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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모르는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 | 어린이+푸름이+교육 2014-08-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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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

셸리 피어설 저/홍한별 역
양철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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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모르는데 자유로울 수 있는가

― 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

 셸리 피어설 글

 홍한별 옮김

 양철북 펴냄, 2012.1.2.



  자유를 누리지 못한 사람은 자유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평화를 누리지 못한 사람은 평화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평등이나 민주를 누리지 못한 사람은 평등이나 민주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농구를 보지 못한 사람은 농구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낫질이나 호미질을 보지 못한 사람은 호미질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전거를 보지 못한 사람은 자전거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기차를 보지 못한 사람은 기차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입시지옥을 겪지 않은 사람은 입시지옥을 모릅니다. 따돌림이나 푸대접을 겪지 않은 사람은 따돌림이나 푸대접을 모릅니다. 가난한 삶이나 부자인 삶을 겪지 않은 사람은 두 삶이 어떠한지를 모릅니다.



.. “왜 도망가시는 건데요?” 내가 물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개들이 쫓아올 거예요. 세스 도련님이 도망간 노예를 끝까지 쫓아갈 수 있는 개들이 있다고 했어요. 떠난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요. 물을 건너갔더라도 소용없다고 했어요. 개들이 쫓아오면요? 개한테 갈가리 찢기고 말 거예요.” … “자유로운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 새뮤얼?” 해리슨 할아버지가 계속 말을 이었다. “크고 파란 여름 하늘이 북쪽 땅끝에서 끝까지 이어져 있다. 상상해 봐라. 그리고 흑인들이 모두 그 하늘에서 날아다니지. 꽤 볼 만한 광경이 아니겠느냐?” ..  (35, 37쪽)



  곰곰이 돌아봅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를 하나하나 짚어 보았어요.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는 노느라 바빠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늘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8∼1993년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윽박지르거나 다그치면 모두 끽소리를 못하다가, 교사가 없으면 아주 미친 듯이 어지럽거나 시끄럽거나 싸움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교사가 없이 ‘자율학습’을 시킬 적에 말 그대로 ‘스스로 조용히 배우는’ 동무를 보기 몹시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머리를 빡빡 밀듯이 깎으라 시키면 으레 모두 이런 말을 따릅니다. 학교에서 무슨무슨 성금을 내라고 시키면 으레 모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가져옵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숙제를 내면 용을 써서 숙제를 합니다. 뭐, 숙제를 안 하면 ‘숙제를 끝까지 다 할 때’까지 ‘까무라치지 않을 만큼’ 두들겨패니, 다른 동무 숙제라도 베껴서 할밖에 없습니다만.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본 모습은, 그저 길들거나 뒤따르는 모습들입니다. 남이 시키면 하되, 스스로 무엇을 해야 즐거울는지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들입니다.



.. “알짜배기 7백 달러짜리지.” 내가 지나가자 주인님이 이렇게 말했다. “튼튼하게 잘 자란 흑인 사내놈.” 하루 종일 나는 릴리 할머니가 크리스마스에 받은 달러가 내 온몸에 발라진 것 같은 뿌듯한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릴리 할머니한테 해클러 주인님이 한 말씀을 들려주자 릴리 할머니는 내 뺨을 세게 때렸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새뮤얼. 그런 일을 가지고 자랑스러워 하다니. 맙소사, 너와 네 가엾은 네 엄마 영혼을 용서해 주시길.” … “너 정도 나이였을 때 말이다. 주인이 어느 날 밤 코가 비뚤어지게 취해 집에 와서는 벽에서 널빤지 하나를 떼어 내더니 내 몸에 피가 강처럼 흐를 때까지 때렸다.” ..  (63, 117쪽)



  자유를 모르니 자유를 누릴 수 없습니다. 자유를 모르는 사람은 자유를 억누르는 법이나 제도가 있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자유를 짓밟거나 까부수는 독재정권이 태어나도 자유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김영삼 같은 독재자가 나왔어도 이를 제대로 깨닫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게다가, 이런 독재자 뒤를 이은 사람도 독재자보다 그리 나을 대목이 없었지만, 자유를 자유롭게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누리거나 겪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느끼고 못 생각하고 못 보았습니다.


  국가보안법이나 국가정보원은 이 나라 독재자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일본 군대’를 흉내내어 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잇달아 나타난 수많은 독재자를 물리치고 ‘민주 정권’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국가보안법이나 국가정보원을 없애지 않았어요. 권력을 손에 쥐니 똑같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이들 스스로 자유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누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찾으려고 싸우기’는 했지만, 정작 ‘자유로운 삶을 누린 적’은 없었던 탓에, ‘자유를 억누르는 이들을 물리쳤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자유로운 나라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느끼지 못했습니다.



