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http://blog.yes24.com/hbooklove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숲노래
곁말+곁책+쉬운말이평화+책숲마실+우리말글쓰기사전+우리말동시사전+마을에서살려낸우리말+시골에서책읽는즐거움+비슷한말꾸러미사전+10대와통하는새롭게살려낸우리말+숲에서살려낸우리말+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7·9·10기 책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2월 스타지수 : 별13,083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작가 블로그
전체보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가 지은 책
숲노래 도서관
사진책 읽는 즐거움
숲집 놀이터
숨은책시렁
시-동시
시-어른시
수다 떨기
책노래
숲노래 살림말
오늘 읽기
읽는 마음
책삶+글쓰기
책 언저리
책숲마실
시로 읽는 책
그림책 헤아리기
어린이문학 생각
우리말 사랑
숲노래 우리말꽃
말넋삶-람타 공부
말 좀 생각합시다
우리말 살려쓰기
새로 쓰는 우리말
꽃으로 살려낸 우리말
아이들과 숲노래
내가 걷는 길
우리는 어른입니까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책 읽는 아이
꽃아이
시골아이
꽃밥 먹자
아버지 그림놀이
살림노래
책사랑
시골노래 숲노래
시골 이야기
나의 리뷰
내 사랑 1000권
사진책
그림책
만화책
어린이+푸름이+교육
숲책+사전/우리말
문학책
동시집+시집
이오덕 책읽기
인문책
영화읽기
영화생각-아쉬운
시골사람 책읽기
태그
소똥구리 한달음에 때를기다린다 가는곳 따봉개구쟁이 열화당사진문고 김연경남진 김연경남진사진 종이의신이야기 오다이라가즈에
2023년 2월 49 post
2023년 1월 250 post
2022년 12월 171 post
2022년 11월 271 post
2022년 10월 162 post
2022년 9월 159 post
2022년 8월 124 post
2022년 7월 180 post
2022년 6월 174 post
2022년 5월 153 post
2022년 4월 178 post
2022년 3월 153 post
2022년 2월 145 post
2022년 1월 216 post
2021년 12월 184 post
2021년 11월 216 post
2021년 10월 149 post
2021년 9월 165 post
2021년 8월 153 post
2021년 7월 110 post
2021년 6월 86 post
2021년 5월 70 post
2021년 4월 89 post
2021년 3월 86 post
2021년 2월 86 post
2021년 1월 135 post
2020년 12월 157 post
2020년 11월 149 post
2020년 10월 150 post
2020년 9월 148 post
2020년 8월 124 post
2020년 7월 156 post
2020년 6월 138 post
2020년 5월 146 post
2020년 4월 175 post
2020년 3월 183 post
2020년 2월 193 post
2020년 1월 142 post
2019년 12월 118 post
2019년 11월 121 post
2019년 10월 166 post
2019년 9월 142 post
2019년 8월 121 post
2019년 7월 111 post
2019년 6월 121 post
2019년 5월 200 post
2019년 4월 233 post
2019년 3월 365 post
2019년 2월 457 post
2019년 1월 385 post
2018년 12월 520 post
2018년 11월 394 post
2018년 10월 410 post
2018년 9월 434 post
2018년 8월 286 post
2018년 7월 291 post
2018년 6월 215 post
2018년 5월 250 post
2018년 4월 253 post
2018년 3월 329 post
2018년 2월 335 post
2018년 1월 327 post
2017년 12월 293 post
2017년 11월 256 post
2017년 10월 257 post
2017년 9월 217 post
2017년 8월 249 post
2017년 7월 196 post
2017년 6월 243 post
2017년 5월 242 post
2017년 4월 322 post
2017년 3월 314 post
2017년 2월 326 post
2017년 1월 349 post
2016년 12월 378 post
2016년 11월 382 post
2016년 10월 340 post
2016년 9월 300 post
2016년 8월 271 post
2016년 7월 300 post
2016년 6월 288 post
2016년 5월 222 post
2016년 4월 186 post
2016년 3월 272 post
2016년 2월 311 post
2016년 1월 288 post
2015년 12월 283 post
2015년 11월 288 post
2015년 10월 356 post
2015년 9월 329 post
2015년 8월 410 post
2015년 7월 275 post
2015년 6월 299 post
2015년 5월 337 post
2015년 4월 436 post
2015년 3월 403 post
2015년 2월 325 post
2015년 1월 259 post
2014년 12월 375 post
2014년 11월 505 post
2014년 10월 485 post
2014년 9월 409 post
2014년 8월 371 post
2014년 7월 393 post
2014년 6월 398 post
2014년 5월 310 post
2014년 4월 346 post
2014년 3월 365 post
2014년 2월 225 post
2014년 1월 280 post
2013년 12월 333 post
2013년 11월 367 post
2013년 10월 274 post
2013년 9월 216 post
2013년 8월 218 post
2013년 7월 308 post
2013년 6월 373 post
2013년 5월 262 post
2013년 4월 236 post
2013년 3월 209 post
2013년 2월 177 post
2013년 1월 233 post
2012년 12월 218 post
2012년 11월 219 post
2012년 10월 165 post
2012년 9월 164 post
2012년 8월 29 post
달력보기

