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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타깃 - 마크 그리니 (최필원 옮김, 펄스) | Book-외국 2018-12-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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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온 타깃

마크 그리니 저/최필원 역
펄스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2015년에 출간된 그레이맨의 후속작입니다.

CIA 특수임무국 출신인 코트 젠트리는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전설의 킬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해있던 CIA를 비롯 무수한 조직의 제거 명단에 올라 있어

단 하루도 평온한 날을 보내지 못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전작인 그레이맨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거물급 의뢰인과 결별한 그는

현재는 러시아의 무기 딜러 시도렌코와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그레이맨때 쓴 서평에서 코트 젠트리의 캐릭터를 정리한 대목을 인용해보면,

냉혈동물 같은 킬러이면서도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언제라도 자신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인간미와 정의감입니다.

그는 아무리 큰돈이 걸려있더라도 명백한 악이 아니라면 일을 맡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의감 하나 때문에 무모해보일 정도의 상황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코트 젠트리의 이런 캐릭터는 이번 작품에서 그를 더욱 곤란한 처지로 이끕니다.

시도렌코로부터 대량학살의 주범인 수단 대통령 암살을 의뢰받은 코트는

그와 동시에 CIA로부터 수단 대통령의 납치를 지시받습니다.

CIA는 이 미션만 성공하면 그에 대한 제거 명령을 취소하겠다는 조건을 내거는데,

코트로서는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하지만 러시아 의뢰인을 배신해야 하는 조건이기에

꽤나 긴 고민 끝에 나름의 절충안을 세우곤 수단에 잠입합니다.

하지만 코트는 미션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태,

즉 자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 국제형사재판소 조사관 엘렌을 구하려다 큰 난관에 봉착합니다.

말하자면, 미션도 중요하지만 도저히 그녀를 버릴 수 없었던 코트는

수차례 위기를 넘긴 뒤에야 겨우 원래 미션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정의감이 이 모든 고초를 초래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에서는

오랜만에 코트의 진면목을 만난 것 같아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무튼...

이후 코트는 지원군이 된 CIA의 전 동료들과 대통령 납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겨우 미션을 완수하는가 싶지만,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CIA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수단의 참혹한 내전과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지켜본 코트는

또 다시 특유의 인간미와 정의감을 앞세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그 순간부터 그는 적과 아군에게 모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CIA가 등장하고, 대통령을 납치해야 되고, 거듭되는 총격전이 벌어지다 보니

꽤 두툼한 분량임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페이지는 잘 넘어갑니다.

코트와 전 CIA 동료들 간의 갈등과 협력도 팽팽하게 전개되고,

전설적인 킬러이자 슈퍼 히어로인 코트의 불사신 같은 능력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 작가 스스로 꽤나 고된 발품을 팔아 자료조사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덕분에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인 그레이맨에 비해 아쉬운 점이 더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 납치 과정이 밋밋했던 점인데,

납치와 살해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개의 요구 때문에 갈등에 휩싸였던 초반과 달리

막상 현장에 진입한 이후의 코트는 거의 살상용 무기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레이맨에서는 주인공의 액션과 고뇌가 잘 버무려진 본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수많은 킬러들에게 쫓기는 가운데 코트가 배신과 반전, 고뇌와 갈등을 겪는 그레이맨에 비해

온 타깃의 경우 화려하긴 해도 평범한 총격전 외엔 코트의 고뇌는 엿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강대국의 이해관계 따위엔 관심 없이 자신이 믿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후반부의 코트는

살상용 무기를 넘어 주인공다운 포스를 발휘하긴 하지만 분량도, 깊이도 아쉽게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코트의 미션의 전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영화나 게임이나 소설을 통해 너무 익숙해진 서사 이상을 만끽하긴 어려웠습니다.

액션 스릴러의 주인공은 싸움은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갖고 있어야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족으로...

전작인 그레이맨에서도 적잖은 오타와 무수한 띄어쓰기 오류를 지적한 적 있는데,

온 타깃역시 그런 점이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내용만 보면 별 4개가 적당했지만 무성의한 편집 때문에 별 1개를 덜어내기로 했습니다.

출판 시스템을 잘 모르긴 하지만 오타와 오류를 걸러내는 장치는 출판의 필수 아닌가요?

게으름인지 배짱인지 무지의 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출판물의 오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출판사의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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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 앤서니 호로비츠 (이은선 옮김, 열린책들) ★★★★☆ | Book-외국 2018-12-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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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저/이은선 역
열린책들 | 2018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는 인기 추리소설가의 신작 초고를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50년대 영국의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대저택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뤘는데,

문제는 명탐정의 수사가 한창 펼쳐지다 결정적인 대목에서 원고가 뚝 끊겼다는 점.

