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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책방] 대구 침산동 〈서재를 탐하다〉 | 책숲마실 2017-03-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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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대구에 지핀 작은 책씨
[마을책방 이야기] 대구 침산동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

 대구 북구 침산로31길 13-14 〈서재를 탐하다〉 김정희 님
(침산네거리 옥석타운 정문 쪽)
 평일 아침 10시 30분 ∼ 평일 낮 4시 30분


  2016년 6월 7일 대구 침산동 골목 한켠에 마을책방 한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마을책방이기에, 이곳이 문을 열 적에 신문사나 잡지사나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오지 않습니다. 누리책방이 전국 곳곳에 새끼가게를 열 적마다 이래저래 떠들썩하게 홍보를 합니다만, 마을책방 한 곳은 조용히 문을 열고서 이웃님하고 떡접시를 나눕니다.

  수십만 권이나 수백만 권에 이르는 책을 갖추려고는 하지 않는 마을책방입니다. 수십 권이어도 좋고, 수백 권이어도 넉넉하며, 수천 권 즈음이면 좀 넘칠 수 있구나 싶은 마을책방입니다.

  마을책방 한 곳은 ‘책방지기가 하나하나 가리고 살펴서 솎은’ 책을 갖춥니다. 그래서 마을책방에는 ‘그 흔한 한강 소설’이나 ‘그 이름난 하루키 소설’이 없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마을책방은 모든 책을 다 갖추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을책방은 오롯이 이 마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살림을 살뜰히 살피는 책숲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두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김정희 님은 씩씩하게 마을책방을 엽니다. 곁님도 아이들도 김정희 님이 마을책방을 여는 일에 힘을 보태어 줍니다. 그리고 여러 해에 걸쳐 인문책 모임으로 책벗이 된 ‘우주지감’ 모임 사람들도 즐거이 힘이 되어 줍니다. 한길이 아닌 골목길에서, 이 골목에 깃든 이웃들이 마을에서 책을 즐기고 나누는 아름다운 살림을 찬찬히 마주하기를 꿈꾸는 숨결로 마을책방을 잇습니다.

  대구 침산동에 문을 연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는 한 가지 더 재미있습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가 꾸리는 마을책방인 터라, 책방을 열고 닫는 때가 다른 책방하고 사뭇 달라요. 아침 열 시 반에 열고, 낮 네 시 반에 닫습니다.

  누구는 이런 ‘영업시간’을 보면서 묻겠지요. “아니, 아침 열 시 반부터 낮 네 시 반 사이에 어떻게? 주말에는?” 하고요. 누구나 깃들 수 있는 마을책방이면서 아무나 깃들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마을책방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마을책방에 얼마든지 사뿐사뿐 걸음을 할 수 있어요. 마을책방에 나들이를 하려고 일부러 여느 날 낮에 햇볕을 쬐면서 찾아갈 만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낮밥을 먹는 때에 가볍게 들를 수 있습니다. 대구 바깥에 계신 분이라면 대구로 볼일을 보러 오가는 길에 찾아갈 수 있지요.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는 대구라는 고장에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심는다고 느낍니다. 커다란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심어요. 대구도 무척 커다란 도시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 대구에서조차 ‘서울바라기’를 하는 젊은 사람이 많아요. 대구사람으로서 대구지기가 되어 이 고장을 알뜰살뜰 가꾸어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일구려는 뜻을 접고서 서울로 가려는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 젊은이한테, 또 대구에 조용히 머물면서 이 고장에서 조그맣게 꿈이나 뜻을 키우려는 젊은이한테, 또 이웃 여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누구보다 마을 아이들한테, 책 한 권이 우리한테 베푸는 기쁜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씨앗을 〈서재를 탐하다〉라는 작은 마을책방이 심습니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마을책방을 지켜보면서 어른이 되면 저마다 가슴에 어떤 이야기를 품을 만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곧잘 마을책방에 들러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읽고, 또 시원하거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자랄 수 있으면, 이 아이들 마음밭에는 어떤 씨앗이 무럭무럭 클 만한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ㄱ책방이나 ㅇ책방처럼 커다란 책방이 전국 곳곳에 새끼가게를 열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저마다 즐겁고 이쁘게 마을책방을 조그맣게 열 수 있으면 됩니다. 더 많이 팔아야 할 책이 아닌, 더 즐겁게 읽을 만한 책을 알맞게 가누고 살펴서 갖출 수 있으면 됩니다.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커다랗게 책방을 열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에서 쉼터가 되고, 마을에서 이야기터가 되며, 마을에서 놀이터가 되다가, 마을터에서 꿈터나 사랑터로 거듭나는 작은 책터라는 씨앗으로 피어날 수 있으면 되어요.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를 가꾸는 김정희 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을 말씀하신다면?

