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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빨래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12-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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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빨래



  오늘치 빨래를 할까 살짝 망설이다가 새해로 넘기지 말자고 생각한다. 한 해 마지막 날에 빨래를 하든 새해 첫날에 빨래를 하든 대수로울 일은 없다. 더욱이 새해 첫날에 아이들을 씻기면서 빨랫감이 잔뜩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섣달그믐에도 즐겁게 빨래를 해 보자고 생각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입는 도톰한 조끼를 빨고, 작은아이가 빨래터에서 적신 바지와 양말을 빤다. 손닦개 한 장을 함께 빨아서 바람이 싱싱 불지만 겨울볕은 포근한 마당에 넌다. 이렇게 하고 나서 큰아이를 불러 읍내에 저잣마실을 간다. 올 한 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했고, 새해에도 빨래를 신나게 할 테지. 새해에는 큰아이가 제 옷가지 가운데 양말이나 속옷쯤은 혼자서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여덟 살부터는 큰아이한테도 손빨래를 시켜 볼까 싶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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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마실하는 세 사람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 그림책 2014-12-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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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김지현 역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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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마실하는 세 사람

―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에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2014.12.23.



  내가 네 살 적에 어떻게 놀거나 지냈는지 하나도 못 떠올립니다.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적에 어떻게 놀거나 지냈는지 도무지 못 떠올립니다. 세 살이나 두 살 적 일도 도무지 못 떠올립니다. 아마 우리 형은 내 어릴 적 모습을 꽤 떠올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느 한 가지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합니다.


  우리 집 두 아이를 지켜보면서 가만히 헤아립니다. 큰아이는 제 동생이 어떤 하루를 누리거나 보내는지 찬찬히 살핍니다. 작은아이는 제가 어떤 짓이나 놀이나 말을 하는지 잊거나 못 떠올릴는지 몰라도, 큰아이는 작은아이 몸짓이나 놀이나 말을 여러모로 되새기거나 떠올릴 수 있습니다.



.. 게나와 체브라시카가 막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 게나가 악어라는 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렇다면 체브라시카는 무엇일까요? 곰은 아니에요. 원숭이도 아니고요. 체브라시카는 체브라시카 ..  (2쪽)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자면,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이모저모 많이 챙깁니다. 아버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데다가 모든 짐을 커다란 가방에 잔뜩 짊어지면서 다녀야 하는 줄 큰아이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작은아이는 마실길이건 어디에서건 졸리면 그냥 잡니다. 작은아이는 어디에서나 졸릴 적에 잠들면 아버지가 안거나 업어서 데리고 다닙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믿고 몸을 맡깁니다. 이때에 큰아이는 저도 졸릴 테지만 졸음을 씩씩하게 참습니다. 씩씩하다 못해 대견할 때가 있고, 딱하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큰아이한테 말하지요. 얘야, 아버지는 너희 둘을 다 안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졸리면 그냥 자면 돼. 아버지가 너희 둘을 안고 걷다가 정 힘들면 택시를 불러서 타면 되니까, 너무 힘들게 참지는 말자.


  큰아이는 가끔 ‘아버지 가방’을 들거나 나르겠다면서 용을 씁니다. 큰아이 몸무게보다 훨씬 무겁고 큰 가방을 들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이를 악물고 용을 써서 번쩍 들어올릴 때가 있으나 들고 나르거나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예 들어 볼 생각조차 않는데, 큰아이는 아버지 가방을 건드려 본 일이 마음속에 남는지, “나도 짐을 들래.”  하면서 작은 가방 하나를 달라고 합니다.



.. 게나는 짐을 많이 들고 있었어요. “내가 도와줄게.” 체브라시카가 가장 작은 상자를 건네받았어요. “고마워. 그럼 내가 너를 들어 줄게.” 게나는 체브라시카를 안아 주었어요 ..  (11∼12쪽)




  세 사람이나 네 사람이 다니는 마실은 만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곁님과 함께 네 사람이 마실을 다니면, 곁님이 곧잘 작은아이를 안을 수 있으니 훨씬 홀가분합니다. 그런데 이때에는 큰아이가 어김없이 아버지한테 안기거나 업히지요. 작은아이가 어머니한테 칭얼거리면서 안기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 칭얼거리면서 안기고 싶어요. 어버이 눈길로는 ‘칭얼거림’이라 할 테지만, 아이로서는 ‘사랑받기’를 바라는 목소리라고 느껴요.


