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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놓치기 | 책삶+글쓰기 2013-04-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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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놓치기

 


  가끔 군내버스를 놓친다. 이래저래 짐을 꾸리다가 늦고, 깜빡 때를 살피지 않아 늦는다. 군내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요즈음은 큰길로 나가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우리 마을까지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이지만, 면소재지를 거쳐 큰길로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

  큰길 있는 이웃마을까지 2킬로미터 걷는 길은 멀지 않다.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도 버스를 타려고 이만 한 길 걷곤 한다. 아니, 도시에는 이만 한 길 걸어가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없을까.


  어릴 적부터 30∼40분은 으레 걸었고, 한두 시간도 어렵지 않게 걸었다. 누구나 이렇게 걷고, 언제나 이처럼 걷는다. 버스를 타면 다리를 쉴 수 있겠지. 버스를 타는 동안 짐 무거운 줄 잊겠지. 그러나, 다리가 힘들거나 짐이 무겁다 하더라도, 길을 걸어가면서 수많은 삶자락을 만나고 온갖 모습을 마주한다.


  자동차 거의 오갈 일 드문 시골길 걸어가며 풀바람과 꽃바람을 쐰다. 내가 가는 길과는 다른 쪽으로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봄날 봄빛 흐드러진 들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는다. 좋네. 이렇게 걸어가다가 예쁜 모습 사진 한 장으로 남길 수 있네. 버스때 잘 맞추어 탔다면, 또는 자가용으로 움직인다면, 이 어여쁜 모습을 두 눈으로도 못 보고 사진으로도 못 찍으리라.


  잡아타면 잡아타는 대로 간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간다. 오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삶이고, 어제와 모레는 어제와 모레대로 나한테 찾아오는 아름다운 삶이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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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샘일 .. | 수다 떨기 2013-04-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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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깬 아침 낮 저녁에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라,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혼자 일어나서

글꾸러미 하나 묶는다.

 

동시집 원고를 80꼭지 추슬러

출판사로 보낸다.

즐겁게 받아

예쁜 책으로 태어나

이 나라 아이들한테

좋은 삶밥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이제 한 가지 큰일 마무리지었으니,

다음 일 두 가지를 하면 된다.

하나는 오늘 할 수 있을 듯하고,

하나는 이틀쯤 뒤에 해낼 수 있을까.

 

아무쪼록 모든 일 잘 매듭짓고

옆지기 일산마실 즐거이 하도록

이번 한 주 도와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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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꽃 한 송이 | 책삶+글쓰기 2013-04-30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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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꽃 한 송이

 


  인동꽃이 무리지어 피어날 적에도 곧잘 알아챌 만하지만, 인동꽃이 꼭 한 송이 피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릴 적에도 이내 알아챌 만하다. 봄이 한껏 무르익으면 어느새 인동꽃 해사한 빛깔 드러난다. 눈부신 봄꽃 피고 지는 동안 인동꽃한테 눈길을 두는 사람 퍽 드물지만, 이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어느 봄꽃도 서로 다투듯 피어나지 않는다. 봄날 봄꽃은 봄꽃잔치라 할 만큼 저마다 다른 빛 저마다 다른 때에 조용히 피운다. 누렇게 바랜 들판에 푸르게 환한 물결 출렁이기 앞서 모두들 즐겁게 기지개 켜고 일어나도록 부르는 꽃내음이고 꽃빛이라고 할까.


