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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 와서 울었잖아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6-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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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 와서 울었잖아



  하룻밤 서울에서 묵으면서 바깥일을 보았습니다. 새로 책을 내놓았는데, 이 책을 사랑해 주려고 하는 작은 마을방송국이 있어서 그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누나랑 어머니하고 잘 놀았지 싶은데, 저녁이 깊을 즈음 집에 닿아 대문을 여니 큰아이부터 알아차려요. “아버지인가 봐. 아버지 소리가 났어!” 하면서 마루를 콩콩콩 뜁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를 따라서 마루를 콩콩 뛰더니 “아버지, 아버지 어제 안 와서 울었잖아!” 하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따사로이 반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짐을 풉니다. 큰아이한테 선물로 줄 우산을 건네고, 두 아이가 앞으로 입을 새 속옷을 건넵니다. 새로 장만한 파란 물병을 꺼내고, 이것저것 가방에서 하나씩 내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습니다. 서울을 다녀오며 몸에 묻힌 때를 말끔히 벗깁니다. 개운하네, 이제 내 살림으로 돌아오네, 하고 느끼면서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서로 속닥거리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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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는 조용히 | 책삶+글쓰기 2016-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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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는 조용히


  시외버스는 조용히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손님이 드문드문 있는 고흥 가는 시외버스는 서울을 한낮에 빠져나온 뒤로 차츰 한갓지며 짙푸른 길을 달립니다. 서울에는 자동차도 사람도 그토록 많더니 시골에서도 더 깊은 시골로 접어드는 고속도로에는 나란히 달리거나 마주 달리는 자동차가 아주 뜸합니다. 시외버스가 시골 읍내에 떨어질 저녁에도 사람과 자동차는 더 적을 테며, 마지막으로 군내버스로 갈아타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그야말로 고요할 테지요.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아버지 왔어 하고 소리칠 집으로 느긋하게 달립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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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24 - 자전거를 태워 준다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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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24 - 자전거를 태워 준다

 


  어머니가 손뜨개로 지은 토끼 인형을 데리고 자전거를 탄다. 토끼 인형도 자전거가 타고 싶으니 함께 가야 한단다. 인형돌이가 되어 토끼 인형한테 사근사근 말을 건다. 토끼야 너도 자전거 타니 재미있니. 토끼야 너도 자전거로 달리니 시원하니.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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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중 듣는 아버지 | 시골 아버지 육아일기 2016-06-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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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중 듣는 아버지

 


  나는 곁님이나 아이들한테 곧잘 꾸중을 듣습니다. 미처 살피지 못한 일이라든지 제대로 헤아리지 모한 일이 있으면 곁님이나 아이들은 나한테 바로 꾸중을 늘어놓습니다. 꾸중을 들으며 살 적에 기쁘거나 재미있다고 여길 사람은 드물 수 있을 텐데, 꾸중이 꼭 싫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미처 뜨지 못한 눈으로 미처 바라보지 못한 곳을 콕 짚어서 밝히는 말이 꾸중이기 때문입니다. 곁님하고 아이들한테서 들은 꾸중을 곱씹으면서 내 몸짓과 말결을 가다듬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새로운 몸이랑 마음이 되어 일어나자고 생각합니다. 꾸중 듣는 살림이 아니라 노래가 흐르는 살림이 되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짓습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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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 한 줄 책읽기 2016-06-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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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자연과생태 펴냄, 2016.5.16. 25000원

 


  아이들이 스스로 읽으면서 풀벌레를 찬찬히 찾아보도록 이끌 만한 도감을 헤아려 본다. 어린이책으로 꾸민 풀벌레 도감을 살피기도 했는데, 어린이책은 가짓수가 몇 없기도 하지만, 우리 집 마당이나 뒷밭에서 흔히 보는 풀벌레가 안 나오기 일쑤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온누리에 있는 풀벌레 가짓수는 어마어마하다. 이 모든 풀벌레를 도감에 담자면 천 쪽이 아닌 만 쪽으로도 모자랄 테지. 《화살표 곤충 도감》을 천천히 넘긴다. 552쪽에 이르는 야무진 도감이다. 사진으로 풀벌레를 보여주고, 화살표로 콕 짚으면서 풀벌레마다 어떻게 생김새가 다른가 하는 대목을 꼼꼼히 밝힌다. 아이한테 건네기 앞서 먼저 읽는 동안 이 책 참 좋네 하고 느낀다. 어느 모로 본다면 ‘고작 화살표를 넣었을 뿐’일 수 있으나, 바로 화살표로 콕 짚으면서 이야기를 보태니 한결 빠르게 헤아려 볼 만하구나 싶다. 아이가 책상맡에 둘 도감이 하나 늘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한 줄 책읽기)

