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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엇을 찍는가 (사진가 임응식) | 사진책 2014-04-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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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진가 임응식

권태균 글
나무숲 | 200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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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지 <포토닷> 2014년 5월에 싣는 글입니다.

어제 <포토닷>이 나왔기에

비로소 이 글을 걸칩니다.


..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78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

―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권태균 글

 임응식 사진

 나무숲 펴냄, 2006.9.28.



  사진은 으레 ‘꾸밈없이 찍어 참모습을 밝힌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사진은 ‘거짓을 찍을 수 없다’고도 합니다. 숨김없이 찍고 남김없이 찍는 사진이라고도 합니다.


  이와 같은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말은 맞지 않습니다. 사진은 ‘찍는 일’이지 ‘참을 찍­는다’거나 ‘거짓을 밝힌다’거나 ‘참을 못 찍는다’거나 ‘거짓을 찍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없던 옛날에는 ‘참을 밝히는 글(붓)’이라고 얘기했어요. 꾸밈없이 써서 참모습을 밝히는 글(붓)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글은 언제나 꾸밈없이 쓰면서 우리 누리에 깃든 참모습뿐 아니라 감춰진 모습까지 밝힌다고 할 만할까요.


  아마 누군가는 거짓을 쓰기도 하겠지요. 아마 누군가는 거짓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겠지요. 꾸민 글이 있고 꾸민 사진이 있습니다. 감추는 글이 있고 감추는 사진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어떤 매체일까 생각해 봅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올바르게 보도를 하는 매체일까요. ㄱ신문을 읽는 사람은 ㄱ신문이 올바르게 보도한다고 여기겠지요. ㄴ신문을 읽는 사람은 ㄴ신문이 올바르게 보도한다고 여기겠지요. 신문을 놓고 ‘좌 편향 우 편향’이라 나누기도 하고 ‘보수신문 진보신문’이라 가르기도 하는데, 이런 잣대는 얼마나 올바르거나 알맞을는지 궁금합니다. 신문은 ‘새로운 소식을 담는 매체’일 뿐이지 싶습니다. ㄱ신문이건 ㄴ신문이건 다 다른 사람이 일하는 곳이니, 다 다른 눈길로 ‘새소식을 기사로 다룰’ 뿐이지 싶습니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어느 한 사람을 바라볼 적에 똑같은 눈길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을 좋아할 적에 찍는 보도사진하고, 어느 한 사람을 안 좋아할 적에 찍는 보도사진은 어떻게 나올까요? 어느 한 사람을 취재하는 기자가 둘 있을 적에, 어느 한 사람을 잘 아는 쪽하고 잘 모르는 쪽은 서로 어떤 사진을 찍을까요?


  느티나무에도 꽃이 핍니다. 느티꽃은 아주 작습니다. 이십 미터나 삼십 미터까지 우람하게 자라는 느티나무인데, 느티꽃은 아기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습니다. 갓난쟁이 코딱지보다도 작다 할 만한 느티꽃입니다. 그런데, 느티나무에 꽃이 피는 줄 알아채는 사람이 아주 드물고, 느티꽃을 두 눈으로 본 사람도 아주 드뭅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를 사진으로 찍는 자리에서, 느티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저마다 찍는 사진은 어떤 빛과 느낌이 될까요? 느티꽃을 잘 아는 사람이 찍는 사진과 느티꽃을 잘 모르는 사람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를까요? 느티꽃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느티나무 찍은 사진’을 바라볼 적에 이 사진과 얽힌 이야기를 얼마나 길어올릴 수 있을까요?