  인동꽃 한 송이 죽죽 뻗으며 시골집 대문 곁에서 해바라기를 한다. 처음에는 한 송이, 머잖아 여러 송이, 어느덧 한 타래 되어, 마을마다 예쁜 집 예쁜 꽃바람 불러일으킨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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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꽃 책읽기 | 책삶+글쓰기 2013-04-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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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꽃 책읽기

 


  배꽃은 하얀데 배알은 왜 누르스름할까 하고 생각하다가는, 누르스름한 배알 덥석 베어물면, 속살 하얗게 빛나며 달달하다. 그래, 껍데기 아닌 속알맹이 이토록 하얗게 빛나기에 배꽃이 하얗게 빛나는구나. 배꽃이란 얼마나 맑은 하양인가. 배꽃은 얼마나 그윽한 내음 퍼뜨리는 고운 하양인가. 배꽃을 본 사람은 흰빛을 배꽃빛이라 말할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학교 이름이 ‘배꽃대학교’ 되고, 마을 이름이 ‘배꽃마을’ 되며, 회사나 기관이나 출판사 같은 데에서 ‘배꽃’을 이녁 이름으로 삼으면, 이 나라 마음결과 생각밭 환하게 거듭나리라 느낀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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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 책 언저리 2013-04-3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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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한 줄에 온넋을 싣는다. 밥을 짓는 사람은 밥 한 그릇에 온넋을 담는다. 밭을 일구는 사람은 호미질 한 차례에 온넋을 들인다.


  책 한 권 엮는 사람들 넋을 책 한 권 장만해서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헤아릴까. 한 줄 두 줄 온넋 실은 글꾸러미 모여 책 한 권 이루어지고, 이 책 한 권 알뜰히 엮어 책방이나 도서관에 놓는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아이들과 뛰논다. 그러고는 다시 새힘 얻어 온넋을 새롭게 글에 담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한 땀 두 땀 싣는다. 글을 읽는 사람은 홀가분하게 이웃들 사랑 어린 꿈을 냠냠짭짭 받아먹듯이 읽는다.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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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5] 한솥지기 | 우리말 살려쓰기 2013-04-3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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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5] 한솥지기

 


  어릴 적에 어른들은 ‘식구(食口)’라는 한자말을 써야 옳고, ‘가족(家族)’이라는 한자말 쓰면 옳지 않다 이야기했습니다. ‘식구’는 한겨레가 예뿌터 쓰던 낱말이요, ‘가족’은 일제강점기에 함부로 들어온 얄궂은 낱말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적잖은 학자들도 이 같은 대목을 밝힙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학자나 전문가나 작가를 비롯해 참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대목을 살피지 않습니다. 상업광고 물결이 크기도 했겠지만, 오늘날 사람들 입과 손과 눈에 익은 ‘가족’이라는 낱말을 ‘식구’로 바로잡기는 힘드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참말 한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식구’라는 한자말로 우리 살붙이를 가리켰을까 궁금해요. 한자가 없던 옛날에도 한겨레 스스로 ‘식구’ 같은 낱말을 썼을까 아리송해요. 시골 할매는 곧잘 “우리 사람”이라고 말씀하곤 합니다. “우리 집”이라는 말마디는 으레 내 살붙이를 가리킵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나오는 “한지붕”이라는 낱말은, “한 지붕” 아닌 “한지붕”이라 느낄 만큼 “한식구”를 일컫는 자리에 씁니다. 옆지기랑 아이들하고 밥을 나란히 먹다가 어느 날 ‘한솥밥’이라는 낱말 생각합니다. 시인 백석 님이 쓴 글 〈개구리네 한솥밥〉을 떠올립니다. 한솥으로 지어서 먹는 밥이니 한솥밥이요, “한지붕 사람들”이 먹는 밥이며, “우리 집 사람들”이 먹는 밥입니다. 한솥밥 사람이란 ‘한솥지기’입니다. 허물없는 이웃이라면 ‘한솥벗’이나 ‘한솥동무’ 됩니다. ‘한솥사랑’ 나누는 사이는 서로 즐겁고, ‘한솥꿈’ 꾸는 사이는 함께 아름답습니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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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4] 잣방울 | 우리말 살려쓰기 2013-04-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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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4] 잣방울

 


