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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알찍’ 심상정 공개지지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 숲책+사전/우리말 2017-04-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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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심상정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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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알찍’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심상정 글

 웅진지식하우스, 2013.8.5.



  2017년 아름다운 5월 봄날에 대통령 한 사람을 새롭게 뽑습니다. 우리는 봄철이 한창 무르익어 꽃잔치를 이루는 5월에 아름답게 나라살림을 맡을 사람을 새롭게 뽑지요.


  여러 후보 가운데 심상정을 놓고서 ‘심알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해 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이를 ‘제대로 알았다’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그들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이를 찍었을까요? 나는 다른 이를 찍었어도 ‘우리를 통틀어’서 하는 말이에요. 우리가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도록 했거든요.


  우리는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어떤 ‘짓(일이 아닌 짓)’을 할는지 제대로 몰랐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탓에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너무 가볍게 넘겨짚은 나머지, 이들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아온 우리가 바로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도록 했다고 느껴요.



우리는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 있었어요. 그러니 어려운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어려운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10쪽)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민주화 이후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새누리당-민주당 양당 체제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봅니다. 선거 때가 되면 사람들은 그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왔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26쪽)


그렇다면 왜 양질의 인사들이 민주당에 대거 수혈되었는데도 민주당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일가요? 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대안을 제시하고 새누리당에 맞서 정치투쟁을 벌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일까요? (28쪽)



  우리 스스로 세운 대통령 가운데 이명박은 그 자리에서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ㅈㅈㄷ 같은 신문에서조차 ‘4대강 막삽질 22조 원’을 놓고서 나무랍니다. 이명박한테 한 표를 준 보수 기득권층이든 ㅈㅈㄷ이든 참말로 한목소리로 이명박을 꾸짖지요.


  우리는 이 대목에서 배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실패를 했으니 배운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대통령 한 사람만 잘 뽑는다고 나라살림이 발돋움하지 않습니다만, 대통령 한 사람부터 잘 뽑았으면 ‘적어도 22조 원’이라는 돈은 복지와 문화와 교육과 보건이라는 곳에 알맞게 쓸 수 있었어요. 이 돈이 ‘살림 키우기(내수 진작)’를 하는 밑돈이 되었겠지요.


  이명박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지는 못했어도, 한 번 쓴맛을 본 우리는 박근혜를 다시 대통령에 앉히는 바보짓이라고 할 만한, 참으로 바보짓일 수밖에 없는 일을 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이 쓴맛을 더 똑똑히 깨닫고는 촛불혁명으로 그이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렸어요. 구치소로 보냈습니다. 우리 손으로 뽑았던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재판장에 보냈어요.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소수 야당이므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알리바이’에 안주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32쪽)


민주노동당은 아주 뚜렷한 민생 정당, 미래 정당으로 다가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그와 같은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어요. (34쪽)


노동자 출신의 대통령이 나와야만 노동자들의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노동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39쪽)



  쓴맛을 두 차례 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사람을 나라살림 맡을 일꾼으로 뽑을 적에 ‘슬기로울’까요? 우리는 여러 대통령 후보를 ‘얼마나 속속들이 잘 알려’고 할까요? 이들이 내놓는 정책이나 공약을 얼마나 샅샅이 살피고 꼼꼼히 따지는가요?


  이제 더 쓴맛을 보지 않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이제 더 괴롭지 말아야지 싶어요. 이제 우리는 촛불을 들지 말고, 호미를 들어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을 누려야지 싶어요. 심부름꾼이 되고 머슴이 될 대통령을 뽑고는 우리 보금자리하고 우리 마을을 살리는 길에 온힘을 쏟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다시금 쓴맛을 안 볼 만큼 두 눈을 밝혀야지 싶어요. 촛불혁명에 뒤이어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는 신명이 나는 잔치마당이 되도록 해야지 싶어요.


  이를테면 이런 말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농민이나 노동자가 얼마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이 나라는 무척 발돋움하리라 생각해요. 대학교를 안 나온 사람도 얼마든지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고, 중·고등학교를 안 다닌 사람도 얼마든지 즐겁게 삶을 가꿀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아름답다는 말을 할 만하지 싶어요.



