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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 히가시노 게이고 | Book-일본 2014-04-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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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여름의 방정식

히가시노 게이고 저/이혁재 역
재인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성녀의 구제이후 오랜만에 갈릴레오 시리즈를 접하게 됐습니다.

갈릴레오의 고뇌를 건너뛰고 몇 년 만에 읽은 셈이지만

유가와, 구사나기, 가오루 등 갈릴레오 시리즈를 끌고 가는 캐릭터들은

자주 만나온 사이처럼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갈릴레오의 공백기 동안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은 널뛰기 하듯 진폭이 커서 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고민하곤 했는데,

이번엔 갈릴레오라는 브랜드 덕분에 별 고민 없이 한여름의 방정식을 집어들게 됐습니다.

 

● ● ●

 

해저광물자원 설명회 때문에 바닷가 마을 하리가우라의 로쿠간소 여관에 머물던 유가와는

같은 여관에 머물던 전직 경시청 형사의 죽음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립니다.

열차 안에서 만난 초등학생 교헤이와의 인연으로

그의 고모 내외가 운영하는 로쿠간소 여관에 머물게 됐던 것인데,

하필 그 여관의 투숙객, 그것도 전직 경시청 형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자,

유가와 입장에서는 도리 없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실족이나 자살로 결론이 날 것 같던 쓰카하라의 죽음은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하리가우라를 방문했던 이유가 밝혀지고,

, 그 이유가 16년 전에 일어났던 한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피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도쿄의 구사나기-가오루 콤비는 하리가우라에 머물고 있는 유가와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16년 전 살인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광범위한 탐문을 벌이고,

그 결과 쓰카하라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삶을 비극으로 내몬 그날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이, 하리가우라에 머물던 유가와 역시 쓰카하라의 죽음의 진상을 알게 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뒤틀리게 할 가능성때문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 ● ●

 

과거 쓰카하라가 수사했던 사건의 진상 파악과

현재 쓰카하라가 피살된 사건의 수사 과정이 나란히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책 두께(551페이지)만큼이나 방대해집니다.

그만큼 등장하는 캐릭터도 많고, 전개되는 이야기도 여러 갈래이다 보니

최대한 줄거리를 요약한다고 해도 이 정도 분량이 나오네요.

읽지 않은 독자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떡밥성 서평을 쓸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스포일러로 변신할 수 있는 지뢰들이 산재해있어서

전부 다 설명할 게 아니라면 인물 하나 언급하기도 무척 조심스러워집니다.

 

만 하루도 안 되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만큼 페이지 터너로서의 위력은 대단했고,

덕분에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작품 때문에 상처(?)받았던 기억들이

조금은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조금은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재미-긴장-반전이라는 종합선물세트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의 방정식에서 느낀 몇 가지 아쉬움 때문입니다.

 

우선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강점이자 동시에 약점인 유가와의 캐릭터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유가와의 활약은 공상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의 뛰어난 추리가 그저 좋은 머리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물리학 지식에 기인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의 사람같지 않은 그의 캐릭터로 인해

때론 경탄해야 할 지점에서 엉뚱하게도 물음표(저런 추리가 가능해?)가 연상되곤 합니다.

한여름의 방정식에서도 물리학 박사이자 천재 추리가인 유가와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몇몇 지점에선 어쩐지 땀과 노력 없이 얻어진 공짜 성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도쿄에서 활약한 구사나기와 가오루 콤비의 탐문에 관한 것인데,

이들에게는 늘 행운의 여신이라도 따라다니는 듯

원하는 장소, 원하는 인물, 원하는 증거들이 때맞춰 등장해줍니다.

더구나 1-2년도 아니고 16년이 지난 사건의 관련자들이

마치 며칠 전에 본 것처럼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는 부분들은

한두 번이라면 모르겠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다 보니 공감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은 방대한 재료들을 효율적으로 요리해냈고,

재미와 긴장 뿐 아니라 반전에 이르기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미스터리를 완성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은 여전히 그의 묵직하거나 애틋함이 넘치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재미로 범벅된 상업성 짙은 작품이라도 한여름의 방정식만큼의 완성도를 지녔다면

언제든 환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사실 최근 몇몇 작품에서 경험한 실망감이 워낙 컸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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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 나카야마 시치리 | Book-일본 2014-04-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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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마 잭의 고백

