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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2. 밥 익는 냄새 | 숲노래 살림말 2014-01-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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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2. 밥 익는 냄새

 


나는 사름벼리.
박새랑 노래하고
개구리와 춤추지.
범나비는 팔랑팔랑
노랑나비는 나풀나풀
봄볕 먹으면서
다 같이 놀아.
바람은 풀내음 싣고
빗물은 풀잎을 적셔.
가만히 눈 감으며
밥 익는 냄새 맡아.

 


2014.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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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저작권 침해’를 생각한다 (어떻게 좀 안 될까요 1) | 만화책 2014-01-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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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어떻게 좀 안 될까요 1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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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09

 


‘표절·저작권 침해’를 생각한다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1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0.11.25.

 


일본 만화가 아소우 미코토 님 작품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0)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는 이제 막 변호사가 되었으나 막상 일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빈손으로 지내다가,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 엉겨붙어 ‘제발 일하도록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젊은 아가씨가 나옵니다. 갓 변호사가 된 젊은 아가씨는 ‘사람들 사이에 붙은 싸움’이 있어야 일거리를 얻습니다. 다툼이 있어야 돈을 버는 변호사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어야 누군가를 변론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더욱이, 피해를 받은 사람이 큰 피해를 입으면 입을수록 돈을 더 잘 벌 수 있습니다.


- “피눈물 나게 공부해서, 드디어 합격! 꿈이 이루어졌다 했는데, 선생님 소리 들어가며 돈도 왕창 벌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폼나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더욱이! 아무 데서도 받아주지 않는 새파란 신참 따위 필요없어요. 게다가 개혁 때문에 취직이 안 된다? 그 덕분에 합격한 주제에 무슨 소리야!” (12∼13쪽)
- “다른 사람들의 재난이 우리의 먹잇감이야. 친지나 지인이라면 더욱 제일 먼저 일거리를 딸 수 있지. 그럴 각오가 없다면 아예 이 일을 그만둬. 하지만 그보다는, 그 재난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입장을 기뻐하는 건 어때?” (20쪽)


평화로운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없을 변호사입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일거리를 못 찾을 변호사입니다. 곧, 변호사가 많다고 한다면, 그만큼 그 나라는 평화롭지 않다는 뜻이요, 민주나 정의나 평등 또한 제대로 자리잡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 아끼지 않기에 자꾸 재판이 생기고 소송이나 고발이 생깁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니 명예훼손이 생기고, 법정에서 한판 붙는 일이 일어납니다.


믿음이 깨지기에 법원에 기대어 법에 따라 아픈 생채기를 보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도무지 말로는 이야기를 맺고 풀 수 없다고 여겨 법에 기대어 골이 아픈 일을 끝맺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참 딱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는 왜 자꾸 법에 기대야 할까요. 우리는 왜 자꾸 법을 살피고 법을 알아야 할까요. 법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가요. 법이 없으면 싸워야 하는가요. 법이 아니라면 서로를 믿지 않고 어깨동무를 안 하고 마는가요.

 


-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잖아?” (31쪽)
- “도와주세요. 내가 아닌 당신 자신을.” (73쪽)


우리는 언제부터 ‘법 없이 즐겁고 아름다우며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못 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어느 때부터 ‘법 없이 참답고 사랑스러우며 너그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안 되는지 궁금합니다.