언젠가부터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전문가들이 만들어 준 정책으로 자신을 감쌀 뿐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정책 전문가의 페이퍼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국정 운영 철학, 즉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43쪽)


실패를 한번 해 보면, 그 순간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싹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실패를 하게 되면, 그 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져요. 그런 것을 경험해 봐야 합니다. (50쪽)


자기가 직접 세운 목표이고, 자신이 결정한 일이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됩니다. 그런데 자기가 결정한 게 아니고, 부모가, 사회가 결정해 준 일인데 거기서 낙방하면 그건 실패도 안 되는 겁니다. (72쪽)



  미국이 한국에 몰래 들인 ‘사드’ 미사일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한국더러 1조 원에 이르는 돈을 내라고 밝힙니다. 대단한 일이지요. 트럼프라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전쟁무기 값’이 얼마인가를 한국사람 모두 똑똑히 알 수 있도록 밝혔어요. 엄청난 일입니다.


  우리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값’이 얼마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이 미사일을 진작에 받아들였어요. 게다가 페트리어트 미사일 값은 누가 냈을까요? 유지관리비는 누가 낼까요? 이러한 대목을 우리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주한미군은 ‘주한미군 유지비’가 얼마나 들며, 이 돈은 누가 낼까요?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있는 땅은 주한미군이 엄청나게 더럽혀 놓아서 큰 골칫거리라 하지요. 미군부대 둘레는 온갖 화학물질로 ‘땅을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고 해요. 이 대목도 우리는 잘 모르고 그냥 삽니다. 우리 살림살이가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고 하면서 다들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가요. 이러면서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죽는, 그야말로 아프디아픈 일까지 터졌어요.


  이런 판에 트럼프라는 미국 대통령은 우리더러 미사일 값 이야기를 아주 대놓고 밝혔어요. 생각해 보셔요. 오바마나 클린턴은 한국에 미국 전쟁무기 값이 얼마인지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몰래 들여놓고 몰래 값을 챙겼겠지요.


  이 대목을 우리 스스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드를 비롯한 주한미군과 전쟁무기하고 얽힌 속내와 참모습과 나라살림’을 제대로 깨달아야지 싶어요. ‘안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지나치도록 끔찍하게 어마어마한 돈을 ‘미국에 퍼주기’를 했다는 대목을 뉘우치고 배워야지 싶어요. 이러면서 ‘전시작적권’조차 한국에 없어요.



대학을 나오면 부모들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그렇게 가르쳤는데도 일자리가 없어서 놀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대학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76쪽)


오늘날 여성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난 건, 민주노동당이 가장 먼저 여성을 비례대표 홀수 순번에 배치한 공이 큽니다. 그것을 모든 정당이 수용하면서 일반화된 것이죠. (83쪽)


네덜란드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4시간을 일해도 누려야 할 휴가나 퇴직금 등이 다 보장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일의 형태라기보다는 착취의 개념이지요. (118쪽)



  새롭게 대통령이 되어 나라살림을 맡을 분이라면 ‘안보’는 그만 말해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안보가 아니라 ‘평화’를 이루어야지 싶습니다. 남녘도 북녘도 모두 평화로운 나라가 되어야지 싶어요. 남북녘 모두 ‘평화’로 나라를 지키고, 평화롭게 손을 잡으면서, 북녘뿐 아니라 남녘도 무시무시한 무기를 하나씩 줄이고, 무기를 줄이는 돈으로 서로 ‘나라살림(민생)’을 살찌우는 길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안보라는 이름은 늘 ‘전쟁’을 맞물려 놓는 몸짓인 줄 알아야지 싶어요. 평화가 되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나라살림을 돌보는 길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뼈아프게 우리를 일깨워 주듯이, ‘안보 예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마어마합니다. ‘고작 사드 미사일’이 1조 원이에요. 유지관리비를 뺀 돈으로만 해도 1조 원입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국 앞바다로 왔다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 미국 항공모함 유지관리비하고 출동비도 ‘한국 앞으로 청구서가 날아오지’ 않겠어요? 아주 마땅한 일 아닐까요? 미국 국방부가 ‘거저로’ 그네들 항공모함을 엄청난 돈(유지관리비)을 쓰면서 한국에 보내 주지는 않아요.


  우리가 우리 국방을 우리 힘으로 다스린다고 할 적에는, 우리 살림돈(예산)을 우리 군대를 키우는 데에 써야 옳다고 느껴요. 이른바 자주국방을 하려면 미국 무기에 돈을 퍼다 주는 몸짓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 땅에서 돈을 쓰고, 알맞게 돈을 가눌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한국 사병 월급을 ‘착취’하는 얼개를 몽땅 털어내고 ‘사병 월급’을 하다못해 최저임금 눈높이에라도 맞출 수 있는 정책이 태어나야지요.