나카야마 시치리 저/복창교 역
오후세시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조금 상세한 줄거리와 캐릭터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가의 국내 첫 출간작 안녕, 드뷔시를 읽어보진 못 했지만

그 작품이 제8'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라는 점,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반전의 제왕'이라 불릴 정도로

매 작품마다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격찬’,

동시에 이 작품이 전설의 살인마 잭을 제목으로 차용할 만큼 잔혹한 연쇄살인물이라는 점,

또 사회파 미스터리이면서 늘 관심을 갖던 메디컬 장르라는 점 등

개인적인 취향에 비춰볼 때 안 읽고는 못 넘어갈 정도의 화려한 유혹이 난무했던 작품입니다.

 

● ● ●

 

장기가 사라진 채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들이 연이어 발견됩니다.

신장이식이 필요한 딸을 둔 이누카이는 관할서 파트너 고테가와와 함께 짝을 이뤄

범행 동기조차 파악하기 힘든 이 연쇄살인 수사에 뛰어듭니다.

끈질긴 탐문으로 두 명의 희생자의 공통점을 알아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누카이의 수사가 장벽에 막혀있는 사이

결국 세 번째 희생자가 등장합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해낸 것과 동시에 잠복을 통해 그를 체포하지만

이누카이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갑니다.

네 번째 희생자로 예상된 자에게 진범의 전화가 걸려오고

이누카이를 비롯한 모든 형사들이 총출동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적인 엔딩이었습니다.

 

● ● ●

 

참혹한 연쇄살인과 그 진범 찾기가 주된 내용인 군더더기 없는 정통 미스터리입니다.

하지만 참혹한 연쇄살인은 쾌락을 즐기는 소시오패스의 행적이 아니라

논쟁의 여지가 많은 사회적 이슈, 뇌사자의 장기기증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살인마 잭의 고백은 단순한 흥미유발형 연쇄살인물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적잖이 남겨주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됩니다.

(물론 후반에 가서 약간 변주(?)가 이뤄지긴 하지만...)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장기적출 피살체의 연이은 발견은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언론에 의해

극장형 범죄의 출현에서부터 전설의 런던살인마 잭의 부활’,

심지어 카니발리즘(식인주의)’에 이르기까지 호들갑스럽게 부풀려지지만,

일찌감치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1차 용의자의 정체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입니다.

체조선수였던 그녀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후 뇌사판정을 받았고,

애끊는 심정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한 결과 네 사람의 환자가 새 생명을 얻게 됐었는데,

연이은 희생자들이 바로 그 장기 수혜자들로 밝혀지면서 이누카이의 탐문에 걸려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척이나 곤혹스럽고 무거운 주제가 등장합니다.

뇌사자는 뇌는 죽어 있지만 피가 흐르고, 살도 따뜻합니다.”라든가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가며 살아남을 자격은 누구한테 있는 거야?"

본문 곳곳에서 뇌사와 장기 이식의 근원적인 논쟁이 벌어집니다.

 

일반인 또는 수혜자 입장에서는 뇌사=죽음=장기이식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하지만,

기증자 가족 입장에서는 장기 적출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과 다름 아닌 일입니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장기이식은 항상 미담 위주로만 꾸며져 있습니다만,

정작 살펴야 할 것은 뿔뿔이 흩어진 채 누군가의 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자식이나 형제의 장기를 애틋하고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살아남은 가족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과연 기증자의 가족은 그저 자신의 혈육이 누군가를 살리고 떠났다는 보람과 행복감만으로

남은 삶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숀 펜이 주연을 맡은 영화 ‘21g’에서는 심장이식을 통해 살아난 대학교수가

심장의 주인을 찾던 중 그 미망인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남편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망인,

그런 그녀의 절망을 안아주고 싶어 하는 유부남 대학교수의 이야기를 보면서,

기증자의 남은 가족과 수혜자 사이의 먹먹한 관계가 무척 공감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영화 걸어도 걸어도에는 장기이식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10년 전, 바닷가에서 남을 살리고 대신 죽었던 준페이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매년 준페이의 제삿날에 당시 목숨을 건진 요시오라는 인물이 찾아와 사죄 인사를 올리는데,

그는 스모선수처럼 살이 쪄 운신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

25살이 되도록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초라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 대부분은 그런 요시오를 안쓰러워하며,

언제까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수는 없으니, 더는 오지 말게 하자고 의견을 모읍니다.