법이 있기에 법을 지킨다기보다, 법이 없어도 착하게 웃고 참답게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다운 사람이리라 생각합니다. 법이 있기 때문에 법에 따른다기보다, 법이 있건 없건 서로 믿고 아끼면서 돌볼 줄 아는 사랑스러운 넋일 때에 즐거운 삶이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법이 없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거나 동무를 사랑하거나 짝꿍을 사랑할 적에 법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꽃을 심거나 나무를 돌볼 적에 법을 살피지 않습니다. 꽃사랑과 나무사랑은 법하고 얽히지 않습니다. 바다를 사랑하거나 숲을 사랑할 적에도 법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오직 바다를 생각하고 숲을 생각할 적에 바다와 숲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 “변호인. 보아하니 증인에게 지도 감독은 무리일 것 같은데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임신 초기의 정서 불안에 의한.” “그렇다면 더욱 감독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요.” “아이는 자랍니다! 자랍니다. 사람은!” (84∼85쪽)
- “됐어. 얼른 형기 마치고 빨리 나가고 싶어, 난.” “집행유예만 떨어지면 바로 나올 수 있었는데.” “집행유예는 3년 정도 되잖아? 모범수가 되어 얼른 나가면 돼. 죗값을 다 치른 깨끗한 손이어야 떳떳하게 내 아이를 안지.” (95쪽)

 


만화 한길 걸어온 지 곧 서른 해가 되는 강경옥 님이 선보인 만화책 《설희》가 있습니다. 이 만화를 이루는 커다란 뼈대와 줄기를 누군가 훔쳐서 연속극을 만들었다며, 어느 연속극 작품을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갑갑한 노릇입니다. 연속극을 쓴 방송작가는 왜 만화책 뼈대와 줄기를 훔쳐야 했는지 갑갑합니다. 즐겁게 보고 배우면서 고맙게 ‘저작권 사용료’를 치러 새로운 연속극을 쓸 수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연속극 곳곳에 ‘각주’를 넣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어느 작품에서 ‘도움을 받았’거나 ‘이야깃감을 가져다 썼는지’ 얼마든지 밝힐 수 있습니다. 즐겁게 배워서, 고맙게 쓰며, 아름답게 값을 치를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만화책 뼈대와 줄기에서 이야깃감을 얻었다 하더라도 만화책과 연속극은 똑같지 않습니다. 같은 작가가 만들었어도, 만화책 《피아노의 숲》과 만화영화 〈피아노의 숲〉은 얼거리와 흐름과 줄거리가 다릅니다. 동화책에서 이야깃감을 얻은 〈마녀배달부 키키〉는 동화책 《마녀배달부 키키》하고 아주 다릅니다. 뼈대와 줄기가 되는 작품이 있더라도, 영화를 만들건 만화영화를 만들건 연속극을 만들건, 다 다르게 태어날밖에 없습니다. 데즈카 오사무 님이 손수 만든 만화책 《아톰》과 만화영화 〈아톰〉은 흐름과 얼거리뿐 아니라 주인공 설정까지 살짝 다르곤 합니다.


만화책에서는 만화책으로 느끼고 즐기는 재미와 웃음과 눈물과 아름다움이 있어요. 만화영화는 만화영화대로 다른 대목에서 재미와 웃음과 눈물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연속극도 만화책이나 만화영화와는 사뭇 다른 대목에서 재미와 웃음과 눈물과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어느 작품을 바탕으로 삼아 연속극이나 영화를 만들더라도 ‘원작과 다르게’ 흐릅니다. ‘원작과 똑같이’ 흐르는 연속극이나 영화란 없다 할 수 있으며, 똑같이 하자면, 굳이 연속극이나 영화로 다시 만들 까닭이 없다고도 할 수 있어요.


만화책 《설희》에서 커다란 이야깃감을 얻은 연속극은 왜 아무 말이 없이 슬그머니 넘어갈 생각을 할까 묻고 싶습니다. ‘이런 만화는 본 적이 없다’는 말 한 마디로 발뺌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표절을 하거나 저작권 침해를 했어도 ‘그런 만화는 본 적이 없으니 표절도 저작권 침해도 아니다’ 하고 말할 만한지 묻고 싶습니다.

