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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마실 .. | 수다 떨기 2012-11-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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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 동생 시집잔치에 가느라

그제 고흥에서 일산으로 왔어요.

다시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이곳에 글 올리기 어렵겠구나 싶어요.

 

시골집으로 돌아가면

며칠 동안 노트북에 쓴 글을

한꺼번에 와르르 올리겠지요~

 

일산으로 오니

서리도 구경하고 입김도 보고

고흥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여러 가지를 잔뜩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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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 더 작은 아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1-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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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 더 작은 아이

 


  우리 집 대청마루는 우리 마을 이웃집 대청마루를 헤아리면 살짝 좁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 대청마루에서 잘 뛰어논다. 한여름에는 큰아이하고 이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니까 우리 식구 살 만큼 널널하다.


  이웃마을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니, 대청마루에 따로 샤시문을 달지 않아 대청마루 아래쪽이 훤히 트인 그대로 있다. 새삼스레 대청마루가 꽤 높다고 느끼면서, 이런 대청마루라면 비오는 여름날 대청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즐기고 비내음에 스며드는 시원스러운 바람을 느끼겠구나 싶다.


  아이들은 대청마루에 앉을 적에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이러한 대청마루에 아직 익숙하지 않던 큰아이는 그만 대청마루에서 지익 미끄러지며 아래로 한 번 굴러떨어지기도 한다. 그래 봐야 흙바닥이니 다칠 일은 없다. 한 바퀴 돌았으니 살짝쿵 놀랐을 뿐.


  큰아이라 하더라도 ‘작은’ 아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작은아이라 하지만 참으로 ‘더 작은’ 아이라고 다시금 느낀다. 이 작은 아이들은 어버이 사랑을 받아먹으며 하루하루 무럭무럭 누릴 고운 숨결이다. 발그네를 하면서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맞아들이는 살가운 대청마루 살린, 묵은 시골 흙집은 이 땅에 몇 채쯤 남았을까.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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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빛을 읽는 사진 | 사진책 읽는 즐거움 2012-11-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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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빛을 읽는 사진

 


  빛을 찍는 사진입니다. 낮에는 낮빛을 찍고, 밤에는 밤빛을 찍습니다. 밝다고 잘 찍지 않으며, 어둡다고 못 찍지 않아요. 밝은 데에서는 밝은 빛을 찍을 뿐입니다. 어두운 데에서는 어두운 빛을 찍을 뿐이에요.


  빛을 찍으려면 빛을 읽어야 합니다. 빛을 읽기에 빛을 찍을 수 있습니다. 어떤 빛인가를 읽고, 나한테 어떻게 스며드는 빛인가를 읽습니다. 빛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얼마나 즐거운가 놀라운가 사랑스러운가 기쁜가 슬픈가 재미난가 신나는가 괴로운가 힘드는가 들을 찬찬히 살핍니다.


  빛을 읽을 때에 빛을 찍을 수 있듯, 사람을 읽을 때에 사람을 찍을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사진기 단추를 누른대서 사람사진이 되지 않아요. 사람들마다 다 다른 삶을 가만히 읽으면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사람사진을 찍습니다.


  꽃사진도 이와 같아요. 꽃 앞에 무턱대고 선대서 꽃사진을 못 찍습니다. 흔한 말로 피사계심도를 잘 맞추어야 꽃사진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꽃송이를 아름답게 바라보며 즐기고 누릴 때에 꽃사진을 찍어요. 다만, 아름답게 느낀대서 아름다이 느낄 사진을 찍지는 못하고, 아름답게 느끼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아름다움 찍기’가 아니니까요. 사진은 ‘내가 누리는 삶 찍기’이니까요.


  그러면, 아름답게 보이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일컫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사진 찍는 분이 ‘이녁 삶’을 사진으로 담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사진을 들여다볼 사람 눈높이’에서 사진기 단추를 눌렀다는 뜻입니다. ‘내가 즐기고 누리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쳐다보며 웃고 기뻐해 줄 모습’에 마음이 기울어졌다는 뜻입니다.


