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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 시-동시 2016-05-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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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배추를 잘게 썰어 배추된장국

무를 송송 썰어 무된장국

멸치를 폭 끓여서 멸치된장국

달걀을 가만히 풀어 달걀된장국


된장을 구수히 풀면

모두 된장국이 되니


떡을 넣어 떡된장국

소고기 넣어 소고기된장국

콩나물로 콩나물된장국

황태로 황태된장국

두부 넣어 두부된장국


그리고

호박된장국 시금치된장국

냉이된장국 달래된장국

쑥된장국 꽃된장국


늘 새로운 된장국 끓여

우리 함께 즐겁게 먹자



2015.12.27.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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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곳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5-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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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곳



  하룻밤 서울마실을 잘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바깥일을 보느라 시외버스에서 아홉 시간 남짓 보내고, 잠은 거의 자지 못하는 채 이틀에 걸쳐서 사람들을 만나서 기운을 쏟으니, 고흥 읍내에 내려서 저잣마실을 하고 택시를 불러서 마을로 오기까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졸음이 엄청나게 쏟아져서 가방에 기대어 눈을 붙였고, 시외버스에서도 자다가 깨다가 책을 읽다가 하면서 팔에 힘이 오르지 못했다.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 닿아 아이들하고 인사하고 짐을 풀고 씻고 저녁거리를 내놓은 뒤 비로소 숨을 돌리는데, 천천히 새 기운이 솟는다. 조용한 바람을 느끼고, 싱그러운 개구리 노랫소리를 느낀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말소리를 느끼고, 하룻밤 아이들하고 잘 지낸 곁님 숨결을 느낀다. 그저 좋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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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여관에 묵으려 하는데 | 책삶+글쓰기 2016-05-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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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여관에 묵으려 하는데


  어젯밤이 아닌 오늘 새벽, 여관에서 묵으려 하는데 여관집 사장님이 잠에 곯아떨어지셔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신다. 그래서 아침에 여관집 사장님이 일어나시면 그때에 삯을 치르자는 생각으로 빈 방을 찾아서 나 스스로 문을 하나씩 열어 보는데, 문이 열리는 방마다 누군가 드러누워서 코를 곤다. 아니 이 사람들은 문도 안 걸고 잠을 자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참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끝내 빈 방을 찾지 못해서, 여관에서 묵자는 생각을 접고 피시방에 갔다. 자물쇠도 채우지 않고 그냥 자는 여관집 사람들 곁에 살그마니 누웠다가 아침에 슬그머니 일어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여러모로 놀랍고 새삼스러웠다고 느낀다. 이제 피시방에서도 일어나야 할 때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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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려고 책을 덮다 | 책 언저리 2016-05-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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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려고 책을 덮다



  여섯 달 남짓이 되어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시를 쓴다. 시외버스를 타는 사이, 시외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움직이는 사이, 전철을 기다리는 사이, 수첩을 꺼내어 시를 적어 본다. 처음에는 책을 좀 읽으려 했으나 어느새 머릿속에서 수많은 노래가 어우러지거 얽히고 흐르면서 ‘얘야 책을 덮으렴, 얘야 이 노래를 들으렴’ 하면서 싯말이 자꾸자꾸 흘러넘쳤다. 이리하여 나는 책을 고이 덮고 가방에 넣었다. 한손에 연필을 쥐고 한손으로 수첩을 받치면서 자꾸자꾸 시를 썼다. 서울마실에서 만날 살가운 이웃님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시를 한 자락 쓰고, 또 한 자락, 다시 한 자락, 그야말로 술술 바람이 불듯이 썼다. 시를 쓰려고 책을 덮었다. 노래가 흘러넘쳐서 책을 덮었다. 춤을 추면서 웃고 싶어서 책을 덮었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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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5-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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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그제 밤부터 서울마실을 헤아리며 짐을 챙기고 막바지 원고 교정을 했다. 이 막바지 원고 교정은 한 번 더 해야 한다. 아무튼 고흥집에서 밤을 새다시피 원고 교정을 했고, 어제 아침에 이웃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를 여덟 시에 타려고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서기까지도 원고 교정을 했고, 군내버스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내내 원고 교정을 했는데, 이때에 한 가지를 아주 뚜렷하게 느꼈다. 집안일을 안 하고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서 원고 교정에만 오롯이 마음을 쓰다 보니, 원고 교정이 아주 빨리 끝났다. 원고지 삼천 장에 이르는 원고 교정을 참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집에서는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이 일을 여러 날에 걸쳐 해도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했는데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맞이했다. 시외버스가 성남이라는 곳을 가로지를 즈음 원고 교정을 마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고 예쁜가, 아버지가 혼자 바깥일을 보러 나들이를 나올 수 있도록 마음을 써 주면서 저희끼리 고흥집에서 놀아 주는 이 아이들이란 얼마나 사랑스럽고 훌륭한가 하고 생각했다. 겉으로만 보자면 나는 ‘내 이름’만 ‘내가 쓴 책’에 올리지만, 막상 내가 쓴 모든 책에는 곁님뿐 아니라 아이들 숨결이 고이 깃들면서 네 사람, 아니 여섯 사람(먼저 떠난 두 아이를 더해서) 손길이 깃들었다고 할 노릇이지 싶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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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은 참 멋있다 | 책삶+글쓰기 2016-05-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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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은 참 멋있다



