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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3 거짓말풀이 수사학 1 | 만화책 2018-05-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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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글,그림
학산문화사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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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3


《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1.25.



  저는 거짓말을 안 좋아합니다. 아니, 거짓말을 못 합니다. 듣기 좋다는 거짓말을 해야 할 자리도 있다지만, 제가 ‘듣기 좋은 거짓말’을 하면 다들 곧 알아챈다고 해요. 제 얼굴에 다 씌였다고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이런 얼굴로 살다 보니 ‘굳이 좋은 거짓말을 할 마음도 없던’ 터라 ‘참말만 즐겁게 하자는 마음’입니다. 《거짓말풀이 수사학》 첫걸음을 읽으면서 여러 동무를 만납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몸짓인가를 알아챌 수 있는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바로 느끼니 살기가 힘들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집도 마을도 떠납니다. 눈속임이나 눈가림이 아닌 참살림을 헤아리는 이 아이한테 둘레에서는 하나같이 거북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왜 참말이 거북하고 거짓말이 느긋할까요? 허물없이 사귀고 착하게 어우러진다면 거짓말할 일이 없을 텐데요. 아이하고 손잡고 삶을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이라면 참다운 마음으로 살찌우는 말 한 마디를 넉넉히 북돋울 텐데요. 참은 숨지 않습니다. 거짓도 안 숨어요. 참도 거짓도 늘 얼굴에 환하게 드러납니다. 거짓도 참도 어디에서나 고이 흐릅니다. 거짓말풀이를 해내는 아이 앞길이 꽃길이기를. ㅅㄴㄹ



“네 능력은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식이 있는지를 알 수 있구나. 간단히 말해서, 그게 지레짐작이나 착각이라도 그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한테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 거야.” (98∼9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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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2 신 이야기 | 만화책 2018-05-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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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안은별 역
세미콜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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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2


《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하느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거나 하느님 따위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으레 헤아렸어요. 예배당에 다니는 삶은 아니었지만 왜 한국말에 ‘하느님’이 있는지부터 궁금했어요. 서양 종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퍼지기 앞서 이 땅에서는 ‘하느님·해님·꽃님·바람님’처럼 ‘님’을 말했어요. 하느님은 우리 마음에 다 있고,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하느님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속 하느님을 잊는다든지, 우리 스스로 하느님인 줄 잊었다고 할 만하지 싶어요. 《신 이야기》를 가만히 읽습니다. 어느덧 이 만화책을 서른 손 넘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롭습니다. 어설프거나 바보스레 보이는 이가 하느님으로 나오고, 이 하느님은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일깨우려 하지 않아요. 그저 사람들 곁에서 사랑을 느끼고 배우면서 새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지구별 밖에서는 온힘을 쓰지만 지구별에서는 아무 힘을 안 쓰기에 누구도 이 어수룩한 사내를 하느님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마음을 여는 사람은 넉넉히 알아채요. 재미있지요, 하느님이란, 주사위놀이를 하거든요. ㅅㄴㄹ



“의장, 이런 걸로 지구인을 용서해도 괜찮을까요.” “뭐, 괜찮지 않을까. 용서하는 것이 하느님의 일이니까.” (254쪽)


“하느님, 어떡하죠? 이대로 잠시 머무를까요? 아니면 우주로 돌아갈래요? 자아, 어떡할까요? 이 맛있는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생각하죠 뭐.” “응, 그러자꾸나. 그리고 돈가스덮밥! 내일 그걸 먹고 정해 볼까?” (257∼25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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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몸의 기름, 오랫동안의 공부, 핸드폰의 전원 | 우리말 살려쓰기 2018-05-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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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몸의 기름


내 몸의 기름을 뽑아서 기계에 칠했어

→ 내 몸에서 기름을 뽑아서 기계에 발랐어

《이제 나는 없어요》(아리아나 파피니/박수현 옮김, 분홍고래, 2017) 31쪽


  ‘-에서’를 붙일 자리에 ‘-의’를 붙였기에 손질합니다. ‘칠했어(漆-)’는 ‘발랐어’로 손봅니다.


