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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잎도 차츰 벌어지니 | 책삶+글쓰기 2015-03-3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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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잎도 차츰 벌어지니



  모과잎이 차츰 벌어진다. 모과잎이 새로 돋는 모습을 보면 대단히 앙증맞으면서 몹시 새롭다. 어느 잎이고 안 새로울까냐만, 모과잎 겨울눈은 그야말로 조그마한데, 요 조그마한 겨울눈에서 조물조물 한두 잎이 살짝 고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러 잎이 뭉치처럼 한꺼번에 솟는다.


  어디에서 숨었다고 이렇게 터질까. 어떤 기운을 받아서 이렇게 많은 잎이 차츰 커지면서 터지려고 할까. 모과나무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참말 새로운 모습으로 늘 거듭난다. 보면 볼수록 새롭고, 쓰다듬으면 쓰다듬을수록 새삼스럽다. 지난겨울 끝자락에 가지치기를 하면서 마당 한쪽에 옮겨심은 작은 ‘새끼 모과나무’에도 새잎이 돋는다. 모두 귀엽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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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내음과 하늘빛 | 책삶+글쓰기 2015-03-3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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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내음과 하늘빛



  매화꽃내음을 맡으면서 하늘빛을 누린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아야 하는 높은 가지에 매달린 꽃은 하늘빛을 바탕으로 꽃빛이 눈부시도록 곱다. 지난해에는 꽃이 한창 달려서 눈부실 적에 비바람이 잦아서 이 모습을 거의 못 보았다. 올해에는 꽃이 한창 달려서 눈부실 동안 비바람이 잠들었고, 매화꽃이 질 무렵 비로소 비가 내려 준다. 얼마나 고마우면서 반가운 비님인가.


  봄꽃은 참말 새롭게 열리는 새파란 하늘과 함께 올려다볼 적에 한결 곱구나 싶다. 하야면서 볼그스름한 꽃잎은 파란 하늘빛하고 더없이 잘 어울리는구나 싶다. 한낮 하늘빛하고도 잘 어울리고, 아침나절에 아직 옅게 파란 하늘빛하고도 잘 어울린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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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백나무 우듬지 | 책삶+글쓰기 2015-03-3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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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백나무 우듬지



  다섯 해째 지내는 우리 고흥집에 처음 깃들던 무렵, 마당 끝자락 동백나무는 키가 그리 안 컸다. 왜 이리 키가 작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 동백나무를 볼 적마다 자라렴 자라렴 자라고 자라렴 하고 말을 걸었다. 이제 우리 집 동백나무는 키가 제법 자라서 고개를 위로 한껏 올려야 우듬지를 볼 수 있다. 다른 집에서는 가지치기를 할는지 어떠할는지 모르나, 나는 우리 집 동백나무 우듬지에 새로운 가지가 죽죽 올라와도 그대로 둔다. 마음껏 뻗기를 바란다. 옆으로도 위로도 신나게 뻗어서 동백나무가 울타리 구실을 하기를 기다린다.


  우리 집 나무를 가만히 살피니, 해가 갈수록 꽃과 열매가 늘어난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수 있고, 이 나무들이 홀가분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시면서 빗물을 들이켜고 고운 흙을 누리면, 어떤 나무라도 잘 자란다. 다른 마을이나 이웃집 동백나무하고 대면 느즈막하게 꽃봉오리가 터지는 우리 집 동백나무는 한창 붉은 빛이 흐드러진다. 아침저녁으로, 게다가 한밤에까지 이 붉은 빛을 느끼면서 온 집안이 푸근하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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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에 깃든 사랑 (소믈리에 9) | 만화책 2015-03-3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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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소믈리에 9

죠 아라키 글/카이타니 시노부 그림
학산문화사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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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에 깃든 사랑

― 소믈리에 9

 아라키 조 글

 카이타니 시노부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9.1.25.



  달걀을 삶습니다. 우리 집 유리냄비에는 달걀을 일곱 알 삶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네 사람이 있으니 세 사람한테는 두 알씩 돌아가고 한 사람한테는 한 알이 돌아갑니다. 나는 으레 한 알만 먹고, 다른 세 사람이 두 알씩 먹습니다. 때때로 나는 한 알조차 안 먹고 세 사람이 두 알씩 먹은 뒤, 아이들이 반 토막씩 나누어 먹습니다.


