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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맞이하는 섣달 | 책삶+글쓰기 2014-11-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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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맞이하는 섣달



  섣달을 새로 맞이한다. 양력으로 치든 음력으로 치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을 맞이한다. 어머니는 나를 섣달에 낳으셨고, 어느 때부터인지 섣달을 앞두면 여러모로 설렐 뿐 아니라, 섣달을 맞이하면 한 달 내내 기쁘게 보낸다.


  흔히 말하기를, 섣달은 맨 마지막 달이라 한다. 하나부터 열둘까지 세자면, 마지막이 되리라. 그러나, 섣달에 태어난 사람은 섣달이 맨 처음이다. 십일월에 태어난 사람은 섣달이 두째가 된다. 곰곰이 따지면 맨 처음도 맨 끝도 없다. 모두 처음이자 끝이다. 모두 똑같은 자리이다.


  내가 태어난 날은 어느 하루이다. 이날 하루에 내가 빛을 본 일은 틀림없다. 그런데, 내가 태어난 날이든 내가 태어나지 않은 다른 날이든, 나한테는 ‘태어난 날’하고 같다. 한 해 내내 생일잔치를 누릴 수 있다. 한 해 내내 ‘내가 이 땅에 온 일’을 기쁘게 돌아볼 수 있다.


  바람이 드세게 분다. 엊그제까지 이렇게 드센 바람이 불지 않더니 섣달이 코앞이라고 드센 바람이 불까. 좋다. 드센 바람이 불 테면 불라지. 섣달에 태어났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겨울 추위를 추위로 느낀 적이 없다. 겨울이니 마땅히 추위가 와야 한다고 여겼고, 겨울에 마땅히 찾아오는 추위를 신나게 느끼다 보면 따순 봄이 얼마나 고마우면서 반가운지 더 짙게 느끼곤 했다.


  찬바람아 싱싱 불어 이 땅 풀과 나무를 느긋하게 쉬도록 해 주렴. 찬바람이 싱싱 불어야 풀과 나무가 겨우내 넉넉히 쉰 뒤 봄에 기운차게 깨어난단다. 나도 이 겨울에 더욱 기운을 내어 마음과 몸을 살찌우고 싶다. 찬바람을 듬뿍 먹으면서 새롭게 자라고 싶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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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기적의 사과 奇跡のリンゴ | 영화읽기 2014-11-3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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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과가 가르쳐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저/최성현 역
김영사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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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奇跡のリンゴ, Miracle Apples, 2013


  나무를 심어서 오래오래 벗으로 삼지 않은 사람은 〈기적의 사과〉라는 영화를 보든 《사과가 가르쳐 준 것》이라는 책을 읽든,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없더라도 ‘나도 나무를 길러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숲을 가꾸어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시골에서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푸르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을 북돋울 수 있을까.

  오늘날 도시 문명사회에서는 ‘기적 같은 사과’라 말하지만, 지난날에는 지구별 어디에서나 모든 사과가 ‘기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지난날에 누가 농약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화학비료를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기계나 기름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땅뙈기에 바보짓을 했는가? 지난날에는 능금뿐 아니라 배도 포도도 딸기도 복숭아도 수박도 모두 아름답고 알차며 맛나고 사랑스러웠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흙을 일구어 밥을 지어 먹었기에 언제나 가장 맛있고 좋은 숨결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숲에 둘러싸인 터전에서 보금자리를 일구었으니 늘 가장 푸르며 맑고 사랑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 〈기적의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일본 시골지기가 ‘능금 한 알’을 어떻게 키울 적에 가장 맛있으면서 알찰 뿐 아니라 흙과 숲을 살리고 우리 몸까지 살찌울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슬기롭게 보여준다.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시골지기가 처음에 얼마나 바보스러웠는가를 낱낱이 보여주고, 기무라 아키노리를 둘러싼 시골지가 누구나 ‘가장 아름다우면서 멋지고 좋은 길’을 다 알기는 하지만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 기쁘게 시골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뻔하지 않을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에서 나는 숲열매는 대단히 달고 맛나면서 몸에 좋다. 사람 손이 닿는 곳에서 자라는 남새는 그리 달지 않고 맛나지 않은데다가 몸에도 안 좋다. 생각해 보라. 겨우내 비닐집에서 기름을 때서 유기농으로 거두는 토마토하고, 맨땅에서 해와 바람과 비를 먹으면서 자란 토마토하고, 어느 쪽이 우리 몸에 기쁘게 스며들겠는가. 노래 한 가락 듣지 못하는 논에서 기계와 농약과 비료만 먹고 자란 쌀하고, 들노래와 아이들 노래와 멧새 노래와 개구리랑 풀벌레 노래까지 골고루 듣는 논에서 사람 손길을 탄 쌀하고, 어느 쪽이 맛나면서 우리 몸에 사랑스레 스며들겠는가.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손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기적을 놓치거나 잃거나 잊는다. 오늘날 사람들도 스스로 손을 놀리면서 삶을 가꾸면 언제나 스스로 기적을 짓거나 부르거나 가꿀 수 있다. 삶이 기적이면 능금알은 언제나 기적이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


디브이디가 없기에
기무라 아키노리 님 책에 영화비평을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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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숲이 되어야 (토성 맨션 2) | 만화책 2014-11-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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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토성 맨션 2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오지은 역
세미콜론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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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18



도시도 숲이 되어야

― 토성 맨션 2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

 오지은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09.6.15.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군내버스를 기다립니다. 네 식구가 함께 타고 돌아갈 버스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두 아이는 한 시간 동안 쉬잖고 버스역 안팎을 달리면서 놉니다. 참으로 씩씩하고 야무지고 재미난 아이들이네 하고 느끼면서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한 시간이야 가볍게 지나갑니다.


