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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하루 종일”이 겹말? | 숲노래 우리말꽃 2019-10-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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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하루 종일”이 겹말이라고요?



[물어봅니다]

  선생님이 쓰신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보고 여러 번 놀랐어요. 겹말이라고 한들 몇 가지나 있을까 싶었는데 이 사전에는 자그마치 천 가지나 담아서 놀랐고요, 두께에도 놀랐는데요, 이 사전을 내고 나서도 천 가지를 더 모으셨대서 또 놀랐어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이란 말씨도 겹말이라 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늘 입에 달고 살던 “하루 종일”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야기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놀라실 만합니다. 그런데 털어놓고 말하자면, 푸름이 여러분에 앞서 글쓴이인 저부터 놀랐어요. 우리 삶자리에 퍼진 겹말(중복 표현)이 제법 많은 줄 알기는 했어요. 그럭저럭 생각하며 살다가 사전이란 책을 쓰면서, 무엇보다 비슷한말을 제대로 다르게 풀이해서 가르는 사전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쓰면서, 우리 사전 뜻풀이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었나 싶어 깜짝 놀랐답니다.


  여느 어른들은 이럴 때에 ‘확인사살’이란 말을 쓰더군요. 군대에서 쓰는 무서운 말 가운데 하나인데요, 그냥그냥 알던 대목을 눈앞에서 주루룩 낱낱이 보고 나니까 좀 질렸습니다.


  보기를 들어야 알기 쉽겠지요? 이 보기는 《읽는 우리말 사전 1》에 낱낱이 밝혔는데 몇 가지를 읽어 볼게요.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변하다(變-) :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

바꾸다 : 1.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다른 것으로 채워 넣거나 대신하게 하다

달라지다 : 변하여 전과는 다르게 되다

갈다 : 1. 이미 있는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 2.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다


  한자말 ‘변화’를 “바뀌어 달라짐”으로 풀이하지요. 뜻풀이부터 겹말풀이랍니다. 그런데 ‘바꾸다(바뀌다)’하고 ‘달라지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이에요. 여기에 ‘갈다’란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 있는데요, 참 엉성하지요.


  그렇다면 이 엉성한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어떻게 손질해야 알맞을까요? 제가 먼저 손질말을 들려주기 앞서 차분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자, ‘바꾸다(바뀌다)·달라지다·갈다’ 세 낱말은 뜻이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틀림없이 다른 말이에요. 세 낱말을 혀에 얹어서 찬찬히 소리를 내 보시고요, 소리를 내면서 어떤 결인가를 살펴보셔요.


[숲노래 사전]

변화(變化) : → 바꿈(바꾸다) . 달라짐(달라지다)

변하다(變-) : → 바꾸다(바뀌다) . 달라지다

바꾸다 : 1. 처음 있던 것을 없애고 그것이 아닌 것으로 하거나 채우거나 넣다 2. 내 것을 나 아닌 사람한테 주고, 이와 걸맞게 그 사람 것을 받다 3. 처음 짠 줄거리나 모습이나 흐름이 아니게 하다 (고치다) 4. 이제까지 있거나 쓰던 것을 버리고 그것이 아닌 것을 두거나 쓰다 5.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그 아닌 사람으로 두다 6. 어느 말을 그 말 아닌 말로 풀어 놓다 (옮기다) 7. 처음 있던 곳에서 그곳 아닌 곳으로 가다 (옮기다) 7.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거나, 이쪽에 있던 것을 저쪽에 있게 하다 (차례를 번갈아 하다) 9. 곡식이나 옷감을 돈을 주고 사다 10. 말이나 인사를 서로 하다 (주고받다, 나누다)

달라지다 : 처음이나 예전과는 다르게 되다

갈다 : 1. 이미 있는 것을 빼고서 그것 아닌 것으로 하거나 넣다 (고치다) 2.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빼고서 그 아닌 사람으로 두다


  ‘바꾸다(바뀌다)’는 “이이·이것·이곳을 이이·이것·이곳이 아니도록 하다”를 나타냅니다. ‘이것 밖(바깥)’에 있도록 하는 셈이에요. ‘달라지다’는 ‘다르다·다른 것’이 바탕이니, “다르게 되도록 하다”를 나타내지요. ‘갈다’는 “이이·이것·이곳을 빼내거나 덜거나 없애서 이이·이것·이곳이 아니도록 하다”를 나타내요. ‘갈다’는 ‘갈아치우다’란 말을 떠올리면 느낌이 바로 올 만합니다.