오랫동안의 공부 / 숨은 부모의 기질에서 나온다

→ 오랜 배움 / 숨은 어버이 마음에서 나온다

→ 오래 익히기 / 숨은 어버이 넋에서 나온다

《밥 하는 여자》(한복선, 에르디아, 2013) 18쪽


  “오랫동안의 공부(工夫)”는 어쩐지 엉성합니다. “오래 한 공부”라든지 “오래 공부하기”로 손질하는데, “오랜 배움”이나 “오래 익히기”나 “오래 배우기”로 더 손질할 만합니다. “부모(父母)의 기질(氣質)에서”는 “어버이 마음”이나 “어버이 넋”으로 손보면서 ‘-의’를 떨굽니다.


핸드폰의 전원은 꺼 주시고

→ 손전화는 꺼 주시고

《행복한 타카코 씨 2》(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6쪽


  “핸드폰(hand phone)의 전원(電源)은 꺼 주시고” 같은 글월은 “손전화는 꺼 주시고”로 단출히 적으면 됩니다. 이 글월은 ‘-은/-는’을 붙일 자리에 ‘-의’를 붙였네요.


받은 거요. 검은 옷의 남자로부터

→ 받은 거요. 검은 옷 사내한테서

→ 받았소. 검은 옷 입은 사내한테서

《신 이야기》(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89쪽


  “받은 거요”라 해도 되고, ‘거(것)’를 손보며 “받았소”라 해도 됩니다. ‘-로부터’는 ‘-한테서’로 손보는데, “검은 옷의 사내”는 “검은 옷 사내”나 “검은 옷 입은 사내”로 손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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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소유 所有 (5 +) | 우리말 살려쓰기 2018-05-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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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소유 所有


 양반들의 소유가 되었다 → 양반들이 가졌다 / 양반들이 거머쥐었다

 유 선달의 소유도 아니다 → 유 선달 것도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소유된다는 → 애쓰는 사람이 가진다는

 토지를 소유하다 → 땅이 있다 / 땅을 갖다 / 땅을 거느리다

 주식을 소유하다 → 주식이 있다 / 주식을 갖다


  ‘소유(所有)’는 “가지고 있음. 또는 그 물건”을 가리킨다고 해요. ‘가지다’나 ‘있다’로 손볼 만하고, ‘갖추다’나 ‘거느리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소유’를 세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2018.5.30.물.ㅅㄴㄹ



소유(所由) : [역사] 고려 시대에, 사헌부에 속한 구실아치

소유(溯游) :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감

소유(蘇油) : 1. 우유로 만든 버터 모양의 기름. 먹거나 몸에 바르기도 한다. 밀교(密敎)에서는 호마(護摩)를 수행할 때 사용한다 2. 소마나(蘇摩那)의 꽃에서 추출해 낸 향유



이 근처 빌딩들도 우리 회사 소유지

→ 이 둘레 건물도 우리 회사 것이지

→ 이 둘레 건물도 우리 회사가 거느리지

《신 이야기》(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79쪽


집을 소유하고 있고

→ 집이 있고

→ 집을 거느리고

《채소의 신》(카노 유미코/임윤정 옮김, 그책, 2015) 189쪽


많은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자가

→ 재산이 많이 있는 독신 남자가

→ 돈이 많고 혼자 사는 사내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이미애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6) 51쪽


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 책을 가지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줄 안다

→ 책을 간직하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줄 안다

→ 책을 갖추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줄 안다

→ 책을 쥐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줄 안다

《여행자의 동네서점》(구선아, 퍼니플랜, 2016) 110쪽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을까

→ 다른 나라들이 가지지 않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다른 나라들에 있지 않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다른 나라들에 없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브 아프리카》(월레 소잉카/왕은철 옮김, 삼천리, 2017) 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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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9. 도쿄 셔터 걸 2 | 오늘 읽기 2018-05-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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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9.