  그런데 나는 읍내 버스역조차 어지럽고 고단합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도시에 있는 아주 큰 버스역이 아닌데, 서울이나 부산처럼 사람들이 바글거리지 않는데, 서울이나 부산처럼 번쩍거리는 광고판이나 가게가 있지도 않은데, 여러모로 힘듭니다.


  버스에 타서 창문을 살짝 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나는 도시내음을 참으로 못 견뎌 하는 사람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도시내음이 흐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으면 되는데, 자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지치는구나 싶습니다. 도시에서 살 적에는 거의 제넋을 차리기 힘드니 책만 읽고 책방만 다니고 자전거만 타면서 살았구나 싶습니다.




- “간만에 휴일이잖아. 여기서 뒹굴뒹굴 하지 말고 놀다 와.” “어디서 놀아야 될지 모르겠어요.” (40쪽)

- ‘바람이 분다. 이런 넓은 장소에 있으니 마치 창문 닦을 때 같아.’ (55쪽)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내리자마자 개운합니다. 숨을 쉴 만합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만 듣고, 바람 따라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만 듣습니다. 우리 집에서 비바람을 그으며 자는 고양이 너덧 마리가 마당을 가로지릅니다. 자전거 밑에 옹크리는 녀석이 있고, 종이상자에 들어가서 옹크리는 녀석이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더 어린 새끼였을 적에는 세 마리가 작은 종이상자에 함께 들어가서 자더니, 이제 제법 컸다고 세 마리가 다 따로따로 잡니다.


  마당에 서서 밤바람을 쐬고, 밤별을 보며, 밤이 되어 잠든 나무를 바라봅니다. 일찌감치 시골로 와서 살지는 못했지만, 곁님이 재촉하고 이끌어서 시골로 와서 지낸 지 여러 해 됩니다. 앞으로도 시골에서만 살겠구나 싶고, 오래오래 시골살이를 누리면서 숨결을 잇겠다고 느낍니다. 시골만 시골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시골내음이 흐를 수 있는 꿈을 꾸리라 느낍니다. 시골이 시골답도록 나무가 늘고 숲이 늘기를 바라는 한편, 도시가 사람다운 내음이 흐르도록 곳곳에 조그마한 숲이 늘고 나무도 훨씬 늘기를 바라리라 느낍니다.


  가끔 도시로 볼일을 보러 갈 때마다 생각해요. 길에 나무가 없는 곳은 걷기조차 힘듭니다. 길에 나무가 있는 곳은 택시나 버스를 타고 지나갈 적에도 싱그럽습니다.




- “아버지 아키 군은 아키 군. 미쓰 군은 미쓰 군이라는 사실, 잘 알고 미쓰 군을 지켜보고 있어요.” (61쪽)

- “저기, 지상의 탐사대는 사실은 무얼 하고 있을까?” (81쪽)



  이와오카 히사에 님이 빚은 만화책 《토성 맨션》(세미콜론,2009)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태어날 적부터 숲이나 들을 아주 모른 채 태어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숲이나 들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태어난 뒤부터 풀 한 포기 뜯을 수 없고, 꽃 한 송이 꺾거나 기를 수조차 없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풀노래나 꽃노래를 부를 줄 모릅니다. 밥은 먹지만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릅니다. 고기는 먹지만 고기가 어디에서 자라는지 모릅니다.


  땅에 발을 디디는 삶이 아니라 하늘에 붕 뜬 삶인데, 먹고 입고 자고 이럭저럭 삽니다. 짝짓기도 하고 사랑도 속삭이다가 아이도 낳습니다. 다만, 하늘을 모르고 땅을 모릅니다. 바람을 모르고 햇볕을 모릅니다. 비를 모르고 눈을 모릅니다. 아는 것이라면, 웃층과 가운뎃층과 아랫층,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눈 계급과 신분에 따라서 일이 달라지고 삶터가 달라진다는 대목만 압니다.




- “왠지 오늘 일은 계속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103쪽)

- ‘일상적인 대화가 기뻤다.’ (118쪽)



  오늘날 도시사람은 시골을 거의 모릅니다. 오늘날 도시사람 가운데에는 시골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늘날 도시사람 가운데에는 쌀이 어떻게 나는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날 도시사람 가운데에는 능금꽃이나 포도꽃이나 배꽃이나 복숭아꽃을 한 차례조차 못 본 사람이 많습니다.


