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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 시-어른시 2013-12-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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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한 해에 한 그루씩

 

봄눈
여름잎
가을열매
겨울가지

 

차근차근 익히면

 

예순 해 살며 예순 가지
여든 해 살며 여든 가지

 

나무를
마음자리에 포근히 담는다.

 


4346.1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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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으로 그리는 사랑과 꿈 (발바닥 이야기) | 그림책 2013-12-3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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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발바닥 이야기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엄기원 역
한림출판사 | 2007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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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5

 


발바닥으로 그리는 사랑과 꿈
― 발바닥 이야기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7.1.30. 9500원

 


  맨발로 다니면 재미있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서도,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골짜기에 가서 동글동글한 돌을 밟으며 골짝물에 몸을 담글 적에도,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벗기고 첨벙첨벙 물장난을 할 적에도 재미있어요.


  숲길을 맨발로 걸어도, 고샅길을 맨발로 다녀도, 밭이나 논에서 맨발로 돌아다녀도 재미있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싱그럽고, 발가락으로 건드리는 흙과 풀이 상큼해요.


  맨발로 이불을 꾹꾹 눌러서 빨래할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맨발로 대청마루를 쿵쿵 걸어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뿐 아니라 대청마루에서 콩콩 일부러 소리내며 뛰노는 까닭도, 콩콩 소리뿐 아니라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재미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요.


.. 이 책은 맨발로 읽어야 해 ..  (1쪽)


  한국말에 ‘양말’은 없었어요. 현대 서양문명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양말’이라는 낱말을 써요. 예전에는? 예전에 한겨레는 버선을 신었어요. 그런데 들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버선도 따로 싣지 않았어요. 예부터 여느 시골사람은 누구나 맨발로 일했어요. 손으로 흙을 만지고, 발로 흙을 느꼈어요. 손으로 풀내음을 맡고, 발로 풀빛을 받아들였어요.


  한겨레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살던 시골사람도 맨발로 일하며 살았어요. 영국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프랑스이든,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맨발로 놀면서 자랐어요.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맨발로 흙을 밟았어요.


  그렇지만 어느새 맨손이나 맨발로 살아가는 사람이 사라져요. 아이들도 맨손으로 흙을 만지지 못해요.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은 아주 드물어요. 흙이 있는 놀이터부터 사라지고, 흙이 있던 운동장도 사라져요. 아이들은 양말에 신으로 발을 감싸요. 손에 흙을 묻히지 않으니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아요.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으니, 몸이 흙빛하고 멀어져요. 지난날 사람들은 흙빛 손과 발이었고, 흙빛 얼굴과 몸이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허여멀건 손과 발이요 얼굴과 몸이에요.


  흙을 만지고 밟을 적에는 늘 햇볕을 먹어요. 손으로도 발로도 얼굴로도 몸으로도 늘 햇볕을 먹어요. 햇볕을 먹는 동안 바람을 마셔요. 손과 발과 얼굴과 몸 모두 햇볕하고 나란히 바람을 마시면서 튼튼해요. 바람을 마시는 사이 빗물을 들이켜지요. 냇물과 도랑물도 들이켜고요.


  아이도 어른도 손빛은 흙빛이면서 햇빛이고 바람빛이요 물빛이었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모두 발빛은 흙빛으로 맑고 햇빛으로 환하며 바람빛으로 푸르고 물빛으로 맑았어요.

 

 


.. 발바닥으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어. 잔디 위. 발바닥이 따끔따끔. 기분이 좋아 ..  (12∼13쪽)


  사람들은 날마다 밥을 먹지만, 손수 흙을 일구어 나락을 거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내기나 풀베기나 가을걷이에 하루쯤 일손을 거드는 사람 또한 거의 없습니다. 일손을 거드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일손을 거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습니다. 한 해에 하루나 이틀조차 말미를 내지 못해요. 시골에서 벼가 어떻게 자라고 배추가 어떻게 잎을 늘리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한겨레는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김치가 될 배추나 무를 손수 씨앗으로 심어서 거두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어른부터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어른부터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 일이 없어요.