  곧잘 달걀을 삶다 보니, 우리 집 네 사람이 가장 맛나게 먹는 달걀을 언제라도 홀가분하게 삶을 수 있습니다. 노란 속살이 가장 보드라우면서 달콤하게 혀끝으로 달라붙도록 삶는 솜씨를 어느새 내 손에 익힙니다.


  그렇다고, 물을 얼마쯤 붓고 불을 몇 분쯤 넣어서 끓여야 한다고 말하지는 못 합니다. 알맞게 물을 부어서 알맞게 불을 넣어 끓이다가 ‘아, 이제 불을 줄여야겠네’ 하고 느낄 무렵 불을 여리게 줄이고는, ‘그래, 이제 불을 꺼야겠네’ 하고 느낄 무렵 불을 끕니다. 이러고는 뚜껑을 닿고,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를 한동안 그대로 둡니다. 아이들은 다른 반찬으로 신나게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밥그릇을 반쯤 비울 무렵 비로소 달걀냄비 뜨거운 물을 개수대에 놓은 ‘설거지 할 그릇’에 붓습니다. 찬물로 두세 차례 헹군 뒤 톡톡 깨면 잘 벗겨지면서 말랑말랑하고 속살이 샛노란 알맹이를 얻습니다.



- “너는 손님의 외모나 직업에 따라 서비시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나? 적어도 그 사람은 신사적으로 행동했고, 다른 손님께 폐를 끼치지도 않았어. 손님이 가게 밖에서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VIP건 가난뱅이건, 우리에게는 관계 없는 일이야.” (23쪽)

- “그러니까 없죠. 고급 와인이라면 오래 보관하기도 하지만, 이런 값싼 와인은 나온 즉시 마시니까, 해가 넘어가기 전에 대부분 매진돼 버리거든요.” (43쪽)




  가만히 돌아보면, 국을 끓이든 반찬을 하든 나물을 무치든, 무게를 달아서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부침개를 하려고 반죽을 할 적에도 밀가루나 물 부피를 잰 적이 없습니다. 딱히 눈어림으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만큼 해서 먹으면 넉넉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꼭 이대로 합니다.


  예전에 가끔 요리책을 들출 적에, 이런저런 것을 무게와 크기와 숫자를 하나하나 헤아려서 하라고 나오는 길잡이말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따져서 밥을 지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빵이나 케익을 구울 적에는 1그램도 어긋나지 않게 잘 맞추어야 한다는데, 여느 밥이나 반찬이나 국을 마련할 적에는 1그램 아닌 10그램이 어긋나거나 벌어져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밥이나 반찬이나 국에서는 ‘맛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맛이 나온다’고 할 만합니다.



- “평범한 와인이란 없습니다. 아무리 싼 와인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특별한 와인이죠. 손님은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손님처럼 진실한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53쪽)

- “으악! 이 바쁜 와중에 사이토 셰프에게 파스타를 삶아 달라고 했어요?” “저 가족에게 오늘 이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67쪽)





  아라키 조 님이 글을 쓰고, 카이타니 시노부 님이 그림을 그린 《소믈리에》(학산문화사,2009) 아홉째 권을 읽습니다. 《소믈리에》는 아홉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포도술 한 모금에서 어머니 사랑을 느낀 젊은이가 길을 잃고 헤맨 끝에 비로소 어머니 사랑내음을 찾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끝을 맺어요.



- “귀한 단골손님을 잃었다, 그것보다도 그 가족의 마지막 만찬을 내 손으로 망쳐 버렸어요.” “어른에게는 그렇겠지.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아니야. 자기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라 메르’에 있었다. 손님의 슬픔이나 괴로움까지 받아 주는 소믈리에게 이 레스토랑에는 있었다. 분명 그 아이는 오늘의 네 서비스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80쪽)

- “그 녀석은 매일매일 셀러의 와인을 못내 사랑스러운 듯 살피고 있었으니까. 사무적으로 와인을 다루는 사람과 그 녀석은, 와인에 대한 애착의 깊이가 다르지.” (99쪽)




  길을 잃은 젊은이가 길을 찾는 곳은 아버지 품입니다. 젊은이를 낳은 어머니는 포도나무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고, 젊은이를 낳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남긴 포도나무를 건사하면서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젊은이는 이곳저곳 돌고 또 돌고 다시 떠돈 끝에 ‘어머니 포도나무’는 바로 젊은이가 어릴 적부터 지낸 곳에 있는 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준 사랑은 늘 내 가슴에서 싱그러이 살아서 움직이는 줄 늦게까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하나씩 실마리를 풀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도 차근차근 찾습니다.



