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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 쓰사살, 안버림, 즐안삶 | 숲노래 우리말꽃 2019-08-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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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쓰사살, 안버림, 즐안삶


[물어봅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로 웨이스트 카페에 가입을 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는 우리말로 옮기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말뜻대로 본다면 “쓰레기 없애기”나 “쓰레기 치우기”가 되겠네요. 이 말뜻 그대로 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누리에 쓰레기가 없어지기를 바란다면 “쓰레기 없애기”를, 온누리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를 바란다면 “쓰레기 치우기” 같은 이름을 쓰면 되어요.


  그런데 이 이름으로는 아무래도 수수하구나 싶어서 다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어요. 어느 분은 수수한 그대로 좋아서 수수한 이름을 쓸 만하고, 어느 분은 좀 남다르면서 도드라지는 이름을 쓰고 싶을 만해요. 그래서 수수한 이름 말고 다른 이름도 생각해 볼게요.


 쓰레기 살리기. 쓰레기에 새 숨결을. 쓰레기를 사랑으로 살려쓰기


  쓰레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쓰고 남기에 쓰레기일 뿐입니다. 쓰고 남은 것은 저절로 흙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숨결로 피어나요. 자, 나무를 헤아려 봐요. 숨을 다해서 마른 나뭇잎은 가지에서 톡톡 떨어집니다. 가랑잎이란 무엇일까요? 언뜻 보면 쓰레기이지만, 가랑잎은 흙을 살찌워 나무를 새롭게 북돋우는 구실을 합니다. 그러니까 ‘쓰레기’란 이름이 붙는 것은 우리 살림터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이나 바탕인 셈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쓰레기 살리기”나 “쓰레기를 사랑으로 살려쓰기”나, 이를 줄인 ‘쓰사살’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더 생각해 볼게요.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한다면서 펴는 다짐을 살피니 “환경보호·되살림·다시쓰기·플라스틱 줄이기”, 이쯤으로 간추릴 만해요. 이런 네 가지는 무엇을 쓰거나 다루거나 장만할 적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할 만해요.


  몇 가지로 새로 간추려 볼게요. “버려지지 않도록. 버리지 않기. 쓰레기 줄이기. 쓰레기 없애기.” 이렇게 간추리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 만한가를 짚기에 좋아요. 이 다짐을 바탕으로 “안 버리기·안 버려요” 같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널리 말할 만한 이름이라면 ‘안버림’처럼 짧게 붙여서 쓰고, ‘안버림삶’이나 ‘안버림살림’처럼 뒷말을 붙여도 되어요.


  즐안삶. 즐안살림. 즐안길


  그런데 어떤 물결이든 일부러 하려면 힘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하더라도 ‘좋은 뜻만 너무 앞세우’면 좀 벅차거나 힘이 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라는 물결에서도 ‘즐겁게 하자’는 마음을 담으면 한결 나으리라 여겨요.


 즐안삶 :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삶 +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살림

 즐안날 :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날 +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날


  ‘즐’을 앞에 넣으면 어떨까요?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삶,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삶, 이렇게 해보아도 돼요. 오래오래 즐겁게 푸른길이며 푸른삶을 지으면 좋겠지요.


  어떤 영어를 어떤 한국말로 ‘고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살림을 어떤 새로운 마음으로 ‘담아내어 새롭게 지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먼저 수수한 이름으로, 이다음에는 즐거운 이름으로, 이러면서 뜻있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하나하나 혀에 얹으면 좋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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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외국사람 1994-2019 | 책 언저리 2019-08-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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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외국사람


1994.4.6. “미국사람이에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묻는다. 옆에서 아이 아버지가 “야, 그런 말은 묻는 게 아니야.” 하고 말하지만, 아이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내 말을 기다린다. 나는 빙긋 웃으며 “우리 아가씨, 내가 미국사람이라면 한국말로 물어보면 못 알아들을 테지요? 그런데 한국말을 잘 하는 미국사람도 있어요. 아저씨는 별나라에서 왔어요.”


2001.5.4. “웨어 아 유 컴 프럼?” 매우 엉성한 영어로 누가 나한테 묻는다. 나는 “와이?” 하고 대꾸한다.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이가 왜 궁금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외국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그 외국사람이 가는 길을 멈춰세우고서 “웨어 아 유 컴 프럼?”이라고 물어도 되는가?