.. 훗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어서도 임응식은 그날 사진관에서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사진사 할아버지의 눈빛이었습니다. 사진기 앞에 선 노인의 눈빛은 아주 엄숙하고 경건했지요 … 임응식은 행크 워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가는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충격과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  (8, 23쪽)



  권태균 님이 쓴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나무숲,2006)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무숲’이라는 출판사는 어린이책을 펴내고, 이곳에서는 ‘삶을 그림으로 빚은 사람’ 이야기를 엮습니다. 나무숲 출판사에서 펴낸 책 가운데 ‘삶을 사진으로 빚은 사람’ 이야기는 오직 하나, 임응식 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에서 ‘사진길 걸어온 사람’ 이야기는 매우 드뭅니다. 어린이책을 두루 살피면, 임응식 님과 최민식 님 꼭 두 사람 이야기만 있습니다. 그만큼 두 어른이 한국 사진밭에서 큰 빛이 되었다 할 만하고, 그만큼 ‘위인전에서 사진가를 안 다루거나 못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그림을 그린 분들 이야기는 어린이책으로 꽤 많이 나옵니다. 사진을 찍은 분들 이야기는 어린이책으로 거의 태어나지 못합니다. 한국 사진가뿐 아니라 외국 사진가 이야기도 어린이책으로 태어나지 못합니다. 다큐사진을 찍든 보도사진을 찍든 예술사진을 찍든 패션사진을 찍든, 그러니까 어떤 사진을 찍든 ‘사진가 이야기’는 좀처럼 어린이책으로 나오지 못해요.


  사진가는 아이들한테 보여줄 만한 ‘어른’이나 ‘직업인’이 못 되기 때문일까요. 사진가가 걷는 길은 아이들한테 보여주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이끌 만한 길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 임응식은 용감하게 촬영을 다녔습니다. 창작의 자유를 빼앗는 통제에 대항한 거지요. 일본 헌병들은 그런 임응식을 따라다니며 감시했고 유치장에 가두기도 했습니다 … 임응식이 태어나고 자란 부산은 지금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입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눈 덮인 세상을 대하니 뱃멀미 따위는 씻은 듯이 사라졌지요. 퍼붓는 눈을 맞으며 임응식의 눈과 가슴은 시원하게 열렸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든 임응식은 흥분된 가슴을 억누르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  (15, 17쪽)



  어린이가 읽을 만한 사진비평을 쓰는 어른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함께 즐길 만한 사진 이야기를 쓰는 어른이 없습니다. 청소년한테 들려주는 사진빛과 사진삶과 사진길을 책으로 엮는 일도 아직 없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직업인’이기도 하지만, ‘취미로 사진을 노래하는 사람’이기도 하며, ‘직업을 떠나 한길을 파는 이슬떨이’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누가 찍을까요.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요. 사진은 어느 나이에 이른 뒤에 찍을까요. 사진은 어떤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 찍는가요.


  전문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다가 전문과정을 밟을 수 있고 유학도 다녀올 수 있어요. 어떤 스승한테서 배워야 하거나 책을 많이 파야 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닙니다. 스스로 즐기고 노래하면서 찍는 사진이요, 스스로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사진입니다.




.. 아름다운 창덕궁의 단풍 아래 끝없이 늘어선 핏빛 시체를 보며 임응식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쟁으로 벌어진 끔찍한 상처를 눈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려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상처를 향해 또 한 번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임응식에게 기록사진가로의 변신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서 남겨야 한다’는 임무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임응식은 냉정해야 하는 사진가의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 임응식은 사진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의 기록을 통해 진실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24, 31쪽)



  아이들은 글쓰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그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진찍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손에 들어가기 앞서, 여느 손전화였을 적에도 아이들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찍는 사진에 눈길을 보내는 어른이 없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찍는 수많은 사진을 눈여겨보거나 비평하는 어른이 없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아이들한테 사진을 가르치거나 이야기하는 어른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놓고 여러모로 많이 배웁니다. 아이들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배울 자리가 무척 넓고, 학원강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여느 어버이가 아이한테 글쓰기와 한글 익히기와 그림그리기를 이끕니다. 그러면, 여느 집 여느 어버이가 이녁 아이한테 사진찍기와 사진읽기를 이끌까요? 이끌 수 있을까요? 이끌려는 마음이 있을까요?