.. “백인이 죽으면 행복하다는 말씀이에요?” 해리슨 할아버지가 내 팔을 찰싹 쳤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곧장 지옥에 떨어지기를 바라느냐? 맙소사,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할아버지는 웃옷에서 빵가루를 털었다. “내 말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슬퍼할 일이 많은데, 전에 만나 본 적도 없는 백인 부인과 죽은 남편 일까지 슬퍼할 겨를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죽는다면 그 부인네가 내 검은 몸뚱이를 가엾게 여겨 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너를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할 성싶으냐?” … 해리슨 할아버지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손가락으로 종이를 찔렀다. “흠, 그럼 그 멋진 종이에다가 내 등짝이 어떻게 흉터로 갈라져 있는지 적고 회중들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내 등에 떨어진 채찍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를 거요. 직접 맞아 보지 않았다면. 안 그렇소?” ..  (144, 166쪽)



  셸리 피어설 님이 쓴 《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양철북,2012)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셸리 피어설 님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녁이 어릴 적에 누린 삶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모르겠으나, 이 청소년소설에 나오는 ‘해방 흑인’ 여러 사람들 모습과 말을 엿보면, 글쓴이 셸리 피어설 님은 ‘자유를 맛본’ 일이 있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에서는 자꾸자꾸 묻습니다. 자유라는 말조차 모르고 살던 ‘노예 흑인 어린이’한테 ‘너 말이야, 자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하고 자꾸 물어요.


  자유를 모르기 때문에, ‘노예 주인 백인’이 ‘노예 흑인 어린이’를 보면서 ‘네 몸값이 비싸다’ 하고 비웃으며 하는 말을 마치 자랑스러운 말인 줄 잘못 받아들이는 모습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자유를 모르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자유를 찾아 백인 주인한테서 내빼는 일’을 못 받아들이는 모습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자유를 모르니 ‘백인 주인’한테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품을 수 없습니다. 자유를 생각한 적도 없고 누린 적도 없기 때문에, 지구별에서 누구나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자유로운 숨결이 되어야 하는 줄 알 길이 없습니다.



.. “캐나다에 가서 자유로워지면 가장 먼저 뭘 할 거니?” 벨 아줌마는 해리슨 할아버지 이마에 대줄 수건에서 물을 짜면서 묻곤 했다. “캐나다에 가면 어떨지 생각해 봤니? 평생 자유로 산다는 게 어떨 것 같아?” 나는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드넓은 텅 빈 들판뿐이었다 ..  (237쪽)



  한국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대통령이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나 …… 지식인이나 여느 교사나 작은 시골 읍내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이나, 자유를 얼마나 알까요? 민주를 얼마나 알까요? 이 나라 경상도 사람들은 자유나 민주나 평화를 얼마나 알까요? 이 나라 전라도 사람들은 자유나 민주나 평화를 얼마나 알까요?


  선거철마다 독재자한테 표를 주는 사람은 무엇을 아는 사람일까요? 선거철이 아닌 여느 때에 끔찍한 폭력과 전쟁이 감도는 사회를 지켜보면서도 마음이 안 움직이는 사람은 무엇을 아는 사람일까요?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학교에서 자유나 민주나 평화를 안 가르칩니다. 이 나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그대로 다니며 대학입시에 젖어드는 동안 자유나 민주나 평화를 제대로 알거나 느낄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여느 어버이도 똑같습니다. 모두들 쳇바퀴를 돕니다. 몸에 쇠사슬을 차지는 않았으나, 자유를 몰라 얽매인 노예와 똑같습니다. 한국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있는 사람 가운데 자유를 알거나 민주나 평화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자유를 찾으려고 제도권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민주나 평화를 찾으려고 제도권을 깨부수거나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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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내 친구 비차 (니콜라이 노소프) | 한 줄 책읽기 2014-08-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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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비차 (니콜라이 노소프) 사계절 펴냄, 1993.4.20.