  소나무에는 솔방울 열립니다. 소나무 방울이라 솔방울입니다. 잣나무에는 잣방울 맺힙니다. 잣나무 방울이기에 잣방울입니다. 오리나무에는 오리방울 자랍니다. 오리나무 방울이니 오리방울이에요. 소나무에는 솔꽃 핍니다. 소나무 꽃이라 솔꽃입니다. 잣나무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 잣나무 꽃은 잣꽃일까요. 오리나무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 오리나무인 만큼 오리꽃일까요. 국어사전을 살피면 ‘솔방울’ 하나 나옵니다. 국어사전에는 ‘송화(松花)’라는 한자말만 싣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잣방울’이나 ‘잣꽃’을 다루지 않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은 ‘오리방울’이나 ‘오리꽃’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남녘 국어사전은 소나무 꽃을 ‘솔꽃’이라 밝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숲마다 잣방울과 오리방울 맺습니다. 숲으로 들어가면 잣꽃과 오리꽃 흐드러집니다. 국어학자한테는 솔꽃 잣꽃 오리꽃 안 보이기에 이러한 꽃 가리키는 이름 국어사전에 못 실을까요. 국어학자는 솔방울 하나만 알아보니 솔방울만 국어사전에 싣고, 잣방울과 오리방울은 국어사전에 안 실을까요. 솔꽃이 퍼뜨리는 가루는 솔꽃가루입니다. 송화가루가 아닙니다. 국어학자들이 풀학자와 나무학자 손을 잡고, 아니, 국어학자들이 시골 할매와 시골 어린이 손을 잡고 숲마실 다니며 숲말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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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 시-동시 2013-04-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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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아버지는 쟁기 끌고
어머니는 호미 들며
돌멩이
하나둘
골라
울타리 쌓으니
어느새
가을

 

우리 집 보금자리에
갈바람 휑 달라붙어도
포근히
쉴 수 있어요.

 


4346.3.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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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남기는 사진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 사진책 2013-04-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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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김지연 저
눈빛 | 2013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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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57

 


웃음을 남기는 사진
―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김지연 사진·글
 눈빛 펴냄,2013.4.16/29000원

 


  사진을 찍습니다. 즐겁게 웃으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슬프게 울고 싶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싸움터나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굶주린 이웃 모습을 널리 알려 사람들 마음 움직이려고 하는 사진을 찍는다면, 이때에는 슬프게 울고 싶어 사진을 찍는다 하겠지요.


  숲길을 걷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멧봉우리에 올라 사진을 찍습니다. 바닷가에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너른 들판 바라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마음이 환하게 트이는 곳에서 빙그레 웃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봄날 씨앗 한 톨 심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을 실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가을날 열매 거두어들이며 사진을 찍습니다. 꿈을 노래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여름날 뭉게구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야기 조곤조곤 나누듯 사진을 찍습니다. 겨울날 눈밭에서 뒹굴며 사진을 찍습니다. 까르르 웃음 터뜨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사진이 널리 퍼진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 되어 사진기를 손에 쥘까요.


  자전거를 맨 처음 만든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마음 되어 길을 달릴까요.


  사진기를 쥐거나 자전거를 달리거나, 또 밥을 짓거나 아이들 기저귀를 빨래하거나, 사람들은 누구나 늘 같은 마음 되리라 느낍니다. 풀 한 포기 돌보듯 나무 한 그루 돌봅니다. 아이 한 사람 보살피듯 이웃 한 사람 보살핍니다. 흰종이에 정갈한 글씨로 이야기 적바림해서 글월을 띄우듯, 사진기 손에 쥐어 한 장 두 장 찍는 동안,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사랑과 꿈 적바림하려는 마음이지 싶어요.