  때때로 두 가지 마음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오래도록 사랑받고 두고두고 웃음꽃을 터뜨리며 한결같이 이야기샘이 되는 사진입니다. 다만, 아직 이만 한 사진은 몇 없다고 느껴요. 그리고, 이는 사진밭뿐 아니라 그림밭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림이라면 그저 아름답다고 느낄 뿐이에요. 그러나, 그림이든 사진이든 ‘아름다움’이 처음도 아니요 끝도 아니며 알맹이도 아닙니다. 아름다움이란 한낱 겉모습이에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까닭은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 삶’에 이야기가 있고,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라는 아이는 ‘렘브란트’ 그림을 바라보며 샘솟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하면서 가슴 깊이 이야기가 흘러넘치지요. 마냥 쳐다보며 ‘아, 좋다!’가 아니라, 그림 한 장에서 ‘숱한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샘물’이 드러나야 비로소 ‘그림’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해요.


  사진을 바라볼 때에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 가슴’에서 저절로 이야기가 샘솟도록 하는 작품은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잔치에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야기가 샘솟아 저마다 아리땁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추 몇 작품이 모였다거나, 사진을 찍은 지 얼추 몇 달이나 몇 해가 되었으니 여는 사진잔치가 아니라, 사진쟁이 스스로 이야기가 흘러넘치기에 여는 사진잔치가 되어야 해요. 사진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서 어떤 이야기가 샘솟을까 하고 생각하며 사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이야기가 있기에 이야기를 누리며 찍는 사진입니다. 곧, 사진은 빛을 읽으며 빛을 찍는다 하는데, 사진찍기에서 다루는 빛이란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인 셈입니다.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인 빛을 어떻게 얼마나 슬기롭게 읽고 즐기는가에 따라 사진빛이 달라지고 사진삶이 거듭납니다.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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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푸는 책 | 책삶+글쓰기 2012-11-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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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푸는 책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구나 싶어 자리에 드러누워 한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등허리가 뜨끔뜨끔하다. 온몸이 찌뿌둥하다. 이럴 때에는 아무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내 몸속에서 서글픈 낱말만 튀어나올까 괴롭다. 살며시 책 하나 쥐어 펼친다. 좁아지며 얄팍하게 흐르던 마음이 살짝 풀어진다. 마음이 넉넉해야 생각이 흐른다. 마음이 좁살뱅이처럼 졸아들면 생각이 갇힌다. 작은아이를 안거나 큰아이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내려서 어두운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을 헤아릴 적에는 마음이 풀린다. 바람을 쐬거나 햇볕을 쬐거나 풀잎을 쓰다듬어도 마음이 풀린다. 그래, 이 모두 나한테는 고마운 책일 테니까.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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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놀이 1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1-2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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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놀이 1

 


  누나가 방바닥에 엎드리면 동생도 엎드린다. 누나가 공을 집으면 동생도 공을 집고 싶다. 동생이 숟가락을 잡고 놀면 누나도 숟가락을 잡으며 놀고 싶다. 동생이 인형을 쥐면 누나도 인형을 쥐며 놀고 싶다. 누나가 마룻바닥에 엎드려 사진기를 쥐고 논다. 동생이 누나 곁에 엎드리며 사진기를 들여다보고 싶다. 만지기까지 하고 싶으나 누나가 못 만지게 한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디이냐 싶은 동생은 한동안 누나하고 사이좋게 논다.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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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바닥 그림 어린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1-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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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바닥 그림 어린이

 


  마당은 시멘트바닥이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며 밭자락 흙이 천천히 흘러내려 마당 한켠이 살짝 흙바닥이 되곤 한다. 이런 자리에서 두 아이가 흙놀이를 한다. 흙을 살살 펴서 손가락을 붓 삼아 그림을 그린다. 흙바닥이니 손바닥으로 그림을 슥슥 문질러 지우고서는 새로 그림을 그린다.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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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엄마 등에서 코파기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1-2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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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엄마 등에서 코파기

 


  엄마한테 달라붙어 안 떨어지려는 산들보라가 엄마 등에 업힌 채 코를 후빈다. 너는 코가 작으니 네 작은 손가락을 넣어야 후빌 수 있겠니. 아버지가 시원하게 파 주랴.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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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삶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사진공화국) | 사진책 2012-11-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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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한민국 사진공화국

정한조 저
시지락 | 2005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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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삶을 이야기한다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41] 정한조, 《대한민국 사진공화국》(시지락,2005)

 