  서로를 아끼는 동무는 서로 즐겁게 놀고 싶다. 서로를 아끼는 동무는 서로 아름답게 자라고 싶다. 서로를 아끼는 동무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삶을 누리고 싶다. 허물을 가려 준대서 서로 아끼는 동무가 되지 않는다. 동무 스스로 허물을 씻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울 때에 비로소 서로를 아끼는 동무라고 할 만하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모두 같다. 나이가 어리대서 서로를 아끼는 동무가 못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도 서로를 아끼는 동무가 못 되곤 한다. 이야기책 《내 친구 비차》에 나오는 ‘비차’라는 아이는 열 살을 지나 열한 살이 된다. 열한 살이 되는 비차는 마음으로 사귀면서 사랑으로 아끼는 동무란 누구인가를 곰곰이 돌아보면서 한 해를 보낸다.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날 뿐 아니라, 동무도 아름답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생각하고 찾으면서 환하게 빛난다. 참으로 고운 이야기 하나를 우크라이나 아저씨가 썼다.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내 친구 비차

니콜라이 노소프 저/엄순천 역
사계절 | 200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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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슬기롭다·똑똑하다 | 새로 쓰는 우리말 2014-08-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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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슬기롭다'를 뒤로 밀고 한자말 '지혜롭다'만
자꾸 퍼지지 싶습니다. 그만큼 다들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똑똑하다'는 어떤 모습을 가리킬까요?

..

슬기롭다·똑똑하다
→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피는 마음가짐”을 ‘슬기’라고 해요. ‘똑똑하다’는 또렷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매무새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삶을 바르게 살필 줄 안다면 언제나 알맞거나 훌륭하게 일을 잘 하거나 말을 잘 합니다. 또렷하게 바라볼 줄 안다면, 제대로 살피는 모습이니, 일이나 말도 제대로 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리를 제대로 듣고 느낌도 제대로 알아차린다고 할 테지요.

슬기롭다
: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필 줄 알다
 - 나는 알쏭달쏭해서 모르겠는데, 누나는 슬기롭게 실마리를 잘 찾아낸다
 - 마을에서 다툼이 생기면 할아버지는 늘 슬기롭게 맺고 푸신다
 - 할머니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슬기롭게 일을 해내십니다

똑똑하다
1. 보이는 모습·됨됨이나 들리는 소리가 흐리지 않다
 - 날이 맑으니 저 먼 봉우리까지 똑똑하게 볼 수 있다
 - 네가 받고 싶은 선물을 똑똑히 알려주라
 - 메아리가 똑똑하게 잘 들린다
2.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거나 알아듣거나 헤아리면서 일하거나 말할 줄 알다
 - 너희는 모두 똑똑한 아이들이야
 - 너는 그 말을 참 똑똑하게 잘 알아들었구나
 - 한 마디만 해도 척척 알아들으니 동생은 무척 똑똑하다
3. 생각이나 셈이 바르거나 알맞다
 - 너는 셈이 똑똑하니까 책값이 모두 얼마인지 알겠지
 - 아무리 어지러운 곳에 있어도 똑똑하게 살펴야지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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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지니다 1, 2 (지니고 있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8-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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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8) 지니다 1 :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곤란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기남부노동조합 임금인상투쟁 대책위원회-노동자는 왜 싸워야 하는가》(사계절,1988) 10쪽


 곤란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어렵다

→ 힘들다

→ 까다롭다

→ 쉽지 않다

 …



  이 보기글에서는 ‘지니다’를 넣었는데, ‘가지다’로 바꾸어 “곤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꼴로 적어도 똑같습니다. 이 낱말을 넣으나 저 낱말을 넣으나 한국말이 아닙니다. 영어 번역 말투입니다.


  ‘가지다’는 ‘가지다’대로, ‘지니다’는 또 ‘지니다’대로 알맞게 써야 할 자리에 써야 합니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나 “이 책은 네가 지녀야지”처럼 쓸 ‘지니다’입니다. 보기글처럼 “특징을 지니다”처럼 적을 때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특징이란 ‘있고 없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는 “곤란한 특징이 있다”로 손질해도 얄궂습니다. ‘特徵’이라는 한자말은 “남달리 눈에 뜨이는 대목”을 가리켜요. 따로 이 낱말만 쓸 때에는 “그런 특징이 있다”처럼 써도 되기는 한데, 보기글에서는 “곤란하다”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그러고 나서, ‘곤란’이라는 한자말 뜻풀이를 살펴서 “어렵다”나 “힘들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4339.5.26.쇠/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들다


“무조건적(無條件的)으로 적용(適用)하기는”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이나 “무턱대로 맞추기에는”으로 다듬고, ‘곤란(困難)한’은 ‘어려운’이나 ‘까다로운’이나 ‘힘든’으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42) 지니다 2 : 위용을 지니다


4층밖에 되지 않았지만 웅장한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103쪽


 웅장한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 무척 커다랗게 보였다

→ 엄청나게 커 보였다

→ 대단히 크고 훌륭해 보였다

→ 아주 크면서 거룩해 보였다

 …



  한국말사전에서 ‘지니다’라는 낱말을 살피면, “(3) 바탕으로 갖추고 있다 (4) 본래의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다” 같은 말풀이가 나옵니다. 셋째 뜻 보기글로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실리고, 넷째 뜻 보기글로 “그는 어릴 때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가 실려요. 그러나 이런 뜻풀이나 보기글은 알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마음이 착한 사람”처럼 말했지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처럼 말하지 않았어요.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런 말투가 자꾸 들어오는데, 이런 말투를 ‘여러 가지 말투(표현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리송해요. 영어에서는 영어 말투를 쓰고, 한국말에서는 한국 말투를 쓸 뿐입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이 한국 말투를 받아들여서 영어를 쓰지 않아요. 한국말을 쓰는 우리들도 한국 말투를 쓸 때에 가장 아름다우면서 또렷하고 알맞습니다.


