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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24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 그림책 2020-05-3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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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사토 사토루 글/무라카미 쓰토무 그림/이선아 역
논장 | 2020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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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4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사토 사토루 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이선아 옮김

 논장

 2003.8.5.



  나무는 장갑을 낀 손을 달갑잖게 여깁니다. 왜 굳이 천조각으로 손에 감싸서 저랑 만나려 하지 않느냐고 투덜대요. 나무는 신을 꿴 발도 곱잖게 여겨요. 뭣 하러 플라스틱덩이를 발에 감싸서 저까지 아프게 하느냐고 따집니다. 가만 보면, 나무를 잘 타는 짐승은 모두 맨몸입니다. 나무를 잘 오르는 사람도 맨몸이지요. 나무한테 삐죽삐죽 가시가 있다면 스스로 지키고 싶기 때문인데, 부드러이 다가오는 숨결이 있다면 가시가 흐물흐물 사라져요.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를 되읽을 적마다 이 그림책이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나 하고 헤아리곤 합니다. 일본에서 1971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책은 아이가 나무랑 어떻게 사귀는지, 나무는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는지, 아이는 나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무는 아이한테 어떤 동무를 알려주는지, 이모저모 따스하면서 너그러이 밝힙니다. 아이는 “큰나무가 갖고 싶다”고 말한다는데, “큰나무에 보금자리를 틀고서 살고 싶다”는 뜻입니다. 학교나 사회나 회사가 아닌 나무입니다. 학원이나 놀이터나 관광지가 아닌 나무예요. 어버이라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나무를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나무가 우람하게 자랄 만한 숲에서 아이하고 살림을 지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村上勉 #佐藤さとる #おおきなきがほし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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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0.5.6. 서울 조은이책 | 책숲마실 2020-05-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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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이팝나무 바람이 마을길로 (2020.5.6.)


― 서울 마포 〈조은이책〉

070.7617.6949.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27길 6

https://www.instagram.com/chouni.chaeg



  4월 끝자락하고 5월 첫머리가 달콤철이라 하던데, 달력에 적히기로는 여느 일터에서는 길게 쉴 때일는지 모르나, 시골은 달력으로 흐르지 않기에 먼나라 이야기로 느낍니다. 쉬는 날이 잇달이 있든 없든, 풀꽃나무는 딱히 쉬지 않습니다. 더구나 4월 끝자락하고 5월 첫머리는 풀꽃나무가 활짝 어깨를 펴면서 빛나는 철이에요. 옅푸른 빛살에서 짙푸른 빛살로 넘어가는 5월 첫머리요, 멧새가 기운차게 노래하고, 여러 풀벌레가 날갯질을 하려는 5월 첫머리라고 느낍니다. 이맘때에는 어떤 들풀도 나물이 됩니다.


  5월 5일까지 지나가기를 기다려 6일에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섭니다. 두 달 만에 서울마실을 합니다. 낮하고 저녁에 만날 분을 어림하면서 시외버스에서 동시를 새로 씁니다. 바깥마실을 나오는 날은 으레 밤샘으로 집일을 마무리하기 마련인데, 동시를 새로 다섯 꼭지를 쓰고서 한동안 곯아떨어졌고, 길게 한숨을 쉬고 일어나서 마저 두 꼭지를 썼어요.


  시외버스가 서울에 닿습니다. 이제 전철을 갈아탑니다. 버스나루이며 전철칸이며 약품 냄새가 짙습니다. 꽉 막힌 곳에서는, 또 서울 한복판에서는, 또 높다른 집이 겹겹이 있는 고장에서는, 이렇게 화학약품을 펑펑 뿌려야 하는구나 싶어요.


  숲은 푸르고 들은 곱습니다. 숲들에는 아무도 화학약품을 안 뿌리거든요. 숲들에는 갖은 풀벌레가 있어 잎을 갉고 나무줄기를 파고들어 알을 낳지만, 온갖 새가 있어 풀벌레를 알맞게 잡습니다. 벌레도 새도 짐승도 고루 어우러집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콩 석 알을 사람이랑 벌레랑 새가 나눈다는 옛말처럼, 이 푸른별은 뭇목숨이 고이 어우러지는 사랑스러운 터전이지 싶어요. 그러나 서울처럼 커다란 곳은 오직 사람만 살아남으려는 얼개로 올려세우는 터라, 숲바람도 들바람도 없이 화약약품 냄새가 가득해야겠구나 싶습니다.