- 책이름 : 대한민국 사진공화국
- 글 : 정한조
- 그림 : 유준재
- 펴낸곳 : 시지락 (2005.10.10.)
- 책값 : 9500원

 


  오늘날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도 주머니에 손전화 기계를 넣고 다닙니다.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도 손전화를 다룰 줄 알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거리끼지 않고 손전화를 갖고 놀도록 내 주기까지 합니다. 학교에서고 극장에서고 어떤 공연이나 행사나 강연이 이루어지는 자리에서고, 사람들은 서로 전화를 걸거나 받습니다. 손전화를 꺼 달라는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며, 그리 안 바쁜 전화를 옆사람을 살피지 않고 마음껏 걸거나 받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데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이 무척 많습니다. 버스역은 맞이방이나 바깥이나 담배를 태우면 안 되는 곳이라는 알림글이 붙지만, 버스를 모는 일꾼이든 버스를 타는 손님이든 버젓이 담배를 태웁니다. 버스 타는 바깥에서 담배를 태워도 맞이방으로 담배내음이 스며드니까, 어디에서 담배를 태우든, 담배 안 태우는 사람한테나 아이들한테나 담배내음이 고스란히 퍼져요.


  적잖은 어른들은 길거리에서고 집에서고 막말이나 거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습니다. 옆에 아이들이 지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나라 어른들은 ‘대통령이 지니가니’까, ‘국회의원이 지나가니’까, ‘병원장이 지나가니’까, ‘교수님이 지나가니’까, ‘회사 회장님이나 사장님이 지나가니’까, ‘시장님이나 군수님이 지나가니’까,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한다든지 고개를 꺾는다든지 해요. 군대에서는 ‘고참이나 간부가 지나가니’까 거수경례를 붙이는데다가 차렷으로 뻣뻣하게 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어른들 모습을 곁에서 지켜봅니다. 하나하나 배웁니다. 궂은 모습이든 못난 모습이든 모조리 배웁니다.


  어른들 모습을 고스란히 따르는 아이들이지, 어른들 모습을 안 따르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청소년범죄란 따로 없이 모두 어른범죄입니다. 어른들이 범죄를 저지르니 아이들이 범죄를 저질러요. 어른들부터 스스로 착하고 아름다이 살아가면, 푸름이나 어린이 모두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매무새만 바라보면서 착하고 아름다운 누리를 이룰 수 있어요.


.. 저는 사람들에게 멋있고 근사한 사진을 찍는 방법, 이른바 예술을 가르쳐 주고 싶지도 않고, 그들이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 예술 같은 것 해서 뭐 하시겠습니까? 사진 잘 찍어서 뭐 하시겠습니까? 주변 사람에게서 부러움을 사고, 공모전에서 상 받으시려고요? 좋습니다. 그렇게 부러움을 사고 상을 받아서 뭐 하시겠습니까 … 우리 나라는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실망하는 배드민턴 강국이지만, 정작 동네에는 맘 놓고 배드민턴을 칠 장소조차 없는 나라입니다 ..  (11, 12, 130쪽)


  연극을 하는 자리라든지, 노래를 부르거나 어떤 강연을 하는 자리라든지, 적잖은 사람들이 불을 터뜨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자리를 살피면, 벽에 ‘불 터뜨리며 사진 찍지 말라’는 알림글이 붙습니다. 참 많은 이들은 이런 알림글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이 붙어도 안 읽을 테며 못 본 척할 테지요. 입으로 ‘불 터뜨리며 사진 찍지 말라’고 하거나 ‘무대에 올라와서 사진 찍지 말라’고 하더라도 이런 말을 모두 어길 테지요.


  손전화 기계로 찍는 사진이든, 시커멓고 커다란 기계로 찍는 사진이든, 사진매무새가 아름답거나 반듯하거나 정갈하거나 얌전한 사람이 뜻밖에 아주 적습니다. 사진을 찍겠다며 먼저 말하고 찍는 사람 드물고, 사진 찍지 말아 달라고 할 적에 안 찍는 사람 드물며, 사진부터 먼저 찍고 보는 사람더러 그 사진 지우라고 할 적에 지우는 사람 드뭅니다.


