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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50 푸른 꽃 2 (시무라 타카코) | 만화책 2021-04-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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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푸른 꽃 2

시무라 타카코 글,그림
중앙북스(books)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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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4.30.

만화책시렁 350

 

《푸른 꽃 2》

 시무라 타카코

 오주원 옮김

 중앙북스

 2010.2.17.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대수롭지 않으면서 대단합니다. 사내가 사내를 좋아하든 가시내가 가시내를 좋아하든 ‘좋다’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사내가 가시내를 좋아해야만 하지 않고, 가시내가 사내를 좋아해야만 하지 않아요. 굳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야 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에서나 서로 좋다고 하는 마음이 푸릇푸릇하게 흐를 만합니다. 이 ‘좋다’가 어떠한 숨결인가를 읽고, 이 숨결을 보살피는 길을 살피고, 이 길을 마음에 담아 찬찬히 사랑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느낍니다. 《푸른 꽃 2》은 푸르게 피려는 꽃이 얼마나 바들바들하면서 망울이 터질 듯 말 듯 헤매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꽃책은 우리말로 석걸음까지만 나오고 그쳤으나, 일본에서는 여덟걸음으로 매듭을 지어요. 마음이 맞아서 마음을 나누는 동무로 좋은 사이가 있다면, 마음이 닿기를 바라면서 동무 아닌 꽃짝이 되고픈 사이가 있습니다. 함께하기에 즐거워 동무라면, 타오르는 마음을 풀어놓으면서 푸르게 피어나고 싶은 꽃짝이에요.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이는 함께 바라보면서 좋다면, 함께 걸어가면서 아름다이 피어날 수 있는 사이는 서로 꽃이 되기에 좋아요. 누가 알려주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꽃인 줄 느끼면서 내딛는 조촐한 걸음마입니다.

 

ㅅㄴㄹ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데, 그것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어.’ (9쪽)

 

“더 확실히 부딪히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래서 부서진다면 단지 그뿐인 거고.” ‘아이스크림 하나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었나 봐.’ (84쪽)

 

“화났었어?” “화 안 났어요.” “내가 후미를 화나게 해서 그랬지?” “화나게 했다고요? 후미는 울었단 말이에요. 제가 화난 건 그래서예요.” “화난 거 맞잖아.” (147쪽)

 

#志村貴子 #?い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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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39 혼자 사는 초등학생, 에노시마의 하늘 | 만화책 2021-04-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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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혼자 사는 초등학생 2

마츠시타 코이치로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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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4.30.

만화책시렁 339

 

《혼자 사는 초등학생, 에노시마의 하늘》

 마츠시타 코이치로

 김시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7.6.30.

 

 

  가난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녀리다·가엾다·가볍다’ 같은 낱말이 떠오릅니다. 없으니 가벼울 테고, 가벼우니 후줄근할는지 모르나, 가볍고 후줄근하기에 외려 홀가분히 하늘을 날기도 하지 싶습니다. ‘가난’하고 맞서는 낱말은 ‘가멸다’입니다. 둘은 ‘가’로 여는 대목이 같지만 ‘가멸다’는 ‘가득하다’ 갈래입니다. 가만 보면, 가난하다랑 가멸다는 한끗만 다르지 싶어요. 주머니가 든든한 가멸다가 있다면 마음이 넉넉한 가멸다가 있어요. 우리는 어느 가난·가멸다 사이에서 헤매는 삶일까요. 《혼자 사는 초등학생, 에노시마의 하늘》은 주머니는 가난하되 마음은 가멸찬 아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짝 억지스런 대목이 많은 그림꽃책입니다. 가난한 동무를 뻔히 보고도 도울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거나, 가난한 아이를 버젓이 가르치면서 팔짱을 끼는 어른들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누가 꼭 도와주어야 하지는 않아요. 스스로 일어설 만합니다. 다만 ‘보고도 등을 돌린다’면 좀 다른 얘기일 테지요. 보았으나 살갗으로 안 느낀다면, 삶을 모르는 셈이요, 이때에는 이웃을 못 헤아릴 뿐 아니라, 정작 우리 스스로 오늘 어떤 살림이자 하루인가도 똑같이 못 헤아리는 쳇바퀴라고 할 만하지 싶습니다.

