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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 의 전체보기
돌울타리에 앉은 마을고양이 | 책삶+글쓰기 2015-06-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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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울타리에 앉은 마을고양이



  우리 집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예 우리 집에 눌러앉은 마을고양이가 여럿이다. 이 아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나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늘 알맞춤하게 떨어져서 함께 지낸다. 밤에는 섬돌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밟히기도 한다. 별빛이 드리우는 마당에서 저희끼리 이리 달리고 저리 뒹굴면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곧잘 돌울타리에 앉아서 멀거니 무엇을 바라본다. 무엇을 볼까? 부엌에서 네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고양이를 바라보니, 이 고양이는 건너편에서 노래하고 날갯짓하는 작은 새를 쳐다본다. 그렇구나. 그래. 저 새를 잡으려고? 잡을 수 있겠니?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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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2] 놀이와 밥 | 시로 읽는 책 2015-06-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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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2] 놀이와 밥



  놀 생각이니?

  밥 먹을 생각이니?

  놀면서 밥 먹겠다고?



  놀이를 하면서 누릴 수 있는 밥 한 그릇이라면, 아이도 어버이도 언제나 웃는 하루가 됩니다. 그래요, 놀면서 먹고, 먹으면서 놉니다. 놀면서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면서 놉니다. 놀면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놉니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놀아요. 놀면서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마시면서 노는 하루입니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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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 웃음보따리 | 사진책 읽는 즐거움 2015-06-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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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 웃음보따리



  하루 내내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다 보면, 이 아이들은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웃음보따리를 터뜨리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런 웃음보따리를 보면서, 나도 이 아이들만 한 예전에 언제나 웃음보따리를 신나게 터뜨렸네 하고 알아차립니다. 아스라하다 싶은 지난날에 내가 웃음보따리를 신나게 터뜨린 모습을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가 사진으로 찍은 일은 드뭅니다. 그무렵에는 사진기가 안 흔하기도 했고, 사진을 여느 때에 섣불리 찍지도 못했어요. 그저 가슴에 ‘웃음보따리’를 담았어요. 오늘날에는 아주 쉽고 홀가분히 온갖 웃음보따리를 사진으로 담아요.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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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 난 이 빵 좋아 | 사진책 읽는 즐거움 2015-06-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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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 난 이 빵 좋아



  곁님이 집에서 반죽을 해서 빵을 구우면 모두 이 빵만 먹습니다. 밥보다 빵이 먼저입니다. 집빵이 가게빵보다 맛나서 이 빵을 좋아할 수 있고, 반죽부터 부풀리기를 거쳐서 하나부터 열까지 손길이 따스하게 흐르는 집빵이니 더욱 맛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통밀가루로 구운 빵도 좋고, 흰밀가루로 구운 빵도 좋습니다. 유기농 밀이건 그냥 밀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밀을 쓰든, 이 밀가루를 다루어 빵으로 빚어서 굽는 곁님 손길이 사랑스레 흐르니, 아이들하고 신나게 빵조각을 집어서 입에 넣다가 ‘아차, 한 장쯤은 사진으로 남겨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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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대하다 (-에 대한/-에 대하여) | 우리말 살려쓰기 2015-06-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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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9) 대하다 (-에 대한/-에 대하여)


 고양이에 대한 글을 쓴다

→ 고양이와 얽혀 글을 쓴다

→ 고양이를 다루는 글을 쓴다

→ 고양이를 놓고 글을 쓴다



  영어사전을 보면, ‘about’을 한국말로 ‘-에 대한’이나 ‘-에 관한’으로 옮깁니다. “a book about flowers”를 “꽃에 대한 책”으로 옮겨요. 그러나, 이 글월을 한국말로 제대로 옮기자면 “꽃을 다룬 책”이나 “꽃 책”입니다. “Tell me all about it”은 “그것을 모두 말해 줘”로 옮겨야지요.


