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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집 새소리 | 책삶+글쓰기 2013-08-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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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집 새소리

 


  두 아이를 데리고 전남 고흥을 떠나 경기 일산으로 온다. 아이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지내는 경기 일산 구산동은 논밭이 가득 펼쳐졌다. 일산이지만 ‘오늘날 일산’이라 하기 힘든 시골 모습이 드리우는 곳인데, 요즈음 전남 고흥에서 듣기 힘들어진 새소리를 외려 이곳 일산 구산동 논밭 둘레에서 듣는다.


  왜 고흥 시골보다 일산 논밭에서 새소리를 더 많이 들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 요즈음 고흥은 가을걷이를 앞두고 온통 농약투성이요 농약잔치이다. 이와 달리 일산 논밭은 고흥처럼 농약투성이나 농약잔치는 아니다. 그리고, 고흥 시골은 쉬는 땅이 없을 만큼 골골샅샅 무언가를 심어서 기르는데, 일산 논밭 둘레에는 ‘개발을 기다리는 빈터’가 제법 있다. 이러니, 어쩌면 큰도시 둘레 조그마한 풀숲에서 조그마한 들새나 멧새가 살아갈 둥지를 건사하기 한결 나을 수 있다고 할까.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빛과 시골소리 잊는 이웃들이, 다시금 시골빛과 시골소리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보듬을 수 있는 앞날을 기다린다. 4346.8.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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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보고 싶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3-08-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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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보고 싶어

 


  큰아이가 어머니 보고 싶다 노래를 한다. 아이들 어머니는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일산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큰아이는 “할머니네 놀러가서 어머니 만날래.” 하고 말한다. 하루 기다리면 어머니가 시골집으로 돌아올 테지만, 큰아이는 어머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모도 삼촌도 모두 보고 싶다 말한다. 이리하여, 짐을 꾸리고 전남 고흥에서 경기도 일산까지 날아갈 가장 가깝고 수월할 만한 길을 헤아린다. 순천을 거쳐서 기차를 탈까, 아니면 광주에서 경기도 화정버스역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볼까, 이래저래 살피고 머리를 굴린다. 그래도 고흥 읍내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가 가장 나을 듯하다. 다만, 아침 아홉 시 버스가 아니면 모두 우등버스라서 아이 둘과 어른 하나 앉아서 가기에는 만만하지 않다. 또한, 텔레비전을 켜느냐 안 켜느냐도 살펴야 한다. 아무쪼록, 이제 작은아이 낮잠을 살며시 깨워 얼른 길을 나서야지. 짐은 다 꾸렸다. 4346.8.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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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따먹은 자리 | 책삶+글쓰기 2013-08-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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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따먹은 자리

 


  까마중을 따면 꼭지에 하얀 자국이 남는다. 조그맣게 까만 까마중알과 푸른 빛깔 까마중풀 줄기를 잇는 자리는 하얗다. 감을 따거나 능금을 딸 적에, 매실을 따거나 무화과를 딸 적에, 포도를 따거나 대추를 딸 적에, 꼭지에 저마다 다른 빛과 무늬를 남긴다.


  풀잎을 뜯을 때 가만히 살피면, 풀잎과 줄기를 잇는 자리에 하얀 풀물이 흐른다. 애기똥풀처럼 노란 풀물이 흐르는 풀이 있고, 피나물처럼 빨간 풀물이 흐르는 풀이 있는데, 여느 풀은 으레 하얀 풀물이 흐른다.


  저 하얀 풀물은 풀포기가 살아가는 밑힘일 테지. 하얀 물이 흐르며 푸른 풀로 자라고, 하얀 물이 감돌며 푸른 숨결이 퍼진다. 사람들 몸속을 흐르는 피는 빨갛지만, 사람들 마음을 이루는 바탕은 하얗지 않을까 싶다. 푸른 바람을 마시고 맑은 물을 마시는 사람들 마음이란 무지개빛이 되지 않을까 싶다. 4346.8.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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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6 | 시-어른시 2013-08-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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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6

 


나비 한 마리
무엇을 먹고
어디에 깃드는가.

 

나비와 함께 살며
가만히 지켜본다.

 

나비애벌레 한 마리
무엇을 먹어
어디에 고치 트는가.

 

나비와 같이 놀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비는
풀과 나무 곁에서 산다.

 

나비는
풀과 나무 둘레에서
밥을 먹고 짝을 찾는다.

