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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바다에서 그림 (2013.6.27.) | 아이 그림/글 읽기 2013-06-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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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6.27. 큰아이―바다에서 그림

 


  바다를 그리고 싶어 아이들 데리고 발포 바닷가로 갔다. 물놀이 한 차례 즐기고 나서 자전거수레에서 종이를 꺼낸다. 걸상 바닥은 우둘투둘하지만 그냥 그린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그린다. 천천히 천천히 우리가 누린 바다를 종이 한 장에 살포시 담는다. 바다에서 놀며 마음 깊이 받아들인 파란 숨소리를 고운 빛으로 옮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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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도 맨발이 좋아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3-06-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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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도 맨발이 좋아

 


  누나 따라서 고무신 벗고 맨발로 달리는 산들보라. 누나가 신을 섬돌 앞에 두라 이야기하니, 누나 말 잘 듣고는 덥석 들어서 옮긴다. 그러고는 또 신나게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린다. 아무래도 너희 모두 맨발이 좋지. 참말, 맨발 맨몸 맨손 맨마음이 가장 좋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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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1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3-06-3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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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1

 


  달린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달린다. 저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달린다. 처음에는 고무신을 꿰고 달리더니, 어느새 고무신을 벗는다. 맨발로 씩씩하게 달린다. 우리 집 마당이 시멘트 아닌 흙땅이라면, 맨발로 달리며 놀 적에 얼마나 즐거울까.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하다. 시멘트이건 흙이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마음껏 달리고 개구지게 달린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거침없이 달린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까르르 웃고 노래하면서 달린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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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2] 여름날 저녁 일곱 시 | 시골살이 일기 2013-06-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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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2] 여름날 저녁 일곱 시
― 따사로운 바람이 좋아

 


  아침부터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낮 네 시 무렵까지 네 차례 물놀이를 합니다. 마당에 커다란 고무통을 놓고 물을 채우지요. 아이들은 삼십 분 즈음 물놀이를 하고는 몸이 차다며 밖으로 나와 알몸으로 평상에서 뛰다가 마당 한쪽에 펼친 천막에 들어가서 놉니다. 이러다가 밥을 먹고, 또 물놀이를 하고, 다시 평상으로 알몸 되어 올라선 다음 천막에 들어가서 놀지요. 한참 놀면서 졸린 낯빛이기에 낮잠을 재우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더 놀고파 합니다. 이러다가 작은아이는 더는 견디지 못하겠는지 아버지 품으로 안겨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한 시간 즈음 보더니 작은아이 곁에 눕습니다. 이렇게 두 아이를 눕히니 겨우 홀가분한 몸 되는데, 아버지라 해서 쇳몸은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 나란히 누워 책을 조금 넘기다가 슬며시 눈을 감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눕지만, 아이들이 자다가 뒤척이면 이불을 여미고, 쉬 마렵다 낑낑대면 안아서 쉬를 누입니다. 파리가 달라붙으면 파리를 쫓습니다. 나는 같이 누웠어도 잠을 잔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녁 일곱 시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아이들 깨어나면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천천히 지는 긴 여름해를 내다보다가, 낮에 넌 빨래가 마당에 그대로 있습니다. 안 걷었구나.


  빨래를 하나하나 걷습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었는데 빨래에 이슬 기운 스미지 않습니다. 여름빨래는 이렇군요. 봄과 가을에는 다섯 시를 넘길 수 없는 빨래요, 겨울빨래는 네 시를 넘기지 못합니다. 봄가을에는 다 안 말랐어도 네 시 즈음 걷어야 하고, 겨울에는 세 시 즈음 걷어서 집안으로 들여야 해요.


  햇살도 바람도 구름도 나뭇잎도 좋습니다. 한낮에는 퍽 후끈후끈 달아오르지만, 마룻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우면 참 시원합니다. 마루에서 풀잎과 나뭇잎 춤추는 소리를 들으면 호젓합니다. 여름이더라도 해가 오래도록 하늘에 걸리고, 해가 오래도록 걸리더라도 저녁 다섯 시를 지나면 햇살이 뜨겁지 않으며, 예닐곱 시에는 슬몃슬몃 마실 다니기 좋아요.