 그는 어릴 때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 그는 어릴 때 모습 그대로이다

→ 그는 어릴 때 모습이 그대로 있다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있’습니다. 또는 어떤 모습‘입’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4층밖에 되지 않았지만 참으로 크고 훌륭해 보였다


한자말 ‘웅장(雄壯)’은 “규모 따위가 거대하고 성대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거대(巨大)’는 “엄청나게 큼”을 뜻한다 하고, ‘성대(盛大)’는 “행사의 규모 따위가 풍성하고 크다”를 뜻한다 해요. 곧, ‘거대’나 ‘성대’ 모두 ‘크다’를 가리키는 셈이요, 한국말로 하자면 “어마어마하게 크다”나 “엄청나게 크다”나 “아주 크다”라 적으면 돼요. “크디크다”라든지 “크나크다”라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웅장한 건물”이라 하지 않고 “커다란 건물”이라 하면 됩니다. “웅장한 바다”라 하지 않고 “드넓은 바다”라 하면 돼요. 한자말 ‘위용’은 두 가지입니다. ‘威容’은 “위엄찬 모양이나 모습”을 가리킨다 합니다. ‘偉容’은 “훌륭하고 뛰어난 용모나 모양”을 가리킨다 해요. 보기글에서는 어느 쪽을 가리킬까 궁금한데, 앞엣것이라 한다면 ‘위엄(威嚴)’이 “존경할 만한 위세가 있어 점잖고 엄숙함”을 가리키니 “거룩한 모습”이나 “대단한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고, 뒤엣것이라면 말뜻대로 “훌륭한 모습”이나 “뛰어난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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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7 : 저녁 석양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8-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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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7 : 저녁 석양



수업만 마치면 저녁 석양이 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연습했다

《김수박-빨간 풍선》(수다,2012) 73쪽


 저녁 석양이 질 때까지

→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 저녁이 될 때까지

→ 저녁빛이 저물 때까지

→ 저녁해가 질 때까지

 …



  한자말 ‘석양(夕陽)’은 “저녁때의 햇빛. 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녁 석양”이라고 적으면 겹말입니다. “저녁 저녁빛”이나 “저녁 저녁해”가 될 테니까요.


  사람들이 ‘저녁빛’이나 ‘저녁해’라는 낱말을 널리 쓴다면 이 같은 겹말이 나타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에는 한국말 ‘저녁빛’이나 ‘저녁해’가 안 실립니다. 한자말 ‘석양’만 나오지요. 그래도 ‘저녁노을’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있어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녁뿐 아니라 아침을 헤아릴 적에도 ‘아침빛·아침해’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낮빛·낮해’ 같은 낱말을 쓸 수도 있어야 합니다. 햇빛은 아침과 낮과 저녁에 따라 다르니, 이렇게 다르게 적어야 때와 결에 맞게 한국말을 알맞게 살찌울 수 있고, 우리 느낌도 제대로 살릴 만합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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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술을 마시지 마 (빨간 풍선) | 만화책 2014-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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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빨간 풍선

김수박 글,그림
수다 | 201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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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73



외로우면 술을 마시지 마

― 빨간 풍선

 김수박 글·그림

 수다 펴냄, 2012.3.12.



  손수 흙을 일구어 씨앗을 심어서 거두는 이들은 밥을 아무렇게나 먹지 않습니다. 해마다 볍씨를 알뜰히 갈무리해서 이듬해에 즐겁게 심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이들은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언제나 마음 가득 비손하면서 수저를 듭니다. 땅이 하늘이고 하늘이 하늘이며 내 손길이 하늘입니다.


  손수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열매를 얻는 이들은 철마다 나는 열매를 고맙게 얻습니다. 겨울에 딸기를 바라지 않고, 봄에 배나 능금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철에 제철 열매를 먹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삶을 가꾸고 지으면서 사랑스레 일굽니다.


  손수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언제나 아이를 사랑으로 돌봅니다. 아이를 학교에 섣불리 보낼 일이 없어요. 아이한테는 교과서 지식이 아닌 삶을 가르쳐야 하니, 굳이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아요. 아이가 교과서 지식을 얻어야 하더라도, 맨 먼저 삶을 알고 사랑을 깨달으며 꿈을 꾸어야 하니, 아이를 손수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하고 나눌 숨결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물려줍니다.



