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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6. 삽 한 자루 | 숲집 놀이터 2016-03-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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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6. 삽 한 자루


  나무를 심을 곳을 살펴서 먼저 삽을 폭 박는다. 삽 한 자루로 흙을 뜨자면 손품을 들인다. 한 번 찍을 적마다 한 삽씩 뜬다. 손품을 들이지 않는 기계를 빌면 땅파기쯤이야 일조차 아닐 만하다. 집을 짓든 다리를 놓든 무슨 일을 하든,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를 빌 적에는 아주 빠르게 해치운다. 그래, 기계를 빌 적에는 ‘일’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해치운다’ 같은 말이 걸맞다. 굳이 손으로 힘을 들여서 어떤 일을 한다면, 이 일을 하면서 배우는 살림이 있기 때문이다. 기계를 빌어서 무언가 빠르게 해치우려 한다면, 그만큼 말미를 얻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손으로 하는 일하고 기계로 해치우는 짓(나쁜 뜻이 아닌 그냥 짓)으로 우리는 무엇을 배울 만할까. 기계를 쓰면서 남기는 말미에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살림으로 나아가는 사랑을 가꾸는 삶이 되는가. 아이들하고 나무 한 그루 심는 데에 삽 한 자루를 써서 이십 분 즈음 든다. 2016.3.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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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3. 우리 함께 하자 (2016.3.27.) | 시골아이 2016-03-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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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3. 우리 함께 하자 (2016.3.27.)


  시골순이는 나무를 붙잡고, 시골돌이는 물을 떠오고, 아버지는 구덩이를 판 뒤에 다시 흙을 살살 붓고, 이렇게 함께 나무를 심자. 셋이 보태는 사랑으로 나무를 돌보고, 우리 손길이 고이 깃드는 이 나무를 언제나 아끼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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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부터 ㅊ, 이제 ㅋ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3-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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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부터 ㅊ, 이제 ㅋ



  나흘째 ‘사전 원고 손질’을 한다. 이제 곧 나올 새로운 사전이기에 더 꼼꼼히 살피느라 나흘째 걸린다. 말을 다루는 책을 살피니, 자꾸 새로운 말을 더 볼 수밖에 없고, 일은 더디다. 그렇지만 나흘째에 이른 오늘, 드디어 ㅊ을 지나 ㅋ으로 넘어선다. 이렇게 보다가도 다시 ㄱ이나 ㄴ이나 ㄷ으로 돌아가서는, 앞에서 갈무리하거나 손질한 대목을 또 보태고 다듬고 손질한다.


  눈코 뜰 사이 없이 글손질을 하느라, 아이들 밥차림이 허술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더 오래 놀아야 한다. 살짝 숨을 돌리고 머리를 식혀야겠다. 등허리를 편 뒤 아이들하고 한동안 논 다음, 새롭게 기운을 내어 ㅎ까지 씩씩하게 나아가야지. 이 일을 다 마치면 옥수수알을 불려서 옥수수씨도 뒤꼍에 기쁘게 심어야지. 2016.3.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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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셰익스피어가 ‘새 영어’를 일으켰다면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 인문책 2016-03-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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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김동섭 저
책미래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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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48



영국은 셰익스피어가 ‘새 영어’를 일으켰다면

―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김동섭 글

 책미래 펴냄, 2016.3.10. 14000원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된 노래를 듣습니다. 요즈음 들어서 아이들하고 함께 영어로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즐길 영화를 살피다 보면 한국에 있는 극장에 걸리지 못한 영화가 무척 많아서, 이런 영화는 영어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말로 나오지 않은 재미나며 훌륭한 그림책도 많아요. 한국말로 나온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아이들하고 보다가도 번역이 그리 알맞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기에, 아예 영어로 된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따로 장만해서 읽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저절로 영어를 새로 배우는 어버이가 되면서, 아이들한테도 영어를 즐거운 놀이로 가르칩니다. 무엇보다 신나는 가락하고 섞어서 노래를 부르면 퍽 재미있습니다.