어찌 된 일인지 상사에게 연락한 그녀는 작가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어떻게든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수전은 원고 뒷부분을 찾아 나서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의 죽음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수전은 사라진 원고를 찾던 편집자에서 작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탐정으로 변신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읽을까, 말까 꽤 오래 고민했던 작품입니다.

노골적인 고전적 제목에,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이 제일 큰 이유였는데,

일본에서 발표된 각종 미스터리 랭킹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에

마음을 고쳐먹고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방대한 분량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엔 두 개의 사건, 그러니까 따로 분리할 수도 있는 두 작품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인기 추리소설가 앨런 콘웨이가 집필한 소설 속의 의문의 죽음들이고,

또 하나는 현실에서 벌어진 인기 추리소설가 앨런 콘웨이 본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입니다.

620여 페이지 중 절반 정도가 앨런이 쓴 미완성 소설 원고, 소설 속 소설이고,

나머지는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가 사라진 마지막 챕터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탐문하는 동시에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소설가의 죽음의 진실을 캐는 내용입니다.

 

독자의 흥미를 발동시키는 대목은 소설 속 인물, 사건, 설정

현실 속 작가 앨런 콘웨이의 그것들과 신기하리만치 접점이 많다는 점입니다.

사라진 원고를 찾아 앨런의 저택을 방문하고 주변 인물들을 만나던 수전은

앨런이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은 물론 인물 설정까지 실제 현실을 반영한 사실을 눈치 챕니다.

문제는,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가 아니라, 다소 냉소적이고 비아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 소설에서 등장인물 모두를 동기가 충분한 용의자로 그린 것과 마찬가지로

앨런 본인 역시 사방에 살의를 가진 적들을 양산해왔다는 점에서

수전은 앨런의 죽음이 공식발표(시한부 삶을 비관한 자살)와는 거리가 멀다고 확신합니다.

 

결국 사라진 원고를 찾으려던 수전의 행보는 본의 아니게 탐정의 수사로 전환됐고,

앨런 주변의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물론 수전의 수사에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는 앨런이 쓴 미완성 소설입니다.

소설 속 인물이나 사건을 현실과 대비시켜가며 진행하는 수전의 수사는

때론 소설과 현실을 헷갈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단서들과 운명적 상황이 조합되며 수전은 진실을 얻어내고 맙니다.

 

사라진 원고 속 범인은 누구일까?’, ‘현실 속 작가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팽팽한 미스터리의 힘은 방대한 분량의 부담을 충분히 상쇄합니다.

물론 ‘500페이지면 충분했다라는 분량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별 0.5개를 뺀 건 맞지만

읽기도 전부터 느꼈던 부담감에 비하면 어느 정도는 감당할 하다는 생각입니다.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소설과 현실을 교묘히 연결시켜가며

수많은 인물과 복잡한 상황을 직조한 작가의 설계는 말 그대로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각 인물마다 과거사, 갈등, 탐욕, 죽은 자와의 관계 등을 꼼꼼하게 설정함으로써

(소설과 현실 모두에서) 누가 범인이라 해도 전혀 억지스럽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등장인물 대부분을 유력한 용의자 후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 대목에서는

이 작가가 살인을 저지른다면 누구도 해결 못하겠군.’이란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습니다.

 

고전의 맛과 현대물의 매력을 담은 내용만큼이나 구성의 절묘함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

일본 미스터리 랭킹에서 4관왕을 획득한 이력이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작품 전반에 걸친 다소 만연체에 가까운 느슨함은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진 독자에게는 강추,

속도감과 잔혹함을 미스터리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독자에게는 반반 정도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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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유리 - 마쓰모토 세이초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 Book-일본 2018-12-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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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란한 유리

마쓰모토 세이초 저/이규원 역
북스피어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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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소재로 한 연작단편집입니다.

모두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단편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2부작인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다이아몬드 반지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들을 다루지 않았을까, 예상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 반지의 소유자들이 겪은 사건들을 다뤘을 뿐

반지 자체가 이야기의 발단 혹은 사건의 동기로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완벽한 무결점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희귀하고 고가인 물건의 소유자들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탄광 부자, 넓은 땅을 소유한 부농, 정계출신의 기업회장, 군납비리로 부를 축적한 자 등

구매자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많은 돈을 움켜쥔 자들이고,

그들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 받은 자들은 금수저든 게이샤든 욕정의 대상이든

역시 평범하지 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일본의 패전을 전후로 한 시기이다 보니

부유층, 탐욕과 집착, 살인이라는 코드들이 날것 가까운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데,

미스터리 자체가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고 충격적인 반전을 지니지도 않았지만

혼돈으로 가득 찬 아날로그적인 시대상 덕분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백제의 풀도망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근무했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들입니다.