- ‘변기만 뚫리면 행복할 것 같다. 이상하지. 평소엔 당연한 줄로만 알다가.’ (15쪽)




  먼먼 옛날부터 어느 겨레에서나 어느 마을에서나 밥 한 그릇은 온누리였습니다. 온삶을 담은 밥이고, 온넋을 실은 밥이며, 온꿈을 넣은 밥입니다. 왜냐하면, 밥 한 그릇을 가게에서 사다가 먹던 겨레는 없어요. 밥 한 그릇을 남이 지어서 차려서 대주는 일이란 없어요. 늘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었으니, 밥 한 그릇은 언제나 온누리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밥뿐 아니라 술도 온누리였습니다. 술을 아무 데에서나 마구 팔지 않았어요. 팔 일조차 없어요. 먹을 만큼 밥을 지어서 먹듯이, 마실 만큼 술을 빚어서 마셨습니다. 밥이 되는 곡식을 알뜰히 여겨 고맙게 먹고 즐겁게 하루를 누리듯이, 술이 되는 곡식을 살뜰히 돌보아 반갑게 먹고 기쁘게 하루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밥이나 술이 온누리가 아닙니다. 하늘도 아닙니다. 밥 한 그릇에서 사랑을 느끼거나 술 한 잔에서 꿈을 헤아리는 사람이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어디에서나 값싸게 사고파는 밥이나 술이 되었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알맞게 즐기는 밥이나 술이 아닌,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퍼넣다가 게우는 밥이나 술이 됩니다.



- “지난날이 행복이었고, 현재를 고통이라고 판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성 시스템의 오류에서 비롯된 거야. 인간은 이미 창조주에 의해 탄생되었고, 이미 너무 오랫동안 자기복제를 했어. 남은 육체의 기간 동안 근본적 오류를 가진 이성을 어떻게 할지는 자네의 몫이네!” (40쪽)

- “살아가는 일 그대로가 축복이었다! 앞만 보고 가! 어제는 끝났어!” (44∼45쪽)




  김수박 님 만화책 《빨간 풍선》(수다,2012)을 읽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끝없이 나옵니다. 삶에 지치는 사람이 아닌 돈에 지치는 사람이 가없이 나옵니다. 사랑이 아닌 살곶이에 얽매이는 사람이 줄줄이 나옵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어느 때에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침과 낮과 저녁에 세 끼니를 챙겨서 먹으면 삶일까요. 번듯하다는 회사에 이름을 내밀어 쏠쏠하다는 숫자를 통장에 찍어야 삶일까요. 내 아파트가 있거나 내 자가용이 있으면 삶일까요. 시집이나 장가를 예식장에서 치른 뒤 아이를 몇쯤 낳아서 유치원이나 학교나 학원에 보내면 삶일까요.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요. 돈을 벌려고 태어났을까요. 우리는 왜 태어났나요. 학교에 다니고 성적표를 받으며 동무를 밟고 올라서서 대학교에 붙으려고 태어났나요.



- ‘도시는 더 차갑게 느껴졌어.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었지. 둘만 있고 싶었어. 둘만 있을 곳이 없었어. 도시가 야속했어.’ (61쪽)

- ‘5학년 때 나는 성자와 같은 반이 아니었다. 나는 키가 뻘쭘해서 운동회에서 달리기 계주 선수로 뽑혔다. 수업만 마치면 저녁 석양이 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연습했다. 성자는 처마 그늘 밑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내가 지나가면 웃곤 했다. 그러나 우린 구태여 아는 체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반이면 아는 체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73쪽)




  삶이 차갑구나 싶으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똑같이 차갑습니다. 삶이 따스하구나 싶으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늘 따스합니다. 삶은 스스로 짓습니다. 남이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삶은 스스로 가꿉니다. 남이 선물하거나 베풀 수 없습니다.


  내가 손수 수저를 들어 내 입으로 밥을 넣은 뒤, 내 몸에서 밥을 삭혀야 기운을 얻어 목숨을 건사합니다. 남이 먹어 주는 밥이란 없습니다. 남이 마셔 주는 술이란 없습니다. 언제나 무엇이든 스스로 합니다. 즐거움도 스스로 짓고, 슬픔도 스스로 짓습니다. 웃음도 스스로 지으며, 눈물도 스스로 짓습니다.