  마포구청역에서 전철을 내립니다. 드디어 바깥바람하고 해를 봅니다. 큰길은 자동차로 시끄럽지만 마을길은 드문드문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을 뿐 조용합니다. 곳곳에 제법 자란 나무가 있습니다. 이 안골에 처음 뿌리를 내릴 무렵에는 작았을 나무일 테지만, 이제는 꽤 키가 큽니다.


  이팝나무 바람을 쐬며 걷는 마을길이 싱그럽습니다. 5월 첫머리 서울 마포 골목마을은 이팝나무 잔치로군요. 이켠에 둥지를 튼 〈조은이책〉도 바로 앞에 나무 몇 그루가 바람 따라 살랑이면서 가볍게 그늘을 드리웁니다. 나무가 상냥한 곳에 자리잡는 책집이란 참으로 아늑하지요. 걸상을 나무그늘에 놓고서 책을 펼 만하고, 조촐히 책모임을 할 적에도 나무그늘 곁에 모일 수 있어요.


  오랜만에 다시 태어난 그림책 《나의 원피스》(니시마키 가야코/황진희 옮김, 한솔수북, 2020)를 이곳에서 만납니다. 누리책집에서 시킬 수 있지만, 두 발로 찾아가서 두 손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장날》(이서지 그림·이윤진 글, 한솔수북, 2008)이 나온 지 열 몇 해가 되었군요. 몰랐습니다. 이서지 님이 빚은 그림은 예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할 적에 알뜰히 사서 건사했어요. 옛살림이나 시골살림을 사랑스레 담아낸, 멋부리기보다는 수수한 사람들 수수한 마을빛을 찬찬히 옮겨낸, 한국에서는 참 드문 그림입니다.


  가만히 보면 숱한 그림쟁이는 예술을 하려고 합니다. 그저 그림을 그리면 될 텐데요. 예술도 문화도 아닌 살림을 그림으로 담고, 사랑을 그림으로 여미며, 숲처럼 살아가는 마을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면 넉넉합니다.


  책집지기님이 보여주신 그림책 가운데 《무슨 일이지?》(차은실, 향, 2019)하고 《으악, 도깨비다!》(손정원 글·유애로 그림, 느림보, 2002)를 더 고릅니다. 이곳 〈조은이책〉에는 그림책 말고도 여느 책이 많지만, 오늘은 그림책만 둘러봅니다. 다음에 걸음할 책에는 다른 책도 둘러보려고 해요.


  책 하나가 모든 삶을 밝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은 장삿속에 기울 수 있습니다. 눈가림이나 거짓말이나 이름팔이를 하는 책도 있을 테지요. 그러나 적잖은 책은 삶을 고요히 밝혀요. 오직 사랑스러운 꿈을 짓는 길을 들려주려는 책이 많아요. 맑은 눈빛을 받고서 자란 이야기가 밝은 손길을 거쳐서 책으로 태어나면, 즐거운 눈길로 여민 책시렁을 반가운 손빛으로 쓰다듬는 이웃이 찾아오겠지요. 마을책집은 마을이 품어 주니 포근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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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0.2.14. 수원 책먹는돼지 | 책숲마실 2020-05-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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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마을책집 돌잔치 (2020.2.14.)


― 경기 수원 〈책먹는 돼지〉

경기도 수원히 팔달구 세지로 300

http://instagram.com/piggyeatsbooks



  아파트마을 한복판에 있는 마을책집 〈마그앤그래〉에서 길을 나서며 생각합니다. 이 마을책집에 머무는 동안 이곳이 아파트숲 한복판이 아닌, 오직 책숲일 뿐이로구나 싶더군요. 책집으로 들어선 뒤부터 책집에서 나올 때까지 마치 딴나라에 있었구나 싶어요. 책가게이면서 책터이고, 책쉼터이자, 책으로 이룬 조촐한 숲이지 싶습니다.