2009.6.7.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저는 푸른별에서 온 사람입니다.” “네?” “저는 다른 나라에서 오지는 않았고요, 다른 별에서 왔습니다.” “어, 어, 어.” 내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적어도 영어로 물어보면 좋겠다. 이제 이런 물음이 지긋지긋해서, 아니 지긋지긋해 하지 않기로 생각하면서, 즐겁게 생각하자고 여기니, 어떻게 대꾸하면 될는지 떠올라서 ‘나는 다른 나라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사람입니다’ 하고 대꾸를 하자고 생각한다.


2019.8.30. “헬로우, 테이크 픽쳐 오브 미. 예스? 원 모어? 투, 쓰리.” 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고서 그이가 내미는 사진기를 받아서 사진을 찍어 준다. 나더러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 분은 내가 옆에 있는 사람하고 ‘한국말로 말한 모습’을 보았는데도, 굳이 영어로 묻는다. 그이는 그이 딴에 점잖게 묻는 셈일는지 모르나, 참 멋도 모르는 셈이다. 외국 아닌 한국에서라면 한국말로 물어볼 노릇 아닌가. 그리고 나 말고 옆에 다른 사람도 많았는데,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한국말로 물으면 될 테고. 어쩌면 영어를 써 보고 싶어, 그이 눈에 ‘한국사람처럼 안 보이는 사람’인 나를 부러 콕 집어서 영어를 읊었는지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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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8.30. 명왕성으로 도망간 돼지 | 오늘 읽기 2019-08-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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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30.


《명왕성으로 도망간 돼지》

 에머 스탬프/양진성 옮김, 푸른날개, 2014.4.18.



수원으로 마실을 하며 〈책먹는 돼지〉를 찾아갔다. 마을에 깃든 자그마한 책집. 마을이 품은 조촐한 책집. 마을을 사랑하는 살뜰한 책집. 마을을 고이 품고 싶은 책집. 여러모로 마을책집이란 곳을 헤아려 본다. 이 마을책집이 스스로 맡으려는 길이나 꿈을 생각한다. 이러면서 《명왕성으로 도망간 돼지》를 읽는다. ‘돼지사랑 책집’이니 돼지를 이야기하는 이야기책을 장만해서 읽는데, 돼지를 ‘돼지벗’이 아닌 ‘돼지고기’로만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씨가 얼마나 가난한가를 익살스럽게 그린다고 할 만하다. 다만 돼지라고 하는 숨결을 좀 ‘먹보에 뚱뚱이’라는 틀로만 바라보는 대목이 아쉽다. 돼지가 찌꺼기를 좋아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돼지한테 찌꺼기를 주면서 ‘고기돼지’로 길들일 뿐이다. 돼지는 찌꺼기를 즐기지 않는다. 돼지한테 찌꺼기만 주면서 마치 돼지가 찌꺼기를 즐기는 줄 여긴다면, 이 얼마나 돼지를 얕보거나 낮보는 셈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헤아리고 다시 헤아린다. 우리는 서로서로 어떤 눈빛일까? 우리는 서로서로 어떤 사랑일까? 사랑어린 눈빛으로 마주하면서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노래일까? 부디 기쁨이며 노래이며 사랑이 춤추는 하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ㅅㄴㄹ 



명왕성으로 도망간 돼지

에머 스탬프 글그림/양진성 역
푸른날개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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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심사평 2019.8.30. | 책 언저리 2019-08-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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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심사평


2019.8.30.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019년에 다섯걸음을 맞이하는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편지 공모전’을 열었다고 한다. 온나라 어린이가 보낸 손글씨 글월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손글씨 글월 가운데 꼭 하나만 ‘대상’으로, 꼭 여섯만 ‘으뜸’으로, 꼭 스물만 ‘버금’으로 가리는 일이란 터무니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누구는 뽑고 누구는 안 뽑고,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은데, 따지고 보면 손글씨로 느낌글을 쓴 모든 어린이는 공모전에 보내기 앞서 스스로 종이에 저희 생각을 얹으면서 기쁨을 누렸으리라 여긴다. 상을 받으려고 쓴 손글씨 느낌글이 아닌, 스스로 삶이 피어나는 보람을 맛본 손글씨 느낌글이라고 할까. 이리하여 스물일곱 글자락을 애써 고르면서 다음처럼 ‘심사평’이라는 글을 손글씨로 남겨 보았다.


