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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1.28. 절대미각 식탐정 15 | 오늘 읽기 2021-01-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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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8.

 

《절대미각 식탐정 15》

 테레사와 다이스케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12.25.

 

 

걸어나가서 걸어오는 하루이다. 이렇게 잔뜩 걸을 줄이야. 그렇지만 이렇게 잔뜩 걸어도 될 만큼 몸이 많이 나아졌다. 어쩌면 이 몸이 얼마나 나았는가를 느끼려고 오늘 하루 잔뜩 걸었구나 싶다. 같이 길을 누빈 작은아이는 언제나 아버지보다 앞서서 걷는다. 꼭 이슬떨이 같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에서는 꾸벅꾸벅 잠든다. 잠든 아이 고개를 살며시 받쳐 준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하늘은 새파랬다. 마실을 가는 길에는 마치 파란종이에 흰얼룩 조금 남긴 듯했다. 낮부터 구름이 조금씩 드리우더니 어느새 가득 덮고, 세차게 이는 바람에 진눈깨비가 날리더니, 한밤에는 다시 걷히더라. 별빛이 초롱초롱하네. 하루 사이에 이렇게 갖은 하늘이며 날씨가 갈마든다. 《절대미각 식탐정 15》을 읽으며 생각한다. 큰아이가 열네 살을 넘어서면서 이제 ‘큰아이가 볼 수 있는 그림꽃책’을 넓혔다. 큰아이가 들여다보니 작은아이도 덩달아 들여다본다. 작은아이는 아직 낱말이나 줄거리를 다 알아채지 못한다. 큰아이도 그렇겠지. 익살스런 대목을 볼 텐데, 머잖아 그 익살말이나 익살그림 사이에 어떤 삶빛이 흐르는가를 눈여겨보면 좋겠다. 눈여겨보는 마음일 적에는 바람하고 수다를 떨고 풀꽃나무하고 이야기를 펼 테니. ㅅㄴㄹ

 

절대미각 식탐정 15

테라사와 다이스케 글,그림
학산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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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1.27. 몸의 중심 | 오늘 읽기 2021-01-3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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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7.

 

《몸의 중심》

 정세훈 글, 삶창, 2016.11.29.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가 고르게 퍼질 적에 온누리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새도 풀벌레도 사람도 그렇다. 뭇숨결이 저마다 다른 빛으로 노래할 적에 아름답다. 한 가지 목소리만 흐른다면 얼마나 스산하며 메마를까? 사람들이 ‘민주’라는 틀에서 ‘다수결’을 자꾸 잘못 알거나 밀어붙이는데, ‘다수결 = 옳다’가 아닐 뿐 아니라, ‘다수결 = 소수를 눌러도 된다’가 아니다. 어느 목소리가 아무리 드높더라도 ‘낮고 작은 목소리를 품고 다독이고 안으면서 함께 갈’ 적에 비로소 민주가 되고 평등이며 평화가 된다. 이를테면 ‘국회 180자리를 차지했다’고 해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똑같다. 오늘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레에는 거꾸로 힘으로 억눌리겠지. 마땅한 일 아닐까? 《몸의 중심》을 읽는데 꽤 버겁다. 일하는 사람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글인 줄 알지만,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는 없을까? ‘노동자’란 이름이어야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집살림을 하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이다. 일터를 이끌거나 꾸리는 사람도 일을 한다. 쟁기와 망치만 들어야 일꾼이 아니다. 출판사 영업부나 관리부도 일을 한다. 더구나 아이들도 심부름이란 이름으로 일을 한다. ‘일’을 좁게 바라보지 말자. ㅅㄴㄹ

 

몸의 중심

정세훈 저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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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손바닥 | 우리말 살려쓰기 2021-01-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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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손바닥

 