  하루가 긴 여름입니다. 하루가 밝은 여름입니다. 하루 내내 아이들 실컷 뛰노는 여름입니다. 처마 밑에 빨래를 놓아도 보송보송 마른 채 걱정없는 여름일는지 모릅니다. 온갖 목숨이 저마다 기쁘게 노래하는 여름입니다. 사람도 멧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푸나무도 서로서로 사랑스레 어우러지는 여름입니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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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지구별은 서로 하나 (동그란 지구의 하루) | 그림책 2013-06-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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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그란 지구의 하루

안노 미쓰마사,에릭 칼,레이먼드 브릭스 등저
아이세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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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지구별은 서로 하나
― 동그란 지구의 하루
 안노 미쓰마사·여덟 작가,김난주 옮김
 아이세움 펴냄,2004.12.6./8500원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에 ‘어린이 마음’을 잃거나 놓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어린이 마음’을 건사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었기에 ‘어린이 마음’이란 대수롭지 않다며 잊거나 내려놓기도 하고, 어른이 된 만큼 ‘어린이 마음’이 참으로 곱고 즐겁다 여겨 언제나 되새기거나 아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놉니다. 신나게 뛰어놀기에 아이들입니다. 신나게 뛰어놀며 자란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습니다. 구김살이 없기에 스스럼없이 이웃과 어깨동무를 해요.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따순 사랑을 나누고 깊은 믿음을 주고받아요.


  맑게 웃고 밝게 노래하며 뛰논 삶을 누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즐겁게 일하고 기쁘게 놀 줄 압니다. 즐거이 놀던 마음에는 상냥함이 깃들어요. 신나게 놀던 몸에는 넉넉함이 배어요. 상냥하고 넉넉한 마음결 돌보는 아이들은 착하고 고운 눈빛으로 이 땅을 가꿉니다.


.. 여러분이 물놀이를 하고 있을 때, 먼 어느 나라에서는 배고파 우는 어린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나라에서 한 어린이가 잠자고 있을 때, 먼 어느 나라 어린이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동그란 지구의 하루가 지나면 어린이들은 하루치만큼 커 갑니다 ..  (책을 만든 어른들)

 


  동그란 지구별이 동글동글 움직입니다. 온누리 골골샅샅 따순 볕이 드리웁니다. 어느 마을이나 아침이 찾아오고, 낮이 비추며, 저녁에 다가옵니다. 아침에는 새가 노래하고, 낮에는 풀벌레가 춤을 추며, 저녁에는 개구리가 잔치를 벌입니다.


  이곳에서 뜨는 무지개는 저곳까지 이어집니다. 이곳에서 내리는 비는 땅속으로 스미어 저곳으로 잇닿습니다. 이곳에서 소복소복 쌓이는 눈은 들판과 숲을 포근하게 덮으며 조용히 하얀바람 일으킵니다.


  환하게 맑은 날에는 환하게 맑은 날씨대로 놉니다. 마당에서 놀고, 고샅에서 놉니다. 들에서 놀고 숲에서 놉니다. 냇가와 바닷가에서 놀아요. 멧골에서 놀고 멧등성이 오르내리며 놀지요. 하늘이 찌푸린 날에는 찌푸린 날씨대로 놉니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아요. 이부자리에서도 손가락으로 갖은 놀이를 즐기다가는, 서로서로 이야기꽃 피웁니다.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며 놉니다. 동생을 업거나 돌보면서 놉니다. 어린 동생한테 놀이를 가르칩니다. 어른 동생과 새롭게 놀이를 합니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어릴 적에 언니 오빠 누나 형이 살가이 놀아 주었어요. 아이들은 아이들이 가장 잘 알고, 아이들은 아이들이 가장 잘 보살핍니다.


  학교가 있어야 놀지 않아요. 놀이공원이나 체육관이 있어야 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기쁨을 밝혀서 놉니다. 아이들은 싱긋빙긋 웃으면서 놀아요.