“집에서 200m 걸어와 책방 문을 엽니다. 여덟 평 남짓 아주 작은 공간의 서재가 열리지요.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책들이 있으니 좋고,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손품·발품 팔아 들여오는 재미도 쏠쏠해요. 책방을 열고 오히려 책 읽을 시간보다 책등을 바라보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에요. 그저 책만 보는 바보여도 좋고 책에 갖힌 바보여도 좋으니 책방지기가 되었나 봅니다.

조용한 날은 작업실처럼, 북적대는 날은 동네 사랑방처럼 지내요. 책으로 만나지는 인연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니 이곳을 지키는 일이 날마다 새롭습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 한 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방을 열고 얼마 안 되어 앞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님이 오셨어요. 처음에 김소월 시집 초판본을 찾으신다는 방문으로 두세 번 뵌 후로 부탁을 해 오셨어요. 22살 시집갈 적에 친정어머님에게서 받은 습작노트를 요즘말로 풀어서 책자처럼 만들어 보관하고 싶으시다고요. 받기는 60여 년 되었지만 어머님이 쓰셨을 당시는 그로부터 20년 전이라 하시니 대략 8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겉 종이에 ‘여자의 행실’이라 적혀 있었는데 여자로서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것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쓰여 있더라구요. 한 개인의 삶은 그 시대의 역사라 하잖아요. 지금은 사라진 그 시대의 말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걸 보고는 기분이 묘했어요. 도중에 다시 만류하셔서 아쉽게 중단이 되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주인집 할머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책방이 주인집과 붙어 있거든요. 이 곳에 40년 둥지를 틀고 계셨으니 골목의 토박이이신 셈이지요. 무엇보다 월세가 25만원이에요. 큰 도로만 나가도 열 배 이상을 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책방을 꾸려 볼 용기가 생겼고 할머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손님이 없어 조용할 때엔 내다 보시며 어느 때는 심각하게 걱정해 주셔요. 가게 앞부터 건너편 담벼락까지 늘 비질을 하시며 깔끔하게 내 집 앞을 가꾸십니다. 이웃살이의 정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우리 책방 앞모습은?

“감히 앞으로 책방은 이래야 한다고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수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수십년 째 이어오고 있는 헌책방 사장님들은 아마 아실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 외에는 장담할 수가 없어요^^;”

ㄹ. 대구이웃, 대구 바깥 이웃한테 〈서재를 탐하다〉를 소개해 주셔요.

“대구 침산동 한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이에요. 저는 느릿느릿한 성격을 가진 책방지기예요. 이곳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손수 내리는 커피랑 오래 머물러서 볼 수 있는 헌책과 새책이 있어요.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한 그림책과 문학, 인문책, 사회 관련 책들이 주로 꽂혀 있어요.
〈서재를 탐하다〉의 간판에는 ‘책과 삶을 잇다’라는 작은 글씨가 써 있습니다. 저마다 삶이 있는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나 고민하며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지금 이곳의 아이들과 책을 읽고, 어른들과 책을 읽으며 함께 삶을 나누는 중입니다. 책방인데도 지나시다 자주 물으십니다. “여기 책 파는 곳이에요?”“네, 다 파는 책들이고요 들어오셔서 오랫동안 보고만 가셔도 됩니다^^.””

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책은 오롯이 나의 시간과 수고로움을 들여야 하는 행위이잖아요. 방송도 짤방만 보고, 책도 누군가 올려놓은 짧은 글귀로 대신하는 일이 많아진 걸 보면 우리 삶도 효율성을 많이 따지게 되는구나 싶어요. 그럴 적에 마을책방을 찾는 사람이나 그 곳을 꾸려나가는 사람은 세상의 속도와 반응에 둔감하다기보다 거리를 둘 줄 아는 이들이 되겠지요.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서부터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에 오랜 시간 묵혀둔 시공간을 넘나드는 책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을책방이 곳곳에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ㅂ. ‘인문책 모임’을 비롯해 여러 책모임을 열고 나누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세요.