《도쿄 셔터 걸 2》

켄이치 키리키 글·그림/주원일 옮김, 미우, 2015.8.30.



첫걸음을 읽은 지 세 해가 지나서야 두걸음을 읽는 《도쿄 셔터 걸》. 뒷그림에 몹시 마음을 쓴 줄 아는데, 여느 그림은 엉성한 대목이 많아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를테면 얼굴을 네모칸 가득 그릴 적이 아닌, 작게 담을 적에는 팔다리하고 몸이 엉성하다든지, 목에 건 사진기를 어느 때에는 꼼꼼히 그리지만 어느 때에는 네모덩이로 뭉그러뜨리기 일쑤이다. 이 때문에 두걸음은 내키지 않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세 해 만에 두걸음을 장만해서 읽어 본다. 아무래도 올 삼월에 도쿄를 다녀온 탓이지 싶다. 도쿄 간다 책집골목부터 신주쿠까지 걷기도 했고, 도쿄역에서 간다 책집골목까지 걷기도 했으며, 하치오지까지 전철로 다녀오기도 한 터라, 더욱이 유월에 오사카를 다녀오기로 해서 이름이며 눈에 익은 골목이나 길이 보이니,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열여덟 살 푸름이 마음을 새삼스레 헤아릴 만했다. 익숙한 듯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마을을 사진으로 담고, 사진기에 담기 앞서 눈하고 발걸음으로 먼저 담는다.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이 기쁘기에 기꺼이 사진기를 쥐는데, 이 삶을 담고 싶어 여러 달 씩씩하게 일해서 돈을 모아 사진기를 장만한다. 그림결을 조금 더 살핀다면, 이른바 작은 곳을 살핀다면, 사진눈도 트이기 마련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쿄 셔터 걸 2

키리키 켄이치 글,그림
미우(대원)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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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1 바람이의 사랑 나누기 1 | 만화책 2018-05-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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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바람이의 사랑나누기 1

강모림
시공사 | 200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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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1


《바람이의 사랑 나누기 1》

 강모림

 나나

 1995.4.20.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아기인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에 온 동무를 보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어쩌면 있었을 텐데 못 알아보았을 수 있습니다. 그무렵에 사내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을 맡지 않았으나 가시내는 으레 어린 동생을 돌보아야 하면서 학교를 빠질 수 있었어요. 저는 사내로 태어난 몸이라 동무 가시내가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를 빠져야 할 적에 어떤 마음인지 살갗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무 가시내는 김치철에 김치 담그기를 돕느라 며칠씩 학교를 빠지곤 했어요. 요새라면 꿈도 못 꿀 일일는지 모르나 그때까지 그랬습니다. 《바람이의 사랑 나누기》 첫걸음을 읽으며 ‘아기 업고 학교 가는 바람이’ 이야기에서 1990년대 첫무렵에도 만화로 그리는 이 같은 모습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 삶터는 틀림없이 차츰 나아지겠지요? 그리고 사내도 가시내도 함께 살림을 살피고 사랑을 꽃피우는 길로 가겠지요?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면서 활짝 피어나는 꽃이 되는 이야기가 만화에도 영화에도 글에도 새록새록 깃드는 길을 걷겠지요? 바람 같은 아이들입니다. 햇살 같고 빗물 같으며 바다 같은 아이들입니다. ㅅㄴㄹ



“저, 근데 아기 업고 학교 가면 문제가 많을 텐데?” “나도 알아.” “바람아! 어? 얘가 보람이니?” “응.” “귀엽다. 바람이랑 꼭 닮았네.” “조심해. 물어.” (8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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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책벌레의 하극상) | 만화책 2018-05-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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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코믹 책벌레의 하극상 2

카즈키 미야 원저/스즈카 글,그림/강동욱 역
대원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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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7


책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 책벌레의 하극상
 카즈키 미야 글·스즈카 그림/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완전히 낯선 곳으로 날아와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돼버리다니. 책을 읽고 싶어. 책만 있으면 어떤 환경이라도 참을 수 있을 거야.’ (1권 18쪽)


  오늘 갑자기 숨이 끊어진다면, 그런데 이 삶에서 못 다 이루어 아쉽기에 다음 삶에서 부디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이 바람을 그대로 이룬다면, 우리는 다음 삶에서 어떻게 지낼까요?