물론 일본인의 관점에서 기술된 조선의 사찰이나 거리의 풍경은 불편했던 게 사실이지만

패전 직전 조선 내 일본인들의 탐욕과 이기심이라든가 생존을 위한 권모술수 등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위기감은 가장 매력적인 작품들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에겐 다소 심심하게 읽힐 수 있지만

패전 전후의 시대상이라든가 탐욕 또는 정열 같은 인간의 민낯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출퇴근길이나 여행길에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단편집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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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 안드레아스 그루버 (송경은 옮김, 북로드) ★★★★☆ | Book-외국 2018-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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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음의 론도

안드레아스 그루버 저/송경은 역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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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범죄수사국 수사관과 그 가족들이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자비네 네메즈는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모호한 정황 속에서 연이어 희생자가 등장하고

, 그들 모두 과거 마약전담반과 연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더 이상은 진척이 없자

9개월 전 불의의 사고로 정직을 당한 스승이자 파트너인 마르틴 S. 슈나이더를 찾아간다.

하지만 슈나이더는 과거는 묻어두라며 즉시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말만 남긴다.

전보다 더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슈나이더에게 격분한 자비네는

결국 동료인 티나와 함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 ● ●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슈나이더 시리즈가 당초 3부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래 전작인 죽음을 사랑한 소년에서 슈나이더를 비극적으로 정리할(?) 계획이었던 듯 한데,

이유는 잘 몰라도 작가가 다행히 마음을 바꾼 덕분에 신작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전작의 결말에서 제자이자 파트너인 자비네에게 체포됐던 슈나이더는 현재 정직 상태입니다.

덕분에 연방 범죄수사국 수사관과 그 가족의 죽음을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자비네는

슈나이더 없이 거의 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물론 슈나이더가 중반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에 가담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진실을 밝혀내는 자비네 원 톱 스토리에 가깝습니다.

 

큰 그림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과거 마약전담반에 몸담았던 수사관들이 모종의 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20년을 복역했던 남자가 출소하여 그들의 죄와 진실을 찾기 시작하면서

사방에서 비극적인 죽음이 벌어진다는 설정입니다.

자비네가 슈나이더의 지원 없이 작은 단서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하지만

매번 장벽에 부딪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한편, 사건 발생 며칠 전, 20년 만에 출소한 하디의 이야기가 별도의 챕터로 전개됩니다.

그는 공개적으로 복수를 다짐하곤 과거 동료들을 찾아가 협박과 설득을 병행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밝혀줄 단서를 찾기 위해 분투합니다.

 

독자는 자비네가 찾는 과거 마약전담반 수사관들의 감춰진 비밀이 무엇인지,

복수를 다짐하는 하디가 과연 누명을 쓴 자인지 아니면 희대의 악당인지,

, 슈나이더는 왜 동료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알고도 자비네에게 손을 떼라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의문을 머릿속에 담아둔 채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특히 지금껏 시리즈에 계속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까지 참혹하게 살해되는 장면과

자비네가 여러 인물로부터 쉴 새 없이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슈나이더의 모르쇠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인지 의아해지기도 합니다.

 

자비네의 활약 자체도 매력적인데다 중반 이후부터는 슈나이더도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고,

거기에 하디의 복수극과 진상을 은폐하려는 과거 마약전담반 수사관들의 계략까지 더해져서

딴 생각 할 틈 없이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갑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몇 가지 위화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는데,

그건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여전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대략 이런 식입니다.

 

왜 악당들은 후환을 야기할 수 있는 인물을 진작제거하지 않았는가?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 된 지금도 왜 그를 방치한 채 굳이 일을 악화시키는가?

, 주인공은 진작밝힐 수 있었을 것 같은 악당들의 죄를 왜 오랜 시간 모른 척 했나?

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다음에야 때가 됐다는 듯행동에 나서는가?

 

말하자면, 주인공도 악당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물론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작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설정이란 생각입니다.