  그림책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어린이작가정신,2014)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2015년에 여덟 살로 접어드는 큰아이는 거의 모든 한글을 혼자 읽어냅니다.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기도 합니다. 체브라시카 이야기도 동생한테 틈틈이 읽어 줍니다.


  에두아르트 우스펜스키 님이 빚고, 야마치 카즈히로 님이 새롭게 엮은 이 그림책을 보면, 체브라시카라는 아이가 게다라는 아저씨하고 나들이를 떠나는 이야기가 흘러요. 그리고, 체브라시카랑 게다랑 오붓하게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사포클라크 할머니는 시샘과 부러움으로 이 나들이에 끼어들지요.




.. “게나, 딸기가 있어.” “딸기가 아니라 작은 나무 열매란다.” “작은 집이 있어.” “그건 작은 집이 아니라 버섯이야.” “있잖아, 게나, 숲은 재미있어 보여.” “그러니?” “여행 대신 숲에 가자.” “좋은 생각이구나.” ..  (15쪽)



  사이좋게 나들이를 하는 둘을 지켜보는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끼고 싶습니다. 얼마나 오붓하고 애틋해 보이는지, 함께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할머니 나이까지 살며 오랜 동무를 사귀지 못한 사포클라크는 먼발치에서 지켜보다가 짓궂은 장난을 칩니다. 마치 아이처럼 장난을 쳐요.


  그래요, 할머니가 아이처럼 장난을 쳐요. 왜냐하면, 나이로는 할머니이지만 마음으로는 아이라 할 테니까요. 나이로만 보면 늙은 사람이지만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착하고 맑은 넋이라 할 테니까요.


  수줍음이 장난으로 드러납니다. 한 발 두 발 다가서고 싶은 몸짓이 장난이 되어 나타납니다. 체브라시카와 게다는 알았을까요? 몰랐을까요? 짓궂은 장난 때문에 먼 길을 걸어야 하니 고단했을 테지만, 외려 기차에서 내려야 했기에 숲을 만납니다. 외려 먼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야 했기에, 게다와 체브라시카는 서로서로 한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웁니다.




.. 체브라시카가 지붕 위 게나 곁으로 왔어요. “옆에 앉아도 돼?” “좋아. 그런데 왜 올라왔어?” “게나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사포클라크 할머니도 올라왔어요. “나도 옆에 앉아도 될까?” “좋아요. 그런데 왜 올라오셨어요?” “네 노래가 듣고 싶어서 말이지.” ..  (39쪽)



  체브라시카는 체브라시카입니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닙니다. 게다는 게다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악어가 아닌 게다입니다. 사포클라크는 사포클라크입니다. 짓궂거나 장난스러운 할머니가 아닌 그저 사포클라크입니다. 그리고, 사포클라크가 아끼는 커다란 쥐 라리스카는 또 라리스카이지요.


  셋은 함께 놀면서 즐겁습니다. 아니, 셋이 아닌 넷은 함께 놀면서 즐겁습니다. 서로 한식구라도 되는듯이 즐겁습니다. 마음으로 사귀고 마음으로 아낍니다. 마음으로 마주하고 마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표를 끊어서 어디에서 어디로 꼭 가야만 하는 나들이가 아니라, 살가운 벗님과 도란도란 웃고 노래하면서 길을 나서는 나들이입니다.