  밥을 먹다가 놀아요. 자다가 일어나서 놀아요. 쉬를 누거나 똥을 누면서도 놉니다. 읍내 가는 버스에서도 놀고, 책을 들추다가도 놀아요. 공책에 글씨를 쓰다가 놀아요. 그림을 그리며 한껏 놉니다. 아이들 손에서는 무엇이든 놀이가 되고, 아이들 몸으로는 무엇이든 놀이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잘 노는 아이로 살아가던 숨결이 어른이 된다면, 온누리는 웃음과 노래로 가득한 아름다운 삶터 되리라 생각해요. 같이 놀고 함께 웃으면서 평화와 평등과 민주와 통일을 이야기하고 꽃피우는 아름다운 꿈 이루리라 생각해요.


  놀지 못하던 아이들이 전쟁을 불러요. 놀지 않던 아이들이 막개발 토목사업을 꾀해요. 놀이와 동떨어진 아이들이 푸대접을 부르고 따돌림과 괴롭힘을 부릅니다. 놀이를 생각하지 않던 아이들이 사람을 기계문명으로 짓눌러요.


  생각해 봐요. 동무들하고 살가이 편지 주고받던 아이들은 평화를 생각하지, 전쟁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동무들과 어깨를 겯고 들판을 달리고 골목을 뒹굴던 아이들은 민주와 평등을 헤아리지, 푸대접이나 따돌림이나 괴롭힘 따위로 치닫지 않아요. 동무를 아끼고 사랑하던 마음씨 그대로 살가운 문화를 이룹니다. 동무를 아끼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씨일 때에는 사람다운 착한 넋이 자라지 못해요.


.. 이 책을 보면 나라에 따라 말과 시간과 계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왜 그런지 답은 쓰여 있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스스로 생각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낄 놀람과 기쁨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죠. 어린이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어른도 함께 신기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안노 미쓰마사)

 

 


  안노 미쓰마사 님과 여덟 작가들이 힘을 모아 함께 빚은 그림책 《동그란 지구의 하루》(아이세움,2004)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1984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2004년에 옮겨요. 1984년이 어떤 해였나 돌아보면, 한국에서는 그맘때에 이 그림책이 나오기 어려웠겠다 싶은데, 차츰차츰 평화롭거나 사랑스러운 기운이 감돌면서 아름다운 그림책이 빛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그림책이 빛을 보더라도, 이 나라 아이들이 제대로 빛을 못 보아요. 아주 어릴 적부터 영어바람에 휩쓸리는 아이들이에요. 초등학교부터 입시지옥에 휘둘리는 아이들이에요. 시골에서는 몽땅 도시로 내보낼 생각에 시골스러운 꿈을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가르치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그저 도시에 갇힌 채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길들이는 딱딱한 울타리가 대단합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풀잎 하나 간질이지 못하면서 살아요. 이 나라 아이들은 들꽃 한 송이 사랑하지 못하면서 살아요. 이 나라 아이들은 ‘내 나무’ 한 그루 없이 손전화와 인터넷에 사로잡혀요.


  동그란 지구별은 아름다운 꿈입니다. 둥글게 둥글게 손을 맞잡고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꿈입니다. 동그란 지구별 되자면, 미국과 러시아도 전쟁무기를 버려야 하고, 일본과 중국도 전쟁무기뿐 아니라 엄청난 공장과 첨단시설을 그만 늘려야겠지요. 그리고, 이 나라에서도 전쟁무기를 모두 걷어치우고, 숲을 살리며 들과 바다가 푸르게 살아나도록 북돋아야 합니다. 첨단시설이나 관광단지나 산업공단이나 발전소가 아니라, 푸른 들판과 싱그러운 냇물을 지키는 길을 걸어야 해요.


  동그란 지구별은 서로 하나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매캐한 바람이 생기면 이웃나라에도 매캐한 바람이 불어요. 어느 한 곳에서 끔찍한 쓰레기물 내버리면 이웃나라에도 쓰레기물 흘러 아프고 힘들어요.