  수원 시내버스를 탑니다. 성빈센트병원 쪽으로 갑니다. 길을 물어물어 지동초등학교 쪽에 이르고, 호젓한 길을 따라 걸어 〈책먹는 돼지〉에 닿습니다. 수원에서 마을책집으로 돌잔치를 이곳에 기림글을 건네고 싶어서 마실을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돌보며 늘 부르던 어린이노래 가운데 ‘겨울 물오리’가 있어요. 이원수 님 글에 가락을 입힌 노래인데, 노랫말을 고쳐서 마을책집 돌잔치에 불러 줄 생각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걸어서 햇볕을 쬐는 동안, 고쳐서 부를 노랫말을 곱씹어 수첩에 적습니다.


 책먹는돼지가 이쁘지 않니

 동동동 노래하는 꽃아이들아

 이 고장 수원에서 야물지고 알뜰한

 책돼는 하늘바람 마시는 쉼뜰

 나도 여기 책집이 사랑스러워

 먼걸음 한달음에 찾아왔지


  마을책집 돌잔치는 조촐하면서 즐겁습니다. 있는 걸상 없는 자리 모두 마련해서 모여앉고 이야기를 하고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돌떡을 나눕니다. 저마다 부산하게 돌잔치를 챙기는 사이, 책시렁을 살피면서 어떤 책을 골라서 고흥으로 가져갈까 하고 생각합니다. 책집잔치이니 이런 날일수록 더더욱 책을 사야지요. 오래오래 깃들어 두고두고 따사로이 숲바람을 나누는 쉼뜰이 되도록 하자면, 바로 틈틈이 찾아와서 읽을거리를 하나씩 장만하는 손길을 펴야지 싶습니다.


  마침 이곳이 ‘책 먹는 돼지’이기도 한 만큼, 오늘은 돼지 책만 골라 보자고 생각합니다. 눈에 뜨이는 다른 책도 있지만, 《사고뭉치 돼지소년》(제럴드 맥더멋/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2)하고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아서 가이스트/길미향 옮김, 보림, 2007)하고 《사노 요코 돼지》(사노 요쿄/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8)를 집습니다.


  돼지가 나오는 돼지 책을 세 가지 고르다가, ‘책 먹는 쥐’라든지 ‘책 먹는 소’라든지 ‘책 먹는 토끼’라든지 ‘책 먹는 나무’처럼, 어느 한 가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마을책집을 꾸밀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차근차근 이런 마을책집을 꾸밀 수 있습니다. 나라나 고장에서 힘을 보태어 ‘쥐 도서관’이나 ‘토끼 도서관’이나 ‘개구리 도서관’을 꾸밀 수 있어요. 십진분류법으로 가르는 도서관이나 책집이 아니라,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아끼는 갈래를 하나씩 헤아려, 이 하나로 도서관이나 책집을 꾸민다면 더없이 빛날 만하지 싶습니다.


  수원 마을책집 〈책 먹는 돼지〉를 보면, 돼지 책도 많지만, 책집지기님이 그동안 그러모안 ‘돼지 노리개’가 곳곳에 있어요. 앞으로는 서울을 토막토막 갈라 작은고장으로 가도록 하고, 온나라 여러 고장도 더 크게 가기보다는 더 조그맣고 조촐하게 가면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덩치를 키워야 하지 않거든요. 덩치를 키우니 자꾸 벼슬아치나 우두머리가 생기려 해요. 자그마한 마을에서는 누구나 일꾼이면서 서로 이웃이 됩니다. 이른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군인도 경찰도 공무원도 모두 없어도 되는 자그마한 마을로 나아간다면, 우리 보금자리가 한결 빛나고, 이 보금자리 곁에는 책뜰을 비롯한 여러 쉼뜰이 올망졸망 태어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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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0.5.27. 도쿄 가족 5 | 오늘 읽기 2020-05-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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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7.


《도쿄 가족 5》

 야마자키 사야카 글·그림/장은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3.25.



