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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푸름이한테 써서 보낸 글 | 책삶+글쓰기 2015-09-3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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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푸름이한테 써서 보낸 글



9. 그렇다면 우리말을 살리기 위해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 혹은 사회가 할 수 있는 일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서울 ㅅ고등학교 청소년이 물어본 말)


  어른들이 하는 말을 무턱대로 받아들이거나 따르지 마셔요. 그리고, 스스로 배우셔요. 스스로 길을 찾으셔요. 내 생각을 내가 스스로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려면 어떤 말을 스스로 배우고 찾아서 써야 하는가를 돌아보셔요.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일어서야 하고, 스스로 웃고 노래하는 삶을 지어야 합니다. 입시지옥 흐름에 맞추어 대학입시만 바라보는 청소년이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서 ‘대학에 가든 대학에 안 가든’ ‘내 길을 스스로 생각해서 찾는’ 씩씩하고 아름다운 청소년(젊은이)이 되자면, 어떤 말을 골라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같은 실마리는 스스로 풀 수 있습니다. 사회에 바라지 말고 스스로 해야지 싶어요. 아직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에 너무 목을 매다느라 삶을 슬기롭게 다스리거나 아름답게 가꾸는 길하고 너무도 멀리 떨어졌거든요. (내가 들려준 말)



  서울 ㅅ고등학교 푸름이가 열 가지를 물어보았다. 짧게 대꾸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열 가지씩 물어보았으니 이에 대꾸하느라 꽤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글을 써서 글월을 띄웠다. 오늘은 전남 장흥으로 살짝 마실을 가서 그곳 푸름이와 어버이(학부모)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이야기마당에서도 풋풋한 푸름이한테 슬기로운 말을 들려줄 수 있기를 빈다. 우리는 사회에 기대거나 바랄 것이 참말 아무것도 없지만, 이 사회를 이룬 어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참말 ‘어른다운 슬기로움’을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도록 생각을 잘 가다듬고 추슬러야겠다. 궁금해 하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스스로 수수께끼를 내어서 스스로 실마리를 푼다.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어린이와 푸름이는 아름답게 자라지 못한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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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면 | 책삶+글쓰기 2015-09-3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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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면



  대문을 열면 철마다 새로운 빛살이 스며든다. 대문을 열지 않아도 바깥을 훤히 내다볼 수 있으나, 아이들은 아직 키가 작아서 대문 바깥을 내다보지 못한다. 그러니, 대문을 활짝 열고 고샅을 내다보아야 아이들하고 함께 철마다 새로운 빛살이 어떤 숨결인가를 헤아릴 만하다.


  천천히 마을길을 걷고, 천천히 하늘숨을 마신다. 구름을 부르고 바람도 부른다. 해님한테 절을 하고 손을 흔든다. 까마귀라도 한 마리 하늘을 가르면서 날면 고개를 들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문을 열면 샛노란 물결이 춤을 춘다. 이 앞자락이 노란 물결이어도 아름답고, 푸른 숲이어도 사랑스럽다. 참말 대문을 열 적에 짙푸르게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대문을 열 적마다 드넓은 바다를 품에 안는다든지 새파란 하늘을 가슴으로 안을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누구나, 어디에서나, 대문을 열 적에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꿈꾼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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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9. 모래로 빚은 사랑 | 사진책 읽는 즐거움 2015-09-3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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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9. 모래로 빚은 사랑



  사진은 사진기 하나를 빌어서 우리 마음을 즐겁게 가꾸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멋진 놀이요 삶이라고 느낍니다. 즐거운 마음이라면 언제나 즐겁게 일하거나 놀면서 즐거움을 듬뿍 싣는 사진을 찍습니다. 기쁜 마음이라면 늘 기쁘게 살림을 꾸리거나 여미면서 기쁨이 담뿍 깃드는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서로 따스하고 살가운 숨결이 되어 넉넉한 사랑으로 부릅니다. 자, 바로 여기를 보셔요. 활짝 웃어요. 함께 노래하면서 ‘너를 사랑해’ 하고 속삭여요. 놀이터 모래를 두 손 가득 그러모아서 사랑꽃이 핍니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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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15. 2015.9.27. 억새 씨앗 훑기 | 꽃아이 2015-09-30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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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15. 2015.9.27. 억새 씨앗 훑기