  모름지기 사전풀이라면 그 말이 태어난 뿌리부터 오늘날 우리가 쓰는 흐름까지 두루 살펴서 다뤄야 해요. 그렇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런 사전풀이가 못 나와요. 다들 다른 사전을 슬쩍 옮겨서 짜맞추기를 한답니다. 올림말을 늘리려고 하다 보니 뜻풀이를 살필 틈이 모자라거든요.


  겹말이란 이 때문에 불거집니다. 숱한 사전은 올림말을 부풀려서 자랑하려고 바쁘다 보니 겹말풀이가 되고, 우리는 뭔가 바쁘거나 부산한 나머지 말 한 마디를 더 깊거나 넓거나 차분하거나 즐겁게 생각할 틈을 못 낸 채 부랴부랴 말을 하다 보니 겹말이 나타나고, 이 겹말에 매이고 말아요.


  그나저나 저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내놓으며 1000가지 아닌 1004가지 겹말을 담았어요. 1000이란 숫자만큼 모아서 사전을 엮으려 했는데 셈을 잘못 하는 바람에 1004가지가 되었습니다. 그때 어떤 네 가지 보기를 덜어내야 하고 망설였어요. 이 보기를 빼자니 아쉽고, 저 보기도 못 빼겠고, 한참 애먹었어요. 1000으로 맞추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요, 1004가지라는 이 숫자는 ‘천사’로 읽을 수 있데요? 그렇지요? 이웃들한테 이 《겹말 사전》이 마치 천사처럼 상냥하게 겹말을 다독여 주면서 즐거운 빛살이 된다면 좋겠네 하고 생각했어요.


  이제 푸른 벗님이 물어본 “하루 종일”을 차근차근 짚을게요. 먼저 여느 사전 뜻풀이를 읽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하루 : 1.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를 이른다 2. 아침부터 저녁까지 3. 막연히 지칭할 때 어떤 날

진종일(盡終日) : = 온종일

온종일(-終日) : 1.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동안 ≒ 종일(終日)·진일(盡日)·진종일 2.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종일(終日) :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동안 = 온종일


  사전풀이를 보니 어떤가요? ‘종일 = 온종일’이고, ‘진종일 = 온종일’이니까, 세 한자말은 다 같은 말이에요. 그리고 세 한자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뜻합니다. 이렇게 한자말 뜻풀이를 갈무리했으면 ‘하루’ 뜻풀이를 새로 들여다보기로 해요. 자, 둘쨋뜻이 무엇인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이지요?


  이다음은 제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하루 종일”이 왜 겹말인지를 푸름이 여러분 스스로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알겠지요?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하루 종일”이 겹말이라 이 말을 못 쓴다면 입을 다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새롭고 즐거이 쓸 말씨를 찾아내면 좋을까요?


 하루·하루 내내·온하루·하룻내


  적어도 네 가지로 새롭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수수하게 “하루”라고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힘줌말처럼 “하루 내내”라 할 수 있고, ‘온하루’처럼 앞에 꾸밈말을 붙일 만하며, “하루 내내”를 줄여 ‘하룻내’라 해도 어울려요.


 하루 : 오늘 하루 책하고 씨름을 했어

 하루 내내 : 하루 내내 즐거웠지

 온하루 : 온하루를 어머니하고 김치를 담그며 보냈다

 하룻내 : 하룻내 애썼지만 수수께끼를 못 풀었네


  겹말이란 군더더기 말씨입니다. 말이나 글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다면 홀가분할 수 있어요. 날개를 달고 훨훨 날 만큼 부드럽답니다. “수채화 그림”이라 말하는 분이 있던데, 수채화가 물빛으로 담은 그림이니 겹말이에요. 그냥 ‘수채화’라 할 수 있고, 아예 새말을 지어 ‘물빛그림’이라 해도 됩니다.


  우리가 겹말이란 군더더기를 털려고 한다면, 군말을 씻기도 하는 셈이면서 새로우며 즐거운 말을 스스로 짓는 길이 되기도 해요. 정치를 하는 분들은 곧잘 “참된 정의”를 말하는데요, ‘참되다 = 정의’예요. 겹말이지요. 이때에도 생각해 봐요. “참된 길”이나 “참된 마음”이나 “참된 삶터”처럼 새롭게 손질할 만합니다. 단출히 ‘참길·참마음·참터’라 해도 어울리고요.


