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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3.24. 우리 집이 더 높아! | 오늘 읽기 2021-03-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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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4.

 

《우리 집이 더 높아!》

 지안나 마리노 글·그림/공경희 옮김, 개암나무, 2013.3.3.

 

 

집을 새로 짓는 옆집에서 커다란 돌을 차곡차곡 쌓는다. 단단하게 밑을 받치려는 뜻일 텐데 쿵쿵 울린다. 고흥살이 열한 해를 돌아보면, 마을에서 쿵쿵 울리는 일을 할 적에 어느 누구도 미리 알려주거나 얼마나 이런 일을 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면소재지에서는 쓰레기를 태우지 말라고 날마다 떠들지만 정작 마을을 돌면서 살피는 일은 없다. 벼슬아치는 ‘마을방송을 하루에 몇 판씩 했다’고 밝힐 테지만 정작 마을사람은 다들 무엇이든 다 태워서 매캐한 기운이 날린다. 《우리 집이 더 높아!》가 새삼스럽다. 햇볕도 바람도 풀꽃나무도 같이 나누는 별이요 마을일 텐데, ‘우리 집이 더 높’으면 뭐가 좋을까. 네가 높은 꼴을 못 보겠다는 마음보라기보다, 함께 즐기면서 아름다울 길은 생각조차 못하는 채 길드는 삶인 셈이지 싶다. 벼슬꾼하고 장사꾼은 으레 되살림(재생사업)이니 예쁨(도시미화)이니 떠들지만, 하나같이 뒷주머니를 차려는 속셈이었다고 느낀다. 더 높이 쌓는 잿빛집으로 서울이나 시골이 아름다울까? 아니다. 누구나 마당을 누리고 해바람비에 풀꽃나무를 맞이할 수 있어야 아름다운 삶터가 되겠지. 자전거 타는 맨손이 시원하다. 봄이 깊어 간다. 봄볕하고 봄바람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집이다. ㅅㄴㄹ

 

우리 집이 더 높아!

지안나 마리노 글, 그림/공경희 역
개암나무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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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78 練習機를 띄우고 | 동시집+시집 2021-03-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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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른 편지

노향림 저
창비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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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3.30.

노래책시렁 178

 

《練習機를 띄우고》

 노향림

 연희

 1980.4.25.

 

 

  밥을 먹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밥을 지어야 할 테지요. 밥짓는 일꾼을 두거나 밥집에 시켜야 할 테고요. 먹고 싶은 대로 씨앗을 심어서 가꾸고 거둘 수도 있어요. 밥을 먹는 길은 여럿인 만큼, 밥살림을 꾸리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오늘을 겪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습니다. 글을 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써야겠지요. 입으로 읊는 말을 옮겨쓰는 심부름꾼을 두거나 길잡이가 될 스승을 곁에 둘 수 있어요. 잘 썼구나 싶은 글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고, 어떤 글도 안 읽고서 스스로 지은 삶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요. 스스로 어떤 글을 바라는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글살림을 가꾸기 마련입니다. 《練習機를 띄우고》는 1980년에 나왔고, 노래님은 1970년에 〈월간문학〉에 글을 내면서 시인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거의 모두라 할 시인은 책에 글을 내거나 스승이 이끌어 주는 길을 걷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길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이 시집이란 이름으로 나오며 문학으로 읽힙니다. 다만 손수 짓는 살림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낱말을 엮으면서 반짝거리는 틀은 세울 만하지 싶으나, 사람들이 저마다 하루를 사랑으로 살아가는 살림꽃하고는 퍽 먼 나라 글잔치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일부가 망가진 草幕이 잡풀 속에 들어 있다. // 그 속에도 바람이 부는지 / 근처의 나무들이 손을 / 허우적이고 있다. // 허우적이는 손 끝에 / 자꾸 어둠이 부스러지고 있다. (風景/69쪽)

 

육이오 사변이 끝났을 때 / 木浦市 竹橋洞 근처 //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 개망초 하나 / 밟혀서 혼이 나간 그가 // 살아 있다는 기적으로 / 끄슬린 얼굴 내밀고 웃었다. (記憶 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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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주름잡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21-03-3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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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3.31.

