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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책읽기 | 책삶+글쓰기 2012-12-3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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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책읽기

 


  문득 느끼는 그대로 말하면 곧 이루어집니다. 이런 꾀 저런 셈을 하며 억지로 만드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길을 깊이 생각하며 사랑스레 말하면 이내 이루어집니다. 내 뱃속 채우려는 얕은 밥그릇을 헤아리며 읊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가다듬습니다. 나쁘거나 짓궂은 마음일 때에는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못되거나 못난 마음일 때에는 논밭을 일구지 못합니다. 몹쓸 생각을 품으며 밥을 짓지 못해요. 어지러운 마음으로는 바느질을 못해요. 가장 환하며 빛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립니다. 착하며 참다운 마음으로 논밭을 일구어요. 너른 생각으로 사랑을 떠올릴 때에 밥을 짓습니다. 바르며 싱그러운 마음이라야 바느질을 합니다.


  마음으로 읽는 책입니다. 마음 흐르는 결에 맞추어 읽는 책입니다. 내 입에서 흐르는 말 한 마디 어떻게 태어나서 샘솟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 입에서 터져나올 말 한 마디 어떤 사랑이나 꿈으로 빚어 나누려 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웃음과 눈물 모두 내 말 한 마디에서 비롯합니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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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주고받는 고운 사랑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 그림책 2012-12-3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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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이억배 글,그림
보림 | 2008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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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주고받는 고운 사랑
―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이억배 글·그림
 보림 펴냄,2008.8.27./9800원

 


  저녁에 아랫배 살살 아픕니다. 밤에 뒷간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피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자고 생각하며 잠듭니다. 깊은 새벽, 큰아이가 쉬 마렵다며 잠에서 깹니다. 큰아이 쉬를 누입니다. 나도 다시 누울까 하다가, 아무래도 배가 많이 아파 뒷간에 갑니다. 큰아이 이불깃을 여미고는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어, 큰아이 쉬 누일 적에는 못 본 눈이 마당에 얇게 깔렸습니다. 눈이네, 오늘도 눈이 새삼스럽게 내리네.


  날씨가 포근하니, 아침이 되면 이 눈이불은 곧 녹을 듯합니다. 깊은 밤에만 살몃살몃 쌓이는 고흥 시골마을 눈이불이란 가만 보면 퍽 귀엽구나 싶습니다. 아니온 듯 다녀가는 눈이랄까요. 나 조용히 다녀가요 하고 인사하는 눈이랄까요. 느즈막한 밤까지 놀던 아이들을 재운 밤 열한 시 언저리까지도 눈발은 안 날리더니, 깊은 새벽 두 시 반께에는 얇게 깔린 눈이불이라면, 우리 아이들 잠들 즈음부터 내린 듯해요.


.. 여러 해 동안 이렇게 하다 보니 커다란 주머니에 이야기가 가득 찼어.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이야기를 쌓아 두기만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보여주지도 않았지. 그러니 벽장 안 이야기 주머니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어 ..  (6쪽)

 

 


  아이들은 몸에 기운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면 쉬 잠자리로 찾아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몸에 기운이 살짝이라도 남았으면 잠자리로 찾아들더라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젯밤에는 좀 고단했는지, 아버지가 먼저 누워서 ‘아버지는 이제 모르니 너희끼리 놀 테면 놀아라.’ 하는 마음이었는데, 큰아이부터 아버지 곁에 눕습니다. 설마 싶어 작은아이를 부르니 작은아이도 아버지 곁에 눕습니다. 두 아이를 나란히 눕히고 팔베개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 문득 떠오른 아주까리 동백꽃 노래를 부르다가는, ‘여우놀이’ 노래를 부릅니다. “벼리야 벼리야 뭐하니?” 하고 부르면 아이는 무얼 한다 말하고, 나는 또 무얼 한다는 말을 받아 말꼬리를 잡습니다. 몇 차례 말놀이를 이었다 싶으면 넌지시 “죽었니 살았니?” 하고 묻다가 “살았다!” 하고는 두 아이 배를 간질입니다.