작은아이랑 둘이서 마을 아랫샘을 치웠는데, 이틀쯤 뒤에 보니 빨래터 바닥에 흙이 두껍게 깔렸다. 흙이 묻은 연장을 빨래터에 집어넣고 씻으셨나. 어떻게 뭘 했을까. 이렇게 지저분하게 쓰면 다른 사람도 쓰기에 나쁘고, 샘터도 빨래터도 망가진다. 이곳을 스스로 치우는 분이라면 이처럼 엉망으로 안 쓰겠지. 만화책 《도쿄 가족》은 판이 끊어진 지 한참 되었고, 고맙게 다섯 자락을 한꺼번에 장만했으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참말로 이런 집안이 있을까 싶은 줄거리를 들려주는 만화인데, 아무리 엉성한 ‘한집안’이더라도 서로 아끼고 돌보며 살아가는 즐거운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꾸준히 묻고, 헤매며, 이야기하고, 되새기고, 거듭나려고 애쓰는 몸짓을 잘 그렸지 싶다. 아이를 돌보는 길은 어렵지도 않고, 어려울 일도 없다.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처음에는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듯하지만, 어느새 아이가 온사랑으로 어른을 돌보아 준다. 아이는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가 하나둘 해내는 집안일도 대단하지만, 이보다는 아이들 맑은 눈빛이며 손길이며 말씨가 모든 앙금을 사르르 녹인다. 아무리 고단하거나 힘들던 어른도 아이들 몸짓에 기운을 되찾고 웃음꽃이 되지. 어린이가 왜 앞날을 밝히는 빛이겠는가. ㅅㄴㄹ



도쿄가족 Tokyo Family 5

야마자키 사야카 글,그림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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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87 프쉬케 (신일숙) | 만화책 2020-05-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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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프쉬케

신일숙 글,그림
학산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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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7


《프쉬케》

 신일숙

 학산문화사

 2010.11.25.



  낫을 쥐어 풀을 벨 적에 풀한테 먼저 속삭입니다. “너희를 베어서 이 땅에 눕히면 흙이 무척 반긴단다. 싱그럽게 서서 살랑이는 풀바람을 베풀어도 좋은데, 새로운 흙이 되어 보지 않겠니?” 모든 풀을 남김없이 베는 일은 없습니다. 남기고픈 풀이 있으니, 고이 자라기를 바라는 푸나무가 있기에 ‘흙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풀’만 벱니다. 여름으로 다가서는 오월 끝자락은 풀내음이 매우 짙습니다. 여러 풀벌레가 깨어나고, 사마귀집은 어느새 모두 비었어요. 올망졸망 온갖 풀숨결이 곳곳에서 기지개를 켭니다. 풀이 돋는 곳은 시원하면서 포근합니다. 풀이 없는 곳은 뜨거우면서 춥습니다. 《프쉬케》를 새로 읽습니다. 오직 하나인 참사랑을 바라는 프쉬케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입니다. 푸른빛을 거치고 여러 고비를 가로지르면서 조금씩 철이 든다지요. 프쉬케를 바라보는 에로스도 철이 덜 든 숨결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빛으로 거듭나요. 두 넋은 몸뚱이에 깃든 마음을 어떻게 상냥하면서 슬기롭게 읽어내어 느끼고 함께할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사랑이 되는가 하는 길을 갑니다. 이 길은 가싯길일 수 있지만, 찔레도 장미도 딸기도 가시가 있기에 더욱 곱고 달콤하면서 넉넉하답니다. 들딸기를 훑어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ㅅㄴㄹ



‘사랑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기에 그토록, 아니 아니, 그보다 내 몸이 완전한 사랑을 수용해 낼 수 있을까? 수용하지 못한다면 몸이 파열되어 버릴 텐데. 하지만.’ (74쪽)


“너는 또 한 번 내 경고를 어겼구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하지만 특별히 이번엔 용서해 주기로 하겠다. 왜냐면 아무리 격심한 분노도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으므로. 또 어차피 널 용서할 것이므로.”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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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95 드래곤볼 슈퍼 11 | 만화책 2020-05-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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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드래곤볼 슈퍼 11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토요타로 글그림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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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95



《드래곤볼 슈퍼 11》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3.20.



“네 힘은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넌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지. 내 말 틀려?” (138쪽)


“스피릿의 원리를 배우면 반드시 길이 열릴 테지.” “알았다. 그럼 가르쳐라.” (152쪽)


“감정을 뒤흔드는 거대한 충동을 자제해 냈을 때 비로소 발동하죠. 그것이 ‘무의식의 극의’입니다.” “역시 넌 알고 있었구나.” (186쪽)