2016-12 의 전체보기
귀신한테도 마음이 있으니 (백귀야행 3) | 만화책 2016-12-31 21:03
http://blog.yes24.com/document/918052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만화]백귀야행 3

이마 이치코 글,그림
시공사 | 199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만화책 즐겨읽기 665



귀신한테도 마음이 있으니

― 백귀야행 3

 이마 이치코 글·그림

 강경원 옮김

 시공사 펴냄, 1999.3.15. 5000원



  오늘날 아파트에는 ‘지킴이’를 안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아파트에는 ‘지킴이’를 둘 자리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부터 어느 겨레이든 집이나 마을에는 ‘사람’뿐 아니라 ‘사람 아닌 다른 넋’이 함께 있다고 여겼어요. 한겨레는 ‘사람 아닌 다른 넋’ 가운데 사람을 보살핀다는 ‘지킴이’를 헤아렸고, 집이나 마을 곳곳에 ‘사람 아닌 다른 넋’을 기리거나 모시거나 섬기거나 아끼는 ‘무언가’를 두었어요. 이러면서 먹을거리를 조금씩 덜어서 함께 나누었고요.


  지난날 한겨레를 비롯해서 지구별 여러 겨레는 다 다른 모습과 몸짓으로 ‘사람 아닌 다른 넋’을 기리거나 모셨어요. 어느 모로는 두려워하기도 했고, 어느 모로는 포근히 여기기도 했어요. 어느 모로는 깍듯이 생각하기도 했고, 어느 모로는 살가운 동무나 이웃으로 삼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면 짚과 풀과 나무와 돌로 지은 한겨레 옛집에는 개구리도 지네도 풀벌레도 거미도 개미도 같이 살아요. 이뿐인가요. 서까래에는 참새 둥지도 있고, 처마 밑에는 제비 둥지도 있지요. 더구나 구렁이까지 한집에서 살고요. 흙에는 지렁이랑 두더지가 함께 살고, 수많은 풀벌레랑 딱정벌레가 집이며 마을에 함께 있어요. 여기에 온갖 새가 함께 살지요.



“깜짝 놀랄 테니 보러 와. 사실은 어제 저녁 우리 집 정원에 갑자기 …… 연못이 생겼다고 친구한테 전화했는데, 어떻게 하룻밤만에 없어진 거야?” (52쪽)


“사실은 우리들, 이 집에서 굉장히 외롭거든요. 좀 제멋대로긴 하지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모두들 당신이나 후유키 같으면 좋을 텐데.” (75쪽)


‘도대체 수호신이란 뭘까? 그 집은 (수호신이던) 그녀들의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어.’ (95쪽)



  이마 이치코 님 만화책 《백귀야행》 셋째 권을 읽으며 이 많은 ‘다른 넋’을 하나하나 그려 봅니다. 이 만화책에는 “온갖 귀신(백귀)”이 다 나오는데, 이 “온갖 귀신”은 그야말로 ‘저승’에서 살다가 ‘이승으로 와서 사람하고 함께 사는’ 요괴나 마물이 있다고 해요.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요괴나 마물이 있다 하고, 사람을 돕고 싶은 요괴나 마물이 있다 하며,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요괴나 마물이 있다 해요. 그리고 이승에서 목숨이 다했으나 미처 저승으로 건너가지 못한 채 ‘몸 없는 넋으로만 이승에 남아’서 넋씻이를 받아야 하는 “죽은 사람”도 있대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어느새 이런 곳에 문이.” “할머님, 여기에는 옛날부터 문이 있었어요. 다들 보지 못했던 것뿐이에요. 전 이 집에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사람들은 진짜로 있었던 거예요.” (100쪽)


‘아버님께서는 요괴와 인간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길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그건 제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그녀들을 보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통하기만 한다면, 자식을 낳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작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내년 봄에는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에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아내에게 호적이 없기 때문에…….’ (116쪽)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는 무 자르듯이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은 깜깜한 곳을 무서워해요. 밤을 무서워한다든지 사람 없는 깊은 숲을 무서워하기도 해요. 아무도 없는 지하실이나 창고를 무서워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왜 무서워해야 할까요? 혼자이니까? 귀신이 있으니까? 아니면 그냥? 귀신이 있다면 귀신은 왜 무서워해야 할까요? 겉모습이 여느 사람하고 달라서 무서워해야 할까요? 무시무시하거나 끔찍해 보여서 무서워해야 할까요?