  큰아이는 과자를 사먹고 싶은지, “아버지 아버지 이제 내가 부를 테니 조용히 해.” 하고는 “사름벼리 버스타고 읍내가서 칸츄사지.” 하는 넉 자 맞추는 노래를 네 마디 구성지게 부릅니다. 얼씨구, 이 녀석 봐라. 이윽고, 동생 이름과 아버지와 어머니를 끼워넣으면서 노래 줄거리는 다르게 엮어서 재미나게 부릅니다. 어허, 요 녀석 봐라.


  말문이 트인다는 말은 이렇구나, 말문이 열린다는 말이 이와 같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하나를 하면 아이는 스스로 열 가지를 한다더니, 그 옛말이 이렇게 나한테 찾아오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도 어린 날 우리 아이처럼 내 어버이 말을 받아먹으면서 내 말을 하나하나 살찌우고 살았겠지요.


  이야기로 살찌우는 넋이요 생각이며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이야기를 빚어 어버이가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는구나 싶습니다. 노래 한 자락이 이야기 되고, 말 한 마디가 이야기씨앗 되는구나 싶어요.


  밥짓기나 옷짓기나 집짓기도 이야기로 물려주거나 가르칩니다. 한겨레 어느 누구도 밥짓기를 책으로 남겨 물려주지 않습니다. 옷짓기나 집짓기도 노래를 부르듯, 아니 노래를 부르며 물려주거나 가르쳐요. 어떤 책을 써서 옷을 이리 마름하고 저리 천을 잘라 바느질하라고 가르치지 않아요.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부르면서 옷을 지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집을 지어요.


.. 다음날 머슴이 신랑을 따라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주인 영감이 이러는 거야. “너는 따라나설 것 없다. 집안일이나 해라.” “안 됩니다. 제가 꼭 가야 합니다.” 머슴은 애가 달아 떼를 썼어. “이놈, 네가 감히 누구 명이라고 거역을 하느냐?” ..  (14쪽)


  이야기로 주고받는 고운 사랑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누는 참다운 삶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씨앗으로 삼아 마음밭에 뿌리고 일구는 너른 꿈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고무줄놀이를 하는 가시내도, 줄넘기놀이를 하는 우리들도, 늘 노래를 불렀습니다. 놀이를 하는 우리들 입에서 노래가 그칠 일이 없습니다. 놀이를 즐기는 우리들 마음에서 이야기가 없을 일이 없습니다. 일하는 어른들한테도, 놀이하는 아이들한테도, 노상 노래와 이야기와 웃음이 한가득 흐드러집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마당에서나 골목에서나, 으레 노래와 이야기와 웃음이 환하게 얼크러집니다.


  입에서 입으로 노래가 흘러요. 눈에서 눈으로 사랑이 흘러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야기가 흘러요.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삶이 흘러요.


.. 그제야 머슴은 그동안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어. 주머니에 갇힌 이야기들이 귀신이 되어서 신랑에게 해코지를 하려 했다고 말이야 ..  (28쪽)


  이억배 님이 예쁘게 빚은 그림책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보림,2008)를 읽습니다. 옛이야기 틀을 빈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인데, 아마 이 이야기도 틀뿐 아니라 줄거리까지 옛이야기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림책 줄거리를 보면, 머슴 아이는 퍽 똑똑합니다. 머슴을 부리는 양반집 사람들은 무척 어리석고 어리숙합니다. 머슴 아이는 신분이나 계급은 없지만, 슬기롭고 착하며 참답습니다. 양반집 사람들은 신분이나 계급은 있으나, 어리석고 어리숙한 나머지 삶을 읽거나 느낄 줄 모릅니다.