 

 

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저
자연과생태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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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원, 2000원 | 책삶+글쓰기 2016-06-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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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원, 2000원

 


  어제 낮 서울에 닿아 시내버스를 타는데 153번을 타야 했으나 753번을 탔어요. 제 눈에는 153으로 보였는데, 버스에 타고 보니 753이더군요. 내 눈이 나쁜 탓이로구나 하고 여기다가, 어쩌면 서울버스는 ‘1’하고 ‘7’을 더 또렷하게 갈라 볼 수 있도록 꾸미지 못한 셈이라고도 할 만하지 않을까 하고 여겼어요. 아무튼 잘못 탄 버스이니 내렸지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릴 적에 어떻게 되돌아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 교통카드를 안 찍었어요. 아차 싶었으나 속으로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안 괜찮더군요. 길을 건너서 다른 버스를 타고 길을 돌아갈 적에 2100원을 더 물어야 했어요. 저녁에는 망원역에서 경성고등학교 쪽으로 짧은 길을 택시에 타야 했어요. 라디오 녹음에 맞추어 달려가야 했거든요. 이때에 나는 택시를 내리면서 기본삯 3000원에 2000원을 얹어서 드렸어요. 5000원짜리 종이돈을 드리면서 “우수리는 안 주셔도 돼요. 이 길을 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했어요. 그저 제 마음이었으니까 2000원을 더 드리면서도 즐거웠어요. 그리고 이 즐거운 마음으로 사십 분에 걸쳐서 신나게 라디오 녹음을 했습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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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연필이 있네 | 책삶+글쓰기 2016-06-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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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연필이 있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시를 열 꼭지 써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만날 이웃님이 열 사람쯤 되리라 느끼면서 써 보았어요. 흔들리는 시외버스에서 수첩에 볼펜으로 시를 쓰려다가 볼펜을 집어넣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볼펜은 버스에서 더 떨려서 그닥 안 좋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연필을 쥐어서 써 보니 무척 부드럽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연필로 쓰니 매우 좋습니다. 전철에서도 참 좋더군요. 한참 연필로 쓰다가 멈추고 생각했지요. 어쩜 이렇게 연필이 좋을까 하고요. 이렇게 훌륭한 연필이 있는데 왜 그동안 볼펜만 쓰려고 했을까 싶더군요. 오늘 나한테 연필 한 자루가 되어 준 나무와 돌을 가만히 그립니다. 내가 쓰는 모든 글에 나무답고 돌다우면서 고즈넉한 숲바람이 깃들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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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늘 모두 사랑스레 노래였어요 (깐치야 깐치야) | 동시집+시집 2016-06-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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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깐치야 깐치야

권정생 편저/원혜영 그림
실천문학사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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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84

 


우리 삶은 늘 모두 사랑스레 노래였어요
― 깐치야 깐치야
 권정생 엮음
 원혜영 그림
 실천문학사 펴냄, 2015.6.30. 1만 원

 


  권정생 님이 엮은 《깐치야 깐치야》(실천문학사,2015)를 틈틈이 아이하고 읽습니다. 아이는 이 책에 깃든 ‘옛 어린이노래’를 아이 나름대로 가락을 붙여서 노래로 부르곤 합니다. 아이더러 노래로 불러 보라 시키지 않았는데, 아이는 아이 스스로 노래로 부르더군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했어요. 어쩌면 나도 이 아이만 하던 어릴 적에 이렇게 ‘동시 아닌 어린이노래’를 적은 글을 읽으며 으레 흥얼흥얼 노래로 부르지 않았느냐 하고 말이지요.