  그러나 어쩌는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을 엉터리로 찍는 사람은 사진매무새뿐 아니라 삶매무새 또한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여느 때에 삶매무새를 곱게 배운 적 없으니, 사진을 찍을 때조차 고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정갈한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을 보거나 배우지 못했으니, 사진을 찍건 무엇을 하건 정갈한 눈길이나 손길이나 마음길을 펼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 자동차 문화가 없는 우리의 삶은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 이혼, 파혼, 폭행, 성폭행, 열애, 구속, 소송, 불륜, 간통 등등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고, 꼭 이야기하고 싶다면 단신으로 처리해도 될 만한 내용들을, 스포츠신문에서는 말 그대로 대문짝만 하게 실어놓습니다 … 우리는 너무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사진으로 찍어도 되는 것, 사진으로 찍으면 안 되는 것, 사진으로 찍을 필요가 없는 것, 이런 것들을 구분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있는 방에 들어갈 때 ‘노크’를 하고 들어갑니다. 노크를 하는 이유는 그 사람 고유의 공간(세계)에 들어가겠다는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  (32, 43, 95, 142쪽)


  얼마 앞서 어느 행사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행사장에 마침 사진 찍을 사람이 없다며, 사진 찍어 달라는 말씀을 듣고는, 어렵게 틈을 마련해 찾아갑니다. 행사를 꾀하는 분은 저더러 이런저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강연하시는 분 모습은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 한두 장만 찍고 더는 찍지 말라 하시고, 무대에 올라가서 찍지 말며, 처음 한두 장만 찍은 다음에는 강연장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합니다. 사진기 단추 누르는 소리 때문에 강연 흐름을 깰 수 있으니, 강연장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행사장 자원봉사자 모습을 많이 찍어 달라고 얘기합니다.


  얘기를 들으며 그러마 하면서도 알쏭달쏭합니다. 행사장에서 대수로이 여기며 남길 사진이라면 ‘행사에서 알맹이가 될 강연하는 분 모습’일 텐데, 이분은 한두 장만 찍으면 그만이라 하니까요. 그러면서 자원봉사자 모습은 많이 찍어 달라 하니까요. 자원봉사자 모습을 찍어야 한다면 요새 누구나 갖고 다니는 손전화이든 스마트폰이든, 이런 사진기로 찍어도 넉넉하고, 이런 사진기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돼요. 왜,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곧장 인터넷에 띄울 수도 있잖아요.


  바야흐로 행사가 이루어지고, 행사장에 사람들이 가득 모입니다. 곳곳에 ‘강연장 안에서는 사진 찍지 마세요’ 하는 알림글이 붙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강연장 안에서는 사진 찍지 마세요’라 적힌 알림팻말 들고 서서 지켜보는데, 참으로 많은 손님들이 불까지 펑펑 터뜨리며 사진을 끝없이 찍습니다. 한둘 아닌 수십 사람이 곳곳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자원봉사자들이 어쩌지 못하고 두 손을 드는 듯합니다. 게다가 사진기 있는 여러 자원봉사자는 무대 안팎을 거침없이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혼자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할 바에는 나를 왜 불렀지. 나한테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한국에서만 보는 사진문화인가. 한국사람은 말을 말로 해서는 아무도 안 들을까. 한국사람은 손에 사진기를 쥐면 저마다 ‘난 이제 하나도 두렵지 않아’ 하고 생각하는가.’


.. 놀란 여가수는 그 학생을 붙잡아 가볍게 타이르고 나서, 그런 사진을 왜 찍었냐고 물어 봤답니다. 그때 여학생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냥…….’ 우리는 이 ‘그냥’이라는, 별 의미도 없이 자주 사용하는 부사가 가끔은 아주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너 사람 왜 죽였어!’ ‘그냥…….’ ‘너 왜 주차장에 있는 차에 불 질렀어!’ ‘그냥…….’ 그냥,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 우리에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기보다 ‘정보의 쓰레기통’ ‘포르노의 바다’에 가깝습니다 ..  (84∼85, 106쪽)


  사진은 삶을 이야기합니다. 종이에 담긴 사진이든 디지털파일에 담긴 사진이든, 모두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삶을 이야기하고, 사진에 찍힌 사람 삶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얼크러진 삶을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즐기는 삶을 이야기하며, 서로서로 바라보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저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을 찍는 매무새는 여느 때에 ‘사람들과 마주하는 매무새’입니다. 사진을 찍는 매무새는 여느 때에 ‘사람들과 말을 섞는 매무새’입니다. 사진을 찍는 매무새는 여느 때에 ‘아이들을 돌보는 매무새’입니다.