  겹말을 씻는 길이란, 어느 말씨가 틀렸으니 바로잡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너무 바쁘게 사는 나머지 그만 잊거나 잃은 상냥하고 즐거운 말씨를 곱게 가다듬어서 새롭고 눈부시게 일구어 보자는 이야기예요. 틀린 말씨 바로잡기는 재미없어요. 새로우면서 곱게 피어나는 말로 우리 생각을 환하고 넉넉하게 짓는 길일 적에 재미있고 뜻있고 신나고 멋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숨결이 자란다고 느껴요. 말마디에 새숨을 불어넣기를 바라는 뜻으로 겹말을 손질하자고 이야기하면서 사전까지 하나 꾸렸습니다. 그동안 모은 보기가 꽤 많으니 앞으로 《겹말 사전》을 한 자락이나 두 자락쯤 더 선보일 수 있겠네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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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마감글 | 숲노래 살림말 2019-10-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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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마감글 : 마감글이란 그 날까지 마쳐서 보내 달라는 글이기도 하지만, 진작 글을 다 써 놓았다 하더라도 그 마감날까지 더 살피고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찬찬히 손질하고 가다듬은 뒤에 보내 달라고 하는 글이기도 하겠지. 일찌감치 써서 마무리한 글도 일부러 마감날까지 두고보고 되읽은 뒤에 ‘이제 보내자’ 하고 여기면서 띄운다. 2003.3.1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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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8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인문책 2019-10-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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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저/허택 역
느린걸음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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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느린걸음

 2014.9.5.



극좌 선동가도 극우 경제학자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고 대중을 선동한다. 교육자는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지식을 더 습득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산부인과 의사는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으면 자신들이 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9쪽)


평등한 교육을 약속하는 학교는 불평등한 능력주의 사회를 만들고, 평생 교사에게 의존하며 살게 한다 … 이 시대는 학교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은 무엇을 처방받아야 할지 배우고, 나머지 3분의 2는 자신의 습관을 관리하는 저명한 전문가의 고객으로 살았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54, 55쪽)


전문가의 자기 규제는 오로지 무능한 전문가를 보호하고 대중이 서비스에 더 의존하도록 만든다. 이 ‘비판적 의사’, ‘급진적 변호사’, ‘공공 건축가’들은 자신들보다 변화에 둔감한 동료들로부터 고객을 가로채는 것이다. (107쪽)


1965년 이후 미국에서만 환자 스스로 병을 고치는 방법에 관한 책이 2700여 종이나 쏟아졌다. 그런 책을 읽으면 의사는 정말로 필요할 때만 만나면 된다. (111쪽)


그렇게 자유가 공정하게 분배되어도 천연자원과 도구, 공공시설에 대한 권리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식량과 연료, 신선한 공기, 삶의 공간은 전문가가 만드는 필요와 상관없이 분배되지 않으면 망치나 일자리보다도 공정하게 분배될 수 없다. (115쪽)



  어느 날 문득 알았습니다. 도시에서 살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나라에서 여러모로 펴는 복지를 고루 받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살며 회사를 안 다니는 사람은 그 어느 복지에도 닿지 않는 줄. 도시에서 아파트를 빌려서 사는 사람은 나라에서 펴는 갖은 복지를 두루 받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시골집을 장만해서 사는 사람은 그 어느 복지에도 안 닿는 줄.


  이런 얼거리를 알거나 느끼려면 시골에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서 살되, 전원주택 아닌 오랜 시골집, 뼈대가 흙하고 나무요 ‘한 평에 10만 원이 못 되는’ 시골집, 마당까지 해서 100평쯤 되어도 1000만 원 값을 하지 않는 시골집을 장만해서 손질하여 지내는 살림이어야겠지요. 아마 한국에서 이처럼 살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겠지요.


  이제 이 땅에 없고 책이 남은 이반 일리치 님이 남긴 글을 엮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이반 일리치/허택 옮김, 느린걸음, 2014)를 읽어도 알 수 있습니다만,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면 복지나 문화나 교육으로 이바지를 많이 받습니다. 이와 달리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한다면 그 어느 이바지하고도 멀리 떨어집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넣고 집에서 돌보면 열 몇 해 앞서나 요즈음이나 다달이 10만 원을 받지만(8살까지), 어린이집에 넣으면 얼추 50만 원을 어린이집에 주는 나라 얼개입니다. 아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 교육·문화비를 꽤 이바지하지만, 아이가 집에 머물며 스스로 배우는 길을 갈 적에는 0원을 이바지합니다.