제가 악당이라면 후환이 될지도 모를 씨앗을 진작 제거했을 것 같고,

주인공이라면 첫 희생자가 나온 시점에라도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 같은데,

작품 속 주인공과 악당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작가가 지시할 때까지움직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자비네를 제외한 그 어느 인물도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고

그 때문에 다 읽고도 왜 이런 비극이 벌어져야만 했는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적잖은 분량을 엄청 빠른 속도로 재미있게 읽고도 별 0.5개를 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엔딩을 보니 작가가 당분간은(?) 이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업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슈나이더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활약을 펼칠지,

또 적잖은 충돌을 겪은 자비네와는 어떻게 화해하고 다시 파트너가 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물론 그동안 친숙해졌던 조연들이 이 작품에서 퇴장한 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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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해바라기 - 유즈키 유코 (서혜영 옮김, 황금시간) ★★★☆ | Book-일본 2018-12-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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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상의 해바라기

유즈키 유코 저/서혜영 역
황금시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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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유코는 올해 출간된 고독한 늑대의 피를 통해 강한 인상을 받은 작가인데,

이 작품 역시 ‘2018년 서점대상 2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어서 무척 기대가 됐습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일본 장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입니다.

일본에 7벌밖에 없는 희귀한 고가의 장기 말과 함께 발견된 암매장 사체 수사가 한 축이고,

불우한 유년기를 거쳐 천재적 장기기사로 성장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이야기 시작과 동시에 작가는 살인용의자=천재적 장기기사임을 곧장 공개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600여 페이지의 본문을 통해

지난 4개월간 이뤄진 형사들의 수사과정과 천재 장기기사의 성장기를 밀도 있게 설명합니다.

 

출판사 소개글에 보면 마츠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을 연상시키는..”이란 대목이 있는데,

외적으로는 유년기부터 부침을 반복하며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던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내용면에서는 대하드라마에 가까운 깊이와 무게감을 지녔기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주인공에게 장기는 결코 잊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간절한 열망과도 같은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인생 내내 깊은 절망과 배신감을 떠안긴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폭력으로 불우해진 유년기에 한줄기 빛이 돼준 것도 장기였지만,

성인이 된 후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만든 것도 역시 장기였기 때문입니다.

 

다 읽고 생각해보면 그 깊이와 무게감이 어느 정도 공감되기도 했고,

디테일한 룰을 모르고 봐도 긴장감이 넘쳤던 장기 대결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었고,

중후반 이후 엔딩까지 팽팽하던 비장미 역시 매력적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게 사실입니다.

 

고독한 늑대의 피에서 형사들의 삶을 지독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린 작가의 필력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속 형사들의 이야기가 제법 궁금했지만 다소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무례하고 이기적이지만 최고의 능력을 지닌 고참 형사와 프로 장기기사를 꿈꿨던 신참 형사는

나름 캐릭터와 케미는 재미있었지만 ‘7벌의 장기 말 찾기외엔 딱히 한 일이 별로 없었고,

어떻게 보면 수사과정을 설명하는 내레이터정도의 역할만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불우한 유년기를 거친 천재 장기기사 게이스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지만,

이 역시 초반 내내 밋밋하고 상투적인 아침연속극처럼 평범하고 장황하기만 해서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한 유즈키 유코의 작품이 맞나,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이스케가 대학에 들어간 뒤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속도감도 빨라지고

그의 삶을 뒤흔드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긴 합니다.

, 사체의 신원이 밝혀지고, 함께 매장됐던 장기 말이 게이스케와 연관 있음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미약해 보였던 미스터리의 힘도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오자 갑자기 장기는 사라지고 엉뚱한 설정들이 이야기 핵심을 차지하는데,

정작 어릴 적에는 별로 그리워한 적도 없는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게이스케의 회한,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을 보며 느끼는 (본인도 그 근거를 알지 못하는) 죽음에의 동경,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돈을 뜯어내는 아버지에 대한 살의에 가까운 증오심,

그리고 그 아버지로 인해 알게 된 게이스케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비밀등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이 난데없는 설정들 때문에 이 작품의 정체성이 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클라이맥스 이전의 게이스케와 이후의 게이스케가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였고,

그의 고민과 갈등 자체도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앞서 전개됐던 장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두 허망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고,

클라이맥스와 엔딩만 놓고 보면 굳이 장기라는 소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고,

장기를 잊고 사업가로 성공한 게이스케가 또다시 장기에 손을 댄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시작은 장기였지만 결말은 장기와는 별 관계없는 일로 마무리됐다고 할까요?

 

고독한 늑대의 피이후 유즈키 유코의 신작을 기대했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은데,

당초 기다리던 작품인 불길한 개의 눈’(‘고독한 늑대의 피의 후속작)이 출간되면

다시 한 번 유즈키 유코의 거칠지만 매력적인 경찰 이야기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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