  곧, 똑똑하지도 못하고 슬기롭지도 못한 양반집 사람들은 ‘이야기’를 꽁꽁 묶어서 숨깁니다. 아마, 이야기뿐 아니라 돈도 생각도 마음도 사랑도 꽁꽁 묶어 숨기고는, 저희끼리만 나누어 가지려 했겠지요. 머슴 아이는 이야기이든 무엇이든 혼자 꽁꽁 싸매지 않습니다. 신분도 계급도 없으니 돈도 없을 텐데, 그예 홀가분한 아이일 테니, 굳이 무언가 싸매야 할 일도 까닭도 허울도 껍데기도 없어요. 마음을 열고 생각을 엽니다. 사랑을 열고 꿈을 열어요. 하루하루 재미나게 누려요.


  이야기는 늘 샘솟습니다. 이야기는 꺼내고 꺼내도 마르지 않습니다. 사랑이나 꿈도 마르지 않고 샘솟아요.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환하게 빛나면서 새로 샘솟아요. 꿈을 펼치는 사람은 자꾸자꾸 아름답게 새로운 꿈이 자랍니다. 이 꿈 하나 펼쳤대서 시들시들 사라질 일이 없습니다. 저 꿈 하나 펼쳤으니 흐물흐물 힘을 잃지 않습니다.


  나눌수록 커지고, 함께할수록 빛나는 사랑이요 꿈이고 이야기입니다. 어깨동무할수록 즐겁고, 서로서로 누릴수록 기쁜 사랑이면서 꿈이며 이야기예요. 온누리 모든 것은 모두모두 함께 누리라고 있습니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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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숫자를 쓰다 (2012.12.27.) | 아이 그림/글 읽기 2012-12-3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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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2.12.27. 큰아이―숫자를 쓰다 (18 20)

 


  아이한테 글이나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가 궁금해 할 때에만 알려준다. 아이가 스스로 익히려 하면 익히라고 할 뿐, 아이 이름조차 딱히 외우도록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무엇보다 먼저 제 이름 넉 자를 익힌다. 그러고 한 해쯤 지난 요즈막, 아이 제 나이를 일컫는 숫자 ‘다섯(5)’을 알아챈다. 그러고 나서 동생 나이를 일컫는 숫자 ‘둘(2)’을 알아본다. 그런데, 이제 곧 새해가 되어 네 나이는 여섯 살이 되네. 해바뀜을 아직까지 모르는 아이인데, 엊그제까지 ‘내 나이’로 여긴 숫자를 내려놓고 새롭게 ‘내 나이’로 여길 숫자를 얼마나 일찍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하루만에 받아들이려나, 며칠 걸리려나.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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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겨울눈과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2-3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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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겨울눈과

 


  겨울에도 포근한 날씨이니 빨래 말리기에 좋은 고흥이다. 그런데 올겨울에 눈이 퍽 자주 찾아온다. 빨래를 널어 말릴라치면 눈발이 듣는 바람에 바삐 걷어 집안으로 들이는 날이 이어진다. 쳇, 빨래는 말리게 해 주고 눈이 오면 안 되남, 하고 생각하다가는, 아이들은 눈이 내리면 좋아하니, 빨래야 집안에 널자고 생각을 고친다. 그리고, 이렇게 온다 한들 곧 멎고 해가 들겠지, 하고 생각한다. 빨래가 한동안 눈을 맞도록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눈발이 안 그치겠다 싶으면 천천히 걷는다. 빨래를 걷으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눈발이 날리려면 빨래를 널기 앞서 날려야지, 왜 일을 두 번 시킨담, 쳇쳇.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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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반가운 어린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2-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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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반가운 어린이

 


  충청북도 멧골집에서 살 적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고, 눈을 쓰느라 바빴다. 큰아이는 세 살과 네 살 언저리에 겨울날 눈쓸기를 거들곤 했다. 전라남도 두멧시골집에서 다섯 살 어린이는 눈 만날 일이 뜸하다. 눈이 내린다 한들 쌓이지도 않는다. “나 눈 좋아하는데, 눈 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아이가 흐뭇해 할 만큼 눈이 찾아들지 않는다. 진눈깨비라 할 만한 눈송이가 조금 뿌리다가 그치곤 하는데, 고작 이런 눈으로도 아이는 즐겁다. 마당을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면서 입을 헤 벌리며 눈을 받아먹는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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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22] 아주까리 동백꽃 | 우리말 살려쓰기 2012-12-3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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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22] 아주까리 동백꽃


