2014-10-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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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저/김지현 역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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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과 출판사의 소개글을 통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순간 나는 죽었어.”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당연히 애틋하고 마음 아픈 청춘 로맨스겠구나, 하고 단정지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정말로, 열여섯의 나이로 죽었어.”라는 문장이 나오고,

남자친구 제이컵으로부터 난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은 브리가

정말로심장이 부서져 죽는 장면을 보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브리가 저승의 피자집 천국의 한 조각에서 만난 패트릭의 도움을 받아

유령의 몸으로 이승으로 내려온 이후의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는

도대체 이건 무슨 장르?’라는 호기심과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상심증후군은 이 두 가지 테마를 축으로 펼쳐지는 복합적인 장르물입니다.

동양의 이팔청춘, 서양의 스위트 식스틴으로 불리는 16살 청춘들이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달콤하면서도 통증을 수반하는 첫사랑 이야기가 메인이지만,

동시에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비밀과 거짓말, 복수와 화해의 이야기를 펼치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판타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사랑과 영혼10대 버전일 것이라는 예단은 금물입니다.

유령의 몸으로 이승에 내려온 브리의 눈에 비친 사랑하던 사람들의 배신,

저승의 로맨스를 이룰 것 같던 브리와 패트릭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부딪히는 시퀀스,

어둡고 악마적인 샌프란시스코의 야경 속에 숨은 끔찍한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

죽은 자가 영원히 죽게 되는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브리와 패트릭의 사투,

그리고 그동안 무작정 브리를 돕던 패트릭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 등에서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거듭 놀라며 예측불허의 전개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The Catastrophic History of You and Me’,

대재앙의, 파멸의, 비극적인, 파국적인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는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지닌 중의적인 의미를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만

종착점에 도착하기 위해 브리와 패트릭이 겪은 수많은 굴곡들은

브리의 심장이 두 동강 난 일부터 시작하여

말 그대로 재앙과 비극으로 가득 차 있는 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그런 지독한 여정을 겪으며 상대방의 진심을 이해했기에

비록 유령의 몸으로라도 영원한 사랑을 획득할 수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판타지 자체에 타고난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독자나

사후 세계 이야기에 대해 들여다보지도 않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독자만 아니라면

누구나 브리와 패트릭의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지금 이별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치료제 같은 소설이라는

번역자의 후기도 무척 공감이 가는 멘트였습니다.

허구한 날 피와 살이 튀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파묻혀 있다가 운 좋게 읽게 된 상심증후군

초콜릿 한 조각을 혀에 올려놓은 것처럼 달달한 간식으로는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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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슈투더 -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박원영 옮김, 레드박스) | Book-외국 2014-10-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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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형사 슈투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저/박원영 역
레드박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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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스위스 작가의, 그것도 1930년대에 출간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지만, 타고난 반골 기질 때문에 밑바닥 계급으로 좌천된 뒤

일개 형사로서 사소한 사건들을 맡고 있는 슈투더가 주인공입니다.

콧수염을 기른 거구에 싸구려 시가를 즐기고, 적잖은 나이지만 여전히 의욕은 넘치는데다

전화와 급행 우편 외엔 딱히 소통의 도구도 없던 1930년대 형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비유하자면, 서부극에 등장하는 노회하지만 현명하고 정의로운 보안관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 ● ●

 

사건이 일어난 게르첸슈타인은 스위스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입니다.

한 외판원이 숲에서 총에 맞은 채 발견됐고, 용의자는 금세 체포됩니다.

용의자는 숱한 전과를 지닌 청년으로 돈 때문에 애인의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받습니다.

하지만 슈투더는 사건 자체에 의문을 품고 피살자와 용의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합니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외판원의 죽음이 보험금을 노린 자살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지만

좁은 공동체 사회의 폐쇄적인 분위기는 도시에서 온 형사를 무시하거나 비아냥댔고,

피살자 가족조차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탓에 슈투더는 곤란한 상황에 빠집니다.

하지만 나이나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게 단서들을 찾아가던 슈투더는

결정적인 물증과 진술을 통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미스터리로 남았던 숲속의 두 발의 총성의 비밀을 통해

외판원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지만, 마지막 순간 그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옵니다.