 사랑에 대하여 얘기해 보자

→ 사랑을 얘기해 보자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처럼 말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이런 글월은 “사랑 얘기를 해 보자”나 “사랑을 놓고 얘기를 해 보자”로 손질해야 올발라요. 번역 말투가 아닌 한국 말투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강력 사건에 대한 대책”, “건강에 대하여 묻다”, “신탁 통치안에 대한 우리 민족의 반대 운동은 전국적이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 “장관이 이 사건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사임하였다”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이 글월은 “전통문화에 쏟는 눈길”, “강력 사건 대책”, “건강이 어떠한지 묻다”, “신탁 통치안을 놓고 우리 겨레는 전국에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 문제를 토론해 보자”, “장관이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에 대한/-에 대하여’와 비슷한 얼개로 쓰는 ‘-에 관한/-에 관하여’도 번역 말투입니다. “얼굴을 대하다”처럼 쓰는 ‘대(對)하다’는 “얼굴을 마주하다”로 손질해 줍니다. 4348.6.30.불.ㅅㄴㄹ



더 살펴보기 : 대하다 (-에 대하다)


아들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떨쳐 내지 못한다

→ 아들을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떨쳐 내지 못한다

《조월례-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푸른책들,2002) 28쪽


동파키스탄의 자치운동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여

→ 동파키스탄 자치운동을 모질게 짓밟아서

《서천륜/편집부 옮김-제3세계의 발자취》(거름,1983) 30쪽


목재에 대한 인간의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다

→ 나무를 쓰려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이상훈-청소년 환경교실》(따님,1998) 68쪽


죽음에 대해서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죽음을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33쪽


삶에 대한 수업료치고는 너무도 큰 것이었기에

→ 삶에 치르는 배움삯치고는 너무도 컸기에

《이지누-잃어버린 풍경 1》(호미,2005) 4쪽


낭갈라꿀라라는 스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낭갈라꿀라라는 스님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법륜-붓다 나를 흔들다》(샨티,2005) 31쪽


여러 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승영조·김희봉 옮김-발견하는 즐거움》(승산,2001) 66쪽


세상을 떠난 서양의 화가에 대해서 이러구저러구 하는 말

→ 세상을 떠난 서양 화가를 놓고 이러구저러구 하는 말

《장소현-에드바르트 뭉크》(열화당,1996) 5쪽


가난한 사람에 대해 따뜻하게 마음을 쓰는 신부

→ 가난한 사람한테 따뜻하게 마음을 쓰는 신부

《E.브조스토프스키/홍윤숙 옮김-작은 자의 외침》(성바오로출판사,1987) 8쪽


기도에 대해서 아무 응답도 없었습니다

→ 기도에 아무 대꾸도 없었습니다

《루네르 욘손/배정희 옮김-꼬마 바이킹 비케 1》(논장,2006) 17쪽


가족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 식구들을 차분하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아빠를 참말 얼마나 알까?”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52쪽


공기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공기를 자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피터 에디/임지원 옮김-공기》(반니,2015) 9쪽


진리에 대한 탐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 진리 탐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야나기 무네요시/이목 옮김-수집 이야기(산처럼,2008) 30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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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 | 책삶+글쓰기 2015-06-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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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



  우리 집 초피나무 밑에서 자라는 고들빼기에 애벌레 네 마리가 붙는다. 이 애벌레는 언제 이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이만 한 크기로 자라기까지 우리 눈에 안 뜨이고 고들빼기잎을 얼마나 신나게 맛나게 즐겁게 먹었을까?


  고들빼기잎은 우리 식구도 맛나게 먹지. 그러니, 너희랑 우리랑 고들빼기잎을 나누어 먹는구나. 책순이가 너희 이름을 알아내려고 ‘나비 그림책’을 한참 들여다보지만 너희 이름을 찾을 수 없구나. 너희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요모조모 찾아보니 ‘맵시고추밤나방’ 애벌레라고 하네. 누가 이런 멋진 이름을 붙였으려나. 아무튼, 너희는 나비 애벌레 아닌 나방 애벌레인 만큼 ‘나비 그림책’에 너희 이름이 나올 수 없었을 테지.