 

 

“그보다 이 새 책가방 좀 봐. 핸드메이드고 20만 엔이나 해.” “그래서 어쩌라고. 자랑하냐?”“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왜 얘기한 건데?” “그건, 린 책가방이 낡았으니까 내가 쓰던 거 줄까 해서!” “어? 난 괜찮아. 이게 있으니까.” “그렇게 낡은 것보다 내가 쓰던 게 훨씬 더 나을 텐데?” “그치만 이 책가방에는 추억이 잔뜩 담겨 있거든.” (42쪽)

 

“사과해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서 깜짝 놀랐어.” “실은 료가 너한테 사과하랬거든.” “어?” “료는 참 좋은 애지?”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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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30 미스 미소우 下 | 만화책 2021-04-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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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미스미소우 완전판 하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
대원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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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부터 볼 수 있는 그림꽃책.

읽으면서 내내 숨이 막혔는데

가만 보면 오늘날

숱한 시나 소설이나 영화나 연속극이 

죄다 이런 줄거리였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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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4.30.

만화책시렁 330

 

《미스 미소우 下》

 오시키리 렌스케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6.30.

 

 

  얼마나 밉기에 죽이고픈 마음이 들까요. 처음에는 가볍게 놀리거나 괴롭힐 뿐이지만, 이내 놀림질이나 괴롭힘질이 깊고 크더니, 어느새 생채기를 내면서 무너뜨리지요. 놀리거나 괴롭히는 이한테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거울을 비추면 될까요, 되돌려주면 될까요? 어릴 적부터 어버이나 둘레 어른한테서 받은 손가락질이나 주먹질을 스스로 되풀이하지는 않을까요? 이 모든 굴레는 누가 어떻게 풀 노릇일까요? 너도 죽고 나도 죽으면, 다같이 죽음수렁으로 빠지면 풀릴까요? 《미스 미소우》는 이제 푸른배움터를 마치고 스무 살로 접어들 아이들이 서로 아끼거나 돌보거나 헤아리는 눈빛도 손길도 아닌, 어떻게 하면 더 모질게 괴롭히고 사납게 놀릴 만한가 하고 치닫다가 다같이 죽음수렁에 빠져드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꾸민 줄거리라고 여길 만하겠으나, 오늘날 이 터전은 아무래도 다같이 죽음수렁으로 달려가는 꼴이지 싶어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불같이 으르렁거리지 않나요? 심고 가꾸고 짓는 사랑이 아닌, 미워하고 괴롭히고 놀리는 불길을 감춘 하루는 아닐까요? 너랑 나는 틀림없이 다르기에 동무가 됩니다. 다르기에 다른 빛을 마주보고 돌아보는 마음으로 자라기에 동무예요. 금을 그어 이쪽저쪽을 갈라서는 모두 죽음밭입니다.

 

ㅅㄴㄹ

 

“열라 짜증난다고! 너도 반 놈들도. 다들 쫄래쫄래 금붕어 똥처럼 들러붙어서는 멋대로 끙끙 앓고 제멋대로 폭주하기나 하고. 아주 신물이 나. 그 중에서도 특히 너 루미! 기분 나빠서 토할 것 같단 말이다!” (138쪽)

 

‘나는 끔찍했던 과거를 덧칠해서 중학 시절을 다시 보내고 싶었어. 비록 교사라는 입장이지만 친구를 만들어서.’ (216쪽)

 

“이 나이에는 이런 추위를 버티기 힘들구나. 할아버지는 전철로 돌아갈게. 따뜻해지면 또 오마.”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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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마실 2021.4.24. 구미 그림책산책 | 책숲마실 2021-04-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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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책은 포근한 멧갓 (2021.4.24.)

