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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잘하는 아버지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2-09-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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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일 잘하는 아버지

 


  한가위를 맞이해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가는 음성 시골집으로 나들이를 온다. 내 어머니 일을 이모저모 거든다. 틈틈이 아이들을 보살핀다. 사이사이 빨래를 한다. 이부자리를 깔고, 아이들을 옆지기와 하나씩 재운다. 요즈음 이 나라가 이럭저럭 ‘성평등’을 이룬다고 말들 하지만, 내 보기에는 성평등은 허울뿐이요, 사내도 가시내도 저마다 스스로 맡을 집살림과 집일하고는 동떨어지지 싶다.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으레 늙은 어머니한테 살림과 일을 맡긴다. 젊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 살림과 일을 어떻게 건사해야 할는지 갈피를 못 잡는다. 그러니까, 오늘날은 사내도 가시내도 ‘집에서 다 같이 일도 살림도 안 하는 모습’으로 ‘성평등’을 이룬달까. 슬기로우면서 참답다 할 성평등이라 한다면, 저마다 즐겁고 기쁘게 보금자리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림과 일을 함께 하는 모습이리라 느낀다. 반반씩 나누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힘이 세니까 더 하는 일이 아니다. 사내라서 해 주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가시내니까 해 주는 일도 아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사랑으로 누리는 살림이면서 일이다.


  적잖은 이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집안일 잘하는 아버지”라고 일컫곤 한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집안일을 모두 다 하는 일꾼”이랄까, 살림꾼이랄까, 이렇게 살아가니까, 내가 집안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니 하고 말할 수 없다고 느낀다. 난 그저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요, 내 온 사랑을 담아 보금자리를 아끼고픈 집식구 가운데 하나인데. (4345.9.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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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어떤 삶을 보여주는가 (우리 학교 텃밭) | 그림책 2012-09-3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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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학교 텃밭

노정임 글/안경자 그림/바람하늘지기 기획
철수와영희 | 2012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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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어떤 삶을 보여주는가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98] 안경자·노정임, 《우리 학교 텃밭》(철수와영희,2012)

 


  한국에서는 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한가위나 설날을 맞이해서 도시를 빠져나갑니다. 한가위나 설날을 맞이하고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일자리를 얻으며 지내는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고 자란 시골을 떠난 사람이 얼마나 많고, 스스로 숲과 들과 메와 냇물과 바다를 잊거나 잃은 채 도시에서 일하는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어느 찻길이건 바글바글합니다. 어느 찻길이건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뿐 아니라 자가용이 가득합니다. 여느 날 여느 때에도 한국에 자가용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지만, 한가위나 설날을 맞이하면 더욱 또렷이 알 수 있어요. 참말 한국에는 자가용이 대단히 많아요.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자가용 물결을 바라보면, 이렇게 많은 자가용으로 온 땅덩이를 뒤엎는구나 싶으면서, 이렇게 자가용으로 온 땅덩이를 덮으면 한국이라는 나라뿐 아니라 지구별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곤 해요.


  시골집 어버이들이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마련합니다. 또한, 큰집 어버이들이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마련합니다. 자가용을 몰고 길을 나서는 이들은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따로 마련하지 않습니다. 시골집 어버이는 손수 일구거나 거둔 곡식과 열매를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립니다. 도시에서는 큰집 어버이들이 저잣거리나 가게를 찾아가서 곡식과 열매를 마련합니다.


  한국땅 모든 사람들이 같은 때에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올립니다. 똑같은 곡식과 열매가 한꺼번에 몹시 많이 쓰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올리자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참말 돈이 많이 드는 일인가 알쏭달쏭합니다. 지난날에는 차례상이나 제사상 먹을거리는 아주 마땅히 ‘어느 집이나 손수 일구거나 거둔 곡식과 열매’였겠지요. 흙을 일구는 이들은 흙에서 거둔 먹을거리를 올리고, 바다를 일구는 이들은 바다에서 거둔 먹을거리를 올리겠지요. 차례상이나 제사상은 여느 사람 여느 삶자락 누구나 여느 때에 즐기던 먹을거리일 테지요.


  흙일꾼은 한 해 곡식 가운데 가장 알찬 녀석을 가려서 이듬해 씨앗으로 남깁니다. 가장 곱고 튼튼하며 야무진 씨앗이 이듬해에 새 논밭에서 새로운 숨결이 되어 자라요. 가장 고운 손길을 들여 흙을 보살펴요. 가장 너른 사랑을 들여 아이들을 보살펴요. 가장 따스한 손길을 들여 밥상을 차리고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올려요.


.. 학교 텃밭에 무엇을 심어 볼까요?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게 고루고루 심을 거예요. 잎줄기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 그리고 곡식과 콩도 심어요 ..  (10쪽)


  찻길하고 제법 떨어진 집에서도 자동차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날 여느 살림집은 으레 찻길을 옆에 낍니다. 도시에서는 어느 집에서도 자동차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아파트라고 다르지 않아요. 아파트에는 주차장이 널따랗게 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새벽이든 낮이든, 자동차 오가는 소리를 들어요.


  어느 집은 자동차 소리를 막으려고 유리를 두껍게 대겠지요. 참말 집안에서 집밖 소리가 안 들리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집안에서 집밖 소리가 안 들린다면, 자동차 소리만 안 들리지 않아요. 바람이 부는 소리, 풀잎이 흩날리는 소리,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들새와 멧새 지저귀는 소리, 구름 흐르는 소리, 해가 기우는 소리, 달과 별이 속삭이는 소리, …… 온갖 소리 또한 들을 수 없어요.


  바깥 소리를 꽁꽁 틀어막은 집에서는 어떤 소리를 들을까요. 아이들 소리를 들을까요? 텔레비전 소리를 들을까요?