  만화책 《책벌레의 하극상》(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은 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다룹니다. 지진이 일어나 책꽂이가 무너지고, 이때에 책이 와르르 쏟아져서 어느 아가씨가 깔려죽습니다. 책하고 책꽂이에 깔려서 숨이 끊어질 아주 짧은 동안, 이 아가씨는 ‘부디 다음 삶에서도 책에 둘러싸여서 책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이 아가씨는 참말로 다시 태어납니다. 다만 다섯 살 나이인 어린 가시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어느 때 어느 곳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하나 알 수 있다면, 책을 찾아보기 어려운 때에 다시 태어나고, 게다가 ‘다섯 살 아이 몸으로 태어나기 앞서, 예전에 살던 삶을 고스란히 품’었습니다.


‘혹시 이 세계의 책은 비싼가? 내가 아는 역사에서도 인쇄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책은 매우 고가의 물건이었어. 상류 계습이 아니면 책을 읽을 기회는 거의 없었을 거야.’ (1권 35쪽)

‘그렇게 책이 많았는걸. 책에 깔려죽은 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다시 태어나기를 원한 것도 나야. 하지만 이곳에는 책이 없어. 글자도, 종이도 없어.’ (1권 38쪽)


  책을 매우 좋아해서 집안에 발을 디딜 틈 없이 책을 갖추고 살다가 책에 깔려서 죽은 아가씨는 다음 삶에서도 책을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책을 구경할 길이 없고, 이 아가씨가 사는 마을에는 책이나 글을 아무도 모릅니다. 이를 어찌할까요? 예전에 누리던 삶을 몽땅 잊었다면 근심이나 걱정이 없었을 텐데, ‘책벌레’로 지내던 생각을 모조리 품은 채, 마음은 어른이나 몸은 아이로 살아야 한다면 어떤 하루일까요?


‘손에 넣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내 손으로 만들 수밖에 없잖아! 반드시 책을 손에 넣고 말겠어.’ (1권 78쪽)

‘책은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종이도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하지? 종이부터 내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 (1권 120쪽)


  책을 만지고 싶으나 만질 수 없습니다. 책을 읽고 싶으나 읽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시 태어난 몸은 매우 여려서 조금만 걸어도 앓아눕습니다. 아이인 어른은, 또는 어른인 아이는 하느님을 탓합니다. 왜 책 없는 곳에 다시 태어나게 하느냐고요.

  이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해요. 책을 만질 수도 볼 수도 가질 수도 없다면 스스로 책을 지으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아마 이 아이 또는 어른은 예전 삶에서 ‘남이 지은 책’만 신나게 읽었지 싶어요. 스스로 제 삶을 이야기로 갈무리해서 손수 쓸 생각은 안 했지 싶어요.

  그런데 있지요, 책을 손수 지으려 했더니 종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종이뿐 아니라 연필이나 펜도 없습니다. 다시 아찔합니다. 그러나 새로 다짐하면서 ‘종이부터 스스로 빚겠어!’ 하고 주먹을 불끈 쥡니다.