  마당 한쪽에고 한들거리는 억새를 본 꽃순이는 얼른 한 포기 꺾는다. 이러고 나서 씨앗을 살살 훑는다. 바람에 씨앗을 날리는 재미를 누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에 씨앗을 얹어서 “눈이야! 눈이 왔어!” 하면서 놀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있어서 온갖 풀씨가 골고루 퍼지는구나 싶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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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달밤 (밤 미시령) | 동시집+시집 2015-09-3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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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 미시령

고형렬 저
창비 | 200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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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03



시와 달밤

― 밤 미시령

 고형렬 글

 창비 펴냄, 2006.3.17. 7000원



  달빛이 내리는 밤에는 달빛을 듬뿍 받습니다. 달빛은 깜깜한 한밤을 고루 밝혀서 고샅길을 환하게 비추어 줍니다. 한가위나 설에는 더없이 밝은 달빛이 들판을 푸근하게 어루만집니다.


  불빛이 가득한 밤에는 불빛이 눈부셔서 잠들기 어렵습니다. 불빛이 밝은 도시에서는 깊은 밤에도 오가는 자동차가 많고, 자동차가 내는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으며,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 소리도 그치지 않습니다.



사다리 같은 긴 목을 펼쳤다. 하늘가지에 노는 아기잎을 따 먹으려고, 앞발은 풀을 피해 가슴 밑 흙바닥에 사뿐히 눌러놓았다. 나뭇잎만 한 얼굴을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의 입은, 내 주먹만 하다. (동물원 플라타너스)



  고형렬 님이 빚은 시집 《밤 미시령》(창비,2006)을 읽습니다. 밤에 미시령을 넘는 이야기일 수 있고, 밤이 깊은 미시령을 바라보는 이야기일 수 있으며, 밤과 미시령을 함께 생각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또는 밤이나 미시령하고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어요. 그러면, 시인한테 밤과 미시령은 무엇이 될까요. 시인은 어인 일로 밤에 미시령을 생각할까요.



사람만이 세계의 일부가 아니다 / 가족과 함께 도처를 떠돌아다닌 프라이드는 / 제 최종 폐차통지서를 보내고 / 내 마음속에서 한 시절처럼 사라졌다 / 거대한 폐차장에서 / 그는 북한산 흰 구름처럼 북으로 사라졌다 (폐차통지서를 받고, 서울45라4706)



  옛날이라면 미시령을 자동차로 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자가용이 매우 흔하기 때문에 시인도 자가용을 몰며 미시령을 밤에 넘습니다. 밤이 아니어도 언제나 넘을 수 있는 미시령이요, 언덕길이며, 고갯길입니다. 숲길이나 멧길이 아니어도 어디이든 자가용으로 달릴 만하고, 이 나라에서 자동차로 못 가는 곳은 없다시피 합니다.


  문득 돌아봅니다. 참말 한국에는 자동차가 많습니다. 자동차가 많아도 아주 많아서, 뭍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도 흔합니다. 뭍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두 다리로 건너려고 놓는 다리가 아니라, 자동차가 뭍과 섬 사이를 싱싱 빠르게 달리도록 하려는 다리입니다.


  이리하여, 시인은 자가용 이야기를 시로 쓸 수 있습니다. 시인은 폐차로 떠나 보내는 자가용 이야기를 시로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맞아들이는 자가용 이야기를 시로 그릴 수 있어요.



남들 다 보고 온 백두산 보러 2000년 / 옌뻰 가, 모자같이 생긴 산을 지나 // 윤동주 집으로 가다가 새빨간 깨꽃밭을 보았다 (모자산 꽃을 지나며)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누구나 시외버스를 타고 이 고장 저 고장을 찾아다녔습니다. 더 예전에는 누구나 두 다리로 천천히 걸어서 이 고을 저 고을로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하루아침에 서울하고 부산을 오가는 오늘날에는 이 빠른 찻길을 내달리면서 태어날 만한 시가 드물 텐데, 스무 날이나 달포나 여러 달에 걸쳐서 천천히 두 다리로 이 땅을 밟으며 나들이를 다니던 꽤 아스라한 지난날에는 바로 이 마실길에서 수많은 시와 노래와 이야기가 태어났습니다.