(1066년) 윌리엄의 영국 정복은 문화적으로는 대륙의 프랑스 문화의 유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정치적으로는 노르망디의 법률과 행정 제도가 영국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45쪽)


윌리엄 정복 이후 1399년 리처드 2세가 왕위에서 내려올 때까지 프랑스어는 333년 동안 왕의 모국어였고, 헨리 2세(1152년)부터 헨리 6세(1445년)까지 300년 동안 모든 영국의 왕은 프랑스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했다. (57쪽)



  영어로 된 말을 듣다 보면 소릿값을 처음부터 알아차리기 어려운 낱말이 꽤 있습니다. 영어에도 사투리가 있으니 표준 영어가 아니라면 말소리도 다르기 마련일 테지만, 표준 영어에서도 소릿값은 글꼴하고 사뭇 다르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글꼴하고 소릿값이 다를까’ 하는 수수께끼를 잘 풀지 못한 채, 이 낱말은 그저 이렇게 소리내야 하는구나 하고만 여겼습니다.


  김동섭 님이 쓴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를 읽으면서 영어하고 얽힌 실타래를 찬찬히 돌아봅니다. 《영어의 탄생》(책과함께,2005)이라는 책을 읽으며 실타래를 조금씩 풀었고,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를 읽으면서 이 실타래를 조금 더 환하게 풀어 봅니다.


  영어는 처음부터 영어였을 테지만, 이웃에서 여러 나라가 영국이라는 곳으로 쳐들어오면서 수많은 ‘다른 말’이 들어왔다고 해요. 영국이라는 곳으로 쳐들어온 ‘숱한 다른 겨레’는 ‘다른 겨레가 쓰던 말’을 영어에 남겼고, 이러한 흐름은 ‘프랑스말을 쓰는 겨레’가 11세기부터 수백 해에 이르도록 그곳을 정치 권력으로서 다스리면서 영어는 더욱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노르만 정복 이후 노르만 방언을 통해 영어에 들어온 새로운 철자는 x, q, z였는데, 이 철자들은 고대 프랑스어에서 사용되던 철자였다. (66쪽)


영국 왕실에 시집을 온 프랑스 공주들은 많은 식솔을 데리고 도버 해협을 건넜다. 그중에는 요리사, 재단사, 유모, 침모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프랑스 하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대개 영국 사회에서 상류 계층의 문화적 활동에 관여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모국어, 즉 프랑스어 어휘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에 들어갔을 것이다. (81쪽)



  1066년 뒤로 수백 해에 걸쳐서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말이 두루 쓰였다고 합니다. 첫째, 이 나라를 이루는 바탕이 되는 여느 사람들, 이른바 땅을 갈고 시골살이를 누리는 수수한 사람들은 ‘그냥 영어’를 씁니다. 둘째, 이 나라에서 정치 권력이나 문화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은 ‘프랑스말’을 씁니다. 셋째, 행정이나 종교나 법에서는 ‘라틴말’을 씁니다.


  이러한 얼거리가 무척 오래도록 이어졌다고 하는 영국이에요. 이러는 동안 수많은 프랑스말이 영어로 흘러들었다고 합니다. 영국하고 프랑스 사이에 백년전쟁이 벌어지면서 이 흐름은 수그러들었다는데, 백년전쟁이 끝난 뒤 영국이 바닷길을 뚫어 다른 여러 나라로 손길을 뻗는 동안, 이제는 ‘또 다른 새로운 나라와 겨레’에서 쓰는 말을 영어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영국은 백년전쟁을 통하여 귀중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자신들은 브리튼 섬의 영국인이고, 자신들의 모국어가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159쪽)


셰익스피어와 초서는 영어를 문학어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초서는 수백 년 간의 프랑스 지배에서 영어를 독자적인 문학 언어로 독립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영어 어휘와 표현을 통해 ‘셰익스피어 영어’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164쪽)