  영화 〈식스 센스〉를 보면 ‘죽은 사람’이 나오고, ‘죽은 사람을 보는 아이’가 나와요. 죽은 사람을 보는 아이는 ‘죽은 사람’ 때문에 늘 무서워서 떨어요. 더욱이 ‘죽은 사람을 보는 아이’를 제대로 헤아리면서 이 아이를 돕는 어른이 없어요. 왜냐하면 거의 모든 어른은 ‘죽은 사람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저 애는 사물을 뚜렷이 가려내는 것이 두려운 거예요. 자신에게 익숙한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싶었던 거지요. 하지만 덕분에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187쪽)


“왜,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분별없는 말을 입에 올리면, 그대로 된다잖아.” (203쪽)



  만화책 《백귀야행》에 나오는 주인공 가운데 고등학생 남학생 리쓰는 어릴 적부터 ‘수많은 귀신과 요괴와 마물’을 보면서 괴롭습니다. 게다가 학교나 마을이나 집에서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을 보는 사람이 없어요. 할아버지는 늘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을 보지만 일찍 돌아가셨어요. 주인공 남학생은 어릴 적부터 학교 공부는 도무지 할 수 없는데다가 집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수많은 귀신과 요괴와 마물을 느끼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 만화책에서 다른 주인공인 여대생 사촌 즈카사도 리쓰처럼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을 봅니다. 그러나 즈카사는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냥 말을 걸거나 그냥 지나칩니다. 그래서 다른 주인공인 리쓰네 사촌 누나는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을 보더라도 아무렇지 않은데, 때때로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잘 보라구. 이건 즈키사 누나 때문에 생긴 거야. 다 누나가 불러들인 거란 말야! 이런 것들은 힘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엄마가 돌아가실 리 없잖아! 즈카사 누나의 불안과 공포가 저급의 요마들을 불러모은 거야. 영능력이 어중간하기 때문에 대처하는 게 미숙해서 그래.” (215쪽)



  만화책에 나오는 고등학교 남학생은 학교 공부는 도무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동무를 사귀지도 못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귀신을 볼 줄 아는’ 이 아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놀리거나 괴롭힐 뿐입니다. 귀신은 못 보고 ‘사람만 보는’ 다른 아이들은 막상 ‘사람을 보기’는 하지만, 저희하고 ‘똑같은 사람’인 리쓰라고 하는 아이를 따사로운 마음으로 맞아들이지 않아요.


  학교에 동무는 없으나 사촌 누나가 거의 동무와 같습니다. 두 사람이 ‘귀신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이보다는 ‘마음을 헤아리면서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리쓰라는 아이는 ‘귀신이나 요괴나 마물이 어떤 마음’인가를 읽으려 합니다. 귀신을 보기만 할 뿐 아니라 ‘귀신이 어떤 마음’인가를 읽고서 넋씻이를 도와주지요.



“에미의 소행을 그만두게 하고자 잠자리를 바꾸고 숨어 있는 것이 자신의 아들인지는 꿈에도 모르고 죽여버린 겁니다. 저는 슬픔에 못 이겨 산속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아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이 한 일조차 잊고 있었나 봅니다. 단지 슬프고 미련이 남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남아 있었던 거죠. 왜 이렇게 중요한 걸 잊고 있었을까. 제가 기억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아이는 다시 한 번 저를 찾아온 거예요. 미안, 미안하다, 용서해 주렴. 혼자서 쓸쓸했지. 같이 가자꾸나. 용서해 주렴.” (222∼223쪽)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마음을 못 읽으면 서로 동무나 이웃이 못 됩니다. 우리가 서로 동무나 이웃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마음을 읽고 나누며 아낀다는 뜻이에요. 귀신을 믿거나 안 믿거나, 또는 귀신을 볼 줄 알거나 볼 줄 모르거나, 이런 여러 가지는 대수롭지 않아요. 서로 마음을 볼 줄 아느냐가 대수롭지 싶어요. 서로 마음을 바라보면서 아낄 줄 아느냐를 살펴야지 싶어요.


  만화책 《백귀야행》은 귀신과 요괴와 마물 이야기를 엮으면서 이 자리에 ‘마음’을 가만히 얹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보도록 넌지시 이끌어 줍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만화책에 나오는 리쓰네 어머니나 할머니는 리쓰가 어릴 적에 ‘산수 시험 5점’을 받아도 걱정하지 않아요. 시험종이에 이름을 썼으니 잘했다고 여겨요. 공부가 시원치 않더라도 마음을 쓰지 않아요. 아이가 튼튼하면서 씩씩하게 잘 자라는 데에만 마음을 써요. 아이가 스스로 꿈을 찾고 제 길을 생각하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여요.