오늘말. 주름잡다

 

주름잡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뽐내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있어요. 우쭐대면서 보람이라고 여기는 때가 있더군요. 기운이 세니까 여럿 앞에서 주름을 잡겠지요. 꼭두머리가 되어 이끈다고 여겨 힘센 모습을 어쩐지 내세우고 싶은가 봐요. 뭔가 조금 낫기에 앞장을 설 만해요. 앞길을 헤치는 만큼 자랑스레 생각할 수 있어요. 앞이나 뒤란 뭘까요? 꼭두나 꼴찌는 뭔가요? 힘은 어떻게 쓰기에 아름다울까요? 기운은 어떻게 내면서 사랑스러울까요? 내가 높으면 너는 낮아요. 네가 높으면 내가 낮을 테지요. 한쪽이 높거나 낮으면 어깨동무가 안 돼요. 첫째를 따지니 둘째뿐 아니라 막째가 나오고, 첫손이 되려 하니 줄줄이 뒤에 섭니다. 들판에서는 모든 풀꽃이 나란히 자랍니다. 숲에서는 모든 목숨이 어우러집니다. 따로 돌봄칸이 없어도 서로 돌봐요. 굳이 지킴칸을 안 세워도 다같이 지키는 마음입니다. 손수 밥을 차려서 누려도 좋고, 때때로 나름밥을 시킬 수 있어요. 땀흘려 지은 살림이지만 마무리가 덜 되거나 망가졌으면 뒷갈무리를 할 노릇입니다. 앞길처럼 뒷길이 있고, 앞손처럼 뒷손이 있어요. 어디에서나 즐겁고 사랑스러워 아름다운 숨빛이기를 빕니다.

 

ㅅㄴㄹ

 

기운세다·힘세다·꼭두머리·우두머리·꼭두·꼭두자리·앞·앞길·앞장·높다·드높다·드세다·끌다·끌고 가다·이끌다·당기다·내세우다·나서다·첫째·첫손·첫자리·첫머리·자랑·우쭐대다·뽐내다·힘·주름잡다 ← 헤게모니

 

뒷갈무리·뒷갈망·뒷손·뒷손질·되받이 ← 리콜

 

나름밥 ← 배달음식

 

돌봄칸·살핌칸·지킴칸 ← 관리실, 숙직실, 당직실, 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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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섧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21-03-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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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섧다

 

바탕이 서기에 살아갑니다. 집 한 채를 지을 적에도 살림을 꾸릴 적에도 매한가지입니다. 밑살림을 요모조모 가꿔요. 바탕삶을 차근차근 일굽니다. 이모저모 일을 해서 밑살림돈을 벌고, 둘레나 마을에서 이바지하면서 바탕돈을 댑니다. 밑삶돈은 있어야 차분하면서 정갈하게 하루를 누릴 테지요. 밑길이 든든하지 않은데 날벼락 같은 일이 떨어진다면 걱정할 수 있어요. 큰돈이 들어갈 일이란 불벼락이나 앉은벼락이기도 합니다. 퍽 힘들 만한데,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면서 앞길을 그려야지 싶어요. 오늘은 벌거벗은 살림이라지만, 앞으로는 푸진 살림이 될 수 있어요. 오늘은 서러운 날이어도, 이제부터 활짝 웃는 날일 수 있어요. 우리 삶은 어떻게 흐를까요? 우리 하루는 어떻게 찾아들까요? 우리 손으로 이웃한테 따스히 다가갈 수 있고, 이웃이 우리한테 포근히 다가올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살림이 잘못이지 않습니다. 버거운 살림이 안 좋지 않습니다. 물결을 치듯 흐르는 하루 가운데 하나입니다. 해가 뜨고 지듯, 볕이 바르다가 그늘이 져요. 오늘은 눈물이라면 모레는 웃음일 테고, 이곳에서는 구슬퍼도 저곳으로 나아가면 노래가 되어요.