  바깥으로 본다면, 영어는 어떤 말이든 저희 품으로 받아들이거나 껴안은 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도 그럴 까닭이 ‘영국에 없는 삶이나 살림’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영국에 없는 말’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나 겨레에서 쓰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만 영국 영어는 ‘다른 나라 말’이나 ‘다른 겨레 말’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셰익스피어 영어’가 일어났듯이, 영국사람 스스로 ‘새로운 영어’를 지어서 ‘새로운 삶과 살림’으로 나아가는 길도 씩씩하게 열었다고 해요. 셰익스피어가 나타나기 앞서는 다른 나라나 겨레에서 ‘다른 말’을 곧이곧대로 영어로 받아들여서 썼을 뿐이라 한다면, 셰익스피어가 나타난 뒤에는 ‘새로운 삶과 살림’을 바로 ‘영어로 스스로 짓는 슬기로운 생각’을 빛냈다고 합니다.



영어 어휘 중에서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들은 대부분 영어 고유어에서 유래한 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빈도수가 적을수록 프랑스어의 비율은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 고유어들을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전문 분야, 특히 학문과 예술 등의 전문 분야에서는 한자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88쪽)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를 쓴 김동섭 님은 책 끝자락에서 한국말 이야기를 살짝 들려줍니다. 한국에서 한국사람은 ‘여느 말(일반 의사소통)’은 수수한 한국말로 쓰지만, 문화나 정치나 학문이나 교육이나 종교나 …… 이런저런 자리로 가면 으레 한자말로 쓴다고 이야기해요.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아이들한테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어버이는 드물거나 없다시피 해요. 그런데, ‘우리 집 아이’가 아닌 ‘학교에 있는 학생’ 앞에만 서더라도 말이 달라지지요. 회사에서 말이 달라지고, 가게에서도 말이 달라져요. 그나마 오래된 저잣거리에서는 수수한 한국말을 쓴다고 할 테지만, 경제나 유통이나 대형할인마트 같은 곳에서는 수수한 한국말이 사라집니다.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영어’가 있다고 하지만, 한국에는 ‘어떤 한국말’이 있다고 할 만할까요? ‘박경리 한국말’이나 ‘홍명희 한국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 영어’는 문학에서뿐 아니라 여느 삶자리에서도 두루 쓰는 영어로 퍼진다고 하는데, ‘한국 문학에 나오는 말’은 ‘문학말’을 넘어서 ‘삶말’이나 ‘살림말’로도 퍼진다고 할 만할까요?


  다른 문화나 사회를 일컫는 모든 바깥말을 ‘영국에서는 영어’로만 담아내거나 ‘한국에서는 한국말’로만 담아내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낍니다. 바깥말도 즐겁게 받아들여서 재미나게 쓸 만합니다. 다만, 스스로 삶과 살림을 가꾸는 자리에서는 나 스스로 새로운 말을 슬기롭게 짓는 생각을 함께 펼칠 수 있어야지 싶어요.


  가만히 보면, 영국 정치를 이루던 이들은 영어가 아닌 프랑스말이나 라틴말을 오랫동안 썼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수수한 영국사람’이 쓰던 영어로 돌아갑니다. 한국 정치를 이루거나 한국 문화나 학문을 이루는 이들은 오늘날 어떤 말을 쓸까요? 이들은 한국에서 앞으로 어떤 말로 나아갈까요? 2016.3.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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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비행기에 싣고 고모한테 가자 (아주 특별한 배달) | 그림책 2016-03-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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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특별한 배달

필립 C. 스테드 글/매튜 코델 그림/이수란 역
국민서관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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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비행기에 싣고 고모한테 가자

― 아주 특별한 배달

 필립 C.스테드 글

 매튜 코델 그림

 이수란 옮김

 국민서관 펴냄, 2015.6.29. 1만 원



  집에서 작은아이를 안으면 큰아이는 저도 안아 달라 합니다. 잠자리를 깔며 큰아이를 업으면 작은아이는 저도 업어 달라 합니다. 때때로 두 아이를 한 팔씩 나누어 안으면서 놀다가 잠자리로 옮깁니다. 때때로 방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배나 비행기 노릇을 해 봅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한 아이씩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요.