  아마, 아이들 소리도 없겠지요.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갈 테니까요. 학교와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집에서 새로운 학습, 이른바 영어 학습이나 동화책 학습이나 글쓰기 학습을 하겠지요. 위층과 아래층이 시끄럽다며 집에서 뛰거나 노래하거나 춤추지 못하겠지요. 피아노를 치거나 피리를 부는 일조차 살금살금 해야 할 테고요.


.. 포슬포슬 부드러운 흙에 씨앗을 뿌려요. 고랑으로 걸어 다니면서, 이랑에 씨앗을 뿌리지요 ..  (18쪽)


  도시를 벗어나 먼먼 길을 달리는 자동차들은 모처럼 ‘자동차 달리는 소리’를 적게 듣습니다. 어느 자동차라 하더라도 달리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자동차들 모두 굼뜨게 기어가기에,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톡톡히 맡습니다. 길마다 자동차로 꽉 찼을 때에는 유리창을 열기도 힘들리라 느껴요. 유리창을 열자면 자동차마다 내뿜는 배기가스를 고스란히 마셔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유리창을 닫으면 에어컨 바람을 몇 시간이고 쐬어야 해요.


  다섯 시간이고 일곱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또 열 몇 시간이고 자가용으로 달려,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닿은 이들은, 차에서 내리며 무척 시원하고 개운하리라 생각해요. 바람 맛을 달콤하게 느낄는지 몰라요. 바람 맛이 이토록 달콤하며 좋은 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자동차에서 너무 오래 시달리느라 바람 맛이 달콤하다고 느낄는지 모르는데, 다시금 시골을 떠나 도시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도시에서 차에서 내릴 때 마시는 바람’ 맛이 시골에서와는 사뭇 다르다고 느끼리라 생각해요. 시골에서처럼 달콤하지는 않으나, 이제 기나긴 자동차 물결에서 벗어난다며 마음을 쉴 수 있겠지요. 다시금 도시에서 톱니바퀴가 되어 구르는 삶으로 젖어들면서 어딘가 아늑하거나 느긋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요.


  시골로 모인 도시내기들은 시골로 모여서 풀베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한가위에 모였으니 잘 익은 들판을 바라보다가 낫을 들고 벼베기를 할 법도 하지만, 한가위에 시골로 모인 이들이 다 함께 들판에 맨발로 서서 벼베기를 하는 일은 몹시 드물다고 느껴요. 인사하고 차례상 올리고 밥 한 그릇 나누고 술 한 잔 부딪히다가는 어느새 도시로 돌아갈 때를 어림해요. 늦게 떠나면 자동차가 많이 몰려 힘드니까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시로 돌아가려 해요. 느긋하게 하루나 이틀을 더 묵지 못할 뿐 아니라, 넉넉히 한두 시간을 들판이나 멧골이나 바다에서 뛰놀지 못해요.


  애써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찾아왔어도 시골바람을 맛나게 마시지 못해요. 겨우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깃들었어도 시골내음을 듬뿍 들이키지 못해요.


  고향이란 무엇일까요. 고향내음이란 무엇인가요. 고향맛이란, 고향사랑이란, 고향꿈이란, 고향에 깃든 이야기와 삶이란 무엇일까요.


.. 학교 텃밭에 꽃들이 활짝 피었어요. 토마토와 오이 꽃은 노란색이고, 가지 꽃은 보라색이에요. 강낭콩 꽃도 참 예쁘지요? 벼와 옥수수는 작은 풀색 꽃이 피어요 ..  (34쪽)


  노정임 님 글과 안경자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우리 학교 텃밭》(철수와영희,2012)을 읽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마련한 텃밭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요즈음은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나 고등학교마다 운동장 흙을 갈아엎고는 인조잔디를 깔곤 하는데, 이런 흐름과는 달리, 인조잔디나 ‘트랙’이 아닌 ‘흙’을 예쁘게 살리며 텃밭으로 삼는 이야기를 다뤄요.


  어쩌면, 거꾸로 가는 그림책이라 할 테지요. 참말, 현대 물질문명이 치솟는 사회에서 거꾸로 가는 그림책이라 할 만해요. 자유무역협정까지 맺는 판에, ‘왜 푸성귀를 학교 아이들이 손수 일구어 먹느냐?’고 따질 수도 있어요. ‘이 아이들이 책상맡에서 영어를 더 배우고 시험공부를 더 해서 서울 쪽 이름난 대학교에 가도록 가르쳐’야지, 왜 밭에서 힘들게 땀을 흘리도록 하느냐고 나무랄 수도 있어요. 돈 내고 사다 먹으면 될 푸성귀를, 굳이 학교 옆 땅뙈기를 밭으로 바꾸어 쓰느냐 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누구라도 밥을 먹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른들 누구라도 밥을 먹어요. 스스로 먹는 밥이니까 스스로 일구어요. 스스로 삶을 짓는 길 가운데 하나로 스스로 흙을 보살펴요. 내가 먹는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몸소 살피고, 내가 먹는 밥이 몸속에서 삭혀지며 똥오줌 되어 흙으로 다시 돌아갈 때에 어떻게 되는가를 하나하나 톺아봐요.


.. 텃밭 농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예요. 손수 기른 채소와 곡식으로 차린 밥상이라 더욱 맛있고요, 친구들과 같이 먹으니까 더욱더 맛있어요 ..  (50쪽)


  그리 멀지 않던 옛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냥 그대로 시골에서 살아가던 그닥 안 먼 옛날, 한가위나 설날이 되면 마을마다 잔치가 벌어졌어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새로운 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새로운 일과 놀이를 누렸어요. 저잣거리는 하얗게 빛나고, 마을길은 푸르게 빛났어요. 하늘은 맑고 들판은 밝았어요. 구름은 하얗고 달빛도 하얗게 환했겠지요.


  이제 한가위가 되든 설날이 되든, 모두들 네비게이션을 바라볼 뿐이에요. 창밖으로 펼쳐진 들판조차 바라보지 않아요. 다른 자동차 물결만 하염없이 바라봐요. 들판을 가로지르는 우람한 송전탑을 바라보거나 느끼는 사람도 드물어요. 시골에서는 전기 쓸 일이 거의 없는데, 발전소는 몽땅 시골에 지으면서, 도시로 송전탑을 끝없이 세우는 모습을 살갗으로 느끼는 도시내기는 거의 없어요.