- “이 지방에서는 자기 자식이 장성하면 코르크 스크류를 물려주는 관습이 있지. 나도 레지느에게 이것과 같은 것을 선물했었고, 자네도 레지느에게서 같은 것을 물려받았으니.” (141쪽)

- “되찾읍시다, 그 포도밭을! 이대로 쭈욱 과거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실 겁니까? 그런 마음으로 살면 어머니는 절대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 되찾는 겁니다. 밭도, 과거도!” (180∼181쪽)




  포도술 한 모금에는 포도나무 기운이 고스란히 깃듭니다. 포도나무에는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이 어우러진 기운이 알뜰히 깃듭니다.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에는 또 어떤 기운이 깃들까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가슴으로 길어올리는 사랑이 온누리에 깃듭니다. 아침마다 해님을 맞이하면서 사랑스레 웃습니다. 언제나 바람을 마시면서 사랑스레 노래합니다. 빗물과 냇물과 샘물을 모두 정갈하게 아끼면서 사랑이 솟습니다. 땀흘려 흙을 일구기에 기름진 들에 사랑이 흐릅니다.


  그러니까, 포도술 한 잔에는 온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숨결이 깃듭니다. 값진 포도술이나 값싼 포도술이 따로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랑이 저마다 새롭게 깃들어서 흐르는 포도술입니다.


  밥 한 그릇에도 저마다 다른 사랑이 고이 깃듭니다. 말 한 마디에도 사랑이 깃들고, 이야기 한 자락에도 사랑이 깃들어요. 이 사랑을 헤아리면서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서로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하는 삶을 아름답게 짓습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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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도 스마트폰 계산기 | 책숲마실 2015-03-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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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도 스마트폰 계산기



  스마트폰으로 숫자를 더하거나 뺄 수 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여느 계산기보다 화면이 한결 넓어서 스마트폰으로 더하기나 빼기를 하면 한결 보기 나을 수 있다. 헌책방지기기 책값을 셈한다. 책손은 책방지기 옆에서 책값을 어찌 셈하는지 지켜본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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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민주화의 문제 그것, 그것을 곧, 그게 바로 | 우리말 살려쓰기 2015-03-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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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15) 그것 13


근로자의 문제는 곧 민주화의 문제 그것입니다

《지학순-정의가 강물처럼》(형성사,1983) 272쪽


 곧 민주화의 문제 그것입니다

→ 곧 민주화라는 문제입니다

→ 곧 민주화 문제입니다

→ 곧 민주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


  이 자리에는 ‘곧’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것’을 넣지 않아도 앞말을 힘주어 나타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힘주어 나타내고 싶다면, 말끝을 “민주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나 “민주화 문제라고 거듭 말합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1.4.1.불/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근로자 문제는 곧 민주화 문제입니다


“근로자의 문제”는 “근로자 문제”나 “근로자한테 닥친 문제”나 “근로자가 떠안은 문제”로 손질하고, “민주화의 문제”는 “민주화 문제”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는 문제”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22) 그것 14


한자를 썼다고 해서 그것을 곧 양반, 귀족으로는 볼 수 없을 겁니다

《김주연-그러나 아직도 행복하지 않다》(문장,1978) 207쪽


 그것을 곧

→ 이녁을 곧

→ 이 사람을 곧

→ 그 사람을 곧

→ 곧

 …



  ‘그것’을 양반이나 귀족으로 볼 수 없다고 하니, ‘그것’은 ‘사람’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그러면, 한국말에서 사람을 ‘그것’으로 가리켜도 될까요?


  이 글월에서는 사람이 아닌 ‘한자로 글을 쓰는 일’을 가리킬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자로 글을 쓰는 일’을 가리킨다고 하면 말짜임이 엉성합니다.