한국 사회의 성장 과정이 격렬했던 만큼 이런 생명의 문제들은 심각합니다. 최근 화학물질과 관련된 사고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SK화학이 가습기 살균제 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 삼성전자가 유해화학물질법을 위반해서 불산 사고를 낸 것 등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37쪽)


(안철수 씨는) “나는 상식파다”라는 선언에서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 사회의 상식을 해치는 것은 몰상식이 아니라 권력이거든요. (157쪽)


‘애국가’ 논란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과 애국심을 대립시키는 보수의 이데올로기 공세입니다. 그들은 민주화 운동의 모든 성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그 속내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진보 세력을 비애국적인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싶어 합니다. (198쪽)



  2013년에 처음 나오고 나서 이제 판이 끊어진 책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은 판이 끊어졌기 때문에 헌책방이나 도서관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이는 심상정입니다. 2017년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심상정은 2012년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뽑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이 쓰디쓴 길에 무엇을 스스로 배워야 할까’ 하고 되새기면서 이 책을 씁니다.


  심상정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뒤부터 여러모로 겪은 아프거나 쓰디쓴 생채기를 하나하나 꺼내놓습니다. 고꾸라지고 넘어지면서 쓴맛을 볼 적마다 스스로 무엇을 제대로 못했고 무엇을 제대로 못 보았는가 하고 뉘우치고 되돌아봅니다.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정치인 심상정이 털어놓는 반성문입니다.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심상정이 밝히는 다짐입니다.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이제 새롭게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스스로 어떤 심부름꾼이 되고 어떤 일꾼이 되며 어떤 살림꾼이 되겠노라 하고 길을 찬찬히 다지는 실마리입니다.


  심상정은 ‘안보·성장·개발’이라는 이름에 늘 뒤로 밀리거나 밟혔던 ‘평화·노동·살림(복지·교육)’이 떳떳하게 드날릴 수 있는 나라를 바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요? 저는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 좋은 정치의 기준이라고 봅니다. (217쪽)


가장 나쁜 정치가 ‘여론 정치’입니다. 진보 정치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여론으로 정치 플레이를 하는 이들을 보면 좌절감을 느낍니다.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데, 한순간의 바람몰이가 판단의 기준이 되다니요. 지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그랬지요. 모두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경제만 살리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대통령으로 당선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선택하고 나서는 뒤늦게 후회를 하지요. (245쪽)



  심상정은 정치를 하면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이 얼마나 힘든가를 뼛속 깊이 느꼈다고 합니다. 심상정 아들은 어릴 적에 ‘엄마를 못 봐서 병에 걸리기’까지 했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시내는 ‘슈퍼우먼’ 노릇을 거의 억지로 떠맡으면서 두 다리가 휘청거릴 뿐 아니라 이녁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기가 매우 어려운 줄 온몸으로 배웠답니다. 이때에 심상정 곁님은 심상정을 돕고 아이를 도맡기로 다짐했고, 심상정 곁님은 사내로서 아버지이자 어머니 두 몫을 알뜰히 해냈다지요. 집에서 살림하고 설거지하고 밥짓고 빨래하는 일을 ‘기쁨’이자 ‘보람’으로 삼는 길을 배웠다고 해요.


  저는 이런 심상정이 내놓는 여러 가지 공약이나 정책이 한국 사회 서민을 헤아릴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중산층한테 도움이 되고, 한국 사회 기득권층한테까지 이바지를 하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스스로 서민으로 살아내지 못한 사람은 서민살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스스로 서민살이에서 한 걸음씩 내딛어 보지 않고서 중산층이 되는 사람은 이웃하고 나누는 길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기득권층 자리에 있는 분한테 ‘서민살림 살리기’가 왜 이바지를 할까요? 서민이 살아나며 기쁜 보금자리하고 마을을 이루면, 기득권을 쥔 이들도 ‘안정되게 그 기득권을 누리’겠지요. 다만 기득권 자리에 있는 분은 서민한테 이녁 몫을 좀 덜어 주어야지요.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거든요. 혼자만 잘 살면 아무 재미가 없는 사회예요. 함께 잘 살기에 함께 기쁘고,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나라가 될 만해요. 부자이건 가난하건 똑같이 어느 학교나 고르게 들어가서 배울 수 있어야 평화로우면서 평등해요. 대학교를 마쳤건 안 마쳤건 어느 일이든 고르게 맡아서 할 수 있어야 평화로우면서 평등하지요. 중산층 자리에 있는 이도 서민하고 손을 맞잡으면서 언제나 차분하면서 넉넉하게 살림을 지을 적에 평화와 평등이 뿌리내릴 테고요.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것은 분명히 후퇴한 것입니다. 박 후보는 지금 한국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약속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내건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겁니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노동 분야 공약’이 없었습니다. (280쪽)