《드래곤볼 슈퍼 11》(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0)에 이르니 손오공하고 베지터 사이에서 새길이 하나 흐른다. 가만 보면 둘 사이에는 언제나 새길이 흘렀지. 처음에는 하늘땅처럼 아득히 멀었다면 차츰 좁히는구나 싶더니 다시 나아가고 또 자라나는 길이다. 높다거나 낮은 길이란 없다. 낫거나 못하는 길도 없다. 오직 스스로 보아주면서 간다. ‘보아주다 = 돌보다 + 지켜보다’라는 뜻이다. 섣불리 다그치려 하기보다는, 제 몸에 맞게 하나씩 가다듬고, 이 너머에 있는 길을 헤아리고, 새길에 선 마음을 추스르면서 거듭난다. 어수룩한 티를 씻고, 망설이던 몸짓을 내려놓는다. 왼발 오른발을 이 땅에 우뚝 드리우면서 껑충 뛰어서 저기 뜬 별빛을 두 손으로 맞아들인다. 둘은 둘이 있기에 언제나 스스로 담금질을 하는 길을 찾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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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97 하이스코어 걸 9 | 만화책 2020-05-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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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하이스코어 걸 9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
대원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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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97


《하이스코어 걸 9》

 오시키리 렌스케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4.30.



‘거리 곳곳에 오노와 함께했던 기억으로 넘쳐흐르고 있어. 즐거웠나? 즐겁지 않았었나?’ (15쪽)


“너랑 오락실에 가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내가 얼마나 기쁜지 알겠냐?” (84쪽)


‘나에게는 오노와의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지고 싶지 않은 놈에게 질 수는 없단 말이야!’ (153쪽)



《하이스코어 걸 9》(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니 슬슬 마무리로 달리는구나 싶다. 이제 ‘하루오’ 곁에뿐 아니라 ‘오노’ 곁에도 둘 사이에 따스히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두 사람 삶길을 두 사람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겠느냐 하는 대목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느 곳에 누구하고 있기에 즐거운가? 누구하고 무엇을 하기에 즐거운가?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떠한 눈빛으로 하루를 누리고 싶은가? 뒷걸음이나 옆걸음으로 달아나겠는가?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더라도 의젓하면서 새롭게 앞걸음을 내딛고 싶은가? 스스로 묻고 되새기는 동안 어느새 한 발짝을 더 나아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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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0.5.26.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 오늘 읽기 2020-05-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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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6.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김성효 글·홍지혜 그림, 한솔수북, 2020.3.20.



마을책집을 꾸리는 어느 이웃님이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이란 동화책을 아이랑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고 하시기에 누가 썼나 하고 살피니 ‘김성효’란 분이고, 전라북도에서 장학사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아주머니이자, 초등교사로 오래 일했다고 하는구나. 초등교사·어머니·아줌마·장학사에 이어 동화작가라니. 이분은 어릴 적에 둘레에서 어떤 눈길을 받으면서 어떤 사랑으로 하루하루 살아오셨을까. 틀림없이 이 나라뿐 아니라 이 별 곳곳에서 가시내는 찬밥이었고 따돌림이었다. 이 흐름은 이제 많이 걷혔으나 ‘꽤 걷혔다뿐 사라지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적잖은 사내도 찬밥이거나 따돌림이었지. 어느 한켠만 찬밥이거나 따돌림이지 않은걸. ‘범칼(사인검)’이 하늘나라를 떠나 사람나라에 조용히 깃들어 아이 하나만 지키고 싶다는 뜻을 드러낼 만하다. 꽃할머니를 돕겠다던 시민모임이 보여준 슬픈 검은자취를 보라. 아름뜻으로 아름일을 할 생각이라면 돈도 ‘아름돈’으로 가꿀 노릇이다. 목소리만 높인대서 시민운동이 되지 않는다. 늘 삶자리에 바탕을 두면서 꽃순이·꽃돌이를 보아야 하고, 스스로 꽃순이·꽃돌이여야겠지. 동화작가 장학사님이 글결을 조금 더 쉽고 부드러이 가다듬으면 한결 빛나리라 본다. ㅅㄴㄹ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김성효 글/홍지혜 그림
한솔수북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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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0.5.25. 행복한 사자 | 오늘 읽기 2020-05-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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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5.


《행복한 사자》

 루이제 파쇼 글·로저 뒤바젱 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1997.6.18.