.. 저는 사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굳이 말이나 글로 장황하게 떠들 것이라면 이미지로 형상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429쪽)

 

 


  밥을 차려 아이들과 함께 먹습니다. 아이들은 배부르게 먹고 나서 저희끼리 뛰어놉니다. 논흙을 퍼서 마당으로 옮기더니, 마당에서 흙놀이를 합니다. 마당에서 잡기놀이도 하고, 자전거놀이도 합니다. 이것저것 손에 닿는 대로 놀잇감 됩니다. 달리면 달리기 되고, 뛰면 뜀뛰기 됩니다.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밥상 앞에 앉아 만화책을 읽습니다. 아이들 남긴 밥을 먹다가는, 나중에 아이들이 출출할 때에 더 먹으라 생각하며 아이들이 남긴 밥을 다 비우지 않습니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합니다. 기지개를 켜고, 다시 만화책을 들춥니다. 아이들 노는 모습 지켜봅니다. 유채꽃 노란 송이마다 잔뜩 달라붙는 벌을 바라봅니다. 벌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듣고, 들새와 멧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커지는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작은아이는 숟가락질부터 하다가, 두 돌을 앞두고 바야흐로 젓가락질에 재미를 붙입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나도 모두 젓가락질을 하니, 저도 젓가락질 하고 싶겠지요. 젓가락질은 아직 어려울 테니 숟가락이나 찍개를 쓰더니,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을 씁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그래, 작은아이로서는 밥자리에서 젓가락만 쓰려 한 때가 오늘 아침이 처음이네. 밥상머리 곁에 둔 사진기를 쥡니다. 작은아이 젓가락질 모습 열 장 남짓 사진으로 담습니다. 큰아이가 서툰 젓가락질 익숙해지기까지 수백 수천 장 찍던 사진을 떠올립니다.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젓가락질을 합니다. 작은아이한테도 남겨 줄 ‘첫 젓가락질 밥먹기’ 사진을 요모조모 살펴 찍습니다. 큰아이 젓가락질 모습 찍던 때에는 미처 헤아리지 않거나, 그때에는 안 찍어 본 새로운 눈높이로 작은아이 모습을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습니다.


.. 우리 어린 시절에 학교는 절반 이상이 놀이터였다 ..  (353쪽)

 

 


  웃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울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이야기를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꿈꾸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꾸준히 사진으로 찍으면서, 스스로 마음속에 오래고 한결같은 삶넋 북돋웁니다. 사랑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사진으로 찍으면서, 스스로 마음속에 차분하고 너른 사랑씨앗 심습니다. 꿈꾸는 이야기를 살몃살몃 사진으로 찍으면서, 스스로 마음속에 따사롭고 포근한 꿈날개 펼칩니다.


  문학을 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즐기려고 쓰는 글입니다. 예술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지 않아요. 1등을 하거나 기록을 세우려고 운동경기를 하지 않아요. 즐거움을 누리려고 글을 써요. 기쁨을 나누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요. 땀흘리는 보람을 맛보면서 운동경기를 하지요.


  교육 목적에 맞추어 아이들과 놀지 않습니다. 훈육이나 보육 때문에 아이들을 놀리지 않습니다. 어떤 지식이나 사상을 얻어야 하니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자격증이나 졸업장을 거머쥐어야 하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삶을 빛내고, 사랑을 나누며, 꿈을 이루는 길이 아름답다고 느껴 하나하나 배우고 책을 읽어요.


  문학일 까닭이 없는 글이지요. 예술일 까닭이 없는 그림이에요. 문화일 까닭이 없는 사진입니다. 오직 삶이 되는 글이요, 사랑이 되는 그림이고, 꿈이 되는 사진이에요.


.. 내가 시골로 들어가기 전에는 생활 주변에 있는 회사나 관청의 직책, 즉 회장 사장 전무 부장 과장 등 아니면 높으신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변호사 의사 등이 관심 있게 눈에 들어왔고, 또 그것이 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직책인 줄 알았다. 이장이라니! 아직도 그런 직함이 있었던가 싶었다. 그런데 시골로 들어오면서 이장이 하는 일이 참으로 놀라웠다 ..  (210쪽)

 