  도시사람 가운데 벼꽃이나 보리꽃이나 율무꽃이나 옥수수꽃을 헤아린 적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도시사람 가운데 매화나무 겨울눈을 생각한 적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도시사람 가운데 참새 노랫소리를 제대로 귀여겨듣거나 박새나 딱새 노랫소리라도 제대로 귀여겨들은 사람이 있을까요?


  오늘 이 나라에서 가장 모자란 한 가지를 들라면 바로 ‘숲’입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숲다운 숲이 가장 모자랍니다. 시골에서는 농약을 뿌리고 송전탑을 박거나 고속도로를 내거나 공장이나 발전소나 골프장 따위를 세우느라 숲이 모자랍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와 상가와 건물 따위를 올리느라 숲이 모자랍니다.


  숲이 모자라기에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습니다. 숲이 사라지기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잊습니다. 도시도 숲이 되기를 빌어요. 도시도 숲이 되어, 나도 가끔 도시로 볼일을 보러 갈 적에, 도시에 있는 이웃과 동무를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빌어요.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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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어머니 사랑 (2014.11.26.) | 아이 그림/글 읽기 2014-11-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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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26. 큰아이―어머니 사랑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 하기에, 그러면 글놀이를 하고 나서 보자고 하니 신나게 글을 쓴다. 오늘은 모처럼 쪽글을 두 가지 쓰기로 한다. 먼저 쪽글 하나를 옮겨쓴 글순이는, ‘날짜 쓰기’를 처음으로 하면서, 달과 날 다음에 “어머니 사랑”을 살그마니 적는다. 그렇구나, 너희한테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이니 하는 이름보다는 “어머니 사랑”과 “아버지 사랑”과 “동생 사랑”과 “할머니 사랑”과 “할아버지 사랑”이 한결 잘 어울리면서 즐겁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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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허리 펴요 (2014.11.27.) | 아이 그림/글 읽기 2014-11-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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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27. 큰아이―허리 펴요



  아이들더러 너희 먹이고 씻기고 입히느라 허리가 결려서 자리에 드러누워야 한다니,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편지를 써 준다. 혀리를 펴라고, 허리를 얼른 펴라면서 아버지 등허리에 올라갈 테니 기운을 내라고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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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가지다' 다듬는 이야기 .. | 수다 떨기 2014-11-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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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지다'라는 말마디를 잘못 쓰는 이야기를 놓고

여러모로 글을 손질한다.

어느 책을 읽든 '가지다'를 엉터리로 쓴 보기를
아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어린이책, 그림책, 만화책, 인문책, 문학책 모두
'가지다'를 제대로 가눌 줄 모른다.

어른이 읽는 인문책이 '가지다'를 가장 엉터리로 쓰고,
이 다음이 문학책이고,
이 다음이 만화책이며,
이 다음이 청소년책과 어린이책인데,
어린이책에서도 '가지다'를 잘못 쓰는 이가 꽤 있다.
창작에서는 거의 없으나 번역에서는 으레 '가지다'를 엉터리로 쓴다.

왜 이렇게 '가지다'를 엉터리로 쓸까?
사람들이 하도 '가지다'를 엉터리로 쓰니,
오늘날 한국말사전은 
'사람들이 엉터리로 잘못 쓰는 보기'를 버젓이 말풀이와 보기글로 싣는다.
이리하여 잘못 쓰는 말투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잘못 쓰는 말도 '한국말'인가?
소쿠리가 말했듯이 "악법도 법"이라면 "틀린 말도 말"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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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접점도 가지다,얼굴을 가지다,접촉을 가지다,시간을 가지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11-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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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17) 가지다 41


그런 부분이 번역 작업에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이다. 문학과의 접점도 가질 수 있지만, 직접적인 관심은 문학이 아니다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56쪽


 문학과의 접점도 가질 수 있지만

→ 문학과 만나는 대목도 있지만

→ 문학과 즐기기도 하지만

→ 문학을 누릴 수도 있지만

→ 문학을 느낄 수도 있지만

→ 문학을 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



  접점을 ‘가진다’고 하니, 닿는 자리나 만나는 대목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뜻을 그대로 풀면 “문학과 닿는 자리도 가질”이나 “문학과 만나는 대목도 가질”처럼 말하는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번역을 하면서 ‘번역과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이야기합니다. 번역을 하는 사람은 번역과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느끼면서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문학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번역을 하는 동안 ‘문학을 느낄’ 테고 ‘문학을 읽을’ 테며 ‘문학을 즐길’ 테지요. 4340.3.19.달/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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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이 번역을 하며 내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문학과 만날 수도 있지만, 딱히 문학에 마음을 두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部分)”은 “그런 곳”으로 손보고, “번역 작업에서”는 “번역을 하면서”로 손보며, ‘흥미(興味)롭게’는 ‘재미있게’로 손봅니다. ‘점(點)’은 ‘대목’으로 다듬고, ‘접점(接點)’은 “만나는 자리”나 “만나는 대목”으로 다듬으며, “직접적(直接的)인 관심(關心)은 문학이 아니다”는 “문학에 크게 눈길을 두지 않는다”나 “딱히 문학을 하려는 마음은 아니다”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24) 가지다 42