처음으로 “내 손바닥에서 노는군” 하는 말을 듣던 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내 몸뚱이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네 손바닥에서 놀 수 있나 싶어 갸우뚱했습니다. ‘손바닥’을 그저 조그마한 바닥으로만 여기던 어린 날에는 못 알아들은 그 말씨를 나중에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영 아리송했어요. 머리가 굵는 길에 ‘안마당’이나 ‘앞마당’ 같은 말도 그냥 안쪽에 있거나 앞쪽에 있는 마당이 아닌, 다른 자리를 빗대는 말씨인 줄 조금씩 깨닫습니다. “우리 집”이란 말씨도 제가 어버이하고 살아가는 집일 뿐 아니라 “우리 쪽 모두”를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줄 조금씩 눈을 뜹니다. 그러고 보면 ‘텃밭’이란 낱말도 그렇지요. 말 한 마디를 더 새롭게 쓰는 셈입니다. 말에 담는 뜻을 한결 넓힌다 할 만하고, 새롭게 더하거나 보태거나 붙이거나 덧대면서 말길을 가꾸는 셈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말입니다. 양념처럼 깃들다가도 사르르 녹아들어요. 더욱 맛을 내는 재미난 눈빛이요, 가만히 넣거나 곁들이면서 반짝반짝 피어나는 손길입니다. 이 손바닥에 온누리를 얹어 봅니다. 우리 앞마당에 온별을 담아 봅니다. 포근한 집인 둥지입니다.

 

손바닥·안마당·앞마당·우리·우리 집·우리 쪽·이곳·집·둥지·보금자리·바탕자리·바탕터·바탕집·텃밭·텃자리 ← 홈(home), 홈그라운드, 홈구장

 

곁들이다·곁들이·곱·곱하다·더·더더·더욱·맛내기·양념·깃들다·녹아들다·녹이다·넣다·담다·담아내다·채우다·섞다·더하다·보태다·붙이다·덧대다·덧붙이·덧바르다·덧입히다·덧붙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하나되다 ← 가미(加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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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뜻 | 우리말 살려쓰기 2021-01-3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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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뜻

 

우리 하루는 아침으로 열고 저녁으로 닫습니다. 아침마다 큰뜻을 품고 일어나는 분이 있고, 크지는 않더라도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든지, 오늘 꼭 하고픈 일거리를 살핀다든지, 조그마한 몫을 헤아리는 분이 있어요. 반드시 하고 싶은, 어김없이 해냐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세워도 좋습니다. 조용히 들길을 거닐면서 바람을 쐬겠노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함께하는 일도 좋고, 다같이 나서는 일거리도 좋아요. 마당에 가만히 서서 햇볕만 쬐도 좋고,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에 나들이를 다녀와도 좋습니다. 봄이기에 봄바람을 쐴 만하고, 가을이기에 가을바람을 마실 만해요. 바삐 움직이기보다는, 어린이하고 놀이하는 마음으로 느긋이 일해 볼까요. 서둘러 뛰어다니기보다는 가볍게 땀을 뺄 만큼 달리면서, 우리 몸짓이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듯 가누면 좋겠어요. 스스로 몰아치다 보면 자칫 싸움이 되어요. 너무 애쓰다가는 그만 놀이하고 동떨어지면서 벅차기도 해요. 차근차근 땀을 흘립니다. 서로 손을 잡고서 땀방울을 쏟습니다. 부드러이 흐르는 구름처럼 너랑 나랑 더불어 하루를 아름다이 누리는 길을 찾습니다. 저 별빛이 우리를 상냥하게 부릅니다.

 

ㅅㄴㄹ

 

뜻·큰뜻·길·다짐·몫·한몫·할거리·할 일·생각·일·일거리·일몫·꼭·반드시·어김없이·해야 하다·부름 ← 사명(使命), 소명(召命), 소명의식

 

일·일거리·널리·두루·마당·판·물결·바람·너울·바다·같이하다·함께하다·다같이·다함께·더불어 ← 캠페인

 

움직이다·놀다·일하다·뛰다·뛰어다니다·달리다·몸짓·땀·땀방울·땀빼다·땀흘리다·하다·쓰다·흐르다·길·싸우다·애쓰다·힘쓰다·물결·너울·바다·바람 ←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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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61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 인문책 2021-01-3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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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이붕언 저/윤상인 역
동아시아 | 200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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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61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이붕언 엮음

 윤상인 옮김

 동아시아

 2009.3.5.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이붕언/윤상인 옮김, 동아시아, 2009)은 ‘일본에서 나고자란 한겨레’인 이붕언 님이 ‘일본에서 일하고 살아온 한겨레’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은 자취를 갈무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일본에서 일하며 살아가지 않았습니다. 붙잡히거나 끌려가야 한 분이 있고, 이 나라에서는 입에 풀바를 길이 없어 떠나야 한 분이 있고, 시달리고 들볶이는 살림이 벅차 건너간 분이 있습니다.