- ‘난 그 애를 거의 1년 만에 만난 셈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과거는 서로에게 무의미했어요 .우리는 공유할 미래가 없었으므로, 난, 난 외로울 땐 그 애를 불렀습니다. 그 애가 나를 부르는 법은 없었죠. 맞아요.’ (86쪽)



  외로우면 술을 마시지 마셔요. 외로움을 바라보셔요. 즐거우면 술을 마시지 마셔요. 즐거움을 바라보셔요. 외로움이 무엇이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똑똑히 바라보셔요. 빛을 똑똑히 바라본 다음, 이 빛을 또렷하게 알아챌 수 있을 때에 생각을 기울여요. 생각을 기울여서 삶을 하나하나 짚어요. 이제껏 걸어온 길을 짚고, 오늘 선 곳을 짚으며, 내가 나아갈 곳을 짚어요.


  술을 마시려면, 모든 생각을 마친 뒤에 마셔요. 동무를 불러 즐겁게 술잔을 부딪히려면, 먼저 모든 생각을 다 지어요. 나한테 삶이 있어야 내 이웃한테도 삶이 있어요. 나한테 생각이 있어야 내 동무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나한테 사랑이 있어야 내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수 있어요.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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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슬그머니 (조성국) | 한 줄 책읽기 2014-08-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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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조성국) 실천문학사 펴냄, 2007.3.28.



  시집이 태어난다. 슬그머니 시집 한 권 태어난다. 시를 쓴다. 슬그머니 시를 쓴다. 그러나, 알아챌 사람은 일찌감치 알아채고, 아는 사람은 다 알면서 조용히 지켜본다. 내 삶을 이루는 힘은 어디에서 솟을까. 나는 내 삶을 어떤 길로 나아가도록 가꾸는가.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적에 시를 쓰는가. 시를 머릿속으로 지은 생각만으로 쓸 수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부딪히거나 마주하는 삶이 있을 때에 쓸 수 있는가. 그런데, 삶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시를 쓰지는 않는다. 날마다 살고 또 살지만 모든 사람이 시를 읽지는 않는다. 삶이 있더라도 저마다 내 삶이 어떤 이야기인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 삶에 깃든 이야기를 읽고, 이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려는 사랑이 있을 때에, 비로소 시를 한 줄 쓰고, 시나브로 시집 하나 태어날 수 있다.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슬그머니

조성국 저
실천문학사 | 200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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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남부의 목화 농장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8-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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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8) -의 : 남부의 목화 농장


해리슨 할아버지는 남부의 목화 농장은 아주 더운 곳이니 우리가 남쪽으로 가고 있다면 기차 안이 점점 더워져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셸리 피어설/홍한별 옮김-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양철북,2012) 269쪽


 남부의 목화 농장

→ 남부 목화 농장

→ 남부에 있는 목화농장

→ 남부 목화밭

→ 남부에 있는 목화밭

 …



  서울에 있는 골목길은 “서울에 있는 골목길”이나 “서울 골목길”입니다. 부산에 있는 바다는 “부산에 있는 바다”나 “부산 바다”입니다. 오대산에 있는 숲은 “오대산에 있는 숲”이나 “오대산 숲”입니다.


  남녘에 있는 목화밭이라면 어떻게 가리키면 될까요? “남녘 목화밭”이라 하면 됩니다. “남녘에 있는 목화밭”이나 “남녘에 가득한 목화밭”이나 “남녘에 많이 있는 목화밭”이라 할 수도 있어요. 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해리슨 할아버지는 남녘 목화밭은 아주 더운 곳이니 우리가 남쪽으로 간다면 기차가 차츰 더워져 알 수 있다고 했다


“가고 있다면”은 “간다면”으로 손보고, “기차 안이”는 “기차가”나 “기찻간이”로 손봅니다. ‘점점(漸漸)’은 ‘차츰’이나 ‘조금씩’으로 손질하고, “알 수 있을 거라고”는 “알 수 있다고”로 손질합니다. “목화 농장(農場)”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목화밭”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남부(南部)’도 그대로 둘 만하면서 ‘남쪽’이나 ‘남녘’으로 고쳐쓸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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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안 5 - 숲 안으로 들어오면 | 우리말 살려쓰기 2014-08-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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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88) 안 5


숲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를 찾을 게 틀림없었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릴리 할머니를 불러 우리를 구해 달라고 해야 했다

《셸리 피어설/홍한별 옮김-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양철북,2012) 47쪽