“책이란 우리 마음이 새롭게 나아가도록 이야기로 북돋우는 씨앗이라고 느껴요. 어린이 여러분은 저마다 즐겁게 이야기씨앗을 마음에 품으면서 즐거웠을 테지요? 손으로 쓴 느낌글에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심은 씨앗뿐 아니라, 글씨라는 씨앗, 바로 ‘글이 씨가 되어 이야기로 꽃이 피는 사랑’을 담는 보람도 누렸으리라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잘 쓰려는 글이 아닌, 가장 잘 알려진 책을 골라서 읽는 길이 아닌,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믿고 사랑해서 곱게 아끼는 숨결을 찬찬히 헤아리는 자리였기를 바랍니다. 1학년부터 6학년 어린이까지 저마다 다른 꿈·걱정·사랑·시샘·슬픔·괴로움·바람·아쉬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대상·으뜸·버금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모든 글은 ‘꽃글’이었어요. 버금 자리에 들지 않았어도 어김없이 ‘꽃글’입니다. 이 꽃글을 늘 기쁘게 어린이 여러분 마음에 담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노래하는 걸음으로 배우고 익혀서 펼쳐 보셔요.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지만, 거꾸로 아이한테서 배우기에 어른이랍니다. 두 손 가득 아름다이 피어나는 오늘을 듬뿍 품고 가득 나누어 보셔요. 고맙습니다. 숲에서 태어난 바람 한 줄기를 모든 분들한테 띄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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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07 째깍째깍 2 | 만화책 2019-08-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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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째깍째깍 2

호리오 세이타 글,그림
대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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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07


《째깍째깍 2》

 호리오 세이타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2.1.15.



‘흐름을 잃어버렸을 때 지탱해 주는 것은 정확한 상황 파악과 목적 의식이지만, 그 두 가지 모두를 갖지 못한 우리의 자아는 놀라울 만큼 약했다.’ (66쪽)


“시바타, 그만둬. 그 사람 잘못이 아니야. 잘못은, 이 사람들에게 돌을 가진 자의 교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 어쩌면 그건 우리 일가였을지도 몰라.” (..쪽)


“돌을 버리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왜 안 했겠니. 수도 없이 했지. 하지만 너라면 버릴 수 있을까?” (159쪽)



《째깍째깍 2》(호리오 세이타/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2)에 나오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린다. 어떤 재주가 있다는 사람이 있고, 돌을 곁에 두면서 어떤 힘을 끌어내는 사람이 있으며, 돌을 곁에 두어 어떤 힘을 끌어내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어떤 힘을 같이 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고, 그저 놀라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흐름을 잃으면 스스로 삶을 잊는다. 스스로 흐름을 읽으면 스스로 삶을 잇는다. 잃으면 잊고, 읽으면 잇는다. 하루가 째깍째깍 흐른다. 삶이 째깍째깍 돌아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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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15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 인문책 2019-08-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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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희망의 발견

실뱅 테송 저/임호경 역
까치(까치글방)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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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15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임호경 옮김

 까치

 2012.12.10.



가장 가까운 마을은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이웃도 없고, 접근도로도 없으며, 때로는 방문하는 사람조차 없는 곳이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지고, 여름에는 호숫가의 둔치에 곰들이 돌아다닌다. 한마디로 내게는 낙원이다. (11쪽)


자유로운 인간은 시간을 소유한다. 공간을 지배하는 인간은 단순히 강할 뿐이다. (75쪽)


도시에서 인간 무리는 법이 질서를 부과하여 혼란을 막고, 그들의 욕구를 규제해 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99쪽)


러시아인들은 설사 일이 잘못되더라도 숲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191쪽)


자연도감을 보고 알게 된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연예잡지들 덕분에 거리에서 마주친 스타들을 알아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굉장한 일이다. (225쪽)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임호경 옮김, 까치, 2012)를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다. 러시아 시베리아 깊은 숲에 홀로 깃들어 보낸 여섯 달을 적바림했다고 해서, 여섯 달이란 나날을 얼마나 눈부시게 그려냈으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아니었다. 시베리아 여섯 달 이야기가 아닌, ‘여행작가로 살며 못 읽은 책’을 잔뜩 챙겨서 숲오두막에 들어갔고, ‘책보다 더 잔뜩 꾸린 술병’이 있으니, 시베리아 숲오두막에서 여섯 달 동안 날마다 술을 잔뜩 마시면서 책읽기로 보낸 셈이더라. 숲을 느끼고 얼음을 느끼고 풀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는 이야기는 얼마 없고, 왜 이렇게 술 마시고 책 읽고 하는 이야기만 줄줄이 적었을까. 숲오두막에 들어갈 적에 책은 꼭 한 자락만, 술은 한 병도 없이, 굳이 가져간다면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은 공책만 한 꾸러미를 챙기면 얼마나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었을까. 게다가 여섯 달치 먹을거리까지 바리바리 싸서 들어갔으니, 어떤 “희망의 발견”을 했다는 셈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다섯 군데에는 밑줄을 그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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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54. 돼지 | 시-동시 2019-08-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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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4. 돼지