  이는 돈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든 집에서 스스로 배우든, 이 아이하고 어버이는 똑같이 세금을 냅니다. 똑같이 세금을 내되, 나라에서 펴는 복지나 문화나 교육 이바지에서 따돌림을 받지요. 나라는 누구한테서나 세금을 고스란히 가져가지만, 이 세금이 누구한테나 고루 복지나 교육이나 문화로 돌아가는 길에는 마음을 안 쓰는 얼거리인 지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이반 일리치 님이 남긴 글을 묶은 책에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같은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이처럼 여러 행정에서 따돌림을 받는 자리에 있는 이웃들은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기 쉽고, 이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이 꽤 많은데, 아직 나라 얼개는 바뀔 낌새가 잘 안 보입니다.


  ‘준법·적법’이라는 말이 함부로 쓰이는 오늘날입니다. ‘법을 지키는·법에 알맞은’인 뜻일 텐데,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뒷일이나 뒷돈이 오가는 흐름’이 꽤 불거지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은 터’라 말썽이 되지 않습니다. 법그물을 살살 빠져나가면서 사회를 주무르거나 흔든다고 할까요.


  지역자치라고 하지만, 이 ‘지역자치’란 이름 때문에 오히려 ‘시골 공무원’이 너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를테면, 인구가 2만쯤인 시골 지자체조차 공무원이 1000에 가까운 숫자요, 인구가 4∼5만쯤인 시골 지자체는 공무원이 1000을 웃도는 숫자입니다. 시골 지자체는 인건비로 너무 많이 돈을 쓰는데, 이 공무원 숫자는 거꾸로 더 늘고, 시골 지자체 인구는 빠르게 줄어듭니다. 참다운 자치라면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서 마을마다 집집마다 스스로 참되고 바르며 곱게 살아가는 길이리라 봅니다. 국회의원도 줄이고, 판·검사도 줄이고, 공무원도 줄이는, 공단 일꾼이며 군인이며 관리자란 자리를 줄이고 줄여, 스스로 삶이며 땅을 가꾸는 길로 가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늦가을 햇볕에 귤이며 유자가 무럭무럭 익습니다. 귤나무나 유자나무뿐 아니라 모든 나무는 해하고 비하고 바람하고 이슬을 머금으면서 매우 놀랍도록 달콤한 열매를 베풉니다. 사람이 거름을 주지 않을 적에 외려 더 달콤하며 알찬 열매를 오래오래 맺습니다. 가지를 휘어서 쇠그물에 붙들어맨 채 거름이며 비료를 듬뿍 먹이는 과일나무는 열 몇 해쯤 열매를 맺으면 힘이 다하여 뽑아내고 새로 심는다지요.


  어쩌면 오늘날 문명사회는 ‘가지를 휘어서 쇠그물에 붙들어맨 체 거름하고 비료하고 농약을 먹여 겉보기로 굵어 보이는 열매를 맺는 나무’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흐름을 멈추고, 저마다 아름드리로 자라는 나무가 되도록, “사회에서 쓸모있고 쓸모없고란 틀”이 아니라 “다 다르게 어우러지는 숲”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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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0.29.) | 숲노래 도서관 2019-10-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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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밭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0.29.)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스토리닷 출판사 대표님한테 책을 하나 부치려고 책숲에 가서 꾸리다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니 억새밭 출렁출렁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이 억새밭을 이루면 참 곱겠다고 여긴 지 너덧 해 만인가. 가을겨울에는 억새밭을, 봄에는 들딸기밭을, 여름에는 풀밭을, 이렇게 흐르는 모습도 싱그러우면서 즐겁겠지요. 눈을 감고 한참 억새바람을 마셨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예스24에서]

 http://www.yes24.com/SearchCorner/Search?author_yn=y&query=%c3%d6%c1%be%b1%d4&domain=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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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0.29. 득도 아빠 | 오늘 읽기 2019-10-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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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9.


《득도 아빠》

 사와에 펌프 글·그림/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8.11.15.