나뭇군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종일 꽃만 꺾던 아이, 창백하지만 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였읍니다

《송재찬-먼 나라 이야기섬》(인간사,1987) 93쪽


 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

→ 착해 보이는 아이

→ 얼굴이 착해 보이는 아이

→ 얼굴을 보면 착해 보이는 아이

→ 착하게 생긴 아이

 …



  “착해 보이는 아이”입니다. “짓궂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짓궂어 보이는 아이”이며, “조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조용해 보이는 아이”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착한 아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그러면, “나무꾼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늘 꽃만 꺾던 아이, 얼굴은 파리하지만 착한 아이였습니다”처럼 새롭게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40.5.3.나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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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내내 꽃만 꺾던 아이, 파리하지만 착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종일(終日)’은 ‘내내’나 ‘늘’로 손질하고, ‘창백(蒼白)하지만’은 ‘파리하지만’이나 ‘해쓱하지만’이나 ‘허옇지만’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46) 가지다 43


전쟁이 끝난 다음 로렌츠와 뷜러는 다시 접촉을 가졌다

《클라우스 타슈버,베네딕트 푀거/안인희 옮김-콘라트 로렌츠》(사이언스북스,2006) 116쪽


 둘은 다시 접촉을 가졌다

→ 둘은 다시 만났다

→ 둘은 다시 모였다

→ 둘은 다시 함께했다

→ 둘은 다시 일하기로 했다

 …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는 일을 가리키려면 ‘만나다’나 ‘사귀다’라는 낱말을 써야 합니다. 만나니까 ‘만난다’고 합니다. 사귀기에 ‘사귄다’고 해요. 이 보기글에서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이면서, “다시 모여서 일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가볍게 “다시 만났다”로 적어도 되고, “다시 일하기로 했다”처럼 더 또렷하게 밝혀서 적어도 됩니다. 4340.7.23.달/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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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다음 로렌츠와 뷜러는 다시 만났다


‘접촉(接觸)’은 ‘닿음’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신체 접촉”이라면 “살이 닿음”으로, “접촉 사고”라면 “스친 사고”로, “접촉 불량”은 “잘 안 닿음”으로 풀어낼 때가 한결 낫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은 ‘접촉’을 어떻게 할까요? 살이 닿는다면 ‘접촉’이라는 한자말을 쓸 수 있지만, 둘이 만날 적에는 ‘만나다’라는 한국말을 올바로 써야 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56) 가지다 45


산수 시간은 넓은 다목적실로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1쪽


 산수 시간을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

→ 산수는 교실을 옮겨 하기로 했다

→ 산수를 교실을 옮겨 배우기로 했다

  …



  이 보기글을 ‘글로 쓴 그대로’ 읽는다면,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는 “교실을 통째로 들어서 옮겨서 가진다”는 얼거리입니다. 설마 이런 뜻으로 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테지요. 산수라고 하는 시간을 다른 교실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밝히려고 이 글을 썼다고 봅니다.


 산수 시간을 가지다

→ 산수를 배우다

→ 산수를 가르치다

→ 산수 수업을 하다


  “산수 시간을 가지다”는 말이 안 됩니다. “체육 시간을 가지다”도 말이 안 됩니다. “국어 시간을 가지다”나 “영어 시간을 가지다”도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산수를 하다”나 “산수 수업을 하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또는, “산수를 배우다”나 “산수를 가르치다”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교사한테 “선생님, 체육 어디에서 해요?” 하고 묻지, “선생님, 체육 시간 어디에서 가져요?” 하고 묻지 않습니다. 설마 오늘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시간을 가지다”라는 말투를 이처럼 엉터리로 쓰지는 않겠지요? 4340.8.15.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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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는 넓은 다목적실로 옮겨서 배우기로 했다


글짜임을 살피면, “산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꼴입니다. “시간을 갖는다”는 무엇을 말할까요? 아무래도 산수 수업이나 산수 공부를 한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산수를 배우기로 했다”로 손질해야 올바르리라 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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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국토를 가지다,꿈도 가지다,목피를 가지다,휴가를 갖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11-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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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88) 가지다 37


따라서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 습지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하답니다

《강병국-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 우포늪》(지성사,2003) 139쪽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

→ 땅이 좁은 나라

→ 땅덩이가 작은 나라

→ 땅덩이가 좁은 나라

 …


  한국은 동·서·남으로 바다가 있습니다. 논밭으로 쓸 땅이 있고 멧줄기가 있어요. 바다에는 물고기가 있고 숲에는 숲짐승과 나무가 있습니다. 논밭으로 쓸 땅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바다는 물고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숲은 풀이나 나무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모두 ‘있을’ 뿐입니다.