  꼭 자가용 때문은 아닙니다만, 자가용이 늘고 자가용을 모는 사람이 늘면서 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이 부쩍 줄어든다고 느낍니다. 자가용을 몰거나 자가용에 함께 탄 사람은 깊은 밤에 달빛을 느끼지 못해요. 자가용에서는 오직 앞만 바라보아야 하며, 앞 자동차 불빛을 살펴야 하고, 때때로 뒷 자동차 불빛까지 헤아려야 합니다. 한낮이라 하더라도 햇빛을 느낄 만큼 느긋한 운전수는 없습니다. 신호등을 살피고 다른 자동차를 헤아려야 합니다.



산돌을 밟으며 나는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이 화산이었다는 것을 / 이 돌들이 심장을 단숨에 연소시킨 불이었다는 것을 / 나무들은 그럼 어디서 왔는가 나는 모르지 / 그것이 설악의 화두다 알 길 없는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돌)



  《밤 미시령》을 쓴 고형렬 시인은 하늘에 뜬 돌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산을 오르면서 산돌을 밟기에 하늘에 뜬 돌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아서 산돌을 밟지 못했다면, 자동차에서 내릴 엄두나 생각이나 마음이 없이 산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두 다리로 이 땅을 밟는 삶을 누리지 않았다면, 아마 시는 흐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두 손으로 가꾸는 삶이 있기에 시를 씁니다.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스스로 두 발로 걸어가는 삶이 있기에 시를 노래합니다.



풀잠을 자고 싶은 게지. / 나 지금 하고 싶은데. / 지금 할까? / 참았다가 모레 합시다. / 싫은데……. (벌레)



  시를 읽는 사람은 시외버스에서도 읽고, 전철에서도 읽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베개맡에 시집을 눕혀 놓고도 읽고, 밥을 먹다가도 읽으며, 마당에 가만히 서서 가을볕을 쬐면서도 읽습니다.


  셈틀을 끄기에 시를 읽습니다. 신문을 덮기에 시를 읽습니다. 텔레비전을 집안에서 치우기에 시를 읽습니다. 두 다리로 걸으면서 지구라는 별을 느끼기에 시를 읽습니다. 훅 불어서 나뭇가지를 살살 건드리는 바람을 쐬기에 시를 읽습니다.



나도 그래 / 내 등뒤에 서울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 없어. 뻬이징 밖에는 농민이 살고 풀들이 살아 / 토오꾜오 밖에는 토오꾜오 만이 있고 파도가 있고 / 서울 뒤에는 북한산이 있다는 것이지. (버티컬 블라인드가 열릴 때)



  때때로 자동차를 멈출 수 있으면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자동차를 멈추어 시동을 끄고 창문을 내려서 가을바람을 한껏 들이마신다면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귀여겨듣는다면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를 읽을 적에 새로운 시가 마음속에서 샘솟습니다. 시를 읽고 시를 쓸 수 있으면 삶을 노래로 지으면서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한테 따스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 꾸러미를 풀어놓을 만합니다.


  환한 달빛은 구름까지 속살을 훤히 보여줍니다. 눈부신 달빛은 별더러 오늘은 고이 잠들라고 속삭입니다. 맑은 달빛은 시골집 처마를 지나 대청마루에까지 스며듭니다. 깊어 가는 가을에 무르익는 나락이 달빛을 받으며 더욱 노란 빛이 됩니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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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용한 저녁 | 책삶+글쓰기 2015-09-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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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용한 저녁



  저녁에 아이들하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아주 조용하다. 오늘 낮까지 마을 곳곳에 있던 자가용은 모두 사라졌다. 아무렴. 한가위도 다 지나갔으니까. 어제까지 저녁에도 마을 집집마다 불을 환하게 켜고, 집집마다 마당 등불까지 켰는데, 오늘은 일찌감치 모든 집이 불을 다 끄고 조용하다. 그러니까, 거꾸로 도시는 이제부터 밤에도 환할 테지. 도시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릴 테지. 4348.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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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은 | 책삶+글쓰기 2015-09-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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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은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쓰다가 쓰러진다. 시골 할매나 할배는 논이나 밭에서 스러진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기를 가슴애 안고 쓰러진다. 히유.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모를 노릇인데, 하루에서 한낮이라고 할 무렵은 늘 몸이 대단히 고단해서 그냥 쓰러진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렇다. 게다가 요새는 오른무릎이 매우 아프기도 하고 다 낫지 않기도 해서 조금만 밭일이나 바깥일을 해도 그냥 아무 데에서나 바닥에 주저앉는다.