보수 기득권층은 복지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 재정에 기여할 의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어야 합니다. (290쪽)


농민도 경제인, 노동자도 경제인, 기업가도 경제인 아닌가요? 모두 대한민국 경제에 참여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왜 누구는 경제인이고 누구는 경제인이 아닌 걸까요? 경제민주화라는 것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305쪽)



  저는 ‘심알찍’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저는 뒷걸음질도 제자리걸음질도 할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가고 싶습니다. 더딘 걸음이라 하더라도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국말사전 새로 쓰기’입니다. 이른바 ‘국어사전 집필·편찬’이라고 하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드문 일을 합니다. 국어사전 집필자로서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또 저는 시골에서 살며 두 아이를 돌보고 도서관학교를 꾸립니다. 집살림하고 아이키우기를 도맡는 사내(아버지)로서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시골에서 도서관학교를 꾸리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시골에서 농약과 비료와 비닐이 없이 흙살림을 하는 길을 찾으려는 사람으로서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평화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심부름꾼 노릇을 하기를 바라기에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성평등을 넘어, 남녀 모두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나란히 살림꾼·살림지기·살림님 노릇을 하는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삶을 이야기하기에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수퍼우먼도 수퍼맨도 아닌, 스트롱맨도 나이롱맨도 아닌, 일하는 사람이 일삯을 제대로 누리고 함께 어깨동무하는 길을 서로 나누면서 자급자족 경제와 사회를 이루려는 뜻을 정책으로 펴겠노라 밝히는 심상정을 공개지지합니다.


  저를 둘러싼 이웃님이 ‘심알찍’이란 무엇인가를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판이 끊어진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이라는 책에 나온 대목을 제법 길게 옮겼습니다. 2013년에 쓰디쓰게 반성문이자 다짐글을 털어놓은 심상정은 2017년에 당차고 슬기로우며 사랑스러운 ‘나라지기’ 길을 앞장서서 열어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심알찍으로 심상정을 공개지지하는 저는, ‘살림지기’로서 저희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가꾸는 길을 걸어가면서 이 봄날에 해사하게 노래하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7.4.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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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눈 똑바로 뜨고 직시 | 우리말 살려쓰기 2017-04-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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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1224 : 눈 똑바로 뜨고 직시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 한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주해야 한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아야 한다


직시(直視) : 1. 정신을 집중하여 어떤 대상을 똑바로 봄 2. 사물의 진실을 바로 봄 3. 병으로 눈알을 굴리지 못하고 앞만 봄



  똑바로 본다는 뜻을 한자말 ‘직시’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라 하면 겹말이에요. 보기글은 “두 눈 똑바로 떠야 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눈 똑바로 떠야 한다”로 손질할 만하고, “똑바로 보아야 한다”로 손질할 만하기도 합니다. 2017.4.30.해.ㅅㄴㄹ



정의만큼 불안정한 개념이 없다는 사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 한다

→ 정의만큼 흐릿한 개념이 없는 줄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주해야 한다

→ 올바름만큼 뚜렷하지 않은 개념이 없는 줄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아야 한다

《야나세 다카시/오화영 옮김-네, 호빵맨입니다》(지식여행,2017) 11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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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인가 글쓰기인가 | 책 언저리 2017-04-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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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인가 글쓰기인가