  마실길이 즐겁고, 삶길이 즐겁습니다. 마실을 다니는 하루가 즐겁고, 서로 사랑하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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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12-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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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마을 어귀 빨래터를 치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누나 밥그릇에 있던 메추리알을 손으로 살짝 집어서 “보라 먹어도 돼?” 하고 묻는다. 빙그레 웃으면서 먹고 싶다는 작은아이한테 “안 돼.” 하고 말하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운다. 빨래를 하느라 손을 쓸 겨를이 없다고 할 만하지만, 빨래를 살짝 그친 뒤 ‘메추리알이 먹고 싶구나? 기다리렴. 그 메추리알은 누나 몫이니 두고, 네 몫은 따로 그릇에 담아 줄게.’ 하고 말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즐거웠을까. 빨래를 마치고 나와서 작은아이를 들여다보니 낮잠에 빠져들었다. 새근새근 잠들기 앞서 메추리알을 하나 더 먹고 싶었나 보다. 아무쪼록 꿈에서는 메추리알바다를 헤엄치기를 빈다.


  낮잠을 달게 자고 일어난 작은아이한테 메추리알조림을 다시 끓여서 밥그릇에 담아 건넨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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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삶짓기 | 책 언저리 2014-12-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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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삶짓기



  저녁에도 잠들지 않으려 하면서 책을 더 읽겠다고 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한 권쯤 더 읽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으레 그만 덮고 이튿날 더 읽기로 하자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밤이란 ‘책읽기’와 견줄 수 없이 뜻깊은 ‘꿈꾸기’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새 하루를 기다리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자리에서는 몸을 가만히 쉬면서 마음이 새로 깨어나도록 북돋웁니다. 하루를 여는 자리에서는 지난밤에 하나하나 그린 꿈을 되새기면서 즐겁게 기지개를 켭니다. 책을 읽는 까닭은 삶을 더욱 슬기롭게 아로새기면서 내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더 쌓으려고 읽는 책이 아니라,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을 이야기를 살펴서, 스스로 마음속에서 옳고 바르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슬기를 길어올리도록 이끌려고 읽는 책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언제나 삶짓기를 할 때에 즐겁습니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습니다. 삶짓기가 즐겁습니다. 삶짓기로 이끌거나 삶짓기를 북돋울 때에만 비로소 책읽기가 즐겁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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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88] 오늘까지 | 시로 읽는 책 2014-12-3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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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88] 오늘까지



  아이와 마주앉아 묵은절

  해와 달을 바라보며 묵은절

  우리 보금자리에서 묵은절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오늘까지 여러 가지를 하나하나 겪으며 지내리라 느껴요. 그러니, 이제껏 다른 것을 하느라 보낸 나날을 잘 돌아보면서 오늘을 그리면, 이제부터 모든 길이 슬기롭게 열리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늘까지 누린 삶은 앞으로 누릴 삶으로 나아갈 바탕이고 거름이면서 발판이거든요. 오늘부터 새롭게 거듭나서 살아갈 수 있거든요. 섣달그믐에 해님과 달님을 보면서 묵은절을 합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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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이야기가 통하는,달아나는 것을 통해 | 우리말 살려쓰기 2014-12-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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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5) 통하다通 81


상상 속 인물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영혼의 힘을 간직한 목숨이 되어야 한다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131쪽


 이야기가 통하는

→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 이야기가 되는

→ 이야기를 나누는

→ 이야기를 주고받는

 …



  이야기는 나눕니다. 이야기는 주고받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잔치를 누립니다. 너와 나 사이에 부드럽게 이야기가 흐른다면 “이야기가 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입으로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을 열어 이야기를 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이고, 마음으로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면, 꿈에서 만나는 사람하고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힘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는 넋이 될 때에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음을 여는 넋이 되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영혼의 힘”이나 “넋의 힘”이 아니라 “영혼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넋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꿈나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만한 넋을 간직한 목숨이 되어야 한다


“상상(想像) 속 인물(人物)들과”는 “꿈에 나오는 사람과”나 “꿈나라 사람과”로 손질하고, “영혼(靈魂)의 힘을 간직한 목숨”은 “넋을 간직한 목숨”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6) 통하다通 82


