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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 쓰키무라 료에 (박춘상 옮김, 황금가지) | Book-일본 2017-12-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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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룡경찰

쓰키무라 료에 저/박춘상 역
황금가지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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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근접 전투에 맞게 개발된 2족 보행형 병기인 기갑병장이 발달한 근미래.

신형 기갑병장인 드래군을 도입한 경시청은 총감 산하 직속의 특수부를 구성하고

드래군의 탑승 요원으로서 세 명의 용병을 영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다.

불법으로 제조된 기갑병장으로 무장한 농성범들이 막심한 피해를 일으키는 사태가 벌어지자,

특수부 대원들은 경찰 내부의 다른 조직들의 반발과 견제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사건의 배후에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암흑이 펼쳐져 있었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찰소설의 대가 요코야마 히데오 또는 사사키 조가 집필한

신세기 에반게리온또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외형은 분명 인간형 전투병기를 타는 경찰이 등장하는 SF물이지만,

핵심 내용은 경찰의 정의또는 경찰조직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시청 특수부 폴리스 드래군, 통칭 기룡경찰은 경찰 내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는 조직입니다.

수장은 경찰 출신이 아닌 전직 외무성 관료가 맡고 있고,

형사부나 공안부와 척을 질 정도로 독립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경찰이 운영하는 일반 기갑병장과는 차원 자체가 다른 차세대 기갑병장 드래군의 조종은

프리랜서 용병, 전직 모스크바 경찰, 전직 테러리스트 등

엄청난 계약금을 받은, 범죄자에 가까운 이상한 인간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그런 특수부를 한편으론 시기와 질투의 눈길로 바라보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곳으로의 발령 자체를 좌천이라 여길 만큼 하찮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들이 모여 결국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공개적으로 멸시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매크로한 경찰 조직 내의 갈등이 한 축이라면,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용병의 내적 갈등이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합니다.

전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비며 프리랜서 용병으로 살아온 스가타,

전직 모스크바 경찰이었지만 도망자 신세 끝에 용병이 된 유리 오즈노프,

그리고 사신(死神)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 테러리스트 라이저 라드너가 그들인데,

이들은 단순히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용병 캐릭터뿐 아니라

절대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로 설정돼있습니다.

시리즈 첫 편 격인 이 작품에서 모든 것이 다 설명되진 않지만,

그들의 압도적인 캐릭터는 분명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페이지 터너로서 작동합니다.

 

이들을 지휘, 관리하는 기룡경찰의 수장 오키쓰 부장은 상대적으로 덜 소개가 된 편인데,

오히려 그런 미스터리함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용병들조차 그 속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주의적 캐릭터인 그는

외무성 관료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탁월한 판단력과 지휘력을 발휘하는데다

경찰조직 전체와 갈등을 벌이는 특수부를 정치적으로도 유연하게 이끌어나갑니다.

그 외에도 동료들의 온갖 멸시에도 불구하고

오키쓰 휘하에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여러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역시 후속작에서의 활약이 궁금해질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입니다.

 

사건 자체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기갑병장을 이용한 정체불명의 조직의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고,

오키쓰가 이끄는 기룡경찰이 그 배후를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테러를 일으킨 자들은 아무런 요구사항도 전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도주했고,

오키쓰는 결국 그들의 목적이 경찰 궤멸이라고 결론짓습니다.

이 위험천만한 테러에 한때 스가타와 동료였던 용병이 가담한 것이 밝혀지고,

그를 단서 삼아 테러를 일으킨 조직을 밝히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분량도 그리 길지 않은데다 그야말로 재미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

SF물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라도 한 번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기룡경찰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서평에서 경찰소설의 매력을 갖췄다라는 대목을 읽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작품을 읽어보기로 작심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SF와 경찰소설의 미덕이 잘 섞인 재미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고,

여운을 잔뜩 남긴 엔딩 덕분에 일본SF대상을 받았다는 후속작 기룡경찰-자폭조항에서

오키쓰와 세 용병의 운명, 경찰조직과 특수부의 갈등이 어떻게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기룡경찰 시리즈3편까지 나온 것 같은데

부디 모든 시리즈가 국내에서 꼭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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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 츠지무라 미즈키 (이정민 옮김, 몽실북스) | Book-일본 2017-12-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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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저/이정민 역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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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는 만나는 작품마다 색깔이 달랐던 작가입니다.

나의 계량스푼은 내 뜻대로 상대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는 판타지적 캐릭터가 등장하여

죄와 벌, 복수와 악의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을 다룬 작품입니다.

테두리 없는 거울은 각기 색다른 다섯 편의 괴담이 실린 작품집이고,

츠나구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등장한 판타지입니다.

,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죽여 달라는 여중생이 등장하는

특이한 성장기이자 미스터리입니다.