“독서모임을 하는 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요. 처음에는 이름과 얼굴로 만나지던 분들이 지금은 각각 한 권의 사람책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5년째 함께 나눈 시간이 쌓이니 삶이 읽혀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나이와 사회의 지위 그리고 지식이 많다거나 자산이 많아서 인정받는 곳이 아니잖아요. 오로지 ‘나’라는 알멩이 하나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나를 발견하다 보면 삶이 달라지리라 믿어요. 
책방을 열면서 만들어진 모임에는 동네사람들과 책을 읽고 만나는 ‘서재에서 삶읽기’가 있구요. 아이들 독서모임 ‘어린이 함께읽기’를 하고 있어요. 순수한 앎의 즐거움, 삶이 있는 책읽기에 뜻을 두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요. 네모난 교실과 학원을 오가는 바쁜 아이들에게 책방이란 곳이 휴식처이자 추억을 쌓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곤 해요. 

‘교육 함께읽기’는 현재 몇몇 엄마들과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성공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한줄 세우기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일까 생각해요. 그래서 함께 알아차리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요. 불안함을 내려놓고 엄마부터 삶은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시작일 테지요.”

ㅅ. 책방 이름을 지을 적에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방 이름을 지은 이야기)

“며칠째 의기소침해져 그날은 혼자 조용한 앞산을 찾았어요. 소소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없을까 하며 내 안의 것들을 다 쏟아내어 끄적이고 있었어요.

조금 어두운 한 구석에 아기엄마로 보이는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두세 권을 쌓아놓고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반가웠지요. 

아, 잠시라도 짊어진 역할을 내려놓고 ‘나’로 돌아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막연하게 책으로 연결된 일을 하고 싶었고 공상하며 적어 내려간 이름들이 있었어요. 노란 공책을 펼쳐 가장 처음에 적었던 말이 ‘엄마, 서재를 탐하다’였어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동네에 값싼 임대공간이 생겨서 덥석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책방 이름을 지어 본다고 고심하는데 노트를 보았던 남편이 ‘서재를 탐하다’ 좋다며 이야기해 주었고 원점으로 돌아와 그 이름을 가져왔답니다. 엄마 때고. 모두의 서재가 되길 바라며.”

ㅇ. 책을 읽고 팔며 책모임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 책마을(출판계)에 한마디 해 보신다면?

“책 한 권을 짓고 파는 일을 두고 자본에 휘둘리는 개인이나 출판사들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돈을 들여 광고해서 잘 팔리는 책은 소모품처럼 소비되고 버려지기도 쉬우니까요. 책방지기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 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출판사나 글쓴이들의 책들을 눈여겨보려 해요. 그 책을 소개하고 읽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책마을의 삭막함을 조금 벗지 않을까 합니다.”

ㅈ. 대구가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저는 유년 시절을 충청도에서, 청년 시절을 서울에서, 결혼 이후부터 대구에 처음 와 살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방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처음에는 각박함 없이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어요. 그것은 뭔가 활기차지 않고 머물러 있음에 가깝다는 의미가 맞을 거예요. 

대구 인구가 250만명이라는데 공부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청년들이 가장 많다고 들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게 저도 한때 ‘어디에 사느냐’가 참 중요했었어요. 윤택해지길 바라는 나의 생활전선에 많은 영향을 줄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리고 지역에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으니 당연히 도시로 몰리는 거겠지요. 

서울에 살지 않음으로 나쁠 것도 없고 대부분이 추구하는 한줄서기에서 빠진다고 도태되거나 비주류가 되지 않아요. 내가 가고 싶은 삶의 길을 가면 되는데 사회의 시선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부추겼던 어른들이 이제는 진심으로 청년들을 지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있을 곳에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수 있게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어떻게 사느냐’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 때이니까요.”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이란 것이 나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도 하고 때에 따라 관심이 옮겨가기도 해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늘 새로워요. 보람도 없이 쳇바퀴 도는 직장을 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씩 퇴사를 꿈꿀 때에 서점에서 눈에 띈 ‘이 따위 회사 그만둬 버릴까’라는 제목으로 위안을 받은 적도 있었구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이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박정희 할머니나 타샤 튜더 할머니를 만나 엄마로서 여자로서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해요. 역사를 허투루 배워 의식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정치가 내 삶에 깊숙이 영향을 줄 때에 공부하고 싶은 책들을 찾아 옆에 두고 읽기도 해요. 나들이나 여행이라도 가려면 짐은 빠뜨려도 읽을 책을 담는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어요. 