― 구미 〈그림책산책〉

 

 

  그림책이 그림책이라는 이름을 얻기 앞서 ‘화집·아동화집’ 같은 이름이었습니다. 이제 어린이책을 어린이책이라 합니다만 오래도록 ‘아동서적’이란 이름에 밀렸어요. 요새는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이라 하는 분이 늡니다. 그림하고 글로 이야기를 엮기로는 그림책하고 매한가지이나, 줄거리나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어서 꽃처럼 터뜨리는구나 싶은 만화책이라, 저는 ‘그림꽃책’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빛나고, 그림꽃책은 그림을 꽃처럼 터뜨리면서 빛난다고 느껴요. 글로만 읽으면 ‘동시’요, 가락을 얹어 ‘동요’라 하지만, 어린이 곁에서는 ‘노래’이면 넉넉하지 싶어, ‘노래책’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아침 일찍 포항에서 구미로 건너옵니다. 시외버스는 꽤 돕니다. 갈수록 시외버스가 줄어요. 돌더라도 아직 버스길이 있으니 고맙습니다. 버스나루에서 택시를 타고 〈그림책산책〉으로 달리는데 “멀지도 않은데 택시를 타느냐”며 손님을 나무랍니다. 암말을 안 했습니다. 길잡님(운전기사)한테는 제 등짐이 안 보이나 봐요.

 

  구미를 사랑하기에 그림책으로 이 고장을 밝히려는 마을책집 앞에 섭니다. 어제는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셌다면, 오늘은 구름이 물러나고 바람이 잡니다. 〈그림책산책〉 알림판 너머로 멧자락 나무물결에 하늘자락 파란빛이 어우러집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책손이라면 햇빛에 하늘빛에 숲빛에 골목빛을 나란히 품겠어요.

 

  해가 비스듬히 스미면서 책집이 환합니다. 나들턱이며 골목 담벼락 기스락을 따라 들꽃이 잎을 내고 꽃을 내놓습니다. 누가 심지 않는다지만, 바람이며 개미가 심고, 새랑 풀벌레가 심으며, 아이들이 씨앗을 후후 불어서 심습니다.

 

  그림책 《미움》을 책집지기님하고 같이 읽다가 ‘미움’보다 ‘가시’란 낱말로 책이름을 붙이면 줄거리나 이야기를 아이들이 새롭게 바라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미움’이라 하면 책이름부터 맺음말이 다 보이지만 ‘가시’라 할 적에는 ‘가시’로 가지를 친 ‘갓(가시내·메·모자)’이란 낱말로 생각을 이어 삶을 더 들여다볼 만해요. 물고기를 먹으며 ‘가시’라 하지만, 물벗한테는 ‘뼈’요, 몸을 버티고 이루는 밑틀이자 알맹이인 가시이기도 합니다. 가시내가 가시내인 까닭은 멧봉우리처럼 높고 숲을 품는데다가, 모자처럼 아늑하게 덮고, 사나운 것을 씩씩하게 물리치면서, 사랑으로 가는(가+다) 뼈대(밑틀)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함께 읽으며 어른도 마음을 달래는 그림책입니다. 어린이 눈높이를 살피면서 앞꿈을 그리는 사랑을 담기에 누구한테나 빛나는 그림책이에요. “Wolf in the Snow”나 “Julian is a Mermaid”처럼 짧은 한마디로 살림을 노래하는 그림책이고요.

 

ㅅㄴㄹ

 

《그림책이라는 산》(고정순, 만만한책방, 2021.3.12.)

《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이자벨 아르스노/엄혜숙 옮김, 상상스쿨, 2018.4.25.)

《언니와 동생》(샬롯 졸로토 글·사카이 고마코 그림/황유진 옮김, 북뱅크, 2020.2.15.)

《끼인 날》(김고은, 천개의바람, 2021.4.1.)

《미움》(조원희, 만만한책방, 2020.7.6.)

《Wolf in the Snow》(Matthew Cordell, Feiwel & Friends, 2017.)

《Julian is a Mermaid》(Jessica Love, Candlewick press, 20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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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4.23. 포항 지금책방 | 책숲마실 2021-04-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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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오늘부터 이웃 (2021.4.23.)