 한자를 썼다고 해서 이 글을 쓴 사람을

 한자로 글을 쓴 사람을

 한자를 쓴 사람을


  이 글월은 ‘그것’을 ‘이 사람’이나 ‘이 글을 쓴 사람’이나 ‘글을 쓴 사람’으로 바로잡은 뒤, 글짜임도 손질해야겠구나 싶습니다. 4341.4.28.달/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자로 글을 썼다고 해서 곧 양반, 귀족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볼 수 없을 겁니다”는 “볼 수 없습니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1) 그것 15


나는 빛과 공기가 최대한 나를 흥분시키는 그런 시간대를 고른다. 그게 바로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제이 마이젤/박윤혜 옮김-빛, 제스처, 그리고 색》(시그마북스,2015) 36쪽


 그게 바로 좋은 시간

→ 그때가 바로 좋은 시간

→ 그무렵이 바로 좋은 때

→ 그즈음이 바로 좋은 때

 …



  ‘그것이’를 줄여서 ‘그게’ 꼴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나 ‘그게’는 모두 알맞게 써야지요. ‘그때’나 ‘그무렵’이나 ‘그즈음’으로 적어야 할 자리에 ‘그게(그것이)’를 적으면 걸맞지 않습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빛과 바람이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그런 때를 고른다. 그때가 바로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공기(空氣)’는 ‘바람’으로 손보고, ‘최대한(最大限)’은 ‘되도록’이나 ‘끝없이’나 ‘가장’으로 손보며, ‘흥분(興奮)시키는’은 ‘설레게 하는’이나 ‘들뜨게 하는’이나 ‘두근거리게 하는’으로 손봅니다. ‘시간대(時間帶)’나 ‘시간(時間)’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때’로 손질해도 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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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엇을 말하려는가 (헌책방 글벗서점) | 책숲마실 2015-03-31 17:3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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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엇을 말하려는가 (4347.3.20.)

― 서울 창천동 〈글벗서점〉 02) 333-1382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03-13



  사진책을 헌책방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사진책을 사서 읽은 분들 가운데 사진책을 헌책방에 내놓는 분도 무척 드뭅니다.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들어갔다가 흘러나오는 책이 아니라면 사진책이 들어오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꽤 빳빳한 사진책이 헌책방 책꽂이에 얌전히 놓이곤 합니다. 이때에는 전국 어디에선가 새책방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새책방은 문을 닫으면서 이래저래 반품을 하고 거래정리를 하는데, 이도저도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문을 닫은 작은 새책방에서 오랫동안 안 팔리고 곱게 먼지만 먹던 책이 자리를 바꾸어 헌책방에 들어온다고 할까요.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자료로 두다가 퍽 묵었다고 해서 내보내는 사진책이 있어요. 그런데 신문사나 출판사에 자료로 있던 사진책은 군데군데 가위질이 되거나 뜯기기 일쑤입니다.


  서울 창천동 큰길가에 있는 헌책방 〈글벗서점〉을 찾아갑니다. 예전부터 사진책과 예술책을 많이 다룬 헌책방인 터라, 〈글벗서점〉을 찾아오면 여러 가지 사진책을 반갑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사진책이 나를 기쁘게 할까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맨 먼저 《육명심-예술가의 초상》(한미사진미술관,2011)이라는 커다랗고 빨간 사진책을 살펴봅니다.




[피천득] 칠십년대에 그는 홍대 앞 소박한 국민주택에 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강아지풀과 잡초들이 마당에 번성하니 집안에 왕성한 자연의 생명력이 차고 넘쳐서 얼마나 좋으냐.”



  사진가는 시인과 소설과와 화가와 작곡가와 가수와 서예가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사진가는 이들이 예술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예술이란 무엇이 될까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면 예술가일까요? 시와 그림과 노래로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펼치면 예술가가 될까요?


  아이들은 누구나 글놀이를 하고 그림놀이를 하며 노래놀이를 합니다. 아이를 바라보며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하나하나 가만히 바라보면서 사진으로 찍는 사람도 없습니다. 여럿이 뭉쳐서 노는 아이들을 뭉뚱그려서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있으나, 저마다 기쁘게 노는 아이들을 그 모습 그대로 아이와 마주하면서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아이 하나를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아이가 빚는 ‘예술다운 글과 그림과 노래’를 사진으로 길어올리는 사진가는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완서] 그녀는 〈꽃 출석부〉라는 수필에서 이곳 자연의 품속에서 사는 즐거움을 이렇고 고백하였다. “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 백 식구가 넘는 야생 화초는 대식구이다. 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걸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 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어른은 어른만 사진으로 찍습니다. 예술가인 어른은 다른 예술가인 어른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아이는 아이를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진기로 놀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냥 놉니다. 아이는 모든 것을 갖고 다 놉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돈이나 이름값이나 힘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웃고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는 놀이를 누립니다.