  소유권이나 영유권을 따지며 ‘가지다’라는 낱말이 쓰임새를 넓히는구나 싶은데, 쓰임새를 넓힌다고 해도 아무 데나 쓸 수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행복추구권이 있습니다”라 해야 알맞지 “우리는 행복추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 하면 올바르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말해도 뜻은 알아듣겠지요. 그러고 보면, 뜻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얄궂게 잘못 쓰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자꾸자꾸 퍼지는지 모릅니다. 4340.1.24.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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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땅덩이가 좁은 우리 나라에 늪이 있다는 대목은 여러모로 매우 뜻깊습니다


‘국토(國土)’라는 한자말을 써도 나쁘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는 ‘땅’이나 ‘땅덩이’로 적을 때가 한결 낫습니다. ‘습지(濕地)’는 ‘늪’으로 손보고, ‘사실(事實)’은 ‘대목’으로 손보며, “여러 가지 면(面)에서”는 “여러 가지로”나 “여러모로”로 손봅니다. ‘중요(重要)하답니다’는 ‘뜻깊답니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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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90) 가지다 38


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믿음직스럽고 멋진 내 남자 친구 철이랑 배낭여행을 떠날 꿈도 가지고 있다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137쪽


  꿈도 가지고 있다

→ 꿈도 있다

→ 꿈도 꾼다

→ 꿈도 품는다

→ 꿈도 키운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묻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처럼 대꾸합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니?” 하고 묻지 않으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처럼 대꾸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야기할 적에도 “꿈이 있다”나 “꿈을 꾼다”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꿈을 가져라!” 같은 말투가 널리 퍼집니다. 꿈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꿈은 가지지 못합니다. “꿈을 꾸어라!”나 “꿈을 품어라!”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글흐름에 따라 “꿈을 키운다”나 “꿈을 가꾼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0.1.27.흙/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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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믿음직스럽고 멋진 내 남자 친구 철이랑 배낭여향을 떠날 꿈도 꾼다


“나의 남자 친구”라 하지 않고 “내 남자 친구”라 적어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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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04) 가지다 39


낙엽송은 비교적 얇은 목피를 가지고 있는데, 이 껍질 속에는 미세한 가시가 들어 있다

《김진송-목수일기》(웅진닷컴,2001) 83쪽


 얇은 목피를 가지고 있는데

→ 나무껍질이 얇은데

→ 껍질은 얇은데

→ 껍질이 얇은데

 …



  누구나 알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봅니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꽃마다 잎이 달립니다. 나무에는 나뭇가지가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풀은 없습니다.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습니다. 꽃마다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밤알이나 유자알은 껍질이 두껍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가지다’를 써서 얄궂게 나타내는 분이 하루하루 늘어납니다.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꽃마다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나무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뿌리를 가지지 않은 풀은 없습니다”라든지, “꽃은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꽃마다 향긋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라든지, “밤은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더군다나 ‘가지다’라는 낱말만 잘못 쓰지 않고 으레 “가지고 있다” 꼴로 잘못 씁니다. 잘못 쓰는 말투가 다른 말투까지 잘못 쓰도록 이끕니다.


  쌍꺼풀이 있는 사람한테는 “너, 쌍꺼풀 있네?”라 말하지, “너, 쌍꺼풀 가지고 있네?”라 말하지 않아요. 손톱이 긴 사람한테는 “손톱이 길구나.”라 말하지, “긴 손톱을 가지고 있구나.”라 말하지 않습니다. 4340.2.21.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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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잎갈잎나무는 껍질이 퍽 얇은데, 이 껍질에는 잔가시가 있다


‘낙엽송(落葉松)’은 어떤 나무를 가리킬까요? ‘일본잎갈나무’일까요, 아니면 ‘갈잎나무’일까요, 아니면 ‘떡갈나무’일까요?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꽤’나 ‘무척’으로 고쳐쓰고, ‘목피(木皮)’는 ‘나무껍질’로 고쳐쓸 말이고, “껍질 속에는”은 “껍질에는”으로 고쳐씁니다. ‘미세(微細)한’은 ‘아주 작은’이나 ‘잔’이나 ‘잘디잔’으로 다듬고, “들어 있다”는 “있다”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12) 가지다 40


징병 이후 첫 휴가를 갖고 폭격기 승무원에 배정돼 해외로 파병되기 전까지 집에서 열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122쪽


 첫 휴가를 갖고

→ 첫 휴가를 받고

→ 첫 휴가를 얻고

→ 첫 휴가를 내고

 …



  휴가는 ‘받’거나 ‘얻’습니다. 휴가를 달라고 한 뒤에 ‘받’습니다. 받는 일이니 ‘얻는다’고도 합니다. 예전에는 ‘휴가(休暇)’가 아니라 ‘말미’라 했지만, 회사에서는 ‘휴가·연차·월차’ 같은 한자말만 씁니다. 한국말 ‘말미’ 또한 얻거나 받습니다. “말미를 주다”나 “말미를 얻는다”처럼 씁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휴가를 내고”나 “휴가를 쓰고”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0.3.8.나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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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 뒤 폭격기 승무원이 되어 이 나라를 떠나기 앞서까지 첫 휴가를 받고 집에서 열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징병(徵兵) 이후(以後)”는 “군대에 들어간 뒤”나 “군대에 간 뒤”로 다듬고, “승무원에 배정(配定)돼”는 “승무원으로”나 “승무원이 되어”로 다듬으며, “해외(海外)로 파병(派兵)되기 전(前)까지”는 “이 나라를 떠나기 앞서까지”나 “나라밖으로 떠나기 앞서까지”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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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생각을 가지다,바람을 가지다,의미를가지다,동안을가지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11-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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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09) 가지다 8