 

ㅅㄴㄹ

 

밑길·밑살림·밑삶·바탕살림·바탕삶 ← 기본생활, 기초생활, 최저생계

 

밑살림돈·밑삶돈·바탕돈 ← 최저생계비, 최저한의 생계비, 생계비, 기초연금, 기본소득, 기초소득, 종잣돈(種子-)

 

날벼락·감벼락·물벼락·불벼락·앉은벼락·슬픔·아픔·구슬프다·눈물겹다·눈물나다·서글프다·그늘·어둡다·안타깝다·안쓰럽다·가엾다·딱하다·애잔하다·애처롭다·불쌍하다·미어지다·찡하다·서럽다·섧다·잘못·떨어지다·힘겹다·힘들다·어렵다·애먹다·버겁다·벅차다·쪼들리다·찢어지다·헐벗다·가난하다·벌거벗다·나쁘다·안 좋다 ←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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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83 젊은 날 (백기완) | 동시집+시집 2021-03-3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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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 나에게도

백기완 저
푸른숲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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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3.30.

노래책시렁 183

 

《젊은 날》

 백기완

 화다

 1982.3.15.

 

 

  호로로롱삣쫑 하고 노래하는 새가 있습니다. 제 귀에는 이처럼 들려서 이렇게 노랫소리를 옮깁니다. 큰아이가 이 새는 어떤 이름이냐고 묻습니다. 고장마다 다르게 이름을 붙이는 새라서 큰아이더러 스스로 느끼는 대로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보라고 말합니다. 새를 헤아리면 언제나 사람들 스스로 이름을 붙여요. 누가 붙이지 않고, 따로 알리지 않아요. 새를 마음으로 마주하고 사랑으로 동무하는 눈빛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젊은 날》은 2021년에 흙으로 돌아간 백기완 님이 처음으로 선보인 노래책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젊은 날”에 어떤 꿈을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하루를 지었는지를 풀어놓고, ‘나이가 제법 들었으나 아직도 젊은 넋으로 꿈꾸면서 사랑하고 싶다’는 뜻을 엮습니다. 어찌 보면 투박합니다. 이래저래 피가 끓습니다. 그리고 수수합니다. 새는 어떻게 노래할까요? 새가 노래를 하듯이 글을 쓰면 우리 글빛에는 하늘빛 숨결이 흐르리라 생각해요. 개구리는 어떻게 노래하지요? 개구리가 노래를 하듯이 글을 여미면 우리 글꽃은 풀꽃이 되고 나무꽃이 되며 숲꽃이 되는구나 싶어요. 못난 꽃도 잘난 꽃도 없습니다. 못난 글도 잘난 글도 없어요. 스스로 피어나면 모두 글이요, 스스로 노래하면 그대로 노래(시)입니다.

 

ㅅㄴㄹ

 

그렇다 /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 구르는 마루 바닥에 /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젊은 날/11쪽)

 

몰개(파도)는 손짓하고 갈매기는 우짖어 / 쪽배는 출렁이는데 / 왜 이 못난 것은 / 그리움에 젖을까 (갯바람/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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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인문책 2021-03-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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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저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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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30.

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삶을 이루기까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으려 했는가 하는 발자국을 들려줍니다. 글님으로서는 틀(법) 곁에 꽃(예술)을 놓아야 비로소 이 나라가 거듭나리라 여기는 배움길이자 가르침길이었다고 합니다. 틀을 반듯하게 세우더라도 꽃을 곁에 놓지 않을 적에는 그저 딱딱하거나 차가운 쇳덩이에 그친다고, 꽃이 피어날 틈을 두는 틀이어야 하고, 꽃을 돌보는 손길로 삶을 가꿀 줄 아는 틀이어야 한다고 여긴다지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님은 틀(대학교) 쪽에 서서 일합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딱딱하고 차가운 쇳덩이를 바꾸거나 고칠 만한 길을 생각하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틀(권력) 쪽에 서고 나면 주머니를 그득히 채울 만하기에, 숱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바른말(정의·진보)을 내놓지만 속은 빈 겉발림이기 일쑤라고 합니다.