하지만 준페이의 어머니만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부르는 것이라고.. 결국엔 요시오가 준페이를 죽게 한 것이니, 그렇게 해서라도 1년에 한번쯤 고통을 주고 싶다고..”

그 대사 속에는 아들의 생명을 발판삼아 살아가고 있는 요시오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분명 함께 내재되어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경우는 달라도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아들의 어머니와 똑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진범 찾기라는 미스터리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메디컬이라든가 방정맞은 언론, 경직된 일본경찰의 세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살인마 잭의 고백은 출발점과 종결점 모두 장기 이식을 매개로 한 인간의 삶과 죽음,

남겨진 가족의 아픔이라는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가족, 기증받은 자들, 적출과 이식에 관여한 의사들이나 코디네이터 등

리얼리티를 살린 캐릭터들과 그들의 심정 등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묘사함으로써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함께 전해주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과 관련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누카이에게 신장이식이 필요한 딸이 있다는 설정과

하필 그 병원에서 문제의 장기이식이 이뤄졌다는 점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이야기의 대세를 그르칠 만큼 크게 무리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또한 부분적으로나마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장기이식이라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장기이식의 이면에 놓인 계급적인 상황을 묘사한 것도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사족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누카이와 고테가와 콤비가 눈길을 끌었는데,

극단적으로 대립하거나, 모자란 곳을 보완해주는 상투적인 캐릭터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조합은 적절한 긴장과 휴식을 제공하며 묘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기대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남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장기 이식의 의미를

살인마 잭의 고백이라는 흉측한(?) 제목의 작품을 통해 진정성 있게 바라보게 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반전을 위해 급선회한 엔딩이 생소하거나 뜬금없이 느껴진 독자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미스터리로서의 명쾌한 결론을 위한

작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줘도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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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 할런 코벤 | Book-외국 2014-04-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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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원히 사라지다

할런 코벤 저/최필원 역
비채 | 2014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동감하지 못할 독자들이 많겠지만,

영원히~’는 지금껏 읽은 할런 코벤의 작품 중 가장 몰입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호의적이거나 극찬을 남긴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읽어보면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그보다는 아쉬움이 좀더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 ● ●

 

앞서 읽은 작품들(‘용서할 수 없는’, ‘아들의 방’, ‘’)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합니다.

11년 전, 이웃의 줄리 밀러를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형 켄 클라인,

그로 인해 줄리의 가족은 물론 용의자 켄의 가족 역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되고,

특히 동생인 윌 클라인은 피살된 줄리와 연인이었던 이유 때문에,

또 존경하며 따랐던 형 켄이 용의자였던 이유 때문에 황폐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줄리 이후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실러 로저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얼마 후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윌의 삶은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죽은 것으로 여겼던 형 켄이 살아있다는 어머니의 유언은 현실이 되고,

진심으로 사랑했던 실러의 추악한 과거를 알게 되면서 윌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절친인 스퀘어즈의 도움을 받아 켄과 실러에 관한 진실 찾기에 나서지만,

수많은 난관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데,

FBI는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까지 가세하여 곳곳에서 윌을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양파 껍질처럼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과거 윌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통째로 뒤집어놓았고,

그로 인한 윌의 혼란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 ● ●

 

모든 작품에서 그랬듯이 코벤의 설정은 정교하고 극적입니다.

마치 볼트 하나, 나사 하나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그려진 초고층 건물의 설계도처럼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한 줄까지 모조리 머릿속에 그려놓고 집필을 한 느낌을 줍니다.

많은 독자들이 극찬하는 반전의 힘은 아마 이런 정교한 설계에서 비롯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아쉽게 느껴진 부분은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다가 이야기의 맥이 산만하게 흩어진다는 점입니다.

인물도, 사건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동료 스퀘어즈와 줄리의 여동생 케이티를 제외하곤

주인공 윌과 맞먹는 무게감을 지닌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FBI 멤버들(부국장 피스틸로, 수사관 클라우디아 피셔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필요할 때만 등장하는 구원투수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윌과 주변 인물들을 위협하는 유령존 아셀타와 악덕(?) 사업가 필립 맥구안은

너무 멀리서, 너무 아스라한 모습으로만, 그것도 느닷없이 툭툭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그다지 적절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윌과 스퀘어즈에게 적절한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캐릭터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비교적 존재감이 명확한 스퀘어즈 - 윌과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마저도

리얼리티라는 면에서 보면 공감력이 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평범한 시민 윌이 FBI에 맞먹는 수사를 펼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스퀘어즈는 상식의 선을 넘어선 슈퍼맨이자 만병통치약입니다.