  다시 말하자면, 어느 한 곳에서 사랑이 싹트면 이웃나라에도 사랑이 싹틉니다. 어느 한 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샘솟으면 이웃나라에도 아름다운 이야기 퍼져요. 우리 아이들은, 또 우리 어른들은, 이 지구별이 어떤 삶터 되기를 바라는가요. 이 지구별을 어떻게 살찌우거나 가꾸고 싶은가요.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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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글쓰기 2 | 책삶+글쓰기 2013-06-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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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글쓰기 2

 


  글을 쓰는 사람은 이녁 삶을 쓴다. 글을 읽는 사람은 이녁 글을 읽는다. 이녁 삶 아닌 이야기를 글로 쓰지 못하고, 이녁 삶 아닌 모습을 글에서 읽어내지 못한다.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대수롭지 않다. 이렇게 살아왔기에 더 놀라운 글을 쓰지 않는다. 저렇게 살아온 터라 더 어수룩한 글을 내놓지 않는다. 어떤 삶을 꾸리며 하루하루 누렸다 하더라도, 이녁 삶을 얼마나 오롯이 드러내면서 사랑하는가를 밝히는가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 곧, 잘 쓰는 글과 못 쓰는 글이란 없다. 삶을 밝히는 글만 있고, 삶을 노래하는 책읽기만 있다.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이 이녁 삶을 담지 않는 글을 쓰려고 애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이녁 삶을 읽지 않고서 책만 손에 쥐려 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이녁 삶하고 멀어지고, 글을 읽는 사람도 이녁 삶하고 자꾸 등을 돌린다. 이렇게 되면 글도 책도 수렁에 빠진다.


  매화나무 열매가 어떤 맛인가를 스스로 느끼지 않고 글을 쓸 때에, 살구나무 열매가 어떤 맛인가를 스스로 느끼지 않고 글을 읽을 때에, 삶은 그예 껍데기로 치닫는다. 가난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겪지 않고 글을 쓸 적에, 돈이 많은 삶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겪지 않고 글을 읽을 적에, 삶은 그저 겉치레로 흐르고 만다.


  모르는 이야기라면 써서도 안 되고 읽어서도 안 된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글로 쓰고 책으로 읽는다.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알려고 애쓰면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내고, 몸으로 부대끼어 살아낸 뒤에라야 비로소 글을 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도 이녁 스스로 모르는 이야기라면 알아차리지 못한다. 통독을 하든 정독을 하든 책을 알아차릴 수 없다. 삶이 없고서 책만 손에 쥔다면 아무것도 못 느낀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는 아무것 아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는 아무것도 아니다. 글을 쓰고 싶으면 삶을 일구면 넉넉하다. 글을 읽고 싶으면 삶을 사랑하면 된다. 삶으로 글을 쓰고, 삶으로 글을 읽는다. 삶으로 밭을 일구고, 삶으로 가을걷이를 한다. 삶으로 아이를 낳고, 삶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삶으로 노래를 부르고, 삶으로 밥을 차린다. 삶으로 비질을 하고, 삶으로 천천히 마을길 걷는다.


  몸으로 움직이지 않고서 걷는 기쁨을 알 수 없듯,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글로 쓰지 못한다. 밥을 먹지 않고서 밥맛을 알지 못하듯, 밥을 먹는 즐거움 그대로 글을 읽는 즐거움을 몸으로 깊이 헤아린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대학교나 문화강좌로 찾아가서는 글을 못 쓴다. 글을 쓰고 싶으면 종이와 연필을 장만하면 된다. 글은 연필을 쥐어 종이에 내 삶을 쓸 때에 글이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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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이랑 | 시-동시 2013-06-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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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이랑

 


삼월부터 오월까지
쏙쏙 돋은
푸른 잎사귀 사이
가늘고 긴 대롱에
노랗게 몽우리 지며
빗물 먹고 피어난
붓꽃.

 

곁에는
무리지어 앙증맞게 웃는
돗나물꽃.

 

옆에는
동그스름 넓적한
머위잎.

 

둘레에는 함박꽃과 장미꽃과
하얗게 찔레꽃.

 

그리고 뽁뽁 뜯고 뜯으면
새로 돋고 자라는
부추풀.