 

● ● ●

 

형사 슈투더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작품이 1930년대에 출간됐다는 사실보다

사건이 벌어진 공간이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폐쇄적인 공동체에 침입한 외부인은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살인사건처럼 폐쇄성을 더욱 옥죄는 요소가 등장하고,

그것을 수사하기 위해 외부인이 개입할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본문 속의 표현처럼 도시의 살인사건 10건보다 시골의 살인사건 1건이 더 어려운데,

엉겅퀴처럼 엉긴 채 무엇이든 숨기고, 결국 아무 것도 알아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무슨 짓을 저지르던 자신과 상관없으면 모른 체하기 일쑤인 주민들,

피상적인 결과 외엔 진상 따위 고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예심판사,

시골마을의 하잘 것 없는 헤게모니를 놓고 다투는 유지들,

그리고 노래와 연설, 뉴스를 통해 주민들을 지배하는 스피커

사건이 발생한 게르첸슈타인은 형사 슈투더에게는 최악의 공간일 뿐입니다.

하지만 슈투더는 집요하리만치 탐문에 탐문을 이어가고,

명백한 살인사건이라며 얼렁뚱땅 수사를 접으려는 수많은 방해꾼들을 극복해나갑니다.

 

사건의 성격이나 시골마을이라는 공간은 유능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형사보다는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반골 기질의 노형사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경들입니다.

귀차니즘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예심판사를 엿 먹여 수사를 재개하고,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마을을 지배하는 유지들을 어렵지 않게 코너까지 몰아붙입니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적절히 거리를 둔 밀고 당기기 식의 노회한 수사를 벌입니다.

이런 수사 덕분에 슈투더는 속도감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올바른 방향만은 놓치지 않습니다.

모두 다섯 권이 출간된 슈투더 시리즈는 아마 이런 미덕을 기반으로

당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을 한 가지만 꼽자면 돌직구를 연상하게 만드는 지나친 정직함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라고 할 수 있는데,

연이은 탐문과 단서의 발견, 누군가의 제보에 힘입은 비밀의 폭로 등

공식에 입각한 전개가 정직하게 펼쳐지다 보니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나 긴장감을 느끼기엔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피살자의 창고에서 발견된 단서나 피살자의 가족사에 숨겨진 비밀 등

꽤 비중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결정적인 제보에 의해 진척된 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건이든, 캐릭터든, 구성이든 하나쯤은 특이하거나 뚜렷한 개성이 있어야 주목받을 수 있는

요즘의 장르물 경향으로 볼 때 슈투더의 정직함이나 모범생 같은 캐릭터는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독일어권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이며,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고,

최고의 독일어권 미스터리 작가상이 그의 이름을 따 지어진 것을 보면

프리드리히 글라우저의 슈투더 시리즈가 분명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할 것입니다.

이후 그의 시리즈가 출간된다면 관심 있게 지켜보겠지만, 다음에는 첫 편의 정직함을 극복한,

조금은 더 쫄깃쫄깃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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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 모치즈키 료코 (김우진 옮김, 황금가지) | Book-일본 2014-10-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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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의 손

모치즈키 료코 저/김우진 역
황금가지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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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 료코와 처음으로 만난 대회화전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을 다뤘다면

신의 손은 엄청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세상과 사랑으로부터 고립된 채 살아가다가

자신이 탄생시킨 괴물로 인해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대회화전이 촘촘하고 사실적인 서사를 통해 진정한 사기극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면,

신의 손은 조금은 추상적인 테마들, , 열정, 원념, 사랑, 그리고 절망 등

복잡하기 그지없는 심리 묘사에 천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년 전 실종됐으며, 천재적인 재능과 소설가로서의 열정으로 가득 찼던 기스기 교코,

그녀의 멘토이자 연인이었던 대형출판사 편집장 미무라 고조,

어느 날 미무라 앞에 나타나 교코의 복제품처럼 행동하는 미스터리한 소설가 지망생 마키,

자신의 환자 마키를 통해 알게 된 기스기 교코에 관해 집요하리만치 집착하는 의사 히로세,

순문학 최고의 영예인 신세기 문학상을 받았지만 도작(盜作)의 혐의를 받게 된 혼고 모토코,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교코-미무라-히로세-혼고가 연루된 특이한 도작 스캔들을 접하곤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든 르포라이터 기베 미치코 등

모든 인물들이 3년 전 실종된 기스기 교코를 중심으로 엮여있습니다.

중반 이후 드러나는 인물들 간의 진짜 관계까지 소개할 순 없지만 대략의 내용만 정리하면..

 

● ● ●

 

의사 히로세를 통해 소설가 지망생 다카오카 마키를 알게 된 미무라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녀는 자신과 특별한 관계였다가 3년 전 실종된 기스기 교코의 복제품 같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버릇이나 독특한 말투는 물론,

자신만이 알던 교코의 소설을 자신이 집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마키를 본 미무라는

도쿄와 고베를 오가며 3년 전에 끊어진 교코의 흔적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기스기 교코에게 과도할 만큼 관심을 보이던 의사 히로세가 그 여정에 동참합니다.

