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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손님 기다리기 | 책삶+글쓰기 2014-03-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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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손님 기다리기

 


  전남 신안군청에서 전화 한 통 온다. 신안군에서 폐교에 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벌이려 한다면서, 나한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한다. 이튿날 바로 우리 사진책도서관으로 찾아오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길그림을 펼친다. 신안군부터 고흥군까지 얼마나 멀까 헤아려 본다. 인터넷을 켜고 신안군청이라든지 신안섬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동안 몰랐는데, 신안섬을 잇는 다리가 꽤 많이 놓였고, 앞으로도 새 다리를 더 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신안은 섬이 아닌 뭍이 되는 셈일까. 이러구러 무엇보다 신안군에서 고흥군까지 찾아온다는 분들 발걸음을 기다린다. 가슴 한켠이 살짝 설레기도 한다. 참말 애써서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이 되겠다고 느낀다. 즐겁게 애쓰고 아름답게 힘쓰는 이웃을 만나면 나도 즐거우면서 반갑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고흥군은 어떤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흥군에서는 얼마 앞서 광주광역시에 국립공원 바닷가 땅을 주민 의견을 깔아뭉갠 채 강제수용을 해서 팔아치웠다. 다른 광역시에도 또 땅을 팔아치우려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꾸 국립공원을 해제할 뿐 아니라, 시멘트 공사를 그치지 않는다. 공장도 골프장도 고속도로도 위해시설도 없어 고흥이라는 곳으로 뿌리를 내려 살아가려는 마음인데, 막상 고흥군에서는 이것저것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 난 정책과 행정만 춤을 춘다. 올해 군수 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은 달라질 낌새를 안 보인다. 마을 어르신들은 군청에서 빚을 들여 마을회관 새로 지어 주면 좋아라 할 뿐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치닫고 시골은 시골대로 내달린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쉬잖고 뛰놀며 무척 지쳤는데 낮잠도 저녁잠도 아직 안 자려고 한다. 참 시골아이답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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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 내림종이 | 숲노래 우리말꽃 2014-03-3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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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 내림종이

 


  곁님과 함께 읍내 가게에 갑니다. 곁님이 읍내 가게 일꾼한테 ‘커피 필터’ 있느냐고 묻습니다. 읍내 가게 일꾼은 ‘여과지’가 이쪽에 있다고 말합니다. 한 사람은 끝까지 ‘필터’라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여과지’라 말합니다. 뒤에서 듣던 나는 ‘내림종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기에 ‘커피를 내려서 먹는 사람’이 어떤 종이를 쓰는지 모릅니다. 다만, 커피를 내려서 마신다고 하면 ‘내림종이’를 쓰겠거니 생각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커피를 내릴 적에 쓰는 종이는 따로 ‘거름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킨다고 해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르니까 거름종이입니다. 그리고, 내리니까 내림종이예요. 두 가지 이름을 함께 쓸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거름종이’라는 낱말이 실려요. ‘내림종이’라는 낱말은 안 실립니다. ‘여과지’는 ‘거름종이’로 고쳐서 쓰라고 나오고, ‘필터’는 ‘여과지’로 고쳐서 쓰라고 나옵니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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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놀기 (사진책도서관 2014.3.28.) | 숲노래 도서관 2014-03-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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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놀기 (사진책도서관 2014.3.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우리 도서관에 갈 적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집으로 무엇이든 가져오려고 한다. 이때마다 늘 말린다. “벼리야, 보라야, 우리 집에는 우리 집에서 노는 놀잇감이 있어. 도서관에 오면 도서관에서 놀 수 있도록 이것들은 여기에 두고 가자.” 아이들은 못내 아쉽다. 한참 망설인다. 가지고 나왔다가 도로 들어간다. 가지고 나와서 조금 걸어가다가 “갖다 놓고 갈래.” 하고 말하며 다시 도서관 문을 열어 달라 한다.


  책은 집에도 있고 도서관에도 있다. 어디에서나 책을 볼 수 있다. 놀잇감은 집에도 있고 도서관에도 있다. 어디에서나 놀 수 있다.