  가만히 돌아봅니다. 내가 어릴 적에도 이렇게 누가 안거나 업어 주면 무척 재미났어요. 누가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 주면 많이 돌아 주지 않아도 대단히 재미있어요.



“어딜 가는 거야?” “어딜 가겠어요? 코끼리를 그냥 우체통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6∼7쪽)



  필립 C.스테드 님이 글을 쓰고, 매튜 코델 님이 그림을 빚은 《아주 특별한 배달》(국민서관,2015)을 아주 남달리 읽습니다. 코끼리를 고모한테 선물로 보내려고 하는 당찬 가시내가 나오는 그림책을 무척 재미나게 읽습니다.


  코끼리를 부친다고?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가시내는 ‘집에서 키우던’ 코끼리를 이끌고 우체국으로 갑니다. 우체국 아저씨는 ‘코끼리를 고무한테 보내려’면 우표를 얼마나 붙여야 하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수레에 잔뜩 우표를 싣고 와서는 몽땅 붙여야 한다고 말해요.


  아이로서는 수레에 가득 넘치는 우표까지 장만할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웃집으로 가요. 아이가 사는 집에 있는 이웃은 비행기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비행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아이는 이웃 아주머니한테 ‘비행기를 빌려’ 달라고 말해요.



“메리 아주머니, 아주머니 비행기를 빌릴 수 있을까요? 이 코끼리를 저희 고모에게 보내려고요. 조세핀 고모는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고 계셔서…… 친구가 꼭 필요하거든요.” (14쪽)



  그림책이기에 부풀려서 그린다고 여길 수 있지만, 참말 이 그림책대로일 수 있어요. 집에서 코끼리를 키울 수 있고, 아이가 비행기를 몰 수 있지요. 더군다나 이 아이는 코끼리를 비행기에 태우고 날다가 그만 기름이 다 떨어져서, 아니 기름을 안 넣고 비행기를 몬 탓에 비행기가 풀풀거리다가 비실비실 내려앉아요.


  깊은 숲에 비행기가 내려앉아서 더는 비행기로 코끼리를 데리고 가지 못해요. 이때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깊은 숲에서 이 아이를 누가 도와줄 만할까요?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야무지게도 악어한테 도와 달라고 얘기해요. 악어더러 냇물을 가로질러 달라고 말하지요. 더군다나 악어는 아이가 바라는 대로 태워 줘요.


  온누리에 이렇게 얌전하고 착한 악어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아이는 악어한테 ‘고맙다’는 뜻으로 나중에 풍선껌을 보내 주겠다고 다짐합니다. 참으로 똘똘하고, 동무를 헤아릴 줄 아는 멋진 아이로군요.



“안녕, 악어야. 나를 저기 강 아래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이 코끼리를 우리 고모에게 보내려고. 조세핀 고모는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고 계셔서 친구가 꼭 필요하거든.” (22쪽)



  새봄에 우리 집 아이들은 지난겨울에 했듯이 호미랑 꽃삽으로 땅을 파면서 놉니다. 땅을 파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흙을 덮어 줍니다. 나비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면 한참 쳐다보다가 풀밭에 내려놓아 줍니다. 들꽃을 한손 가득 꺾어서 꽃놀이를 하고, 마당에 떨어진 동백꽃잎을 주워서 곱다며 춤을 춥니다.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꽃내음을 맡으며 봄을 즐깁니다. 나무꽃 곁에 서고 풀꽃 둘레에 앉습니다. 밭을 갈아서 씨앗을 심습니다. 나무도 몇 그루 뒤꼍에 심습니다. 새로운 철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일과 놀이를 붙잡으면서 모두 새로운 살림으로 거듭납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비슷하거나 같은 사람도 동무가 되지만, 나무나 꽃이나 애벌레나 새도 동무가 됩니다.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코끼리랑 악어랑 잔나비를 모두 동무로 삼아서 놀 뿐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마음을 나누면서 즐겁게 어울려요. 고모한테 가는 길은 언제나 남다르다 싶고, 고모한테 보내는 선물도 언제나 남다르구나 싶어요.