 

나비는
풀과 나무 품에서
조용히 잠든다.

 


4346.8.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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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숨쉬는 날에 (무화과는 없다) | 동시집+시집 2013-08-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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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화과는 없다

김해자
실천문학사 | 200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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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55

 


살아서 숨쉬는 날에
― 무화과는 없다
 김해자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01.7.10. 5000원

 


  빗소리를 듣는 동안 비와 하나가 됩니다. 가늘게 내리는 빗소리, 굵게 내리는 빗소리, 가을어지는 빗소리, 들이붓는 빗소리, 벼락과 동무하는 빗소리, 바람과 어울려 노는 빗소리, 여러 빗소리를 들으며,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빗방울은 땅에 깃듭니다. 빗방울은 풀과 나무를 적십니다. 빗방울은 지붕도 적시고 숲과 들과 길과 바다와 자동차를 모두 적십니다.


  들짐승이나 멧짐승은 비가 오면 비를 고스란히 맞습니다. 아마 예전에는 들짐승과 멧짐승 모두 비를 그을 만한 보금자리나 쉼터가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깊고 깊은 두메까지 파헤치며 길을 내느니 구멍을 파느니 공장을 짓느니 골프장을 까느니 합니다. 짐승들이 살아갈 터가 없습니다.


  요새는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는 한다지만, 먼 옛날 살림살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공사도 멈추지 않습니다. 범과 곰과 여우와 늑대와 수달을 생각하며 공사를 안 하던 사람은 없습니다. 꾀꼬리와 소쩍새 삶터를 망가뜨리니까 고속도로 함부로 안 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소리와 멧토끼 보금자리를 일그러뜨리니까 송전탑 아무렇게나 안 박는 사람은 없습니다.


.. 울다 문득 너를 들여다보니 / 나를 울린 사람이 내 속에 들어 있어 / 미워하다 괜스레 미안해져 되돌아보니 / 내가 미워하던 바로 그것이 내 안에 있어 ..  (수많은 나)


  찻길이든 공장이든 발전소이든 쓰레기터이든 공항이든 골프장이든 무엇이든, 사람과 이웃이 될 뭇짐승 삶자리를 생각할 때에, 찻길 둘레에 옛날부터 집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과 마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웃사람조차 살피지 않기에 이웃짐승은 조금도 살피지 않아요. 이웃짐승을 돌아보지 않으니 이웃사람은 하나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참말 우리 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베어야 하면, 먼저 나무한테 말을 걸었어요. 나무를 베어야 하는 까닭을 묻고, 천천히 기다리고서야 나무를 베었어요.


  풀을 벨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풀을 함부로 베지 않습니다. 씨앗을 심을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씨앗을 아무렇게나 심지 않습니다. 풀잎 하나한테도 말을 걸던 우리 겨레요, 씨앗 한 톨한테도 사랑을 속삭이던 우리 겨레예요.


.. 미싱판에 엎드려 심지에 쓴 시 / 작업하다 말고 초크로 쪽가위로 새긴 시 / 방통고등학교 다니던 현옥이 따라 끄적거리던 / 뒤에서 쪽가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 칼라와 함께 기워버린 유산된 / 시를 찾아 뒤를 잇는다 ..  (심지에 쓴 시)


  맑은 날, 나는 시나브로 햇살과 하나가 됩니다. 후끈후끈 내리쬐는 땡볕이라면, 내 몸과 마음은 땡볕처럼 뜨겁습니다. 포근포근 감싸는 겨울날 볕살이라면, 내 몸과 마음은 겨울볕처럼 따사롭습니다.


  우리 살갗은 햇볕을 쬐야 무슨무슨 비타민이 생긴다고 해요. 햇볕을 알맞게 쬐야 튼튼하게 살아간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지식이 있는 도시사람 가운데 날마다 햇볕을 알맞제 쬐려 하는 이는 몹시 드물어요. 알아도 햇볕하고 멀고, 몰라도 햇볕하고 멀어요. 알아도 맨 살갗을 햇볕에 드러내지 않고, 몰라도 맨 살갗을 햇볕 앞에 환히 드러내지 않아요.