  전라북도 진안에서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꾸리던 김지연 님은 전라북도 전주로 사진터를 옮겨 ‘서학동 사진관’을 일굽니다. 정미소를 ‘두레박물관’이라 할는지 ‘시골박물관’으로 삼아 시골마을 살림살이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이장님 이야기도, 이발소 이야기도, 용담댐 이야기도, 보따리 이야기도, 조그마한 방 한 칸 이야기도, 모두모두 사진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사진 한 장에 삶 한 타래 담아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사진 두 장에 사랑 한 자락 실어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사진 석 장에 꿈 한 가지 품으며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김지연 님 사진은 예술도 문화도 기록도 역사도 아닙니다. 아주 마땅하지요. 김지연 님 스스로 이녁 사진은 예술이나 문화나 기록이나 역사라 여기지 않거든요. 김지연 님은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길벗으로 사진을 곁에 두어요. 김지연 님 살아온 발자국을 사랑하고, 김지연 님을 둘러싼 이웃들 삶을 사랑합니다. 아름답구나, 좋구나, 예쁘구나, 즐겁구나, 환하구나, 따스하구나, 하고 느끼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찬찬히 담아요.


.. 사진 공부를 하던 어느 날, 베허 부부의 사진을 보고 단번에 질리고 말았다. 사진으로서 예술성이 어떻고 하는 문제는 내 추론으로는 버거운 일이었고, 우선 그 엄격성, 단호함, 단순함, 획일성, 그리고 긴 시간과 많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 등이 참으로 지루하게 느껴졌다 ..  (153쪽)

 


  사진은 무엇일까요. 사진으로 무엇을 하면 즐거울까요. 사진으로 무엇을 이룩할 때에 꿈을 이룬다고 할 만할까요.


  사진은 왜 기록을 한다고 여기는가요. 기록을 한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 되어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진이 되는가요.


  아이들 싱그럽게 자라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일은 ‘기록’이라 해야 할까요. ‘역사’나 ‘문화’나 ‘예술’ 같은 이름표를 굳이 붙여야 할까요.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영양소라든지 요리라든지 뭔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먹고, 알맞게 먹으며, 배불리 먹으면 좋다고 여길 뿐입니다. 아무렇게나 먹이지 않으나, 철분이니 단백질이니 탄수화물이니 열량이니 하고 따지지 않아요. 나는 내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사랑 담아 차린 밥을 받아서 먹을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나는 오늘 하루 아름답게 누릴 수 있는 길을 생각해요.


  쑥을 뜯으며 쑥맛을 생각하지요. 꽃마리와 돗나물 뜯으며 꽃마리맛이랑 돗나물맛을 생각해요. 민들레잎 뜯으며 이 민들레잎에 서린 푸른 숨결 생각합니다. 차츰차츰 봉오리 단단하게 여무는 후박꽃 올려다보면서 이 후박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얼마나 고운 빛 우리 집에 드리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마늘쫑 뽑을 때에는 뽕뽕 소리와 마늘줄기에서 피어나는 싸한 냄새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소나무를 찍어 사진예술 빛낼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마늘밭에서 마늘쫑 뽑는 손길을 찍어 사진삶 나눌 수 있어요. 누군가는 골목길을 찍거나 도시 한복판을 찍어 사진문화 뽐낼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씨앗 한 톨 흙에 심으면서 사진꿈 펼칠 수 있어요.


.. 어떤 사람들은 나를 추억을 찍는 사진가라고 이야기한다. 시대에 뒤처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감정을 사진을 빌어서 말하는 사람이라 여긴다 … 물론 여기에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것을 나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향수지만, 모두와 함께 공유하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 간혹 이발소 주인은 반문한다. 당신 혼자 이 사진을 찍고 다닌다고 해서 역사에 기록되는 것도 아닐 텐데 뭐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고 다니느냐고. 그렇다! 역사에 남을 일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함께 공유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  (154, 155쪽)

 

 


  사진은 어디에서나 찍습니다. 사진관이나 스튜디오에서만 찍어야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들에서도 밭에서도 찍는 사진입니다. 돌쟁이 아이를 찍어도 사진이고, 아리따운 모델을 찍어도 사진입니다. 가난한 나라 찾아가서 가난한 사람들 찍어도 사진이고, 여느 마을 여느 아이들 늘 마주하듯이 살포기 찍어도 사진입니다.