  송전탑 밑에서 자라는 벼는 얼마나 맛날까요. 고속도로 곁 논밭에서는 푸성귀가 얼마나 푸르게 자랄까요.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곁 과수원에서 능금이나 배는 얼마나 잘 익을까요. 공항 언저리, 공장 둘레, 발전소와 짐승우리 곁 논밭에서는 시금치나 대추나 감이나 콩이 얼마나 알차게 여물까요.


  아이들은 집에서 삶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들 낳아 돌보는 어버이 가운데 삶을 짓거나 일구는 이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삶을 배우지 못합니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조차 영어 과외와 같은 얼거리요, 대학입시로 가는 징검돌 가운데 하나로 여기거든요. 참말 아이들은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며 꿈을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야 아름다울 텐데,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삶을 못 배우면 어떤 어른이 될까요. 삶을 못 배우고, 사랑도 꿈도 못 배우면 어떤 어른으로 클까요.


  그림책 《우리 학교 텃밭》은 아이들한테 삶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어른들한테 삶을 가르치지도 못합니다. 다만, 삶을 가만히 보여줍니다. 삶과 사랑과 꿈이 어디에 있고 어떤 모양과 무늬와 내음인가를 가만히 보여줍니다. 삶을 느끼며 사랑을 꽃피우고, 사랑을 꽃피우며 꿈을 그려요. 꿈을 그리는 아이들은 사랑스럽게 살아가고, 사랑스럽게 살아갈 때에 씩씩하고 튼튼한 슬기나무와 같은 숨결이 되리라 믿어요. (4345.9.29.흙.ㅎㄲㅅㄱ)

 


― 우리 학교 텃밭 (안경자 그림,노정임 글,철수와영희 펴냄,2012.9.30./13000원)

 

(최종규 . 2012)

 

..

 

한가위 맞이해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왔기에 사진은 못 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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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9] 달걀밥 | 우리말 살려쓰기 2012-09-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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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9] 달걀밥

 

  한가위를 맞이해서 네 식구 길을 나섭니다. 아침 열한 시 십오 분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와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타서 순천 기차역에서 낮 두 시 기차를 타려 하는데, 어린 아이들이랑 짐을 꾸려 길을 나서자니 집밥을 먹기도 빠듯합니다. 기차 타기 앞서 기차역 앞 분식집에 들릅니다. 큰아이 몫으로 돼지고기튀김을 시키고, 옆지기는 찬국수를 시킵니다. 나는 ‘차림판에 적힌 오므라이스’를 시킵니다. 세 사람 밥이 나옵니다. 아버지 몫 ‘오므라이스’를 본 다섯 살 큰아이가 문득 “달걀밥이다! 나 달걀밥 먹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참말, 밥 위에 달걀을 지져서 얹으니 달걀밥이에요. 아마, 달걀을 삶아서 밥 사이에 심어도 ‘달걀밥’이라 할 테지요. 달걀을 으깨어 밥에 섞어도 ‘달걀밥’이라 할 테고요. 다 같은 달걀밥이면서 다 다른 달걀밥입니다. 달걀볶음밥이 있고 삶은달걀밥이 있어요. 달걀부침밥이 있을 테며, 달걀비빔밥이나 달걀말이밥이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여느 밥집에서 일본말 ‘오므라이스(오믈렛라이스를 일본사람이 간추려 일컫는 이름)’를 씻어내고 ‘달걀밥’이라고 예쁘게 쓸 만한데, 아직 이런 밥이름을 쓰기는 힘든지 모릅니다. 어른들은 앞으로도 오므라이스라고만 말하지 않겠느냐 싶은데, 그래도 우리 아이는 이 밥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달걀밥이다!” 하고 외치겠지요. (4345.9.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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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은 어떤 빛깔일까 (숨은 별자리 찾기) | 그림책 2012-09-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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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숨은 별자리 찾기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저/이현주 역
비룡소 | 200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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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별은 어떤 빛깔일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97]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숨은 별자리 찾기》(비룡소,2002)

 


  지구는 아주 조그마한 별입니다. 지구에서 한국은 아주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우주를 헤아릴 때에 지구라는 별은 점 하나로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겠지요. 지구를 돌아볼 때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점 하나로 겨우 찍을 만큼 작을 테고, 한국에서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라 하더라도 참으로 작은 점 하나가 돼요.


  그런데 참말 작은 점과 같은 한국땅이라 하더라도, 서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과 부산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다릅니다. 서울과 가까운 포천이나 파주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랑, 휴전선 너머 개성이나 해주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사뭇 달라요. 양구나 홍천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어떠할까요. 울릉이나 고흥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어떠할까요. 신의주나 백두산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또 어떠할까요.


  자그마한 나라에서 살지만, 우리 집 네 식구 깃든 전남 고흥에서는 밤마다 별을 숱하게 만납니다. 자그마한 나라에서 살지만, 고흥을 떠나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충북 음성이나 경기 일산으로 찾아가고 보면, 밤하늘 별이 그리 많지 않아요. 때때로 서울이나 인천이나 부산에 볼일 있어 찾아가면, 밤하늘에 별을 아예 못 볼 적마저 있어요.


  밤이 깊어도 할머니하고 놀겠다며 잠을 안 자려 하던 아이들을 재웁니다. 아침에 큰아이가 아주 일찍 일어납니다. 다섯 살 큰아이는 “나, 할머니한테 가서 ‘잘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하고 싶어요.” 하며 말합니다. 아직 이른 새벽입니다. 새날 새롭게 놀 생각에, 늦게 잠들고서 되게 일찍 일어납니다. 하기는. 나도 이 아이들만 한 어린 날 되게 일찍 일어났는걸요. 아니, 나는 더 일찍 잠에서 깨었는걸요. 이른새벽부터 부산하게 아침을 마련하고 아침일을 하시던 외가 할머니를 보았고, 외가 친척들을 보았는걸요.