― 포항 〈지금책방〉

 

 

  새삼스럽지 않지만, 걸어다니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줄어듭니다.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우는 어버이가 많고, 배움터(학교)를 마친 뒤에 쉬거나 놀 겨를이 없이 다른 배움자리(학원)로 가느라 곧장 옮기기 일쑤예요. 마을 빈터나 골목에서 노는 아이가 사라지니, 걸어다니는 아이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만, 빈터나 골목을 그대로 안 두고서 죄 잿빛집(아파트)으로 올려세우는 어른들은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아요. 아니, 아이를 볼 틈이 없다고 해야 맞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느긋이 뛰놀며 자라는 아이는 스스럼없이 동무하고 이웃을 사귑니다. 굳이 배움터에서 안 가르쳐도 좋고, 배움자리에서 안 어울려도 됩니다. 마을에서 다같이 놀고 일하고 심부름하고 소꿉하던 아이들은 어른 곁에서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마음을 살찌웠어요. 이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을 찾아 보금자리를 가꾸는 길로 나아갔습니다.

 

  포항에 계신 이웃님도 있지만, 포항에 〈달팽이책방〉이 태어났기에 늘 이 고장을 눈여겨봅니다. 〈달팽이책방〉이 아니었어도 포항에서 피어난 마을책집이 있었을 테지만, 마을이라는 터를 상냥하면서 즐거이 보듬는 손길이 차근차근 퍼지면서 바로 오늘 같은 포항 책살림이 물결칠 만하지 싶습니다.

 

  효자동에서 오천읍으로 갑니다. 드넓은 만듦터(공장)라든지, 들판을 밀어내어 올린 잿빛집은 인천이랑 같습니다. 이렇게 뚝딱 세워야 하더라도 들판을 아끼는 길이 있어요. 나무랑 숲을 건사하면서 다스리는 길도 있습니다. 이러자면 돈이며 품이 든다지만, 나무랑 들이랑 숲을 돌보면서 세우는 집이며 마을은 적어도 200∼300해를 가요. 집쓰레기(건축폐기물) 없이 포근집이란 숨결을 잇습니다.

 

  들·숲·멧골을 밀어서 잿빛터(아파트단지)로 바꿀 적에 시내버스나 찻길이나 가게를 살피기는 할 텐데, 여기에 책집하고 찻집을 함께 헤아리면 좋겠어요. 자가용을 대는 커다란 책집이 아닌, 두 다리나 자전거로 사뿐히 마실하는 책집을 두어 새롭게 삶터를 가꾸는 길(행정)을 열면 좋겠습니다. 포항 오천에서 〈지금책방〉은 바로 이곳에서 오늘을 되새기면서 가꾸는 책샘터이지 싶습니다.

 

  아직 멀다면 이제부터 가면 돼요. 여태 없다면 오늘부터 지으면 돼요. 어제까지 잿빛이라면 바로 이곳에서 우리가 풀씨·꽃씨·나무씨를 심으면 됩니다. 아직 모르는 책을 만납니다. 여태 어렴풋이 스친 책을 마주합니다. 어제까지 낯선 글님이 오늘부터 마음벗으로 녹아듭니다. 아이랑 읽고, 아이를 꿈꾸며 읽어요. 푸름이하고 읽고, 푸름이가 새롭게 가꿀 마을을 헤아리면서 읽습니다.

 

ㅅㄴㄹ

 

《부족해 씨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쥘리앵 비요도/손시진, 키즈엠, 2016.11.11.)

《에이드리언 심콕스는 말이 없다》(마시 캠벨 글·코리나 루이켄 그림/김경미 옮김, 다산기획, 2019.6.15.)

《엄마, 난 도망갈 거야》(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클레먼트 허드 그림/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08.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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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4.22. 대전 다다르다 | 책숲마실 2021-04-3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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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저녁길 (2021.4.22.)

― 대전 〈다다르다〉

 

 

  공주 마을책집을 들르고서 대전으로 건너가려는데 버스나루에 닿자마자 버스가 떠납니다. 30분을 기다리면 다음 버스가 있습니다. 등짐을 걸상에 앉힙니다. 서서 책을 읽고 노래꽃을 씁니다. ‘유성’에서 내릴 생각만 했는데, 이에 앞서 ‘반포’에서 내리면 전철로 갈아타기 한결 좋군요.

 

  대전 한복판을 지나가려는 길은 한참 엉금엉금입니다. 큰고장에서는 흔하지요. 나무·풀꽃·멧골·벌나비·새·숲짐승·딱정벌레·개구리·뱀·잠자리는 안 흔하지만, 자동차랑 잿빛집만큼은 흔합니다.