  무엇보다, 도시는 햇볕 들지 않는 일터와 삶터 너무 많아요. 도시에서는 햇볕에 빨래를 말리지 못하는 데가 무척 많아요. 빨래기계 훌륭하더라도 햇볕과 바람처럼 보송보송 말리지 못해요. 아이들부터 알아차리지요. 햇볕에 잘 말린 이불을 덮고 자는 아이는 해님과 같은 웃음을 띄고 새근새근 잘 잡니다. 햇볕에 잘 말린 옷으로 갈아입고 노는 아이는 해님처럼 맑고 환하게 노래합니다.


.. 나는 평화시장의 일급 미싱사 / 손이 안 보이도록 옷을 만들지 / 서울 시내 와이셔츠 십분의 일은 / 이 손으로 만들었지 나는 미싱사 / 이 바닥에서 구른 지 벌써 칠 년째 ..  (미싱사의 노래)


  김해자 님 시집 《무화과는 없다》(실천문학사,2001)를 읽습니다. 어떤 마음을 노래하려는 뜻에서 무과화를 떠올리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어떤 삶을 빙그레 웃으려는 뜻으로 무화과와 함께 싯말을 엮는가 하고 살핍니다.


  무화과나무를 생각합니다. 무화과나무는 사람들이 가지를 끔찍하게 쳐내도 곧 새 줄기를 올립니다. 우리 집 뒤꼍에 무화과나무 무리가 있어요. 우리 식구는 이 무화과나무 무리가 씩씩하게 자라며 고운 그늘 드리우면서 울타리 구실 하기를 바라며 그대로 두는데, 웬만큼 자라고 나면 어느새 누군가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서 무화과나무를 몽땅 베곤 해요. 마침 우리 식구가 시골집 비운 때를 맞추어 ‘나무를 죽이려고’ 들어옵니다.


  무화과나무는 모진 이웃이 누구인 줄 알 테지요. 그리고, 무화과나무는 모진 이웃이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아요. 다시 줄기를 올려 다시 가지를 뻗고 다시 잎을 냅니다.


.. 이제 조금 쉬려무나 / 작은 나뭇가지 위에서 / 너의 노래 부르렴 / 새야 작은 새야 ..  (노래를 잊은 새)


  무화과나무 잎사귀를 살며시 만져 보셔요. 풀물(녹즙)을 짤 적에 곧잘 무화과나무 잎사귀를 함께 넣곤 해요. 무화과나무 잎사귀는 꼭 사람 손처럼 생겼고, 무화과나무 잎사귀 무늬는 더없이 곱습니다. 뜨개옷 무늬로 무화과나무 잎사귀를 담는 분이 제법 많아요.


  한여름 뜨거운 볕을 먹고 촉촉하게 잘 익은 무화과꽃 또는 무화과열매를 톡 따서 먹어 봐요. 저잣거리에서 파는 꽃 또는 열매를 먹어도 즐겁고, 마당 한쪽에 무화과나무를 두어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 나는 꽃 또는 열매’를 손수 쓰다듬으며 톡 따서 먹어도 즐겁습니다.


  햇볕 머금은 맛을 떠올립니다. 빗물 마신 맛을 떠올립니다. 바람 스며든 맛을 떠올립니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무화과나무도 사람도 햇볕과 빗물과 바람이 있기에 목숨을 잇습니다. 풀도 새도 짐승도 햇볕과 빗물과 바람이 있을 때에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지구별 모든 목숨은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즐겁게 누리면서 하루하루 맑게 밝힙니다.


.. 전철 방음벽을 타고 / 호박 넝쿨이 올라간다 / 콩, 콩, 콩, 울타리 콩도 / 벽을 껴안고 넘어간다 ..  (문규현)


  여름이 저무는 비가 내리는 선선한 아침입니다. 큰아이는 오늘 조금 늦잠을 자고 작은아이는 여느 때처럼 일찌감치 깹니다. 작은아이는 작은 발을 콩콩 굴리며 놀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누나가 늘 부르는 노랫가락이랑 아버지가 언제나 부르는 노랫말을 하나씩 곱씹으면서 저 조그마한 입을 달싹달싹 놀립니다.


  큰아이는 밤오줌을 누다가 “저기 개구리가 우네.” 하고 말했습니다. 얘는, 오줌 누러 밤에 일어나서 개구리노래를 듣다니. 그래, 우리 집은 풀집이요 숲집이니까, 하루 내내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 깃들어 사랑스레 노래를 베풀지. 빗소리에 섞이는 개구리노래란 여느 때 듣던 개구리노래하고 사뭇 다르지.