 

  마을이 아름답다면 누구나 곱게 품습니다. 나라가 사랑스럽다면 누구나 반가이 안습니다. 마을이 아름답지 않기에 한켠에서 울며 괴로운 사람이 있고, 나라가 사랑스럽지 않아 한쪽에서 멍들며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총칼을 벼린다고 할 적에는, 이 총칼로 으레 옆나라로 쳐들어갑니다. 총칼이란 옆사람을 이웃 아닌 밉놈으로 삼아 짓밟고 죽이려고 하는 싸움연모이거든요. 그런데 사람은 총칼로만 이웃을 짓누르거나 죽이지 않아요. ‘개밥도토리’란 말이 있듯 우리 겨레도 스스로 옆사람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짓을 일삼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하고 사람 사이를 따순 마음이 아닌, 높낮이(신분·계급·돈·이름·힘)로 가르는 틀을 두었으니, 때리는 쪽하고 맞는 쪽이 있기 마련입니다.

 

  옆에 있대서 이웃이 되지 않습니다. 담 하나를 마주하는 사이라서 이웃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옆에 있는 나라하고 더없이 가까운 사이가 될 만하기에, 우리한테 넉넉한 살림을 나누어 주고, 우리한테 없는 살림을 나누어 받으면 서로 좋겠지요. 나라지기라면 나라하고 나라가 사이좋도록, 고을지기라면 고을하고 고을이 사이좋도록, 마을지기라면 집집이 사이좋도록, 슬기롭게 이끌 노릇입니다

 

  이곳에 있든 저곳에 있든 똑같이 사람입니다. 이웃나라에서 일거리를 찾아서 살림을 짓고 살아가기에 ‘재일조선인’이라면, 이 나라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재한조선인’일까요?

 

  서로 아끼는 가까운 사이는 ‘동무’입니다. 동글동글 어우러지고, 동글동글한 마음이에요. ‘동포(同胞)’란 한자말은 “1.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2.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만, 글쎄요, 참말로 따스하게 한겨레를 일컬으려고 이 이름을 붙인다는 생각은 터럭만큼도 안 듭니다. ‘우리하고 다르잖아?’ 하는 뜻으로 금을 그으려고 이 이름을 쓴다고 느껴요. ‘한배를 타는’ 사이라면, 한살림을 꾸리는 동무가 되자면, 한사랑으로 나아갈 이웃으로 살자면, 가장 수수한 이름인 ‘이웃·동무·마을’으로 돌아가서 바라보고 어깨를 겯어야지 싶습니다. 이제는 눈물을 닦고 웃음으로 가길 바라요.

 

ㅅㄴㄹ

 

“먼 길 오셨네.” “네, 조금요. 이런저런 옛날이야기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야기할 수야 있지만 한량이 없어서…….” 말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내렸다. 그 순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1쪽)

 

“일본에 와서 제일 힘들었던 건 그야 탄광이지. 그때가 열예닐곱 살이었으니 아직 어린애잖소. 느닷없이 데려와서는 처박은 거지. 탄광이란 게 어지간해서는 못 배기는 곳이오. 돌덩어리가 머리 위에서 데굴데굴 떨어지는 곳이니까.” 드디어 그는 탄광에서 도망쳤다. (42쪽)

 

“한국에는 가 보고도 싶다오 태어난 곳은 역시 그리운 법이거든. 그렇지만 생활하기는 어려워. 27년 만에 고향에 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수. 저기에 내가 자란 마을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멀리서 바라보며 울기만 했지.” (49쪽)

 

일본이 전쟁에서 지자,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전부 팔아치우고 배를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147쪽)

 

조선에 가면 목숨은 건진다.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어떻게든 먹고는 산다. 일본에 있는 조선인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1년 후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밀항선이 끊이지 않았다. “고향에서는 살 수 없어. 돌아가지 마!” 밀항으로 돌아온 조선인들이 목소리를 드높였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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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61 당신은 시를 쓰세요 (박지웅) | 문학책 2021-01-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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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저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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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61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마음의숲

 2020.11.9.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박지웅, 마음의숲, 2020)를 읽었습니다. 글님이 짐차를 처음 몰다가 그만 꽈당 부딪힌 이야기를 거듭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씽씽이를 몰지 않지만, 몇 판쯤 씽씽이한테 치였습니다. 저를 치고 간 씽씽이는 모두 뺑소니였고, 모두 서울에서 겪었습니다. 새벽에 자전거를 몰며 새뜸을 다 돌리고서 이제 쉬러 돌아가는 길에 뒤에서 들이받힌 적이 있고, 헌책집에 책을 사러 자전거를 몰고 가는 길에 또 뒤에서 들이받힌 적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자동차’라 하지만, 찻길에서 으레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니 ‘씽씽이’일 텐데, 그야말로 씽씽 물결치는 이 쇳덩이는 어쩐지 자전거를 대단히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자전거를 좋아하거나 아끼는 쇳덩이도 더러 있습니다만, 갑자기 뒤에서 아슬아슬하게 밀어붙이며 거님길 턱에 걸리도록 한다든지, 사납게 빵빵거리거나 앞등을 켰다 끄며 괴롭히는 이들이 수두룩했어요. 이들은 짐자전거 아닌 ‘천만 원이나 일억 원짜리 자전거’한테도 이런 짓을 했을까요?