  누가 너희한테 이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나, 너희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맵시가 난다. ‘맵시’라는 첫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리 집에는 제비랑 참새도 살고, 아침저녁으로 수많은 멧새가 드나드는데 너희는 용케 잘 살아남았구나. 어쩌면 새들이 너희를 보고도 일부러 살려 두었는지 몰라. 아무쪼록 날마다 맛나게 풀잎을 먹으면서 고치도 멋들어지게 지어 보렴.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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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이제부터 먼저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5-06-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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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이제부터 먼저


  산들보라는 이제부터 먼저 달릴게. 나 넘어지지 않아. 나 이렇게 빨리 달려. 언제나 바람처럼 달려. 신나게 달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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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맛 싱그러운 숲이 있어야 할 도시 (공기, 신비롭고 위험한) | 인문책 2015-06-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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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기

피터 애디 저/임지원 역
반니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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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맛 싱그러운 숲이 있어야 할 도시

― 공기, 신비롭고 위험한

 피터 에디 글

 임지원 옮김

 반니 펴냄, 2015.5.26.



  아침에 풀을 뜯습니다.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 사이에 풀이 제법 우거졌기에, 처음에는 낫을 써서 베다가, 이내 손을 써서 뽑습니다. 호미로 땅을 톡톡 쪼면서 풀을 뽑을 수도 있는데, 손만 써서 풀을 뽑으면 손가락이랑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새삼스럽습니다. 풀내음이 두 손 가득 깃들고, 흙내음도 온몸으로 스밉니다.


  실장갑을 끼고 흙일을 해도 두 손은 흙투성이가 됩니다. 맨손으로 흙일을 해도 흙투성이가 되기는 똑같습니다. 실장갑을 끼고 낫질을 하면, 손에 힘이 빠질 무렵 그만 낫을 잘못 놀려 손가락을 쿡 찍을 적에 덜 다칩니다. 그러나 맨손에 닿는 풀하고 흙이 반갑기에 으레 맨손으로 풀베기를 합니다.


  한참 풀을 베고 나서 아침을 짓습니다. 손이랑 발을 씻고 나서 밥을 짓는데, 손바닥에서 풀물이 안 빠집니다. 밥을 짓다가 손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풀을 베거나 뽑은 날이면 며칠 동안 손바닥이 까무잡잡합니다. 손등은 햇볕에 타서 까무잡잡하고, 손바닥은 풀물이랑 흙물이 들어서 까무잡잡합니다. 국이 끓을 때까지 손바닥을 한동안 바라보면서 혼자 빙그레 웃습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공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실로 공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 … 대부분의 고대 사상에서 공기는 인체에 대한 질문을 우주의 작용, 그리고 신의 존재로 확장시킨다. (11, 21쪽)

마레는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에 또 다른 힘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공기의 저항이었다. (72쪽)

두바이의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 환경 속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도록 공기를 관리하는 기술 덕분이었다. 그러나 두바이 경제에서 석유가 다 떨어지고 나면 이곳은 다시 모래사막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착취당하던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방문객 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223쪽)



  피터 에디 님이 쓴 《공기, 신비롭고 위험한》(반니,2015)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우리가 다 함께 사는 이 지구별에 있는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서양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문학과 철학과 지식에서 바람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다루었는가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이러면서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더러워진 바람’이 무엇을 뜻하고, ‘에어컨으로 다스리는 바람’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를 이야기해요.


  이 책에서는 ‘공기(空氣)’라는 낱말을 씁니다. ‘공기’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무색, 무취의 투명한 기체”를 뜻한다고 합니다. ‘대기(大氣)’는 ‘공기’를 가리키는 다른 한자말입니다. 과학이나 철학에서는 으레 ‘공기’나 ‘대기’를 쓰지요.


  그러면, 이러한 한자말을 쓰기 앞서 한겨레는 어떤 말을 썼을까요? 이런 말이 이 나라에 들어오기 앞서도 한겨레는 ‘공기’랑 ‘대기’를 늘 느끼거나 마주하며 살았을 테니까요.




뉴욕 시의 대기 변화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난방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증기난방이 축복이었지만, 한편으로 시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지하세계는 종종 보수공사로 파헤쳐져 그 모습을 드러냈다. (93쪽)

18세기 파리에서는 숨 쉴 수 없을 지경으로 완전히 오염된 공기가 시민의 생물학적 미래를 위협했고 나라의 존립 자체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 위험할 정도로 해로운 공기가 도시의 거리, 공장, 집들로 모여들었다. 시골이라면 쉽게 환기를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나쁜 공기가 도시 전체에 갇혀 있어서 사람들 역시 그 공기 안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104, 111쪽)



  한국말사전에서 ‘바람’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이라고 풀이합니다. ‘하늘’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이라고 풀이해요.