 


4346.5.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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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빔 좋은 어린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3-06-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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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빔 좋은 어린이

 


  여섯 살 사름벼리 여름치마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직 이웃들한테 말을 여쭙지 못한다. 집 안팎으로 하는 일이 많아 미처 이런 말을 못 여쭈는 셈일까. 여태껏 여러 좋은 이웃들이 선물해 준 고마운 옷들로 큰아이는 씩씩하고 즐겁게 옷을 입으며 지냈다. 어쩌면, 큰아이는 옷집에 가서 새로 사는 옷보다 이웃이 선물해 주는 옷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워낙 선물받는 옷, 그러니까 물려받는 옷에 익숙하니까. 곰곰이 돌아보면, 아버지로서 큰아이한테 치마를 사 준 일이 꼭 두 차례인데, 큰아이가 세 살 적에 인천 큰아버지가 옷값을 주어 처음으로 사 주었고, 올봄에 네식구 함께 읍내마실을 하며 두 번째로 사 주었다. 그리고 어제, 큰아이 옷가지를 죽 살피고 보니, 여름에는 날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큰아이가 날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하더라도 여름치마가 살짝 빠듯하겠다고 느꼈다. 있는 대로 돌아가며 입혀도 되지만, 어쩐지 새 치마 한 벌 사야겠구나 싶어, 부러 읍내마실을 해서 삼만육천 원 값을 치르고 여름빔을 마련했다. 큰아이가 이제껏 보여준 모습을 돌아보면, 다른 옷가지나 선물은 조금 들고 다니다가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맡겼다. 이번에 장만한 여름빔은 처음부터 끝까지 큰아이 스스로 든다. 두 시간 남짓 옷가방 들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비닐가방은 아버지한테 넘기고 여름빔 긴치마만 품에 안고 다닌다. 그래, 이토록 좋아하는 네 긴치마인데, 즐겁게 장만해 주어야지. 사서 장만하든 재봉틀로 박아서 장만하든, 네가 좋아하는 대로 장만해야지.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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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에 드리우는 빛 | 책숲마실 2013-06-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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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에 드리우는 빛

 


  책에는 빛이 서립니다. 책에는 다른 어디에도 서리지 않는 빛이 곱게 서립니다. 나는 이 빛을 ‘책빛’이라고 말합니다.


  책빛은 언제나 곱게 서립니다. 이 빛을 알아채는 사람과 안 알아채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빛은 이 빛을 알아채는 사람한테만 곱지 않습니다. 이 빛을 안 알아채는 사람한테도 늘 곱게 서립니다. 다만, 안 알아채기 때문에 못 받아들일 뿐입니다. 마치 햇볕이 어디에도 곱게 드리우지만, 햇볕이 드리우는 줄 모르고 지하철을 타거나 건물에서 형광등 켜고 일하는 사람이 많듯, 햇볕도 책빛도, 또 사랑빛과 푸른 숨결도 어디에나 찬찬히 드리우거나 서립니다.


  책에 서리는 빛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 종이로 만든 사람들이 저마다 복닥이거나 부대끼면서 빚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빛 한 줄기 되어 책에 서립니다. 나무들 우거진 숲을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들 손길과 숨소리와 마음결이 고스란히 종이 한 장에 스며듭니다. 햇살은 나무로 드리우며 나무를 살찌우고, 나무는 사람한테 와서 종이가 되어 포근한 기운을 보여주며,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한 자락 알뜰살뜰 엮어 책 하나를 새롭게 빚습니다.


  빛이 된 이야기는 이야기빛일 텐데, 사람들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으니 이야기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빛은 이야기씨앗이 되면서 이야기나무로 자라고, 이야기꽃으로 피어납니다. 이야기꽃은 고소한 이야기밥이 되어 스며들고, 다시 이야기바람이 되어 시원한 생각 간질입니다.