 숲 안으로 들어오면

→ 숲으로 들어오면

→ 숲 속으로 들어오면

 …



  둘러싸인 곳에서 가운데를 바라보는 쪽을 두고 ‘안’이라고도 합니다. ‘속’도 이와 거의 비슷하게 쓰는 낱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건물 안(에 있다)”이나 “극장 안에 들어가다”나 “지갑 안에서 돈을 꺼내다”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나 “옷장 안에 넣어라”나 “공원 안에서는 취사를 금합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 보기글은 모두 올바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안’이라는 낱말은 이렇게 안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라든지 “바닷속에는 물고기가 살아요.”처럼 ‘속’을 쓰곤 합니다. 그리고, ‘네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라든지 ‘바다에는 물고기가 살아요.’처럼 ‘속’이 없이 쓰기도 해요. 둘러싸인 곳에서 가운데를 바라보는 쪽을 가리킬 적에 한국말로는 ‘속’을 쓰지만, 이 낱말조차 안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 말투입니다. ‘마음·마음속’이라든지 ‘가슴·가슴속’도 이와 같은 얼거리입니다.


 저 건물 안에 있다 → 저 건물에 있다

 극장 안에 들어가다 → 극장에 들어가다

 지갑 안에서 돈을 꺼내다 →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 식당으로 들어가니

 옷장 안에 넣어라 → 옷장에 넣어라

 공원 안에서는 취사를 금합니다 → 공원에서는 밥을 못 짓습니다



  아마 영어 말투를 잘못 받아들여 이렇게 ‘안’을 아무 데나 넣는구나 싶고, 한국말사전까지 올바르지 않다 싶은 보기글을 실었지 싶습니다.


  “너는 이 집에서 사니?” 하고 말하지 “너는 이 집 안에서 사니?”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방에서 자요.” 하고 말하지 “우리는 이 방 안에서 자요.”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서랍에서 공책을 꺼낸다.”처럼 말하지 “서랍 안에서 공책을 꺼낸다.”처럼 말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한국말사전에 낱말 쓰임새를 제대로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쓰임새를 넣었으니,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라든지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사람도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투를 자꾸 쓸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생각해야 합니다. 잘못된 사전이나 교재에 기대지 말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예부터 한국말을 어떻게 썼는지 생각하고, 우리가 알맞고 바르며 아름답게 쓰던 말투와 낱말을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숲으로 들어오면 우리를 틀림없이 찾겠지. 더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릴리 할머니를 불러 우리를 살려 달라고 해야 했다


“찾을 게 틀리없었다”는 “틀림없이 찾는다”나 “틀림없이 찾을 테지”로 손질합니다. ‘문제(問題)’는 ‘말썽’으로 다듬고, “구(救)해 달라고”는 “살려 달라고”나 “도와 달라고”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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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아파트 옆 공원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 그림책 2014-08-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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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이상희 글/탁혜정 그림
초방책방 | 2003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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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3



서울 한복판 아파트 옆 공원

―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이상희 글

 탁혜정 그림

 초방책방 펴냄, 2003.3.20.



  이상희 님이 글을 쓰고 탁혜정 님이 그림을 그린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초방책방,2003)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어느 늦봄이나 이른여름에 ‘유치원을 걸어서 다니는 아이’가 나오는 보드라운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입니다. 평화는 먼 데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삶에 있으며, 사랑은 꿈속이 아닌 바로 오늘 이곳에 있는 줄 곱게 보여주려는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요. 나는 집에 갈 때 계단으로 갑니다 ..  (2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집과 유치원 사이를 씩씩하게 오가는 듯합니다. 나이가 퍽 어릴 텐데 그야말로 씩씩합니다. 아이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에서 삽니다. 지난날에는 골목집이 다닥다닥 있었겠네 싶은 언덕받이에 아파트가 아주 높다라니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골목집이 사라지면서 저 아파트숲이 생겼을까요. 그리고, 아파트를 빼곡하게 지으면서 조그맣게나마 공원을 만든 듯합니다.


  아이는 집과 유치원을 오가는 길에 개미를 보고 다람쥐를 봅니다. 멋집니다. 아이들은 마음이 남달라 개미도 바라보고 다람쥐를 알아챌 수 있는가 봐요. 서울 한복판이라지만, 조그맣게나마 공원이 있으니 다람쥐가 이곳까지 찾아온 듯하군요.


  생각해 보면, 오늘날은 도시 꼴을 하는 서울이지만, 지난날에는 다람쥐가 살던 시골입니다. 다람쥐뿐 아니라 온갖 새와 짐승이 어우러져 살던 숲입니다. 사람들은 숲짐승이나 들짐승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숲과 들을 싹 밀었어요. 사람들은 오직 사람만 살겠다며 다른 짐승을 모조리 죽이거나 없앴어요. 게다가, 예전에 아름답게 있던 나무를 몽땅 베어 없애고는 따로 나무를 사다가 공원을 만들어요.