  간밤에 큰아이 다독여 다시 재우고 나도 곯아떨어지는데, 큰아이가 말한 개구리노래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빗소리하고 나란히 들었습니다. 누가 일러 주지 않아도 다 아는 노래이지만, 곁에서 함께 느끼며 듣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고소하게 즐기는 노래로구나 싶어요.


.. 설거지를 하려다 개수구에서 올라온 바퀴벌레를 / 나도 몰래 맨손으로 때려잡다 움찔 생각하니 / 시간이 흐르긴 흘렀다 처음 살림 할 땐 / 죽은 갈치 지느러미도 못 도려내던 내가 / 산 향어 배때기도 잘도 따고 / 신문지로도 못 잡던 바퀴 따윈 알 매단 어미까지 / 맨손으로도 탁탁 두들겨 잡는다 ..  (반거충이)


  시 한 줄이란 무엇일까요. 함께 듣는 노래일까요. 함께 부르는 노래일까요. 함께 일구는 삶에서 피어나는 ‘일노래(노동요)’일까요. 함께 사랑을 속삭이면서 읊는 노래일까요.


  살아서 숨쉬는 날에 시 한 줄 읽습니다. 살아서 숨쉬는 날에 시 한 줄 적습니다. 살아서 숨쉬는 날에 꿈 한 자락 그립니다. 살아서 숨쉬는 날에 사랑 한 타래 어루만집니다.


  어제 새로 얻은 큰아이 치마 열 벌을 신나게 빨아 햇볕에 널다가, 저녁에 비구름 잔뜩 끼어 방으로 들였습니다. 하루 지난 오늘 큰아이 새 치마는 아직 다 안 말랐습니다. 큰아이는 방으로 들어온 제 옷가지를 보고는 방긋방긋 웃으며 “내 치마를 세어 볼까?” 하며 하나 둘 셋 넷 꼽습니다. 하루에 두 벌이나 세 벌씩 갈아입혀도 재미있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두어 벌씩 갈아입히면 빨래하는 품이 들지만, 이렇게 고운 옷 잔뜩 얻었으니, 빨래야 뭐 신나게 하면 되지요. 아이가 웃으며 어버이가 함께 웃고, 어버이가 함께 웃으며 아이가 나란히 웃습니다. 삶이란. 4346.8.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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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2 | 시-어른시 2013-08-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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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2

 


배가 부르면
숟가락 내려놓고
뛰어논다.

 

잠이 오면
눈 사르르 감고
곯아떨어진다.

 

세뱃돈 용돈
모두 어버이한테 맡기고
돌려받지 않는다.

 

힘이 들면
안아 주기를 바라며
사랑해 달라 말한다.

 

즐거울 때에는
까르르 웃고 노래하며
한겨울 추위마저
따스히 포근히
촉촉히 살가이
녹인다.

 

아이들은.

 


4346.8.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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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전화 | 책삶+글쓰기 2013-08-30 00:00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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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전화

 


  옆지기한테서 전화 한 통 온다. 인천공항에 내렸다고 한다. 아이들 모두 잠든 깊은 저녁나절, 잘 돌아왔구나 싶어 반갑다. 옆지기는 이녁 어버이 계신 일산집에 가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일산까지 마실을 하며 거의 석 달만에 어머니를 만나도록 할까 생각하다가도, 가고 오는 길이 만만하지 않아 망설인다. 일산으로 가더라도 옆지기는 여러 사람들 만나러 움직여야 하니 아이들과 놀지 못한다. 그래서, 옆지기가 다른 볼일 다 끝내고 시골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릴까 하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집을 얼마나 잘 돌보며 지냈는가 돌아본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 얼마나 잘 사랑받으며 지냈는가 헤아린다. 두 아이 아침에 일어나면 일찌감치 옆지기한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도록 해야지.


  저녁비가 오고, 저녁나절 풀벌레 노래가 흐른다. 저녁 전화를 받고 한참 싱숭생숭하게 있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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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야, 방아깨비야 (자전거쪽지 2013.8.29.) | 시골자전거 삶노래 2013-08-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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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8.29.
 : 제비야, 방아깨비야

 