  둘레 어른들이 모두 ‘피마자’라고 말해서, 우리 집 뒤꼍이나 텃밭에서 자라던 풀을 ‘피마자’라고만 생각했다. 이 이름이 한국말 아닌 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풀이름을 잘 모른다고만 여겨, 어른들이 일컫는 이름을 그예 따라서 익히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한겨레가 예부터 일컫던 풀이름은 ‘아주까리’요, ‘피마자(蓖麻子)’는 ‘아주까리’라는 풀을 한자로 옮겨적은 이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아주 어릴 적에도 내 둘레 어른들은 ‘피마자’라는 한자말을 곧잘 썼구나 싶다. 어른들은 똑같은 풀 하나를 놓고 한쪽에서는 오랜 한국말(토박이말)로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자로 껍데기를 씌운 말을 쓰는 셈이다. 한편, 〈아리랑목동〉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아무리 고와도”처럼, 노래나 시에서는 으레 ‘아주까리’라 말한다. 이 노래를 그토록 많이 듣고 불렀지만, 정작 아주까리가 무엇이요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려 한 적이 없었다. 궁금해 하지 않았고, 가슴 깊이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 “아주까리 동백꽃”에서 ‘동백꽃’은 무엇일까. 김유정 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강원도말로 ‘생강나무 꽃’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아주까리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 또한 생강나무 꽃은 아닐까. 남녘 바닷가 마을이나 제주섬에 흐드러지게 피는 동백나무 꽃일까. 참말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지만, 한국말을 슬기롭게 들려주는 어른을 보기 어렵고, 한국사람답게 한국말 빛내는 어른을 마주하기 힘들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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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눈 194 : 후박나무와 함께 읽는 책 | 책삶+글쓰기 2012-12-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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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94 : 후박나무와 함께 읽는 책

 


  이오덕 님이 쓴 《우리 글 바로쓰기 (1)》(한길사,1992)를 요즈음 들어 새삼스레 다시 읽습니다.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3년에 처음 읽었고, 그 뒤로 틈틈이 다시 읽습니다. 《우리 글 바로쓰기》를 찬찬히 읽다 보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 있어요. 어떤 말지식을 얻으려고 읽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내가 살아가는 이 길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슬기로운가를 헤아리려고 읽는 책이기 때문일까요. 한참 되읽다가 269쪽에서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그들이 살던 마을, 바라보는 산, 골짜기와 내들의 이름을 모두 지었다고 했다. 그 이름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순수한 우리 말 이름이다 … 그런데 중국글자를 숭상하던 양반들은 이런 마을 이름들을 중국글자말로 지어 붙였다.” 하는 대목을 보고는 다시 밑줄을 긋습니다.


  그래요. 우리 겨레 옛사람은 이 나라 골골샅샅 마을 이름을 모두 한국말(토박이말)로 지었어요. 냇물 이름, 멧골 이름, 들판 이름, 바다 이름 모두 한국말로 붙였어요.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에까지 이름이 있어요. 야트막한 동산 하나에도 이름이 있어요. 작은 벌레 한 마리한테까지 이름이 있어요. 들풀과 들꽃한테도, 숲을 이루는 나무한테도, 냇물과 바닷물에서 살아가는 물고기한테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한테도, 숲에서 살아가는 짐승한테도 모두 어여쁜 이름을 붙였어요. 구름에도 이름이 있지요. 별에도 이름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늘 말하는 가장 쉽고 가장 흔하며 가장 빛나는 이름들, ‘해·달·물·불·바람·밥·옷·집·흙·돌·하늘·땅·바다’ 같은 낱말도 우리 겨레 옛사람이 붙였어요. ‘손·발·머리·마음·코·입·귀·눈·허파·염통·애·손가락·머리카락’ 같은 이름도 참말 알맞고 살갑게 붙였습니다. 이뿐인가요. ‘사랑·꿈·믿음·생각·웃음·눈물·빛·무지개·미리내·하느님·이야기’ 같은 이름은 그지없이 아름다우며 해맑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답다’나 ‘어여쁘다’나 ‘아리땁다’나 ‘예쁘다’ 같은 낱말은 어떻게 빚었을까요. ‘맑다’나 ‘밝다’나 ‘놀다’나 ‘좋다’ 같은 낱말은 어떻게 일구었을까요.