.. 어휴, 하마터면 머리핀을 밟을 뻔했어요. 곰돌이도 놀랐나 봐요. 후후, 불어서 먼지를 턴 다음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잘 있으라고 살그머니 한쪽으로 옮겨 줬어요 ..  (10쪽)




  비가 그친 날 혼자서 높다란 계단을 오르는 아이는 무엇을 알까요. 이 아이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 언저리에서만 놀 텐데, 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삶을 가꿀까요.


  높은 곳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이 붑니다. 땅이 높으니 바람이 한결 시원하게 붑니다. 바람에는 나무내음과 풀내음이 묻어납니다. 그림책에는 제비꽃이 피었다고 나오니 사월이나 오월인가 싶다가도, 아카시아꽃이 피었다고도 나와서 유월인가 싶기도 합니다.


  알쏭달쏭합니다. 제비꽃과 아카시아꽃은 나란히 피지 않습니다. 이른봄 아직 찬바람이 부는 철에 피는 제비꽃입니다. 제비꽃은 한 차례 피고 나서 씨를 맺은 뒤, 여름에 다시금 꽃을 피워요. 그러니, ‘첫물 제비꽃’이 아닌 ‘두물 제비꽃’이라면, 아카시아꽃하고 함께 핀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알쏭달쏭합니다.



.. 바람이 붑니다. 나무들이 흔들려요. 초록 연두 빨강 고운 색깔 숲에서 나도 쉬고 계단도 쉴 거예요 ..  (14쪽)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계단에서 머리핀을 줍습니다. ‘머리핀에 묻은 먼지를 후후 불어서 턴다’고 합니다. 이제는 아리송합니다. 비가 그친 날인데, 머리핀에 먼지가 묻을 수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비가 그친 날에 주운 머리핀에는 흙이 묻었을 텐데, 흙을 아이가 입김으로 후후 분대서 털 수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머리핀에 먼지가 묻었어도 아이라면 옷으로 닦겠지요. 머리핀에 묻은 흙일 적에도 옷에 문질러서 닦겠지요.



.. 머리 위에 하얀 꽃이 조롱조롱 피어 있어요. 발돋움하고 꽃 향기를 마셔요. 바람에 떨어진 초록 이파리도 주워요. 아카시아 나무랍니다 ..  (24쪽)



  그림책을 보면, 공원에 있는 나무가 빨강 노랑 푸름, 세 가지 빛깔입니다. 빨간 꽃과 노란 꽃일까요? 아닙니다. 빨간 빛깔은 단풍나무입니다. 그러면 노란 빛깔은?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아카시아꽃이 피는 유월에 노랗게 꽃이 피는 나무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밤꽃이라면 여름에도 노랗게 꽃이 필 테지만, 밤꽃을 그렸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온통 노랗게 물든 나무를 온통 빨갛게 그린 나무 옆에 그렸기에 여러모로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지만, 실마리를 못 풀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옆 작은 공원에는 ‘철을 잊은 꽃나무’를 잔뜩 심었을는지 모를 노릇이라고 느끼면서도 궁금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계단 끄트머리에서 고양이를 만납니다. 들고양이 또는 골목고양이입니다. 사람 손을 잘 안 탈 만한 들고양이나 골목고양이일 텐데, 이 고양이는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어른이 아닌 아이인 터라 이렇게 들고양이하고도 나란히 해바라기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아카시아 초록 이파리’가 떨어졌다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림으로 보아도 ‘초록 이파리’가 아닌 ‘잎이 붙은 나뭇가지’입니다. 글과 그림이 어긋납니다. 무엇보다, ‘아카시아나무 잎이나 가지’는 바람에 섣불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위벌레가 쏠아서 잎이나 가지를 끊어야 비로소 톡 떨어집니다. 바람이 불면 아카시아나무 하얀 꽃송이는 떨어질 만해요. 꽃송이는 가볍고 여리게 붙었으니까요.


  그림책을 조용히 덮습니다. 보드라운 이야기를 차분하게 펼치는 그림책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틀림없이 이 그림책은 보드라운 이야기를 차분하게 펼쳐서, 도시 한복판에서도 나무와 풀내음과 하늘빛과 빗방울과 여러 이웃(숲동무)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렇지만, 이모저모 살피면 앞뒤가 어긋난다든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옵니다.


  그림을 예쁘게 그리고, 글을 이쁘장하게 다듬는 일도 좋습니다. 다만, 예쁜 그림에 앞서 ‘올바로 그리는 그림’이 되기를 바라요. 이쁘장하게 다듬는 글에 앞서 ‘올바로 말하는 글’이 되기를 바라요. 아이들도 압니다. 또는, 아이들이 모른다면 아이들은 ‘잘못된 지식’을 그림책을 거쳐 받아들입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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