  신춘문예에 소설을 내고 싶다는 젊은 분을 만났어요. 이분이 걱정하는 대목을 듣고서 생각해 보았어요. 이분에 앞서 나라면 어떠한가 하고 말이지요. 우리는 신춘문예나 등단이라고 하는 길을 거쳐야 소설가나 시인이 될 만할까요? 우리는 스스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소설이나 시라는 틀에 맞추어 글을 쓸까요? 신춘문예라는 이름을 얻고 싶다면 신춘문예에 뽑히도록 글을 쓰면 되어요. 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굳이 신춘문예라는 이름이 없어도 된다고 여기면 스스로 쓰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 되어요. 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알아준다거나 상금을 받아야 좋은 글이 되지 않아요. 내 글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아야 글을 쓰는 보람이 생기지 않아요. 스스로 짓는 삶을 스스로 글로 옮기면서 마음에 기쁨이 넘실거리기에 글쓰기(글짓기)라는 아름다운 길을 걸어요. 삶을 쓰듯이 글을 써요. 삶을 짓듯이 글을 지어요. 밥을 지어서 먹듯이 글을 지어서 나누고, 옷이랑 집을 짓듯이 글을 지어서 펼칩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도 재미있습니다. 우리 이웃이 사랑할 만한 글을 써도 재미있고요. 우리는 스스로 어느 길이 우리한테 기쁘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찬찬히 생각해서 슬기롭게 나아가면 됩니다. 2017.4.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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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4.29. | 책삶+글쓰기 2017-04-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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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4.29.


한국은 평화로운 나라가 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사는 우리는 사드 미사일을 비롯한 전쟁무기가 평화롭게 이 나라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뜻을 모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은 ‘해 보자’이다. ‘해 보면 돼’이기도 하다. 며칠 앞서부터 마음으로 늘 평화를 바라면서 집하고 도서관학교 둘레에 파란거미줄을 하늘에 그린다. 이른바 ‘결계’나 ‘배리어’라고 할까. 이 땅이 파란 하늘처럼 파랗게 물들며 아름답기를 꿈꾼다. 1조 원이라는 돈 때문이 아니라 평화를 바라기 때문에 평화를 마음으로 그린다. 이런 마음으로 시외버스에 올라 순천을 거쳐 포항으로 간다. 《주소를 쓰세요》를 읽는다. 처음에는 이 책이 ‘개인 정보 유출’만 다루는 어린이책이겠거니 여겼다. 막상 읽고 보니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무엇을 슬기롭게 생각할 때에 아름답고 즐거운 보금자리’가 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생각을 스스로 해서 살림을 스스로 가꾸는 길을 재미나게 보여준다고 할까. 여러모로 뜻있는 그림책을 시외버스에서 즐겁게 읽는다.


(숲노래/최종규)



주소를 쓰세요

사스키아 훌라 글/이나 하텐하우어 그림
책속물고기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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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4.27. | 책삶+글쓰기 2017-04-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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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4.27.


심상정 님이 쓴 책을 빨래터에서 읽는다. 2013년에 나왔으나 어느새 판이 끊어져서 찾기 너무 힘들던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을 겨우 장만했다. 이 책을 파는 곳에 처음 주문을 넣었을 적에 그만 이 책이 나한테 안 오고 다른 사람한테 가고 말았는데, 책방지기님이 애써 이 책을 다시 찾아서 보내 주셨다. 이런 고마운 일이! 작은아이하고 빨래터를 치운다. 작은아이는 물놀이를 한껏 즐기고, 나는 심상정 책을 한껏 즐긴다. 우리는 같은 마음이 된다. 아이는 신나는 놀이에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쓰디쓰고 슬프지만 이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나서 새롭게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밝히는 이야기를 읽는 나는, 스스로 내 보금자리에서 지을 살림을 생각하니 기쁨으로 가득하다. 성공으로도 배우고 실패로도 배운다. 우리는 늘 배운다. 배우기에 살 만하다. 배우기에 살 수 있다.


(숲노래/최종규)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심상정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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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은 걸상을 들고 전철에 올랐다 (내가 훔친 기적) | 동시집+시집 2017-04-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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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 저
민음사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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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291



젊은 시인은 걸상을 들고 전철에 올랐다

― 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 글

 민음사 펴냄, 2017.3.24. 9000원



  저하고 띠동갑으로 나이가 젊은 분이 처음 낸 시집 《내가 훔친 기억》(민음사,2017)을 읽었습니다. 이 시집을 낸 분은 2013년에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고, 이 시집을 내면서 비로소 시인이라는 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시집 책날개를 보면 《내가 훔친 기억》을 낸 강지혜 님이 1987년에 태어났다고 하는 이야기 말고는 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오직 시로 이녁 삶과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는 뜻이네 싶으면서, 굳이 어느 해에 태어났다는 대목을 밝힌 뜻은 무엇일까 하고 어림해 보았어요. 이러면서 제가 태어난 1975년을 떠올렸고, 저보다 열두 삶 젊은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되새겨 보았어요.