  일찌감치 일어나서 새벽하늘을 보았어요. 천천히 동이 트는 하늘을 보았어요. 차츰 달라지는 하늘빛을 느꼈어요. 바야흐로 온 들판과 멧골이 푸르게 빛나도록 하는 햇살이 얼마나 밝은가를 느꼈어요.


..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밤하늘의 별들을 서로 구별할 줄 알아요. 그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나무와 단풍나무를 구별할 줄 알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딱따구리를 본 적이 없어도 딱따구리와 까치를 구별할 줄 알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밤이 되면 항상 볼 수 있는 별들을 그저 신비롭게 바라보기만 할 뿐이에요 ..  (3쪽)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국민학교 삼학년 무렵이었지 싶으니, 1984년일 텐데,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하룻밤 묵은 적 있습니다. 무슨무슨 수련회 같은 자리였어요. 같은 학년 아이들 모두 운동장에 천막을 쳤어요. 그러고는 깊은 밤에 모두들 깨워 일어나도록 했어요. 그러고는 교장 선생님이 우리더러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이렇게 가게와 집마다 불이 꺼진 깊은 밤, 학교 운동장에서 별이 아주 잘 보인다고, 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 했어요.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던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별을 꽤 많이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어느덧 서른 해나 지난 일이니 그러할 텐데, 요즈막 충북 음성에서 밤하늘 올려다보면 내 어릴 적 인천에서 보던 밤하늘하고 엇비슷해요. 그리고, 어린 날 충남 당진에서 올려다보며 놀라던 밤하늘은 오늘날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전남 고흥에서 올려다보며 누리는 밤하늘하고 엇비슷해요.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큰아이는 걸리며, 밤하늘 누리는 저녁나절 마을 한 바퀴를 돌 적,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고흥 시골마을에 전기가 아직 안 들어오던 서른 해쯤 앞서 이곳 밤하늘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오가는 자동차 없고 드나드는 자동차 또한 없었을 조금 더 먼 지난날에는 이곳 고흥 밤하늘이 어떤 무늬였을까 헤아려 봅니다.


  요즈음 한국사람은 네팔이나 티벳이나 몽골로 찾아가서 ‘놀라운 밤하늘’과 ‘눈부신 낮하늘’을 보며 놀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놀랍거나 눈부신 하늘이 한국에는 없었을까요. 한국사람 스스로 놀랍거나 눈부신 하늘을 내동댕이치고는, 이제 나라밖으로 나가 입을 헤 벌리는 셈 아닐는지요. 한국사람 스스로 너무 바쁘게 살아가겠다고 나서면서, 한국에서 올려다보던 너른 하늘을 스스로 잃거나 잊으면서, 나라밖으로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비로소 놀랍거나 눈부신 하늘을 볼밖에 없는 나날이 아닌가 싶어요.


  내 작은 집에서도 언제나 보던 하늘을 스스로 잃어요. 내 작은 마을에서도 늘 보던 하늘을 스스로 버려요. 이동안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얻어요. 이러는 사이 사람들은 자가용을 마련해요. 이 틈바구니에서 아파트를 짓고 고속도로를 놓으며 공장을 세워요.


..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밤이면 하늘은 갑자기 거대한 그림책으로 변해요 ..  (5쪽)


  지구별에서 다른 별을 바라봅니다. 지구별 사람으로서 다른 별 빛살과 빛깔과 빛결을 바라봅니다. 다른 별에서 지구별을 바라볼 때에는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지구별은 푸르게 보일까요. 지구별은 파랗게 보일까요. 아니면, 온갖 배기가스와 공해로 더러워진 탓에 까맣게 보일까요. 어쩌면, 온갖 쓰레기와 찌꺼기로 뒤덮이면서 숲이 사라지고 잿빛 도시만 늘어나는 바람에, 다른 별에서 지구별은 아예 안 보이는 별이 되었을까요.


  자가용을 몰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기 좋다고 합니다. 자가용을 몰면, 또는 택시나 버스나 기차를 타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퍽 빠르게 수월하게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움직이는 만큼 숲을 없애고 찻길을 닦아야 해요. 숲을 없애고 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만들어야 해요. 숲을 없애고 석유를 뽑아올린 다음 석유를 다루는 공장을 지어야 해요. 커다란 짐차가 기름을 실어 날라 기름집을 만듭니다. 기름집도 숲을 민 자리에 짓습니다. 지구별 모든 도시는 숲을 밀어내고 닦습니다. 지구별 사람들이 도시에서 누리는 일이나 놀이는 모두 숲을 밀어 없애고 나서 누립니다.


  그러고 보면, 서울사람은 밤하늘을 누리려 하지 않아요. 도쿄사람도, 뉴욕사람도, 파리사람도, 런던사람도, 북경사람도, 모두들 밤하늘 누릴 생각이 없어요. 밤하늘 누릴 생각이 있던 사람은 일찌감치 서울도 도쿄도 뉴욕도 파리도 런던도 북경도 떠났겠지요. 밤하늘 예쁘던 시골에서 살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고 돈벌이를 얻으려고 밤하늘 하나도 없는 도시로 나아가서 시멘트집에 깃들려 하겠지요.


  낮을 잊으면서 밤을 잊어요. 아침을 잃으면서 저녁을 잃어요. 별을 잊으면서 달을 잊고, 해를 잊으면서 구름을 잊어요. 숲을 잊으면서 마을을 잊어요. 숲을 잃으면서 지구별을 잃어요.


  이제, 지구별 잃은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지구별을 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꿈이나 사랑은 무엇일까요.


