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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 스티븐 킹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 | Book-외국 2017-07-3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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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엔드 오브 왓치

스티븐 킹 저/이은선 역
황금가지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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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과거, 메르세데스 킬러의 차량 테러로 인해 전신이 마비된 여성 마틴 스토버가 살해된다.

피의자는 처지를 비관한 그녀의 어머니로 추정되며, 어머니 역시 자살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문의 Z라는 글자와 고장난 휴대용 게임기가 발견된다.

호지스는 본능적으로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와의 연관성을 찾지만,

그는 뇌를 다친 '무뇌인간'인 채로 병동에 보호감호된 처지이다.

누구도 브래디와의 연관성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시 자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게임기가 연쇄 자살과 연관되어 있고, 이 끝에는 브래디라는 실체가 있을 거라 믿는 호지스.

그러나 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췌장암 말기 판정으로 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

호지스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통증과 싸우며,

또다시 벌어질 대규모 자살 도미노의 계획의 중심부로 다가선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빌 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임무 종료를 뜻하는 ‘End of Watch’라는 원제처럼 이 작품은 빌 호지스의 마지막 사건이자,

3부작 중 1부인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미치광이 킬러 브래디와의 마지막 대결을 다룹니다.

 

1부에서 육중한 메르세데스 벤츠로 거리의 군중들을 깔아뭉갰던 사이코패스 브래디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수천 명의 목숨을 날려버릴 콘서트 장 테러를 기도했다가

호지스를 비롯한 주인공들에게 저지당하면서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됩니다.

2파인더스 키퍼스는 브래디와는 무관한 사건을 다뤘지만,

그 작품에서도 호지스는 특별병동에 갇힌 무의식 상태의 브래디를 찾아가곤 합니다.

무뇌 상태라도 살아있는 브래디는 호지스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3엔드 오브 왓치는 호지스의 우려대로 극적으로 부활한(?) 브래디가

천재적인 컴퓨터 재능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통해

대량 살상과 호지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빌 호지스 3부작은 스티븐 킹의 첫 탐정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편에 이르러 스티븐 킹은 자신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호지스와 그의 파트너 홀리의 수사과정은 지극히 사실적인 탐정 미스터리의 서사를 따르지만,

뇌손상으로 입원한 상태에서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브래디의 살인 기법은

스티븐 킹의 명작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호러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가 조종한 끝에 자살로 이끄는 능력을 발휘하는 브래디는

주인공에게 악마적 기운을 투사하여 아내와 아들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샤이닝속의 오버룩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버룩 호텔이 환청과도 같은 목소리를 통해 주인공의 마음을 조종했듯,

브래디는 컴퓨터와 게임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조종하여 자살을 이끌어냅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엔드 오브 왓치

탐정 미스터리보다는 샤이닝류의 서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부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엔드 오브 왓치를 제대로 음미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호지스와 브래디의 악연, 매력적인 여주인공 홀리의 전사(前史)와 트라우마,

, 브래디의 천재적인 능력과 사이코패스로서의 광기 등을 알고 있어야

엔드 오브 왓치의 중요한 대목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 서사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은

브래디의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읽으며 크게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말이 돼?”라고 거부하는 순간 뒷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긴, 주인공인 호지스와 홀리조차 자신들이 파악한 브래디의 살인 기법에 대해

어느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으니,

독자들 역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서 꽤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라면

브래디의 엄청난 능력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재앙에 가까운 연쇄자살사건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읽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혹시 이 작품으로 빌 호지스 3부작을 처음 만났거나

아예 이 작품이 스티븐 킹과의 첫 만남인 독자라면 (그래서 당혹감만 남은 독자라면),

미스터 메르세데스샤이닝을 읽어본 뒤 재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퇴직 노형사 빌 호지스의 임무 종료를 지켜보는 일은 너무 아쉬웠지만,

브래디와의 마지막 대결을 통해 임무를 마친 호지스의 형사로서의 삶은

어쩌면 그에게는 가장 명예롭고 자부심 넘치는 대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지스의 임무를 종료시킨 스티븐 킹이 또다시 탐정 미스터리에 도전할지도 궁금하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가 탄생할지도 궁금합니다.

호지스의 파트너였던 홀리 기브니가 그 자리를 꿰차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저만의 욕심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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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 B. A. 패리스 (이수영 옮김, 아르테) | Book-외국 2017-07-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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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저/이수영 역
arte(아르테) | 2017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완벽한 남편, 완벽한 결혼, 그리고 완벽한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내 남편은 공포의 냄새를 즐기는 사이코패스였다.”