  맞벌이를 하거나 바깥일로 바쁜 어른들이니,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을 들락거려요.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자라지 못하고, 아이들은 어버이와 나란히 흙내음을 맡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 살내음조차 맡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습과 교육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씁니다.


.. 잘 걷는 사람일수록 대개 발허리가 넓고 다리도 튼튼해서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아 ..  (27쪽)


  야규 겐이치로 님 그림책 《발바닥 이야기》(한림출판사,2007)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발바닥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 가운데 발바닥을 생각하거나 아끼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으레 자가용을 몰아요. 자가용을 안 몰면 버스나 전철을 타요. 어른들 가운데 자전거로 일터를 오가는 이는 매우 드물어요. 어른들 가운데 두 다리로 걸어서 일터를 드나드는 이는 더더욱 드물어요.


  어른들은 맨발로도 다니지 않아요. 어른들은 맨손으로도 일하지 않아요. 어른들은 스스로 손맛과 발맛을 느끼지 않아요. 아이들 또한 어른들한테서 손맛이나 발맛을 물려받지 못해요. 어른들이 가르치는 지식은 배우지만, 어른들한테서 삶이나 사랑이나 꿈은 이어받지 못해요.


  잘 걷는 사람은 다리뿐 아니라 몸도 튼튼하겠지요. 발가락과 발바닥으로 흙냄새와 풀냄새와 해냄새와 바람냄새와 물냄새 맡을 줄 안다면, 손과 코와 살갗으로도 흙이랑 풀이랑 해랑 바람이랑 물이 베푸는 냄새를 살가이 받아들이겠지요.


  꼭 발바닥만큼 삶을 읽으리라 느껴요. 참말 발바닥만큼 사랑을 나누리라 느껴요. 그예 발바닥만큼 꿈을 키우리라 느껴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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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6. 2013.12.24.ㄹ 무지개빛 책읽기 | 책 읽는 아이 2013-12-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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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6. 2013.12.24.ㄹ 무지개빛 책읽기

 


  읍내에서 장만한 큰아이 겨울바지는 올겨울을 끝으로 작은아이한테 물려주어야 하리라 느낀다. 이 바지를 몇 해 입었을까. 두 해? 세 해? 처음에는 퍽 큰 바지였을 테지만 어느새 몸에 꼭 맞는다. 한 살을 더 먹어 일곱 살이 되면 더는 못 입을 테고, 나중에 동생이 물려입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작았을 때 입었지?’ 하고 묻겠지. 아이들 옷만큼은 예부터 색동옷으로 입힌 까닭을 새삼스레 더듬는다. 아이들이 온누리 무지개빛을 몸으로도 느끼고 마음으로도 받아들이도록 힘쓴 옛사람 넋을 되새긴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손에 쥐어 읽을 이야기 또한 언제나 해맑고 환한 무지개빛이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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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5. 2013.12.24.ㄷ 이게 뭐야 | 책 읽는 아이 2013-12-3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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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5. 2013.12.24.ㄷ 이게 뭐야

 


  윌리엄 스타이그 님 이야기책 《진짜 도둑》을 무릎에 거꾸로 펼치고는 그림 하나를 손가락으로 콕 짚고는 “이게 뭐야?” 하고 묻는다. 곧바로 알려줄 수 있지만 언제나처럼 “뭘까?” 하고 되묻는다. 참말 무엇일까? 아이야, 네가 한 번 마음속으로 이름을 불러 보렴. 너한테 낯익으면 낯익은 대로, 낯익지 않으면 낯익지 않은 대로, 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름으로 살가이 불러 보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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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 | 새로 쓰는 우리말 2013-12-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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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쓴다면 비슷하게 쓰지만

다르게 쓴다면 다르게 쓰는 세 낱말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세 낱말이 어떻게 다른 줄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일밖에 없을 수 있어요.