  ‘고기돼지’가 아닌, 우리에 갇힌 돼지가 아닌, 들이며 숲을 가로지르면서 아름다이 노래하는 돼지를 만나거나 사귀면서 함께 하루를 짓는 분은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게 믿던 사람이 무시무시한 칼이나 도끼를 들고서 저한테 다가와 마구 휘두르니, 돼지는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슬프게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봐요. 누가 사람 목을 무서운 칼이나 도끼로 내리치려고 하면, 사람도 “사람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슬프게 숨을 거둘 테지요. 우리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아닌 “돼지가 풀숲에서 고르릉고르릉 기쁘게 노래하는 소리”를 나눌 수 있는 살림길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더 많이 먹으려고 더 모질게 좁고 어둡고 답답한 우리에 가두어서 착하고 상냥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는 고기돼지라는 길이 아닌, 느긋하며 아늑할 뿐 아니라 착하고 참하면서 곱게 숲을 같이 누리는 따사로운 길을 나아가야지 싶어요. 사람을 사람답게 보려면 나무를 나무답게 볼 줄 알아야 하고, 개미를 개미답게 마주할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돼지를 돼지답게 끌어안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돼지는 노래하고 싶습니다. 돼지는 멱을 따이고 싶지 않습니다. 돼지는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돼지는 좁은 시멘트 바닥에 갇힌 채 흙도 풀도 나무도 꽃도 없는 곳에서 찌꺼기로 배를 채울 생각이 없습니다. 돼지는 풀잎을 사랑해요. 돼지는 풀벌레하고 동무하면서 놀고 싶어요. ㅅㄴㄹ



돼지


반지르르한 털은 아침햇살

곧고 긴 등줄기는 여름바다

새털같은 몸은 날렵날렵

싹싹하며 올찬 걸음걸이


혀에 닿으면 바람맛 느껴

코에 스치면 흙맛 느껴

살에 대면 마음멋 느껴

품에 안으면 숨멋 느껴


낯선 길을 의젓이 이끌지

우는 동생 토닥토닥 달래

사나운 물살 헤엄쳐 건너

별빛으로 자고 이슬빛으로 일어나


거짓말 참말 환히 꿰뚫고

즐거운 웃음을 노래하면서

보금자리 정갈히 돌보는데

둥글둥글 모여 누워 꿈을 그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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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53. 더듬다 | 시-동시 2019-08-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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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3. 더듬다



  둘레를 보면 ‘더듬는’ 몸짓을 썩 반기지 않습니다. 공놀이를 하는데 자꾸 더듬는다든지, 길을 가는데 헤매면서 이리 더듬 저리 더듬한다든지, 말을 하다가 이내 더듬더듬하면, 제대로가 아니라고 여겨요. ‘제대로가 아니다’란 ‘비정상’인 셈입니다. 우리는 공을 던지거나 받을 적에 잘 받을 수 있으나 놓칠 수 있어요. 우리는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있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길찾기가 알려주는 대로 갔는데 엉뚱한 데가 나올 수 있어요. 빈틈이 없이 해내니 대단하겠지요. 그러나 빈틈이 있으면서 좀 허술하거나 엉성하거나 모자란 탓에, 더 다스리고 애쓰고 힘내고 일어서고 배우고 가다듬고 익히고 기운을 내기도 합니다. 빈틈없이 태어난 나머지 무엇을 새롭게 하려는 생각을 못 하기도 한다면, 빈틈있이 태어난 뒤로 무엇이든 처음부터 스스로 지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껴서 씩씩하게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맞서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엄청난 말더듬이였습니다. 말더듬이를 놓고 놀림이나 따돌림이나 지청구를 숱하게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 말더듬질을 고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사람들이 보기에 ‘제대로가 아닌 몸을 제대로’가 되도록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굳이 이러지 않습니다. ‘제대로’라는 자는 몇몇 사람 눈길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알몸이 되어 풀밭에 납작 엎드려 풀벌레를 지켜보면, 또 벌나비를 바라보면, 모두 ‘더듬이’를 살살 흔들며 더듬더듬 바람물결을 살피고 빛물결을 실컷 누리더군요. ㅅㄴㄹ