요즘 주인장을 닮은 다양한 마을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여행책, 요리책, 그림책, 환경책 들을 전문적으로 갖추어 놓거나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 심야독서나 술을 먹으며 책을 보는 곳처럼요. 또 오랜 세월을 견딘 지혜의 소산 헌책방 거리가 있어요. 내가 지금 끌리는 곳을 골라 여행을 떠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숲노래/최종규 . 마을책방 이야기)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한테 사진을 얻었기에 책방 모습을 여러모로
 잘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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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목소리 | 책삶+글쓰기 2017-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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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목소리



  사진 이야기를 그러께까지 참 바지런히 썼으나 요 한두 해 사이에는 얼마 안 썼다. 스스로 살짝 지쳤기 때문이다. 그저 씩씩하게 쓰면 되는데, 이 사진 이야기를 책으로 묶으려다가 도무지 마땅한 출판사를 찾을 길이 없어서 그만 두 손을 들었다. 이러다가 며칠 앞서부터 이 사진 이야기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묵혀 둔 예전 글을 찬찬히 되읽으면서 손질한다. 이 사진 이야기를 눈여겨보려고 하는 목소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듣는 목소리’가 있다고 느끼니 기운이 난다. 아니, ‘듣는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내가 스스로 잃거나 놓았던 기운을 새롭게 북돋아 본다. 그동안 참으로 바지런히 썼다가 묵힌 사진 이야기를 오랜만에 돌아보니 어디를 손질하고 깎고 보태야 할는지 잘 보인다. 어쩌면 그러께에 이 글을 굳이 책으로 묶었으면 매우 많이 아쉬웠으리라. 이렇게 몇 해 묵히고서 새삼스레 들추어 손질하니 한결 새로우면서 즐겁게 읽으며 가다듬을 만하리라. 2017.3.3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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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타의 4 (+)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3-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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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타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남이 따라오지 못한다 /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타의 모범이 되므로 → 남한테 모범이 되므로 / 좋은 보기가 되므로


  ‘타(他)’는 “남”을 뜻해요. 이 외마디 한자말은 으레 “타의 추종을 불허”나 “타의 모범” 꼴로 쓰입니다. ‘추종(追從)’은 “1. 남의 뒤를 따라서 좇음 2. 권력이나 권세를 가진 사람이나 자신이 믿는 학설을 크게 다른 생각이 없이 믿고 따름”을 뜻하고, ‘불허(不許)’는 “허락하지 아니함. 또는 허용하지 아니함”을 뜻해요. 곧 “타의 추종을 불허”는 “남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다”를 가리키지요. 쫓아오지 못하게 한다거나, 뒤따르지 못할 만하다거나,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싶은 느낌을 나타내요. 남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잘하거나 앞서 나간다는 셈이에요. 이는 “참 잘하다”나 “참으로 대단하다”나 “무척 잘하다”나 “대단히 멋지다”나 “그야말로 훌륭하다”나 “남들은 따라할 수 없다”나 “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나 “저 사람 아니면 못하다”나 “무르익은 솜씨이다”로 손볼 수 있어요. “타의 모범”은 “남한테 모범”이란 소리요, 이는 “좋은 보기”라는 이야기이고, “거울로 삼는다”고 할 만합니다. 2017.3.31.쇠.ㅅㄴㄹ



타의 모범으로 삼는 게 좋습니다

→ 모범으로 삼으면 좋습니다

→ 거울로 삼으면 좋습니다

→ 좋은 보기로 삼을 만합니다

→ 좋은 거울로 삼을 만합니다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73쪽


천문학자들이 만든 달력은 타의 모범이 될 만큼 정확했기 때문에

→ 천문학자들이 만든 달력은 어디에나 모범이 될 만큼 정확했기 떄문에

→ 천문학자들이 만든 달력은 매우 뛰어날 만큼 꼼꼼했기 때문에

→ 천문학자들이 만든 달력은 무척 훌륭하도록 꼼꼼했기 때문에

《에릭 번스/박중서 옮김-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2015) 13쪽


보르헤스로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서가이자

→ 보르헤스로 말하자면 누구도 좇지 못할 독서가이자

→ 보르헤스로 말하자면 아무도 따르지 못할 책사랑꾼이자

→ 보르헤스로 말하자면 함부로 넘보지 못할 책사랑꾼이자

《김이경-책 먹는 법》(유유,2015) 111쪽


정확하게 안다는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똑바로 안다는 쪽에서 아무도 못 따른다