‘점토판은 도저히 책이라고 부를 만한 물건이 아니지만, 내게는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손에 넣은 책. 이 세계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 그럼 이제 괜찮을지도. 너무 비싸서 가난한 사람들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세계에서 뭐만 했다 하면 금방 열이 나는 병약한 몸으로 환생을 했으니까. 조금 무리를 해도, 딱히 죽어버려도 상관없었다. 책이 없는 세계에 아무런 애착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책 하나를 손에 넣음으로써 이곳에서도 소중히 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 이 세계에서 내가 살아갈 길을 찾은 기분이다.’ (2권 161∼162쪽)


  《책벌레의 하극상》은 먼저 소설로 나왔고, 소설을 만화로 새롭게 담아냅니다. 글쓴이 생각에 날개를 달아 놓는 만화는, 우리가 오늘 이곳을 떠나 아주 낯선 곳에 뚝 떨어졌을 적에 어떻게 살아가야 좋은가를 가만히, 이러면서 재미나게 물어봅니다.

  자, 책벌레는 여린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나서, 어떻게든 스스로 책을 지어 보겠노라며 용을 씁니다. 책벌레 아닌 요즘 어른이라면 누구나 손전화를 옆에 끼고 살 텐데요, ‘손전화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손전화를 어떻게든 스스로 지어 보겠노라 나설 수 있을까요? 또는 축구나 야구를 좋아하던 어른이 축구도 야구도 없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치를 좋아하는 어른이 김치를 도무지 모르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린이로 다시 태어난 예전 어른은, 만화책 둘째 권에 이르러 ‘종이를 못 얻으면 점토판 책을 빚자’는 마음으로 찰흙을 캐고 반죽한 뒤에 나뭇가지로 글씨를 새깁니다. 예전에 책을 읽으며 배운 생각을 되새겨 ‘아스라한 옛날 문명은 글을 어떻게 남겼나’ 하고 살펴 하나씩 해 보지요. 파피루스 문명을 따라해 보려다가 두 손 들고,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따라해 봅니다. 어쩌면 앞으로 구텐베르크처럼 인쇄기를 손수 짓는 길까지 갈는지 모르겠군요. 중국이나 한국처럼 닥나무를 삶아 종이를 얻는 길을 해 볼 수 있을 테고요.


“나는 엄마가 얘기해 준 이야기를 잊지 않도록 전부 기록해 두고 싶어.” (2권 164쪽)


  아무튼 드디어 점토판에 글씨를 새기는 길을 찾아낸 아이 또는 어른은, 새 몸으로 태어난 삶에서 새로 마주한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점토판에 새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으로 남겨서 읽고 싶은 이야기’란 스스로 기쁘게 살아가는 하루로구나 싶습니다. 먼 데에서 흐르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에서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삶을 글로 옮기고 책으로 여미어 두고두고 건사하고픈 꿈으로 우리 문명이나 사회가 발돋움했다고 할 수 있구나 싶어요. 2018.5.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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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자상 仔詳 (3 +) | 우리말 살려쓰기 2018-05-3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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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자상 仔詳


 자상하게 설명하다 → 찬찬히 들려주다 / 차근차근 풀이하다

 섬세하거나 자상하지가 못하고 → 꼼꼼하거나 찬찬하지가 못하고

 자상하게 다시 말해 주고 → 찬찬하게 다시 말해 주고

 자상한 눈길로 바라보다 →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다

 자상하고 너그러우신 → 따스하고 너그러우신

 자상하게 신경을 써 준다 → 찬찬히 마음을 써 준다


  ‘자상하다(仔詳-)’는 “1. 찬찬하고 자세하다 ≒ 위곡하다(委曲-)·위상하다 2. 인정이 넘치고 정성이 지극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찬찬하다’나 ‘따스하다’나 ‘살뜰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때로는 ‘사랑스럽다’로 손봅니다. 사전에는 ‘위곡·위상’ 같은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다루지만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이밖에 한자말 ‘자상’이 사전에 네 가지 더 나오는데, 이 또한 모두 털어내 줍니다. 쓸 일이 없지요. 웃어른은 웃어른, 다칠 적에는 다치는, 칼에 찔린 생채기는 칼에 찔린 생채기입니다. 2018.5.30.물.ㅅㄴㄹ



자상(自上) : 자기의 웃어른

자상(自相) : [불교] 그 사물 자체만이 가지는 성질과 모양. 자신이 직접 경험하여 보고서야 비로소 알며,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 줄 수 없다