  사진이 나아갈 길을 생각합니다. 사진도 아이들 놀이처럼 맑고 밝게 웃고 춤추면서 노래하는 길을 걸을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예술이나 문화가 되지 말고, 애써 예술이나 문화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고, 기쁘게 ‘사진길’을 걸으면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육명심-이것은 사진이다》(글씨미디어,2012)를 봅니다. 육명심 님이 이녁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진을 글로 갈무리한 책입니다.




.. 몇 년 전 외국의 좋은 사진을 많이 소개하는 한 신문사가 기획한, ‘매그넘’ 사진가들이 직접 한국을 찍은 사진전을 보고 우리나라는 역시 우리가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불교 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진가에게 불교 사진을 당장 찍으라 하면 과연 그만큼이라도 찍을 수 있을가. 우리가 우리 문화를 가슴으로 사랑하고 깊은 이해를 갖추지 않으면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  (270∼271쪽)



  곰곰이 돌아보면, 한국 사진가는 ‘한국 불교’뿐 아니라 ‘한국 어린이’도 잘 안 찍습니다. ‘한국 동네’나 ‘한국 아주머니’나 ‘한국 아저씨’도 잘 안 찍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돈이 들어서 그러할는지 모르고, 사진만 찍으려니 돈이 되는 사진으로 찍어야 해서 그러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육명심 님이 이 책에 적은 말대로, 가슴으로 사랑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으면, 우리는 어떤 사진이든 넉넉히 찍을 만합니다. 꼭 불교 사진이나 무슨 사진을 찍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됩니다.


  《주명덕-주명덕 초기 사진들》(시각,2000)을 살펴봅니다. 열 몇 해 앞서 한 권 장만한 사진책인데, 다시 한 권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한 해 두 해 더 흐르면, 이 사진책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테고, 먼 뒷날에는 웬만한 도서관에서도 이 사진책을 찾아볼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사진책을 장만할 생각을 안 하니까요.




.. 그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느낀다. 그래서 그것들을 모두 사진으로 담는다 ..  (이종복/추천글)



  아름답게 느끼려는 사람은 아름답게 보려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빚습니다. 슬프게 느끼려는 사람은 슬프게 보려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빚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눈길이 사진에 고스란히 실립니다. 내가 바라보는 눈길대로 글이나 그림에 고스란히 깃듭니다.


  삶이 괴로운 사람은 괴로운 이야기를 사진으로 빚습니다. 삶이 기쁜 사람은 기쁜 이야기를 사진으로 빚습니다. 이리하여, 사진 하나를 놓고 온갖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런 이야기에 저런 이야기가 섞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숨결로 다스리면서 다 다른 빛을 얹어 사진을 빚습니다.



..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세상살기는 어렵고 답답하다. 낡았다고 할가 봐, 늙었다고 할까 봐 두려우면 그저 눈치나 보며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덕 형은 그러지 않는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한다 ..  (강운구/추천글)




  《Atta Kim-해체》(학고재,2008)라는 책을 손에 쥡니다. 아타 김이라는 분이 보여주는 몸짓은 ‘예술’이라고 합니다. 아타 김이라는 분이 스스로 밝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진책’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면, 《해체》는 참말 사진책일까요? 사진으로 찍었으니 사진책일까요? ‘퍼포먼스’를 보여줄 길이란 사진밖에 없어서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이러한 몸짓과 퍼포먼스를 사진이라고 해도 될까요?


  사진 갈래를 살피면, 건축사진이 있고 패션사진이 있습니다. ‘퍼포먼스 사진’도 따로 갈래를 지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 젊은 사진가는 으레 ‘만듦사진’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만드는 사진’이라든지 ‘사진처럼 보이는 사진’도 따로 갈래를 지을 수 있습니다. ‘예술을 보여주려는 사진’이나 ‘포토샵 사진’도 따로 갈래를 지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사진기를 써서 뭔가 보여주려 한다면 수많은 갈래를 차곡차곡 나누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진책을 살펴봅니다. 오늘 이곳에서 만난 사진책을 장만합니다. 여러 가지 사진이 태어나도록 하는 한국 사회를 헤아립니다. 오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는지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한국 정치나 경제나 문화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퍽 드뭅니다. 이 나라 학교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매우 드뭅니다. 이 나라 언론이나 종교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그야말로 아주 드뭅니다.