→ 제대로 안다는 데에서 누구도 못 따른다

→ 올바로 안다는 쪽에서 가장 뛰어나다

→ 똑똑히 안다는 데에서 대단히 훌륭하다

《린디 웨스트/정혜윤 옮김-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세종서적,2017) 13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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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읽고 접하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3-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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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1161 : 읽고 접하다



소설만 읽던 사람이 과학책을 처음 접하면

→ 소설만 읽던 사람이 과학책을 처음 읽으면

→ 소설만 읽던 사람이 과학책을 처음 만나면

→ 소설만 읽던 사람이 과학책을 처음 쥐면


읽다 : 1. 글이나 글자를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다 2.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 4. 작가의 작품을 보다

접하다(接-) : 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3. 이어서 닿다 4. 가까이 대하다 5.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읽다’하고 ‘접하다’가 잇달아 나오면서 겹말 얼거리입니다. ‘읽다’를 쓸 자리에 굳이 ‘접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앞뒤를 다르게 쓰고 싶다면 뒤쪽은 ‘만나다’나 ‘마주하다’나 ‘쥐다’나 ‘잡다’나 ‘펼치다’나 ‘보다’를 써 볼 만해요. 2017.3.31.쇠.ㅅㄴㄹ



소설만 읽던 사람이 인문학이나 과학책을 처음 접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은 어렵게 여깁니다

→ 소설만 읽던 사람이 인문학이나 과학책을 처음 읽으면 줄거리를 떠나 먼저 어렵게 여깁니다

→ 소설만 읽던 사람이 인문학이나 과학책을 처음 쥐면 줄거리를 떠나 아무튼 어렵게 여깁니다

《김이경-책 먹는 법》(유유,2015) 8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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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말을 뚝 그치려고 읽는 책 (책 먹는 법) | 인문책 2017-03-3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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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먹는 법

김이경 저
유유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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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95



‘모른다’는 말을 뚝 그치려고 읽는 책
― 책 먹는 법: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김이경 글
 유유 펴냄, 2015.8.24. 1만 원


  ‘책을 왜 읽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하겠습니다. 배우려는 뜻에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을 적에도 아이에 앞서 어른인 나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재미난 만화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도 심심풀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이 책 하나가 나한테 가르치는 이야기가 있기에 즐겁게 읽어요.

  인문책만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살림살이를 우리한테 넌지시 가르치는구나 하고 느껴요.

  ‘왜 시골에서 사는가?’ 하고 물을 적에도,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합니다. 물이 맑고 바람이 깨끗한 시골이기에 시골에 산달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 시골에서 시골살이랑 시골살림을 배우려는 뜻이 한결 짙어요.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걸어갈 길을 꿈꾸고, 오늘 걷는 길을 마주하려는 뜻에서 늘 하루를 새롭게 배워요.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온 제가 안방에서 국어 교과서 같은 걸 큰소리로 읽으면, 안방 옆의 낮고 어둑한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니는 아주 가끔 “참 잘 읽는구나!” 혼잣말처럼 감탄하시곤 했습니다. (9쪽)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을 때 제게는 간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첫 물음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였습니다. (13쪽)


  김이경 님이 쓴 《책 먹는 법》(유유,2015)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는 뜻도 매한가지입니다. ‘배우려고’ 읽어요. 저는 한 해에 적게 읽으면 천 권 즈음 읽고, 넉넉하게 읽으면 이천 권 즈음 읽기도 하는데, 책을 아무리 많이 읽건 말건 새로 배울 만한 이야기를 느끼기에 새삼스레 이 책도 들추고 저 책도 들춥니다. 이 책에서는 이 책을 쓴 분이 즐겁게 걸어가며 지은 살림을 보면서 배워요. 저 책에서는 저 책을 쓴 분이 기쁘게 사랑하며 지은 삶을 보면서 배우고요.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부족한 지식과 모자란 경험을 채우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요량이 있기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지요. (29쪽)

저는 독자에게는 오독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는 지지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독해와 무관한 오독은 마ㄸ당히 피해야 합니다. (41쪽)


  《책 먹는 법》을 쓴 김이경 님은 ‘책을 왜 읽는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김이경 님은 이 물음에 먼저 “좀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뜻이라고 밝힙니다. 이러면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으려고 책을 손에 쥐었다고 해요.