.. 우리는 계절마다 각각 다른 모습의 밤하늘을 볼 수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도시에 살아서 별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 각 계절과 시각에 따라 밤하늘의 모습이 변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  (24쪽)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님이 빚은 그림책 《숨은 별자리 찾기》(비룡소,2002)를 읽습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읽도록 돕는 길잡이책입니다. 참 재미나게 엮었기에 재미나게 읽을 만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들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으레 도시 아이들이겠지요. 밤하늘에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별보다 가게 등불이 훠린 많을 도시 아이들이에요.


  서울에서 그림책 《숨은 별자리 찾기》를 펼칠 아이들은 별자리 하나라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북극성이나 국자별 하나라도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별자리뿐 아니라 별 하나라도 보려고 엄마 아빠랑 자가용 타고 서울 밖으로 빠져나와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시골에 남은 어린이가 매우 적습니다. 시골이라고 아이들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시골 어린이는 나날이 아주 빠르게 줄어요. 모든 시골 아이는 똑같은 도시 아이가 되도록 유치원과 어린이집부터 길들여집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라 하더라도 밤하늘이나 낮하늘을 누리지 못해요. 시골 유치원도 영어를 가르치고, 시골 어린이집도 영어 노래를 가르쳐요. 시골 초등학교도 영어교실을 마련해요. 시골에서 마음껏 누릴 별자리 이야기를 나누려는 시골 교사가 아주 드물어요. 시골에서 실컷 누릴 파란 빛깔 하늘과 하얀 빛깔 구름을 노래하려는 시골 교사가 얼마 없어요.


  예쁜 그림책에 깃든 예쁜 이야기는 누구한테 이바지를 할까 궁금합니다. 예쁜 그림책을 애써 펴내는 어른이나, 예쁜 그림책을 힘써 읽히려는 어버이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일구려 하는가 궁금합니다. 별빛이 스러지며 삶빛이 함께 스러집니다. 별빛이 사라지며 사랑빛이 나란히 사라집니다. (4345.9.29.흙.ㅎㄲㅅㄱ)

 


― 숨은 별자리 찾기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글·그림,이현주 옮김,비룡소 펴냄,2002.10.17./8500원)

 

(최종규 . 2012)

 

..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와서 글을 올리느라 사진은 하나도 못 걸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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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책읽기 | 책삶+글쓰기 2012-09-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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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책읽기

 


  새벽 일찍 마을 청소를 한다. 한가위 맞이 큰청소이다. 청소를 마치고 바지런히 짐을 꾸린다. 11시 15분 군내버스를 탄다. 읍내로 나아간다. 읍내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순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에 탄다. 자리 넉 칸을 붙인다. 조치원역까지 기차가 신나게 달리고, 조치원역에서 다시 음성역으로 신나게 달린다. 음성역에서 내린 네 식구는 택시를 잡아타고 음성 읍내에 들렀다가 생극면 도신리로 달린다. 이제,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집에 닿는다.


  아침 11시에 길을 떠나서 저녁 20시 무렵에 닿는다. 전남 고흥을 떠나 충북 음성으로 가는 네 식구는, 버스길과 기차길과 택시길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난다. 무뚝뚝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들 바라보며 싱긋 웃는 사람들을 보며, 기차에 딸린 뒷간에서 담배를 피우며 연기 가득 채워 놓은 누군가를 본다. 고단함에 쩔디쩐 사람들을 보고, 맑게 웃거나 홀가분하게 이야기꽃 피우는 사람들을 본다. 옷차림이 눈부시거나 해사한 사람들이 있다. 옷차림이 우중충하거나 무거운 사람들이 있다. 짐이 많은 사람이 있고, 빈손인 사람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아주머니가 있고, 혼자 다니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있다.


  우리 곁을 스치는 숱한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 사람들한테 우리 네 식구는 숱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 보이겠지. 이 사람들은 우리 네 식구를 비롯해 숱한 사람들을 어떤 이웃이나 동무로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이 숱한 사람들을 어떤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면서 바라볼까.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에 안는다. 스스로 떠올리는 지난날이든, 스스로 생각하는 오늘날이든, 스스로 꿈꾸는 앞날이든, 사람들 누구나 가슴속에 이야기 한 자락 품는다. 돈을 버느라 바쁘든, 무언가에 쫓기느라 힘겹든, 이것저것 하느라 슬프거나 외롭든, 이렇거나 저렇게 기쁘거나 홀가분하든, 스스로 느끼건 안 느끼건 사람들 누구나 이야기를 빚으면서 살아간다.


  저 사람 저 이야기는 어떤 삶이요 어떤 빛일까.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는 어떤 삶이면서 어떤 빛인가. 우리들은 어떤 삶으로 어떤 꽃을 피우면서 어떤 빛을 이루려 하는가. 나는 어떤 일을 꾀하고 어떤 생각을 돌보면서 어떤 사랑을 나누려 하는가.


  나는 내 모습을 찬찬히 짚으면서 내 몸과 마음을 헤아리고, 내 가슴속에 깃든 이야기가 무엇인지 읽는다. 나는 누구보다 ‘나라고 하는 사람 책’을 읽는다. 내가 나를 읽을 수 있을 때에, 나는 내 옆지기를 읽을 수 있겠지. 내가 나를 읽지 못할 때에, 내 두 아이가 어떤 빛이면서 숨결인가를 읽지 못하겠지.


  나를 사랑하는 내 삶일 때에 나를 둘러싼 이웃과 동무를 따사롭게 바라볼 수 있으리라 느낀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 삶일 적에 내 둘레에 흐르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느끼는 허여멀건 나날이 되리라 느낀다. 사람을 읽기는 아주 쉽다. 내가 나를 읽는 데에서 사람읽기가 열리니까. 사람을 읽기는 아주 즐겁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데에서 사람읽기 첫끈을 여니까.