  어쩌면 바로 이런 마음이 흐르기 때문에 ‘귀신을 보든 말든’ 또 ‘귀신을 믿든 말든’,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가 아름다운 마음에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차츰차츰 거듭날 수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2016.12.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적] 우발적 3 (+) | 우리말 살려쓰기 2016-12-31 18:43
http://blog.yes24.com/document/918021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우발적


 우발적 사고 → 우연한 일 / 뜻밖인 일 / 뜻밖에 터진 일

 우발적 행동 → 갑작스런 움직임 / 뜻밖인 몸짓 / 뜬금없는 몸짓

 우발적인 싸움 → 우연한 싸움 / 난데없는 싸움 / 뜻밖에 터진 싸움

 우발적인 총격전 → 뜻하지 않은 총싸움 / 뜻밖에 벌어진 총싸움


  ‘우발적(偶發的)’은 “어떤 일이 예기치 아니하게 우연히 일어나는”을 가리킨다고 해요. ‘예기(豫期)’는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고 기다림”을 뜻하고, ‘우연히(偶然-)’는 “뜻하지 않게”나 ‘저절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미리 생각하지 못한 일이나 뜻하지 않던 일이 있을 적에 ‘우발적’을 쓰는 셈이에요. 다시 말해서 ‘우연하다’로 손보거나 “생각하지 못한”이나 “뜻하지 않던”으로 손볼 만합니다. ‘갑작스럽다’라든지 ‘뜬금없다’로 손볼 수 있고요. 2016.12.31.흙.ㅅㄴㄹ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는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것이다

→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는 가볍고 갑작스런 사건이 아니다

→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는 가볍고 뜻밖인 사건이 아니다

→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는 가볍고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 몇몇 사람들이 엮어내어 가볍고 뜻밖에 터진 일이 아니다

《김하기-부마민주항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2004) 28쪽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의 우발적인 생각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비애를 느꼈다

→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이 갑자기 한 생각에 흔들리는 모습에 슬픔을 느꼈다

→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이 뜬금없이 떠올린 생각에 휘둘리니 슬픔을 느꼈다

→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이 문득 터뜨리는 생각에 휘둘리니 슬픔을 느꼈다

→ 교육이 어떤 한 사람이 내놓는 뚱딴지 같은 생각에 오락가락하니 슬펐다

《이숙의-이 여자, 이숙의》(삼인,2007) 246쪽


학생들 사이의 다툼이나 우발적인 주먹다짐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 학생들 사이에 생긴 다툼이나 갑작스런 주먹다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 학생들이 서로 다투거나 갑자기 주먹다짐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현·전누리-우리는 현재다》(빨간소금,2016) 6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비일비재 | 우리말 살려쓰기 2016-12-31 18:22
http://blog.yes24.com/document/918016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 비일비재



 비일비재가 아니었다 → 한둘이 아니었다 / 수두룩했다

 비일비재로 있었으나 → 으레 있었으나 / 자주 있었으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 거푸 일어났다 / 줄지어 일이났다

 비일비재한 일 → 하루이틀이 아닌 일 / 잦은 일 / 흔한 일 / 늘 있는 일

 그런 일이야 비일비재하지 → 그런 일이야 보기 쉽지 / 그런 일이야 흔하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 아직도 자주 있다 /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


  ‘비일비재(非一非再)’는 “같은 모습이나 일이 한두 번이나 한둘이 아니고 많음”을 뜻한답니다. ‘비일(非一)’은 “한 번이 아님”님이요, ‘비재(非再)’는 “다시(두 번)가 아님”이에요. 그러니 “한둘이 아니다”라든지 “하루이틀이 아니다”로 손볼 만해요. ‘흔하다’나 ‘잦다’로 손볼 수 있고, ‘늘·언제나·줄곧·내리·내내’를 넣어서 손볼 수 있으며, ‘자꾸·꾸준히·잇달아·거푸·끊임없이·줄지어’를 넣어서 손볼 수 있어요. “보기 쉽다”거나 “어렵지 않게 본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2016.12.31.흙.ㅅㄴㄹ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으므로 자연히 가사도 서로 분담하게 되었다

→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흔할 만큼 바쁜 나날이었으므로 저절로 집안일도 서로 나눠 하였다

→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잇달을 만큼 바쁜 나날이었으므로 저절로 집안일도 서로 나눠 하였다

→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닐 만큼 바쁜 나날이었으므로 저절로 집안일도 서로 나눠 하였다

《마츠이 야요리/김혜영 옮김-무엇이 여성해방인가》(백산서당,1981) 33쪽


학생들에게는 체벌을 가하며 암기를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 학생들한테는 체벌을 하며 외우도록 시키는 일이 숱하게 일어났다