 

  글님은 글을 씁니다. 글님이니 글을 쓸 텐데, 글님이 쓰는 글은 가늘게 퍼지는 노래입니다. 살아온 길 그대로 쓰고, 살아가려는 길 그대로 씁니다. 사랑하는 삶 그대로 쓰고, 사랑하려는 삶 그대로 쓰지요.

 

  겨울이 저물려는 1월 끝자락은 매우 포근하다가도 바람이 칼처럼 하늘을 찢으려 합니다. 볕이 잘 드는 풀밭에는 몽실몽실 봄까지꽃이 무리를 이루어 보랏빛 꽃송이를 터뜨립니다. 높바람이 문득 속삭입니다. 아직 겨울이라고, 이제 높바람이 떠나고 마파람이 흐르겠지만, 이 높바람이 할 일이 남았기에 쌩쌩 구름을 날리고 앙상한 가지를 흔든다고, 춥다고 웅크리면 언제나 추위에 떨 테니 어깨를 펴고 높바람을 듬뿍 가슴에 안으라고 …… 합니다.

 

  바람은 노래합니다. 우리는 춤을 춥니다. 바람이 춤춥니다. 우리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이슥하여 별빛이 너울너울합니다.

 

ㅅㄴㄹ

 

누가 붙잡아둔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스물다섯 사람은 모두 자기가 선택한 시간과 공간을 지킴으로써 자기 자신과 한 화요일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38쪽)

 

그렇게 서울을 떠난 지 21일째, 고향 부산에 도착했다. 샌들을 신고 대나무 작대기를 짚으며 들어간 고향 집. 어머니는 새까맣게 탄 아들을 보고 “아이고” 소리만 내셨다. 그리고 아들이 짚고 온 대나무 작대기를 몇 년 동안 집에 보관하셨다. (77쪽)

 

사랑의 유통기한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거대 운석과 충돌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인류를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120쪽)

 

동래 옛집을 떠나 서울로 돌아온다. 서울은 나에게 있어 문명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이 거대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생태적 삶이라고는 흙 한 줌뿐이다.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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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2021.1.29. 사회적 | 숲노래 도서관 2021-01-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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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29. 사회적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던 1994년 어귀에 ‘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란 이름을 비로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즈음 대학교란 곳에서 만난 윗내기는 “대학교란 열린배움터이지.” 하고 곧잘 말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한테나 ‘열린’ 곳이라 했어요. 한자로 ‘대(大)’를 쓴 뜻은 ‘큰배움터’가 아닌 ‘열린배움터’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얘기를 스물 몇 해쯤 잊고 살다가 지난 2020년에 비로소 다시 떠올렸어요. 1994년 그즈음에는 허울만 ‘대학교·큰배움터·열림배움터’일 뿐, 마침종이로 금을 그으며, 배움터 사이에도 위아래를 가르고, 배움턱에 닿지 못한 수수한 사람 사이에도 금긋기를 일삼는 곳이 바로 ‘대학교’라고 느껴, 이런 곳은 ‘열린-’이든 ‘큰-’이란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쉽다는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이 그 열린배움터를 석 달 만에 그만두기로 했고, 푸른배움터를 마친 몸(고졸 학력)으로 즐겁게 살아가자고 다짐했습니다.

 

  오랜만에 옛자취를 떠올리며 ‘열린’이란 말씨를 헤아리다가 ‘사회·사회적’이란 일본 말씨를 풀어내는 실마리를 새로 찾았습니다. 1998년 언저리에는 ‘삶터’쯤으로 이 일본말을 풀어낼 만하다고 생각했고, 2002년 언저리에는 ‘살림’으로도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2007년쯤에는 ‘마을’하고 ‘터’로도, 2010년쯤에는 ‘곳·데·자리·마당’으로도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언뜻 보기로는 ‘사회·사회적’ 하나만 쓰면 다 될 일 아니냐고 할 텐데, 말을 쓰는 결이나 삶을 헤아린다면 사뭇 달라요. 우리는 한 낱말로만 여러 자리를 나타내지 못하거나 않아요. 우리는 여러 낱말로 여러 자리를 새롭게 나타내거나 그립니다. 그러니 꾸준하게 바깥말을 새로 들이지 않겠어요?