  2015년 시월에 서울에 마실을 온 뒤, 2016년 5월 끝무렵에 서울에 마실을 왔다. 고속버스역에서 버스를 내린 뒤 전철을 갈아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데, 이동안 마주친 서울사람은 참 멋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차림도, 자전거 타는 매무새도, 머리카락도 모두 멋있구나 하고 느꼈다. 나는 거울을 안 보는 사람이라서 내 모습이 얼마나 시골스러운지를 알 길이 없다. 길가에 가방을 내려놓고 다리쉼을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땅값도 집값도 비싸다고 하는 서울이지만, 물건값만큼은 무척 싸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원룸이라고 하는 데가 달삯 육십만 원조차 ‘싸다’고 한다. 어쩌면 월세방 같은 곳은 달삯이 백만 원 즈음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가 둘 있는 집이라면 서울에서 월세를 살려면 다달이 백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어쩌면 이백만 원이 웃도는 돈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아직 내가 이만한 살림돈을 못 벌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살 수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텐데, 서울사람은 돈도 잘 벌고 돈도 잘 쓰고 멋도 잘 부리고 그야말로 삶을 마음껏 누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재미있다. 곧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갈 텐데, 서울에는 참 사람이 많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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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에 먹는 저녁 | 책삶+글쓰기 2016-05-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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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에 먹는 저녁



  어제 고흥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 닿아 다섯 시 사십 분 즈음부터 출판사 대표님하고 디자인회사 대표님이랑 ‘거의 최종 편집 디자인 교정’을 보는데, 이 일이 열한 시를 넘겨서 끝난다. 이리하여 우리 세 사람은 거의 열두 시가 될 무렵 저녁밥을 먹을 곳을 찾았는데,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밤 열두 시에도 ‘밥 먹을 데’가 있다.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저녁밥을 먹다가 돌아보니, 어제 나는 아침이나 낮에 한 끼니도 따로 먹지 않았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느라 밥을 안 먹기도 했지만, 거의 여섯 시간 동안 편집 디자인 교정을 함께 보는 동안 밥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늦은 때에 비로소 ‘늦은 저녁’을 먹겠다며 서울 홍대 언저리를 걷는 동안 그때가 ‘밤 열두 시’인 줄마저 생각하지 못했다. 그무렵 밥을 먹고 보리술을 한잔 마시자면서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려고 하던 때는 새벽 두어 시 무렵. 삼십 분 넘게 이리저리 홍대 언저리를 걷고서야 그때가 몇 시 즈음 되는 줄 뒤늦게 알았는데, 그 늦은 밤에도 서울 곳곳은 불빛이 환했다. 별빛이나 달빛은 깃들지 않아도 전등불빛이 환한 서울에서는 때를 알기는 어려운 하루가 흐른다고 할까. 그렇지만 때를 알기 어렵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을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흐른다고도 할 수 있을 테지. 이튿날 아침 여덟 시가 된 이때에 어제 하루를 돌아보다가 괜히 웃음이 나온다. ‘아니, 어제 밤 열두 시에 저녁을 먹으러 나왔잖아? 게다가 밤 두 시 넘은 때에 보리술 한잔 하자면서 술집을 찾아다녔잖아?’ 하는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온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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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놀이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5-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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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놀이



  손등에 그림을 그리며 논다. 손등에 즐거운 이야기를 앙증맞게 그리며 논다. 이 손그림은 꼭 하루만 간다. 하루가 저무는 저녁에 손이랑 발이랑 낯을 씻으며 모두 지워진다. 그러나 이렇게 손그림을 그리며 논 하루는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기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모든 놀이는 언제나 온몸을 기울여서 즐긴 뒤에 온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북돋우는 씨앗이리라 본다. 2016.5.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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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첫 서울마실 | 책삶+글쓰기 2016-05-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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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첫 서울마실



  2016년 들어 첫 서울마실을 한다. 올 1월부터 5월에 이르는 동안 고흥집에서 글을 쓰고 텃밭을 일구며 아이들하고 새로운 배움노래를 부르느라 내내 바깥으로 안 다녔다. 오늘 ‘가제본 교정지’를 들고 서울에 간다. 열흘 뒤에는 인천에 ‘책잔치 초대’를 받아서 바깥일을 본다.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면서 안팎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보는 셈이라고 느낀다. 새벽 빨래를 하고 짐을 챙긴다. 아이들이 오늘 하루 재미나고 즐겁게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지. 2016.5.30.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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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나를 볶는 꼬투리 | 책삶+글쓰기 2016-05-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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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나를 볶는 꼬투리



  바야흐로 ‘새 사전 원고’ 끝손질을 하는데, 오늘 두 가지 낱말을 새로 보태야 하느라 손이 많이 간다. 첫째 ‘볶다’라는 낱말을 보태고, 둘째 ‘꼬투리’라는 낱말을 보탠다. 흔히 쓰는 이 두 가지 낱말이 올림말에서 빠졌기에 아차 하고 무릎을 치면서 부랴부랴 보태려 한다. 그래도 이 원고를 다시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며 이제서야 깨달았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느낀다. 끝손질을 하기까지 두 낱말이 빠진 줄 알아채지 못했으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아이들이 고이 잠들어 준 밤에 기운을 내어 마저 교정종이를 넘긴다. 2016.5.2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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