파스칼은 달아나는 것을 통해 이제까지의 모든 기억을 버릴 수 있길 바랐다

《샐리 그린들리/정미영 옮김-나쁜 초콜릿》(봄나무,2012) 170쪽


 달아나는 것을 통해

→ 달아나서

→ 그저 달아나면서

→ 이곳에서 달아나서

→ 두려움에서 달아나서

 …



  이 보기글은 “달아나는 것을 해서”나 “달아나기를 해서”로 손볼 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보면 아무래도 어설픕니다. 그래서 글흐름에 맞추어 앞쪽에 꾸밈말을 넣어 줍니다. 이 보기글은 파스칼이라고 하는 아이가 어느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두려움에서 달아나서”나 “이곳에서 달아나서”로 다시 손보지요. 또는 “그저 달아나면서”나 “언제까지나 달아나면서”로 손볼 수 있어요. 4347.12.3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파스칼은 이곳에서 달아나서 이제까지 겪은 모든 일을 버릴 수 있길 바랐다


“이제까지의 모든 기억(記憶)을”은 “이제까지 겪은 모든 일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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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노란 머리핀 (2014.12.24.) | 아이 그림/글 읽기 2014-12-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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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2.24. 큰아이―노란 머리핀



  바닥에 엎드려서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즐기는 큰아이는 자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서 눈을 가린다. 머리를 묶어 주기도 하고 머리띠를 쓰라 하기도 하지만, 이를 그리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다. 방바닥에서 굴러다니던 노란 머리핀을 본 큰아이는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는지 머리에 꽂고 묻는다. “이제 머리카락 흘러내리지 않지요?” 그래, 안 흘러내리게 혼자서 잘 꽂았구나. 그렇게 꽂고서 엎드리면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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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놀이 3 - 크레용밭을 날아서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12-3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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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놀이 3 - 크레용밭을 날아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은 모두 하늘을 난다. 아톰도 하늘을 날지만 여느 인형도 하늘을 난다. 아이들 손을 타고 하늘을 나는 셈일 수 있지만, 아무튼 아이들 손에서는 모두 하늘을 난다. 종이도 하늘을 날고 가위와 연필도 하늘을 난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모두 하늘로 훨훨 날게 이끌면서 신나게 논다. 우리 어른은 무엇을 하늘을 날도록 하는가. 우리 어른은 이웃이나 동무가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도록 기쁘게 이끌거나 돕거나 바라지를 하는 삶을 짓는가.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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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아버지 옆에서 자동차놀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12-3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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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아버지 옆에서 자동차놀이



  아버지가 바닥에 종이를 펼치고 그림놀이를 하면 으레 아이들이 옆에 달라붙어 함께 그림놀이를 한다. 그런데 이날 따라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그림놀이를 안 한다. 둘 다 아버지 둘레에서 다른 놀이를 한다. 뭐 어떠랴. 너는 네 놀이를 하렴. 나는 내 놀이를 할 테니.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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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리는 이야기를 어린이한테 (우리 동화 이야기) | 어린이+푸름이+교육 2014-12-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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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동화 이야기

이재복 저
우리교육 | 2004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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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77


 

삶을 살리는 이야기를 어린이한테

― 우리 동화 이야기

 이재복 글

 우리교육 펴냄, 2004.7.15.



  어린이가 즐기도록 지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참으로 오랜 나날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고 물려받아서 이어옵니다. 지구별이 처음 태어난 뒤, 이 지구별에 사람이 살던 첫무렵부터 이야기가 함께 태어났으리라 느낍니다. 사람은 사람끼리 나누는 말로 이야기를 짓고, 나무는 나무끼리 주고받는 말로 이야기를 지으며, 풀벌레와 들짐승은 풀벌레와 들짐승끼리 나누는 말로 이야기를 짓습니다. 저마다 저희 삶결에 맞추어 이야기를 지어서 물려줍니다.


  이야기를 물려받는 나무와 풀은 어미나무나 어미풀한테서 새로운 숨결을 이어받아서 한결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랍니다. 이야기를 물려받는 풀벌레와 들짐승은 이녁 어미한테서 새로운 숨결을 이어받아서 더욱 씩씩하고 튼튼하게 큽니다. 사람도 이녁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숨결을 이어받아서 참으로 씩씩하고 튼튼하게 하루하루 뛰놀면서 철이 들지요.


  사람한테만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다. 지구별 모든 목숨한테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놓고 학자나 지식인은 ‘유전자’라는 다른 이름을 쓸 뿐입니다.