 

이처럼 굉장히 특별한 설정이 들어있는 판타지-괴담-미스터리를 겪은 탓에

아침이 온다정말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좀 과하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여자아이를 낳았으나 키울 수 없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난임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입양을 선택한 40대 여자 구리하라와

반항기로 가득 찬 불장난 끝에 임신을 하게 된 여중생 히카리가 그녀들입니다.

초반부가 구리하라의 고통스런 불임의 나날과 입양 결심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중반부터는 히카리의 혼란스러운 사춘기 시절과 임신-출산의 과정,

그리고 출산 후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히카리의 신산스런 삶이 그려집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입양한 아이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던 구리하라가

생모인 히카리로부터 아이를 내놓거나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독자는 아이 또는 돈을 요구하는 히카리가 생모 히카리가 맞는지도 혼란스럽고,

맞다면 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 지금에 와서 그런 요구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출판사는 사회파 · 가족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소개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아침이 온다는 순수한 휴머니즘 소설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불임녀 구리하라의 심적 고통과 입양 결심 과정의 갈등이라든가

임신과 출산, 연인의 배신, 가족과 친지들의 싸늘한 시선을 겪다가

결국 막장이나 다름없는 차가운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10대 소녀 히카리의 혼란은

간결하지만 바늘 끝처럼 아프게 느껴지는 츠지무라 미즈키의 문장들 속에서

극단적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긴 합니다.

 

다만,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극성이 강한 작품인 건 맞는데,

솔직히 평가하자면 익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조라서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강렬한 한 방을 기대한 독자에겐 좀 심심하게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과 장르에 기대지 말고 극단적인 삶을 부여받은 두 여자의 이야기로 읽어야만

작가가 의도한 주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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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즌 - C. J. 박스 (최필원 옮김, 비채) | Book-외국 2017-12-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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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픈 시즌

C. J. 복스 저/최필원 역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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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해외다큐 채널에서 불법적인 수렵이나 낚시행위를 감시하는

제복 입은 자들을 팔로우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습니다.

제목에 Warden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복 입은 자들은 (방송이니까 그렇겠지만) 공정하고 단호하게 위법행위를 적발하며,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소중히 여기는 믿음직한 감시관들입니다.

위험한 현장 업무이다 보니 남녀를 불문하고 대체로 마초적인 캐릭터로 보이곤 했는데,

오픈 시즌의 주인공이자 와이오밍 주 새들스트링 지구의 수렵 감시관 조 피킷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전형적인 수렵 감시관과는 거리가 한참 먼 꽤 얌전한 인물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수렵 감시관이 되길 꿈꾼 타고난 자연주의자이며,

아내와 두 딸과의 소소한 행복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선한 인물입니다.

비록 사격솜씨는 형편없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박봉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천직이라는 신념 하나로 와이오밍의 대자연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연이은 살인사건과 영문 모를 상황들이 한꺼번에 닥칩니다.

자신과 악연이던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집 뒷마당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그를 조사하기 위해 정찰나간 사냥캠프에서는 예기치 못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과거 그의 멘토였던 자는 침체된 마을을 부활시킬 대규모 개발 사업을 언급하며

조에게 박봉의 수렵 감시관을 그만두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합류할 것을 권합니다.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과 박봉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갈등 때문에

조의 머리는 여러 갈래로 복잡해집니다.

그러던 중, 진실을 찾기 위해 살인사건 조사를 시작한 조에게 연이어 재앙이 몰려옵니다.

일과 가족 모두가 위태로워진 조는 위험을 무릅쓴 탐문 끝에

이 모든 일들이 결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합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읽어보니 이 작품의 장르를 에코 스릴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선한 수렵 감시관, 멸종위기종, 보호지를 개발해 이권을 챙기려는 세력 등의 소재만 봐도

왜 그런 장르로 분류됐는지, 또 대략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스릴러지 계몽극은 아닙니다.

아마 난개발을 막고 자연을 지키자는 주제가 과하게 부각됐다면

조 피킷 시리즈가 17편까지 출간됐을 리는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렵 감시관 주변에서 17편까지 출간될만한 사건이 계속 벌어졌다고?”라는 점은

저 역시도 무척 궁금한 점이지만 그건 후속작을 읽어봐야 답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저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광활한 대자연에 대한 세세한 묘사,

소심하지만 선하고 정의로운 조 피킷과 그의 개성 만점 가족들,

그리고 뻔한 듯 보이지만 결코 뻔하게 읽히지 않는 에코 스릴러로서의 매력 등

오픈 시즌은 그 나름의 미덕을 충분히 갖춘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시리즈 첫 편이다 보니 조 피킷의 캐릭터에 관한 설명이 많았고,

사건 역시 분량(300페이지)에 딱 맞게끔 비교적 단선적으로 전개돼서

어중간한 중편소설을 읽다 만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명탐정도 아니고 형사사건에 관해 조사할 수도 없는 일개수렵 감시관이라