  한삶을 교육자 한길 걸으며 한겨레 말삶을 북돋우려고 힘쓴 이오덕 님이 쓴 책은 ‘바로쓰기’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 우리 옛사람이 온누리에 새 이름 즐겁게 붙이던 고운 넋을 이야기꽃으로 피우려는 《우리 글 바로쓰기》라고 느껴요. 사랑을 살찌우는 말입니다. 꿈을 빛내는 글입니다. 믿음을 나누는 말입니다. 생각을 북돋우는 글입니다. 이야기를 즐기는 말입니다. 사람들 마음속마다 아리땁게 드리우는 하느님 넋을 밝히는 글입니다. 아이들과 까르르 웃으며 누리는 말입니다. 논술이나 문학을 하라는 글이 아니라, 삶을 일구며 이웃과 어깨동무하라는 글이에요.


  한겨울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맨손으로 눈송이 뭉쳐 노는 아이들은 마당 한켠 후박나무 밑에서 서로서로 웃고 떠들며 달립니다. 후박나무는 겨우내 찬바람 마시며 꽃봉오리 단단히 여밉니다. 새봄 찾아와 따스함 무르익으면 천천히 잎사귀 벌려요. 우리들 가슴에도 착한 사랑 싹트면 천천히 자라 알차게 피어나겠지요. 개구지게 놀며 손 꽁꽁 언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내 큰 손으로 작은 손을 꼬옥 감싸며 녹입니다. 글 한 줄에서 생각을 읽고, 아이들 몸짓 하나에서 노래를 읽습니다.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

이오덕 저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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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름다움 (주말엔 숲으로) | 만화책 2012-12-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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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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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05

 


새로운 아름다움
―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옮김
 이봄 펴냄,2012.12.15./11500원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사람들 살림집 둘레에 공장 있는 모습을 아주 끔찍하게 떠올립니다. 공장 굴뚝은 사람들 살림집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위로 솟은 굴뚝은 한 해 내내 시커멓거나 새하얀 먼지덩어리를 내뿜습니다. 옆으로 난 구멍은 한 해 내내 시커멓거나 알록달록한 쓰레기물을 내놓습니다. 눈으로 보아도 징그럽고, 코로 맡아도 메스껍습니다.


  식품공장, 화학공장, 유리공장, 제철공장 들은 저마다 쉬잖고 먼지와 쓰레기를 흩뿌립니다. 여기에, 공장으로 실어 나르는 원목과 온갖 자재, 공장에서 쓰는 전기 때문에 길디길게 빼곡히 이어지는 전깃줄과 송전탑, 또 공장을 들락거리는 커다란 짐차, 이래저래 마을사람 숨통을 꽉꽉 죕니다. 그러나, 적잖은 마을사람은 이런 공장에 일거리 얻어 드나드느라, 공장을 나쁘게 말하지 못합니다.


  마을 곁에 공장이 한 군데만 있더라도, 사람들이 마시는 바람이 매우 지저분합니다. 마을 언저리에 공장이 하나만 있더라도, 바깥에 빨래를 널어 해바라기 시키기 어렵습니다. 마을 둘레에 공장이 한 곳만 있더라도, 마을사람 어느 누구도 냇물이나 우물물이나 샘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장 없이 움직이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장에서 컴퓨터도 만들고 손전화도 만들며 소시지도 만듭니다. 공장에서 수백만 마리 닭을 잡아서 비닐봉지에 넣어야, 골골샅샅 가득한 닭집에서 닭고기를 튀겨서 팝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기름을 뽑으며, 돈을 찍습니다. 공장에서 옷 만들 천을 짜며, 화학조미료를 만들고, 술과 담배를 만듭니다.