특히 많은 부모님들이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서는 제대로 책임을 따져 보지도 않고 형이나 누나만 혼내는 분들이 많아요

《인권운동사랑방-뚝딱뚝딱 인권짓기》(야간비행,2005) 27쪽


 …는 생각을 갖고서는

→ …는 생각을 하고서는

→ …는 생각을 하면서

→ …고 생각하면서

→ …고 생각하며

→ …는 생각으로

 …



  한국말 ‘가지다’는 여러 곳에 두루 씁니다. 널리 쓰는 한국말입니다. ‘가지다’는 “돈을 많이 가지다”라든지 “공을 가지고 놀다”라든지 “네가 가지고 싶은 선물”이나 “고양이가 새끼를 가졌다”처럼 씁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여러 가지 뜻이나 쓰임새가 잘못 나옵니다. “직업을 가지다”나 “면허증을 가지다”나 “간담회를 가지다”나 “토론회를 가지다”나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이나 “기계를 가지고 농사를 짓다”나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굽다”나 “보람을 가지다”나 “공부에 흥미를 가지다”나 “이웃과 왕래를 가지다”나 “많은 형제를 가지다”나 “관심을 가지다”나 “경영 철학을 가지다”는 모두 잘못 쓰는 ‘가지다’입니다. ‘가지다’라는 한국말은 이렇게 아무 자리에나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가지다’라는 낱말을 널리 쓰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자리에 못 쓰지 않습니다. ‘가지다’라는 낱말은 이 낱말을 쓸 때에 알맞을 곳에 써야 알맞습니다.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직업을 가지다 → 직업이 있다 . 일자리를 얻다

 면허증을 가지다 → 면허증이 있다 . 면허증을 따다

 간담회를 가지다 → 간담회를 열다 . 간담회가 있다

 토론회를 가지다 → 토론회를 하다 . 토론회를 열다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 → 같은 조상을 둔 겨레 . 조상이 같은 겨레

 기계를 가지고 농사를 짓다 → 기계로 농사를 짓다 . 기계를 써서 농사를 짓다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굽다 → 밀가루로 빵을 굽다

 보람을 가지다 → 보람차다

 공부에 흥미를 가지다 → 공부에 재미가 붙다 . 공부가 재미있다

 이웃과 왕래를 가지다 → 이웃과 사귀다 . 이웃과 오가다

 많은 형제를 가지다 → 형제가 많다

 관심을 가지다 → 눈길을 두다 . 눈여겨보다

 경영 철학을 가지다 → 경영 철학이 있다


  외국말은 외국말대로 쓰는 낱말이 있고,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한국말은 ‘하다’나 ‘있다’라는 낱말을 온갖 곳에 두루 씁니다. 여기에, 토씨를 살려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려면 한국말 쓰임새를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껍데기가 한글이기에 한국말이 아닙니다. 알맹이가 옹글게 한국말이 될 때에 비로소 한국말입니다. 4338.5.4.물/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더욱이 많은 어버이들이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가 늘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제대로 잘못을 따져 보지도 않고 형이나 누나만 나무라시곤 해요


‘특(特)히’는 ‘더욱이’나 ‘게다가’로 다듬고, ‘부모(父母)들이’는 ‘어버이들이’로 다듬으며, ‘무조건(無條件)’은 ‘그저’나 ‘먀냥’이나 ‘언제나­로 다듬습니다. “책임(責任)을 따져”는 “잘못을 따져”나 “잘잘못을 가려”로 손보고, ‘혼(魂)내는’은 ‘나무라는’이나 ‘꾸짖는’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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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41) 가지다 48


곧 일본에 있는 황새고향공원과 같은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황/김정화 옮김-황새》(우리교육,2007) 70쪽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바랍니다

→ 꿈을 꿉니다

 …



  보기글에서는 ‘바람’이라는 낱말을 잘 살려서 썼지만,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처럼 적으니 얄궂습니다. 바라는 일이니 ‘바라다’일 뿐이거든요. “시설을 세우기를 바랍니다”나 “시설을 세우기를 바라고 바랍니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오래도록 부푼 꿈을 이루고 싶다면,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나 “시설을 세우려는 꿈을 꿉니다”처럼 적습니다. 4341.6.15.해/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곧 일본에 있는 황새고향공원과 같은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시설을 설립(設立)한다”고 하지 않고 “시설을 세우고자”로 적으니 반갑습니다. ‘차후(此後)’라 하지 않고 ‘곧’을 넣은 대목도 반갑고요. 더구나 ‘기원(祈願)’이라 하지 않고 ‘바람’이라 해 주니 반갑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60) 가지다 49


당시의 일본에서는 매춘 업자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요시미 요시아키/이규태 옮김-일본군 군대위안부》(소화,1998) 183쪽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몰아넣을 수 있을 만한 뜻이 있었다

→ 몰아넣을 수 있을 뜻이 담겼다

→ 몰아넣을 수 있는 뜻이 있었다

 …



  뜻이란 ‘있’거나 ‘없’습니다. “그런 뜻이 있었군요”나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쓰지 않고 자꾸만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군요”나 “아무런 뜻을 가지지 않습니다”처럼 적으니 얄궂습니다.