 

  틀이 아닌 쪽은 어떤 삶일까요. 틀에 들어서지 않기에 가난하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아프거나 슬픈 삶일까요. 틀에 서서 주머니를 꿰차기에 외려 마음이 가난하고 고되고 벅차고 아프거나 슬픈 길이지는 않을까요.

 

  2021년에 고흥군청 코앞에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이 잔뜩 들어섭니다. 전라남도에서도 귀퉁이라 할 이 시골자락 군청 코앞 잿빛집은 한 칸에 3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시골 읍내에 높다란 잿빛집까지 올려야 할 만큼 ‘시골에 집이 없’을까요.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올려야 ‘서울을 닮은 살림(세련된 도시문화)’이 될까요.

 

  틀이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틀만 있고 꽃이 없다면, 풀 한 포기가 돋을 틈이 없고, 풀꽃을 둘러싼 숲이 없다면, 그 틀은 언제나 딱딱하고 차가운 나머지 아무런 숨결(생명)을 못 낳습니다. 숨결을 못 낳는 곳에는 사랑이 없기 마련이고, 사랑이 없는 데에는 새롭게 날갯짓할 생각이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집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책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일꾼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햇볕이나 비나 바람이나 바다나 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나 넉넉히 누릴 만큼 다 있습니다. 틀을 세워서 혼자 주머니에 쑤셔넣으려 하니 모자라 보일 뿐입니다.

 

  살림하는 사람은 틀을 세우지 않아요. 살림을 하기에 삶을 지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틀에 서지 않아요. 사랑을 하기에 사람다이 하루를 노래해요. 돈·힘·이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직 돈만 밝히고 오로지 힘만 움켜쥐고 그저 이름에 얽매이니 바보가 될 뿐입니다. 꽃돈이 되고 꽃힘이 되고 꽃이름이 될 노릇입니다. 꽃손이 되고 꽃눈이 되고 꽃몸이 될 삶입니다. 틀(법·사회·정치·권력)은 이제 그만 읽고서 틈(꽃·풀·숲·사랑·살림)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그저 제가 읽은 책들을 저 나름으로 소화하고 정리했을 뿐입니다. 전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에요. (18쪽)

 

우리나라는 교보문고 정도 되는 대형서점에서도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든가 전문적인 학술서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일본은 후쿠오카만 하더라도 그런 방면의 다양성은 훨씬 낫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교보문고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런 다양성을 꾀하면서 훌륭한 내실을 보여주는 서점들이 몇 군데 있어요. (56쪽)

 

중학교에 올라온 제게 대구라고 하는 공간은 너무나도 외로운 곳이었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으니 하굣길의 헌책방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때 헌책방 주인 분들은 저 같은 학생이 책을 샅샅이 헤집고, 몇 시간이나 구석에 앉아서 줄곧 그 책들을 읽는 것을 눈감아 주었던 것 같아요. (60∼61쪽)

 

우리나라의 법률 교육이라고 하는 게 철두철미 폐쇄적이고 도그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법률가가 되어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란 대단히 힘든 법입니다. (92쪽)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엔 일반적인 지식 사회, 지식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근대적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서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미신적 권위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95쪽)

 

저는 바깥세상에 대곤 정의와 진보를 얘기하면서 자기가 속한 학문, 대학, 가정, 학연, 지연, 혈연을 너무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125쪽)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자는 번역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이 한글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그런 걸 꺼리는 것 같은 인상까지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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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511 尋常 小學國史 上卷 | 숨은책시렁 2021-03-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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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11

 

《尋常 小學國史 上卷》

 文部省 엮음

 大阪書籍株式會社

 1920.10.22.