.. 임응식은 건축사진을 독자적인 예술사진의 하나로 다루었습니다. 건물의 형태를 똑같이 담아내는 틀에서 벗어나, 건물이 가진 세밀한 표정과 이야기를 찾아내 건축사진의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 지금은 누구나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하지만, 임응식이 활동하던 시절 우리나라 문화계는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57, 63쪽)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사진을 곁에 두면서 사랑하고 아낄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릴 적부터 제 둘레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고운 손길로 착하게 사진으로 담는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권태균 님이 쓴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는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라는 대목을 어린이 눈높이로 들려주려고 첫발을 내딛은 책이라 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너희도 우리(어른)와 함께 사진을 즐기면서 사진빛을 노래하지 않겠니?’ 하고 따사롭게 건네는 이야기까지 뻗지는 못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꾼 아름다운 동화책과 그림책과 만화책을 두루 읽으면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돌봅니다. 아이들이 즐길 아름답고 멋있으며 살가운 사진책이 이제부터 하나씩 둘씩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면 아주 좋겠습니다. 사진길 걷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어른들이 ‘어린이가 함께 읽고 즐기며 나누는 사진책’을 알뜰히 일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삶과 사랑과 꿈을 찍습니다. 4347.4.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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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적에는 | 책 언저리 2014-04-3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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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적에는



  책을 고를 적에는 내 눈길이 닿아 마음으로 들어오는 책을 집어든다. 내 손길을 닿은 책 가운데 내 마음속으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주는 책을 펼친다. 내 마음길이 닿은 책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이 책을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사하며 즐기다가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지 생각한다. 먼저 내 눈에 뜨여야 하고, 다음으로 내 손이 닿아야 하며, 이윽고 내 마음으로 들어와서, 마침내 우리 아이한테 곱게 이을 수 있다 싶으면 기쁘게 주머니를 연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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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밝히는 빛 | 책숲마실 2014-04-3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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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밝히는 빛



  숲은 나무와 풀이 있어 빛납니다. 숲은 나무와 풀이 나란히 있기에 빛납니다. 나무만 있는 숲은 없습니다. 풀만 있는 숲도 없습니다. 나무는 풀을 부르고, 풀은 나무를 부릅니다. 모름지기 숲이란 나무와 풀이 사이좋게 어우러지면서 사랑스럽게 빛나는 터전입니다.


  책방은 책과 사람이 있어 빛납니다. 책방은 책과 사람이 함께 있기에 빛납니다. 책만 있는 책방은 없습니다. 사람만 있는 책방도 없습니다. 책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책을 부릅니다. 그러니까 책방이란 책과 사람이 살가이 얼싸안으면서 사랑스럽게 빛나는 쉼터입니다.


  책빛이 알록달록합니다. 이 책은 이 책대로 밝고 저 책은 저 책대로 환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곳에서 즐겁게 살아오며 일군 땀방울과 웃음과 눈물이 책마다 그득 깃듭니다. 어느 책은 노랗게 빛납니다. 어느 책은 빨갛게 빛납니다. 어느 책은 푸르고, 어느 책은 파랗습니다. 어느 책은 까맣고, 어느 책은 잿빛입니다. 까만 빛깔이라 어둡지 않습니다. 하얀 빛깔이라 밝지 않습니다. 책에 담은 이야기가 밝을 때에 밝은 책이요, 책에 실은 이야기가 어두울 때에 어두운 책입니다. 그러나, 해가 지면 어둠이요, 해가 뜨면 아침이듯, 책에 어두운 이야기가 감돈다 하더라도 이 어둠이 밝히고 싶은 빛이 있으리라 느껴요. 책에 서린 밝은 이야기가 어루만지고 싶은 어둠이 있으리라 느낍니다.


  나무가 풀을 아끼고, 책이 사람을 아낍니다. 풀이 나무를 살리고, 사람이 책을 살립니다. 서로 아름답게 길동무가 되고 삶벗이 됩니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가 싱그럽게 웃습니다. 책 한 권과 사람 하나 맑게 노래합니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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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이하) | 한 줄 책읽기 2014-04-3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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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이하) 실천문학사 펴냄, 2012.2.6.