  이때와 저때가 다르지 않아요. 이 사람한테 하는 몸짓과 저 사람한테 하는 몸짓이 다르지 않아요. 내 아이한테서 빛줄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둘레 다른 사람한테서도 빛줄기를 느끼지 못해요. 내 동무나 스승이나 이웃한테서 아름다움을 못 보는 사람은 낯설다 하는 다른 사람한테서도 아름다움을 못 보고 말아요.


  행사장에서 엉터리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따지기 앞서, 여느 자리 여느 삶자락을 엉터리로 일구는 모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기만 쥐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간판이나 탈을 쓰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느 삶이 그대로 다른 자리로 스며들고, 여느 삶이 고스란히 모든 곳으로 퍼져요.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사진기만 쥐면 괴로움과 힘듦을 싹 털고는 마치 새 사람이라도 되는 듯하다는 누군가 있을는지 모릅니다. 슬프거나 아픈 일이 있어도 사진기를 쥐면 슬픔도 아픔도 싹 잊고는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되는 듯하다는 누군가 있을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사진을 찍어도 사진마다 어딘가에 괴로움이 깃들어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사진마다 어느 구석에 슬픔이 감돌아요. 사진은 삶을 이야기하거든요.


.. 문화적인 사진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눈을 청소해야 합니다. 그것은 항상 좋은 것을 보는 일입니다 … 예술가는 규칙을 벗어나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그만의 또 다른 규칙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것을 ‘생각나는 대로 막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 착각합니다 … 카메라는 사진이라는 장르의 예술을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이고, 또 그 대부분을 카메라가 대신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도 자신이 갖고 있는 카메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  (134, 171, 176, 188쪽)


  사진을 찍기 앞서 삶을 누려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기 앞서 삶을 보아야 합니다. 사진을 하기 앞서 삶을 빚어야 합니다. 사진을 즐기기 앞서 삶을 즐겨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대중가수나 연예인이나 영화배우가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삶을 가다듬고 갈고닦으며 빚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멋진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지 않아요. 여느 날 여느 자리에서 스스로 아름다이 삶을 누리면서 빚을 때에, 비로소 알맞춤한 어느 때에 스스로 ‘아버지’나 ‘어머니’, 곧 ‘어버이’요 ‘어른’이 돼요.


  밥그릇 많이 비워 나이를 먹는대서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은 그저 ‘나이 많은 사람’이지, 이들을 ‘어른’이라 일컬을 수 없어요. 참말 어른은 어른스러운 사람이 어른입니다. 참말 어린이는 어린 사람이 어린이입니다.


  사진을 하고 싶을 때에는 ‘사진을 할’ 노릇입니다. 사진은 사진이지, 예술이나 문화가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일 뿐, 정치도 교육도 경제도 지식활동도 무엇도 아닙니다.


  놀이는 놀이입니다. 소꿉놀이는 소꿉놀이입니다. 숨바꼭질은 숨바꼭질입니다. 소꿉놀이나 숨바꼭질이 어떤 ‘창의력 활동’이 되지 않습니다. ‘방과후 활동’도 ‘체험학습’도 아니에요. 놀이는 그저 놀이예요.


  공부는 공부입니다. 대학입시를 노리는 시험문제 달달 외우기가 공부일 수 없습니다. 공부란, 저마다 마음을 닦거나 다스리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찾으려는 즐거운 길입니다. 곧, 사진이라 한다면, 말 그대로 사진을 하니까 사진입니다. 사진찍기를 즐기고 사진읽기를 즐기는 삶이 바로 사진입니다. 사진을 즐겁게 찍고, 사진을 즐겁게 읽는 사람이 바로 사진이에요.


  어떤 사진상을 마련해서 누군가한테 1등이라는 숫자를 붙이는 일이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학과를 마련해서 누군가한테 이런 이론 저런 학설 그런 기술을 알려준대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이 되자면 삶을 누려야 합니다. 삶을 말하는 사진입니다. 삶을 읽는 사진입니다. 삶을 나누는 사진입니다.