  하하하. 내 몸이 워낙 어릴 적부터 여린 몸이기도 했고, 그동안 이 여린 몸으로억지로 글을 쓰며 삶을 가꾸며 돈을 벌기는 했지만, 요새 들어 이 몸이 그야말로 많이 아파서 겉으로는 빙그르르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아파서 눈물범벅인 몸으로 그렇게 산다.


  하하하. 좋아, 좋아. 난 튼튼하다구. 난 씩씩하다구. 난 내 갈 길을 끝까지 다 갈 테라구. 15시가 다 될 무렵까지 오늘 아직 우리 서재도서관에 마실을 못 갔지만, 나는 내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난 다 할 수 있다고. 이 짧은 글을 셈틀로 쓰면서 수없이 오탈자가 나와서 고치느라, 글을 쓸 때보다 글을 고치느라 더 많은 시간이 들지만, 난 내 길을 간다. 가고야 만다. 4348.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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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용료’를 챙겨 줄 수 있는 문화 | 책 언저리 2015-09-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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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용료’를 챙겨 줄 수 있는 문화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에서 ‘사진을 안 쓰는’ 일이란 드물다. 흔하게 나오는 수많은 책에서도 ‘사진을 안 쓰는’ 일이란 드물다. 그러면, 사진을 그렇게 흔히 쓰는 한국 사회에서 사진사용료는 얼마나 챙겨 줄까?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저작권)은 얼마나 지켜 줄까?


  나는 사진을 1999년부터 찍었고, 내가 찍은 사진을 여러 신문이나 잡지에 예전에는 제법 보내 주었으나 요새는 웬만해서는 거의 아무 데도 보내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신문사와 잡지사가 이러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신문사와 잡지사에 내 사진을 보내 주면서 ‘사진사용료’를 받은 일이 아직 없다. 다문 1만 원이나 1천 원조차 사진사용료를 치러 주지 않았다. ‘진보’ 매체이든 ‘보수’ 매체이든 똑같다. 그러나 꼭 한 군데, 경기문화재단이라는 곳에서는 내 사진을 쓰면서 ‘한 장에 얼마씩’ 꼼꼼하게 챙겨 주었다(게다가 큼지막하게 쓰면 사용료를 더 주기까지 했다). 사진사용료를 이토록 알뜰히 챙겨 주는 곳은 꼭 경기문화재단 한 군데만 보았다(내 경험으로는).


  요 몇 해 사이에는 다른 걱정이 하나 생긴다. 걱정이라기보다 슬픔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사진잡지에 사진비평을 자원봉사로 써서 싣는데, 달마다 그 사진잡지에 ‘사진가 작품’을 얻어서 함께 실을 때마다 더없이 미안하다. 나로서도 사진책도서관을 지키는 살림돈이 모자라서 빚을 지거나 이웃이나 형한테서 돈을 꾸는 터라, 사진가한테 사진을 몇 장씩 얻어서 지면에 싣도록 다리를 놓기는 하되, 사진가한테 아직 한 번도 사진사용료를 챙겨 주지 못했다. 나도 글을 실으면서 돈(글삯)을 한 번도 못 받았으니 사진가로서도 사진을 실으면서 사진사용료(사진삯)를 못 받겠구나 싶기는 하지만, 이래서야 될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앞으로는 내 주머니를 털어서 적어도 5만 원이라도 작가들한테 사진사용료를 챙겨서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잡지사에서 못한다면 나라도 해야 할 노릇이리라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짝 아찔하지만, 우리 살림돈이 아슬아슬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생각만 하다가는 앞으로도 사진사용료를 제대로 치르는 문화는 아주 먼 나라 일이 될밖에 없다. 길을 찾고 한 걸음씩 천천히 가다 보면 틀림없이 나아질 테지만, 오늘 내 주머니에 돈이 없대서 그냥 지나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내 주머니에 없으면 이웃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빌려서라도 사진사용료를 치르고, 나중에 이웃님한테 빚을 갚을 수도 있으니까. 4348.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 + +