“세이디, 따뜻한 코코아 좀 마시겠니?” “네, 이 편지만 다 쓰고요. 친구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39쪽)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고모한테 코끼리를 보내면서 먼길을 즐겁게 가는데, 코끼리에 앞서 펭귄도 말도 고릴라도 보냈다고 합니다. 아마 처음에는 우체국에서 보내려 했지만 우표값이 많이 든다고 해서, 늘 이웃 아주머니한테서 비행기를 빌린 뒤에 손수 비행기를 몰면서 고모한테 찾아갔을 테지요. 언제나 기름을 안 채우고 날다가 깊은 숲에 떨어졌을 테고, 깊은 숲에서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새로운 동무를 사귀면서 한 걸음씩 나아갔을 테지요.


  동무는 학교에만 있지 않습니다. 동무는 마을에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어디에나 동무가 있습니다. 온누리 누구나 서로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마음이 되기에 서로 동무로 지냅니다. 즐거운 웃음으로 손을 맞잡기에 서로 동무로 어울려요.


  삼월이 저물고 사월로 접어드는 이즈음, 우리 집 처마에 제비가 언제쯤 돌아올까 하고 손꼽아 기다립니다. 반가운 동무가 올해에도 새롭게 이 시골집에서 함께 지낼 나날을 기쁘게 기다립니다.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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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8] 남성 여성 | 시로 읽는 책 2016-03-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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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8] 남성 여성



  아이가 태어나는 자리에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함께 있으니

  나한테는 두 기운이 나란히



  사내가 아무리 훌륭해도 어머니가 있어야 아이를 낳아요. 가시내가 아무리 빼어나도 아버지가 있어야 아이가 태어나요. 사내 혼자 아이를 못 낳고, 가시내 혼자 아이를 못 낳아요. 둘은 서로 다른 몸이지만 한자리에 사랑으로 함께 있을 때에 새로운 살림을 지어서 즐거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서로 다르니 힘도 다를 테고, 슬기나 마음이나 손길도 다를 테지요. 어느 한쪽이 낫거나 좋거나 훌륭할 수 없이 서로 다른 둘은 서로 다른 대목을 고이 아끼고 보살피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하나를 짓는 꿈을 가슴으로 품어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언제나 두 가지 기운, 사내다움하고 가시내다움이 늘 나란히 있어요. 몸으로는 한쪽 모습으로만 보일 테지만 말이지요.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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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41. 2016.3.27. 나무를 심으려고 | 꽃아이 2016-03-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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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41. 2016.3.27. 나무를 심으려고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지. 그러나 이 나무심기를 아이들하고 함께 하면, 아이들로서는 심부름이나 거들기도 될 뿐 아니라 ‘나무놀이’로 거듭난다. “벼리야, 나무를 잘 잡고 이야기를 해 주렴.” “음, 나무야 잘 자라야. 우리 집에서 함께 놀자.”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 우리 집에서 곧 큰 나무로 우람한 나무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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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6.3.27. 놀이터로 가볍게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3-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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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6.3.27.

 : 놀이터로 가볍게



우리한테 일요일은 면소재지 놀이터로 갈 수 있는 날. 학교가 쉬는 일요일에 홀가분하게 놀이터를 차지하면서 논다. 마을에서 면소재지로 갈 적에는 되도록 들길로 달린다. 들길이기에 눈앞이 넓게 트이고, 새봄이 어떤 숨결로 깨어나는가를 가만히 살필 만하다.