.. 그들은 항상 자신의 삶에 성실하고 충실했습니다.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놀라운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인간 삶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이미 예술이었던 것입니다 … 카메라 자체를 좋아해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며 앤티크 카메라나 명품 카메라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면, 카메라의 기능에 충실해야 합니다 ..  (180, 190쪽)


  정한조 님이 쓴 《대한민국 사진공화국》(시지락,2005)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기보다는 사진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도록 그야말로 사진찍기가 어디에서나 아무렇게나 이루어집니다. 한국처럼 여느 사람들이 값진 사진장비 많이 갖춘 나라도 없으리라 느낍니다. 스스로 즐기려는 사진보다는 남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사진이 매우 흔합니다. 기쁘게 나누려는 사진보다는 동무 위에 올라서려는 사진이 너무 많습니다.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사진보다는 어떤 계급이나 신분이나 권위나 직위나 이름값이나 밥벌이로 하는 사진이 지나치게 판칩니다.


  막상 사진은 없는 사진나라 대한민국이라 할 만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막상 삶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 할 만합니다.


  스스로 삶을 짓지 않기에 스스로 사진을 못 짓습니다. 스스로 삶을 못 누리니까 스스로 사진을 못 누려요. 스스로 삶을 사랑하지 못하니까 스스로 사진을 사랑하지 못해요.


.. 기술에 대한 고정된 지식은 고정된 예술을 만듭니다 … ‘사진은 고정된 예술이 아니라 흐르는 예술’이기 때문에 사진을 잘 찍으려면, 그 흐름을 잡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  (195, 198쪽)


  나는 따로 누구한테서 사진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다섯 학기만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모든 수업을 부전공 과목으로 두 학기에 걸쳐 들을 적에 한 학기 동안 보도사진을 배웠는데, 이때에 신문기자로 사진을 찍고 읽는 길을 배웠으나, 이마저도 아주 자잘한 이론과 실기를 배웠지 ‘사진을 배우’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사진은 삶을 이야기하는 만큼 사진을 배운다 할 적에는 나 스스로 내 삶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보며 스스로 삶과 사진을 배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사진기 다루는 매무새는 ‘사진기를 사면 곁달리는 두툼한 길잡이책’을 읽으며 혼자서 배웁니다. 길잡이책에도 ‘사진을 찍을 때에 어떻게 하라’ 하는 이야기가 실립니다. 길잡이책만 읽더라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찍지 말라’ 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초상권이나 저작권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길잡이책에 찬찬히 나와요.


  그렇지만, 이런 대목은 굳이 어떤 책을 안 읽더라도 스스로 깨우칠 대목입니다. 나는 누가 내 삶을 마구 파고들어 사진으로 찍으려 할 적에 달갑지 않습니다. 내 삶으로 스며드는 살붙이나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면서 찍는 사진이랑, 내 삶을 하나도 모르는 채 그저 ‘그림이 되니’까 ‘자료가 되니’까 ‘언젠가 써먹을 수 있으니’까 무턱대고 찍는 사진이랑 아주 달라요.