  문학을 하는 어른들이 쓰는 동시는 이렇게 노래처럼 부르기 어려워요. 그러나 처음부터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면서 재미나게 부르던 노래를 받아적어서 책 한 권으로 묶은 《깐치야 깐치야》는 ‘동시집’이나 ‘어린이문학’이라고 하기 어렵구나 하고 느껴요. 참말로 이 책에 깃든 모든 ‘글’은 글이기 앞서 ‘노래’이기 때문이에요.


달강 달강 시상 달강 / 서울 가서 밤 한 바리 실어다가 / 살강 밑에 두었더니 / 머리 감는 생쥐란 놈이 / 다 까먹고 두 알 남은 걸 / 부섴에다 묻었더니 / 이웃집 할마씨가 / 볼랑거리라 하고 / 한 알을랑 가져가고 / 한 알 남은 걸 / 껍데기는 할바이 주고 / 허물을랑 할마이 주고 / 알꼬배긴 니캉 내캉 / 달강 달강 시상 달강 / 달강 달강 시상 달강 …… (세상 달강)


  우리 삶은 늘 모두 사랑스러운 노래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은 일을 하며 노래를 불러요. 그래서 어른들 노래는 ‘일노래’예요. 아이들은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불러요. 그러니 아이들 노래는 ‘놀이노래’이지요.


  어른이 일하며 노래를 부르든 아이가 놀이하며 노래를 부르든, 이 노래는 모두 삶에서 우러나와요. 권정생 님이 그러모아서 엮은 《깐치야 깐치야》에 나오는 모든 노래는 이 노래를 부른 아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책이나 신문에서 배운 노래가 아니에요. 모두 아이들 스스로 지은 노래예요. 아이들이 생각을 빛내어 지은 노래이고, 아이들이 생각을 펼쳐서 지은 노래랍니다.


헝글레야 헝글레야 / 방아찧라 방찧라 / 싸래기 받아 떡해 줄게 (방아깨비)

깐치야 깐치야 / 내 눈에 가시든 거 / 꺼내 다고 / 니 새끼 웅굴에 빠진 거 / 건져 주마 / 졸뱅이로 건질까 / 뜰뱅이로 건질까 / 헛 쉬! (깐치야 깐치야)


  삶에서 우러나와서 삶으로 짓는 노래라면 무엇일까요? 바로 ‘삶노래’일 테지요. 살림을 북돋우면서 가꾸려는 뜻으로 지어 부르는 노래라면 무엇일까요? 바로 ‘살림노래’일 테지요.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짓는 노래라면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노래’일 테여요.


  글을 쓴다면 글노래가 됩니다. 책을 즐긴다면 책노래가 됩니다. 웃음을 띠는 사람은 웃음노래예요. 눈물이 흐를 적에는 눈물노래일 테지요.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거닐면서 마실노래를 부르고, 자전거를 싱싱 달리면서 자전거노래를 불러요.


  참말로 언제 어디에서나 노래를 불러요. 서울에 살며 서울노래를 부르고, 시골에 살며 시골노래를 불러요. 바다에서는 바다노래를 부르고, 숲에서는 숲노래를 부르지요.


쪽을손가 쪽저구리 / 잇틀손가 잇저구리 / 백자동전 놀피달고 / 사실깃을 설피달고 / 횃대끝에 걸어놓고 / 시애각시 어디갔노 (저고리)

 

생아 생아 사촌 생아 / 쌀 한 쪽만 재졌으면 / 너도 먹고 나도 먹고 / 구꾸정물 받았으면 / 소도 먹고 말도 먹고 / 그 누룽지 끓였으면 / 개도 먹고 닭도 먹고 / 생아 생아 사촌 생아 / 어찌 그리 무정튼고 (생아 생아 노래)


  경상도 아이들 말씨가 구성지게 묻어난 《깐치야 깐치야》입니다. 다만 오늘날 경상도 아이들은 이 책에 깃든 놀이노래나 어린이노래를 거의 모르리라 느껴요. 오늘날 아이들은 고샅이나 골목이나 마을이나 숲이나 냇가나 바다나 마당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거든요. 게임은 할 줄 알고, 텔레비전은 볼 줄 알지만, 막상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지어서 새로운 노래를 부를 줄 몰라요. 이리하여 오래오래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고 물려받은 재미난 놀이노래는 이제 더는 놀이노래로 잇지 못해요. 책에 남을 뿐이에요. 책에 남은 이 놀이노래를 놀이노래답게 놀면서 부르기 어려워요. 애써 엮은 《깐치야 깐치야》이지만 이 놀이노래를 어떻게 부르거나 즐길 때에 재미있을까 하는 대목을 시디 같은 데에 담아서 들려주기 어려워요.