 


- “학력 따위 없어도 훌륭하게 성공한 키자키 씨야말로 정말 능력 있는 믿음직한 남자가 아닐까요?” (127쪽)
- “흠집 하나 없는 당신 인생에 생채기를 내서 미안해. 하지만 슈운은, 흠집 하나 없는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좋아, 이혼하자. 하지만, 대신 슈운은 내게 줘. 당신 밑에서 자랐다간 그 아이 망가질 거야.” (130∼131쪽)


표절과 저작권 침해 때문에 마음이 아픈 만화가는 ‘작가다운 마음과 넋’을 되살려, 방송작가가 스스로 뉘우치고 옳게 바로잡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방송작가는 스스로 뉘우치거나 옳게 바로잡지 않습니다. 만화가와 맞서 싸우겠다고 밝힙니다. ‘양심’을 묻는 자리에서 양심이 아닌 법정 소송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뉘우칠 줄 안다면, 만화가한테 ‘이녁 작품을 쓰겠다’고 밝히고 제대로 ‘저작권 사용료’를 치렀겠지요. 법정으로 가도 무섭지 않다고 여기니 법정싸움을 하겠다고 밝힐 텐데, 이 땅에는 법보다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양심’을 팽개치는 이들이 돈과 이름과 힘을 얻는다 하더라도, 돈과 이름과 힘보다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연속극이 끝나고 새 연속극이 나오면 표절이든 저작권 침해이든 잊으면서, 새 연속극으로 빠져들리라 느낍니다. 법정싸움에 끝까지 눈길을 둘 사람은 그리 안 많으리라 느낍니다. 그러나, 하늘에 대고 묻고 싶어요. 땅에 대고 묻고 싶습니다. 이 지구별에 있는 모든 넋이 지켜봅니다. 풀과 꽃과 나무가 지켜봅니다. 바람이 지켜보고, 구름과 해와 달과 별이 지켜봅니다. 참새와 참수리도 지켜보고, 개구리와 풀벌레도 지켜봅니다. 도깨비와 허깨비도 지켜봅니다.


법정에서 변호사는 법 논리와 이론으로 따질 테지만,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사람이 지켜보고, 사람을 이루는 모든 숨결이 바라봅니다.


- “자꾸 그런 거 묻지 말아요! 아무리 구제불능이라도 엄마는 엄마라고요.” (138쪽)

 


변호사가 법을 따지지 않으면, 아마 변호사로서 돈을 벌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늘 법을 따질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도 사람입니다. 변호사도 아이입니다. 변호사도 어머니요 아버지입니다. 변호사이기 앞서 사람이요, 지구별을 이루는 수많은 목숨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화가와 방송작가도 만화가와 방송작기이기 앞서 사람이요, 지구별을 이루는 숱한 숨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로 이웃이면서 동무입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며 목숨입니다. 범과 사자 같은 짐승은 작은 짐승을 잡아먹고 살아가는데, 범과 사자는 쉰 해나 백 해나 이백 해를 살지 않아요. 수십 해쯤 살다가 죽어 벌레한테 살점을 파먹히면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들 사람은 어떤 목숨일까요. 우리들 사람은 몇 해쯤 살다가 어떤 숨결로 몸이 바뀔까요.


연속극을 쓰는 분들이 만화가 한 사람이 내놓은 땀방울을 함부로 건드리거나 몰래 가로채는 일이 이 나라에서 제발 사라질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서로 이웃입니다. 서로 한목숨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별입니다. 함께 사랑하는 숨결입니다.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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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여행 | 책삶+글쓰기 2014-01-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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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여행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왔다. 1월 29일에 왔으니 이틀을 묵었고 사흘째 된다. 오늘은 설날이다. 나는 새벽 네 시 반부터 일어나 글쓰기를 조금 하고 차례상 올리는 일을 거든다. 큰아이는 일곱 시 오십 분쯤 지나 일어나고 작은아이는 여덟 시 반 무렵에 일어난다. 아이들 할아버지는 느즈막하게 일어난다. 작은아버지는 아무도 안 오신다. 어제도 안 오고 오늘도 안 온다. 문득 이야기를 들으니, 셋째 작은아버지네는 설날여행을 갔다고 한다. 둘째와 넷째 작은아버지네한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 듯하다. 올해로 마흔 해째 맞이하는 설날인데, 내 아주 어릴 적에는 떠올리지 못하지만, 이제까지 작은아버지네가 아무도 오지 않고 맞이하는 설날은 처음이지 싶다.