→ 학생들한테는 체벌을 하며 외우도록 시키는 일이 수없이 일어났다

→ 학생들한테는 체벌을 하며 외우도록 시키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 학생들한테는 체벌을 하며 외우도록 시키는 일이 자꾸 일어났다

《공현·전누리-우리는 현재다》(빨간소금,2016) 12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깍두기 담그고 우유 한 잔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12-31 15:43
http://blog.yes24.com/document/917984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깍두기 담그고 우유 한 잔



  무는 어제 썰어 놓았고, 아침 열 시 반부터 풀을 쑵니다. 찹쌀가루로만 풀을 쑬까 하다가 집에 쌀겨가 많아서 쌀겨를 같이 넣어서 풀을 쑵니다. 이동안 밥이랑 국을 해서 밥상을 차리고, 바지런히 주걱을 저으면서 틈틈이 마늘과 생강을 다듬고 양파랑 큰파를 썰고 능금도 두 알 씻어서 썹니다. 두 아이가 마늘빻기를 거든다고 하지만 잘 빻지 못해서 마저 콩콩콩 빻습니다. 쌀겨찹쌀풀이 어느 만큼 식었구나 싶을 무렵, 드디어 여러 양념을 한데 넣고서 천천히 섞습니다. 하루 동안 재운 소금물은 안 버리고 그대로 씁니다. 고춧가루는 빛깔만 내도록 넣습니다. 슬금슬금 섞고 나서 빛깔이 잘 도는구나 싶을 무렵 한 조각을 종지에 담습니다. 큰아이더러 먹어 보라 합니다. “안 매워. 맛있어.” 합니다. “너희가 먹을 수 있도록 안 맵게 했지.” 나도 한 조각을 먹어 봅니다. 잘 되었네요. 오늘 저녁부터 바로 먹을 수도 있으리라 느껴요. 더 삭이면 한결 맛있을 테고요. 이제 국자로 떠서 스텐통에 넷으로 나누어 담고, 작은 반찬통 두 군데에도 옮겨 담습니다. 이러고 나서 잔뜩 쌓인 설거지를 하고, 행주를 둘 복복 비벼 빨아서 마당에 넙니다. 오늘 하루만 네 식간 반 즈음 걸려서 깍두기를 마무리합니다.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가 김치를 다 담그고 설거지까지 마치고서 “아! 이제 커피 한 잔 마셔야지!” 하시던 마음을 아주 살짝 알 듯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 우유를 한 잔 마십니다. 2016.12.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묶음표 한자말] 생애生涯 | 우리말 살려쓰기 2016-12-31 15:08
http://blog.yes24.com/document/917979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묶음표 한자말 250 : 생애生涯



생애(生涯) : 1. 살아 있는 한평생의 기간

한평생(-平生) : 살아 있는 동안


그 짧은 생애(生涯)도

→ 그 짧은 삶도

→ 그 짧은 나날도

→ 그 짧은 목숨도



  ‘생애’는 “살아 있는 한평생의 기간”을 가리킨다는데, ‘한평생’은 “살아 있는 동안”을 가리킨다니, ‘생애’ 말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동안의 기간”이란 무엇일까요? 살아서 있다고 하기에 ‘삶’입니다. ‘생애’는 ‘삶’으로 손보면 될 만하지 싶고, ‘한평생’은 ‘한삶’으로 손보면 될 만하지 싶어요. 그런데 ‘생애’를 ‘생애(生涯)’로 적으면 얼마나 알아보기에 좋을까요? 꼭 이처럼 써야 할까요? ‘삶’이나 ‘한삶’으로 적으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보기글에서는 ‘목숨’이나 ‘나날’이나 ‘숨결’로 적어 보아도 어울립니다. 2016.12.31.흙.ㅅㄴㄹ



깨갱! 개의 그 짧은 생애(生涯)도 끝이 났다

→ 깨갱! 개는 그 짧은 삶도 끝이 났다

→ 깨갱! 개는 그 짧은 목숨도 끝이 났다

《김성렬-본전 생각》(문학의전당,2015) 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적] 전국적 6 (+) | 우리말 살려쓰기 2016-12-31 11:20
http://blog.yes24.com/document/917937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전국적