입성하지 못한 자들이

일몰에 맞춰 벽을 핥으러 간다


“봄이 되면 담벼락에 수만 마리 무당벌레가 날아와. 걔들을 터트리느라 똑똑해질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몰라”


그들은 매일 인도가 없는 아스팔트를 걸었다 (벽으로)



  어느 분은 저보다 열두 살 위일 테니, 제가 그분한테는 열두 삶 젊은 사람이 되겠지요. 이 젊음이란 언제나 서로 맞물립니다. 저보다 젊은 분이 있고, 또 저는 누구한테는 무척 젊은 사람이 됩니다. 저보다 젊은 분도 그이보다 젊은 분이 또 있고요.


  이렇게 본다면 ‘젊은 시인’이라는 말은 좀 안 맞을 수 있지 싶어요. ‘젊다’를 꼭 나이로만 따질 수 없거든요. 나이가 스물 언저리이기에 젊을까요? 나이가 서른 언저리라면 젊을까요? 서울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는 스물이 풋풋하게 젊고 서른이 씩씩하게 젊다고 여길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서른 줄에만 접어들면 ‘이제 안 젊다’고 여길는지 몰라요.


  이와 달리 제가 사는 시골에서는 일흔 살 나이가 ‘젊은이’예요. 저희 마을에서 가장 ‘젊은’ 분이 일흔 줄이 넘습니다. 다들 여든 줄이나 아흔 언저리랍니다. 이러다 보니 마흔 줄쯤 되는 나이는 젊은이조차 아닌 ‘아기’로 여겨요. 재미나지요. 나이 하나를 놓고서 ‘자리마다 삶마다 다른 이야기’가 태어나요.



아름다운 의자를 들고 퇴근 시간 전철에 탔다 의자는 황홀한 노래를 읊조리고 내 몸은 달아올랐다


이것은 의자, 별처럼 빛나는 의자


의자를 들고 전철에 탔지만 자리가 없었다 나는 분명히 의자를 들고 있는데 앉을 수가 없으니 나와 의자는 슬펐다 그리고 의자는 분명히 외로웠다 (의자 들고 전철 타기)



  시집 《내가 훔친 기억》을 쓴 강지혜 님은 이 시집을 내놓기까지 어떤 삶을 겪거나 마주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이 시집을 읽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삶을 치르거나 맞닥뜨리는 길을 걸어오다가 이 시집 이야기를 만날 만한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강지혜 님은 시집에서 ‘걸상을 들고 전철을 타던 일’을 들려줍니다. 저도 이렇게 걸상을 들고 전철을 탄 적이 있어요. 언젠가 책상을 둘이서 들고 전철을 탄 적도 있어요. 책걸상을 들고 전철을 타야 하던 그때, 참 눈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짐차를 부를 수 없던 때였고, 이래저래 전철밖에 없어서 전철로 서둘러 책걸상을 옮겨야 했지요.


  저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지옥철 시간’에 갓난쟁이를 안고서 전철을 타야 하던 일이 몇 차례 있습니다. 저처럼 갓난쟁이를 업거나 안은 채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지옥철 시간’에 전철을 오르는 분을 더러 보기도 했고요. 이때에 서로서로 참 괴롭지요. 고달파요. 아기 어머니나 아버지도, 다른 손님도, 누구보다 아기가 참으로 힘겨워요.



먼지들은 내가 자주 쓰는 의성어를 엮어

노래를 만들었다

소리는 분명히

내 몸 안에서부터

공중으로 퍼져 나갔다 (화단을 가꾸려 했다)



  이 힘겨운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되새겨 봅니다. 걸상을 들고 전철에 올라야 했는데, 막상 전철에서 ‘내가 들고 간 걸상’에 앉지 못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그려 봅니다.


  우리는 우리 지친 다리를 쉴 걸상이 저마다 있는데, 막상 이 걸상에 느긋하게 앉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숨을 돌리지 못하고, 한갓지지 못하다면, 이러한 삶이란 무엇이라고 할 만할까요.