 

별도의 줄거리 정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야기 전체를 한눈에 짐작하게 하는 카피입니다.

노골적으로 음습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제목까지 감안하면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느껴져서 얼른 손에 집어들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호평을 받았던 나를 찾아줘걸 온 더 트레인역시 재미는 있었지만

읽는 내내 마음 한쪽에 돌덩어리를 얹어놓은 것처럼 거북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 ● ●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한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 잭 앤젤은

가는 곳마다 여자들의 눈길을 끄는 완벽한 남자입니다.

그런 그가 지극히 평범한 여자 그레이스에게 호의를 베풀며 다가옵니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여동생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잭에게 반한 그레이스는

그의 구애와 청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행복은 결혼식을 마친 그날 밤부터 악몽으로 변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로 보이지만,

그레이스는 감금된 채 사육 당하는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상대가 느끼는 공포와 상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에서 희열을 느끼는 잭은

그레이스는 물론 그녀의 여동생까지 손아귀에 넣을 계획을 세웁니다.

 

● ● ●

 

예상대로 불편함재미가 함께 섞여있는 작품입니다.

상대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완벽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악마 같은 잭의 행동도,

그런 잭에게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며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그레이스의 처지도,

한편으론 불편함을, 한편으론 재미를 주는 대목입니다.

 

작가는 그레이스가 반격을 꿈꾸는 중후반에 이를 때까지

잭과 그레이스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거의 돌직구처럼 독자에게 던집니다.

자기 의지를 완벽하게 박탈당한 그레이스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은 물론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 잭의 뜻대로 따라야만 했고,

조금이라도 저항했다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 기약 없이 감금됩니다.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완벽한 젠틀맨이자 유능한 가정폭력 전문변호사로 인정받은 잭이

그레이스의 겁에 질린 비명과 가쁜 호흡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로 변신하는 과정은

분노와 함께 소름까지 돋게 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이렇듯, 워낙 세고 독한 이야기들이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탓에

독자에 따라 불편함 이상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잭에게는 큰 위기가 없고, 그레이스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니

이야기 전개에 눈에 띄는 큰 굴곡이 없어 보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또한,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누군가가 타인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물리적 폭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공포심만으로 희열을 느낀다는 게 가능할까?

왜 하필 잭은 그레이스를 택했을까? 왜 그레이스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 라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해답이 제시되는 의문도 있지만, 끝까지 의문부호가 남는 의문도 있습니다.

신에 가까운 잭의 통제력이라든가, 타인의 공포심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기질은

아무리 픽션이긴 해도 독자를 100% 공감시키기는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간결한 문장, 현실감 있는 조연들 덕분에 페이지는 빨리 넘어갑니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그레이스가 반격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장면은

기대만큼 신선하거나 충격적이진 않지만 긴장감이 잘 살아있는 클라이맥스를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분량을 늘려서라도 클라이맥스에서 엔딩까지가 좀더 디테일하게 그려졌다면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라든가 독자들의 카타르시스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일부 챕터라도 잭의 시점에서 그려진 내용이 있었다면

타인의 공포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300페이지를 갓 넘기는 분량이 여러 모로 아쉽게 보였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이코패스들이 날뛰는 시대를 살다 보니,

어쩌면 선한 이웃이라 생각한 자들 가운데 잭의 아류들이 여럿 섞여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든, 학습된 사이코패스든 잭 같은 악마적 존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멀쩡한 정신으로 세상을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설이지만 영상이 저절로 떠오르는 부분이 많아서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잭의 공포가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마침 판권도 팔렸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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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 피터 스완슨 (노진선 옮김, 푸른숲) | Book-외국 2017-07-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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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푸른숲 | 2017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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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스트로 꼽았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지만,

실은 이 작품은 피터 스완슨이 작가로서 이름을 처음 알린 데뷔작입니다.

전작처럼 독특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원제는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번역 제목이 무척 잘 지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전개됩니다.

18, 대학 신입생 시절의 조지 포스와 그녀의 이야기가 한 축이고,

40대를 바라보는 중년에 이른 조지 포스와 그녀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입니다.

그녀에겐 오드리 벡, 리아나 덱터, 제인 번이라는 3개의 이름이 있습니다.