 전국적 규모의 대회 → 전국에서 모이는 대회 / 온 나라에서 모이는 대회

 전국적 명성 → 전국에 떨치는 이름 / 온 나라에 알려진 이름

 이 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므로 → 이 풀은 온 나라에 자라므로

 전국적으로 퍼지고 → 전국으로 퍼지고 / 나라 구석구석에 퍼지고


  ‘전국적(全國的)’은 “온 나라에 관계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전국을 걸치면 “전국을 걸친다” 하면 되고, 세계에 걸치면 “세계에 걸친다” 하면 됩니다. 우주에 걸치면 “우주에 걸친다” 하고, 지구에 걸치면 “지구에 걸친다” 하면 돼요. 또는 ‘통틀다’를 넣어 “전국을 통틀어”나 “세계를 통틀어”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전국적인 선수”는 “전국을 주름잡는 선수”나 “전국에 이름난 선수”나 “전국에 손꼽히는 선수”라고 적을 만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아직 안 오르지만 ‘온나라’라는 낱말을 지어서 써 볼 수 있어요. 아직 “온 나라”처럼 띄어서 써야 하지만 말이에요. 2016.12.31.흙.ㅅㄴㄹ



와룡중학교 농구를 전국적으로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전국으로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온 나라에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온 누리에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널리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힘껏 빛내 주십시오

→ 와룡중학교 농구를 환히 빛내 주십시오

《김수정-미스터 점보》(서울문화사,1990) 30쪽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 전국으로 넓어졌다

→ 온 나라로 퍼졌다

→ 나라 곳곳으로 퍼졌다

→ 두루 자리를 잡았다

→ 두루두루 자리잡았다

→ 널리 가지를 쳤다

《채백-신문》(대원사,2003) 52쪽


일본 전국적으로 막대한 것이었다

→ 일본 전국에 걸쳐 어마어마했다

→ 일본 전국에 골고루 대단했다

→ 일본 전국으로 치면 엄청났다

→ 일본을 통틀어 어마어마했다

→ 일본을 통틀어 따지면 대단했다

《이진희/이규수 옮김-해협, 한 재일 사학자의 반평생》(삼인,2003) 24쪽


곰팡이처럼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퍼져서

→ 곰팡이처럼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서

→ 곰팡이처럼 빠르게 온 나라로 퍼져서

→ 곰팡이처럼 빠르게 이 나라 곳곳으로 퍼져서

《최엄윤-이천동, 도시의 옛 고향》(이매진,2007) 26쪽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깊은 산 습지 주위와

→ 전국에 분포하며, 깊은 산 늪 둘레와

→ 전국에 있으며, 깊은 산 늪 언저리와

→ 온 나라에 있으며, 깊은 산 늪가와

→ 곳곳에서 자라며, 깊은 산 늪가와

《김병기-모둠 모둠 산꽃도감》(자연과생태,2013) 55쪽


서울에서 시작된 시위는 점차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 서울에서 비롯한 시위는 차츰 전국으로 퍼져나가

→ 서울에서 비롯한 시위는 어느덧 온 나라로 퍼져나가

→ 서울에서 비롯한 시위는 어느새 나라 곳곳으로 퍼져나가

《공현·전누리-우리는 현재다》(빨간소금,2016) 1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시골아이 278. 억새밭에 (2016.12.17.) | 시골아이 2016-12-31 11:07
http://blog.yes24.com/document/917935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시골아이 278. 억새밭에 (2016.12.17.)



  시골아이는 시골에서 누리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 시골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깃든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노래 같아. 즐겁고 조용하고 재미나고 멋지지. 억새밭에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고, 키 큰 억새를 한 줄기 꺾어서 휘휘 흔들며 놀 수 있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돌이)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사름벼리는 생각에 잠겨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12-31 10:34
http://blog.yes24.com/document/917927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사름벼리는 생각에 잠겨



  조각그림을 맞추느라 생각에 잠긴 사름벼리. 여러 차례 풀고 맞추면서 어느 만큼 익숙하지만, 다시 풀어서 처음부터 맞출 적에는 한참 생각에 잠긴다. 온마음을 기울여서 조각 하나마다 제자리에 가도록 손을 뻗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마지막날 | 책삶+글쓰기 2016-12-31 10:3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917926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마지막날



  처음이 있다고 여기니 마지막이 있고, 이곳이 있다고 생각하니 저곳이 있어요. 처음이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고 여길 만하니, 한 해를 열두 달로 나눌 수 있고, 한 달을 서른 날로 가를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해 어느 날이든 우리한테는 모두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열 살 나이에 맞이하는 12월 31일도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서른 살 나이에 맞이하는 1월 1일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나는 이를 아마 아홉 살 즈음에 불현듯 깨달았다고 느끼는데, 어릴 적에는 집이나 학교나 마을에서 ‘하도 얻어맞는 일’이 잦아서 ‘빨리 나이를 더 먹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독재는 어디에나 시퍼런 서슬을 뻗었어요. 그렇지만 꼭 정치 탓만 할 수는 없을 테지요. 그런 어두운 때에도 아이를 한 번도 안 때리고 따스히 돌본 보금자리는 틀림없이 있었으니까요. 2016년 12월 31일이든 2017년 1월 1일이든 대수로울 일은 없으나,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언제나 꼭 한 번만 찾아와서 누리는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을 엽니다. ‘ㅅㅎㄱ’을 어떻게 엮으면 즐겁거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2016.12.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여든 앞둔 늙은 시인이 그리는 풀벌레 노래 (연옥의 봄) | 동시집+시집 2016-12-31 09:55
http://blog.yes24.com/document/917920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연옥의 봄