  한국 사회가 아름답다면,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빚어서 보여주겠지요. 그러나, 한국 사회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이 사회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고요하게 아름다운 삶을 조촐하게 짓습니다. 이 사회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는 신문이나 방송에 안 나오고, 영화나 책으로 안 나올 뿐입니다.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에 눈길을 두는 사진가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안 아름다운 사회’에도 어김없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진기를 손에 쥐면서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려는 사람도 어김없이 있을 테고, 이러한 이야기는 곧 사진책으로 어여삐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으로 아기를 낳고,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며, 사랑으로 살림을 꾸리는 사람들 이야기는 머잖아 고운 사진책으로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삶을 믿고 사진을 믿습니다. 책방마실을 마치고 먼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갑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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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와 함께 살아서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 어린이+푸름이+교육 2015-03-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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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구드룬 멥스 글/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문성원 역
시공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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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90



너희와 함께 살아서

―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구드룬 맵스 글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12.30.



  아침과 저녁 사이에 샛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뒤꼍으로 가서 쑥을 뜯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 비를 맞으면서 쑥을 뜯습니다. 가볍게 내리는 보슬비는 싱그럽습니다. 따뜻하게 내리는 봄비이기도 해서 즐겁게 비를 맞습니다. 빗물이 달린 쑥을 하나둘 뜯으면, 빗물에 실린 쑥내음이 손끝으로 퍼져서 물듭니다.


  밀가루에 달걀을 풀고 소금과 설탕을 살짝 넣고는 반죽을 합니다. 물을 섞어 밀가루를 녹인 다음 쑥을 넣습니다. 소쿠리 가득 뜯은 쑥이지만, 밀반죽과 섞으니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쑥을 더 뜯을 수 있지만, 꼭 이만큼이 알맞습니다. 동그랗게 부치는 쑥부침개는 거의 다 푸른 물입니다.


  감자를 저며서 올립니다. 버섯도 저며서 함께 올립니다. 여린 불로 익힌 부침개를 한 번만 뒤집습니다. 쑥부침개 익는 냄새가 퍼지면서 아이들은 부엌으로 오고, 쑥부침개 넉 장을 말끔히 비웁니다.



.. 나는 아버지가 보내는 선물 때문에 부활절이 좋다. 아버지가 보낸 선물 꾸러미 속에는 늘 우스꽝스러운 물건들이 들어 있는데, 대체로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이다 … 꼬맹이 동생이 내 다리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다니거나, 또 하필이면 대 공책 위에다 레고 블록으로 탑을 쌓으면 숙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런데도 동생은 꼭 내 공책 위에다 탑을 쌓는다. 그것도 늘 똑같은 탑만 … 동생을 나무라는 것은 옳지 않다. 동생이 일부러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동생이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  (9, 27, 35쪽)



  우리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에 샛밥을 늘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 주고는, 사이에 가볍게 주전부리를 마련해 줍니다. 출출할 즈음 받는 주전부리는 더없이 고맙습니다. 주전부리 한 점을 입에 넣어 새롭게 기운을 차리고 한결 씩씩하게 놉니다.


  밥상맡에서 부침개를 먹는 아이들은 소꿉을 가져와서 밥상에 올립니다. “나도 부침개 끓여야지.” 하고 말합니다. 부침개를 끓여? 그래, 너희는 아직 모르지. “부침개는 끓인다고 하지 않고 부친다고 해.” 소꿉 장난감으로 부침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부침개 부쳐야지.” 하고 말을 바꿉니다. 동생이 물잔에 소꿉을 올린 뒤 천조각을 얹은 뒤 마루로 가서 딴 놀이를 합니다. 누나가 물잔 소꿉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소리를 냅니다. “어서 와, 넘쳐.” 부침개는 부친다고 알려주었지만, 국이 끓듯 부글부글 소리를 냅니다. 동생은 다시 부엌으로 달려와서 천조각을 열더니, 소꿉 냄비에 있는 나무조각을 손가락으로 살살 매만집니다. 뒤집개는 없이 손으로 뒤집는구나. 이 아이들이 곧 무럭무럭 커서 손수 불을 다룰 나이가 되면, 맛나며 아름다운 부침개를 베풀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 아버지는 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자마자, 당장 달려나갔다. 나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려고 말이다. 나는 어떤 선물일까 기대하면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장난감 권총을 갖고 싶긴 하지만, 그런 선물은 절대로 받지 못할 것이다. 그 점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 “너랑 같이 놀고 싶어.” 나는 스반티예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나랑 같이 놀아도 되고 말고!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놀자! 내 장난감도 보여줄게. 나는 아주 멋진 장난감을 갖고 있거든 ..  (55, 87쪽)