  흔히 “바람이 분다”고 말하지만, 바람은 가만히 있는 일이 없습니다. ‘공기’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물처럼 바람도 언제나 흐릅니다. 빠르게 흐르기도 하고 천천히 흐르기도 하며, 마치 죽은듯이 고요하게 흐르기도 합니다.


  늘 지내던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거나 먼 고장으로 가면, 사람은 누구나 ‘바람맛’이 달라지는 줄 느낍니다. 물맛이랑 바람맛을 맨 먼저 느껴요. 바람맛이란 무엇일까요? 마을이나 고장이나 나라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바람이 나누어 주는 맛이요, 이 맛은 ‘공기맛’입니다.


  ‘대기’라고 일컫는 자리는 ‘하늘’입니다. 땅바닥 위쪽은 모두 하늘입니다. 저 먼 곳만 하늘이 아닙니다. 아이 머리 위쪽도 하늘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개미한테는 ‘아이 머리 위쪽’도 높다란 하늘이에요. 제비꽃이나 민들레한테는 ‘지붕 위쪽’도 높디높은 하늘입니다.


  그러니까, 바람은 곧 하늘이고, 하늘은 곧 바람입니다. 사람이 마시는 숨이란 바람이면서 하늘입니다. 늘 숨을 쉬는 사람은, 늘 바람을 마시고 하늘을 마시는 셈입니다. 그래서 ‘하늘숨’을 쉰다고도 말합니다. 지구별을 넓게 느끼지 못할 때에는 ‘숨만 쉰다’고 할 테지만, 지구별을 넓게 느끼는 자리에서는 온 하늘을 헤아리면서 온 바람을 가득 껴안아요.




요한나 슈피리가 쓴 이 유명한 동화 《하이디》는 1880년 처음 출간될 때부터 남부 유럽의 산악지대 풍경과 기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이 동화에 나오는 공기는 논란의 여지없이 ‘좋은’ 것이고 건강과 영혼을 회복시켜 준다 … 회복 치료는 공기와 빛과 고도를 하나로 결합시켰다. 이 세 요소는 빛의 스펙트럼 끝에서 한데 만났다. 여기에서 빛의 스펙트럼이란 다름아닌 파장을 말한다. (132, 135쪽)

2008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운반된 연료의 대략 85퍼센트가 에어컨을 가동시키는 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224쪽)

에어컨은 땀을 흘려 열기를 식히는 우리 몸의 자연적인 온도 조절 기능이나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라지게 하고, 그 자리를 빼앗아버렸다. (240쪽)



  《공기》라는 책에서 《하이디》라는 동화책을 도드라지게 다룹니다. 《하이디》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입니다. 높고 깊은 멧골에서 할아버지하고 둘이 사는 하이디입니다. 도시로 끌려가서 지내야 할 적에 늘 숲을 그리면서 울었고, 숲을 그리면서 울다가 몸져누웠으며,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에 씻은듯이 털고 일어납니다. 하이디하고 동무가 되었던 클라라도 도시를 떠나 하이디가 있는 높고 깊은 멧골로 찾아가니, 이곳에서 아픈 다리가 낫고 튼튼하며 씩씩한 몸이 됩니다.


  《공기》라는 책에서도 말하지만, 숲이 우거진 멧골집은 사람 몸에 대단히 좋습니다. 그러니까, 숲이 없는 도시는 사람 몸에 대단히 나쁩니다. 도시는 ‘돈이 넘치거나 많을’는지 모르나, ‘삶이나 즐거움이나 보람’이 없기 마련이에요. 왜 그러한가 하면, 숲이 없는 도시에서는 누구나 골골거리거나 아프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아파서 병원을 들락거리거나 약에 기대야 한다면 ‘아픈 몸 생각’에 옭매이면서 삶이나 즐거움이나 보람을 헤아리기 힘듭니다.