누나는 번번이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누나는 단지 풍경을 기록하는 사람

진짜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동어반복)



  ‘화단을 가꾸려 했다’라는 시를 가만히 읊습니다. 노래가 되는 소리는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저도 늘 느낍니다. 제 마음이 스스로 노래로 흐르지 않는다면 즐겁게 노래를 하지 못해요. 제 마음을 스스로 기쁨으로 일구지 않는다면 마음껏 노래를 하지 못해요.


  시인이란, 등단한 사람을 일컫는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이란, 시집을 낸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기에 시인이고, 시를 노래하기에 시인이며, 삶을 시라는 글로 가만히 갈무리해서 이웃한테 속삭이기에 시인이라고 느껴요. 비록 “진짜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몸짓이거나 하루라 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시인이라고 느껴요. 우리는 우리 삶을 노랫가락처럼 잔잔하게 들려줄 수 있으니 누구나 시인이에요. 동생한테 언니한테 아버지한테 할머니한테 우리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우리는 저마다 시인이지 싶습니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척 하면서

나는 내 머리를 토닥인다


모두의 바람처럼

거울이 나무를 비추면 좋겠지만

나는

숲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의자에 앉아

무릎의 위치는 왜 언제나 여기인지

생각하는 (껍질)



  머리카락을 쓸어서 넘기면서 제 머리를 토닥여 봅니다. 머리카락도 쓸어서 넘기고, 머리도 토닥여 줍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일이 없습니다. 곁에서 누가 제 머리를 토닥여 주기를 바라지 않고, 제가 스스로 제 머리를 토닥여 줍니다. 씩씩하게 서려 합니다. 기운을 내어 서고자 합니다.


  ‘바람’처럼 거울이 나무를 비추어 줄 수 있고, 숲을 마음에 담고서, 또 걸상에 가만히 앉아서, 이제 ‘껍질’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한 걸음씩 뗍니다. 두 걸음으로 나아갑니다. 천 리라고 하는 길은 처음에 참 아득하구나 싶었으나, 아장아장 아기처럼 떼는 걸음을 꾸준히 잇고 보니 어느새 우리 꿈 앞에 다다릅니다.


  시집 《내가 훔친 기적》이 밝히는 ‘우리가 저마다 훔친 놀라움’이란 우리 스스로 미처 모르는 사이에 이룬 사랑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 마음속에서 고요히 피어난 사랑을 시나브로 알아채면서 홀가분하게 걸상에 앉아 다리를 쉴 수 있는 오늘 살림이지 싶어요. 마음이 젊고 생각이 젊으며 꿈이 젊은 시인이 걸어갈 길은 ‘꽃이 피어날 수 있는 흙이 있어 숲으로 짙푸른 길’이 되리라 봅니다. 2017.4.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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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살려쓰기 | 책삶+글쓰기 2017-04-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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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살려쓰기