  사람들은 얄궂은 말투를 쓰고 또 쓰니 익숙해지고, 짓궂은 낱말을 쓰고 거듭 쓰니 손에 익습니다. 알맞고 바르게 쓰면 쓸수록 알맞고 바른 말투가 익숙하기 마련이요, 살갑고 곱게 쓰다 보면 살갑고 고운 낱말과 말마디가 손에 익습니다. 어떠한 말을 쓰든 사람들은 자주 쓰는 말이 익숙하면서 몸에 익습니다. 그러니, 얄궂다 싶은 말투를 쓴다 싶으면 하루 빨리 가다듬거나 고쳐야 합니다. 손이나 몸에 익기 앞서 얄궂은 말투와 말마디를 털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4341.12.6.흙/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무렵 일본에서는 매춘 업자를 빈털터리로 몰아넣을 수 있을 만한 뜻이 있었다


‘당시(當時)의’는 ‘그무렵’이나 ‘그때’로 다듬고, “공황(恐慌) 상태(狀態)로”는 “빈털터리로”나 “가난뱅이로”로 다듬습니다. “의미(意味)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 있었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70) 가지다(갖다) 50


동안을 가진 그 사람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라는 ‘불법단체(어디까지나 정부의 관점으로는 그렇다)’의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정수 씨다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77쪽


 동안을 가진 그 사람

→ 어린이 얼굴인 그 사람

→ 아이 얼굴 같은 그 사람

→ 얼굴이 맑은 그 사람

→ 해맑은 얼굴인 그 사람

 …



  한자말 ‘동안(童顔)’은 “(1) 어린아이의 얼굴 (2) 나이 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둘째 뜻으로 썼다고 봅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얼굴이 ‘동안’이라면, “동안을 가진”은 어떤 말인 셈일까요?


 동안을 가진 사람

→ 어려 보이는 사람

→ 아이 얼굴인 사람

 노안을 가진 사람

→ 눈이 어두운 사람

→ 눈이 나쁜 사람


  우리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고 웃는 얼굴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얼굴이 맑아 보일 때가 있으며 얼굴이 어두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고운 얼굴인 사람이 있으며, 나이가 어려도 주름이 잡힌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제 얼굴이 있고, 제 얼굴을 손수 가꾸며 살아갑니다.


 얼굴이 고운 사람

 얼굴이 깨끗한 사람

 티없는 얼굴인 사람

 아이 같아 보이는 사람

 아이 얼굴인 사람

 앳된 사람

 앳되어 보이는 사람


  한자말 ‘동안’을 쓰고 싶다면, 적어도, “동안인 그 사람은”처럼 써야 알맞아요. “얼굴이 동안이다”이지, “동안의 얼굴을 가졌다”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왜 ‘동안’ 같은 낱말을 쓰는지, 이 낱말을 꼭 써야만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국사람이 즐겨쓰면 좋을 말투와 말씨와 낱말는 무엇인지 곰곰이 헤아리면 좋겠어요. 43430.10.14.해/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얼굴이 맑은 그 사람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라는 ‘불법단체(어디까지나 정부가 보기로는 그렇다)’에서 정책연구소장을 맡는 김정수 씨다


“불법단체의 정책연구소장을 맡고”는 “불법단체에서 정책연구소장을 맡고”로 다듬습니다. “정부의 관점(觀點)으로는”은 “정부 눈으로는”이나 “정부가 보기로는”로 손보고, “맡고 있는”은 “맡는”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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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의미 가지다,의문 가지다,이름 가지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11-3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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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53) 가지다 4


이러한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종이신문 직업기자들이 독점하고 있었던 ‘좋은 기사에 대한 평가’에 네티즌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146쪽


 이러한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이러한 모습은 중요하다

→ 이러한 일은 무척 뜻이 있다

→ 이러한 일은 눈여겨볼 만하다

→ 이러한 모습은 여러모로 뜻깊다

 …



  한국말사전에서 ‘뜻깊다’를 찾아보면 “가치나 중요성이 크다”로 풀이합니다. 보기글을 보면 “중요한 의미”를 말하지요. 그러니, 이 글월은 “뜻깊다” 한 마디로 고쳐쓰면 됩니다. 또는 “뜻있다”로 고쳐쓸 수 있고, “무척 뜻깊다”나 “매우 뜻있다”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뜻은 ‘있다’와 ‘없다’로 나타냅니다. 뜻은 있거나 없습니다. 한국말 ‘뜻’이든 한자말 ‘의미’이든 ‘가지다’로 나타내거나 적을 수 없습니다. 한국말은 영어가 아닙니다. 4337.9.13.달/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러한 모습은 중요하다. 그동안 종이신문 직업기자가 혼자 차지하던 ‘좋은 기사 평가하기’에 누리꾼이 함께한다