 

 

  일본에서 일본 어린이를 가르치려고 1920년에 펴낸 《尋常 小學國史 上卷》을 천안에 있는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어쩐지 판짜임이나 글씨나 줄거리가 낯익구나 싶더니, 1923년에 조선 어린이한테 가르치려고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普通學校 國史 兒童用》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尋常 小學國史》는 일본 어린이가 배울 책이니 일본 발자취를 담을 텐데, 《普通學校 國史》는 우리나라(조선) 어린이가 배울 책이지만 우리 발자취가 아닌 일본 발자취가 가득해요. 그런데 이 배움책 사이사이에 손글씨로 적어서 슬쩍 붙인 종이가 있습니다. 꽤 많아요. 왠 종이를 이렇게 붙였나 하고 들여다보니 ‘우리 발자취’를 일본글로 적었더군요. 아, 그무렵(일제강점기) 어린이를 가르치던 어른이 쓰던 배움책 같아요. ‘국사’란 이름인데 일본 발자취만 가르칠 수 없다고 여겨, 서슬퍼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몰래 가르친 자국이네 싶어요. 일본 배움책을 다룬 곳(發賣所)은 ‘國政敎科書共同販賣所’입니다. 오늘 우리는 ‘국정교과서’란 이름을 쓰는데 일본 제국주의 옷을 물려입은 셈입니다. 털어낼 티끌이란 무엇일까요? 씻어낼 허물이란 뭘까요?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요?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오늘을 들려주면서 앞길을 그릴 적에 참다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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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8 존경하는 | 책 언저리 2021-03-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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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3.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8 존경하는

 

 

  책하고 얽혀 “어느 분을 존경하셔요? 스승이 누구예요?” 하고 묻는 말이 몹시 듣기 싫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똑같은 사람이자, 저마다 새로우면서 빛나는 숨결인 사랑을 품고 살아가기에, ‘누가 누구를 우러르거나 높이거나 섬기거나 모시거나 받들거나 따를 수 없다’고 느껴요. 저는 으레 “왜 누구를 존경해야 하지요? 왜 누구를 스승으로 두어야 하나요?” 하고 되묻습니다. 저처럼 되묻는 사람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한테서나 배울’ 뿐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존경하지 않’되, ‘굳이 높이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를 높일’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국민학교를 다니던 열 살 무렵, 배움터에서 낸 ‘존경하는 인물 써 오기 독후감 숙제’에서 “나는 나를 존경합니다. 어느 누구도 존경할 수 없기 때문이고, 내가 나를 존경할 줄 알 적에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하고 적어서 냈어요. 이러고서 흠씬 두들겨맞았지요. 1984년 배움터 길잡이는 이런 글쓰기를 장난질이라고만 여겼어요. 우리는 누가 쓴 글이든 기꺼이 배울 만하되, 우리 스스로 쓴 글에서 가장 깊고 넓게 사랑을 배워요. 부디 스스로 높이고, 돌보고, 사랑해 주셔요. 우리한테는 우리가 스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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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7 많이 드셔요 | 책 언저리 2021-03-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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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3.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7 많이 드셔요

 

 

  저 스스로 안 하는데 남더러 하라 말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안 즐기는데 이웃더러 해보라 얘기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하기에 동무한테 들려주고, 저 스스로 누리기에 아이들한테 물려줍니다. “많이 먹어.” 같은 말을 어릴 적부터 꺼렸습니다. 왜 많이 먹어야 하는가 싶더군요. 어린 저로서는 ‘밥보다 놀이’였기에 “안 먹어도 좋으니 마음껏 놀아.” 같은 말이 반가웠어요.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서 밥자리에 있다 보면 “많이 먹으셔요. 왜 이렇게 안 먹으셔요?” 하고 물어보십니다만, 저는 누구한테도 “책 많이 읽으셔요. 삶을 많이 배우셔요. 옷을 많이 입으셔요. 더 많은 책집에 다니셔요.” 하고 말하지 않아요. 제가 책을 많이 읽거나 여러 책집을 다니더라도 저로서는 늘 ‘즐거움’ 하나일 뿐 ‘많이’가 아닙니다. 즐겁도록 알맞게 먹으면 되고, 즐겁도록 알맞게 입으면 되고, 즐겁도록 알맞게 벌어서 살림을 지으면 돼요. 모든 책은 ‘즐겁게’ 읽어야 할 뿐입니다. ‘많이’ 읽거나 ‘더’ 읽지 맙시다. 모든 글이나 말은 ‘즐겁게’ 쓰고 나눌 뿐입니다. ‘많이’ 쓰거나 읊지 맙시다. 아이들한테 많이 먹이지 마요. 아이들한테 많이 읽히지 마요. 어른인 우리 스스로 늘 즐겁게 하루를 짓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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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72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 인문책 2021-03-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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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기획/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저
철수와영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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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72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밑틀