  미국 어느 우람한 도서관에 찾아가서 찍어도 사진이겠지요. 내 보금자리에서 내 아이들하고 그림책 읽으며 찍어도 사진이에요.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운동선수 찍어도 사진이겠지요. 우리 아이들 우리 마당에서 뛰노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두 장 찍어도 사진이에요.


  단추를 눌러 파일을 만들 때에는 아직 파일입니다. 파일 하나마다 이야기를 담아 나눌 수 있으면, 이때부터 사진이라는 옷을 입습니다. 단추를 눌러 필름에 그림을 앉힐 때에도 아직 필름입니다. 필름 한 장마다 이야기를 얹어 함께할 수 있으면, 이때부터 사진이라는 이름을 얻어요.


  두툼한 책으로 파일이나 필름을 묶었다 해서 모두 사진책 되지 않습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보여주는 모습마다 이야기 새록새록 깃들지 않으면 사진책 되지 않아요. 으리으리한 전시장에 값진 틀로 끼워 내걸어 잔치마당 열어야 사진전시 되지 않아요. 사진 하나하나 이야기 감돌며 서로 얼크러져 한 동아리 흐름을 이룰 때에 바야흐로 사진잔치라는 이름 쓸 수 있습니다.


..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 다져진 감수성으로 작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겪어 온 기억들을 소박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 예전에는 동네마다 다른 물맛이 있었기에 콩나물, 두부, 만두, 막걸리 등의 맛이 달랐다. 큰 공장에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그 무엇이 이제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  (101, 103쪽)

 

 


  김지연 님 사진에는 김지연 님 사진삶 있습니다. 김지연 님 사진에는 김지연 님 사진사랑 있습니다. 김지연 님은 이녁 사진꿈을 하나둘 보여줍니다. 김지연 님은 이녁 사진길을 씩씩하게 걷습니다.


  어느 훌륭하다는 사진작가하고 닮아야 하는 김지연 님이 아닙니다. 어느 대단하다는 사진교수한테서 배워야 하는 김지연 님이 아닙니다. 사진기 다루는 손길이라든지, 사진작가 뒷이야기쯤이라면 사진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요. 그러나,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 일구면서 다 다른 사진 사랑하는 길은, 늘 스스로 깨우치고 돌아보면서 배워요.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삶이듯,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사진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일구는 삶이듯, 날마다 새롭게 일구는 사진이에요.


  다시 말하자면, 김지연 님은 다른 사람들한테 사진을 가르쳐 주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한테서 사진을 배울 수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사진을 가르칠 수도 없어요. 다만, 서로서로 다른 삶을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면서 저마다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하고 헤아립니다. 서로서로 다른 삶마다 얼마나 다른 사진 태어나는가 하고 놀라면서 기쁘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을 백 군데 있다면, 백 군데 물맛과 막걸리맛과 밥맛이 있어요. 사진작가 백 사람 있으면, 백 사람 사진맛과 사진삶과 사진사랑과 사진꿈이 다 다르겠지요. 백 가지 사진빛이 환하게 어우러져요.


  더 눈부신 사진 없고, 덜 환한 사진 없어요. 더 돋보이는 사진 없고, 덜 돋보이는 사진 없어요. 김지연 님은 언제나 김지연 님 삶을 추스르고 보듬습니다. 그럴밖에요. 김지연 님은 김지연 님 하루를 살아가는걸요. 김지연 님 사진을 사랑하고, 김지연 님 이야기를 김지연 님 손놀림과 눈썰미로 사진 하나에 싣는걸요.