 

  겨우 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탑니다. 때를 살피니 〈다다르다〉에 살짝 깃들 겨를이 될 듯합니다. 저녁하늘을 보고 싶지만 번쩍거리는 불빛하고 높다란 집에 가립니다. 바삐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늘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새로 쓴 노래꽃 ‘오래책’을 옮겨적습니다. “별님은 어디나 깃들면서 / 마음씨를 반짝반짝 심고 / 해님은 어디서 솟더라도 / 사랑씨를 따뜻따뜻 심고” 같은 글월을 옮기면서 이곳에 별빛이며 햇빛이 살며시 깃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로역에서 내려 걷자니 ‘성심당’을 가리키는 알림판이 곳곳에 있습니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지요. 다만 저는 대전이란 고장을 곳곳에 움튼 책집으로 떠올립니다. 오늘 다다를 마을책집을 그리면서 걷습니다. 골목 한켠에 1·2층으로 가꾼 〈다다르다〉에 닿습니다. 숨을 돌리고서 들어섭니다. 번들거리고 왁자지껄한 바깥물결을 막아 주는 이곳에서 땀을 훔칩니다. 책집 불빛은 맛집·멋집 불빛하고 다릅니다. 겉몸이 감싸는 속알을 헤아리도록 넌지시 이끄는 이곳입니다. 겉그림으로 여민 속그림을 톺아보도록 가만히 손을 내미는 이곳이에요.

 

  첫걸음은 사뿐히 다가갑니다. 두걸음은 가볍게 다가섭니다. 석걸음은 날듯이 다가오고, 넉걸음은 빛내며 다다르지요. 우리는 이 별에서 저마다 다른 보금자리를 생각하면서 두 다리를 디뎌요. 다르기에 닮고, 닮기에 다른데, 다같이 하늘을 바라보면 파랗게 물듭니다. 파란하늘을 머금은 누구는 풀빛이 되고, 빨강이 되고 노랑이 되며 하양이 됩니다. 때로는 하늘을 고스란히 머금어 파랑이 됩니다.

 

  지난 2018년부터 이곳에서 책쉼터 살림을 짓는 〈다다르다〉는 2011년부터 대전이란 고장에서 이슬받이로 지냈어요. 이슬 한 방울이 내려 풀님이 목을 축이고, 비 두 방울이 내려 나무님이 몸을 씻어요. 살랑 넘기는 책 한 자락은 우리한테 찾아와 마음을 밝히는 노래가 됩니다. 저녁에 저녁노래를 듣습니다. 사락 넘기는 책 두 자락에서 말없이 흐르는 가락을 품고서 길손집으로 갑니다.

 

ㅅㄴㄹ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어슐러 K.르 귄/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1.29.)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이재철, 홍성사, 1995.8.5./2021.1.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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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4.22. 공주 느리게책방 | 책숲마실 2021-04-3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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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들꽃을 (2021.4.22.)

― 공주 〈느리게 책방〉

 

 

  시외버스를 타고 공주에 옵니다. 고흥에서는 광주를 거쳐서 오는 길이 있군요. 돌고돈다지만 서울을 안 거치고 여섯 시간 남짓이면 됩니다. 버스나루에서 어떻게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걷습니다. 어느 고장이든 두 다리로 느긋이 걸어야 마을빛을 느끼면서 사귑니다. 처음에는 늘 걷고, 다음에는 시내버스를 타며, 이윽고 택시를 타요. 여기에 자전거를 더하면 마을 곳곳을 새삼스레 헤아릴 만합니다.

 

  버스나루부터 〈느리게 책방〉까지 걷자면 어른걸음으로 40분입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냇빛을 누립니다. 길가에 드문드문 오르는 들꽃을 만납니다. 바쁘지 않다면 들꽃한테 손을 내밀어 봐요. “우리를 반기려고 이렇게 피었구나?”

 

  공주 시내를 걸으며 어쩐지 낯섭니다. 여태 어느 고장도 이렇게 거님길에 자동차가 없지 않습니다. 더구나 거님길이 꽤 넓어요. 거님길에 함부로 올라선 자동차가 드물 뿐 아니라 거님길이 넓으니 천천히 두리번거릴 만합니다. 다만 자전거로 놀러온 분이 갑자기 씽씽 달리니 때때로 아슬아슬합니다. 부디 자전거는 거님길 아닌 찻길에서 알맞게 달리면 좋겠습니다.