이러한 일은 무척 뜻이 있다. 그동안 종이신문 직업기자만 차지하던 ‘좋은 기사 평가’에 누리꾼이 함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現狀/現象)”은 “이러한 모습”이나 “이러한 일”로 손보고, ‘의미(意味)’는 ‘뜻’으로 손보며,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큰’이나 ‘남다른’으로 손볼 만합니다. “직업기자들이 독점(獨占)하고 있었던”은 “직업기자가 혼자 차지하던”이나 “직업기자만 차지하던”이나 “직업기자만 누리던”으로 손질하고 “기사에 대(對)한 평가”는 “기사 평사”나 “기사 평가하기”로 손질합니다. ‘네티즌(netizen)’은 ‘누리꾼’으로 고쳐쓰고, “참여(參與)하기 시작(始作)한 것이다”는 “함께할 수 있다”나 “함께한다”로 고쳐씁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98) 가지다 6


앞의 예에서 나는 왜 부모들이 아이의 욕구에 간섭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63쪽


 의문을 갖게 되었다

→ 의문스럽다

→ 궁금하다

→ 알고 싶었다

→ 알아보고 싶었다

 …



  ‘의문(疑問)’은 “의심스럽게 생각함”을 가리키고, ‘의심(疑心)’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아이가 무엇을 바랄 적에 어버이가 왜 자꾸 끼어들려고 하는지 ‘잘 모르기에 알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러한 뜻 그대로 “알고 싶었다”나 “알아보고 싶었다”로 적으면 되고, “궁금하다” 같은 한국말을 넣으면 됩니다. 한자말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의문스럽다”로 적으면 돼요.


  궁금함은 ‘가지’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have’나 ‘get’을 쓸는지 모르나, 한국말에서는 궁금하면 “궁금하다”라고만 적고, 알고 싶다면 “알고 싶다”라고만 적으며, 의문스러우면 “의문스럽다”라고만 적습니다.


  생각이든 마음이든 사랑이든 ‘가지’지 않습니다. 생각을 합니다. 마음을 씁니다. 사랑을 나눕니다. 4338.3.12.흙/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앞에서 나는 왜 어버이가 아이가 무엇을 바랄 적에 끼어들려 하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앞의 예(例)에서”는 “앞에 든 보기에서”나 “앞에서”로 다듬고, ‘부모(父母)’는 ‘어버이’로 다듬으며, “아이의 욕구(欲求)에 간섭(干涉)하려고”는 “아이가 무엇을 바랄 적에 끼어드는지”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51) 가지다(갖다) 44


얼마 전부터 그런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현식-곤혹한 비평》(작가들,2007) 90쪽


 그런 의문을 갖고 있었다

→ 그런 생각을 했다

→ 그렇게 생각했다

→ 그 대목이 궁금했다

 …



  이 보기글에서 한자말 ‘의문’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얼마 앞서부터 그 대목이 의문스러웠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의문은 ‘가질’ 수 없습니다. 의문스럽다고 느낄 적에는 그 대목을 곰곰이 생각한다는 뜻이 될 테니, “생각을 했다”나 “생각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자꾸 생각하는 까닭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알고 싶은 까닭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4340.8.2.나무/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얼마 앞서부터 그 대목이 궁금했다

얼마 앞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얼마 전(前)부터”는 “얼마 앞서부터”로 손봅니다. “갖고 있었다”는 “가졌다”로 손질할 대목이고, ‘의문(疑問)’은 ‘궁금함’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25) 가지다 47


싹이 무성해지면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이름을 가진 애벌레가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마이즈미 미네코/최성현 옮김-지렁이 카로》(이후,2004) 102쪽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이름을 가진 애벌레가

→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이름이 붙은 애벌레가

→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애벌레가

→ 콜로라도 잎벌레가

 …



  이름을 ‘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받는’ 사람이 있을 테고, 받은 사람은 저도 이름을 ‘가진다’고 말할 테니까요. 그러나, 이름은 ‘붙입’니다. 이름을 붙이니, 사람들은 아무개라는 이름을 ‘부릅’니다.


  보기글을 보면, 잎사귀를 먹고 자라는 애벌레가 하나 있는데, 이 애벌레 이름이 ‘콜로라도 잎벌레’라고 하는군요. 이렇다고 한다면, 이 보기글에서는 “이름이 콜로라도 잎벌레인 애벌레가”라고 적거나, “콜로라도 잎벌레가”라고 적으면 됩니다. 또는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애벌레가”로 적습니다. 4341.5.13.불/4347.11.3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싹이 많이 올라오면 콜로라도 잎벌레라는 애벌레가 여기저기 보입니다


“싹이 무성(茂盛)해지면”은 “싹이 우거지면”이나 “싹이 많이 자라면”이나 “싹이 많이 올라오면”으로 다듬고, “보이기 시작(始作)합니다”는 “보이곤 합니다”나 “보입니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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