3개의 이름은 소설 속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때 얘기고,

소설 밖의 삶에서는 도대체 몇 개의 이름을 더 가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 ● ●

 

조지는 신입생 시절 짧지만 불같은 사랑을 나눴던 리아나와 20년 만에 재회합니다.

무력한 중년의 삶에 지쳐가던 조지에게 리아나와의 재회는 가슴 떨리는 절정감을 전해줍니다.

그는 20년 전 경찰에게 쫓기다가 홀연히 사라진 리아나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든 그녀와 우연히라도 마주치기를 고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녀가 암울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꽤나 곤혹스러운 부탁을 합니다.

자신이 훔쳤던 거부(巨富)의 돈을 돌려주고 싶은데 너무 무서우니 대신 전해달라는 것입니다.

조지는 불온한 기운을 느꼈지만 결국 리아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녀와 다시 한 번 불꽃같은 사랑을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조지의 설렘 가득한 기대는 얼마 못가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리아나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 ● ●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란 제목을 굳이 풀어서 써보면,

사랑을 앞세워 상대방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사람정도가 될까요?

여주인공 리아나 또는 오드리 또는 제인은 액면대로만 보면 타고난 악녀이자

아낌없이, 또 끝없이 상대를 빼앗고 이용하는 악당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입니다.

반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주인공 조지는 가련하다 못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독자는 이런 일방적 감정 외에 또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가 리아나라면 아낌없이 빼앗아서라도 저주받은 숙명에서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

내가 조지라도 아낌없이 빼앗길망정 결코 리아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감정은 작가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을 때도 느낄 수 있었는데,

분명 성격은 다르지만 리아나는 어딘가 죽여 마땅한~’의 여주인공 릴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기꺼이 죽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다면,

리아나는 명백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거나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릴리가 제발 붙잡히지 말았으면이라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리아나는 잡히긴 잡혀야 되는데, 한편으론 안 잡혔으면 하는양가적인 감정을 일으킵니다.

 

아무튼...

늘 이번까지만, 하면서도 조지는 내내 리아나의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에 끌려 다닙니다.

심지어, 리아나를 쫓는 미지의 험상궂은 인물에게 협박당하고 폭행당하는 것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리아나 때문에

경찰에게 의심까지 받게 되는 등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빠집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종잡을 수 없는 리아나로 인해 지독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조지는 끝까지 리아나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지에게 주어진 엔딩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사실, 조지 입장에서 보자면 이 작품의 제목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돼야겠죠.

18살 신입생 시절에도 그랬고, 마흔이 다 된 지금도 조지는 한결 같습니다.

리아나가 자기 앞에 나타날 때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폭력이 난무하는데도 말입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삐딱한 반응이 당연한 일이지만,

작가는 그런 조지를 충분히 이해가 되는 캐릭터로 잘 포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악녀와 순정남이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를 바라게 만듭니다.

참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인데, 그 이해하기 힘든 대목 때문에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제대로 된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 묵직한 장편이 아니라서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무척 즐거운 책읽기였습니다.

중편에 가까운 분량이라 금세 읽히기도 하고,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피터 스완슨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조지의 뒷이야기든, 릴리의 뒷이야기든, 새 인물의 새 이야기든

얼른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 출간되기를 벌써부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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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제니 롱느뷔 (박여명 옮김, 한스미디어) | Book-외국 2017-07-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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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니 롱느뷔 저/박여명 역
한스미디어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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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출간 전 한스미디어에서 제공받은 가제본 상태로 읽은 작품입니다.)

 

제니 롱느뷔는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신인 작가입니다.

1974년생이니 이른 데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력이 무척 독특한 작가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입양됐고, 가수로서 마이클 잭슨과 무대에 선 적도 있는 그녀는

범죄학을 전공한 뒤 스톡홀름 경찰청에서 수사관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경력만 보면 이웃나라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레오나의 주인공 레오나 린드베리는 스웨덴 강력범죄수사팀의 유능한 요원입니다.

레오나는 상부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독립군이자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의 탁월한 능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오나는 꽤나 불행한 성장을 겪었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남편과의 불안정한 결혼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엄마로서의 자괴감,

그리고 지긋지긋한 현재의 삶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에 휩싸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희대의 은행 강도사건을 맡게 됩니다.

온몸이 피범벅인 벌거벗은 7살 여자아이가 곰 인형을 든 채 은행에 나타나선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가 다친다.”는 협박범의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플레이시킵니다.