 

  공주우체국이 곁에 있고, 푸름이가 깔깔거리면서 지나가고, 해가 환하게 스며들고, 조용조용한 〈느리게 책방〉입니다. 하기는, 책집이라면 어디나 조용하지요. 바깥에서 퍼지는 시끌벅적한 소리를 가리면서 책이라는 새길에 오롯이 스며들도록 북돋우지요. 오늘 이곳으로 찾아오며 세 가지 버스를 타는 동안 ‘숨은책’이라는 노래꽃을 썼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기에 숨은책이고, 앞으로 피어날 테니 숨은책입니다. 우리가 손에 쥐어 넘기는 모든 책은 숨은책이지 싶습니다. 우리 눈길을 기다리면서 숨은책입니다. 우리 마음이 닿기를 꿈꾸는 숨은책이에요.

 

  온누리 모든 책집은 숨은책집이겠지요. 우리 발걸음이 닿기를 기다리는 숨은책집이면서, 우리 숨결을 살짝 드리우면서 하루를 돌아보는 숨은책집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넘기다가, 골마루를 찬찬히 거닐면서 햇빛을 살피다가, 문득 이곳에 오랜 여닫이짝 둘이 안팎에 있는 줄 깨닫습니다. 열고 닫는 구실을 하던 틀은 흙으로 돌아갈 뻔하다가 책집을 알리는 얼굴이 되고, 책집 한켠을 지켜보는 눈길이 됩니다. 열기에 들어가고, 닫기에 쉽니다. 열면서 마음을 틔우고, 닫으면서 꿈을 그립니다. 갓 열고 들어서면서 새빛을 담고, 막 닫고 돌아서면서 새걸음을 딛습니다.

 

  다 다른 들꽃이 물결처럼 모여서 들이 되고 숲이 되며 푸른별을 이룹니다. 들꽃 하나는 조그맣기에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옹기종기 빛납니다. 여러 가게 사이에 느긋이 마을책집이 깃들어 봄을 밝히는 들꽃빛이 됩니다.

 

ㅅㄴㄹ

 

《책갈피의 기분》(김먼지, 제철소, 2019.4.29.)

《스님과의 브런치》(반지현, 나무옆의자, 2020.6.23.)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윤이상, 남해의봄날, 2019.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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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1.4.21. 최고의 | 숲노래 도서관 2021-04-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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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4.21. 최고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느새 몇 해 앞서 처음 손을 댄 일이 되고 만 “손질말 꾸러미(순화어 사전)”가 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마무리를 지으려나 하면서 날마다 꾸준히 보태고 손질하고 여미다가 ‘최고(最高)·최고(最古)’라는 두 가지 한자말을 놓고서 이모저모 가다듬다가 그만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풀그림은 1998년에 나온 ‘새롬 데이타맨 프로’이고 여태 아무 말썽 없이 잘 굴러갔는데, 그만 ‘매크로 오류’로 몇 해치 일감에 벌레(버그)가 엄청나게 들어앉았습니다.

 

  엄청나게 들어앉은 벌레를 하나씩 솎자면 여섯∼여덟 달은 걸리지 싶습니다. 벌레처럼 들러붙은 ‘매크로 오류’를 날마다 조금씩 덜어내면서 “내가 생각해도 이 끔찍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너도 대단하구나”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그나마 ‘ㄱ’부터 ‘이’까지는 벌레가 안 붙었고, ‘익’부터 ‘힝’까지 붙었으니 천천히 나아가야겠지요.

 

  낱말책을 이루는 밑글(기본 파일)은 대단히 큽니다. 그래서 저는 hwp로 나오는 글자락이 아닌 txt로 나오는 글자락을 써요. 제가 쓰는 밑글을 hwp로 담으면 셈틀이 터질 만큼 부피가 큽니다. 그나마 오직 글·무늬(기호)만 담는 txt로 담으니 셈틀이 버티어 주지요. 가만 보면 제가 쓰는 셈틀은 txt 글이 부피를 적게 잡아먹어도 엄청나게 많아서 후덜덜하더군요. 셈틀을 바꿀 때가 한참 지나기는 했습니다. 낱말책을 쓰는 사람이 다룰 셈틀은 프로게이머가 다루는 셈틀이어야겠다고 느껴요.