  아마 책에서는 ‘자유로 가는 길’을 환하게 밝히거나 보여주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책을 읽는 동안 김이경 님 스스로 이 대목을 넌지시 깨닫거나 시나브로 알아챘으리라 느껴요. 나 아닌 남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을 한결 단단히 추스르고 한껏 새롭게 가다듬자는 마음이 되었으리라 느낍니다.

  내가 얼마나 모자란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헤아리기에, 책을 덮고 나서 이 모자란 모습을 채우고 가꾸며 북돋우려고 땀을 흘릴 만하지 싶어요. 좋은 거울이 되는 책이요, 즐거운 길동무가 되는 책이지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이런 배움의 일부이며, 자신의 무지를 일깨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 다른 지식, 다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의심과 두려움을 ‘틀렸다’고 치부하거나 눈을 감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세계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65쪽)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리석음을 깨닫는다면, 이러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만한 슬기를 곱씹는다면, 나 아닌 남을 널리 아우르거나 껴안는다면, 참말 우리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 만할까요?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 생각과 꿈과 사랑을 새롭게 마주하면서 아끼는 숨결이 된다면, 참으로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 만할까요?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책을 못 읽어요. 아니,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못 배워요. 고개를 숙이면서 새로 배우려 하기에 책을 읽어요. 배우자고, 삶을 짓자고, 익히자고, 살림을 짓자고, 이렇게 스스로 되뇔 적에 비로소 책을 읽을 만하지 싶습니다.


흔히들 노는 게 재미있다고 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건 몰랐던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80쪽)

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력, 세계를 다르게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키워 줍니다. 그리고 그 힘은 문학이 사람을 읽는 눈을 길러 주는 데에서 나옵니다. 나를 읽고 너를 읽고 우리와 그들의 세상을 읽으면서, 각자의 삶과 그 삶들이 한데 어울려 만드는 이 세상을 더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139쪽)


  《책 먹는 법》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책은, 참으로 “책 먹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마음을 알뜰살뜰 일구도록 책을 먹자고 이야기합니다. 이제껏 몰랐던 것을 느끼면서 배우자고 이야기합니다. 너와 내가 서로 얼크러지는 이 땅을 더 깊고 너른 터로 가꾸는 길에 한 손을 보탤 만한 꿈을 짓는 마음으로 책을 읽자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한테 새로운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나는 나한테 오래된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새로운 책에서는 새로운 삶을 배우며 읽습니다. 오래된 책에서는 오래된 살림을 배우며 읽어요.

  구속 수감된 옛 대통령한테 책 한 권 부치고 싶습니다. ‘모른다’는 말을 일삼은 그분은 참말 ‘모르실’ 테니, 이제부터 ‘알고’ 느껴서 ‘배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잘못을 떠나서 이웃을 사랑하고 이 땅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을 작은 책 한 권을 곁에 놓으면서 차분하고 조용히 새롭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2017.3.3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이야기/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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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3.29. | 책삶+글쓰기 2017-03-3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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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3.29.


곁님이 작은 조끼 하나를 떴다. 뜨개모임에서 받은 새 바늘로 뜬 멋진 조끼이다. 이 조끼를 곁님 동생한테 보내려고 한다. 이러면서 작은아이한테 작은 겨울 겉옷 한 벌을 함께 상자에 담는다. 우체국에 가야지. 작은아이는 곁님하고 나란히 앉는다. 큰아이는 나하고 나란히 앉는다. 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노래를 들으면서 군내버스를 달린다. 오늘 이 버스길에서는 《감의 빛깔들》을 읽기로 한다. 여러 나라에서 살며 여러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리타 테일러라는 분이 한국 숲과 사람을 글로 차근차근 풀어낸다. 다른 이야기도 상냥하고 구수한데, 천성산 지율 스님하고 얽힌 속이야기가 무척 그윽하다. 제주섬 김영갑 님하고 얽힌 뒷이야기는 더없이 생생하면서 애틋하다. 이런 일이 다 있었네 하고 놀란다. 책이름 ‘감빛’을 새삼스레 헤아려 본다. 감빛. 글쓴이가 바라본 한국은 감빛이로구나.