작은아버지네는 마흔 해 즈음 큰집에 찾아오는 일이 번거롭거나 성가시거나 귀찮거나 힘들거나 고단했을까. 마흔 해 즈음만에 비로소 말미(휴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제껏 차례상과 제사상을 늘 올리는 우리 어머니(큰집)는 언제쯤 말미를 얻을 만할까. 우리 아버지는 어릴 적에 큰할아버지 댁에 양자로 들어갔다고 한다. 큰할아버지 댁에는 아들이 없어, 아들이 넷이던 우리 할아버지(작은할아버지)네 큰아이들은 우리 아버지 호적을 옮겼다고 한다. 이래저래 따지면 우리 아버지가 차례나 제사를 올려야 할 까닭이 없다고 하는데, 이제껏 언제나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차례상과 제사상을 올린다.


작은아버지네가 가난하다면 설날여행을 안 떠났을까 궁금하다. 작은아버지네가 그리 넉넉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수수한 살림이었으면 설날을 어떻게 보낼는지 궁금하다. 작은아버지네 아이들은 설날에 누리는 ‘한식구 나들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작은아버지네 아이들이 커서 서른이 지나고 마흔이 지나며 쉰이 지난 뒤에, 이녁 어버이를 어떻게 모시거나 섬길는지 궁금하다. 오늘 나는 혼자서 술잔 나르고 젓가락 고르고 숟가락 놓고 술 붓는 심부름을 모두 도맡아서 한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국그릇을 나르고, 아버지와 내가 둘이서 차례를 지낸다. 지내고 보니, 두 사람이서도 이럭저럭 할 만하구나 싶기도 하다.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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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5] 가시버시 | 시로 읽는 책 2014-01-3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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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05] 가시버시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빨면서
비로소 서로 한마음.

 


젖은 어머니만 물립니다. 그러나 아버지젖을 아기한테 물려 보면, 나오지 않는 젖을 빤다며 쪽쪽대는 입놀림을 볼 수 있습니다. 팔뚝을 아기 입에 대면, 아기는 눈도 못 뜨면서 팔뚝을 쪽쪽 빱니다. 하루에 마흔 차례까지 쉬를 지리기도 하는 아기는 쉴새없이 기저귀를 갈라 시키고, 하루 내내 기저귀 빨래를 내놓습니다. 기저귀 갈고 아기 안아서 보듬으며 밥을 차려서 먹고 집살림 꾸리노라면, 아침에 뜬 해가 저녁에 지는 줄 미처 못 깨닫기도 합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빛나는 삶은, 서로 어떻게 목숨을 얻고 숨결을 이으며 오늘까지 왔는가 하고 느낄 적에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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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곳에서 살더라도 | 책삶+글쓰기 2014-01-3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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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곳에서 살더라도

 


오늘 설날을 보내고 하루를 더 묵으면 이튿날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인터넷을 켜서 날씨를 살피니, 이튿날에는 비가 온다는데, 아이들과 찾아온 음성 할매 할배 댁은 이튿날 낮에 4℃쯤 된다 하고, 우리 고흥 시골집은 낮에 17℃쯤 된단다. 그저 숫자일 뿐이지만,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참말 우리 시골집 고흥이 이렇게 포근한 곳이로구나. 음성에는 군데군데 얼음덩이와 눈밭이 있다. 아이들은 눈이라면서 손이 꽁꽁 얼어 빨갛게 되도록 눈덩이와 얼음덩이 만지면서 논다.


추운 곳에서 살다 보면 마음도 춥거나 차가워질까 헤아려 본다. 따스한 곳에서 살면 마음도 따스하거나 포근할 수 있는지 곱씹어 본다. 추운 곳에서 살면서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 따스한 곳에서 살지만 마음 차가운 이웃이 있다.