.. 우리는 여기서 방정환의 아동관, 교육관, 문학관을 읽을 수 있다. 방정환은 어떻게든지 선생의 자리에서 아이들보다 높은 자리에 서는 교육을 멀리 하고 있다. 방정환은 아이들보다 낮은 자리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재미의 요구에 답하려 한다 … 방정환의 가슴에는 분명 일제시대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어린 목숨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방정환은 어린 목숨들이 내는 고통의 소리를 듣고 또 그 소리를 이야기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다 ..  (71, 87쪽)



  먼먼 옛날부터 우리한테는 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제나 이야기가 있어서, 이야기는 꽃처럼 피고 씨앗을 맺습니다. 도란도란 어우러지는 보금자리에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야기꽃은 환하고 맑아, 어버이와 아이 모두 웃음꽃을 짓습니다. 이야기는 웃음을 짓는데, 웃음은 다시 노래를 짓습니다. 이야기꽃은 웃음꽃이 되고, 웃음꽃은 노래꽃이 됩니다. 이리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잔치는 이야기잔치이고, 이야기잔치에서는 웃음잔치로 거듭나고, 웃음잔치는 다시 노래잔치로 자랍니다.


  들일을 하건 숲에서 나무를 하건, 언제나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가 함께 흐릅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건, 부엌에서 밥을 짓건,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건, 언제나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가 함께 얽힙니다. 짚신을 삼거나 메주를 띄울 적에도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가 나란히 흐릅니다. 잠을 자거나 고샅에서 놀거나 냇가에서 물을 길을 적에도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겨레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겨레가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를 함께 누리면서 삽니다. 임금님 같은 사람이 없던 곳에서는 으레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입니다. 우두머리 따위는 없는 곳에서는 늘 이야기와 웃음과 노래가 퍼집니다.


  이야기로 말을 가르칩니다. 이야기로 말을 가르치는 동안 삶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로 말을 가르치는 동안 삶을 보여주면서 사랑이 피어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야기는 말이요 삶이며 사랑입니다. 말과 삶과 사랑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 넋을 살찌웁니다. 지구별 모든 사람은 이야기를 빌어 아이한테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고, 이러한 숨결로 새로운 삶을 지었습니다.



..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를 억누르고 있는 제도를 위해 봉사하는 문학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고통스럽게 하는 그런 온갖 삐뚤어진 관념에 저항하여 어린이들의 순수한 목숨보다 더 위에 서려는 제도와 싸우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 … 방정환은 순수하게 식민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계몽의 요구를 간직하고 있었겠지만 그 계몽의 요구가 하나의 작품으로 될 때, 작품에는 작가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당시 역사 현실이 늘 문제가 되는 것이다 ..  (101, 110∼111쪽)



  이재복 님이 쓴 《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를 읽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문학 평론’입니다. 방정환, 마해송, 현덕, 이원수, 손창섭, 이렇게 다섯 사람 어린이문학을 살피면서, 계급주의 어린이문학도 조금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다섯 사람 어린이문학을 골고루 살피기보다는 거의 방정환 한 사람 이야기를 살피는 흐름에서, 다른 네 사람 이야기와 계급주의 어린이문학 이야기는 가볍게 곁들이는 얼거리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재복 님은 ‘방정환 위인전’을 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이문학이 ‘현대문학’ 모습으로 처음 드러난 발자국을 헤아리면서, 이러한 뿌리가 어떠한 흐름을 타고 오늘날에 이르는가 하는 대목을 밝히려고 하는 ‘어린이문학 평론’이 《우리 동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짜임새나 얼거리나 글을 살핀다면, “우리 동화 이야기”처럼 커다란 이름은 좀 안 어울립니다. ‘방정환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한국 어린이문학 초기 역사’쯤으로 이름을 붙여야 걸맞겠다고 할까요. 아무튼 다른 나라 동화는 다루지 않고 한국 동화만 다루니 “우리 동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동화작가는 우선 자기 내면의 무의식 저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구원자를 불러내는, 구원자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타계 여행도 마다 하지 않는 샤만(상상력)으 힘이 필요하다. 내면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 많은 나무며 풀이며, 새며 동물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영혼의 힘을 간직한 목숨이 되어야 한다 … 이제는 문학의 논리가 운동성보다 상업성을 매개로 한 출판의 논리 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 비평가의 언어도 상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출판의 논리와 관계되고,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대중의 요구와 연결되면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건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요소를 갖게 되었다 ..  (131, 155∼156쪽)