  잠든 아이가 예쁘다. 노는 아이가 예쁘다. 노래하는 아이가 예쁘다. 뛰고 달리는 아이가 예쁘다. 밥을 먹는 아이가 예쁘다. 이 예쁜 빛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이 예쁜 빛은 앞으로 언제까지 환하게 빛날까. 우리 아이한테서만 느끼는 예쁜 빛은 아니라고 느낀다. 모든 아이한테서 느낄 예쁜 빛이리라 느낀다. 아이들마다 가슴속에서 숨쉬는 빛이요,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는 동안 차츰차츰 새롭게 터져나올 빛이리라고 본다. 즐거운 빛이 자라고, 고운 빛이 깨어난다. 어느 빛은 웃음꽃이 된다. 어느 꽃은 눈물나무가 된다. 모두 우리 가슴속에서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새 하루를 기다린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내 속에 숨어 사는 것들

이하 저
실천문학사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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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에 선 다른 삶 (철도순정만화) | 만화책 2014-04-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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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철도순정만화

나카무라 아스미코 글,그림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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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36



같은 길에 선 다른 삶

― 철도순정만화

 나카무라 아스미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12.25.



  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도시에 모여서 같은 버스와 전철을 탑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같은 회사나 학교에 갑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거나 같은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받습니다.


  다 같은 일을 하는 다 다른 사람들은 회사를 마치고 무엇을 할까요. 다 같은 수업을 받는 다 다른 사람들은 수업이나 학교를 마치고 무엇을 할까요. 다 다른 사람들은 왜 다 같은 곳에서 살아가려 하고, 다 같은 일자리를 얻으려 겨루며, 다 같은 자가용이나 버스나 전철을 타려 할까요.



- “고양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녔던 건 알아? 지난주 내가 감기에 걸려 고열에 쓰러지기까지 했던 건 알아? 당신, 우리 집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잖아. 집에 와도 ‘아아’ ‘으으’ 앓는 소리가 고작이고, ‘나 왔어’ 하고 인사 한마디 안 해. … 우리 요즘 눈 마주치며 얘기한 적 있어? 난 대체 뭣 때문에 당신과 결혼한 거지? 난 가정부가 아니야! 당신 엄마도 아니야! 이런 식으로 당신 편할 대로 부려먹기만 하는 거 더는 지겨워서 못하겠어!” “내가 먹여 살리는데…….” (25쪽)



  예부터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보금자리를 가꾸었습니다. 옛날에 살던 사람들은 똑같은 집에서 살지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모든 집을 다 다르게 지었고, 다 다른 사람이 살아가기에 알맞도록 다 달리 가꾸었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땅을 일구었고, 다 다른 땅에서 다 다른 씨앗을 심었습니다. 집안마다 갈무리한 씨앗이 달랐고, 집집마다 씨뿌리기가 달랐어요.


  옛날에는 똑같은 부엌이 없습니다. 옛날에는 다 다른 부엌이었고,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지게를 짊어지고 다 다른 멧골로 들어가서 다 다른 땔감을 그러모았어요. 다 다른 살림집마다 다 다르게 불을 지폈고, 다 다르게 밥을 지어서, 다 다른 밥상에 수저를 얹고 먹었어요.


  공산품이 없던 옛날이니 다 다를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은 어디에나 공산품이니 다 같을밖에 없습니다. 전기밥솥도 같고 냉장고도 같습니다. 텔레비전도 같고 자가용도 같습니다. 옛날에는 고장과 고을뿐 아니라 마을마다 말이 달랐고, 집마다 말이 또 달랐어요. 그러나 이제는 고장과 고을과 마을에서 쓰는 말이 거의 똑같습니다. 집집마다 다른 말씨는 자취를 감춥니다. 영화와 텔레비전과 라디오와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 넋과 얼을 똑같은 틀로 짜맞춥니다.