(숲노래/최종규)



감의 빛깔들

리타 테일러 편/정홍섭 역
좁쌀한알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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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명교수나 유명한 학자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3-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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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1160 : 명교수나 유명한 학자



명교수나 유명한 학자

→ 이름난 교수나 학자

→ 널리 알려진 교수나 학자


명-(名) : ‘이름난’ 또는 ‘뛰어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유명하다(有名-) :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름나다 : 세상에 평판이나 명성이 널리 알려지다



  외마디 한자말 ‘명-’을 붙여서 ‘이름난’이나 ‘뛰어난’을 나타낸다고 해요. 한자말 ‘유명한’은 ‘이름난’을 뜻하지요. 보기글처럼 “명교수나 유명한 학자”라 하면 겹말입니다. “이름난 교수나 학자”로 손보거나 “널리 알려진 교수나 학자”로 손봅니다. ‘뛰어난’이나 ‘훌륭한’을 써서 손볼 수도 있어요. 2017.3.30.나무.ㅅㄴㄹ



세상 물정 모르는 명교수나 유명한 학자가 많은 것도 일리가 있는 일이다

→ 세상 물정 모르는 이름난 교수나 학자가 많은 모습도 그럴 만하다

→ 세상 흐름 모르는 뛰어난 교수가 학자가 많을 만하기도 하다

《고병익-수상집 망원경》(탐구당,1974) 32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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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작업 作業 (10 +)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3-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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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작업 作業


 작업 시간 → 일하는 시간 / 일하는 때 / 일때

 준비 작업 → 준비 / 준비하는 일

 그들의 작업은 → 그들이 하는 일은 / 그들 일은

 교량 복구 작업 → 다리 다시 놓기 / 다리 손질

 보완 작업 → 손보기 / 손질하기

 전산화 작업 → 전산화

 수년간의 작업 끝에 → 여러 해 일한 끝에 / 여러 해 일을 하여


  ‘작업(作業)’은 “1. 일을 함 2. 일정한 목적과 계획 아래 하는 일 3. [군대] 근무나 훈련 이외에 진지 구축, 막사나 도로 보수 따위의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킨다고 해요. 말뜻처럼 ‘작업 = 일하기·일함’이에요. 그러니 한국말로 ‘일·일하다’를 알맞게 쓰면 됩니다. 때로는 “준비 작업” 같은 글월처럼 ‘작업’만 털면 되어요. “보완 작업”처럼 ‘손질’로 새롭게 고쳐쓸 수 있고요. 2017.3.30.나무.ㅅㄴㄹ



역사를 공부하는 작업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역사 공부는 재미있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역사 배우기는 신나는 일이다

→ 역사 배우기는 즐겁다

《새내기를 위한 책읽기 길라잡이》(서울대학교 총학생회,1998) 19쪽


교재 선정 작업을 해서

→ 교재를 골라서

→ 교재를 알아보고

→ 교재를 살펴보고

《김현수-똥교회 목사의 들꽃피는마을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4) 107쪽


모두 나의 작업이었다

→ 모두 내 일이었다

→ 모두 내가 하는 일이었다

→ 모두 내 몫이었다

→ 모두 내가 했다

→ 모두 했다

《이나미-나의 디자인 이야기》(마음산책,2005) 25쪽


현재 만화 작업을 하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 만화 일을 하며

→ 요즘은 만화를 그리며 프랑스에서 산다

《마르잔 사트라피/김대중 옮김-페르세폴리스 1》(새만화책,2005) 책날개


학구적인 작업 외에

→ 학문 말고

→ 공부 빼고

《스즈키 주시치-엘리노어 마르크스》(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 14쪽


제설작업으로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 눈치우기로

→ 눈 치우는 일로

→ 눈을 치운다고 해서

→ 눈을 치워야 하기에

→ 눈을 쓰느라

《박도-항일유적 답사기》(눈빛,2006) 124쪽


시 작업에 몰두했다

→ 시쓰기에 매달렸다

→ 시쓰기에 모든 삶을 바쳤다

→ 시쓰기에 온힘을 들였다

→ 시를 바지런히 썼다

→ 시를 힘껏 썼다

《백경훈-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호미,2006) 26쪽


벼 수확 작업이 끝나

→ 벼베기가 끝나

→ 가을걷이가 끝나

→ 가을 일이 끝나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백작》(그물코,2006) 86쪽


저는 만화를 그리는 작업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 저는 만화를 그리는 일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 저는 만화 그리기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정은서 옮김-그리고, 또 그리고 4》(애니북스,2016) 35쪽