왜 다를까. 왜 추운 곳에서도 따스한 마음 될 수 있을까. 왜 따스한 곳에서 추운 마음이 되고 말까.


돈이 많대서 넉넉한 마음씨 되지 못하기 일쑤이다.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씨로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 왜 그럴까. 왜 다를까.


책을 많이 읽었으나 넉넉하며 아름다운 마음씨를 건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책을 읽은 적 없으나 늘 넉넉하며 아름다운 마음씨로 웃는 이웃이 있다. 왜 그럴까. 왜 다를까.


천천히 어둠이 걷히며 새벽이 다가온다. 가만히 동이 틀 무렵 아이들이 깨어나겠지. 다 함께 웃음으로 맞이하는 설날 누리자. 서로서로 사랑스레 노래하는 새 하루 즐기자.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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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 시-어른시 2014-01-3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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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설을 앞두고
음성 할매 할배 계신 댁에 찾아와
이틀째 지낸다.
자장노래 부르며
두 아이 재운다.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도 곧 꿈나라 간다.
이제 노래는 그만하자 생각하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노래를 그치니
바깥에서 여러 소리 들린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자동차 달리는 소리,
자동차 멈추는 소리,
자동차 자동차 자동차.

 

큰길이 삼십 미터쯤 앞에 있는데
창문을 꼭꼭 닫고
두꺼운 천을 드리웠어도
바깥소리 자꾸 스며든다.

 

나지막하게 다시 자장노래 부른다.
아이들이 깊이 고이 보드라이
꿈속 노닐 때까지.

 


4347.1.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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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01-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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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두 아이를 옆에 누여 자장노래를 부르려 하면, 이제 두 아이는 서로서로 겨루듯이 노래를 부른다. 한참 동안 서로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두 아이가 노래를 마치고 숨을 돌리는 틈을 타서 나도 노래 한 가락 뽑을라치면, 어느새 작은아이가 끼어들어 종알종알 새 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가 노랫말을 엉터리로 종알종알 부르면, 큰아이는 “아이 참, 아니잖아.” 하면서 또박또박 노랫말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살뜰히 부른다.


두 아이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니 나는 조용히 있을 적이 잦다. 그러나 이내 큰아이가 “아버지 노래 불러 줘요.” 하고 조른다. 그러면 작은아이는 어느새 또 끼어들어 또 종알종알 부른다. 이때에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부르면, 작은아이가 아무렇게나 종알거리던 노래를 그치고 아버지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두 아이가 참 많이 컸구나. 앞으로 두 아이는 더욱 크겠지. 더 크고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이 넘어도 아버지더러 노래 불러 달라고 바랄까. 앞으로는 이 아이들이 늘 노래를 불러 주는 한편, 이 아이들이 낳아 돌볼 아이들이 나한테 노래를 불러 주려나. 또는 이 아이들이 낳은 아이한테 내가 노래를 불러 주려나.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다가, 내가 스물 몇 해 앞서 즐겁게 부르던 노래 몇 가지를 노랫말을 고쳐서 부른다. 새 노랫말에는 두 아이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시골숲을 예쁘게 가꾸는 이야기를 넣는다. 작은아이는 곧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듣는다. 작은아이는 코를 골면서 노래를 살결로 받아들이겠지. 큰아이는 나긋나긋 마음 깊이 이야기를 아로새기면서 고운 꿈을 꾸겠지.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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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봄길 (씨앗의 힘) | 동시집+시집 2014-01-3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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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씨앗의 힘

이지엽
세계사 | 200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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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48

 

 


시와 봄길
― 씨앗의 힘
이지엽 글
세계사 펴냄, 2001.4.5.