- “고토 군을 좋아했던 것 같아! 그런데 제풀에 혼자 포기해 버린 거야! 게다가 닛타 군은 좋은 사람이라, 내게 사귀자고 말해 줬을 때 기뻤거든! 하지만 한 달 전쯤 독일 이민이 결정되면서, 그러면서, 나 정말 못된 아이지만, 이제 마지막이고 하니, 내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60쪽)

- “글쎄, 힘든 건 다 힘들지 않나?”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냥 평범한 거 아닌가?” (89쪽)



  나카무라 아스미코 님이 빚은 만화책 《철도순정만화》(시리얼,2011)를 읽습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다릅니다. 그러나 다 같은 자리, 철도에서 만나고 스칩니다. 그런데, 다 다른 사람들이 복닥이는 이야기라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사람이 어제 본 그 사람이요, 예전에 마주치던 그 사람이 오늘 새로운 사랑을 속삭이는 짝꿍이 됩니다.


  같은 길에 선 다른 삶인데, 다른 길에서 만나는 같은 삶이 됩니다. 같은 길에 서며 걷던 다른 사랑인데, 다른 길에서 만나는 같은 사랑이 됩니다.



- “바꿔 탈 순 없나요? 이쪽 열차는 산으로 가지만, 저쪽 열차는 바다로 가거든요.” (102∼103쪽)

- “아마 저 아이에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일 거예요.” (146쪽)



  바다로 가면 바다에서 즐겁습니다. 멧골로 가면 멧골에서 즐겁습니다. 시골에 가면 시골에서 즐거워요. 도시에 가면? 도시에서는 도시대로 즐겁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즐겁게 살아가는 숨결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넋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다 다른 노래를 불러요. 그런데 다 다른 노래를 함께 부르니, 다 다른 목소리와 숨결이 한 동아리가 됩니다. 한마음이 되고 한몸이 되어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 같은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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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들과 작은 헌책방 (헌책방-대구 대륙서점) | 책숲마실 2014-04-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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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들과 작은 헌책방 (4346.11.15.)

― 대구 동인동 〈대륙서점〉  053.423.1836

 대구 중구 동인동1가 82



  나라 곳곳에 책방이 있습니다. 커다란 책방이 있고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커다란 책방은 큰 만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듭니다. 작은 책방은 작은 만큼 사람들이 적게 드나듭니다. 커다란 책방에서는 책을 한결 많이 다루거나 팔 테지요. 작은 책방은 작은 만큼 책을 조금씩 다루며 조금씩 팔 테지요.


  작은 동네가 있고 큰 동네가 있습니다. 작은 동네에는 사람이 적게 살고 큰 동네에는 사람이 많이 삽니다. 작은 동네에서는 자그마한 이야기가 자랍니다. 큰 동네에서는 큰 이야기가 자랄까요. 작은 시골과 큰 도시가 있습니다. 작은 시골에서는 작은 이야기가 감돕니다. 큰 도시에서는 큰 이야기가 떠돌까요.


  작은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 나들이를 간다면, 한 학교 모든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길을 나서도 백 사람이 안 되곤 합니다. 겨우 스무 사람쯤 되는 작은 시골학교도 많습니다. 도시에 있는 큰 학교에서는 고작 한 학년이 움직이는데에도 천 사람이 넘기도 합니다. 오늘날 시골학교와 도시학교를 대면, 도시학교 한 학급 숫자만큼도 안 되는 시골학교가 무척 많습니다.




  크게 짓는 학교도 있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좁다란 땅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책방을 지어도 커다랗게 지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려면 크기도 커야겠지요.


  그런데, 작은 시골에는 아예 책방이 없습니다. 도시에서도 작은 동네에 있던 작은 책방은 자취를 감춥니다. 작은 가게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작은 책방은 아주 빠르게 사라집니다.


  대구 동인동 한쪽에 조용히 깃든 헌책방 〈대륙서점〉을 찾아갑니다. 작은 헌책방에서 작게 앉아서 책을 만지는 책방지기한테 꾸벅 인사합니다. 나는 대구에 이 작은 헌책방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나는 대구에 볼일을 보러 찾아올 적에 이 작은 헌책방을 찾아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작은 책방에 얼마나 많은 책이 숨쉬는가요. 이 작은 책방에 얼마나 예쁜 이야기가 감도는가요.