어린 초피나무를 옮겨심으니 초피냄새가 엄청나게 퍼진다. 아무리 작아도 넌 틀림없이 나무야. 게다가 초피나무인걸.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볕이 잘 드는 자리로 옮겼는데, 손에도 몸에도 초피내음이 물씬 밴다. 저를 눈여겨보고 햇볕하고 놀도록 옮겨서 기쁘다는 눈치이다. 순천 〈도그책방〉에서 장만한 《행복한 사자》를 피아노 곁에 한참 둔다. 오래된 그림책이지 싶은데 이야기가 알뜰하다. 사자를 비롯한 들짐승이나 숲짐승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 적에 즐거울까? 누가 저를 때리거나 치거나 죽일 걱정이 없이 날마다 넉넉히 밥을 누린다면 즐거운가? 저를 보겠다면서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서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면 즐거운가? 그런데 쇠기둥이 촘촘히 박힌 짐승우리(동물원)가 아닌, 바깥으로 사자가 어슬렁 나와서 ‘사자나라 말’로 사람들을 부른다면? 이때에도 사람들은 사자를 구경하거나 좋아한다고 얘기하려나? 사슬터에서는 어느 누구도 즐겁거나 홀가분하지 않다. 이곳에 있든 저곳에 있든 모두 마음으로 마주하는 동무로 사귈 적에 비로소 기쁘게 웃음짓고 즐거이 노래할 만하다. 나라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들이밀려고 용쓴다. 바보같다. 돌림앓이가 아니어도 왜 사슬터로 몰아붙일까? 아이들은 삶을 누려야 한다. ㅅㄴㄹ



행복한 사자

루이제 파쇼 글/로저 뒤바젱 그림/지혜연 역
시공주니어 | 199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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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초등학생 국어사전 추천 | 숲노래 우리말꽃 2020-05-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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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생각한다

숲노래 우리말꽃 : 초등학생 국어사전 추천



[물어봅니다]

  초등학생 국어사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7세입니다.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책을 그닥 안 읽었어요. 1975년에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그무렵에는 바깥에서 뛰놀기에 바쁘기도 했고, 저희 집이나 둘레 이웃집에서도 딱히 어린이한테 책을 사서 읽히는 어버이는 거의 못 봤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둘레 어른은 동화책을 사서 읽히는 일이 없다시피 했고, 그때에는 그림책이 아예 없다시피 했지만, 만화책만큼은 스스로 소꿉돈을 모아서 사읽곤 했습니다.

  1980년대나 1990년대를 돌아본다면, 그무렵에 ‘어린이 국어사전’이 아예 없지는 않았으나 ‘전과 말풀이’하고 똑같았어요. 이 흐름은 2000년대로 넘어서고 2020년대에 이르도록 거의 안 바뀌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어린이한테 맞춤한 사전을 고르거나 살피거나 이야기하기란 참 힘들어요. 먼저 ‘사전’이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기로 해요.


[표준국어대사전]

사전(辭典) :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사전(事典) : 여러 가지 사항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


  나라에서 선보인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가 다른 두 가지 ‘사전’을 풀이합니다. 이 풀이를 읽고서 어린이가 얼마나 알아들을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어른 가운데에서도 아리송하다고 여길 분이 있겠지요.


[보리 국어사전]

사전(辭典) : 여러 낱말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풀이한 책. 낱말의 뜻, 소리, 쓰임새 들을 찾아보는 데 쓴다

사전(事典) : 어떤 내용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풀이한 책.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이기도 한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많이 있고, 아이를 둔 어버이가 많이 사읽힌다는 《보리 국어사전》 뜻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조금 줄이고, 한자말을 한국말로 손질했구나 싶습니다. 아마 우리는 ‘사전’이라는 책을 이처럼 “낱말을 늘어놓고 풀이한 책”으로 여기지 싶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전 = 낱말책’으로 바라보는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더 생각해 보기로 해요. 낱말을 풀이한 책이 사전이라면, ‘낱말풀이’는 어버이인 우리 스스로 아이한테 들려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어느 사전을 펴더라도 ‘낱말풀이’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더구나 ‘돌림풀이·겹말풀이’가 수두룩합니다. 우리 어버이나 어른이 아는 만큼 그때그때 스스로 풀이를 해서 아이한테 이야기하는 길이 한결 나을 만하다고 여겨요. 그리고 오늘날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사전이 갇히고 만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 보기를 들면서 이 대목을 짚겠습니다. ‘사전 추천’을 그냥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한국에서 어떻게 무슨 사전을 추천해야 할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우·어렵다·힘들다’를 놓고서 어린이 사전인 《보리 국어사전》을 살펴볼게요. 어른이라면 그냥 지나가겠지만, 어린이라면 ‘불우이웃돕기’란 말씨에서 ‘불우’가 뭔지 모르기 마련입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에 곧잘 “불우한 어린 시절” 같은 말씨가 나오는데요, ‘불우’ 같은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만, 아무튼, 어린이한테 참 어려운 이 낱말을 사전은 어떻게 다뤘을까요?