수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적시에 물어오는 것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윌에게 필요한 인물들까지 찾아내는 인맥의 제왕입니다.

 

예전에 작성한 아들의 방에 대한 서평 속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뜯어도 뜯어도 포장지만 계속 나오고 정작 선물은 보이지 않는.. (아들의 방)

 

이렇게까지 책이 두꺼울 필요는 없었다. (중략) 보통의 기---결의 구조가

에서는 -----로 펼쳐진 느낌...

사족 또는 과다 설명된 부연 이야기가 좀 많았다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엔딩 부분은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그 호흡이 빨라 많이 아쉬운... ()

 

이런 아쉬움들은 영원히~’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인물과 사건은 쏟아져 나오는데

중심 내용과의 연관성은 너무 부족하고 (반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쌓여가던 포장지에 지칠 때쯤이면 이미 책은 3/4 정도의 분량이 지나간 상태이고,

그러다가 전광석화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엔딩부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이야기는 곧 끝이 나고 맙니다.

 

말하자면, 코벤의 뛰어난 필력이 엉뚱한 곳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느라

정작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후반부의 급격한 반전을 염두에 둔 나머지

독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초중반에 불필요한 포석들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놓았는데,

문제는, 깔아놓기만 하고 금세 다른 인물을 등장시키고, 다른 이야기를 전개시키다 보니

그 포석들의 의미가 제대로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지 않고 휘발될 수밖에 없었고,

몇 챕터가 지나 그 포석을 다시 등장시켰을 때는 , 그게 복선이었군~’이라는 느낌보단

앞의 페이지를 다시 주섬주섬 넘겨보며, ‘아까 뭐라 그랬더라?’라는

피곤한 독서가 반복되는 결과를 야기시켰습니다.

결국, 반전을 위한 애매한 포석들이 책읽기를 지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 됐던 것입니다.

 

마지막 엔딩부에 가면 결국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포석들이 한자리로 모이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몇 차례에 걸쳐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몰아치지만,

이미 포석들에 지친 나머지, 연이은 반전은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으로 보이기만 했습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힘도, 상황을 묘사하는 힘도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는 영원히~’였지만,

반전만을 위한 지루하고 피곤한 구성 덕분에 할런 코벤의 전작들에서 느낀 아쉬움을

이번에도 지워내지 못한, 그런 책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닮고 싶지 않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인물들,

참혹하거나 안타깝게 벌어지는 사건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극적인 반전 등

재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코벤의 설계도 위에 잘 정렬돼있었지만,

그것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전개시켰어야 할 구성이 산만하고 일관되지 못했던 탓에

결국 불편하고 몰입하기 힘든 책읽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호감을 갖고 있던 할런 코벤의 작품에 대해

대다수 독자들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기가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대다수 독자들이 적잖은 서평을 통해 호평을 남긴 것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내가 잘못 읽었나? 짬나는 대로 띄엄띄엄 읽다보니 맥락을 잘못 파악한 것인가?, 라고

자문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끄적거려놓은 몇 가지 메모에 꽤 많은 ‘?’표시가 남겨져 있는 것을 보면

호의적이지 못한 장문의 독후감이 그저 오독의 결과만은 아닌 것 같아

더욱 더 아쉽게 느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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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 츠지무라 미즈키 | Book-일본 2014-04-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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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저/정경진 역
한스미디어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약간 상세한 줄거리와 캐릭터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계량스푼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독특한 작품입니다.

동시에 죄와 벌, 복수와 악의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같은 작가의 츠나구가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소재로 삼았다면,

나의 계량스푼에는 말을 통해 상대를 속박할 수 있는,

즉 내 뜻대로 상대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는 판타지적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나를 사랑해줘. 그렇지 않으면 넌 내일 죽게 돼.” 식입니다.

물론 그 주문은 상대방을 속박하여 조건을 따르든(나를 사랑하든),

그러지 않을 경우 반드시 벌을 받게 되는(내일 죽게 되는) 상황을 야기합니다.