  도시를 짓더라도 건물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 숲이 있는 도시로 지을 노릇입니다. 도시 곳곳이 나무가 우거진 거님길로 이루어지고, 너른 숲이 펼쳐지면서, 건물이나 학교나 아파트 둘레를 아름드리 숲으로 가꾸면, 도시에서 아프거나 힘든 일도 차츰 사라지리라 봅니다. 전기로 수돗물을 끌어들여서 깨끗해 보이는 척하는 냇물이 흐르는 도시가 아니라, 풀과 흙이 어우러진 들과 숲을 가로지르는 냇물이 흐르는 도시여야 합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 대목은 잘 알 만하리라 생각해요. 중앙정부에서 밀어붙인 4대강사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온 나라 냇물마다 흙바닥을 들어내고 시멘트를 들이부으니 냇물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들과 숲을 가로지르는 냇물이 아니라, 시멘트 둑에 갇혀서 고이는 냇물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요?





프리츠 하버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사람의 몸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공기를 치명적인 무기로 바꾸어 놓았다. 공기는 녹색 구름으로 변해 적군을 죽음이나 불구로 몰아넣었다. 이 새로운 무기의 원리는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없애는 것이었다. (175쪽)

전쟁의 역사에서 에어컨으로 냉각된 공기는 고문기술의 일부로 사용되어 전쟁 포로나 반란군, 억류된 죄수에게 자백을 받거나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냉방감옥’은 널리 알려진 CIA의 고문기술 중 하나로. (236쪽)



  바람은 한 사람한테만 싱그럽지 않습니다. 전쟁을 일으켜서 화학무기를 쓸 적에는 적군만 화학무기로 죽지 않습니다. 아군도 화학무기를 쐬다가 죽습니다. 하늘에 화학무기를 풀어놓으면, 이 화학무기는 지구별을 두루 돌면서 모든 사람한테 스며들어요.


  핵발전소가 터졌을 적에 핵발전소가 있는 나라만 방사능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소련에서 터진 핵발전소는 온 유럽을 뒤덮었습니다. 일본에서 터진 핵발전소는 태평양하고 한국 하늘까지 덮었습니다.


  한국에 잔뜩 있는 공장은 매연을 한국 하늘뿐 아니라 일본 하늘하고 태평양 하늘에 퍼뜨립니다. 중국에 어마어마하게 있는 공장은 매연을 중국 하늘뿐 아니라 한국 하늘하고 일본 하늘에까지 퍼뜨려요.


  바람이 흘러서 지구별을 돕니다. 한국에서 마시는 바람은 ‘한국 것’이 아닙니다. ‘지구별 모든 사람 것’입니다. 브라질 깊은 숲에서 태어난 바람이 한국으로 오고, 서울 한복판에 가득한 배기가스가 흘러서 아르헨티나로 갑니다. 슬픈 바람이 이 나라와 저 나라를 스칩니다. 기쁜 바람이 이 고을과 저 고을을 어루만집니다.


  《공기》라고 하는 책은 ‘지구별 한집살이’에서 밑바탕이 되는 ‘바람’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면서 깨닫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람을 마셔야 살고, 바람을 마시지 못하면 죽습니다. 하늘이 맑은 곳에서 삶을 짓고, 하늘이 흐리거나 매캐한 곳에서는 삶을 지을 기운을 잃습니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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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빨래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5-06-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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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빨래



  엊저녁에는 몸을 씻고 나서 빨래를 한 뒤 저녁 여섯 시 반 즈음에 마당에 옷가지를 내다 널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니 조금이라도 볕살을 받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렇게 해 놓고 깜빡 잊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재우고 하면서 그만 아주 잊었다. 깊은 밤에 잠에서 문득 깨고 나서 ‘아차, 빨래!’ 하고 떠올렸으나, 몸이 무거워서 빨래를 들일 생각을 못 했다. 엊저녁에 빨래를 할 적에 이튿날에 비가 올 수 있겠다고 느껴서 했는데, 밤이나 새벽에 빗방울이 들을는지 모르나 그야말로 몸이 무겁네.


  깊은 밤에 일어나서 어제 낮에 못한 일을 하다가 몸이 좀 나아져서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본다. 밤하늘을 헤아리면서 기지개를 켠다. 이때에 빗방울이 살짝 듣는다. 톡톡 아주 조그마한 소리를 내면서 빗방울이 듣는다. 이제서야 빨래를 다시 떠올리고는 주섬주섬 걷는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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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드리다 (감사드리다,축하드리다,인사드리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5-06-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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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8) 드리다 (감사드리다, 축하드리다, 인사드리다)


 선물 감사드려요

→ 선물 고마워요



  한자말 ‘감사(感謝)’는 “1.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2.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한다 하고, ‘감사하다’는 동사와 형용사로 씁니다. 말뜻을 살피면 한국말은 ‘고마움·고맙다’입니다. 영어는 ‘thank’이고, 한자말은 ‘感謝’이며, 한국말은 ‘고맙다’예요.