그러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이더라도

쓰임새가 어떻게 다른가를 잘 밝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
→ 어느 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낼 적이나,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를 두루 씁니다. 세 낱말은 모두 크거나 시원한 마음씨를 나타냅니다. 다만, ‘너그럽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쓰고, 비탈이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곳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넓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와 크기와 깊를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넉넉하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를 비롯해서, 크기를 나타내는 자리에도 살짝 쓰고, 돈이나 어떤 부피가 많거나 크다고 하는 데에서도 씁니다.


너그럽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동무가 잘못했지만 너그럽게 봐주렴
 - 할머니는 늘 너그럽게 웃으신다
2. 비탈이 부드럽다
 - 이 멧골은 어린이도 넘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럽다


넓다
1. 어느 자리가 크다
 - 바다는 이렇게 넓구나
 - 우리 집 마당은 꽤 넓다
2. 길이가 크다
 - 드디어 넓은 길로 나왔다
 - 두 팔을 넓게 펼치고 가을바람을 마신다
3.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우리 어머니는 마음이 넓어
 - 넓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
4. 생각이나 지식이나 품이나 테두리가 무척 크거나 깊다
 -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너는 참 생각이 넓구나
 - 두루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넓게 배웠다
 - 이웃을 넓게 사귀면서 손님을 자주 치른다


넉넉하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오늘도 놀다가 바지를 찢었지만, 어머니는 넉넉히 웃으며 기워 주셨다
 - 이웃 아저씨는 넉넉하시니까 어린 고양이를 맡아 주시겠지
2. 어느 자리가 크다
 - 자리가 넉넉하니 아무 데나 앉아
3. 남을 만큼 많다
 - 밥을 넉넉히 펐어
 - 오늘은 넉넉하니까 마음껏 놀자
4.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많다
 - 우리 집은 넉넉해서 자전거를 새로 사 주셨어
 - 살림도 넉넉하고 사랑도 넉넉하니 즐겁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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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한 책은 언젠가 읽는다 | 책 언저리 2013-12-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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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한 책은 언젠가 읽는다

 


  책을 잔뜩 사들이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책은 언제나 사야 할 때가 있다. 예나 이제나 모든 책이 언제나 새책방 책시렁에 놓이지는 않는다. 또한, 모든 책은 헌책이 되어 헌책방으로 들어오지만,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이 오랫동안 책시렁에서 조용히 잠들기만 하지 않는다. 새책이든 헌책이든 바로 오늘 아니라면 장만할 수 없다. ‘책을 읽을 때’처럼 ‘책을 살 때’가 있다. 새책방에서 사라진 뒤 땅을 치면 무엇하겠는가. 새책방에서 사라진 책이 헌책방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싶은가.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어느 책 하나에 마음이 꽂힐 때이다. 그리고, 어느 책 하나를 손에 쥐어 읽으면서 ‘줄거리 훑기’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할 수 있는 때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줄거리만 훑으려 하면, 책이 얼마나 서운해 할까.


  읽어치운다고 해서 책읽기가 되지 않는다. 책읽기는 ‘빨리 읽기’도 ‘천천히 읽기’도 아니다. 책읽기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스스로 헤아리면서 ‘마음으로 읽기’이다. 그러니까, 책을 잔뜩 사들이기만 하고 정작 제대로 못 읽는다고 한다면, ‘책을 사야 할 때’는 잘 알아채거나 느껴서 이럭저럭 갖추지만,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 만한 눈높이와 마음가짐이 될 때까지 이 책들을 알뜰살뜰 모시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면 된다.


  애써 목돈 들여 사들인 책을 제때 못 읽는다고 뉘우칠 까닭은 없다. ‘제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제때’, 그러니까 ‘책을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받아들여서 읽을 마한 때’가 오기까지 찬찬히 내 마음을 갈고닦으면 된다. 날마다 내 삶을 새롭게 일구면서 언제나 즐겁게 웃으면 된다. 스스로 삶을 다스리는 동안 어느 날 어느 곳 어느 때에 어느 책을 손에 쥐면서 고운 빛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가를 시나브로 깨달을 수 있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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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전쟁이란, 삶이란 (히스토리에 8) | 만화책 2013-12-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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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히스토리에 8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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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98