  대구에서 나오는 신문에서 이 작은 책방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커다란 도시에서 나오는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이 작은 책방에 깃든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서도 대구까지 찾아와서 이 작은 동네에 있는 이 작은 헌책방을 눈여겨볼 일이 없습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을 알아볼는지 모릅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에 작은 책을 건사하고, 작은 사람이 책손이 되어 작은 책방에서 포근히 쉬는 작은 책을 반가이 장만할는지 모릅니다.


  손으로 쓴 글을 그대로 엮은 《鄕雲-시집 이정표》(1990)를 봅니다. 1990년에도 이런 시집이 나올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펼칩니다. 글을 쓴 분은 “아직도 나는 시를 안다고 할 수 없고 이 따위 글 나부랭이가 시라고 할 뱃장도 없다고 고백한다(끄트머리에).” 하고 적습니다. 이런 글을 적으면서 뒷말 이름을 ‘끄트머리에’라고 붙입니다.


  스스로 얼마나 더 작은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낮추고 낮출까요. 스스로 얼마나 더 작게 숨을 쉬려고 이렇게 줄이고 줄일까요.


  시집 《김시태-우리들의 간이역》(문학세계사,1994)을 눈여겨봅니다. 커다란 기차역이 아닌 작은 간이역을 노래하려는 시를 모읍니다. 커다란 이야기가 아닌 작은 이야기를 꿈꾸고픈 시를 엮습니다.




.. 그 해는 /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 반쯤 열린 대문 / 그 옆으론 / 멀구슬나무 한 그루 서 있었고, / 돌담 위에 죽 늘어선 가마귀 떼, / 후어 후어어 …… 어른들은 가끔씩 / 소리 질렀다. 포근한 아침 ..  (지난 시절 그 작은 아이가 되어)



  고흥 읍내에 무척 커다란 멀구슬나무가 두 그루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는 고흥군 도화면 시골에서 지내며 가끔 읍내로 나올 적에 이 멀구슬나무를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어쩜 이렇게 나무가 예쁘고 꽃도 예쁘며 열매도 예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람한 멀구슬나무는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고흥군청에서 주차장을 늘린다면서 우람한 멀구슬나무를 갑자기 베었습니다. 나무가 자라던 자리를 시멘트로 메꿉디다. 시멘트로 메꾸고는 받침대를 쇠붙이로 세우고 위에 아스팔트로 판을 깔아 주차장을 짓습디다.


  고흥읍에 멀구슬나무가 우람하게 서서 노래한 줄 떠올리는 이웃을 못 만납니다. 고흥에서 사는 이웃한테 멀구슬나무를 이야기해 보지만, 읍내에 그런 나무가 있을 줄 알아챈 분을 못 만납니다. 


  잡지 《생활 영상》 396호(2008.10.)를 슬쩍 구경합니다. 한국에 몇 안 되는 사진잡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을 테지만, 그리 볼 만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잡지는 꽤 오래 나왔습니다. 나로서는 이 잡지에서 들여다볼 만한 이야기를 못 찾지만, 다른 분들은 이 잡지가 볼 만하다고 여기니까, 꾸준히 나올 수 있겠지요.


  《안젤리카 호퍼 휘센/편집부 옮김-safari : 동아프리카 취재·촬영일지》(평화통일신문사,1991)라는 책을 봅니다. 간기에도 겉에도 글쓴이 이름이 없습니다. 책을 이모저모 살펴 겨우 글쓴이 이름을 찾습니다. 옮긴이 이름도 없습니다. 그저 ‘편집부 옮김’입니다. 아마 이 책은 외국책을 몰래 펴낸 판이지 싶습니다. 저작권삯을 안 치르고 몰래 낸 책이요, 외국책을 그대로 훔쳐서 낸 판이로구나 싶습니다.




.. 동물을 관찰하여 기록을 하면서, 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나는 매일 나의 일기의 관찰 결과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일 년 동안 수백 종의 동물을 관찰하여 현장에서 노트와 녹음기에 수록하고 나중에 더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  (194쪽)



  도둑질을 하듯이 몰래 낸 이런 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으니 이렇게 외국책을 훔쳐서 펴내야 했을까요. 그런데 한국은 1999년 12월 31일까지 외국책에 저작권삯을 거의 안 주었습니다. 2000년 1월 1일부터 비로소 ‘세계 저작권 조약’을 따르면서, 해적판 책은 더는 거의 안 나옵니다.