  구드룬 맵스 님이 글을 쓰고,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님이 그림을 그린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시공주니어,1999)를 읽습니다. 짤막한 이야기가 잇달아 나오는 이쁘장한 책입니다. 동화라고 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마주할 만한 ‘삶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동양과 서양이 삶이나 문화가 많이 달랐을 테지만, 요즈음은 동서양이 삶이나 문화가 엇비슷합니다. 구드룬 맵스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 이름’과 ‘어버이 이름’만 저 먼 나라 이름일 뿐, 우리 곁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고 할 만합니다.



.. 이번에는 먼지가 쌓일 염려도 없고, 또 쉽게 고장도 나지 않는 선물을 받고 싶었다. 생일날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기뻐할 수 있고, 또 쉽게 싫증이 나지 않는 그런 선물을 받고 싶었다. 나는 곧 그런 선물을 떠올렸다! 할아버지를 선물로 받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우리 집으로 와서 나와 함께 지내는 것이다. 내 생일날, 그날 하루 종일 말이다 … 할아버지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든, 나는 상관없다. 냄새를 안 맡으면 그만이니까 ..  (92, 94쪽)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는 책이름 그대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럼요.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더 기쁘지요. 너는 나랑 함께 있어서 더 기쁠까요? 네, 그러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 함께 있어서 아름다우면서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는 아이와 함께 있어서 기쁩니다. 어머니만 있든 아버지만 있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나이든 둘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있어도 기쁘고, 어버이와 아이 둘만 단출하게 있어도 대수롭지 않아요.


  낯선 동네에서 낯선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아이가 쭈뼛쭈뼛 망설여도 사랑스럽습니다. 양로원에서 혼자 외로운 할아버지를 내 생일잔치에 모실 수 있어서 사랑스럽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양로원에 할아버지를 넣느라 돈을 벌지 말고, 집에서 할아버지와 오순도순 지낼 적에 한결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느낍니다.



.. 할아버지 무릎 위에 앉기엔 내 나이가 너무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혼자서 음식을 먹고 정상적으로 행동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둘 다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다 … 우리는 케이크를 먹고 커피 마시는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케이크가 다 뭉개지긴 했지만, 뭉개진 케이크도 뭉개지기 전하고 맛이 똑같이 좋았다.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초콜릿과 생크림이 잘 뒤섞였기 때문이다 ..  (124, 127쪽)



  어른은 아이를 즐겁게 해 주려고 돈을 벌지 않습니다. 아이를 즐겁게 해 주고 싶다면 말 그대로 즐겁게 해 줄 노릇입니다. 돈이 아닌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어른 스스로 돈을 더 벌고 싶다면, 그냥 돈을 더 벌면 돼요. 이러면서 아이한테 제대로 말해야지요. 어른으로서 돈을 더 버는 데에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아야지요.


  자, 그러면 생각해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가 ‘돈을 더 벌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대꾸를 할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저와 함께 있기보다는 돈을 더 벌고 싶다고 하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저와 함께 즐거운 삶을 누리려 하지 않고, 돈에만 얽매이는 어버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돈만 바라보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아이가 어른이 되면, 내 어버이도 양로원에 넣어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돈에만 얽매인 채 바깥일로 바쁜 오늘날 우리 어른들은 앞으로 양로원에 들어가려고 신나게 돈을 버는 셈 아닐까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기쁘게 하루를 지으려 하지 않는 어른이라면, 참말 다들 양로원을 바라보려는 마음인 셈 아닐까요?


  나는 여기에서 웃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노래합니다. 나는 아이가 되어 내 어버이하고 웃고 노래합니다. 우리 집 아이는 나를 어버이로 삼아 함께 웃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아끼고 보듬으면서 하루를 따사롭게 열고 닫습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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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안 마르는 바람볕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5-03-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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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안 마르는 바람볕



  어제는 아침 일찍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었는데 낮이 지나고 저녁이 되도록 옷가지가 제대로 안 말랐다. 여느 때라면 빨래를 넌 지 한 시간쯤 뒤에는 바싹 말라야 하고, 바싹 마른 옷가지를 몇 시간 더 볕바라기를 시키는데, 어제는 도무지 바싹 마를 생각을 안 했다. 틈틈이 옷가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바람을 살피고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살짝 끼기는 했지만 햇살이 자주 비추는데 옷가지가 안 마른다. 아무래도 바람에 물기가 많이 깃든 탓이로구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비가 오려고 빨래가 안 말랐구나.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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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대지와 그것,그것은 모두,그것을 그렸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5-03-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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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14) 그것 6