  삶을 살리는 이야기를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얼거리 가운데 하나가 ‘동화’입니다. 한국에서 글을 쓰는 지식인과 작가는 ‘동화’라는 한자말을 일본사람 입에서 빌어 쓰는데, 이런 ‘문학 전문 낱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요새는 ‘전래동화’라는 말도 쓰지만, ‘옛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따로 가르지 않아도, 수천 해가 아닌 수만 해가 아닌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해에 걸쳐서 지구별 모든 겨레는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며 살았습니다. 책이나 글이 없어도 입으로 이야기를 건사해서 마음에 담고 가슴에 새기도록 북돋았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아주 먼 옛날부터 지구별 모든 사람은 ‘이야기’만 있었지 ‘비평’이나 ‘평론’은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이나 어른 누구도 딱히 ‘비평’이나 ‘평론’을 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이야기를 더 짓거나, 이야기에 살을 더 붙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지구별 모든 겨레가 ‘비평·평론’을 안 했을까요? 비평이나 평론을 할 까닭이 없으니까 안 하지요. ‘이야기’는 삶을 짓고 사랑을 가꾸며 꿈을 북돋웁니다. 지구별 모든 겨레는 아이가 삶과 사랑과 꿈을 건사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버이도 스스로 삶과 사랑과 꿈을 건사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어버이와 아이 모두 오직 ‘이야기’를 즐기거나 나누거나 북돋우는 길을 걷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른문학 비평’과 ‘어린이문학 비평’이 따로 있으며, 대학교에서 이를 다루고, 논문이 꽤 많이 나오며, 문학비평을 하는 잡지가 따로 있기도 할 뿐 아니라, 이런 일만 깊이 파고들어서 하는 어른도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 도시문명 사회가 되다 보니, ‘어린이문학 비평’을 따로 맡아서 해야 하는 사람도 나와야 할는지 모릅니다. 아이들한테 ‘좋은 어린이책’을 가려서 알려주는 몫을 누군가 해야 할 테니 비평과 평론이 있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더 헤아려 보셔요. 왜 아이들한테 ‘좋은 어린이책’을 가려서 알려주어야 할까요? 왜 아이들은 아무 책이나 보면 안 될까요?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무 책이나 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어린이책’과 ‘사랑스러운 어린이책’을 지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왜 어른들은 어른들 스스로 ‘나쁜 책’과 ‘좋은 책’을 함께 만들면서, ‘좋은 책 가려서 알려주는 비평’과 ‘나쁜 책 뽑아서 밝히는 평론’을 굳이 할까요? 왜 바보짓을 하는 어른일까요?


  《우리 동화 이야기》를 읽으면 ‘어린이문학 비평을 하는 어른’ 이야기가 제법 나옵니다. 이재복 님은 원종찬 님을 비판하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적는데, 이 대목을 보면 ‘오늘날 어린이문학 비평’은 ‘상업주의 출판사와 문단권력’하고 이어진다고 적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어린이책’이 아니라 ‘나쁜 어린이책’을 펴내는 출판사하고 ‘어린이책을 널리 알리는 평론’을 쓰는 평론가하고 서로 손을 잡는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과 사랑과 꿈을 북돋우는 길을 가기보다는, 아이들한테 책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려는 장사꾼 마음이 된다는 뜻입니다. 장사꾼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좋다고 할 수 없는 책’을 아이들한테 마구 팔거나 읽혀서 돈만 벌려는 어른들이 늘어난다는 뜻이요,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내몰고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하고는 등지도록 하면서 물질문명과 유행과 상업주의에 젖어들도록 떠밀면서 그야말로 어른들 스스로 바보짓을 한다는 뜻입니다.