- 어제 우체국에 갔을 때에 등기우편 하나를 못 보냈다. 잘 보려고 잘 챙긴다고 하다가, 그만 집에 두고 안 가져갔다. 오늘 날씨를 보니 낮부터 비가 올 듯하다. 아침 일찍 우체국에 다녀와야겠구나 싶어, 바지런히 아침을 차려 아이들 먹이려는데, 아이들이 배고프다 하면서도 제대로 안 먹고 놀기만 한다. 바삐 등기우편과 소포를 꾸려 나가려 하는데, 이동안 작은아이는 밥을 안 먹고 크레파스를 우물우물 씹는다. 얘야, 크레파스가 그리 맛있니. 너희 먹으라고 밥을 차려 놓았는데, 왜 밥은 안 건드리고 크레파스를 먹니. 큰아이야, 너는 네 동생이 크레파스 씹어먹는데 곁에서 만화책만 들여다보고 동생은 안 돌보아도 되니. 너도 밥은 먹기 싫고 만화책만 보고 싶니.

 

- 바람이 세게 분다. 여름을 떠나보내는 바람일까. 비를 부르는 바람일까. 샛자전거에 탄 큰아이가 “아버지, 저기 구름 좀 봐야. 저기는 하얀 구름이고 저기는 까만 구름이야. 아버지, 구름 좀 보라구요.” 하고 말한다. “그래, 구름 다 봤어.” 어제 퍽 먼 데까지 자전거마실을 다녀온 탓인지, 다리가 아주 무겁다. 몸도 매우 무겁다. 어제는 아이들 태우고 세 시간 즈음 자전거를 탔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면 이튿날은 다리를 느긋하게 쉬어야 하는구나.

 

- 군과 도에서 벌이는 ‘시골마을 상수도사업 공사’가 한창이다. 길을 파헤쳐서 물관 묻은 자리에 어제오늘 새로 아스팔트를 덮는다. 아무렇게나 파헤쳐 놓은 채 여러 달 그대로 두더니, 어제오늘 갑작스레 아스팔트를 덮는다. 이렇게 하루이틀 사이에 덮을 만한 일이라면, 길을 파헤친 뒤 곧바로 아스팔트를 덮었어야 옳다. 그동안 자전거뿐 아니라 자동차도 다니기 힘들게 길을 파헤쳐 놓더니, 딱히 더 공사를 할 것이 없었다면, 마무리를 깔끔히 할 노릇 아닐까. 도시에서 공사를 이렇게 한다면, 신문·방송사에서 취재보도를 하며 이러쿵저러쿵 시끄러웠을 텐데.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가 아버지를 또 부른다. “아버지, 저기요. 저기 제비 죽었어요. 제비 풀밭으로 옮겨 주고 가요. 아버지. 그냥 가지 마요.” 요즈음, 제비 몇 마리 차에 치어 죽은 모습을 보았다. 어제그제 이들 제비 주검을 풀밭으로 옮겨 주었다. 오늘 본 제비 주검은 자동차 바퀴에 얼마나 밟혔는지 몸통과 머리가 사라지고 날개만 남은 납작꿍이다. 저 주검은 할 수 없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치려는데, 큰아이가 자꾸 부르기에 자전거를 돌린다. 손으로만 떼어내기 힘들어, 나무막대기 하나를 쓴다. 가까스로 떼어낸다. 깃털이 파르르 떨어지며 날린다. 자그마한 깃털 셋을 건사한다. 이 조그마한 깃털로 조그마한 날개를 이루고, 조그마한 몸통을 하늘에 띄워 멀디먼 길을 날아다니는가.

 

- 차에 치이고 밟힌 들짐승이나 새 주검을 풀밭으로 늘 옮기기는 하지만, 시골이라 하더라도 풀밭이 드물다. 조그마한 땅뙈기 하나조차 밭으로 삼으려 하고, 논둑은 죄다 시멘트로 덮인다. 이러니 작은 짐승들 주검을 옮기려면 풀밭을 찾으려고 퍽 헤매야 한다.

 

- “벼리야, 걱정하지 마. 제비는 아름다운 나무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 제비 주검을 풀밭으로 옮긴 뒤 몇 미터 앞에서 방아깨비 주검을 본다. 방아깨비는 차에 치이거나 밟히지 않았다. 몸통이 통통히 있다. 살며시 들어 주둥이를 살피니, 농약을 맞아 죽은 티가 난다. 그래, 제비는 자동차에 치이고, 풀벌레는 농약에 스러지는구나. 사람들은 제비도 참새도 그저 다 싫어하지. 사람들은 방아깨비도 메뚜기도 개구리도 그예 모두 미워하지. 그러면, 이 지구별에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지구별에 모든 들짐승과 새 사라지고 사람만 남으면 될까. 사람만 남는 지구별에는 미움도 싸움도 전쟁도 없이, 사랑과 평화와 평등이 감돌 수 있을까. “벼리야, 방아깨비는 예쁜 꽃으로 다시 태어난단다.” 부디 예쁜 꽃으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 손에 다시 애처롭게 죽지 않기를 빈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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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 미국 공부와 카드값 | 책삶+글쓰기 2013-08-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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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 미국 공부와 카드값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옆지기가 드디어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옆지기가 돌아올 날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날마다 숱하게 “어머니 보고 싶어!”를 왼다. 그래, 너희 어머니 곧 오시는 줄 느끼지?