  같은 하늘 아래이지만, 들판과 멧자락과 물과 바람이 다른 곳에서,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삶을 꾸리며 사랑을 일군다. (4345.9.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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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넘어간 새벽하늘 별빛 | 책삶+글쓰기 2012-09-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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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넘어간 새벽하늘 별빛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저녁부터 달빛이 밝다. 한가위를 앞둔 달이로구나 싶도록, 보름달이 아니어도 참 환하다. 그런데 이 달빛이란 달이 내는 빛이 아니라, 해가 빚어 내보내는 빛을 받아 지구별로 되비치면서 이루는 빛이겠지. 환하게 비추는 달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달에 아로새겨진 무늬를 찬찬히 읽어 본다. 망원경이 없어도 이럭저럭 볼 수 있는 만큼 달무늬를 읽는다.


  아이들 잠들고 나도 잠든다. 새벽녘에 깬다. 작은아이 바지와 기저귀를 간다. 나도 오줌이 마렵다. 마당으로 나온다. 풀숲이 된 빈터에 쉬를 눈다. 그동안 달은 넘어갔고, 아직 깜깜한 새벽하늘은 온통 별빛이다.


  별이 참 많구나. 아니, 별이 참 많이 보이는구나. 달이 넘어가고 나니 별이 훨씬 많이 보이는구나. 누군가는 이 별 저 별 엮어 별자리를 그리기도 하는데, 별자리로 그리는 별 말고도 훨씬 더 많은 별이 하늘에 있지 않을까. 왜 어느 별은 별자리에 들어가고, 왜 어느 별은 별자리에 안 들어갈까.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 아주 많을 텐데, 이들 별은 어떤 별일까.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라는 별은 어떤 별자리처럼 보일까. 다른 별에서 살아가는 목숨은 지구를 어떤 별자리로 그릴까. 어쩌면 다른 별 목숨은 지구라는 별을 굳이 별자리에 안 넣을는지 모른다. 지구별 사람이 어느 별은 별자리에 넣고 어느 별은 별자리에 안 넣듯, 지구라는 별도 똑같이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저 먼 별에는 어떤 삶이 이루어질까. 내가 발을 디딘 이 지구별에는 저마다 어떤 삶을 이룰까. 저 먼 별빛은 지구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내가 발을 디딘 이 지구별에서 일구는 내 삶은 저 먼 별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4345.9.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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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글쓰기 | 책삶+글쓰기 2012-09-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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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외버스 글쓰기

 


  들판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시외버스. 멧골 사이로 천천히 달리고, 냇물 곁도 천천히 달려, 사람들만 아스팔트 딛고 사는 큰 도시로 나아간다. 이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을 떠나 도시로 깃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도시 품에 안겼을까. 그동안 들판과 멧골과 냇물이랑 어깨동무하던 사람들은 아스팔트 도시에서 무엇을 얻고 누리면서 나누는 삶일까.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며 사랑을 얻었을까.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꿈을 건사할까.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며 믿음을 얻었을까.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생각을 스스로 빚을 수 있는가. (4345.9.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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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 숲노래가 지은 책 2012-09-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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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맞추어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가 나왔습니다.

 

책방에는 이제 막 배본이 되었고,

책방에 주문하시는 분들은

한가위 연휴가 끝나면 구경하실 수 있어요.

 

즐겁게 장만해서!

예쁘게 읽어 주셔요!

 

실물을 보면 참 예쁘답니다~

 

 

 

머리말을 옮겨 놓습니다.

 

 

 

머리말

 

 

〈교수신문〉은 해마다 새 ‘사자성어’를 하나씩 내놓습니다. 이른바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교수신문〉이기 때문에 이 나라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어 빚거나 찾는 새 ‘사자성어’입니다. 그런데, 대학 교수이든 지식인이든 기자이든,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사자성어’는 뽑을 줄 알지만, 막상 새로운 ‘한겨레 말글’은 빚을 줄 모릅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알차고 아름다이 빚는 길을 열지 않습니다. “올해를 빛낼 한국말”을 빚어 널리 알리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 책은 한국말로 예쁘고 즐거이 꾸리는 빛나는 삶을 생각하고 싶은 꿈을 담으려 합니다. 한국사람이기에 쓰는 한국말입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니까 쓰는 한국말이에요. 껍데기만 한글인 한국말로는 안 된다고 느낍니다. 알맹이는 없으나 겉차림만 한글인 한국말로는 내 넋을 살찌울 수 없다고 느낍니다. 알맹이부터 빛나고 아름다운 말이요 글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랑스러운 삶을 담는 줄거리가 빛나는 말이면서 글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자성어’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사자성어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일 낱말이 더러 있을 테지만, 사자성어는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는 영어이지 한국말이 아니거든요. 영어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일 낱말이 더러 있으나, 영어는 한국말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영어 가운데 ‘한글’이나 ‘김치’ 같은 낱말이 스며들 수 있어도, 영어는 영어여야지 한국말이 되지 않고, 될 수조차 없어요.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쓸 한국말은 뿌리부터 잎사귀와 꽃과 열매까지 싱그러이 빛나는 한국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이 땅에서 살던 붙박이가 쓰는 한국말이든, 한국을 새로운 고향마을로 삼는 이주노동자이든, 한국에서 원어민강사 일을 하러 찾아온 서양사람이든, 한국땅에서 지내며 한국사람이랑(또는 한국사람이 되어) 쓸 한국말이란, 겉과 속이 하나되는 가장 아름다우며 빛나는 한국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한국말로 옮겨야 합니다. 한국말로 번역해서 쓰는 영어여야 합니다. ‘럭셔리’뿐 아니라 ‘바이바이’ 같은 영어도 한국말로 옮겨서 써야 합니다. “하우 아 유?”나 “굿나잇!” 같은 영어는 한국말로 옮겨서 써야 합니다. 때로는 재미로 삼거나 놀이로 삼아 영어를 쓸 수 있어요. 때로는 학문이나 학식에 따라 한자말을 쓰기도 할 테지요. 그렇지만, 나 스스로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으로서(또는 한국사람이랑 벗을 사귀며) 쓸 한국말이라면, 알맹이와 겉모습이 맑고 밝게 빛나는 한국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 칼럼니스트’ 같은 영어는 적어도 ‘도서평론가’쯤으로는 한 차례 옮겨야 하고, 더 생각을 기울일 수 있다면 ‘책 얘기꾼’으로 옮길 수 있어요. ‘책 얘기꾼’이 이모저모 어울리지 않거나 어설프다고 느끼면, 이보다 낫거나 예쁘거나 좋거나 어울릴 만한 새 한국말을 빚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요.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라는 이름으로 사자성어를 한국말로 옮기려 합니다. 깊이 살피지 않고 쓰는 중국말이 아닌, 깊이 살피면서 쓰는 한국말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식을 내세우거나 학식을 뽐내는 중국 한자말이나 중국 옛말이 아닌, 널리 사랑하며 고루 아끼는 한겨레 말글이나 한겨레 새말을 갈고닦고 싶어요.