  어디나 책터요 어디나 놀이터이다. 종이책이 있어도 책을 읽고, 종이책이 없어도 하늘과 들과 숲을 바라보면서 읽는다. 놀잇감이 있어도 놀고, 놀잇감이 없어도 맨손으로 뛰어논다. 나뭇가지를 휘휘 휘두르면서 논다. 돌을 쥐고 흙을 만지면서 논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릴 적에 느낀 여러 가지 아쉬움을 우리 도서관에서 하나둘 푸는구나 싶다. 내 어릴 적 ‘우리 사회 도서관’은 ‘입시 공부방’이었다. 요즈음에도 이런 빛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도서관은 책을 누리는 곳인 한편,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우리 도서관 둘레에 흙집이나 나무집을 알맞게 지어, 한결 조용하면서 오붓하게 숲빛을 누리면서 책터와 삶터를 가꿀 수 있기를 꿈꾼다. 앞으로는 이웃들이 도서관에서 하룻밤이나 여러 날 묵으러 찾아와서 느긋하면서 한갓지게 숲내음을 맡으면서 책내음을 즐기도록 한다면 참 아름답겠지 하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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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한 스포츠 기자, 한 편견, 한 목장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3-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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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240) 한 1 : 한 스포츠 기자

 

나는 친러시아적 〈뉴스 클로니클〉 지에 근무하는 한 스포츠 담당 기자가 반러시아적 성향을 갖고 있는 아스날 팀이 영국을 대표하는 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지 오웰/박경서 옮김-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2003) 224쪽

 

 한 스포츠 담당 기자
→ 스포츠 담당 기자
→ 스포츠 담당 기자 한 사람
→ 스포츠 담당 기자 하나
 …


   어느 날부터 번역책에서 아주 자주 보일 뿐 아니라 창작책에서까지 쉽게 만날 수 있는 말투 가운데 ‘한’이라는 얹음씨(관사)가 있습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한’은 무엇을 받을까요? “한 스포츠”가 아니고 “한 담당”이 아닌 “한 기자”일 테지요.


  예부터 한국사람은 “여자가 있다”처럼 말했습니다. “한 여자가 있다”처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중노래에까지 “한 여자가 있어”나 “한 남자가 있어”처럼 이야기해요. 이런 대중노래는 어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파고듭니다. 열대여섯 살 푸름이도 이런 말투에 길들고, 예닐곱 살 어린이도 이런 말투에 젖어듭니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에는 ‘한’을 붙일 때와 붙이지 않을 때에 뜻이나 느낌이 살몃살몃 다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부러 ‘한’을 붙여서 남다르다 싶은 뜻이나 느낌을 실으려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 뜻이 없이 붙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서양말에서는 관사와 정관사가 따로 있기까지 합니다. 영어에서 ‘a’를 붙일 때와 ‘the’를 붙일 때에는 뜻이나 느낌이 다르다 할 만해요. 그러면 한국말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한국말에서는 “그 여자”나 “내 여자”나 “이런 여자”나 “좋은 여자”처럼 꾸미는 말을 붙입니다. “여기에 남자가 있어”나 “네 곁에 남자가 있어”나 “멋진 남자가 있어”처럼 말합니다.


  서양 말씨를 흉내내어 ‘한’을 붙이면 끝이 없습니다. 한국 말씨를 버리면 한국 말씨는 앞으로도 헝클어집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서양 말씨는 한국 말씨 때문에 뒤틀리거나 바뀌지 않습니다. 새로운 낱말을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말투나 말씨를 뒤틀거나 바꾸지 않아요.


  한국말에서는 얹음씨를 쓰지 않아도, ‘아무개 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쓰는 말투가 우리 말법이자 말투요 말삶입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옳게 바라보지 못하면 생각을 옳게 가다듬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생각을 옳게 가다듬지 못하면 넋이 흔들리고 얼이 흔들리며 삶까지 흔들립니다. 4337.6.13.해/4347.3.3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러시아 편을 드는 〈뉴스 클로니클〉 지에서 일하는 스포츠 담당 기자가 러시아를 안 좋아하는 아스날 구단이 영국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 줄 알았다

 

‘친(親)러시아적(-的)’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러시아 편을 드는”이나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진”이나 “러시아를 좋게 보는”으로 다듬으면 될까요. ‘근무(勤務)하는’은 ‘일하는’으로 다듬고, “반(反)러시아적(-的) 성향(性向)을 갖고 있는”은 “러시아를 안 좋아하는”으로 다듬습니다. “아스날 팀(team)”은 그대로 쓸 수 있으나 “아스날 구단”으로 손볼 만하고, “주장(主張)했다는 사실(事實)을 알았다” 또한 그대로 둘 만하지만 “말한 줄 알았다”나 “얘기한 일을 알았다”로 손볼 수 있어요.