  그런데 너희는 너희 어머니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삯을 너희 아버지가 버느라 허리가 얼마나 휘는지 하나도 모를 테지. 너희 어머니도 너희 아버지 허리 휘는 줄 잘 모르리라 느껴. 그러나, 한 해가 흐르고 또 새 한 해가 흐르고 보면, 올해에 느끼는 이 고단함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생각한다.


  달마다 카드값이 밀리면서도 달마다 어찌저찌 마감을 하고는 그 다음에 찾아오는 카드값에 허덕이며 보냈다. 이제 옆지기가 한국으로 오면 이런 카드값 마감과 재촉전화에는 시달리지 않갰지. 오늘 온 재촉전화는 다음주로 미루었다. 다음주에는 어떤 말로 미루면 될까.


  형이 사 준 사진기가 집에 왔다. 아이들과 마실을 다녀오고 나니, 섬돌에 택배상자가 있더라. 내가 쓰던 사진기는 일찌감치 목숨을 다해 더는 쓸 수 없었고, 형이 쓰던 사진기를 나한테 물려주었는데, 이 사진기도 목숨을 다했다. 형은 형 사진기를 나한테 물려주었을 뿐 아니라, 새로 사진기 하나를 사 주기까지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전화나 쪽글을 보내려다가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아직 전화도 못 하고 쪽글도 못 보낸다. 아이들 낮잠을 재우면, 또는 아이들 저녁잠을 재우면, 그때 비로소 고맙다는 인사를 할 만하려나.


  오늘 비가 올 듯해서, 큰아이 새 치마 열 벌을 빨래하고는 해바라기 조금만 하고 방으로 들였다. 우리 집 풀벌레 기운차레 노래하고, 늦여름 막바지 무더위 후끈후끈하다. 요즈음은 모시꽃과 고들빼기꽃 보는 재미로 하루를 누린다. 조금 앞서 큰아이가 고들빼기꽃 두 송이 꺾고는 “이야, 민들레꽃이네!” 하고 말하기에, “얘야, 그 아이는 민들레 아닌 고들빼기야, 고들빼기꽃이야.” 하고 일러 주었다. 아이들이 덥다며, 집안에서 놀다가 마당으로 맨발로 내려가서 뛰다가 평상에 드러눕다가 대문 열고 고샅을 누비면서 논다. 얘들아, 너희 졸립다며?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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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 | 책/사람과 함께 2013-08-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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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님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아직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영화가 정식 개봉이 되지 못하던 때에, 가까이 아는 분한테서 얻은 디브이디로 〈이웃집 토토로〉를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그릴 줄 아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놀랐다. 한국말 아닌 일본말로 된 디브이디를 보며, ‘아름다운 이야기’는 서로 쓰는 말이 달라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구나 하고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여섯 살 세 살 두 아이와 살아오면서 아이들과 함께 ‘한국말로 된’ 〈이웃집 토토로〉를 비롯해 〈센과 치히로〉에다가 〈코난〉과 〈하이디〉를 수없이 다시 본다. 다시 볼 적마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렸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렇지만,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님 작품에서 언제나 몇 대목이 아리송했다. 아니, 아리송하다기보다, 깊이 파고들거나 넓게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녁은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되, 훌륭한 사람은 못 되고, 사랑스러운 사람도 못 되며, 믿음직한 사람도 못 되지 않느냐 하고 생각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요즈음에 새로 내놓은 〈바람이 분다〉라는 작품을 놓고, ‘전쟁 비판’이나 ‘군국주의 비판’을 대놓고 말해야 하지 않다고 이녁 인터뷰 글마다 거듭 밝힌다. 이러면서, “일본은 가난하다” 하는 이야기를 〈바람이 분다〉에 자주 넣은 까닭은 ‘오늘날 아이들이 물질문명사회에서 무너지는 꼴을 볼 수 없다’는 뜻에다가 ‘상업주의 비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왜 ‘전쟁 비판’과 ‘군국주의 비판’은 할 수 없을까? ‘전쟁 비판’은 ‘다큐멘터리에서나 할 얘기’라고 미야자키 하야오 님이 인터뷰 글에서 밝히는데(서면 인터뷰), ‘물질문명 소비중심사회 비판’과 ‘상업주의 비판’은 만화영화에 넣어도 되고, ‘전쟁 비판’은 만화영화에 넣으면 안 되는가?