겁에 질린 은행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소녀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행여 아이가 다칠까봐 다가가지도, 도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앞에서 벌어진 기이한 은행 강도 상황을 공포에 질린 채 지켜보기만 합니다.

 

수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레오나는 의문의 쪽지를 전달받습니다.

거기엔, “그리고 당신이 알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라는 유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문제는 마치 아무도 모르게 레오나만이 그 메모를 보게 하려는 것 같은 제보자의 의도입니다.

그리고 그 제보자가 들이민 몇 장의 사진을 본 순간 레오나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제가 정리한 줄거리는 이 작품의 108페이지까지의 내용입니다.

본문 전체가 490페이지인데 여기까지밖에 소개를 못 하는 것은 스포일러 때문입니다.

나머지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메인 스토리를 굳이 공개 못할 것도 없지만,

108페이지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파격적으로 변주되기 때문인데,

레오나가 평범한 범인 찾기 스릴러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신인작가의 데뷔작이지만 스릴러로서, ,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을 다룬 소설로서

레오나는 고른 미덕을 갖춘 작품입니다.

워낙 독특한 설정이지만 확장성을 지닌 스릴러는 계속 진화하고 변주되고 성장합니다.

서브 사건으로 전개되는 관료들의 성매매 사건과 그를 취재하는 집요한 기자의 에피소드는

자연스럽게 레오나와 연결되면서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경찰 내부의 갈등과 관료적 행태를 비판한 부분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잘 녹아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덕분에 마지막 장까지 독자는 안심할 수 없게 됩니다.

 

형사로서는 유능하지만, 아내이자 엄마로서 불안정한 일상을 살아가는 레오나가

성장기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의미도 없고 목표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다분히 픽션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동정심을, 때로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독자들은 읽는 내내 레오나의 심리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하긴 어렵지만,

아마 그 감정이야말로 페이지를 넘기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AUSTCRIME.COM“whohow가 아닌 why에 집중하는 심리 스릴러라는 평가 역시

그런 맥락의 산물일 것입니다.

 

다만, 독자에 따라 레오나에게 너무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묘사가 과도하고 지루하게 읽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데뷔작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작가의 과욕(?)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있고,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약간의 무리수를 동원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보다는 대체로 괜찮았다는 평가가 많을 듯 한데,

그건 레오나가 정식 출간된 뒤에 다른 분들의 서평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애초 3부작으로 기획된 탓에 확실하고 깔끔한 마무리 대신

‘To be continued’ 엔딩으로 마무리 된 점은 독자로선 무척 아쉬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히 심어놓은 대목이라는 생각입니다.

북유럽 신인의 데뷔작이 연착륙을 통해 후속작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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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디온 메이어 (서효령 옮김, 아르테) ★★★☆ | Book-외국 2017-07-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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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닉스

디온 메이어 저/서효령 역
arte(아르테)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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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온 메이어는 오리온’, ‘악마의 산을 통해 익숙해진 남아공의 스릴러 작가입니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의 잔재, 월드컵 개최 덕분에 각인된 현대적인 이미지,

그리고 역시 그래도 아프리카의 나라라는 원시성 혹은 야성의 기운 등

남아공에 대한 인식은 제겐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요소들의 복합체입니다.

앞서 읽은 디온 메이어의 작품들은 남아공의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저변에 깔아놓았는데,

페닉스역시 두 개의 사건 - 은행강도와 연쇄살인 속에

남아공의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사회적, 인종적 숙제들을 녹여놓은 작품입니다.

 

페닉스가 눈길을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온 메이어의 대표 캐릭터인 형사 베니 그리설의 프리퀄 스토리이면서,

그의 멘토인 맷 주버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가정까지 파괴할 정도로 대책 없는 알코올 중독자인 베니 그리설의 전사(前史)가 궁금했고,

그런 문제 형사를 훌륭히 키워낸 멘토가 누군지도 궁금했는데,

예상과 달리 베니 그리설의 멘토 역시 꽤나 문제적 캐릭터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맷 주버트는 경찰 동료이자 아내였던 라라가 임무수행 중 피살된 뒤로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폐허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34살이란 나이에 비만을 비롯한 온갖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지독한 헤비 스모커로 언제 어디서든 담배를 입에 물고 사는 인물입니다.