  ‘드리다’는 ‘주다’를 높이는 낱말입니다. “할머니 짐을 들어 주렴”을 “할머니 짐을 들어 드리렴”처럼 씁니다. “차려 주다”나 “선물을 주다” 같은 말투일 때에 ‘드리다’를 넣습니다. 그러니, 말꼴로 보자면 “감사 주다”나 “부탁 주다”나 “인사 주다”나 “사과 주다”나 “축하 주다”처럼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씨에 ‘드리다’를 붙이는 말씨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날에는 관용구로 ‘드리다’를 붙여서 쓸 뿐입니다.


  관용구는 ‘옳은 말씨’가 아니라 ‘널리 쓰는 말씨’입니다. 옳지 않아도 널리 쓰기에 관용구라고 합니다. 그러니, 관용구일 적에는 안 써야 한다고 할 수 없으나, 쓰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쓸 뿐입니다. 그리고, 관용구이기에 굳이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12년부터 ‘감사드리다’를 표준말로 받아들입니다. 관용구이지만 ‘널리 써서 굳어진 말씨’라고 여겨서 표준말로 삼은 셈입니다. 그러나, ‘감사’는 ‘내가 고맙게 느끼거나 여긴다’는 뜻이니, ‘감사’를 ‘드릴’ 수 없습니다. 말법에 어긋납니다. ‘감사하다’를 높이려면 ‘감사합니다’로 써야지요. ‘드리다’가 높이려는 뜻으로 쓰는 말씨이기에 ‘감사’나 ‘부탁’ 같은 한자말 뒤에 붙이는 관용구가 생겼으나, ‘높임’을 나타내려 했대서 ‘드리다’를 아무 데나 붙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감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려고 ‘감사드리다(감사주다)’처럼 말하지는 않을 테지요? 4348.6.30.불.ㅅㄴㄹ



여러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 여러 동료들한테도 고맙다

《앤디 그룬드버그·줄리아 스쿨리/강용석 옮김-윌리암 이글리스톤과 조엘 메이어뤼쯔》(해뜸,1986) 7쪽



※ 한문을 쓰던 조선 사회에서도 ‘감사’라는 한자말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문을 쓰던 얼마 안 되는 양반과 지식인만 이 한자말을 썼을 뿐, 한겨레를 이룬 거의 모든 사람은 ‘고맙다’라는 한국말을 썼어요. ‘감사’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부터 갑작스레 널리 퍼졌습니다. ‘감사하다’ 같은 말마디도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만, 한국사람이 먼 옛날부터 즐겁게 주고받던 ‘고맙다’라는 말마디가 있어요. 일제강점기부터 널리 퍼졌든 옛 지식인이 한문을 다루면서 썼든, 한겨레한테 오랜 말인 ‘고맙다’를 알뜰히 사랑한다면 ‘감사드리다’ 같은 엉뚱한 관용구는 생기지 않습니다.


  한국말은 ‘한자로 이루어진 말’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한국말을 올바로 바라보면서 생각한다면 ‘고맙다’라는 말마디를 알맞게 쓸 테고, ‘축하드리다·사과드리다·부탁드리다’는 ‘축하하다·사과하다·부탁하다’로 올바로 쓰리라 봅니다.


  ‘인사드리다’ 같은 말투는 ‘인사 올리다’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예부터 웃사람한테 인사나 말을 여쭐 적에는 ‘올리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사 올리다”나 “말씀 올리다”처럼 씁니다.


  무엇보다도 말은 ‘틀로 짠 높임말’만 써야 높이려는 뜻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이 ‘서로 아끼고 높이려는 숨결’일 때에 ‘여느 말(평상말)’을 쓰더라도 높이려는 뜻이 퍼집니다. ‘감사드리다’ 꼴처럼 ‘드리다’를 붙여야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고 높이려는 숨결을 담아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할 때에 참답게 높임말이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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