 

누구보다 한국사람인 나부터 참답고 착하며 아름답게 한국말을 쓰고 싶습니다. 한국이랑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나 네팔이나 미국이나 멕시코나 칠레나 프랑스나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찾아와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 할 때에, 가장 빛나며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한국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전남 고흥 동백마을 시골자락에서 풀과 해와 별과 나무를 누리는 우리 집 아이들이 언제나 즐거이 맞아들일 한국말을 곱게 보살피고 싶습니다.

 

 

2012년 10월 최종규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최종규 저
철수와영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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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사귀는 사진 (높은 곳―카타콤베) | 사진책 2012-09-2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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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높은 곳-카타콤베

장수선 저
물과해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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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을 사귀는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114] 장수선, 《높은 곳―카타콤베》(물과해,2011)

 


  오늘날 누구나 사진을 찍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사진을 찍습니다. 초등학생도 고등학생도 사진을 찍습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사진을 찍습니다. 따로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야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강의를 찾아 듣고서야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찍고 싶으면 찍는 사진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찍는 사진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사진은 아직 아닙니다. 이렇게 찍어야 예뻐 보이고, 저렇게 찍으며 내 발자국으로 남기는 사진일 뿐입니다. 스스로 삶을 누리거나 빛내는 길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 재미나거나 볼 만하다고 여겨 사진을 찍습니다. 길에서 사진을 찍고 집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손전화 기계로 찍은 사진은 곧장 동무나 이웃한테 보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지구별 한 바퀴를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 찍힌 사람은 어떤 마음이거나 느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널리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힌 사람도 널리 보이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내가 내 이웃을 사진으로 찍든, 내 이웃이 나를 사진으로 찍든, 언제나 같습니다. 찍는 사람은 찍고 싶으니 찍습니다. 그러나, 찍히는 사람 또한 찍히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찍는 사람은 스스로 좋아서 찍는다고 하지만, 찍히는 사람도 스스로 찍히기를 좋아할까 궁금해요. 사진기를 들고(또는 손전화 기계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는 ‘바로 이 모습 볼 만한걸’ 하고 생각할는지 모르나,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으로서는 ‘왜 바로 이곳에서 무엇을 찍어야 하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찍히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재빨리 찍은 사진이 더 볼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찍히는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동안 몰래 찍은 사진이 한결 부드럽거나 수수한 모습이 될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흔히 ‘자연스러운 사진’이라 말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찍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기쁨을 헤아리는지 슬픔을 헤아리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하나도 모릅’니다. 찍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무얼 생각하며 길을 걷거나 한 자리에 섰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은 조금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조금도 모르며, 하나도 모르는 채 찍는 사진인데, 이러한 사진이 ‘자연스러운 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마도, 자연스러운 사진이란, ‘아무개답다’라 할 만한 사진이겠지요. 그러면, 아무개다운 모습이란 또 어느 모습일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무개를 얼마나 가까이하거나 알거나 마주하거나 사귀었을까요.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사진쟁이는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과 얼마나 얘기를 나누거나 생각을 주고받거나 말을 섞었을까요.

 


  광부를 찍고, 농사꾼을 찍고, 고기잡이를 찍고, 회사원을 찍고, 군인을 찍고, 누구누구를 찍는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찍는 사진이 얼마나 ‘온갖 사람’ 삶과 꿈과 사랑을 밝힐 만한가 모르겠어요. 여러 직업에 몸을 바치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하는데, 사람들 얼굴을 크게 잡아당겨 인물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광고사진도 찍고 패션사진도 찍는다고 하는데, 참말 어떤 사진이 ‘아무개 삶과 넋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진이 될까 알쏭달쏭해요. ‘두메산골’을 찾아가서 ‘티없이 맑은 눈빛 어린이’를 사진으로 담으면 깨끗한 넋을 담는 사진이 될까요. 두메산골이란 누구 눈길에서 두메산골일까요. 사진쟁이가 두메산골이라 가리키는 데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두메산골이 무엇일까요.


  장수선 님 사진책 《높은 곳―카타콤베》(물과해,2011)를 읽습니다. 장수선 님은 머리말에서 “천장 장식들은 화려한 바로크 혹은 로코코 스타일의 모조로서, 서양 귀족풍의 문양을 닮아 있었다. 이런 스타일은 작은 주택이나 빌라의 내부와 어울리지 않아서 이물스러웠다. 오히려 화려한 천장 장식들과는 달리 장식들 주변을 채우고 있는 형광등, 부적 등이 이곳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10∼11쪽).” 하고 말합니다. 철거를 앞둔 낡은 집 마루나 방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높은 곳―카타콤베》입니다. 바야흐로 사라질 모습을 담은 사진책입니다. 온통 서양 차림으로 꾸민 여느 살림집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높은 곳’과 ‘카타콤베’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서양 차림으로 꾸며진 여느 살림집’에서 살아가던 도시사람은 스스로 이렇게 집안을 꾸미고 싶었을까 모르겠어요. 누군가 이렇게 지어 놓은 살림집에 전세이든 월세이든 들어와서 살았을 뿐 아닐까 모르겠어요. 이렇게 꾸민 살림집이라야 들어가 살 만하다고 여기는 사회 흐름이요, 도시 문화가 아닐까 모르겠어요.