- “이 나무 좀 봐.” “그냥 마른 나무잖아.” “새싹이 돋았어.” “와, 정말이네.” “잘 보이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야.” “‘싹이 돋는다’라고 하는구나.” (11쪽)
- “이런 눈 속에.” “응.” “누가 보지 않아도 핀다는 것, 참 싱그러운 느낌이야.” “누가 보지도 않는데.” “응.” (15쪽)


  도시에서는 샘물도 냇물도 우물물도 마시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땅을 파서 땅밑에서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먼 시골마을을 통째로 물에 가두는 댐을 지어, 물관을 길디길게 이어야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넘치는 자동차와 건물과 공장하고는 동떨어진 채, 맑은 바람이 불고 따순 햇살이 곱게 드리우는 시골마을 밀어내고 댐을 지어야, 비로소 도시사람은 이녁 목숨을 살리는 물을 얻습니다.


  전기를 생각해도 물과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한복판에 발전소를 못 지어요. 도시 한복판에 발전소를 지었다가는 엄청난 전자파 때문에 도시사람이 몽땅 미칠 텐데요. 도시하고 한참 동떨어진 조용하고 정갈한 시골마을 한복판에 발전소를 지어요. 시골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아요. 송전탑이 논밭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든 말든, 송전탑이 국립공원 멧기슭 따라 줄줄이 놓이든, 도시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렇게 송전탑 서는지조차 몰라요.


  밥을 생각해도 전기나 물과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한복판에다가 논이나 밭을 일구지 못해요. 어마어마한 자동차물결이 내뿜는 배기가스를 생각해 봐요. 배기가스 먹고 자란 푸성귀나 곡식이나 열매를 누가 먹겠어요. 도시사람 먹는 모든 먹을거리는 도시하고 멀디멀게 떨어진 한갓지며 아름다운 시골에서 거두어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란 사람들 바글바글 모인 삶터라 한다지만, 막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자리입니다. 도시는 스스로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거든요. 도시는 스스로 어느 것도 일구지 못하거든요. 도시에서는 물도 바람도 밥도 정갈하며 넉넉히 얻을 자리가 없는걸요.


-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 “완전히 캄캄해.” “응.” “아, 그렇게 하니 정말로 걷기가 훨씬 편해.” “다행이네.” “네가 안 보여.” “안 보여도 옆에 있어.” (33쪽)
- “세스코, 앞을 봐 봐. 저녁놀이 너무 예뻐! ‘저녁놀’이라는 단어 참 좋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그에 어울리도록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준 것이겠지.” (69쪽)


  도시사람 살리자며 시골마을에 갖가지 위험·위해시설이 들어섭니다. 시골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도시를 먹여살리는 갖가지 위험·위해시설’하고 멀찍이 떨어진 데에 살림집 얻으려고 무던히 애씁니다. 집 가까이 공장이 없어야 하고, 찻길하고 떨어져야 하며, 짐승우리가 없어야 합니다. 집 둘레에 송전탑이 안 지나가야 하고, 고속도로나 기찻길이 없어야 합니다. 마을 언저리에 골프장이나 관광단지가 없어야 합니다. 참말, 시골사람은 시골마을에 시골집 건사하기 퍽 힘겹습니다.


  도시사람은, 도시사람 먹여살리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키우는 짐승우리 때문에,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이 파리랑 모기가 득시글득시글해서 얼마나 애먹는가를 하나도 모릅니다. 도시사람은, 도시사람 먹여살리는 곡식과 푸성귀를 때깔 좋게 굵직하게 거두어야 한대서 비료와 농약을 얼마나 많이 써대느라, 막상 정갈한 흙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숨이 막히는가를 조금도 모릅니다.