철이 바뀐 바람이 싱그럽다. 그래도 아직 찬 기운이 남기는 한데, 사월로 접어들면 이 기운마저 아주 따사롭기만 하겠지. 아이들이 노는 동안 자전거는 놀이터 앞에 세워 놓고서 책을 펼친다. 땅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쉬며 읽고, 놀이터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읽는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고 달리고 구르면서 논다. 나는 봄바람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천천히 걸으면서 논다. 그러니까 다 같이 노는 셈이다. 오늘은 가볍게 놀며 하루를 보낼까. 가벼운 마음이 되고, 산뜻한 눈빛이 되며, 싱그러운 살림이 되어 볼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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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이레’ 아닌 ‘7분’ 만에 끝내기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 | 인문책 2016-03-3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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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화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

후쿠에 준 저/목선희 역
살림Friends | 2016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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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42



양자역학을 ‘이레’ 아닌 ‘7분’ 만에 끝내기

―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

 후쿠에 준 글

 목선희 옮김

 살림프렌즈 펴냄, 2016.2.28. 9800원



  ‘만화 7일 만에 끝내기’ 가운데 하나로 나온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살림프렌즈,2016)를 읽기 앞서 생각합니다. 양자역학을 이레 만에 끝낼 수 있다고? 그런데 양자역학을 끝내는 데에 이레나 걸리나? 아니, 양자역학을 고작 이레면 끝낼 수 있나?


  양자역학을 다루는 책인 만큼, 나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양자역학은 이레 만에 끝낼 수 없다는 생각 하나에다가, 양자역학은 이레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이레 만에 끝낼 수 없는 양자역학이라면, 이레가 아닌 일흔 날이 걸려도 끝낼 수 없을 테고, 이레가 아닌 일곱 해가 걸려도 끝낼 수 없겠다고 느낍니다. 거꾸로, 이레 만에 끝낼 수 있는 양자역학이라면, 일곱 시간이면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곱 분, 그러니까 ‘7분’ 만에라도 끝낼 만하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물질을 물리화학적으로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점차 원자나 분자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26쪽)


지금까지 발견된 많은 증거로부터 내릴 수 있는 유일하게 정확한 관점은 ‘빛은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64쪽)



  사진은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사진찍기는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사진읽기는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사진을 잘 찍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요? 사진을 잘 읽는 데에는 또 얼마나 걸릴까요?


  어떤 사람은 사진을 마흔 해나 쉰 해를 찍었는데에도 ‘사진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진기를 손에 쥔 지 1분이 지났을 뿐인데에도 사진을 그냥 잘 찍습니다.


  살림은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살림을 배우기는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살림을 제대로 익히자면 스무 해나 서른 해는 걸려야 할까요? 두세 해쯤 걸려서 살림을 익히기는 어려울까요? 두어 달 만에 살림을 익힐 수는 없는 노릇일까요? 이틀이나 사흘 만에 살림을 다 익히는 사람은 없을까요?


  흔히 ‘과학’은 어렵다거나 ‘수학’은 괴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학이나 수학뿐 아니라, 종교도 학문도 다 어렵거나 괴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이든 수학이든, 또 살림이든 사진이든, 또 아이키우기이든 밥짓기이든, 또 집짓기이든 뜨개질이든, ‘하루아침에 이루는’ 것은 없을 만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문득 깨달아서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미시 세계에서 전자의 위치나 운동량은 처음부터 관측할 수 있는 물리량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핵의 주위를 전자가 ‘궤도운동을 한다’는 고전물리학의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106쪽)


미시 세계에서는 모든 현상이 근본적으로 불황적적이고 확률적으로 일어나지만 우리가 ‘관측’을 하면 그때마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상태가 결과로 표현된다. (138쪽)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는 일본에서 나온 ‘만화 7일 만에 끝내기’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일본 한자말이 많이 나옵니다. 양자역학에서 가장 크게 헤아리면서 다루는 낱말인 ‘보다(바라보다)’를 이 책에서는 ‘관측’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냅니다.