 

..

 


 우리 말도 익혀야지
 (253) 한 2 : 한편견

 

며칠 전 신문에서 본 《태백산맥》의 광고 덕에 나는 묵은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해서 나는 리얼리즘에 대한 한 ‘편견’을 마련함으로써 내 속을 다스릴 수 있었다
《김규항-비급 좌파》(야간비행,2001) 21쪽

 

 한 편견을 마련함으로써
→ 편견을 마련하면서
→ 어떤 편견을 마련하면서
→ 한 가지 편견을 마련하면서
 …


  이 글월에서는 ‘한’을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편견을 마련하면서”라 적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이 글월에는 ‘한’이 나타납니다. 글월을 곰곰이 살피면 여러모로 번역 말투가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번역 말투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서 글을 쓰기에 “한 편견”처럼 글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편견’이라는 낱말에 따옴표를 치는 만큼 무언가 힘을 주어 말하고 싶다면, ‘어떤’이나 ‘한 가지’를 앞에 넣을 수 있습니다. 4337.6.22.불/4347.3.3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며칠 앞서 신문에서 본 《태백산맥》 광고 때문에 나는 묵은 궁금함을 풀 수 있었다. 좀더 낱낱이 말해서 나는 리얼리즘과 얽혀 한 가지 ‘편견’을 마련하면서 내 속을 다스릴 수 있었다

 

“며칠 전(前)”은 “며칠 앞서”로 다듬고, “《태백산맥》의 광고 덕(德)에”는 “《태백산맥》 광고 때문에”로 다듬으며, ‘의문(疑問)’은 ‘궁금함’으로 다듬습니다. ‘정확(正確)히’는 ‘제대로’나 ‘바르게’나 ‘뚜렷이’나 ‘낱낱이’나 ‘꼼꼼히’로 손볼 낱말이고, “리얼리즘에 대(對)한”은 “리얼리즘과 얽힌”이나 “리얼리즘과 얽혀”나 “리얼리즘을 바라보는”이나 “리얼리즘을 다루는”으로 손봅니다. ‘마련함으로써’는 ‘마련하면서’로 바로잡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66) 한 3 : 한 외딴 목장

 

아칸소 분수령의 북쪽 기슭 높은 곳에 위치한 한 외딴 목장에서 태어났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권영주 옮김-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1쪽

 

 한 외딴 목장에서
→ 어느 외딴 목장에서
→ 외딴 목장에서
 …

 

  ‘한’을 “외딴 목장” 앞에 붙이고 싶다면, “북쪽 기슭” 앞에도 붙여서 “한 북쪽 기슭”이라고 적어야 올바를 테지요. 그렇지만, 한국말은 아무 데에도 ‘한’을 붙이지 않습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은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펴서 알맞고 올바르게 다루시면 고맙겠습니다. 4337.10.27.물/4347.3.3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칸소 분수령 북쪽 기슭 높은 곳에 있는 외딴 목장에서 태어났다

“아칸소 분수령의 북쪽 기슭”은 “아칸소 분수령 북쪽 기슭”으로 다듬습니다. 굳이 ‘-의’를 안 넣어도 됩니다. ‘위치(位置)한’은 ‘있는’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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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한 목소리, 한 남자, 한 노파, 한 동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3-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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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20) 한 4 : 한 목소리 / 한 이라크 남자

 

알파나 호텔을 향해 다시 천천히 그 뜨거운 뙤약볕 속을 걸어 나오는 길에 한 낯선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웁니다. 돌아보니 한 이라크 남자가 서 있을 뿐입니다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86∼87쪽

 

 한 낯선 목소리가
→ 낯선 목소리가
→ 낯선 목소리 하나가

 한 이라크 남자가
→ 이라크 사내 하나가
→ 이라크 사내 한 사람이
 …

 