미무라는 교코와 마키의 접점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도무지 작은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고,

마키의 방에서 교코의 마지막 원고까지 발견한 뒤에는 혹시 마키가 교코에게

빙의된 것이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히로세의 추정에 솔깃하게 되기도 합니다.

 

한편 연쇄 유아납치 사건을 취재하던 중 교코가 얽힌 도작 스캔들의 정보를 접한 미치코는

미무라와 히로세, 마키 등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칩니다.

교코와 관련된 모든 인물들의 비밀과 거짓말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3년 전 교코의 실종에 얽힌 비극적인 사실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고,

미치코는 자신이 조사하던 연쇄 유아납치 사건과 교코 사건의 접점까지 알아내게 됩니다.

 

● ● ●

 

작품의 주된 내용은 진상 밝히기보다는 기스기 교코의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집념,

수많은 사랑의 실패, 소설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갔던 그녀의 일상들,

그리고 천천히 내부에서부터 붕괴되다가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그녀의 삶에 주력합니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기스기 교코의 원고들 - ‘녹색 원숭이’, ‘꽃의 사람’,

자살하는 여자’ - 은 그녀의 실종을 추적하는 단서들인 동시에,

소설가로서의 성공을 열망했지만 현실과는 절대 화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극중극 형태를 띠고 있어 긴장감과 호기심, 안타까움을 배가시킵니다.

 

기스기 교코의 삶은 글쓰기 그 자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는 그녀의 삶을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소설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고 있으며, 그 괴물을 키우면서 작가가 되고,

그 괴물에 잡아먹힐 때 자살한다.”라고 그녀 스스로 말한 적도 있고,

그녀의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편집장 미무라 역시 히로세와 미치코에게 한 고백에서

교코의 작품이 갈수록 기괴해질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밝힙니다.

마지막 작품인지 유서인지 그 정체가 불분명한 자살하는 여자의 원고 일부는

실종 당시 교코의 고민과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상식 이상의 엄청난 양의 원고를 들고 혈혈단신 도쿄를 찾았다가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부당한 후 미무라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던 시절부터

3년 전 엉망진창이 된 방과 원고 일부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점까지

그녀의 삶은 열망, 원념, 사랑, 배신, 붕괴의 과정을 착실히 밟아왔고,

교코가 남긴 사소하거나 미스터리한 흔적들을 좇던 미무라와 히로세, 미치코 역시

열망에서 붕괴에 이르는 그녀의 민낯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면서

충격과 회한, 분노와 사죄 등 각자 복잡한 심경을 갖게 됩니다.

앞서, ‘복잡하기 그지없는 심리 묘사에 천착한 작품이라 언급한 건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아니면 실종인가 잠적인가?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교코는 사라졌는가?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바닷가 절벽에 모인 사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드러나지만,

여전히 교코의 삶을 모두 이해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녀의 삶은 상식을 잣대로 삼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심연에 가까웠고,

그녀의 글쓰기는 동업자들로부터도 경외심과 두려움, 비현실감을 동시에 자아냈으며

그녀의 사랑법은 현실과는 너무 괴리감이 컸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내내 사건의 진상보다 그녀를 이해하기위해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소설 소비자입장에서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교코가 남긴 원고 속의 모호한 문장들이 끝내 공감될 정도로 해석되지 않은 것은

비단 독자의 부족한 이해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차례 반복될 정도로 중요했던 교코의 글 - “한밤중에 당신을 보는 눈. 당신은 언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없어요. 그건 환상. 그건 환각.”

결국 제 이해력의 범위를 벗어나 환상 또는 환각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그 외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중반부 이후 화자 역할을 맡은 르포라이터 기베 미치코가

자신이 맡았던 연쇄 유아납치 사건과 교코 실종의 접점을 발견하는 부분인데,

그 접점의 단서라는 것이 지나친 우연과 억측에 기인한 탓입니다.

교코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설정한 장치라는 것은 알겠지만,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부분은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은 난해하고 심리 묘사에 치중한 문장들 때문에 모치즈키 료코를 처음 접한 독자는 물론

대회화전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 가운데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교코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으려면

가능한 한 끊어 읽지 말고 한 번에 완독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넉넉한 여유를 갖고 다시 한 번 재도전해볼 생각이고,

그렇게 읽다보면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또는 이해 못 했던 교코의 삶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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