의 특별한 능력은 가문의 내력이기도 한데,

현존하는 유일한 능력자는 의 외숙부 아키야마 교수입니다.

 

의 특별한 능력은 절친인 후미와 관련이 깊습니다.

2년 전, 후미로 인해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고,

지금은 후미를 돕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안경, 입 안의 교정기, 평범함에 조금 못 미치는 미모를 가진 후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재능과 친화력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이면 모두로부터 따돌려지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후미를 늘 곁에서 지켜주던

어느 날 찾아온 비극 후미가 아끼던 토끼들이 참혹하게 죽어간 사건 - 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자폐적으로 살아가게 된 후미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토끼살해범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학생들을 대표하여 토끼살해범에게 사과를 받기로 한

어떤 조건과 벌, ‘~하지 않으면, ~하게 될 것이다를 부과함으로써

토끼살해범에게 응징 또는 복수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상대를 속박할 수 있는 능력이 무섭고 저주받은 것이라 믿는 엄마는 에게

같은 능력을 가진 외숙부 아키야마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키야마를 통해 의 능력발휘를 저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토끼살해범과의 만남을 앞두고 와 아키야마 교수가 만나서 나누는 7일 간의 대화록이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이고, 그들의 대화는 앞서 언급한대로

죄와 벌, 복수와 악의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죄란 무엇인가? 그에 합당하는 벌은 무엇인가?

복수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인간의 악의는 벌과 복수로 제거될 수 있는 것인가?

와 아키야마의 논쟁은 한없이 깊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의 마지막 선택 토끼살해범에게 어떤 조건과 벌을 부과할 것인가? -

모든 관심을 집중한 채 이들의 논쟁을 지켜보게 됩니다.

동시에 주변 인물들 조교, 제자, ‘의 엄마 등의 입을 통해서도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가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진범 찾기라는 일반적인 미스터리와 달리

독자로 하여금 어느 쪽의 의견, 즉 죄와 벌, 복수와 악의에 관한

여러 인물의 가치관적 판단 가운데 자신이 공감하는 부분을 찾게 만드는 구조를 띄게 됩니다.

진범이 누구인가, 를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골치 아픈 책읽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를 다룬 철학서나 인문학 저서가 현학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반면

나의 계량스푼은 픽션을 통해 좀더 피부에 와닿는 주제의식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내가 라면 토끼살해범에게 어떤 조건과 벌을 내걸 것인가?

평생 자신이 토막 낸 토끼들의 고통과 똑같은 고통을 겪게 만들까?

후회와 반성을 이끌어냄으로써 그에게 제2의 삶을 살 기회를 줘볼까?

 

이런 복잡한 고민 끝에 도착한 엔딩에는

미스터리의 그것답게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의 선택은 50세의 교수 아키야마조차 전혀 예상 못한 조건과 벌이었고,

이미 오래 전부터 다시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아키야마로 하여금

또다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일대 사건을 불러일으킵니다.

 

길고 묵직하고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여려가지 느낌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것은 작품 속 와 아키야마 선생 사이의 논쟁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진

선뜻 공감하기도 쉽지 않고 반론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화두들 때문입니다.

 

- 남의 불행을 우스갯소리로 조롱하고, 희롱하는 인간의 악의는 구원받을 수 있는가?

 

- 토끼살해범에게 복수한다고 해서 상처받은 후미가 예전의 후미로 돌아올 수 있을까?

 

-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우는 것은 그를 애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잃은 자기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것 아닌가?

 

- 그런 맥락에서, 실은 후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미가 마음을 닫은 것이 때문이기에

그것을 견딜 수 없어서 토끼살해범에게 능력을 발휘하려는 것 아닌가?

 

무겁고 칙칙한 고전적 소재를 픽션 속에서 딱딱하지 않게 풀어낸 필력,

흥미와 재미를 외면한 채 작정하고 써내려간 듯한 비상업적 구성,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에피소드 등

나의 계량스푼은 독특한 존재감을 지닌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아쉬운 점을 몇 가지 들자면...

우선 초등학교 4학년으로 설정된 의 캐릭터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이 중학생들의 모의재판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비현실적이라는 서평을 적잖이 들었던 것처럼,

나의 계량스푼역시 10살이라는 나이가 자꾸만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아키야마 교수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죠?”라고 했을 때,

독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두세 번은 되읽어야 하는 상황을

10살의 는 이해는 물론 거기에 응용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딱히 문제 삼을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 이건 소설이지라는 생각이 끼어들어 몰입도를 무너뜨렸습니다.