  외국책에 저작권삯을 한 푼조차 안 주면서 책을 펴낸 출판사는, 책을 팔아서 번 돈으로 어떤 책을 새로 내거나 어떤 일을 했을까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외국책을 거저로 펴내면서 어떤 문화와 예술과 삶을 북돋았을까요. 한국에서 책을 읽고 보며 자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스스로 어떤 문화와 예술과 삶을 가꾸는가요.




  ‘외국도서 청신사’ 도장이 찍힌 책을 봅니다. ‘대구 중구 동문동 19-4번지’에 있었다고 하는 책방에서 다룬 《世界文化シリ-ズ 2 Switzerland Austria》(世界文化社,?)라는 사진책입니다. ‘외국도서 청신사’는 아직도 대구 중구 동문동 그곳에 그대로 있을까요. 문을 닫았을까요, 옮겼을까요. 이 책방을 떠올리는 대구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 책방에서 즐겁게 책을 장만한 분은 오늘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요.


  작은 책방 책마실을 마칩니다. 책값을 셈합니다. 가방에 책을 넣습니다. 영차 하고 가방을 멥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탈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책에 사로잡혀 이 책 저 책 만지느라 그만 버스때를 놓치지 않으랴 싶습니다. 책방에 깃든 동안 바깥에서 흐르는 찻소리를 하나도 안 느꼈는데, 책방 문을 나서자마자 큰길에서 흐르는 찻소리에 귀가 아픕니다. 책방 안과 밖에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책방에 깃들면서 누리는 빛과 책방을 나서면서 맞이하는 소리는 이렇구나 하고 다시금 곱씹습니다. 택시를 불러 시외버스역으로 달립니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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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놀이 2 - 둘이 함께 타기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04-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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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놀이 2 - 둘이 함께 타기



  그네걸상을 본 큰아이가 그네걸상으로 달려간다. “이야, 그네 타야지! 아버지 밀어 주셔요!” 요즈음 놀이터에서 그네를 보기 어렵다. 그네가 위험할 일은 없을 텐데, 아이들은 그네를 모르며 자란다. 위험하다면 자동차가 가장 위험하지 않겠는가. 농약이 위험하지 않은가. 아무튼, 두 아이는 그네를 스스로 밀면서, 또 내 힘을 받아 그네를 흔들면서 논다. 저녁빛이 드리운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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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꽃 책읽기 | 책삶+글쓰기 2014-04-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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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꽃 책읽기



  국민학교 다니던 1980년대에 동무들과 놀며 ‘이름 말하기 내기’를 곧잘 했다. 동네나 나무나 영화나 만화 같은 이름을 하나씩 들기도 하고, 나라나 고장 같은 이름을 하나씩 들기도 한다. 가끔 꽃이름 대기를 겨루기도 했는데, 이렇게 꽃이름을 하나하나 서로 들다 보니,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구나 하고 느꼈고, 이름뿐 아니라 생김새를 제대로 떠올리지도 못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참 창피했다.


  그렇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꽃이름을 모른대서 깔보거나 나무라는 동무나 이웃이나 어른을 못 보았다. 대학교를 다섯 학기 다니고 그만둘 적에도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모른대서 혀를 끌끌 차는 교수나 어른이나 이웃을 못 보았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요즈막에도 꽃이나 풀이나 나무에 붙은 오래된 이름을 모른대서 뒷통수를 긁적이거나 쓸쓸해 하는 이웃이나 어른을 못 본다.