  빛이 없거나 볕이 없는 데에서도 목숨이 싹틀까요. 빛이 없거나 볕이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착하거나 참답거나 고울 수 있을까요. 책은 인쇄소와 제본소에서 척척척 찍어서 나오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천 권 이천 권 만 권 십만 권 찍힌다 하더라도 저마다 고운 나무숨 담은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아파트에서 형광등 켜고 읽을 수 있다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바닥이 나면 햇살이 드리우는 아침과 낮과 저녁 아니고서는 읽을 수 없습니다. 아니, 책이란, 형광등 불빛 아닌 햇살을 쬐며 읽을 때에 비로소 책이라 할 만합니다. 햇살이 있는 곳에서 읽으며 따스한 기운 받아먹고, 햇살이 온누리에 골고루 내리쬐도록 마음을 기울이도록 북돋우며, 햇살처럼 따스한 사랑이 내 마음에 서려 날마다 새롭게 웃고 뛰놀도록 이끌어, 바야흐로 ‘책’이 되고 ‘책빛’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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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바라며 만나는 책 (헌책방 고서점) | 책숲마실 2013-06-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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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바라며 만나는 책 (4346.4.22.)
― 부산 보수동 〈고서점〉

 


  ㄱ. 부산 보수동에서 보는 일본 그림책


  일본 간다 헌책방에서 건너온 그림책이 〈고서점〉 책꽂이 한쪽에 꽂힙니다. 한국에서는 쉬 보기 어려운 그림책입니다. 한국말로 옮겨진 책이 아니요, 일본에서 널리 사랑받는 그림책입니다. 한국돈으로 5000원 값 붙은 그림책 있고, 30000원 값 붙은 그림책 있습니다. 5000원 값이란 눅다 할 만하고 30000원 값은 살짝 세다 할 수 있지만, 한국말로 나오지 않은 멋스러운 일본 그림책을 일본까지 안 가고 한국에서 구경할 수 있으면 무척 싸다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썽쟁이 두 아이가 온 집안 얼마나 놀랍게 어지르며 노는가 하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보여주는 《なうら なほ,きむら みほ-ママのだいへんしん》(偕成社,1997)을 봅니다. 앙증맞은 그림결이 아주 좋습니다.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그림결로 만화를 그리는 이우일·선현경 님이 떠오릅니다. 바다거북 한살이를 보여주는 한편, 아이들한테 바다거북을 돕는 길을 잘 밝히는 그림책 《佐藤ヒロシ-アカウミガメのくる浜べ》(교成出版社,1998)를 봅니다. 《アカウミガメのくる浜べ》를 보면, 관광객들은 바다거북이 알을 낳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대목이 나옵니다. 생각없이 바다를 더럽히고,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며, 생각없이 모래밭에까지 자가용 몰고 차를 댑니다. 갓 알에서 깬 어린 바다거북은 사람들이 모래밭에 남긴 바퀴 자국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보드라운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밭은 무거운 자동차가 지나갈 때에 움푹 패여요. 자가용을 모는 사람들은 그저 저희 노는 데에만 마음을 빼앗겨요.


  1876년에 태어난 기타자와 라쿠텐(北澤樂天)이라는 분이 어린이책에 그린 그림을 그러모은 《子供之友 原畵集 4 北澤樂天》(婦人之友社,1986)을 봅니다. 1900년대 첫무렵부터 그렸다고 하는 오래된 어린이책 그림을 하나둘 들여다봅니다. 좋은 종이에 좋은 인쇄로 아름답게 나온 책입니다. 일본 아이들은 이런 멋진 그림책을 보면서 좋은 마음을 살찌울 수 있겠군요.


  멜론을 심고 키우는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齊藤恭久(그림),瀨古龍雄-メロンの繪本》(農文協,1999)은 아기자기합니다. 흙을 만지며 곡식이나 열매 얻는 흐름을 쉽게 풀이해서 보여줍니다. 이만 한 그림책이라면 어른들도 쉽게 배울 만합니다. 아니, 농사짓기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 때에는, 이렇게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서 배우도록 이끌 때에 훌륭하리라 생각해요. 가장 쉬운 말로 가장 쉽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삶과 꿈과 사랑을 키우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하고 만화 그림투 빌어 보여주는 《中川幸子(그림),安藤節子(글)-からだが すきな たべものなあに?》(偕成社,1983)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머니하고 부엌에서 심부름하는 모습을 보면, 가시내도 사내도 함께 일합니다. 가시내만 부엌일 돕고 사내는 밥상에 앉는 모습이 아니에요. 1983년에 나온 그림책이지만, 이때에도 벌써 가시내랑 사내가 나란히 어머니 일을 도와요.