  나를 만나지도 않은 주제에 내 이야기를 뜬소문처럼 퍼뜨리는 누군가 있어요. 내 이름과 내 삶을 함부로 깎아내리면서 헐뜯는 누군가 있어요. 이들은 이녁 삶부터 엉터리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사진을 찍을 적에도 엉터리가 되고 맙니다. 나하고 멀리 떨어진 데에서 사느라 거의 못 만나는 동무인데, 오랜만에 만나거나 한참만에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서로 마음이 맞는 누군가 있어요. 이들은 이녁 삶부터 예쁩니다. 그래서 이들이 사진을 찍을 적에도 예쁩니다. 마음을 읽고 삶을 읽으며 사랑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예뻐요. 마음을 안 읽고 삶을 안 읽으며 사랑을 안 읽으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볼썽사납고요.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들을 사람이 있겠지요. 이 글을 쓰는 ‘최종규’라 하는 한 사람 아닌, 이를테면 정치꾼 박근혜 님이나 소설쟁이 이외수 님을 생각해 보면 돼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이들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 보았거나, 이들하고 여러 날 지내면서 삶을 누려 보았거나, 이들하고 함께 일한 적 있다거나, 이러저러하다 하더라도 이들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서로 마음을 열어 삶을 나누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나는 박근혜라는 분이나 이외수라는 분을 말하지 못합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축구선수 박지성이나 야구선수 이승엽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사람들이 ‘아는’ 대목은 무엇일까요. 이들 운동선수 ‘삶을 아는’ 사람은 있기나 할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랑 언론매체에 실리는 모습 말고, 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사랑을 즐기며 어떤 삶을 누리는가를 올바르게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 정말 남는 것이 사진밖에 없다면 우리의 삶은 참 서글픈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각 그 자체로서 하나의 ‘역사’입니다. 그 사람의 얼굴에, 몸동작에, 말투에, 그리고 먹고, 입고, 사는 것에 그 사람이 지나온 모든 것이 다 배어 있는 것입니다. 남은 것은, 그리고 남는 것은 지금 서 있는 ‘나 자신’입니다 … 사진을 찍는 것과 사진을 보는 것은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시각 예술 활동 가운데 하나입니다 … 내가 이렇게 살아서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내가 바로 사진인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다면 모든 것은 남아 있습니다 ..  (204, 206, 212쪽)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은 ‘다른 사람 모습’을 찍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비친 ‘내 모습’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었는데 ‘내 사진이 영 볼 만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당신 삶부터 당신 스스로 느끼기에 영 볼 만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장비를 쓰더라도 사진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겉으로 그럴싸하게 보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대서 사진이 볼 만해지지 않아요. 겉만 그럴싸한 사진이란 ‘겉만 그럴싸한 당신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거든요.


  삶을 즐겁게 누리는 사람은 사진을 찍어도 ‘서로서로 즐겁게 누릴 이야기’를 담습니다. 삶을 사랑스레 나누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적에 ‘다 함께 사랑스레 나눌 이야기’를 빚습니다.


  사진기만 손에 쥔대서 사진솜씨가 늘지 않습니다. 사진기 단추를 수없이 누른대서 사진재주가 늘지 않습니다. 내 삶부터 찬찬히 돌아보셔요. 내 삶자리부터 가만히 느끼셔요. 내 삶말을 스스로 들어 보셔요. 내 삶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으면서 내 사진사랑이 나아갈 길을 즐거이 열어 보셔요.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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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놀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1-2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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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장놀이

 


  옷장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이불을 밟기도 하면 즐겁지? 아마 너희 어머니도 어릴 적 이렇게 놀았겠지. 너희 아버지도 어릴 적 너희 큰아버지랑 이렇게 놀았거든. 잘 빨아서 잘 말리고 잘 개서 차곡차곡 쌓은 이불을 너희가 옷장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어지르며 노는 꼴을 보자니 참 골이 띵하지만, 너희 노는 모습을 보면 너희 어버이 어릴 적 놀이가 떠오르니 차마 큰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꾸짖지도 못하며 사진만 한 장 찍다가 “벼리야, 동생하고 잘 논 다음 다시 옷장에 넣어 주렴.” 하고 얘기한다.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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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는 손 글쓰기 | 책삶+글쓰기 2012-11-2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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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는 손 글쓰기

 


  하루 내내 물을 만지며 집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손이 트거나 갈라진다. 밥을 하든 걸레질을 하든 아이 똥기저귀를 갈며 밑을 씻기든 빨래를 하든 무엇을 하든, 하루 내내 물을 만지기에 손에서 물기 마를 새 없다. 손에서 물기 마를 새 없으니 손에 연필을 쥐어 종이에 이야기 한 자락 끄적일 틈은 빠듯하다. 물기 어린 손으로는 종이도 필름도 만질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이 마를 적에 종이나 필름을 만질라치면, 아이들이 아버지를 부른다.


  연필만 붙잡고 살아가더라도 손가락에 알이 배기고 굵어지는데, 물을 만지면서 하루를 누리는 사람이 틈틈이 연필을 쥐고, 자전거를 타며, 책을 만지작거리니까, 두 손은 조그맣지만 야물딱지게 움직여 준다. 내 자그마한 손이 이토록 많은 일을 건사하면서 온갖 생각을 삶으로 빚도록 이끌 수 있으니 놀라우면서 고맙다. 내 글은 내 삶이고, 내 손은 내 삶을 살린다. 내 글은 내 사랑이고, 내 손은 내 사랑을 키운다.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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