  그러면, 양자역학에서 가장 크게 헤아리면서 다루는 낱말인 ‘보다·바라보다’란 무엇일까요? 이는 바로 ‘내가 보지(바라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거나 하나도 안 이루어진다’를 나타냅니다. 내가 보기에(바라보기에) 비로소 무엇이든 이루어집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내가 볼 적에 어떤 것이든 다 이루어집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배울 수 없습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어도 스스로 배웁니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수만 권에 이르는 책을 갖다 주어도 하나도 못 배웁니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돌이나 나무도 모두 책으로 삼고 스승으로 삼아서 배워요.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이 아무리 많아도 이녁한테는 그냥 ‘돌이나 나무’와 똑같을 뿐입니다.



빛에너지가 연속적이라면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노출해야 사진이 찍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별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순간에도 별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바로, 별빛은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로써 아득히 먼 우주 저편에서 날아왔다는 증거이다. 빛이 양자가 아니었다면 우리 인간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146쪽)


우주와 시공간이 탄생했을 때 모든 입자의 질량은 제로0였다. 물질입자도, 매개입자도 모두 광자와 같았다.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서 시공간과 물질입자 그리고 매개입자가 나뉘어졌다. (200쪽)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는 양자역학이 태어나기 앞서 서양 과학이 어떻게 흘렀고, 고전물리학이 어떻게 퍼졌는가 하는 대목을 넓게 다룹니다. 그리고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온 만큼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서양에서 나오는 양자역학 책에서는 구태여 ‘일본 과학자’ 이야기를 이 책처럼 자주 길게 다루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일본 과학자를 몰라도 된다는 뜻이 아니고, 일본 과학자 가운데 훌륭한 이들 발자취를 몰라도 된다는 뜻 또한 아니에요. 이 책이 ‘일본에서 일본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서 나온 터라, 일본 물리학자 이야기가 자주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뿐입니다. 양자역학을 배우는 길잡이책으로서 알차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 대목에서는 ‘그냥 번역만 하기’에는 좀 아쉽다고도 할 수 있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일본 어린이는 이 책에서 다루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저 훌륭한 사람처럼 물리학자(과학자) 꿈을 키워야지’ 하는 생각을 북돋울 만합니다만, 부록이나 붙임말로 따로 ‘한국 물리학자’ 이야기라든지, ‘양자역학과 얽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온누리 모든 과학자’ 이야기를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관측하기 전에는 모든 가능성이 더해진 상태지만, 관측을 하면 무한한 가능성 중 각 상태의 확률 크기에 따라 단 하나의 상태만이 선택되는 것이다. (214쪽)



  그러고 보면, 이 책이 아무리 일본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일본 글쓴이 스스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 이야기는 부록으로 밀고, 몸글에서는 ‘양자역학 알맹이를 더 깊이 다루는 데’에 마음을 쏟지 못했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끝까지 외친 말, “사랑하는 하느님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말만 다룰 뿐, ‘고전물리학’을 버리고 새로운 물리학인 양자물리학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외친 말은 다루지 못합니다.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오랫동안 하면서 고전물리학을 버리고 양자물리학으로 나아간 이들은 1920년대부터 “하느님이 이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실 것인가를 지시하는 것은 우리들의 과제가 될 수 없습니다(하이젠베르크 쓴 《부분과 전체》 110쪽)”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머잖아 “하느님은 주사위를 던진다”는 대목을 깨닫지요. 오늘날 양자역학 이론에서는 “하느님은 주사위놀이를 매우 자주, 아니 늘 즐긴다” 하고도 말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주사위놀이’에서 ‘주사위’란 ‘생각(이론)’입니다. ‘놀이’란 ‘삶(실험·경험)’이고요. 생각을 하나 내놓으면(주사위를 던지면, 또는 이론을 세우면), 이 생각(주사위·이론)에 따라서 어떤 일이 생기고(삶이 이루어지고, 또는 경험을 하고), 이 생각에 따라서 생기는 어떤 일을 보면(관측·관찰)서, 새로운 이야기(결과·실험결과)가 태어나요.