  그래도, 시골사람 가운데 도시사람 탓하는 이는 거의 없어요. 굳이 누구를 나무라지 않아요. 시골 어르신들은 당신 딸아들한테 고된 흙일 안 시키려고 일찌감치 당신 딸아들을 모조리 도시로 보냈어요. 어린이와 젊은이가 송두리째 도시로 가면서 시골숲은 조용하고, 시골들은 비료와 농약 냄새로 넘치며, 시골바다는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동산이 생깁니다.


  먼지랑 쓰레기하고 살기 싫어서 도시를 떠난 우리 식구들이지만, 정작 시골에 와서도 수많은 쓰레기하고 이웃해야 합니다. 게다가, 시골마을에는 뜻하지 않은 새로운 쓰레기마저 있습니다. 이른바 새마을운동을 벌이던 어느 독재정권 때에, 시골지붕을 온통 슬레트지붕으로 갈아치우면서 ‘아직까지 끔찍하게 이어지는 석면 쓰레기’가 마을마다 넘칩니다. 새마을운동을 벌이며 ‘농촌 소득증대’라는 허울을 내세워 온 시골밭마다 ‘비닐농사’를 짓게 한 나머지, 이 땅을 파든 저 땅을 파든 비닐쓰레기가 줄줄이 나옵니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비닐농사 지은 집집마다 비닐 그러모아 태우는 냄새가 온 마을을 가득 채웁니다.


-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 …… 상상력이 없다면 인간다움이 없는 게 아닐까.” (62쪽)
- “숲속에는 무언가 그리운 향기가 있어. 왜일까.” “우리들은 계속 도시에 살았는데 말이지. 그리운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봄이 가까워졌어.” “응. 해가 길어졌어.” (65쪽)


  마스다 미리 님 만화책 《주말엔 숲으로》(이봄,2012)를 읽습니다. 주말에 숲으로 가는 발걸음은 아주 즐겁습니다. 도시에서 찌든 먼지를 훌훌 털 수 있어 즐겁습니다. 숲을 이루는 풀과 나무는 도시사람이 내놓는 찌든 먼지를 아낌없이 받아들이며 푸르디푸른 새숨을 베풉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이든, 이런저런 쓰레기물이든, 그런저런 비닐봉지이든, 숲은 너그러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숲은 도시에서 만들어 내놓는 쓰레기를 언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바다는, 들은, 냇물은, 도시 쓰레기를 언제까지 받아들이며 맑게 걸러내는 구실을 할 수 있을까요. 쓰레기를 푸른빛으로 보듬는 아름다운 숲자락은 앞으로 언제까지 푸른빛을 싱그러이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 “이곳(시골)에 와서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지만, 도쿄의 하늘에도 별은 똑같이 있는 거잖아.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빛나고 있는 거였어.” (83쪽)
- “이 하눌타리의 씨에는 하눌타리나무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모양은 이상한데 말이지.” (133쪽)
- “하야카와, 저 새는 뭐야?” “세스코, 저건 참새야.” “아, 네.” “아는 새가 처음 본 새처럼 보이는 건, 새의 아름다움이 보였다는 거야, 분명.” (151쪽)


  별은 시골에도 도시에도 있습니다. 다만, 도시는 하늘이 먼지띠로 꽉 막혀, 마치 별이 없는 듯 느낄 뿐입니다. 도시에는 건물과 자동차가 지나치게 많은 탓에, 아름다운 숲을 거의 못 느끼거나 못 볼 뿐입니다.