그리고 공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대지와 그것이 키워내는 모든 생명체 속에서 충만해야 한다

《김중배-새벽을 위한 증언》(한길사,1986) 155쪽


 대지와 그것이 키워내는 모든 생명체

→ 땅과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

→ 이 땅과 이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

→ 이 땅과 모든 목숨붙이

 …



  요즈음에는 “책과 그것에 담은 이야기”라든지 “버스와 그것에 탄 사람들”처럼 말할 사람도 나오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머니와 그녀가 낳은 아이들”이라든지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처럼 말할 사람도 나올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은 “책과 책에 담은 이야기”요, “버스와 버스에 탄 사람들”이고, “어머니와 아이들”이며, “아버지와 친구들”입니다.


  ‘그것’이라는 낱말은 “거기에 있는 그것 좀 집어 주라”나 “네 옷에 묻은 그것은 무엇일까”나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는걸”이나 “그것들이 참 버릇이 없이 구네”처럼 씁니다. 이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쓰는 모든 ‘그것’은 어설프게 잘못 쓰는 번역 말투입니다. 4339.9.5.불/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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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람처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땅과 이 땅이 키워내는 모든 목숨붙이와 함께 가득해야 한다


‘공기(空氣)’는 그대로 둘 수 있고, ‘바람’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대지(大地)’는 ‘땅’으로 손질하고, “생명체(生命體) 속에서 충만(充滿)해야”는 “목숨붙이와 함께 가득해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63) 그것 7

나는 새로운 것을 많이 쓰고 싶지만, 그것은 모두 인도라는 바탕 위에 씌어져야 할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김태언 옮김-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사,2006) 28쪽

 새로운 것을 많이 쓰고 싶지만, 그것은 모두
→ 새로운 글을 많이 쓰고 싶지만, 이 글은 모두
→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지만, 이는 모두
  …


  이 보기글을 보니, ‘이야기’나 ‘글’이라고 적어야 할 대목에 ‘것’과 ‘그것’을 넣습니다. 왜 이야기를 ‘이야기’라 하지 않고, 글을 ‘글’이라 하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번역을 하거나 글을 써야 할까요? 이야기나 글을 ‘것·그것’으로 쓴대서 글멋이 나거나 글맛이 살지 않습니다. 4339.12.22.쇠/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지만, 이 얘기는 모두 인도라는 바탕에서 써야 한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글”로 손질합니다. “인도라는 바탕 위에 씌어져야”는 “인도라는 바탕에서 써야”나 “인도라는 바탕으로 써야”로 손보고, “할 것이다”는 “한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709) 그것 8

또 아무것도 아닌 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철도 등에서도 비애에 찬 인생의 무대를 보았고 그것을 그렸다
《사사키 미쓰오,사사키 아야코/정선이 옮김-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예담,2001) 60쪽

 비애에 찬 인생의 무대를 보았고 그것을 그렸다
→ 슬픔에 찬 삶터를 보았고, 이를 그렸다
→ 슬픈 삶을 보았고, 이 모두를 그렸다
→ 슬픔을 보았고, 이를 낱낱이 그렸다
 …


  스스로 바라본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그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라고 적어야 어울리고, “이 모두”나 “이”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하나하나”나 “이를 남김없이”나 “이를 모조리”로 적어도 돼요.

  이 보기글과 비슷하게 “어제 책방에 가서 책을 한 권 찾았고 그것을 읽었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제 책방에 가서 책을 한 권 찾았고, 이 책을 장만해서 읽었다”처럼 말하겠지요. 4340.3.5.달/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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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무것도 아닌 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철도에서도 슬픔에 찬 삶을 보았고, 이 모두를 그렸다

“철도 등(等)에서도”는 “철도에서도”로 손보고, ‘비애(悲哀)’는 ‘슬픔’이나 ‘아픔’으로 손봅니다. “인생(人生)의 무대(舞臺)”는 “인생 무대”로 손질할 수 있는데, ‘한마당’이나 ‘삶’이나 ‘삶마당’이나 ‘삶터’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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