 


평화란, 전쟁이란, 삶이란
― 히스토리에 8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3.12.30.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3)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에우메네스 서기관’ 눈길로 그리는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느덧 싸움터 한복판입니다. 한쪽은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이요, 다른 한쪽은 싸움을 막으면서도 새롭게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입니다. 저쪽에서 들어오는 싸움을 막아내면서 한동안 평화를 지킨다고 할 만하지만, 평화를 지키는 동안에도 저쪽을 찬찬히 노리면서 전쟁을 치르려고 군인을 키우고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저쪽 또한 싸움을 마치며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을 누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군대와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어 어느 나라로든 쳐들어가서 무언가 사로잡거나 빼앗거나 거머쥐려 합니다.


  전쟁을 벌여 이웃나라 사람을 노예로 사로잡아야 돈을 법니다. 돈을 벌면 이 돈으로 군인을 더 늘리고 전쟁무기를 더욱 갖춥니다. 돈을 벌어야 군대와 전쟁무기를 둔 도시를 먹여살립니다.


  사회 얼거리가 전쟁을 벌여야 굴러가도록 되었으니, 언제나 전쟁을 생각합니다. 젊거나 힘세다는 사내는 온통 전쟁터로 나가야 하니, 도시 사회를 이루는 곳에서 아이를 낳거나 돌보거나 가르치는 몫을 오직 가시내가 맡습니다.


  전쟁이 있어야 도시가 굴러갑니다. 전쟁을 해서 이겨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전쟁을 하지 않거나 전쟁에서 지면 도시는 무너집니다.


- “이 말 좀 빌려 갈게.” “왜? 어디 가려고?” “본영! 왕에게 진언 좀 하고 올게!” (33쪽)
- ‘스키타이 측의 강경한 자세. 비잔티온 앞바다에서의 마케도니아의 패전 사실을 알고 얕잡아보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하다. 그렇다면 마케도니아의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 “스키타이의 보물은 강건한 육체와 용기, 그리고 양질의 말뿐이라는군. 하면 어쩔 수 없지. 그것들을 챙겨 돌아가는 수밖에.” (110∼111쪽)

 


  지난날에는 이렇게 전쟁을 벌여 나라를 먹여살렸다고 한다면, 오늘날에는 서로 총칼을 들이대어 죽이는 짓은 애써 벌이지 않으나, 돈을 숫자놀음으로 툭탁거리면서 싸웁니다. 지난날에는 젊은 사내를 전쟁터로 끌여들였다면, 오늘날에는 젊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 ‘숫자놀이 싸움터’로 끌여들입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되도록 몰아붙입니다. 공장 노동자가 되도록 닦달합니다. 밥을 얻는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최저 한도’로 맞춥니다. 적어도 ‘식량 주권’을 외칠 수 있어야, 돈으로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바가지를 덜 쓸 테니까요. 식량 주권이 없으면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쓸 테니까요.


  조금만 생각해도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시골사람 1%이고 도시사람 99%인데, 도시사람이 100%가 되면,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칠레나 미국이나 캐나다나 에스파냐나 호주에서 곡식과 고기와 열매를 값싸게 팔 까닭이 없어요. 안 팔 테지요. 석유값은 아주 싸지만 물값은 아주 비싼 중동 나라를 헤아리면 돼요. 물 한 잔을 퍽 비싼값 치러 사다 마셔야 하는 여러 유럽 나라를 떠올리면 돼요.


  이 나라에서는 아직 곡식이나 물이나 열매나 고기 값이 퍽 싸요. 왜냐하면, 시골사람이 1%는 남았거든요. 앞으로 이 1%마저 무너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더 악착같이 벌도록 톱니바퀴가 되어야 합니다. 이 1%조차 사라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엄청나게 벌어도 늘 조마조마한 채 살아야 합니다.