  서로서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빌어요. 아침에는 밝은 햇살이 베푸는 아름다운 노을을 누리고, 낮에는 싱그러이 흐르는 구름이 물들이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누리며, 저녁에는 땅거미 지면서 하나둘 돋는 앙증맞은 별빛을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대학입시로 시달리는 일이 끝나기를 빌어요. 아이들이 별바라기를 하며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이 햇살 먹는 해바라기를 하면서 구리빛 흙빛 얼굴로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삶을 일굴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이 두레와 품앗이를 물려받아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기쁨과 웃음을 흐드러지게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경제성장 안 해도 돼요. 경제개발 안 해도 돼요. 수출·수입 안 해도 돼요. 주식투자 사라져도 돼요. 텔레비전 없어도 돼요. 신문·잡지 안 봐도 돼요.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며, 나무를 보면 돼요. 이웃을 보고, 동무를 보며, 살붙이를 보면 돼요. 바다를 보고, 들을 보며, 숲을 보면 돼요. 참다운 나를 보고, 착한 나를 보며, 고운 나를 보면 돼요. 내 마음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 길어올려요.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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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빨래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12-3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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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빨래

 


  예수님나신날 하루 앞두던 지난 12월 24일 낮, 햇살이 더없이 좋아 아주 즐겁게 빨래를 비빈다. 개운한 손맛을 노래하며 마당에 하나하나 넌다. 빨랫줄에 드리울 만한 빨래는 없어, 빨래대에 척척 널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옷걸이에 꿴 아이들 옷가지 두 벌을 빨랫줄에 얹는다. 그러고 나서 혼자 뭐가 좋은지 웃는다. 겨울볕 좋고 겨울바람 없으며 빨래는 보송보송 마른다. 나 혼자 좋아서 빨래 마르는 모습을 사진으로도 찍는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마당을 뻔질나게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며 논다. 아버지는 빨래를 바라보며 혼자 논다.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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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스미는 빛 (도서관일기 2012.12.24.) | 숲노래 도서관 2012-12-30 04:57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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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스미는 빛 (도서관일기 2012.12.2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나는 1982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1987년에 마쳤는데,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운 교실은 나무바닥인 곳, 이른바 골마루였다. 처음에는 나무바닥 골마루 있는 2층짜리 건물만 있다가, 아이들 숫자가 늘며 돌바닥 건물을 4층짜리로 새로 올렸다. 언젠가 가 보니 2000년대에 새 건물 하나 들어섰고, 그 뒤 몇 해 지나지 않아 나무바닥 골마루 건물은 사라지면서, 이 자리에 새 건물이 또 올라오더라. 아마, 이제는 나무바닥 골마루 건물은 거의 안 남았으리라 본다. 백 해가 넘었다는 건물을 고스란히 건사한 데가 있으면, 오래된 역사를 바탕으로 골마루가 남을는지 모르지만, 골마루를 뜯어 돌바닥으로 바꾸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서재도서관 교실이 나무바닥이요, 교실과 교실은 골마루로 이어지는 모습이 무척 좋다.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마실을 올 적에, 나무바닥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구르고 길 수 있어 참 즐겁다. 돌바닥 아닌 나무바닥에서는 개구지게 뛰다가 뒤로 자빠져서 머리를 쿵 찧어도 그리 안 아프다. 소리는 되게 크게 나지만, 살짝 띵 하다가 벌떡 일어날 수 있다. 나도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골마루에서 개구지게 뛰다가 곧잘 뒤로 발라당 자빠지곤 했는데, 이때마다 머리를 쿵 박지만,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돌바닥 교실에서 자빠질 때에는 머리가 띵 하고 울리면서 오래도록 어지럽고 아팠다.


  오늘은 모처럼 아이들은 집에 두고 혼자 도서관으로 나온다. 우체국에 가서 부칠 책 몇 권 챙기고는, 물끄러미 여러 교실을 돌아본다. 한겨울 찬바람이 싱싱 불지만, 교실 안쪽은 고즈넉하다. 따사로운 볕이 유리창으로 스며든다. 나무바닥으로 햇살이 드리운다. 난로도 무엇도 없지만, 겨울 한낮에는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볕살이 있어 좋다. 이 볕살은 우리 도서관을 곱게 어루만지면서 따사로이 보듬어 주겠지. (ㅎㄲㅅㄱ)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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