 

  이러구러 ‘최’씨가 ‘최’씨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벌레먹은 ‘최고(最高)·최고(最古)’를 솎아내면서 마음다스리기(명상)를 합니다.

 

  벌레를 잡으면서 짜증을 낼 수 없잖아요? 고요히 바라보면서 낱말 하나하나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벌레여, 곧 제비랑 참새랑 박새랑 동박새랑 뭇새가 너희를 모두 쪼아서 먹으리라.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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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6 흔들흔들 | 책 언저리 2021-04-29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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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4.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6 흔들흔들

 

 

  2021년 4월 28일, 작은아이는 처음으로 시골버스에서 ‘만화책 그리기’를 합니다. 밑그림만 그렸는데 “버스는 너무 흔들려서 못 그리겠어” 하고 말합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흔들린다고 못 그릴 까닭이 없어. ‘흔들흔들’이라는 생각이 마음으로 퍼지니까 스스로 못 그린다고 여기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어디에서든 ‘그림’만 마음에 담아서 그리면 돼. 그리고 또 그리니까 그린단다. 너희 아버지는 너한테 이렇게 들려주는 말을 함께 들길을 걸으면서 척척 쓰잖니? ‘쓴다’는 생각을 스스로 심으면서 살기에 걸으면서도 쓰고, 버스가 아무리 흔들흔들해도 쓰고, 너희가 갓난쟁이일 무렵 너희 옷가지랑 기저귀랑 살림을 잔뜩 짊어진 몸에 너희를 한 팔로 안고서 다른 팔로 글을 썼는걸.” 하고 말합니다. 하거나 못 하는 까닭은 매우 쉽습니다. 하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으니 하고, 하려는 생각을 마음에 안 심으니 안 하거나 못 합니다. 책에 사로잡히면 누가 불러도 못 듣고, 추위나 더위를 못 느끼기 마련입니다. 우리 스스로 모르게 ‘읽는다’는 생각을 마음에 심었거든요. 오직 ‘읽는다’만으로 빠져들기에 다 잊고 ‘읽는다’만 해냅니다. 마음에 늘 ‘사랑’을 심고 ‘살림’을 심고 ‘숲’을 심는 동무랑 이웃이 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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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5 숨 | 책 언저리 2021-04-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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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 숨

 

 

  돌봄터(병원)에서는 저를 ‘만성축농증’이라고 했습니다. 워낙 고삭부리라 아픈 데를 잔뜩 달고 사는 저였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코 탓에 이비인후과를 날마다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집안일이며 곁일(부업)이며 몹시 바쁘고 힘든 어머니는 돌봄터에 치르는 돈뿐 아니라 돌봄터를 오가는 품이며 찻삯도 버거워 돌봄터 지기한테 묻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요?” “수술을 해야지요.” “수술을 하면 낫나요?” “아뇨. 수술을 해도 안 낫습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다가 벙 쪘습니다. ‘코를 째도 안 낫는다면서 코를 왜 짼다고! 네(의사) 코도 아니잖아!’ 돌봄터에서는 붙이기 쉬운 이름을 붙였을 텐데, 저는 코로도 입으로도 숨을 쉬기 어려운 나날을 39살까지 보냈습니다. 숨막혀 죽는다는 말을 내내 되새겼어요. 숨을 못 쉬면 1초도 버티기 힘든 서른아홉 해인데, 둘레에서는 “숨 좀 못 쉰다고 뭐가 아프다고 그래?” 하더군요. 이런 말을 외는 분은 눈코귀입을 다 막고 1시간 아닌 1분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요? 숨이 늘 가쁘고 벅찬 나날을 보냈기에 꿈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숨쉬기로도 바쁜걸요. 문득 돌아보면 이 숨을 쉬는 동안 오늘이 저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장 아름다운 날로 여겨서 즐겁게 살자고 생각했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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