[보리 국어사전]

불우 : 형편이 어려운 것

어렵다 : 1. 어떤 일을 하거나 이루기가 힘들다 2. 어떤 것을 알거나 풀기가 쉽지 않다 3. 형편이 넉넉지 않거나 사정이 좋지 않다 4. 윗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마음껏 행동하기 거북하거나 두렵다

힘들다 : 무엇을 하는 데 힘이 퍽 많이 들어서 하기가 어렵다


  ‘불우’를 찾으니 ‘어렵다’로 돌립니다. ‘어렵다’를 찾으니 ‘힘들다’로 돌립니다. ‘힘들다’를 찾으니 다시 ‘어렵다’로 돌립니다. 돌림풀이란 이런 뜻풀이를 가리킵니다. 낱말을 풀이하지 않고, 비슷한 다른 낱말로 슬쩍슬쩍 돌려서 끝내 뜻풀이를 안 하는 얼개가 돌림풀이예요.


  ‘힘들다’를 “힘이 들어서 어렵다”로 풀이하지요. 이런 뜻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같은 풀이가 잇달아 나온 셈이거든요. 이러한 뜻풀이를 읽을 어린이가 낱말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알거나 짚을 만할까요?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 말 같은 사전을 읽으면서 말을 익힐까요?


  아니지요. 이 말을 저 말로 풀고, 저 말은 그 말로 풀다가, 그 말은 이 말로 풀면, 어린이는 어느새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고 말 뿐 아니라,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말을 뒤죽박죽으로 쓰고 맙니다.


[보리 국어사전]

불쌍하다 : 형편이 딱하다. 또는 남의 형편이 딱해서 가슴이 아프다

딱하다 : 1. 처지나 형편이 불쌍하다 2. 일을 어떻게 하기 어렵다

가엾다 : 딱하고 불쌍하다

안쓰럽다 :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이 가엾고 딱하다

아깝다 : 1. 소중한 것을 놓치거나 잃어서 섭섭하고 아쉽다 2. 어떤 것이 소중하고 귀해서 쓰거나 버리기 싫다 3. 사람이나 물건이 가치에 걸맞게 쓰이지 못해 안타깝다

안타깝다 :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보기에 딱하여 속이 타고 갑갑하다


  ‘불쌍하다·딱하다·가엾다·안쓰럽다·아깝다·안타깝다’ 이렇게 여섯 낱말을 잇달아 살펴볼게요. 여섯 낱말이 뒤죽박죽으로 돌고 돌 뿐 아니라, 겹말풀이까지 뒤섞여요. ‘안쓰럽다 = 힘들어서 가엾고 딱하다’라 하는데 ‘딱하다 = 불쌍하다 + 어렵다’요, ‘가엾다 = 딱하다 + 불쌍하다’라 합니다.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런 뒤죽박죽 겹말풀이·돌림풀이에 갇힌 사전을 어린이한테 읽혀도 될까요? 그런데 이 대목은 어른 사전도 모두 매한가지예요. 오늘날 한국에서 나온 거의 모든 사전은 낱말을 더 많이 실었다고 자랑하기만 할 뿐, 정작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을 제대로 갈라서 밝히지 못하고, 낱말 하나를 깊이 헤아리면서 알아보도록 이끌지 못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이라고 거듭 이야기하는데요, 비슷한말은 비슷하다 싶으나 다른 말입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이러한 결을 찬찬히 보고 익혀야지 싶습니다. 우리 어버이·어른은 어린이한테 더 많다 싶은 낱말을 알도록 가르치기보다는, 몇 안 되는 낱말을 들려주어 가르치더라도 제대로 뜻·결·쓰임을 갈라서 밝히고 이야기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살아가면서 쓸 바탕이 될 말씨를 제대로 익힌다면, 앞으로 어린이가 자라 푸름이가 되고, 푸름이에서 싱그러이 자라 어른이란 자리로 나아가는 동안,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뿐 아니라, ‘새로 듣거나 마주하는’ 낱말도 스스로 헤아리면서 풀이하고 결하고 쓰임을 알아낸다고 느껴요.