딸아 딸아 내 딸아 / 멍두딸이 딸인가 / 나무딸이 딸인가 / 수리딸이 딸인가 / 오조밭에 갔든가 / 오지게도 생겼네 / 끌조밭에 갔든가 / 끌지게도 생겼네 / 미조밭에 갔든가 / 미끈케도 생겼네 / 차조밭에 갔든가 / 차지게도 생겼네 (둥게 둥게 노래)

눈굴떼기가 / 배가 불러서 / 다리가 짧아서 / 먼 데 못 가네 (눈굴떼기)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노래를 불러 봅니다. 나는 내 삶을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 즐길 살림을 생각하면서 노래해 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하고 기운차게 부대끼면서 꾸릴 사랑을 그리면서 노래해 봅니다. 내 노래는 언제나 삶노래·살림노래·사랑노래·숲노래가 되기를 꿈꾸면서 노래해 봅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가 기쁜 웃음이 되기를 꿈꾸면서 노래해 봅니다.


울도 담도 없는 집에 / 머리 좋고 키 큰 처자 / 알곰 솜솜 고운 처자 / 밍지 꽁지 짜는 처자 / 들고 치나 놓고 치나 / 얼 없이도 잘도 치네 (곰보 처자)


  아이가 아이 나름대로 가락을 입혀서 《깐치야 깐치야》를 노래로 즐깁니다. 나도 아이 곁에서 내 나름대로 새 가락을 입혀서 《깐치야 깐치야》를 노래로 즐겨 봅니다. 어떻게 불러야 ‘정답’이 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놀이를 누리고 싶은 대로 부르면 되리라 느껴요. 너는 너대로 부르고 나는 나대로 부르지요. 잘 부르고 못 부르고 같은 금을 긋지 않고 부르지요. 어깨동무를 하면서 불러요. 깨끔발을 하고 뜀뛰기를 하면서 불러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파란 바람을 마시면서 불러요. 땅을 내려다보면서 까무잡잡한 흙빛을 가슴에 담으면서 불러요. 나비를 바라보면서 부르지요. 무럭무럭 크면서 길다란 꽃대를 주욱주욱 내밀며 바람에 한들거리는 옥수수를 바라보면서 부르지요. 우리 노래가, 우리 놀이노래가, 우리 꿈노래가, 우리 웃음노래가 언제나 새삼스레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목청껏 부르지요.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동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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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동시 2016-06-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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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심은 콩에
맨 처음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
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
싹이 텄고
떡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굵어지더니
눈부시도록 하얀 꽃이
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
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
살짝 나타나더니
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
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
콩씨가 콩알로 바뀌어
즐겁게 거둘 때가
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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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틀을 쓰는 고마움 | 책삶+글쓰기 2016-06-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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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틀을 쓰는 고마움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어나서 셈틀을 켭니다. 요새는 웬만한 여관마다 셈틀이 있어서 따로 셈틀방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여관 셈틀은 옛날 풀그림을 쓰기 일쑤라 이것이 안 되고 저것이 안 되곤 합니다. 어쩌면 여관 방마다 놓은 셈틀에 있는 풀그림을 모두 새롭게 고쳐 놓기란 힘들 수 있을 테지요. 내가 집에서 작은 셈틀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되면서 여관 셈틀을 쓸 수 있으니, 그저 고마우면서 즐겁게 쓸 노릇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 아침을 엽니다. 아침에 한 시간 즈음 여관 셈틀을 붙잡고 새 풀그림을 깔아서 쓰려다가(이를테면 크롬 같은) 도무지 안 되어 그냥 이대로 잘 써 보자고 생각을 고칩니다. ‘있는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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