길을 깨달은 사람이 있고, 길을 깨닫고 싶은 사람이 있다. 길을 보는 사람이 있고, 길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길을 깨달으면 무엇이 달라지거나 나아질까? 길을 보면 무엇이 좋아지거나 바뀔까? 《득도 아빠》에 나오는 아빠란 사람은 처음에는 그저 수수한 사내였다고 한다. 어느 날 아주 크게 느낀 바가 있어 이곳에 있는 몸을 홀가분하게 털어낼 만했고, 이때부터 ‘부처 모습’인 채 지낸다고 한다. 이이는 깨달은 몸이면서 왜 이곳을 떠나지 않을까? 이곳에서 어느 몸도 대수롭지 않은 줄 알지만, 무럭무럭 크는 아이가 있고, 아이 곁에서 새롭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곁님이 있으니, 두 사람을 돌보는 나날을 걸으면서 ‘깨달은 몸’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뜻이지 싶다. 깨닫기에 확 바뀌면서 몸이란 옷을 내려놓고 하늘로 갈 수 있겠지. 깨달았기에 오히려 그대로 깃들면서 몸이란 옷을 한결 홀가분하게 다루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 길을 보았기에 어느덧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겠지. 길을 보았으니 바로 이곳에서 더 기쁘고 아름답게 사랑을 지피는 하루를 누릴 수 있겠지. 어느 쪽이든 모두 아름다운 깨달음이자 바라봄이리라. 아쉽다면 《득도 아빠》가 꼭 한걸음만 나오고 두걸음이 없다는 대목! ㅅㄴㄹ



득도 아빠

사와에 펌프 글,그림/고현진 역
애니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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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0.28. 나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 | 오늘 읽기 2019-10-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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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8.


《나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

 세이와 겐지 글/양지연 옮김, 목수책방, 2018.10.31.



곁님이 문득 뒤꼍에 가서 나무하고 논다. 아이들은 어머니 따라 나무 곁에서 같이 논다. 세 사람은 먼저 우리 집 석류나무를 감싼 하늘타리하고 환삼덩굴을 걷는 놀이를 하더니, 뽕나무로 옮기고, 감나무로 옮긴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나도 슥슥 덩굴 걷는 놀이를 하고, 유자나무를 타고 오른 덩굴도 걷는다. 다음이 감나무인데, 사다리를 높이 받쳐서 톱하고 낫을 같이 쥐고 올라가서 우듬지에 얽힌 덩굴을 슥슥 베고 잘라서 걷는다. 얼마쯤 걸렸을까? 한나절을 고스란히 썼지 싶다. 이동안 나무가 매우 시원해 하는 줄 느꼈다. 그리고 나무타기하고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네.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나무를 탈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매달릴 수 있고, 새도 그렇게 많이 내려앉을 수 있는 까닭은, 모두 저(나무)를 좋아하고 아끼기 때문이요, 이때에는 나무가 힘껏 받쳐 준다고 속삭인다. 《나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를 편다. 옮김말은 꽤 아쉽다. 나무하고 마음으로 속삭이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니 더 보드랍고 수수하게 옮기면 좋겠는데. 나무를 학문이나 산업이 아닌 마음벗으로 바라보면서 찬찬히 풀어내는 이야기가 곱다. 참말로 나무는 입 아닌 마음으로 우리한테 온갖 이야기를 들려준다. ㅅㄴㄹ



나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

세이와 겐지 저/양지연 역
목수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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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0.27. 마사키의 빵 2 | 오늘 읽기 2019-10-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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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7.


《마사키의 빵 2》

 야마하나 노리유키 글·타카하시 요시유키 그림/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3.22.



큰아이가 반죽을 제법 잘 해낸다. 곁님이 이 반죽으로 칼국수를 썰거나 수제비를 뜨는 길을 찬찬히 알려준다. 이 반죽을 떡으로 찐 뒤에는 ‘우리 집 떡볶이’를 하는 길도 알려준다. 작은아이는 아직 누나 곁에서 같이 배우지 않고 슬슬 꽁무니를 뺀다. 작은아이는 열 살이 넘으면 누나하고 함께 반죽살림을 익힐 수 있으려나. 《마사키의 빵》을 두걸음째 본다. 두걸음을 볼까 말까 하다가 보기로 하는데, 줄거리 흐름이 살짝 엉성하지만 이모저모 나쁘지는 않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손맛이 틀림없이 있지만, 이 손맛보다는 손멋이 있다.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즐겁게 굽던 빵이라고 하는 먹을거리를, 훌륭히 굽기보다는 이웃하고 넉넉히 나누려는 마음으로 지은 살림을, 또 어떠한 솜시나 재주이든 스스럼없이 알려주고 같이 새길을 찾으려고 하는 뜻을 보여준다. 아무렴 그렇지. 어버이가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칠 적에는 ‘너 혼자 알고서 쓰라’일 수 없다. ‘너부터 제대로 익혀서 쓴’ 다음에 둘레에 기쁘게 나누라는 마음이겠지. 아직 스스로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면 둘레에 알려줄 수도 나눌 수도 없다. 언제나 우리부터 스스로 온사랑이 되면 다 된다. ㅅㄴㄹ