 


  ㄴ. 마음으로 바라며 만난다


  발레 공연 도록으로 나온 《Margot Fonteyn & Michael Somes with the Komaki ballet company》(1959)를 살짝 집어듭니다. 발레를 잘 모르지만, 이 공연 도록에 깃든 사진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사진을 알맞고 멋스럽게 잘 찍어서 엮었습니다. 발레 도록으로 나온 조그마한 책 하나는 몇 부 안 찍었을 테고, 이러한 책을 사진책으로 치는 평론가는 없을 텐데, 나는 이런 예쁜 책들에 실린 예쁜 사진들을 보면서 ‘이 책을 사진책으로 안 치면 어떤 책을 사진책으로 쳐야 하나’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世界音樂全集 20 : チャイコフスキ-》(河出書房,1967) 또한 사진이 좋아서 집습니다. 레코드판 두 장 함께 담긴 ‘세계음악전집’ 가운데 《차이코프스키》예요. 발레로 공연하는 모습을 사이사이에 아름답게 찍은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에서는 벌써 1967년에 아름답고 알찬 책이 전집으로 묶여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이 같은 책이 언제쯤 선보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도 훌륭하고 짜임새도 어여쁜 책을 한국 책마을에서는 언제쯤 즐거이 빚어 나누어 줄 만한지 궁금합니다.


  사진책 《YLLA-two little bears》(Hamish Hamilton,1954)를 봅니다. 깜짝 놀랍니다. ‘YLLA’라 한다면, 지난 2012년 5월에 정진국 님이 엮어서 옮긴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눈빛 펴냄)라는 사진책에서 그 ‘이일라’입니다.


  2012년에 한국말로 나온 이일라 님 사진책을 보고는 ‘사진은 좋으’나 사진책에 ‘평론가가 붙인 군말이 너무 길다’고 느꼈습니다. 사진작가 이일라 님 삶과 넋을 밝히는 글을 붙이지 않고, ‘추리소설 같은 글’을 사진보다 더 길게 붙였어요. 아름다운 사진책을 그만 망가뜨리고 말아, 이래서는 안 될 노릇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일라 님 사진책 원본을 꼭 한 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을 꾸었어요. 이렇게 군더더기 추리소설 비평이 잔뜩 깃든 반토막 책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진으로 곱게 엮은 오롯한 사진책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꾸었어요.


  마음으로 바랐기에 만날 수 있을까요. 마음으로 바라니까 만나는가요. 마음으로 찬찬히 빌었기에 부산마실을 하면서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걷다가 〈고서점〉에서 다리를 쉬는 동안 문득 알아볼 수 있나요.


  1954년에 영국에서 펴낸 “새끼 곰 두 마리”는 누렇게 바랜 종이 깊숙하게 아로새겨진 살가운 이야기로 살아납니다. 사진은 언제나 사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진책은 늘 사진으로 빛이 난다는 대목을 깨닫습니다. 내 마음으로 살포시 스며드는 사진을 하나하나 살핍니다. 책은 제본이 다 풀어지고 바스라집니다. 겉장은 앞과 뒤 모두 떨어졌고 본문종이도 튿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이 다치고 바스라졌으며 바랬기에 다른 책손한테 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다른 책손은 옹근 판으로 나온 책을 바라며 이 책은 굳이 건드리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나는 많이 망가지거나 다친 책이라 하더라도 ‘마음으로 바란 책’이기에 즐겁게 마주합니다.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종이봉투에 넣어 가만히 껴안습니다.


  새로 뽑은 사진이라야 더 멋스럽거나 반갑지 않아요. 오래되어 빛이 바랜 사진이기에 못마땅하거나 싫을 수 없어요. 이야기 깃든 사진일 때에 반갑지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면 사진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글 한 줄을 쓸 적에도 이야기를 쓰듯, 사진 한 장을 찍을 적에도 이야기를 찍습니다. 글 한 줄을 읽을 때에도 이야기를 읽듯, 사진 한 장을 읽을 때에도 이야기를 읽습니다. 헌책방마실을 하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새록새록 만납니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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