- “아테네군의 시민군과는 대조적으로 마케도니아군은 평소에도 훈련에 전념하는 직업군인. 백병전에 들어가면 아네테 측이 불리해져. 즉, 이게 바로 아네테군의 정공법인 거야.” (59쪽)
- “한쪽 노가 전부 다 부러졌어.” “응. 그 충격으로 선내에서 노 젓던 사람들도 많이 다쳤을 거야. 대단한 평화주의자인걸.” (75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은 만화책 《히스토리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요. 전쟁터에서 머리를 빠르게 돌릴 줄 아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이라는 사람 위인전을 보여줄 생각일까요? 아마, 아닐 테지요. 위인전으로 그리려고 이 만화를 그릴 일은 없겠지요.


  평화롭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하나도 평화롭지 않은 문명 사회, 전쟁을 벌이지만 하나도 전쟁 같지 않은 문명 얼거리, 평화와 전쟁이 뒤죽박죽 얽힐 뿐 아니라, 이 틀이 사라지면 권력도 돈도 이름도 도시도 모두 사라지고 마는 흐름 들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요. 우리 사회는 평화로운가요. 우리 사회는 참말 평화라고 할 만할까요. 우리 사회에 있는 엄청난 군대와 전쟁무기는 무엇일까요. 왜 군대를 두고 왜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거나 사들일까요. 도시는 왜 스스로 먹을거리를 일구지 않으면서, 자꾸 이웃나라에서 돈을 들여 먹을거리를 사들일까요. 뜻있는 이들은 이웃나라에서 사들이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농약이나 비료나 방부제나 항생제가 많이 깃드는가를 알 텐데, 막상 이런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도 도시에서 텃밭 일구기조차 거의 안 하고, 시골로 삶터를 옮길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뜻없는 이들이야 권력자나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휩쓸린다 하더라도, ‘뜻있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아리송합니다.

 


- “내용은 이상입니다! 그럼 이만!” “잠깐! 지금 이거, 정말로 아탈로스 장군의 지시냐?” “네? 전 서기관 에우메네스! 워낙 긴급한 사태라 전령을 맡았습니다! 따지고 드는 건 적을 격퇴한 후에 얼마든지 하시죠!” “……. 미안하다.” (181∼183쪽)


  만화책에 나오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은 어떻게 해야 이녁 목숨을 건사할 수 있을까요. 이녁은 왜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도시로 나와서 전쟁터 한복판에 설까요. ‘평화주의자가 벌이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하나로 평화롭지 않은 전쟁놀이’와 맞서는 또다른 ‘평화로운 전쟁’을 하고 싶을까요. ‘평화로운 전쟁’을 끝내면 그야말로 평화로운 나날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평화를 생각할 때에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할 때에 사랑입니다. 평화를 생각하며 평화로이 살림을 꾸려야 비로소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살아갈 때에 바야흐로 사랑을 나눕니다.


  전쟁을 생각하면 언제나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출퇴근은 전쟁이고, 도시사람 영업과 매출은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육아와 복지 또한 전쟁이요, 도시사람 교육과 문화마저 전쟁이에요. 모두 숫자놀음이면서 전쟁입니다. 전쟁 틈바구니에서 전쟁만 떠올리는 사람들한테 《히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책이 될 만할까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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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0. 끝없는 놀이둥이 (2013.12.2.) | 시골아이 2013-12-3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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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0. 끝없는 놀이둥이  (2013.12.2.)

 


  나무가 있으면 타고 오른다. 널판이 있으면 밟고 노는데, 미끄럼틀처럼 삼는다. 막대기가 있으면 바닥에 깔고 징검다리를 삼는다. 작대기를 주워 휘휘 바람을 가르고, 작대기 끝으로 신을 꿰어 하늘로 휙 던지기도 한다. 놀이는 끝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이든 두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다. 동생은 누나를 따르고, 누나는 동생을 이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면서 한겨울 추위쯤이야 어느새 잊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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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판놀이 2 - 하지 말라면 더 재미있네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3-12-3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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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판놀이 2 - 하지 말라면 더 재미있네

 