오리온의 주인공 판 헤이르던이 극심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초보 사립탐정이었고,

악마의 산의 주인공 베니 그리설이 앞서 언급한대로 최악의 알코올 중독자인 걸 보면

작가가 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하는 면에서 꽤나 악취미를 지닌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맷은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맡음과 동시에 상사의 지시로 심리 상담까지 받게 되는데

사건은 미궁을 헤맬 뿐이고, 심리 상담은 연애감정까지 뒤섞이면서 그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어렵게 피살자들 간의 공통점을 찾아낸 맷은 끝내 범인을 특정하게 되지만

그가 찾아낸 범인의 범행 동기는 너무나 참혹하고 비극적인 과거에 기인하고 있는 탓에

맷은 자신이 찾아낸 연쇄살인의 진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앞서 읽은 디온 메이어의 두 작품에 대한 저의 평은 모두 별 4개였습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재미는 있는데, 확 잡아끄는 매력은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페닉스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0.5개가 더 줄어든 이유는

구성이 너무 단조롭고, 형사로서의 맷의 능력과 매력이 기대 이하였으며,

마지막에 밝혀진 사건의 진실이 일부는 억지, 일부는 상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460페이지의 분량임에도, 대부분의 내용은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 묘사에 할애됩니다.

그러다가 엔딩을 얼마 안 남겨놓고 정말 사소한 곳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냅니다.

(나중에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극적 긴장감을 유발할 만한 유력한 용의자도 없었고,

맷의 수사를 위기로 몰고 갈만한 경찰 내부의 갈등이나 알력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업다운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다 마지막 한 방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사건은 계속 벌어지지만, 맷과 형사들은 현장을 조사하거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뿐입니다.

단서도 없고, 희생자 간의 연관성도 찾지 못하니 맷이 추리할 여지가 없습니다.

오히려 맷은 다이어트를 위해 수영장을 가고, 심리상담가와의 연애를 꿈꾸고,

죽은 아내 라라의 악몽에 시달리거나, 금연에 대해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유족들을 탐문하면서 미약한 단서라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게 형사로서 맷이 한 일의 전부입니다.

 

마지막에 드러난 진실에 관해서는 스포일러라 자세한 언급은 안 하겠지만,

, 그랬구나!’라는 감탄사와는 거리가 먼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느낌밖에 주지 못했고,

좀 안이해 보일 정도로 상투적인 과거사를 설정한 탓에

독자들이 흥분할 여지를 작가 스스로 감소시켰다는 정도로만 설명하겠습니다.

 

더불어, 나름 기대했던 베니 그리설의 프리퀄 역시 그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외엔

요양원에서 치료받는 내용과 소소한 은행강도사건을 너무 쉽게 해결한 것이 전부입니다.

멘토인 맷 주버트와의 인연도 피상적인 만남 외엔 특별히 그려진 내용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전작에서 꽤 괜찮았던 디온 메이어의 필력이 페닉스에서 발휘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제 나름대로 두 가지 정도 추정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첫 번째 추정은, ‘페닉스가 디온 메이어의 데뷔작이란 점입니다.

그의 대표 캐릭터 베니 그리설의 프리퀄이라고 해서 당연히 뒤늦게 출간된 줄 알았는데,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의 이력을 보니 페닉스가 첫 장편이더군요.

그런 점에서 보면, 조금은 허술한 구성과 캐릭터 설정이 이해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약간 억측에 가까운 두 번째 추정은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디온 메이어의 작품은 페닉스까지 모두 다섯 권이 출간됐는데 각 작품의 번역자를 보면,

오리온-강주헌, 프로테우스-이승재, 악마의 산/13시간-송섬별, 페닉스-서효령입니다.

같은 원작자의 작품인데 (출판사도 같은 곳이고) 매번 번역자가 달라진다면

아무래도 원작자 특유의 문장의 맛이 일관성을 얻기 힘들지 않을까요?

, 디온 메이어가 한번 읽어선 이해가 쉽지 않은 문학성 강한 문장들을 종종 구사하긴 해도,

앞선 작품들에서는 큰 거부감이나 난독의 경우가 드물었지만,

페닉스에서는 분명 거듭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대목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든, 작품 자체의 문제 때문이든,

기다렸던 디온 메이어의 신작 치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꼭 읽어야지 하면서도 방치해뒀던 프로테우스‘13시간을 통해

페닉스의 아쉬움을 털어내도록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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