  서양 말투에서는 ‘한’ 구실을 하는 얹음씨를 넣지 않으면 얄궂다고 느낄 테지만, 한국 말투에서는 ‘한’ 같은 얹음씨를 넣으면 얄궂습니다. 미국말에서는 “There is a book.”으로 쓰겠지만, 한국말에서는 “여기에 책이 있네.”로 씁니다. “여기에 한 책이 있네.”처럼 쓰면 어떨까요? “여기에 사진이 한 장 있네.”나 “여기에 사진이 있네.”로 쓰는 우리들이지, “여기에 한 사진이 있네.”처럼 쓰지 않습니다. “여기에 전화기가 있구나.” 하는 우리들이지, “여기에 한 전화기가 있구나.” 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낯선 목소리가 불러 세우”는 소리를 듣고, “이라크 사내 하나가 선” 모습을 바라봅니다. 4340.4.3.불/4347.3.3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알파나 호텔로 다시 천천히 그 뜨거운 뙤약볕을 걸어 나오는 길에 낯선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웁니다. 돌아보니 이라크 사내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알파나 호텔을 향(向)해”는 “알파나 호텔로”로 다듬습니다. “뙤약볕 속을 걸어 나오는”은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 나오는”이나 “뙤약볕을 걸어 나오는”으로 손보고, “서 있을 뿐입니다”는 “있을 뿐입니다”나 “섰을 뿐입니다”로 손봅니다. ‘이라크 남자(男子)’는 그대로 둘 만한데, ‘이라크 사내’로 손질할 수 있어요.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79) 한 5 : 마을의 한 노파

 

마을의 한 노파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호시노 미치오-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5) 158쪽

 

 마을의 한 노파가
→ 이 마을 어르신 한 분이
→ 마을 할머니 한 분이
→ 마을에서 할머니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말씨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우리 마을에서 할머니 한 사람이 죽었어요.” 하고 말합니다. “우리 동네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숨을 거두셨어요.” 하고 말하지요. “이 마을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말하거나.


  괜히 붙이는 ‘한’이라는 말, 얄궂게 쓰고 마는 ‘老婆’, 여기에다가 토씨 ‘-의’까지. 우리 말씨에, 우리 말투에, 우리 낱말에,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4340.11.19.달/4347.3.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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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난 지 한 해가 되었다

 

늙은 여자를 가리킨다는 한자말 ‘노파(老婆)’입니다. 늙은 여자라면, 한국말 ‘할머니’가 있어요. ‘1년(一年)’은 ‘한 해’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68) 한 6 : 뉴욕의 한 동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 단기체류객 또는 방랑자로 생활하고 있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 39쪽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 주민
→ 뉴욕에 사는 사람
→ 뉴욕 주민
→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
 …


  보기글을 살피면,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으로 적으면서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으로 적습니다. ‘한 시골’이라든지 ‘시골의 한 동네(마을)’라 적지 않았어요. 그러면, 앞자리에서도 “뉴욕의 한 동네”가 아닌 “뉴욕에 사는”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이나 “뉴욕 주민”으로 적어야 올발라요. 말이 좀 길더라도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나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 주민”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37.3.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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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나는, 이제 뉴욕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 손님 또는 나그네로 지낸다

‘지금(只今)’은 ‘이제’를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때”나 “이 글을 쓰는 때에”나 “이 글을 쓰는 동안”으로 글 첫머리를 손볼 수 있습니다. ‘주민(住民)’은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니, “동네에 사는 주민”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뉴욕 주민”이나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 바로잡습니다. ‘단기체류객(短期滯留客)’은 “짧게 머무는 손님”을 뜻합니다. 말뜻 그대로 적어도 되지만, 이 글월에서는 ‘손님’이라고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방랑자(放浪者)’는 ‘나그네’나 ‘떠돌이’로 손질하고, “생활(生活)하고 있다”는 “지낸다”나 “산다”나 “있다”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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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글쓰는 아줌마 | 책삶+글쓰기 2014-03-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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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글쓰는 아줌마

 