자상(自傷) : 일부러 자기의 몸을 상하게 함

자상(刺傷) : 1. 칼 따위의 날카로운 것에 찔려서 입은 상처 2. 찔러서 상처를 입힘



강하구나. 게다가 자상하기까지 하다

→ 세구나. 게다가 따스하기까지 하다

→ 단단하구나. 게다가 따사롭기까지 하다

→ 야무지구나. 게다가 살뜰하기까지 하다

→ 다부지구나. 게다가 찬찬하기까지 하다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요시다 아키미/이정원 옮김, 애니북스, 2010) 51쪽


마녀한테서 자상한 마음을 빼면 검은 옷밖에 남지 않는다고

→ 마녀한테서 따스한 마음을 빼면 검은 옷밖에 남지 않는다고

→ 마녀한테서 포근한 마음을 빼면 검은 옷밖에 남지 않는다고

→ 마녀한테서 살뜰한 마음을 빼면 검은 옷밖에 남지 않는다고

→ 마녀한테서 사랑스런 마음을 빼면 검은 옷밖에 남지 않는다고

《마녀 배달부 키키 2》(가도노 에이코/권남희 옮김, 소년한길, 2011) 320쪽


제일 먼저 걱정해 줬는걸. 정말 자상해

→ 가장 먼저 걱정해 줬는걸. 참말 따뜻해

→ 맨 먼저 걱정해 줬는걸. 참말 살뜰해

《책벌레의 하극상 1부 1》(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9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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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사자성어] 노력정진 | 우리말 살려쓰기 2018-05-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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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사자성어] 노력정진



 앞으로 노력정진하겠다 → 앞으로 애쓰겠다 / 앞으로 갈고닦겠다

 노력정진해서 실력을 쌓다 → 구슬땀을 흘려 솜씨를 쌓다 / 솜씨를 갈고닦다


노력정진 : x

노력(努力) :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정진(精進) : 1. 힘써 나아감 2.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음



  ‘노력정진’은 사전에 없습니다. “노력하고 정진하고”나 “노력과 정진을 하고” 꼴로 곧잘 쓰는구나 싶은데, ‘힘쓰다’나 ‘애쓰다’로 손볼 만합니다. ‘갈고닦다’나 “땀흘려 애쓰다”나 “구슬땀을 흘리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2018.5.30.물.ㅅㄴㄹ



1년 간 노력정진의 시간을 보낸 김진은

→ 한 해 동안 땀흘려 애쓴 김진은

→ 한 해 동안 힘쓴 끝에 김진은

→ 한 해 동안 갈고닦은 김진은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조영주, 파사주, 2018) 6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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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만성화 | 우리말 살려쓰기 2018-05-3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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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화



 질병의 만성화로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 질병이 굳어져서 고치기 어렵다

 만성화된 버릇 → 굳어진 버릇 / 툭하면 나오는 버릇

 만성화된 경우 → 굳어진 때 / 버릇이 되면 / 길들면 / 젖어들면


만성화(慢性化) : 만성으로 되거나 만성으로 되게 함

만성(慢性) : 1. 버릇이 되다시피 하여 쉽게 고쳐지지 아니하는 상태나 성질



  버릇이 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만성 + 화’는 “버릇이 되다”로 손보면 되는데, ‘굳어지다’나 ‘길들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힘주어 말하고 싶으면 ‘굳어버리다’ 꼴로 쓸 만합니다. 2018.5.30.물.ㅅㄴㄹ



치료를 잘하면 서서히 좋아지지만, 만성화되면 증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잘 다스리면 천천히 좋아지지만, 굳어지면 도질 수 있습니다

→ 잘 다스리면 차츰 좋아지지만, 굳어버리면 도질 수 있습니다

《반려견 응급처치 매뉴얼》(사토 타카노리/김주영 옮김, 단츄별, 2017) 9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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