  무척 궁금하다. 우리는 꽃도 풀도 나무도 모르는 채 살아갈 수 있을까. 능금을 먹으면서 능금꽃을 몰라도 될까. 배를 먹으면서 배꽃을 몰라도 될까. 딸기를 먹으면서 딸기꽃을 몰라도 될까. 콩을 먹으면서 콩꽃을 몰라도 될까. 밥을 먹으면서 벼꽃을 몰라도 될까. 밀꽃이나 보리꽃을 아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시골로 마실을 오는 손님 가운데에는 토끼풀꽃을 모르는 분이 가끔 있다. 도시로 마실을 가서 만난 분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골목이나 길 한쪽에 피어난 토끼풀꽃을 보고는 “어머나, 이 구석지고 시끄러운 찻길 한복판에 토끼풀꽃이 피었네.” 하고 놀라면 “어디에 있어요?” 하면서 토끼풀꽃이 어떻게 생긴 줄 모르기 일쑤이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에는 짐승을 키운다는 사육장이 있었고, 사육장에는 거위와 칠면조와 닭과 토끼가 있었다. 풀 먹는 짐승한테 주려고 토끼풀을 잔뜩 뜯곤 했다. 어린 나날을 도시에서 보냈어도 토끼풀은 참 자주 마주하고 자주 뜯으면서 풀내음을 맡고 꽃빛을 누렸다. 아주 넓게 무리짓기도 하지만, 조그맣게 무리짓는 토끼풀밭을 볼 때면, 또 토끼풀꽃잔치를 볼 때면, 괜히 웃음이 난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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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갈퀴꽃 책읽기 | 책삶+글쓰기 2014-04-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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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갈퀴꽃 책읽기



  살갈퀴꽃을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 들이나 숲이나 논둑이나 고샅 한쪽에 살갈퀴꽃이 피었어도 꽃이라 여기는 사람이 드물다. 아주 작아 못 알아보기도 하지만, 이런 꽃은 꽃이 아닌 줄 여긴다. 꽃집에서 키워야 꽃으로 여기고, 튤립이나 장미쯤 되어야 꽃으로 여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른봄에 맨 먼저 피는 봄까지꽃이나 코딱지나물꽃이나 별꽃쯤 되어야 살짝 들여다볼까 말까 한다.


  살갈퀴꽃은 콩꽃과 닮는다. 콩하고 비슷하게 뻗는 넝쿨풀이기 때문이다. 살갈퀴꽃은 메마른 땅에서 잘 자란다. 흙을 북돋우고 살찌우는 몫을 맡기 때문이다.


  살갈퀴꽃이 잔뜩 피는 곳은 흙이 그닥 안 좋다고 여기면 된다. 그러나 살갈퀴꽃이 한두 해 우거지고 나면 이듬해부터 흙이 많아 나아져, 이듬해부터는 살갈퀴꽃이 줄어든다. 다른 풀꽃이 흐드러진다. 꽃송이 달린 살갈퀴를 톡 끊어 입에 넣으면, 살갈퀴 풀내음과 꽃내음이 물씬 퍼지는데 사근사근 달근달근 아련한 맛이 스며든다. 흙을 살찌우듯이 몸을 살찌우고, 다른 풀꽃이 씩씩하게 자라도록 흙을 돌보듯이 우리 몸에 푸른 숨결을 불어넣는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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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뼈다귀언덕을 올라라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4-04-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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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뼈다귀언덕을 올라라



  뼈대만 붙여 올라타도록 한 놀이기구 이름을 ‘정글짐’이라 하지 싶다. 그런데 왜 정글짐일까. 어릴 적부터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다. 뼈대만 있고 올라타도록 했으니, ‘뼈대산’쯤 될까. 아이들이 재미나게 가리킬 수 있도록 ‘뼈다귀언덕’이라 해 볼까. 어쨌든, 씩씩한 사름벼리는 뼈다귀언덕을 기운차게 오른다. 하나하나 붙잡고 올라탄다. 꼭대기까지 빠르게 올라간다. 동생은 하나도 못 올라간다. 누나가 뼈다귀언덕을 오르면 동생은 밑에서 하염없이 올려다보기만 한다. 동생이 여기에 못 올라갈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사름벼리는 뼈다귀언덕을 높이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꿈을 늘 품으니 잘 올라간다. 일곱 살인 오늘뿐 아니라 여섯 살에도 다섯 살에도 냉큼 올라갔다. 네 살 적에도 용을 쓰며 한 칸씩 올라가려고 했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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