행동에 의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꽤 많은 목숨이 날아간 사건임에도 범인의 욕망이 손에 잡힐 듯 읽히지 않았다는 점 등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 설정에 비해 몇몇 아쉬운 점이 남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시리즈가 17편까지 나왔다면 보통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부터 소개되기 마련인데

과감하게(?) 시리즈 첫 편부터 출간된 걸 보면 머잖아 후속작이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이고,

그렇다면 조 피킷이 점차 진짜 수렵 감시관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을 테니

첫 편에서 느낀 아쉬움도 조금씩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에코 스릴러라는, 어쩌면 장르 자체가 소재를 제한할 수도 있는 불리한 입장에서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조 피킷을 유능한 수렵 감시관이자 스릴러 주인공으로 성장시켜갈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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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장의 재판 - 박은우 (고즈넉이엔티) | Book-한국 2017-12-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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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청계산장의 재판

박은우 저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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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의 어느 밤. 경찰에 이상한 신고 전화가 줄을 잇는다.

자신의 딸이, 아들이, 친구가, 혹은 그 자신이 청계산의 어느 산장에서 인질이 되었다는 것.

경찰에 인질극 신고가 접수됨과 동시에 언론에도 같은 정보가 들어간다.

언론과 SNS로 시시각각 퍼져나가는 인질사건의 내막.

누군가 인질범의 총에 맞아 쓰러졌으며, 산장에는 3~40명의 남녀가 갇혀 있다.

경찰은 인질범과 첫 번째 통화에 성공하지만, 그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경찰이 현장 정리를 채 끝내기도 전에 취재 차량들이 몰려오고,

산장에서 벌어졌던 파티는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비윤리적인 가면 파티였다는 게 밝혀진다.

인질사건의 주범인 마스터’. 그가 인질극으로 정말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제목과 출판사의 소개글만 봐도 일단 개인의 복수를 다룬 작품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질들이 3~40명이나 되며, 가족과 언론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

그로 인해 복수극의 주범이 외진 산장에서 경찰에게 꼼짝없이 포위됐다는 점 등을 보면

흔히 봐온 일반적인 개인의 복수와는 뭔가 다른 위화감이 느껴지게 됩니다.

보통은 아주 조심스럽게, 철저한 준비와 설계 끝에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제목에 재판이란 말까지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이 인질극은 처음부터 대중에게 공개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산장에 모인 이들의 목적이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비윤리적인 가면 파티였다는 점은

대략 인질범과 인질들 사이의 관계나 사연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방에 스포일러가 널려있는 작품이라 더 이상 내용을 소개하기도 어렵고,

결국 두루뭉술한 인상비평 이상의 서평을 쓰기가 어렵지만

간단하게 이 작품의 미덕과 아쉬운 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페이지가 무척 잘 넘어갑니다.

메인 스토리와 무관해 보이는 프롤로그와 후반의 회상 장면을 제외하곤

대부분 시간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전개 역시 통상적인 인질극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불필요한 구석 없이 간결하고 탄탄한 문장들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크고 작은 장치들이 잘 배치돼있어서 금세 읽히는 작품입니다.

 

외진 산장에서 인질 재판을 통해 사적 복수를 벌인다는 기본 설정도 비교적 단순하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 최초의 계기 역시 미스터리 소재로선 그리 새롭지 않지만,

범행 준비 - 실행 과정 완벽한 마무리의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빈틈없이 촘촘하고 정교해서

단선적이거나 지루하긴커녕 초반의 의문 이 분량을 뭘로 다 채우나? - 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그 외에도, 앞서 깔아놓은 복선이나 단서들은 남김없이 깔끔하게 잘 회수됐고,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던 대목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이 나중에 선명하게 설명됩니다.

우연까지 내다본 범인의 치밀한 계획도, 그 계획을 간파하는 경찰의 뛰어난 추리도

독자들의 뒤통수를 (세진 않아도) 여러 차례 기분 좋게 두드려대곤 합니다.

, 범인, 인질, 가족, 경찰, 언론 등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와 역할이 선명해서

크게 혼란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분배받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결정적인 아쉬움 때문에 별 5개를 주지 못했는데,

그것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을 증발시킨 범인의 무한 능력입니다.

사실, ‘개인의 복수라는 소재가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미덕은 현실감입니다.