마사키의 빵 2

야마하나 노리유키 원저/타카하시 요시유키 글,그림/김아미 역
소미미디어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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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틀맺기 | 숲노래 살림말 2019-10-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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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틀맺기 : 어떤 일이든 굳이 끝을 맺어야 하지는 않더라. 즐겁게 하다가 안 되면 ‘아, 안 되었네?’ 하고는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도 된다. 곰곰이 보면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끝을 내라’고 하니까, 이런 데에서 꽤 힘들구나 싶다. 하다가 못하면 두 손 들고서 ‘아! 안 되네! 도무지 못하겠네!’ 해도 된다. 이렇게 그만두는 일도 ‘끝맺기’ 가운데 하나일 텐데, ‘하다가 그만두는 끝맺기’는 도무지 안 받아주는 셈이랄까. 어쩌면 사회는 끝맺기 아닌 틀맺기로 내몬다고 할 만하다. 끝이란 맺고 싶은 사람 마음이니,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된다. 보기좋게 끝을 맺어야 할 까닭은 없다. 보기나쁘게 끝을 맺으면 어떤가? 그저 그뿐이다. 틀에 박히거나 갇히거나 눌려야 할 일이 없다. 스스로 스스럼없이 하면 되고, 느긋이 놀이를 하듯 끝을 맺으면 즐거울 뿐. 2006.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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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밥을 하는 마음 | 숲노래 살림말 2019-10-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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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밥을 하는 마음 : ‘아, 오늘도 또 밥을 해야 하네?’ 하고 생각할 적에는 참으로 맛없는 밥이 나온다. 이런 마음으로도 사람들 혀를 사로잡는 멋은 낼 수 있으나 참맛이 나올 수 없다. 마음이 벌써 어둠에 물들었으니 손맛이 나오지 않고 겉멋만 나온다. ‘자, 오늘은 또 무슨 밥을 해볼까?’ 하고 생각할 적에는 참으로 맛있는 밥이 나온다. 이런 마음이더라도 사람들 혀를 하나도 못 사로잡는 멋이 될 수 있다만, 마음이 어느덧 기쁨으로 가득하니 겉멋은 볼품없어도 손맛이 확 살아난다. 이제 다 되었다. 무슨 밥을 하고 싶은가? 글을 쓴다면, 무슨 글을 쓰고 싶은가? 책을 읽겠다면, 무슨 책을 읽고 싶은가? 일을 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하루를 살겠다면, 무슨 하루를 살고 싶은가? 길은 늘 두 갈래 가운데 하나를 우리 스스로 골라서 간다. 1995.5.7. (덧말 : 신문사지국에서 먹고자며 지내던 날, 새벽마다 같이 밥을 짓던 분이 나한테 들려준 말을 조금 손질해서 옮겨적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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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학교 가기 싫다면 | 숲노래 살림말 2019-10-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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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학교 가기 싫다면 : 아이가 아파서 학교 가기 싫다 하면, 또는 아이가 그냥그냥 학교 가기 싫다 하면,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 내가 어릴 적을 돌아보면 우리 어머니는 ‘밤부터 아예 앓아누워 꼼짝을 못하는 날’이 아니고는 학교로 밀어넣었다. 오늘 나는 이렇게 할 마음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아프다 하든 안 아프든 “그래, 그럼 오늘은 가지 말자. 푹 쉬렴. 또는 신나게 놀렴. 다만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면서 쉬거나 놀 생각인지 하나하나 그리고서 쉬거나 놀렴.” 하고 말할 생각이다. 다만 우리 집 아이들은 졸업장학교에 나가지 않으니 이런 말을 들려줄 일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뜬 아이들한테 “물부터 한 모금 마시고, 오늘 하루 스스로 무엇을 할는지 차근차근 그리고, 이 그림을 너희 공책에 스스로 쓰렴.” 하고 들려준다. 스스로 하루를 그리는 대로 스스로 하루를 짓고, 배우고, 살고, 가꾸고, 누리면 된다. 2019.10.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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