  이러한 양자역학 원리를 쉬운 말로 다시 간추리자면, ‘내가 어느 한 가지를 생각하기에 나는 스스로 내 삶을 새롭게 짓는다’입니다. 내가 어느 한 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겪지 못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지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없다고 해요.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한 가지 생각’을 씨앗으로 심기에 삶에서 새로운 일을 겪고, 이 겪음이 바로 배움으로 나아가요. 그렇지만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 생각이 없기에 수많은 일을 겪더라도 그 수많은 일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자꾸 똑같은 일(경험)만 되풀이하는 얼거리가 된다고 합니다.



‘관측’이라는 행위를 할 때, 혹은 양자역학적인 ‘선택’이 이루어질 때마다 가능한 모든 우주가 관측 시점으로부터 나뉘어, 이 모두가 실제로 존재하는 우주가 된다는 것이다. (220쪽)



  이제 《양자역학 7일 만에 끝내기》를 덮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양자역학을 이레 만에 떼든 안 떼든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 느껴요. 양자역학을 이레 만에 떼어도 좋고 안 떼어도 좋습니다. 다만, 양자역학에서 밝히면서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깊고 넓게 곰삭이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기쁘게 사랑하려는 숨결로 하루를 새롭게 짓자고 하는 생각을 씨앗으로 심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이 씨앗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내 삶을 새롭게 겪고, 아이들이 씩씩하고 곱게 자라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보살피면서, 이 결에 맞추어 새로운 이야기가 무럭무럭 태어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주사위놀이를 하는 하느님’처럼 ‘삶을 짓는 바탕이 되는 생각을 늘 즐겁게 씨앗으로 심는 어버이’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관측하기에 결과가 생긴다’는 이론처럼, ‘생각하기에 삶이 태어난다’고 하는 얼거리를 슬기롭게 헤아리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마음이에요. 즐겁게 내 길을 고르고(선택), 즐겁게 내 삶을 바라보며(관측), 즐겁게 내 살림을 짓는(결과) 하루가 되기를 꿈꾸면서 아이들하고 웃음꽃을 피우려 합니다.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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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르다’를 주무르다 | 책삶+글쓰기 2016-03-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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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르다’를 주무르다



  ‘국어사전 원고’를 손질하면서 하루가 지나니, 그야말로 밥짓기까지 미루고야 만다. 용케 어제는 읍내마실을 하면서 바깥밥 한 끼니로 고마이 밥짓기를 건너뛸 수 있었다. 두 아이는 만화영화를 하나 보도록 틀어 주고서 일손을 붙잡는데, 한창 끙끙거리다가 아이들하고 이른저녁에 나란히 드러누웠다. 아이들 발도 못 씻기고, 옷도 못 갈아입히고 함께 곯아떨어졌다. 열 시쯤 혼자 부스스 일어나서 ‘대다·주무르다·닿다·붙다’ 같은 낱말을 주무르다 보니 어느새 열두 시가 지난다. 아차 하고 무릎을 치면서 부랴부랴 옆방으로 가서 작은아이부터 잠옷으로 갈아입힌다. 작은아이는 바지를 갈아입힐 무렵 벌떡 일어난다. 쉬가 마려웠나 보네. 참 착하지. 큰아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눈을 감은 채 얌전히 누워서 옷 갈아입히기를 누린다. 큰아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럴 때에는 어버이 손길이 닿기를 즐긴다.


  ‘국어사전 원고’이기에 한 가지 고비를 신나게 넘었구나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고비가 찾아들면서 ‘이대로 넘기면 될까, 아냐 더 손을 봐야지’ 하는 생각이 물결처럼 흐른다. ‘주무르다’를 주무르듯이 모든 말을 새로 만지면서 새로운 하루로 넘어선다. 밤을 샜다가는 아이들 아침을 거를 수 있으니, 이 밤에 알맞게 일손을 잡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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