법 집행은 말할 것도 없고 진실을 찾기 위한 그 어떤 행위도 허용받지 못하는 평범한 개인이

온갖 위험과 고비를 무릅쓰고 진실을 알아낸 뒤 자기만의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은

누가 봐도 그럴 듯한 리얼리티를 담고 있어야 공감의 폭이 커지는 법인데,

이 작품의 범인은 (좀 과한 비유지만) 거의 ‘MI6의 톰 크루즈에 버금가는 캐릭터에,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할리우드 액션물의 기시감까지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은 범인과 같은 처지에 놓여도 복수는 꿈도 못 꾸겠군.”이라는,

, ‘허황된 남의 이야기란 위화감과 비현실감 같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개인의 복수라는 소재의 가장 큰 미덕이 막판에 힘을 잃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한 명을 만난 반가움은 충분히 컸습니다.

2017년에 처음 만난 박성신(3의 남자), 도선우(저스티스맨), 김희재(소실점) 등과 함께

후속작이 기대되는 한국작가 목록에 반드시 올려놓아야 할 이름이란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소설보다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진가를 발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콘텐츠진흥원 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이니만큼 곧 영상화 소식이 들릴 수도 있을 텐데

스크린에서 청계산장의 재판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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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 나카야마 시치리 (김윤수 옮김, 북로드) ★★★★☆ | Book-일본 2017-12-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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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저/김윤수 역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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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 13층 쇠갈고리에 매달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

그 옆에는 마치 아이가 쓴 듯한 쪽지가 남겨져 있다.

전대미문의 엽기적 범행에 경찰이 허둥거리는 사이,

이번에는 차 트렁크에서 으깨진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마치 개구리를 잡듯 사람을 사냥하는 범인에게 불안에 떠는 언론과 대중은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 ● ●

 

나카야마 시치리는 2014살인마 잭의 고백이란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장기가 사라진 채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들이 연이어 발견되는 사건을 다룬 그 작품은

제목만큼이나 리얼한 잔혹 묘사와 장기이식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한 새로운 시각 때문에

그 해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 중 꽤 기억에 남은 작품이 됐습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외형상으로는 살인마 잭의 고백과 동류항의 작품입니다.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등의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살인범의 행각은 장기 훼손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잔인하게 이뤄지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묘사로 그 과정을 꼼꼼하게(?) 그립니다.

(개인적으로 잔혹한 묘사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꽤 여러 번 속이 불편해지는 걸 느낄 정도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문장들은 일부 독자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 심신상실자 혹은 정신이상자의 범죄, 사적 복수, 매스컴의 폐해 등 사회적 이슈는 물론

신참 경찰의 성장기를 통한 경찰의 정의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약간은 설명적이거나 선언적인 방식으로 여러 주제를 강조한 탓에

살짝 산만해지거나 현학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끔찍한 연쇄살인마를 쫓는 주인공은 사이타마 현경의 신참경찰 고테가와 가즈야입니다.

(‘살인마 잭의 고백에도 고테가와가 등장하는데, 그 작품에선 관할서 경찰로 나옵니다.

다만, 둘이 같은 인물인지, 이름만 같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큰 공을 세우려는 공명심과 성실한 정의감을 겸비했지만 아직 서툰 점이 많은 고테가와는

과학수사의 시대에 전통적인 직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괴짜 반장 와타세와 콤비를 이룹니다.

늘 와타세에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조금씩 진짜 경찰로 성장해가는 고테가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이기도 합니다.

 

고테가와는 대반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자신의 창조주 나카야마 시치리 덕분에

후반부에 이르러 거듭되는 반전을 맛보게 됩니다.

끝났나 싶으면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고, 또 끝났나 싶으면 여지없이 뒤통수를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테가와의 몸은 거의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망가지는데

그야말로 고테가와가 불쌍해서라도 이제 그만 끝내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고테가와가 겪는 반전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남은 분량만 보고 몇 페이지 안 남았으니 이제 마무리겠군.’이라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됩니다.

 

여러 주제가 등장하긴 하지만 핵심은 과연 심신 상실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는가?’입니다.

그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이 작품을 사이코 미스터리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연약하고 위험한지를

막판의 연이은 반전을 통해 강렬하게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 심신 상실은 타고나는 것인가? 조작될 수 있는 것인가? 완치될 수 있는 것인가?

사회적으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것인가? 등의 문제가 선명하게 제기됩니다.

, 비슷한 주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들의 명료한 엔딩과 달리

나카야마 시치리는 독자 스스로 이 주제에 관해 고민할 수 있게끔 독특한 엔딩을 취합니다.

독자에 따라 ‘So What?’ 또는 누구를 미워하란 말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듭된 반전과 독특한 엔딩이 주제와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이란 생각입니다.

 

2014살인마 잭의 고백이후 소식이 없던 나카야마 시치리였지만,

2017년에만 무려 4편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작품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대로 법의학 시리즈, 변호사 시리즈 등이 한꺼번에 출간됐는데,

저와는 궁합이 딱 맞는 작가라곤 할 수 없지만,

안정적이고 무난하기보다는 럭비공처럼 튀는 매력이 강렬한 작가임엔 틀림없어서

나머지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저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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