 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글

 철수와영희

 2020.10.24.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20)는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인권’은 ‘사람길’이 아닌 ‘사내가 살아갈 길’이란 뜻이었고, 이 틀을 깨려고 ‘여권’이란 말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짓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아내’란 낱말은 일본말 ‘내자(內子)’를 그대로 옮긴 말씨입니다. ‘안사람 = 안해 = 아내’이거든요. ‘바깥양반’도 일본말이지요. 겉모습은 한글이어도 속내는 일본 살림을 드러냅니다. 이러구러 우리나라는 조선 오백 해에 일제강점기 서른여섯 해를 거치면서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가르치되 늘 뒷전에서 들볶이던 가시내’라는 틀이 섰어요. 이동안 사내는 붓을 쥐고 거들먹거렸습니다.

 

  다만 이러한 틀은 벼슬아치나 임금붙이에서나 있었어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돌보는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고 쉬고 놀고 어우러지면서 지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림을 꾸리고 손수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라는 길을 걸었어요. 이와 달리 먹을 갈아 종이에 붓글씨를 쓰던 한 줌조차 안 되는 이(사내)들은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종으로 부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틀은 오늘날에도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내가 집안을 꾸리는 틀은 ‘먹붓종이를 만지던 옛날 사내’하고 똑같거든요.

 

  2021년 우리나라는 서울지기(서울시장)·부산지기(부산시장)를 새로 뽑습니다. 서울지기·부산지기 모두 응큼짓(성폭력)을 저질러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두 손으로 흙을 만지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꾸리는 사내가 아닌, 먹붓종이를 손에 쥔 사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린 채 나라일을 맡거나 글을 쓰거나 가르치는 모든 사내’는 바보짓을 일삼기 쉽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가시내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응큼짓(성폭력)은 사내만 하지 않습니다. 살림을 짓지 않는 가시내도 똑같이 응큼짓을 해요. 다시 말해서, 살림을 안 짓고 참사랑하고 등진 채 글만 파는 먹물붙이(지식인)는 사람길(인권)하고 동떨어진 응큼짓(성폭력)이며 막짓(폭력·갑질)으로 기울고 만다고 느낍니다.

 

  이런 오늘날 우리는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를 새롭게 바라볼 만합니다. 여태껏 ‘길(인권)’을 ‘사람’이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사람으로 보도록 ‘응큼짓·막짓 먹물붙이 사내’가 아닌 ‘살림을 짓고 사랑을 가꾸는 사람, 이 가운데 가시내라는 포근사랑’이라는 눈썰미를 키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자리에 서면 참말로 모든 사내·가시내가 바보짓이나 막짓이나 응큼짓을 합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지으며 숲을 사랑하는 자리에 있으면 어떤 사내나 가시내도 바보짓·막짓·응큼짓을 안 해요.

 

  우리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껍데기만 사람이 아닌, 속알맹이가 참답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즐거이 살림을 짓고 돌보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서로 사람이기에 가시내랑 사내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서로 사람일 때라야만 오늘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꿈을 가꾸는 어른이 되어요.

 

ㅅㄴㄹ

 

 

‘사내 녀석들이 본래 그렇잖아.’ ‘뭘 그까짓 걸 갖고 앞길이 구만리인 남자애들 인생 망치려고 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관행이었죠. (21쪽)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관리의 대상이었다는 거예요.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고 기획합니다. (77쪽)

 

자기들도 아는 거예요. 그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심한 거예요. 딱히 욕을 하는 이유가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86쪽)

 

저도 그렇지만 대학 안에 있으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현실의 물적 조건, 가장 절박한 그 순간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이론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148쪽)

 

20대 이후 남성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50대가 되면, 여성보다 세 배나 많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군대에서 익힌 잘못된 군대 문화, 가부장적 질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결국은 남성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더 많이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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