.. 일제시대 계급주의 아동문학은 ‘민족해방’과 ‘계급모순으로부터 해방’, 이 두 방향으로 치열하게 열려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계급주의 아동문학가들에게 조금 쓴 소리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은 ‘무엇을 쓸 것인가’는 뚜렷했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는 너무 어른의 자리에서 추상으로, 관념으로만 고민하였다 … 현덕은 아이들이 발딛고 살아가는 놀이공간으로 들어가 현덕은 이야기 안에 놀이리듬을 그대로 살려 놓았다 … 이원수는 〈바닷가의 소년들〉에서 한 연약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삶을 온전히 회복시켜 주는 정신의 뿌리는 결코 힘에 있지 않단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이원수는 동심의 내면에 ‘힘’이나 ‘이념’을 넘어 ‘목숨을 사랑하는 절대적인 자비의 정신’을 심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  (171, 198, 214, 215쪽)



  비평을 하려는 비평은 부질없습니다. 역사를 캐는 일이 덧없지는 않으나, 역사만 좇는 역사가 된다면 덧없기 마련입니다. ‘그리 좋지 않은 책’이고 ‘그리 아름답지 않은 어린이문학’이지만, 이러한 책이나 어린이문학을 ‘껍데기만 부풀려’서 내다팔도록 부추기는 ‘어린이문학 평론가’가 있다면, 이들을 나무랄 만하고, 이들을 나무라는 글도 널리 알려야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를 지어서 아이한테 물려주는 몫이 우리 어른이 할 일인 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한테 나누어 주는 ‘마음밥’이 바로 이야기이듯이, 어른이 서로 주고받는 비평이나 평론도 ‘마음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평이나 평론도 ‘이야기’가 되도록 써야 합니다. 딱딱하고 어설프며 얄궂은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가 아닌 한국말로 이야기를 쓰고(비평을 하고), 영어나 한자말을 잔뜩 섞어서 쓰는 논문 흉내쟁이가 아닌 한국말로 이야기를 쓰며(평론을 하며), 어른만 읽는 비평이나 평론이 아닌 어린이도 누구나 읽도록 이야기를 써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문학을 비평한다는 글도 어른문학을 비평한다는 글 못지않게 재미없고 따분하며 알쏭달쏭합니다. 비평이나 평론이라고 하면 마치 ‘한자말과 영어를 뒤섞어서 번역 말투에다가 일본 말투로 어지럽혀’야 하는 줄 잘못 알기 때문입니다. ‘유식한 척하는 논문 글투’가 되어야 논문이 되거나 대학교수가 되는 줄 잘못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써야 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뿐입니다. 아이들한테 마음밥이 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물려주면서, 어른들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평이나 평론으로 서로 나무라거나 꾸짖기보다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업주의 출판사’에 돈 때문에 얽매이는 짓은 그만 고리를 뚝 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보내는 보도자료에 기대지 말고, 또 출판사에 보도자료를 써 주는 일을 하지 말며, 문단권력 따위는 제발 만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한테 이야기를 물려주는 어른이 되어야지, 어린이를 볼모로 삼아 ‘책장사’와 ‘글장사’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재복 님이 쓴 《우리 동화 이야기》는 한국사람이 빚은 이야기 몇 가지를 살피는 대목에서는 여러모로 돋보인다고 할 만하지만, 이러한 글이 이야기가 못 되고 비평이나 평론에 그치는 대목은 참으로 아쉽고, 스스로 ‘이야기가 되도록 글을 쓰지 못한 탓’에 현덕 문학이나 이원수 문학이나 손창섭 문학이나 마해송 문학도 한결 깊이 읽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살짝 겉훑는다고 할까요. 어린이문학을 펼친 어른은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었지 ‘문학을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문학을 창작’해서 ‘문학상을 받’거나 ‘이름난 작가 행세’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창작가’와 ‘문학상 수상작가’하고는 사뭇 다른 ‘이야기꾼’인 현덕이요 이원수요 손창섭이요 마해송이요 방정환입니다.


  이재복 님이 공부가 얕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공부만 너무 깊다는 소리입니다. 공부는 조금 내려놓고 어린이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삶놀이를 누려 보시기를 빕니다. 그러면, ‘말에서도 힘이 빠지’고 ‘말마다 새로운 사랑과 꿈’이 슬기롭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4347.12.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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