 

또 한 가지, 위에서 비상업적 구성이라고 언급한 부분인데,

이 점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와 아키야마 교수 사이의 논쟁은 단순히 소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작품의 중심 내용이다 보니,

그것도 동어반복의 느낌이 들거나 지나치게 설명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지루함과 동시에 강요받고 있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와 아키야마 교수의 3일 째 만남을 읽던 즈음에는,

다 건너뛰고 엔딩만 읽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이 작품의 소중한 부분을 놓쳤겠지만 말입니다.

 

생각보다 긴 서평이 됐는데,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그저 평탄한 진범 찾기가 아닌 탓에

이런저런 사감을 많이 적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아직 많이 만나보진 못 했지만,

독특하면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그녀의 대표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출간됐는데,

과연 어떤 모양의 책읽기가 될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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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여름 - 미쓰하라 유리 | Book-일본 2014-04-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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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여덟의 여름

미쓰하라 유리 저/이수미 역
소담출판사 | 2008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출장 가는 차안에서 읽을 생각으로 책꽂이에서 단편집을 고르던 중,

3년 전쯤 읽었던 열여덟의 여름이라는 제목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목차를 보니 내용도 대략 생각이 났지만,

좋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서 주저 없이 한 번 더 읽기로 했습니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각 작품마다 나팔꽃-금목서-헬리오트로프-협죽도 등

꽃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어 마치 꽃을 모티브로 한 연작의 느낌을 줍니다.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꽃을 모티브로 한 연작은 잘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네 편 가운데 일반적인 미스터리의 느낌을 주는 작품은 이노센트 데이즈뿐입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대체로 가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하거나 애틋한 정서를 주조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미스터리범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이유는

나머지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작지만 독특한 미스터리적 요소,

즉 엔딩에 이르러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거나 빙긋 웃음 나게 하거나

또는 눈가를 뜨끈하게 만드는 그런 일상 속의 작고 소중한 비밀들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잘 버무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 ● ●

 

18살 청소년과 연상의 여인의 인연 때문에 첫사랑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열여덟의 여름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나팔꽃의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성장기의 첫사랑+이뤄질 수 없는 사랑+지독한 살의

소년과 여인의 사이에서 교묘하고 자연스레 흘러가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전해줍니다.

 

자그마한 기적형의 순정은 소소한 미스터리 장치를 통해

마음이 푸근해지거나 빙긋 웃음이 나는 엔딩을 선사합니다.

자그마한~’이 아내를 잃고 아들과 함께 살던 미즈시마의 새로운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면,

형의~’는 연극에 미친 형의 사랑 이야기로 굳이 이름 붙이자면 유머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이노센트 데이즈는 반전이 주는 서늘함과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매가 겪어야 했던 비극을

주의, 위험이라는 꽃말을 가진 협죽도를 매개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 ● ●

 

작품마다 온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가족을 배치했고, 이야기의 엔딩에 희망을 남겨놓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쉽고 평이하지만 깊이와 따뜻함이 배어있는 문장들,

수채화처럼 묘사된 꽃과 주변 정경들 역시 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입니다.

가장 어둡고 무거운 이노센트 데이즈조차 날선 미스터리의 느낌이라기보다

안쓰럽거나 서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작가 미쓰하라 유리가 네 작품의 모티브로 을 설정한 것은

아마도 이런 정서를 극대화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고,

많은 독자들에게 그 의도는 기대 이상으로 전달됐으리라 여겨집니다.

물론 이런 류의 정서에 비호감인 미스터리 독자들은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3년만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읽은 열여덟의 여름

결과를 알고 읽었음에도 여전히 예전과 비슷한 따뜻한 느낌을 남겨줬습니다.

단편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정서는 단편이 아니라면 표현하기도, 느껴보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가끔씩 호평을 받은 단편집은 일부러 찾아 읽기도 합니다.

미쓰하라 유리가 이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이 2002년인데도,

국내에서 더 이상 출간된 후속작품이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출판사 소개에는 일본에서는 다음 작품을 꼭 읽고 싶은 작가로 주목받았다라고 돼있는데,

일본 출간작이 있다면 국내에도 좀더 소개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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