황동규 저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시를 노래하는 말 278



여든 앞둔 늙은 시인이 그리는 풀벌레 노래

― 연옥의 봄

 황동규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6.11.24. 8000원



  겨울이 되면 마을고양이는 따순 곳을 찾아서 웅크립니다. 때로는 혼자 웅크리고, 때로는 두어 마리가 함께 몸을 맞대고 웅크립니다. 제가 사는 시골집은 곳곳이 마을고양이한테 따순 곳이 되지 싶습니다. 때로는 평상 밑이, 때로는 평상 위쪽이, 때로는 자전거수레 밑이, 때로는 자전거수레 위쪽이, 때로는 헛간이, 때로는 섬돌이, 마을고양이가 웅크리고 해바라기를 하는 자리가 돼요.


  오늘도 아침에 마루문을 열며 한 발을 내딛으려다가 멈칫합니다. 털이 하얀 고양이는 섬돌에 앉으면 눈에 잘 안 뜨여서 때로 밟기도 하거든요. 문득 멈칫한 뒤 가만히 고양이를 바라봅니다.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얘야, 내려가도 되겠니? 네가 거기 있으면 내가 널 밟을 텐데?’ 아침볕을 쬐며 웅크리던 고양이는 느리게 몸을 풀고 느리게 걸음을 옮깁니다. 몇 발자국 옆으로 가서 다시 동그랗게 몸을 맙니다.


  얼추 열 마리쯤 우리 집 곳곳에 깃드는 마을고양이가 저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몸을 말며 겨울볕을 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때때로 이 고양이하고 매우 가까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고양이가 평상 밑에서 자면, 나는 평상에 누워서 살짝 등허리를 펴며 겨울볕을 함께 누려 보기도 합니다. 가을이 지났기에 겨울이요, 봄을 기다리기에 겨울인 이즈음, 황동규 님 시집 《연옥의 봄》(문학과지성사,2016)을 읽습니다.



중얼거림을 멈췄다. 눈앞에서 / 껍질 벗어 던진 나체의 석류 같은 천남성 열매 / 붉은 알 하나하나가 최면 걸듯 빛나고 있었다. / 생각들아 가을이 깊으면 / 겉도 속이 된다. (천남성 열매)


노령자 무료 독감 백신 맞으려 동네 병원에 갔다. / 이왕 오셔서 기다리신 김에 / 4만 원짜리 폐렴 백신도 맞고 가시라는 의사의 말에 / 얼씨구 이런 게 바로 시간 절약! / 하지만 저녁 병원 문 닫을 무렵부터 몸 오슬오슬 추워와 / 노령자에게 겹으로 백신 놓아준 의사, 돌팔이라 욕하며 / 새벽 2시까지 끙끙 앓다 간신히 눈 붙이고 (몸이 말한다)



  1938년에 태어난 황동규 님이니 이제 제법 늙수그레한 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의 여든인 나이입니다. 이리하여 ‘늙은 시인’은 동네 병원에서는 그냥 ‘늙은 할아버지’ 손님인 터라 “이왕 오셔서 기다리신 김”에 “4만 원짜리 폐렴 백신”도 덩달아 맞으라는 얘기를 의사한테서 듣습니다. 시인 황동규 님은 의사 말에 “얼씨구 이런 게 바로 시간 절약!”이라 여기며 그만 하루에 두 가지 백신을 맞았대요. 이러고서 이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끙끙 앓았다지요. “노령자 무료 독감 백신”에 “시간 절약!”을 노리다가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청력이 줄었는지 / 봄비 유난히 숨죽이고 창에 뿌리는 밤. / 테킬라 ‘호세 쿠에르보’ 한 잔 넉넉히 따라 마시고 누워 / 이 생각 저 생각 두어 시간 보내다 (명품 테킬라 한잔)


유채꽃인가, 다시 보니 배추꽃이었다. / 밭둑에 혼자 피어 있었다. / 어디선가 노랑나비 하나 날아와 /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다 말고 / 슬그머니 꽃에 내려앉는 순간 (사는 노릇?)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습니다. 아픈 일 슬픈 일도 겪고, 기쁜 일 웃는 일도 겪어요. 젊은 날에는 귀가 잘 들렸어도, 어느덧 귀가 어두워지는 몸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젊은 날에는 한 잔 마시기도 어려웠을 “명품 테킬라”였을지라도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한 잔 걸치면서 “나폴리 민요”라든지 여러 서양고전을 누릴 수 있기도 하지요.