  밥냄비 안치고 글을 몇 줄 적는다. 설거지 조금 하고서 글을 몇 줄 적는다. 밥물을 살핀 뒤 아이들한테 주전부리 몇 점 주고는 글을 몇 줄 적는다. 밥물을 살피고는 국냄비에 불을 넣고 글을 몇 줄 적는다. 어젯밤 나온 밥찌꺼기를 들고 뒤꼍으로 가서 알맞게 뿌린다. 부엌으로 돌아가는 길에 쑥을 한 줌 넉넉히 뜯는다. 쑥을 뜯는 김에 복숭아꽃을 몇 장 찍고, 매화꽃잎 떨어진 쑥잎을 쓰다듬다가 사진 두 장 찍는다. 밥찌꺼기 담던 그릇을 바깥에서 헹군다. 부엌으로 돌아와 쑥을 헹군다. 다시 글 몇 줄 적는다. 이제 국을 마저 끓이며 간을 볼 테고, 불을 끄기 앞서 글을 몇 줄 쓴 뒤 아이들을 불러 밥 먹으라 부를 테지. 조각조각 쓰는 글은 아이들이 밥을 다 먹은 뒤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마무리를 짓는다. 봄날은 바쁘다. 밥을 하랴 풀을 뜯으랴 글을 쓰랴 아이들 쳐다보랴 엉덩이가 어디에 걸터앉을 겨를이 없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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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꽃잎 마음 | 책삶+글쓰기 2014-03-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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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꽃잎 마음

 


  두 아이가 마당 한쪽에서 놀다가 꽃잎을 주워 하늘로 휘휘 뿌립니다. 와, 와, 하면서 놉니다. 내가 마당으로 내려서니 묻는다. “아버지, 이 꽃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져.”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꽃이 많이 떨어져. 떨어진 꽃송이는 나무 옆으로 던져 놓자.” 큰아이와 함께 커다란 꽃송이를 동백나무 줄기 둘레로 던져 놓습니다. 낱낱으로 흩어진 꽃잎도 하나씩 주워서 내려놓다가 아주 보드라우면서 다친 데 없는 꽃잎은 석 장 건사합니다. 책 사이에 꽂아 볼까 생각합니다. 이대로 말려도 무척 고울 테지요. 조그마한 상자에 동백꽃잎을 모으면 어떨까요. 올해부터 한 번 동백꽃잎을 모아 볼까 싶습니다. 어디 보자, 쓸 만한 예쁜 작은 상자가 어디에 있더라.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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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빛 | 책삶+글쓰기 2014-03-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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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빛

 


  책 하나를 사이에 놓고 두 아이가 앉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곁에 붙어서 알짱거린다. 큰아이는 동생한테 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글을 읽어 준다. 작은아이는 딴짓을 하며 놀아도 누나 곁에 붙어서 놀고 싶다. 큰아이는 책을 들여다볼 적에는 동생이 옆에 달라붙어서 얼쩡거리면 성가시다. 웬만해서는 동생이 무엇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으나, 자꾸 밀치거나 건드리면 싫다. 앞으로 작은아이도 책놀이에 빠져들면 누나 옆에 나란히 앉거나 엎드려서 조용하고도 얌전히 있을 테지. 아직 몸을 많이 써서 뛰놀고 싶으니, 누나가 책을 못 보게 들쑤시고 싶을 테지. 누나가 입던 옷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동생인 만큼, 책놀이 또한 동생이 곧 고스란히 물려받으리라 느낀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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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9. 2014.3.30.ㄴ 봄볕 책읽기 | 책 읽는 아이 2014-03-3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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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9. 2014.3.30.ㄴ 봄볕 책읽기

 


  큰아이가 평상에 엎드려 책을 읽는다. 좋다. 보기에도 좋고 다 좋다. 봄볕이 큰아이 등판을 어루만진다. 봄볕이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와 초피나무를 어루만진다. 봄볕이 우리 집 마당 쑥밭이며 돌나물밭을 어루만진다. 봄볕은 모두 어루만진다. 그러니 모두 다 좋다. 오늘 하루가 더없이 싱그러이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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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8. 2014.3.30.ㄱ 세발자전거 책읽기 | 책 읽는 아이 2014-03-3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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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8. 2014.3.30.ㄱ 세발자전거 책읽기

 


  아이들 어머니가 세발자전거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작은아이가 마당에서 다른 놀이를 할 적에 세발자전거를 살짝 빌려 탄다. 봄볕이 좋아 마당에서 책을 읽기에도 좋다. 봄볕이 따스해 들이나 숲에 깃들어 풀내음을 맡기에도 즐겁다. 봄에는 무엇을 해도 모두 아름답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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