  책꽂이 짜려고 마련한 널판인데, 책꽂이 안 짜고 남기니, 아이들이 미끄럼놀이를 하면서 널판을 쓴다. 책꽂이를 짤 만큼 튼튼하고 단단하기에, 아이 둘이 올라타서 미끄럼놀이를 해도 부러지지 않는다. 휘청휘청 낭창낭창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 널판은 널다리처럼 쓸 수도 있을 만하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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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12.30.) | 숲노래 도서관 2013-12-31 01:2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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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12.3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체국으로 편지를 부치러 가야 한다. 도서관에 살짝 들렀다 갈 생각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도 가고 우체국에도 가고 싶지만, 자전거수레 바퀴 한쪽 튜브가 다 닳은 듯하다. 그래서 튜브를 갈아야 하는데, 며칠 앞서 읍내에 다녀오며 자전거집에 들르면서 미처 새 튜브를 장만하지 못했다. 왜 깜빡 잊었을까. 새 튜브를 장만해서 갈 때까지는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할 수 없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함께 도서관에 가고 자전거도 타고 싶다 말하지만, 함께 못 가는 까닭을 들려준다. 몹시 서운해 한다. 서운해 하면서도 “아버지, 칸츄 사 주셔요.” 하면서 과자 한 가지 사 오라고 덧붙인다.


  두 아이 모두 마을 어귀까지 따라나온다. 큰아이는 무척 잘 달리지만, 키도 작고 다리도 아직 짧은 작은아이는 뒤에 한참 처진다. 큰아이더러, “벼리야, 동생 저 뒤에 있어. 동생 잘 챙겨 줘야지.” “응, 알았어. 잘 다녀오셔요!”


  혼자 자전거를 몰고 도서관으로 온다. 도서관에 옮겨 놓을 책은 바구니에 담았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고 빨래터로 내려가서 물놀이를 하려는 듯하다. 어디에서든 잘 노는 아이들이 고맙다. 사랑스럽다. 이렇게 어릴 적에 씩씩하고 다부지게 놀아야, 나중에 커서 글책을 스스로 읽을 무렵에 훨씬 깊고 넓게 헤아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놀지 못한 채 글책만 손에 쥐면 지식으로만 머리에 가두리라 느낀다. 어느 책이든 지식이 아닌 삶이기 마련이다. 아쉽다면, 요즈음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은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지식을 다룬다. 위인전과 평전조차 어떤 훌륭한 사람들 삶을 다루지 않고, 이들이 했던 일을 줄줄 늘어놓기에 바쁘다. 삶을 보여주지 않고서 위인전이나 평전이 될 수 있을까. 훈장이나 상장을 밝히는 일은 하나도 재미없다.


  인문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곧잘 받는다. 지식인들은 인문책 살리자는 바람을 일으키고, 인문책을 북돋우려는 지원정책을 여러모로 끌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지식인이 말하는 인문책은 거의 다 지식책이다. 삶책이 아니다. 여느 사람은 읽기 어려운 지식책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흙지기라든지 도시에서 공장 노동자로 지내는 사람이 섣불리 다가서기 어려운 지식책이다. 지식책은 지식책이라 해야 할 텐데 왜 인문책이라는 껍데기를 씌울까. 게다가 수많은 인문책이든 지식책이든 모두 도시에서 살며 도시에서 일거리 붙잡는 틀에 머문다. 시골은 ‘여행하는’ 곳으로 여길 뿐인데, 그나마 지식인이나 인문학자는 이 나라 시골을 여행하지도 않는다. 하나같이 먼 외국으로 나갈 뿐이다. 사진작가도 먼 외국에서 사진을 찍을 뿐, 가까운 시골이나 골목동네 이웃들을 내 살붙이나 동무로 만나면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


  겨울이 무르익은 십이월 삼일일이다. 햇볕이 잘 드는 한낮에는 문을 모두 닫기만 해도 도서관이 포근하다. 난로도 없고 난방시설도 없지만, 책이 있다. 마음을 덥힐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들을 가만가만 아로새기면서 따사로운 사랑을 보듬을 책벗이 있겠지. 까치떼 날갯짓을 바라보면서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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