 

 


겨울에도 퍽 포근하게 바람이 부는 남녘에서는 유채잎이 넓적넓적 벌어집니다. 머잖아 유채꽃 노란 물결 일렁이겠다고 느낍니다. 냉이꽃은 진작에 올라왔습니다. 다만, 냉이꽃잔치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설을 지나고 이월로 접어들면 곳곳에 냉이꽃잔치 이루어지겠지요. 냉이꽃잔치 둘레에 꽃다지꽃잔치와 꽃마리꽃잔치 이루어질 테고, 봄까지꽃과 코딱지나물꽃과 별꽃이 함께 봄꽃잔치를 베풀리라 생각해요.


따스한 곳뿐 아니라 추운 곳에서도 봄꽃잔치를 앞두고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웁니다. 흰눈이 쌓인 얼어붙은 땅바닥에 납작하게 잎사귀 살몃살몃 벌린 풀을 볼 수 있습니다. 아기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떡잎을 빼꼼 내민 풀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마다 겨울눈 도톰하고 단단하게 맺습니다. 들판과 숲에 쌓인 흰눈이 녹으면서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모두 한꺼번에 깨어나 까르르 하하하 호호 히히 웃음노래 들려주리라 생각합니다.


.. 물은 징검다리 건너뛰면서 / 마음은 늘 개울에 빠져 발이 시렸구나 .. (내 마음의 곡선)


봄이 오면 숲과 들에 진달래 핍니다. 진달래 피는 곁에 찔레가 핍니다. 찔레 곁에는 민들레가 핍니다. 민들레 곁에는 제비꽃이 핍니다. 제비꽃 곁에는 괭이밥꽃이 핍니다. 괭이밥꽃 곁에는 토끼풀꽃이 핍니다.


온갖 꽃이 얼크러집니다. 숱한 풀이 뿌리를 나누고 줄기가 만납니다.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면서 자랍니다. 서걱서걱 바람 따라 나부끼면서 춤을 춥니다. 풀내음이 짙어 풀벌레 깃들고, 풀벌레 깃드는 곳에 풀개구리 노래합니다. 풀개구리 노래하면서 새들이 내려앉고, 새들이 내려앉는 언저리에서 흐르는 냇물에는 다슬기 있습니다. 다슬기는 개똥벌레가 잡아먹고, 개똥벌레는 별빛마냥 고운 빛을 들판에 남깁니다.


송알송알 복닥복닥 왁자지껄한 봄입니다. 한꺼번에 눈을 뜨면서 활짝 깨어나는 봄에는 어디에서나 노래입니다. 시골 흙지기도 노래요, 시골 풀벌레와 멧새도 노래입니다. 개구리도 노래이고, 나무와 꽃도 노래입니다. 구름과 무지개도 노래이면서, 하늘과 바다도 노래예요.


.. 어느새 봄이다 / 고개 들고 보니 정말 환한 봄날이다 .. (나는 왜 詩를 쓰는가)


이지엽 님은 시집 《씨앗의 힘》(세계사,2001)에서 봄을 노래합니다. 시를 쓰는 까닭은 봄을 누리기 때문이라고 속닥속닥 노래합니다. 봄에 봄을 누리니 저절로 노래가 나옵니다. 봄에 봄을 맞이하니 시나브로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봄에는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인이 됩니다. 봄에는 봄빛을 그득 먹으면서 누구나 시를 쓰고 노래를 부릅니다. 봄에는 흙내음과 풀내음 사이를 감도는 봄내음에 젖어 누구라도 시를 사랑하고 아낍니다. 봄에는 바람결에 묻어나는 풀씨와 꽃가루를 그득 느끼면서 시 한 줄이란 씨앗 한 톨과 같다고 깨닫습니다.


.. 도갑사 가는 길 벚꽃이 피었습니다 / 그 꽃터널 지나며 / 아내는 참 곱다 차암 곱다 / 다시 봐도 환해서 눈 둘 곳을 잃습니다 .. (꽃터널에서 길을 잃다)


봄에 봄을 노래하듯이 여름에 여름을 노래합니다. 가을에 가을을 노래하고, 겨울에 겨울을 노래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를 노래합니다. 아침햇살을 누리며 아침과 햇살을 노래합니다. 저녁노을을 마주하면서 저녁과 노을을 노래해요.