이러한 사진을 얻어서 지면에 싣는데

아무도(작가도 매체도) 사진사용료를

치러 줄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한영수 님 사진책 <꿈결 같은 시절>에 실린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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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25 - 누나가 앞에 가도 돼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5-09-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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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25 - 누나가 앞에 가도 돼



  누나가 앞에만 가면 빽빽거리던 작은아이가 이제 잦아든다. 요새는 누나가 앞에서 멀찌감치 달려도 봐준다. “누나가 앞에 가도 돼.” 하고 말하면서 신나게 달리려고 한다. 그래, 작은아이도 많이 컸구나. 아무렴, 누나가 좀 앞장서서 달려도 곧장 너한테 돌아와 주잖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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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역설적 4 (+) | 우리말 살려쓰기 2015-09-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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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50) 역설적


 역설적 표현 → 역설 표현 / 뒤집기 / 뒤집는 말

 역설적으로 우리말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 거꾸로 우리말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 외려 우리말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역설적(逆說的)’은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겉보기에는 모순되는 것 같으나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을 뜻하고, ‘역설(逆說)’은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반대되는 말”이기에 ‘역설’인데, 한자를 새기면 “거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은 “역설적인 발상”이라든지 “역설적 관점”이라든지 “역설적인 관계”이라든지 “역설적인 논리”처럼 쓰곤 합니다. ‘-的’을 넣어서 앞뒤에 한자말이 오지요. 흔한 일본 말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일본 말투를 가만히 살피면 ‘역발상·역관점·역관계·역논리’처럼 쓸 수도 있고, 더러 이렇게 쓰기도 합니다. ‘역설적’에서 ‘說’이나 ‘的’이 없이도 얼마든지 뜻을 펼칩니다.


  역발상이나 역논리란 무엇일까요? 바로 “발상을 뒤집는다”거나 “논리를 뒤집는다”는 소리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말로는 ‘뒤집기’인 셈이지요.


  “뒤집어서 말하자면”이라든지 “뒤집어서 보자면”이라든지 “뒤집어서 살피자면”처럼 쓸 만합니다. “뒤집힌 관계”라든지 “뒤집은 사이”처럼 쓸 수 있고, “뒤집어 본 눈길”이나 “뒤집어 본 생각”처럼 쓸 만합니다.


  글 첫머리에서는 ‘거꾸로’나 ‘이와 달리’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려·오히려·되레·도리어’를 넣을 수 있지요. 4348.9.29.불.ㅅㄴㄹ



역설적으로 왜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그것이 천하고 추하다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 거꾸로 왜 우리가 어떤 노래를 듣고 그 노래가 덜떨어지고 못나다며 못마땅해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도 재미있다

→ 뒤집어서 ……

→ 이와 달리 ……

《서우석-현대음악의 이해를 위하여》(문장사,1980) 36쪽


역설적으로 말해서 그 비평은 우리가 실패하였음을 의미한다

→ 거꾸로 말해서 그 비평은 우리가 실패하였음을 뜻한다

→ 뒤집어 말해서 ……

 달리 말해서 ……

→ 그러니까 / 곧 ……

→ 오히려 / 외려 ……

《H.웨이신저·N.롭센즈/임한성 옮김-불완전한 인간》(청하,1986) 24쪽


역설적이긴 하지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까닭에

 역설이긴 하지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까닭에

 놀라운 말이지만 ……

→ 놀랍게도 ……

→ 우스운 말이지만 ……

→ 우습게도 ……

→ 어이없게도 ……

 오히려 ……

《베네트 서프/정혜진 옮김-내멋대로 출판사 랜덤하우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56쪽


역설적이게도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바로 그가 서점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데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 거꾸로 서점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바로 그가 서점을 해야겠다고 크게 다짐을 한 까닭이 되었다

→ 도리어 / 되레 ……

→ 오히려 / 외려 ……

→ 그러니까 / 곧 ……

《백창화·김병록-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2015) 11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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