 

  이웃나라 일본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일본은 노벨문학상뿐 아니라 여러 ‘노벨 보람’을 두루 받았습니다. 이 나라에서 질그릇을 빚는 사람은 늘 찬밥꾸러기였으나, 일본으로 끌려간 질그릇님(도예가)은 크게 사랑받았어요. 요즈막에 한창 샅샅이 읽으며 맞아들인 ‘진창현’이란 분도, 이 나라에서는 꽃피울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찬밥이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고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스스로 생각하는 날개를 나라지기하고 벼슬아치가 싹뚝 꺾었고, 사람들 스스로도 살아남으려고 제 날개를 손수 꺾었습니다.

 

  날개가 꺾이거나 날개를 꺾는다고 할 적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길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수수한 살림자리나 마을이나 숲에서 말꽃을 피우는 길을 틀어막는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스스로 생각을 빛내어 ‘사회·사회적’이란 새말을 지었습니다. 이미 있는 몇 가지 한자를 엮었어요. 우리는 뭘 하느냐 하면, 일본사람이 생각을 밝혀서 지은 일본 한자말을 그냥 베끼거나 훔치거나 따라서 써요. 생각을 안 합니다. 생각날개를 안 폅니다.

 

  일본말 ‘사회·사회적’을 쓴대서 잘못도 아니요 말썽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생각날개를 안 펼 뿐이요, 생각날개를 안 펴는 자리에서는 생각도 삶도 사랑도 마을도 꿈도 책도 이야기도 글도 새롭게 싹트거나 피어나기 어렵습니다. 글로 돈을 벌고 이름을 얻은 숱한 사내가 저지른 응큼질이며 꼴값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글로 돈을 벌고 이름을 얻는 숱한 가시내는 무엇을 할까요? ‘정의연’이며 ‘여성단체’이며 ‘여성 국회의원’은 얼마나 슬기롭거나 아름다울까요? ‘돈·이름·힘’ 곁에 서면 사내도 가시내도 모두 바보가 되어 날개꺾이를 일삼는 우리나라이지 않나요?

 

  아무리 ‘민주·진보·평화·노동·인권·경제·혁명·평등·권리·여성운동(페미니즘)’ 같은 이름을 외치더라도 이런 숱한 말씨가 하나같이 일본 먹물붙이가 생각날개를 펴서 스스로 지은 말씨였으며, 우리는 이 일본말을 깊거나 넓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이 그냥 베끼거나 훔치거나 따라온 줄을 낱낱이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이름으로는 ‘진보’라지만, 서울에서 10억을 웃도는 잿빛집이랑 자가용 두엇을 거느리면서 아이들을 나라밖 배움길로 보내고 이래저래 ‘하늘(SKY) 대학교’에 슬그머니 밀어넣는다면, 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입니다. ‘사회·사회적’은 모두 겉치레입니다. 낡은 ‘사회·사회적’을 모두 허물고, 새터 새누리 새밭 새길 새물결 새집을 숲바람으로 가꿀 적에 스스로 깨어나는 빛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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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485 天相の弦 (진창현) | 숨은책시렁 2021-01-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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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85

 

《天相の弦 8》

 山本おさむ 글·그림

 陳昌鉉 도움

 小學館

 2006.6.1.

 

 