가장 주목받은 것은 핸드메이드북, 즉 수작업으로 만든 그림책 시리즈였다

→ 가장 눈길받은 것은 손수 지은 책, 곧 손으로 엮은 그림책 꾸러미였다

→ 가장 사랑받은 책은 손으로 하나하나 엮은 그림책 꾸러미였다

→ 가장 사랑받은 책은 손지음책, 곧 손으로 하나하나 엮은 그림책 꾸러미였다

《니시야마 마사코/김연한 옮김-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유유,2017)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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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순順 3 (+)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3-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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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순 順


 도착순 → 닿는 대로 / 오는 대로

 선착순 → 먼저 오는 대로 / 먼저 닿는 대로

 나이순 → 나이대로 / 나이에 맞춰

 이름순 → 이름대로 / 이름에 맞춰


  ‘-순(順)’은 “‘차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해요. ‘-順’을 붙이든 ‘차례’로 고쳐서 쓰든 어느 쪽이든 쓰고픈 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낱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헤아리면서 ‘-대로’나 “-에 맞춰”로 손볼 수 있어요. “나이순으로 하자”는 “나이대로 하자”나 “나이에 맞춰 하자”나 “나이에 따라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ㄱㄴㄷ순입니다”는 “ㄱㄴㄷ대로입니다”나 “ㄱㄴㄷ에 맞췄습니다”나 “ㄱㄴㄷ에 따라 맞췄습니다”를 가리키지요. 2017.3.30.나무.ㅅㄴㄹ



석차순만을 따지는 현행 내신제

→ 성적만을 따지는 오늘날 내신제

→ 성적대로만을 따지는 요즈음 내신제

→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요즈음 내신제

《이인호-문제학생 문제선생》(지식산업사,1985) 47쪽


가장 무거운 씨앗에서 차츰 가벼운 씨앗 순으로 날려 보세요

→ 가장 무거운 씨앗에서 차츰 가벼운 씨앗으로 날려 보세요

→ 가장 무거운 씨앗부터 날리다가 차츰 가벼운 씨앗을 날려 보세요

《장세이·장수영-엄마는 숲해설가》(목수책방,2016) 77쪽


마음을 표현하는 말 80개를 가나다순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 마음을 밝히는 말 여든 가지를 가나다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 마음을 나타내는 여든 가지 말을 가나다에 맞춰 적은 책입니다

《박성우-아홉 살 마음 사전》(창비,2017) 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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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5. 10원 | 숲집 놀이터 2017-03-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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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35. 10원



  이레쯤 되었던가, 큰아이가 읍내 우체국 마실을 하는 길에 10원을 주웠다. 우체국 걸상에 떨어진 10원이라고 한다. 곁님은 큰아이더러 이 쇠돈을 처음 주운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큰아이한테 이야기했다. 큰아이는 좀 시무룩한 낯빛이었다. ‘내가 주웠는데’ 하는 마음이 있구나 싶다. 곁님도 나도 큰아이한테 ‘왜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줍거나 가져오면 안 되는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얼핏 보면 10원 하나이지만, 책일 수도 지갑일 수도 있다. 다른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모두 같다. 10원이 길에 떨어졌기에 슬그머니 주워서 ‘내 것으로 가지려’ 한다면 10만 원도 10억 원도 그냥 내 것으로 가지려 하기 마련이다. 10원이든 10만 원이든 10억 원이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것을 흘린 사람이 도로 찾을 수 있도록 그대로 두어야 맞다. 거저 얻은 돈은 빨리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 한 까닭이 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거저 얻은 돈’을 가져야 하지 않으니, 우리가 가질 돈이란 ‘사랑으로 얻은 돈’이나 ‘마음으로 얻은 돈’이어야지 싶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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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