  벽종이를 천장까지 바르더라도 그래요. 여느 살림집에 깃들 여느 사람들이 스스로 벽종이를 만들지 못해요.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요. 그런데, 벽종이 또한 천장 생김새처럼 ‘누군가 만들어 놓은 무늬’일 뿐이에요.


  오늘날 사람들 가운데 집을 손수 짓고, 집안 살림살이를 손수 만들어 붙이며, 벽그림을 손수 그리는 이는 몇이나 될까요. 다른 이 손을 빌지 않고 집을 짓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짓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도시에서 살아가든 시골에서 살아가든, 다른 이 눈치를 안 보고 스스로 하루하루 누리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나는 생각합니다. 사진찍기는 이웃 사귀기라고. 사진을 찍으려 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귀려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쥘 때에는 내 이웃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진기를 손에 든 사람은 이웃을 마주하는 매무새를 고스란히 보여주겠지요. 사진기를 손에 든 사람들마다 이웃을 마주할 때에 어떤 모습인가를 낱낱이 보여주겠지요. 아직 잘 모르는 이웃과 마주하면서 어떤 낯빛 어떤 목소리 어떤 몸가짐인가를 하나하나 보여주겠지요.


  찍힌 사진에는 찍는 사람 눈길뿐 아니라 마음길과 손길이 드러납니다. 찍힌 사진에는 찍는 사람 생각뿐 아니라 마음과 사랑이 드러납니다. 찍힌 사진에는 어떤 기록이나 증명뿐 아니라 이야기와 빛그림이 드러납니다.


  저마다 이웃을 어떻게 사귀고 싶은가 하는 모습이 사진 한 장에 담깁니다. 저마다 이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이야기가 사진 한 장에 담깁니다. 저마다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하는 빛무늬가 사진 한 장에 담깁니다.


  누군가는 먼저 사진 한 장 찍어 보고 말을 섞겠지요. 누군가는 사진은 나중에 찍을 생각으로 오래도록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밥잔치를 나누려 하겠지요. 누군가는 먼발치에서 흘끔흘끔 구경할 테고, 누군가는 어깨동무를 하며 숲길을 호젓하게 걸으려 할 테지요.


  사진책 《높은 곳―카타콤베》는 장수선 님 이웃을 장수선 님 스스로 어떻게 마주하고 바라보며 사귀려 하는 몸짓이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장수선 님 이웃들은 이곳에서 어떻게 살다가 저곳으로 어떻게 옮기며 어떤 나날을 일굴까 헤아려 봅니다. 장수선 님은 이녁 스스로 어느 곳에서 어떤 살림을 일구며 어떤 사랑을 길어올리고픈 마음일까 헤아려 봅니다.


  ‘이웃’이라는 낱말은 으레 ‘이웃사랑’이나 ‘이웃사촌’이라고 쓰이는데, 참말 이 말이 맞구나 싶어요. 곧, 내 이웃을 찍으려 하는 사진이라면, 나는 내 이웃을 사랑하고 싶기에 사진을 찍어요. 내 이웃과 사촌으로 지내고 싶어 사진을 찍어요. 사진은 예쁜 징검다리가 됩니다. (4345.9.28.쇠.ㅎㄲㅅㄱ)

 


― 높은 곳, 카타콤베 (장수선 사진,물과해 펴냄,2011.6.1./35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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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나 | 책삶+글쓰기 2012-09-2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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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볼까

 


  재미난 그림책이란 무엇일까.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는 책이란 무엇인가. 좋은 어린이책이나 읽힐 만한 푸른책으로 무엇을 손꼽을까.


  집에서 아이들이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집어들고 논다. 집에 이 책들이 있으니까 집어들어 논다. 읽힐 만한 값어치가 없다든지, 아이에 앞서 어버이 스스로 볼 만한 값어치가 없으면 두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이런저런 책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삶을 배울 만할까. 아이들한테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쥐어 주고 읽히면, 아이들은 생각을 넓히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아이들을 먹여살리는 어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왜 학교에 아이들을 넣는가. 사람들은 왜 스스로 학교를 찾아가고, 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 얻은 지식을 펼치려 하는가. 학교는 사람들 삶자리에 언제부터 스며들었을까. 학교가 없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가. 학교가 없을 때에는 사진기를 못 다루거나 붓질을 못하거나 글을 못 쓰는가. 학교가 있어야 문학이 있고, 학교가 있어야 흙일이 있으며, 학교가 있어야 집을 짓거나 옷을 기울 수 있는가.


  오늘날 학교는 오직 한 가지만 바라본다. 아이들이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도록 대학교에 보내고, 대학교를 마치고는 달삯쟁이가 되는 길을 걷도록 하는 한 가지만 바라본다. 고등학교만 마치든 중학교만 마치든 늘 같다. 학교가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대목은 오로지 하나, 회사나 공장에 들어가 달삯을 받으며 톱니바퀴가 되라고 한다. 돈을 벌고 돈을 쓰며 돈으로 세금을 내도록 등을 떠민다.


  아이들은 사랑을 누구한테서 배워야 하나. 아이들은 사랑을 어디에서 배워야 하나. 아이들은 꿈을 누구한테서 보아야 하나. 아이들은 꿈을 어디에서 배우고 펼쳐야 하나.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시험성적에 얽매여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나서 자격증에 얽매여야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숫자로 동여매야 한다. 아이들은 제 넋과 얼이 아닌 숫자와 증명서를 손에 거머쥐어야 한다. 이 아이들은 무엇을 보는가.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이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무엇을 보는가.


  아이들은 삶을 보는가. 아이들은 서로를 보는가. 아이들은 어버이를 보는가. 아이들은 사랑을 보는가. 아이들은 숲을 보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보며 살아가는가. (4345.9.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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