  주머니는 가난한데 읽어야겠구나 싶은 책을 알아보면 괴롭습니다. 주머니가 가난하다면 책집에는 얼씬을 말아야 할는지 모르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면서 이 쌈짓돈으로 몇 자락쯤 장만할 수 있으려나 어림합니다. 책집에서 보금자리로 옮겨갈 수 없는 책은 ‘서서 읽자’고 생각합니다. 책값을 대려고 일하지는 않으나, 일삯으로 거둔 살림돈을 푼푼이 책값으로 헙니다. 옷을 안 사고, 머리를 안 깎고, 주전부리를 치우고,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적게 먹거나 안 먹으면서 책을 곁에 놓으면 되리라 여겨요. 《天相の弦》이란 만화책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우리말로는 2003년에 조용히 나오다가 석걸음에서 멈췄습니다. 일본말로는 열걸음까지 나왔는데, 그리 사랑받지 못했는지 일찍 판이 끊어졌습니다. 짝을 맞추기 버거워도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는데, ‘진창현’이란 분이 경북 김천을 떠나 일본에서 홀로 바이올린을 깎으며 숲바람을 가락틀(악기)에 담아낸 땀방울을 헤아립니다. 스승이나 배움터나 지음터(공장)가 아닌, 깊은 멧숲 한복판에서 홀로 나무를 켜고 깎고 다루었기에 ‘스트라디바리’처럼 아름가락을 들려주는 길을 찾아내었지 싶어요. ‘진창현’ 님을 알아본 이웃은 숲바람처럼 노래하려는 마음을 나누던 분이었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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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477 소록도의 구술 기억 ⅴ | 숨은책시렁 2021-01-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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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77

 

《소록도의 구술 기억 ⅴ》

 김영희·황은주·김시연·제하나 듣고 씀

 국립소록도병원

 2020.10.28.

 

 

  2020년 12월 22일에 마지막으로 연 마을책집 〈한뼘책방〉이 있습니다. ‘한뼘책방’이란 이름으로 조촐히 책을 펴내면서 책집을 꾸리셨는데, 책은 앞으로도 내기로 하면서 책집만 닫았습니다. 마을 한켠을 보듬는 책집살림을 이어가는 줄 알았으나 좀처럼 마실할 틈을 내지 못하다가 마지막날 저녁에 늦지 않게 겨우 찾아갔어요. 아슬아슬했지요. 곧 책집을 닫으려 하는데, 이곳에 찾아온 손님 한 분이 저를 알아보시면서 “고흥에 사신다고요? 그러면 그 책을 드려야겠네요.” 하고는 2019년 12월 27일에 첫걸음을 내고 2020년 10월 28일에 다섯걸음을 내놓은 《소록도의 구술 기억》을 꾸러미로 건네주었습니다. 서울에 살기에 ‘서울 이야기’를 다룬 책을 다 알기 어렵듯, 고흥에 살더라도 ‘고흥 이야기’를 다룬 책을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외려 시골에서는 시골 이야기챡을 알기 더 어려워요. 마을하고 마을이 멀고, 읍내나 면소재지하고도 서로 멀거든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조용히 묶은 “작은사슴섬 입말”은 조그마한 섬에 묶인 채 살아야 하던 사람들 멍울이며 앙금이며 눈물이며 웃음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입말꾸러미를 묶으려고 애쓴 이웃이 있기에 놀랍고, 이 일을 서울 이웃이 했다는 대목이 더욱 놀랐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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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475 永遠平和の爲に (칸트) | 숨은책시렁 2021-01-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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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75

 

《永遠平和の爲に》

 カント 글

 高坂正顯 옮김

 岩波書店

 1949.2.20.첫벌/1952.5.30.6벌

 

 

  1795년에 처음 나온 “Zum ewign Frieden”를 일본에서는 1900년대 첫무렵부터 “永久平和論”이나 “永遠平和の爲に”로 옮깁니다. 우리말로도 여러 가지 나왔는데, 저는 ‘정음문고 2’로 나온 《永久平和를 위하여》(I.칸트/정진 옮김, 정음사, 1974)로 읽었습니다. 1700년대 이야기를 1974년에 나온 책으로 읽자면 아무래도 해묵은 빛을 엿볼 만한지 모르나, 싸움길이 아닌 어깨동무를 바라면서, 어떻게 해야 이 푸른별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을 멈추고서 푸르게 살아갈 만한가를 찾아나서려는 마음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1795년에 독일말로 나온 책을 이리 나무라거나 저리 꼬집은들 오늘 우리 삶에서 달라질 대목은 없어요. 1700년대라는 그즈음 눈높이로 어떻게 어깨동무를 바라보려 했는가를 살피면서,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한테 어떻게 어깨동무를 들려주고 사랑을 노래하는 길을 밝혀야 아름다울까를 헤아려야지 싶어요. ‘岩波文庫 3739’인 《永遠平和の爲に》이니, 끔찍이 싸움판을 일으킨 이웃나라로서 좀 느즈막하다 싶지만, 1949년에 펴낸 대목하고 제법 읽힌 책자취를 보면서, 오늘 우리도 ‘총을 내려놓고, 밉질을 멈추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손잡는 길’을 찾아나서는 데에 마음을 모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푸르게 살고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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