  데즈카 오사무 님이 그린 〈아톰〉을 보면 싸움과 전쟁 이야기가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 아무래도 1950∼60년대 일본 사회는 군국주의 전쟁 뒤끝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 끔찍한 전쟁과 물질문명을 제대로 비판하고 드러내려는 뜻에서 참 지나치게 싸움과 전쟁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비판’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런 대목에서 〈아톰〉은 2010년대 요즈음 아이들한테 보여주기에 살짝 어렵다고 할 만하다. 그러면 〈코난〉은? 〈나우시카〉는? 〈원령공주〉는? 이러한 작품에 나오는 싸움과 전쟁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왜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다른 작품에서는, 또 〈붉은 돼지〉에서도 싸움과 전쟁이 얽힌 대목을 보여주면서 〈바람이 분다〉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와 전쟁 미화’로 흐르는 줄거리를 핑계로만 덮어씌우려고 할까. 그러나,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님이 내놓은 작품에서 나오는 싸움과 전쟁을 살피면,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싸움과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게 사람을 망가뜨리고 지구별을 무너뜨리는가를 잘 못 느끼지 싶다. 흙을 만지고 아이들 사랑하던 여느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총을 손에 쥐면 살인기계 되는 끔찍한 삶을 뼛속 깊이 느끼지는 못했구나 싶다. 사람이 죽는 일과 사람을 죽이는 일, 또 숲을 무너뜨리는 일과 지구별을 어지럽히는 일을 마음 깊이 느끼지는 못했다고 본다.


  남자와 여자 사이 사랑을 애틋하게 그리는 일이 ‘나쁠’ 까닭이 없다. 전쟁통에도 사랑은 싹텄고, 전쟁통에도 아이들은 태어났다. 그래, 전쟁통이건, 제국주의이건 군국주의이건 식민지이건, 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러한 작품을 왜 그리는가? 제국주의도 군국주의도 싸움도 전쟁도 ‘미화’를 하고 마는 작품을 왜 그리는가?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일본 아이들이 ‘도시 산업사회 물질문명’에 젖어들어 바보스럽거나 어리석거나 버르장머리없거나 엉터리로 자라는 모습을 ‘느껴’ ‘비판해야겠구나’ 하고 느끼는 가슴은 있지만,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전쟁이 사람들 마음과 꿈과 사랑을 얼마나 어지럽히거나 무너뜨리거나 죽이거나 짓밟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데즈카 오사무 님 작품을 보면,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싸움·전쟁·폭력’을 아주 끔찍하게 싫어하면서 비판하는 이야기가 넘친다. 〈레오〉와 〈블랙잭〉과 〈불새〉와 〈사파이어 왕자〉에도 이러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이 흐른다.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 님 모든 작품도 고갱이는 ‘사랑’이다. 사람이 사랑스럽게 살아갈 길을 밝히려고 데즈카 오사무 님은 ‘싸움·전쟁·폭력’을 비판하되, ‘싸움·전쟁·폭력’이 없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함께 노래하면서 그렸다.


  참말 바람이 분다. 여름바람에 이어 가을바람이 분다. 아무쪼록, 미야자키 하야오 님이 싱그러운 가을바람을 쐬면서, 이 바람에 묻어나는 나락내음 풀내음 햇살내음 흙내음 고이 느껴, 이녁 만화영화에 따사롭고 맑게 그려낼 수 있기를 빈다.


  부지런히 일했대서 훌륭할 수 없다. ‘대단할’ 수는 있겠지. 전쟁무기를 부지런히 많이 만든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거나 ‘사랑스럽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엄청난 숫자 앞에서 ‘대단하네’ 하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독일 나치도, 일본 군국주의도 ‘대단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지구별 평화를 어지럽혔다. 미야자키 하야오 님은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 노릇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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