  귀뿐 아니라 눈까지 어두워지면서 유채꽃하고 배추꽃을 먼발치에서는 못 가리다가 가까이 다가서서야 비로소 배추꽃이네 하고 알아보기도 합니다. 배추꽃이로구나 하고 깨달으며 바라보다가 노랑나비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자잘하면서 투박한 하루하루가 시 한 줄로 새롭게 영글기도 하지요.



명예교수 휴게실에서 문학의 죽음에 대해 / 대책 없는 토론을 벌이다 채 끝내지 못하고 나와 / (이거 한평생 헛발질한 거 아냐?) / 차 시동 걸고 오디오를 켠다. / 옛 테너 스테파노가 부르는 나폴리 민요. / 순환도로에 오르자 시야 가득 벚꽃 휘날린다. (나폴리 민요)



  여든을 앞둔 명예교수 황동규 님은 대학교 쉼터에서 “문학의 죽음”을 놓고 한참 말씨름을 하다가 불현듯 속으로 생각했대요. “이거 한평생 헛발질한 거 아냐?” 하고요. 참말로 어쩌면 한삶을 헛발질을 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삶을 헛발질을 했더라도 이 나름대로 재미나게 누린 나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노래를 듣듯, 자전거를 달리며 바람소리를 노래처럼 듣듯, 두 다리로 천천히 거닐며 스스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듯, 버스나 전철을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 복닥거리는 소리를 노래마냥 받아들이든, 저마다 다르면서 뜻있는 나날이요 삶입니다. 흔한 하루가 아닌 언제나 오직 하나뿐인 하루요, 바로 이 하나뿐인 하루에서 하나뿐인 시가 태어나요.



어머님, 백 세 가까이 곁에 계시다 아버님 옆에 가 묻히시고 / 김치수, 오래 누워 앓다 경기도 변두리로 가 잠들고 / 아내, 벼르고 벼르다 동창들과 제주도에 갔다. / 늦설거지 끝내고 / 구닥다리 가방처럼 혼자 던져져 있는 가을밤, /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가 끝난다. / 창을 열고 내다보니 달도 없다. (삶의 본때)


여름내 뿌린 소독약 때문인가 / 8층까지 올라오던 벌레들의 간절한 가을의 소리 / 끊겼다. / 벌레 소리 자리 뜨자 밤새 소리도 / 사라졌다. (늦가을에)



  시집 《연옥의 봄》은 ‘늙은’ 시인 자리에 들어선 황동규 님이 ‘죽음’이란 참말 무엇인가 하고 더 가까이 생각하면서 쏟아낸 이야기를 담습니다. 연옥에도 봄이 올까요? 연옥에도 봄이 있을까요? 연옥에서도 봄을 그릴 수 있을까요? 연옥하고 봄은 어울릴까요?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얽히거나 설키면서 “삶하고 죽음” 사이에 놓인 실타래를 헤아립니다.


  얼마 앞서까지 누리던 “아파트 8층 가을 풀벌레 노랫소리”가 농약(또는 소독약) 때문에 사그라들었다고 해요. 아파트 관리인은 소독약도 농약도 잔뜩 뿌려서 풀벌레를 모조리 죽이고, 풀벌레가 모조리 죽은 자리에는 새 한 마리도 깃들지 못하며, 이러한 아파트 꽃밭은 꽃나무만 멀쩡히 있는지 몰라도 아무런 소리 하나 없다고 합니다. 레이첼 카슨 님이 밝힌 “고요한 봄”마냥 소리가 없는 가을이란 가을답다고 느끼기 어려운 가을이리라 느껴요.


  어쩌면 《연옥의 봄》이라는 시집에서 노래하는 ‘연옥’하고 ‘봄’이란, 이렇게 우리 곁에서 어느새 사그라들고 만 애틋하거나 살갑거나 따스한 소리를 그리는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지 못하며 밤새도 노래하지 못하고, 개구리는 더더욱 노래할 수 없으며, 이런 가을 밤에는 시인도 노래를 그만 못하고 마는, 그런 얼거리라고 할까요. 거의 예순 해에 이르도록 시라고 하는 한길을 걸어온 늙은 시인이 마음에 담는 봄을, 늙은 몸에 담고 싶은 봄을, 앞으로 꿈처럼 그리고 싶은 봄을 고요히 생각해 봅니다. 2016.12.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최근 댓글
제가 본 책은 북두신권이라 제목이 붙..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g.. 
마음을 녹이는 사랑 가득한 한해 되시.. 
이 책도, 작가님의 예리한 검열을 피.. 
리뷰 잘 보고가요 
나의 친구
오늘 298 | 전체 5936357
2010-08-13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