  ‘우리말 살려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 분이 있으면, ‘토박이말(순우리말)’을 사전에서 캐내어 살려쓰자는 뜻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토박이말을 사전에서 캐내어 머릿속에 담아내는 놀라운 일을 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퍽 고되다. 우리 살림자리에서 어느덧 잊히거나 멀어진 말을 사전을 뒤적이면서 캐낼 적에는 살갗으로 와닿거나 파고들지 못하는 ‘입에서 맴도는 껍데기’가 되기 쉽다. 그러면 ‘우리말 살려쓰기’란 무엇인가? 나는 이를 두 가지로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 ‘말에 담는 생각을 살려서 쓰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말’이 아닌 ‘말에 담는 우리 생각을 살리려고 힘을 기울이는 일’이 바로 우리말을 살리려는 일이라고 느낀다. 둘째, ‘마음에 씨앗으로 담을 생각이 되는 말’을 살리려고 힘을 쏟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때에 이 생각(마음에 씨앗으로 담을 생각)이란 ‘꿈·사랑·길’이라고 본다. 우리말을 살리려고 하는 일이란 저마다 스스로 지으려고 하는 꿈을 살리고, 저마다 스스로 가꾸려고 하는 사랑을 살리며, 저마다 스스로 나아가려고 하는 길을 살리는 일이지 싶다. 이처럼 생각을 살리고 꿈·사랑·길을 살리면, 우리가 살릴 말이 무엇인가를 또렷하게 깨달아 즐겁게 쓰면서 어느새 아름답게 거듭나는 우리 모습을 찾는다고 본다. 일본 말씨나 일본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 따위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말씨나 한자말이나 외국말은 ‘지난날 몇몇 지식인이 지식 권력을 쌓으려고 받아들여서 쓰던 말’이다. 그래서 이런 자질구레한 말씨나 한자말이나 외국말은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살찌우거나 북돋우거나 키우는 길에서 걸림돌이 되기 일쑤이다. 새 술은 새 자루에 담듯이, 우리가 새롭게 짓고 싶은 꿈이나 사랑이나 길은 새로운 자루인 ‘새로운 말’에 담아서 그릴 수 있을 적에 즐겁고 아름답다. 곰팡이가 피거나 썩은 자루에 새로 담근 맛난 술을 담을 수 없다. 쉰내가 풀풀 나는 낡은 그릇에 갓 지은 맛난 밥을 담을 수 없다. 낡은 일본 말씨, 케케묵은 일본 한자말, 고리타분한 번역 말씨인 줄 느껴서, 이를 씩씩하게 하나하나 털어내어 새롭게 피어나는 말을 써서 우리 생각을 가꾸면 된다. 열 살 어린이하고 사이좋게 주고받을 수 있을 만한 쉬우면서 수수하고 재미난 말을 새삼스레 떠올리면서 우리 꿈을 말에 얹으면 된다. 학교 문턱을 밟은 적이 없이 시골에서 흙을 살리는 할머니랑 할아버지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쉬우면서 투박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산뜻하게 되새기면서 우리 마음을 말에 실으면 된다. 생각을 살릴 적에 살아나는 말이다. 마음을 사랑할 적에 살아나는 글이다. 2017.4.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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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이야기잔치 | 책삶+글쓰기 2017-04-2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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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이야기잔치



  2017년 들어 처음으로 강의를 나옵니다. 되도록 집에서 봄맞이 흙살림을 할 생각이었지만, 멋지고 즐거운 자리가 있기에 씩씩하게 강의를 나옵니다. 요즈음 한국은 미국 사드와 핵잠수함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정책과 맞물려서 전쟁 기운이 감돕니다. 둘레에서는 사드와 핵잠수함을 보고도 전쟁 기운을 못 느끼는 분이 많을 뿐 아니라, 전쟁이 터지겠느냐고 하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1조 원에 이르는 미사일에다가 핵잠수함이 함께 움직이는 흐름은 틀림없이 북녘이 남녘을 치도록 부추기는 무서운 모습이지요.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노릇일 뿐 아니라, 먹고살기에 바쁘기에 이런 일에 고개를 돌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새 대통령을 뽑는 일에만 마음을 빼앗길 수 없지요. 요즈음 일을 놓고서 주한 미국 대사를 찾아가서 이 일을 따진 대선후보는 오직 심상정 한 사람이라는 대목조차 사람들이 못 느낍니다. 다른 후보는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는 데에만 마음을 쓰거든요. 고흥에서 포항으로 오는 길에 ‘평화를, 평화를, 오직 평화를’을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길손집에 깃들어 몸을 씻고 옷을 빨래하고 느즈막히 저녁을 먹으면서도 ‘평화를, 평화를, 바로 평화를’을 마음으로 바랍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평화요,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을 일꾼도 평화여야 한다고 느낍니다. 평화를 말하지 않고 안보를 말하는 이는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2017.4.2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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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224]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패트릭 맥도넬) | 한 줄 책읽기 2017-04-2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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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책읽기 224]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패트릭 맥도넬 글·그림, 나는별 펴냄)


우리는 누구나 모든 것을 다 갖춘 즐겁고 아름다운 삶인 줄 알 수 있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일이나 놀이란 무엇일까요? 우리한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일 적에는 저마다 무엇을 할까요? 내가 너한테 주고, 내가 너한테서 받을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스스로 짓는 곳에서 사랑이 샘솟습니다.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패트릭 맥도넬 글그림/신현림 역
나는별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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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88. 돌걸상 (2017.4.25.) | 책 읽는 아이 2017-04-2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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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88. 돌걸상 (2017.4.25.)



  돌은 걸상이 되어 준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돌은 살뜰히 걸상 구실을 한다. 이 돌에 나무를 기대어 석석 켤 수 있고, 이 돌에 공책을 얹어 글을 쓸 수 있다. 가만히 앉아 해바라기를 할 수 있고, 책을 들고 앉아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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