더듬다


혀가 짧아 더듬을 수 있어

더 천천히 말해 봐

느릿느릿 말해도 좋아

글로 적어 읽어도 돼


어두우니 더듬더듬할 만해

바닥에 손을 짚어 봐

차근차근 헤아리면 나와

촛불 켜면 잘 보이겠지


아직 낯설어 더듬었겠지

나도 예전엔 더듬었어

말도 더듬고 길도 더듬지

뭐, 요새도 으레 더듬고


그런데, 이거 알아?

나비랑 벌레한테 더듬이 있어

나비도 벌레도 더듬이 흔들며

마음으로 얘기하고 별빛을 듣는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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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8.29. 빨강머리 앤 1 | 오늘 읽기 2019-08-30 09:59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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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9.


《빨강머리 앤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이가사리 유미코 그림/이은주 옮김, 미우, 2018.3.31.



기차에서 수수께끼를 다섯 가지 짓는다. 바다, 크다, 먹다, 돼지, 해, 이렇게 다섯 낱말을 놓고서 다섯 이야기를 그렸고, 다섯 이야기를 열여섯 줄로 갈무리하면서 종이에 정갈히 옮겨적는다. 바다란 무엇이고 크는 길이나 먹는 삶이나 돼지란 숨결이나 해란 별에 어떤 넋이 깃들었는가를 아이들이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쓴다. 이렇게 하고서 만화책 《빨강머리 앤》 첫걸음을 편다. 2018년에 새옷을 입고 나왔던데, 참말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글이나 만화로 만났을까? 숱하게 보았던 앤 이야기를 새삼스레 보다가 생각한다. 앤은 고아원이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없어서 싫’었다고,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면 힘들’다고 밝힌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지만, 참말만 하고서는 어른들 나라에서 살아남을 수 없구나 싶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마음’으로 늘 웃으려고 한다는 대목에서도 우리 삶을 밝히는 빛이란 언제나 ‘웃으며 나눌 노래’인 줄 느낀다. 오늘날 학교와 마을과 집이 ‘마음껏 생각하는 터’가 되기를,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책이 ‘생각날개를 펴는 징검돌’이 되기를, 아이들이 ‘돈 잘 버는 일자리’ 아닌 ‘즐거운 사랑’으로 나아가며 꿈을 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명작만화 빨강머리 앤 1

Yumiko Igarshi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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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19 낱말 먹는 고래 | 그림책 2019-08-3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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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낱말 먹는 고래

조이아 마르케자니 글그림/주효숙 역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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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19


《낱말 먹는 고래》

 조이아 마르케자니

 주효숙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4.10.27.



  테니스가 있어요. 이 테니스를 하는 가시내는 으레 짤막한 치마를 두릅니다만, 처음에는 조임옷(코르셋)을 둘러야 했고, 조임옷을 두른 채 공을 치자니 살을 파고들어 피를 주르륵 흘러야 했다더군요. 요즈음 테니스를 하는 가시내는 짤막한 치마를 안 입고, 반바지나 치마바지를 입기도 해요. 짤막한 치마가 아니라서 벌금을 물기도 한다지만 ‘오래되거나 낡은 틀’을 씩씩하게 깨는 사람이 늘면서 오래되거나 낡은 틀이 차츰 무너지거나 달라진다고 합니다. 《낱말 먹는 고래》에 나오는 고래는 여느 고래하고 다릅니다. “낱말 먹는 고래”는 사람들 곁으로 살그마니 다가가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기를 즐겨요.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서 “낱말 먹는 고래” 나름대로 새롭게 짜서 새로운 이야기를 바다동무한테 들려준다고 합니다. 이 고래는 언제부터 사람들 말소리를 알아들었을까요? 사람들 말소리를 알아들은 고래는 왜 새롭게 이야기를 엮어 동무한테 들려줄까요? 새로운 살림길에 새로운 물결이 흐릅니다. 흐르는 물결은 언제나 싱그럽습니다. 이야기 하나가, 말 한 마디가, 상냥한 웃음짓이 바다에 노래로 퍼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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