밥 한 그릇 받을 적에 나락 한 톨과 숟가락을 노래합니다. 구멍 난 자리를 기우며 옷 한 벌과 바늘 한 땀을 노래합니다. 자전거를 노래하고 두 다리를 노래합니다. 흰눈을 노래하고 보슬비를 노래합니다. 뭉게구름을 노래하고 소나기를 노래해요.


노래하지 못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노래로 태어나지 않을 이야기는 없습니다. 노래하지 못할 꿈은 없습니다. 노래로 거듭나지 않는 꿈은 없습니다. 노래하지 못할 사랑은 없어요. 노래로 맑게 웃지 않는 사랑은 없어요.


.. 마슬 갔다가 돌아오는 깜깜한 저녁 / 어린 나는 그냥 무서워 어머니 손을 꼭 잡고 / 졸린 눈을 비비며 고샅 대숲을 얼른 지나치려는데 / 산기슭께 자물자물거리는 불빛을 보고 / 어머닌 나직하게 중얼거리셨지요 .. (배꼽)


겨울나무는 봄나무입니다. 겨울을 견디는 나무마다 봄눈이 그득 맺혔으니, 겨울나무란 봄나무입니다. 봄나무는 여름나무입니다. 봄에 꽃망울 터뜨리는 나무마다 새잎 몽글몽글 돋으려 하니, 봄나무란 여름나무입니다. 여름나무란 가을나무입니다. 여름에 잎사귀 짙푸른 나무마다 꽃송이 떨구며 자글자글 열매가 굵어지니, 여름나무란 가을나무입니다. 가을나무란 겨울나무입니다. 굵어진 열매가 소담스레 익고, 열매와 나란히 잎사귀 붉게 물드는 빛깔이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겨울빛입니다.


삶이 흘러 사랑이 됩니다. 사랑이 자라 꿈이 됩니다. 꿈이 피어나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가 퍼지면서 다시 삶이 됩니다. 지구별은 수많은 푸른 숨결 삶이 모여 사랑이 태어납니다. 수많은 푸른 숨결 삶이 사랑이 되면서 꿈이 꿈틀거립니다. 이 꿈은 새로운 씨앗처럼 뿌리를 내려 이야기로 거듭나고, 어느새 예쁜 삶옷을 새삼스레 입어요.


시를 쓰는 우리들은 지구별을 어루만집니다. 시를 읽는 우리들은 지구별을 노래합니다. 시를 쓰는 우리들은 지구별을 가꿉니다. 시를 읽는 우리들은 지구별을 지킵니다. 땅바닥에 엎드리며 봄볕 기다리는 풀포기 돋은 흙길을 거닐면서 봄을 마음속에 그립니다.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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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음성 할매 할배 (2014.1.30.) | 아이 그림/글 읽기 2014-01-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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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30. 큰아이―음성 할매 할배

 


벼리야, 음성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림으로 그려서 드리지 않을래? 응, 알았어. 사름벼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예쁜 빛깔 크레용을 써서 척척 그린다. 그러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 곱다시 ‘사랑’을 넣는다. 어쩜 이렇게 어여쁜 생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니. 네 마음속에 늘 사랑이 있기 때문일 테지. 네 마음속에 깃든 고운 빛을 언제나 그림으로 옮길 수 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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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음성마실 기뻐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01-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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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음성마실 기뻐

 


설날 앞두고 음성마실을 한다. 일산마실까지 하고 싶은데, 음성에서 서울 가는 기차표를 끊지 못했다. 어쨌든 시골집을 나선다. 시골집을 나서서 시골집으로 간다. 하얀토끼 붙은 빨간가방을 멘 사름벼리는 하늘을 날듯이 훨훨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샅길을 달린다. 기쁘지? 기나긴 길이지만, 아침 일찍 나서는 만큼 해 떨어지기 앞서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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