[보리 국어사전]

공간 : 1.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곳 2. 정해진 테두리가 없이 모든 방향으로 뻗어 있는 곳 3.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

장소 : 어떤 일이 일어나는 곳

데 : 1. 곳이나 장소를 뜻하는 말

곳 : 사물이 있는 자리.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

자리 : 1. 사람, 무건이 있거나 있을 만한 공간


  어린이는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볼까요? 아마 웬만한 어버이나 어른은 이 대목을 쉽게 놓치실 텐데, 어린이는 ‘어른이 생각하기에 아주 쉽거나 흔한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어른이라면 ‘공간’이나 ‘장소’ 같은 한자말을 굳이 사전에서 안 찾을 만해요. 그러나 어린이라면 마땅히 찾아본답니다. 그리고 ‘곳’이나 ‘자리’ 같은 낱말도 찾아보지요.


  ‘공간·장소·데·곳·자리’란 낱말을 《보리 국어사전》이 어떻게 풀이했나요? 다른 어린이 사전도 이와 비슷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다른 어른 사전도 이와 비슷해요.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입니다.


  이제 ‘사전’은 어떤 책이어야 할까를 새롭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꾸준히 여러 사전을 새로 쓰는데요, 앞으로 언제 마무리할는 지 몰라도, 새롭게 엮을 《숲노래 사전》에 ‘사전’이란 낱말을 이렇게 풀이할 생각입니다.


[숲노래 사전]

사전 : 말에 담은 생각을 찾아보면서 삶·살림·사람·숲·사랑을 다시 바라보거나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새롭게 알거나 받아들이도록 돕는 책. 문득 내뱉을 수 있는 어느 한 자락 삶을 오직 한 마디로 그려내어서 늘 새로울 수 있는 살림으로 지피는 이야기가 되는 바탕이 되는 말을 엮어서, 그 한 마디 말을 마음에 생각으로 심고는 ‘오늘·사랑’을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길로 이어서 즐겁게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꾸러미. 나·우리 눈으로 온누리를 보고 느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엮은 말을 글로 담은 책. 새롭게 배우는 길에 말로 징검다리가 되는 책.


  어린이한테 사전을 읽히려 한다면, 먼저 어버이·어른부터 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 사전만 곁에 둔다면, 어린이 사전에서 숱하게 드러나는 아쉽거나 엉성하거나 어설프거나 모자란 대목을 채우거나 보태거나 손질해서 들려주어야 할 텐데, 맞춤한 어른 사전을 어버이가 먼저 곁에 안 두다가는 힘들지요.


  이런 아쉬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으로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익힐 만합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으로 겹말풀이를 벗어나는 길을 배울 만합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으로 사전을 스스로 어떻게 읽으면 되는가를 돌아볼 만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사전을 읽도록 하기보다는, 일곱 살이든 열 살이든, 사전찾기는 나중에 시키면 좋겠어요. 적어도 열다섯 살 무렵까지는 어버이나 어른이 그때그때 이야기로 풀이해서 들려주기를 바랍니다. 어버이하고 어른이 어린이·푸름이 곁에서 함께 말을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갈고닦고 가다듬고 갈무리하면서, 함께 생각을 키우면 좋겠어요.


  어린이한테는 사전을 따로 장만해 주시기보다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나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처럼, 이야기 얼개로 낱말 흐름을 짚는 책을 읽도록 하시면 좋겠고, 어린이 혼자서 읽도록 하기보다는 어버이하고 어른이 나란히 읽으면서 말씨가 왜 ‘말씨(말을 이루거나 말로 된 씨앗)’인가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저/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 | 2016년 06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저
철수와영희 | 2017년 10월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최종규 저
자연과생태 | 2017년 09월

 

보리 국어사전

윤구병 감수/토박이 사전 편찬실 편
보리 | 2020년 03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 2014년 03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강우근 그림/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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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