..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만이 확장하고 변화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짓고 부수고, 흥하고 망하고, 절망과 희망을 노래한다 … 시골 정미소에서 더 이상 쌀을 빻지 않고 한 귀퉁이에서 참기름, 들기름을 짜는 장사를 하는 남자가 이야기했다. “시골에 사는 일이 가끔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고. 희망이라고는 없어요.” 그는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81, 82쪽)

 


  사진책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2013)은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발자국을 432쪽에 걸쳐 그러모읍니다. 열 해 남짓 한 발자국을 고작 432쪽으로 갈무리할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전주 ‘서학동 사진관’ 새롭게 일구는 손길과 꿈으로 지난 발자국을 찬찬히 갈무리합니다. 사진책 이름처럼 “작은 유산들”이 되는 사진이요 삶이며 사랑이라 할 수 있고, ‘작다’라느니 크다라느니 하는 모양새를 넘는 사진이요 삶이며 사랑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유산’이라느니 무엇이라느니 하는 이름이나 틀을 아우르는 사진이요 삶이며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이니까요. 사진유산 되어야 사진이나 유산이지 않아요. 사진은 그예 사진이에요. 사랑하는 삶일 때에 사진이고, 삶을 사랑하는 눈빛일 때에 사진입니다. 사랑으로 삶을 일구면서 사진을 사랑스레 일구고, 삶을 사랑 가득 채우면서 사진에 얹는 이야기를 온통 사진으로 채웁니다.


  사진을 찍으면 기록이 될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글쎄, 사진을 찍으면 기록이 될까요? 아마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삼을 수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남겨요.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꽃노래 흐드러지게 부릅니다. 김지연 님 사진찍기는 어떤 삶짓기일까요. 김지연 님은 어떤 삶노래 부르고 싶어 사진하고 살갑게 사귀는 하루를 누릴까요. 김지연 님은 삶을 어떻게 사랑하기에 사진하고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를 이처럼 적바림하고 싶을까요.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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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책읽기 3 | 책삶+글쓰기 2013-04-2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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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책읽기 3

 


  군내버스는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와 푸름이와 어린이 들이 탄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자가용 있는 사람은 군내버스를 안 탈 뿐더러, 군내버스 지나다니는 때를 모른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겠다고 삶터 바꾼 이들 가운데, 자가용 없이 군내버스로 이곳저곳 오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시골에 살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시골살이 첫째는 두 다리로 걷기이다. 시골살이 둘째는 자전거 타기이다. 시골살이 셋째는 군내버스 타기이다. 시골살이 넷째는 시골택시 타기이다. 이러고 난 뒤에 비로소 자가용 장만할 수 있겠지.


  자가용 장만해서 모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자가용한테 지나치게 기댄다. 걸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도 되는데, 게다가 군내버스와 택시가 있는데, 자가용한테 너무 기댄다.


  운전대 붙잡고 아스팔트 찻길이나 다른 자가용만 바라보는 틀에서 벗어나자. 운전대 놓고 아이 손을 잡자. 아스팔트 찻길 아닌 숲을 바라보자. 다른 자가용 쳐다보지 말고 아이 눈망울과 한솥지기 볼우물 바라보자. 자가용에서 내려, 들내음을 맡자. 자가용은 고이 자라 하고서는, 들풀을 뜯자. 자가용은 가끔 한 번 타고, 여느 때에는 들길을 걷자.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서는, 다른 군내버스로 갈아타서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간다. 호젓한 시골마을에서 내리며 ‘군내버스 타는곳’ 둘레 참 예쁘다고 느낀다. 떠나는 군내버스 꽁무니를 사진으로 한 장 담고, 돌아갈 군내버스 탈 곳 언저리를 사진으로 두 장 담는다. 군청에서 돈을 들여 지은 ‘군내버스 타는곳’도 나쁘지 않지만, 마을사람 울력으로 짓고 손글씨로 정갈하게 적은 ‘군내버스 타는곳’이 한결 환하게 빛난다. 앞으로 서른 해만 지나도, 또는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만 지나도, 이 조그마한 쉼터는 아름다운 ‘생활문화유산’ 될 테지.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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