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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89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인문책 2021-06-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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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저
민음사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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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6.29.

인문책시렁 189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민음사

 2020.3.8.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장영은, 민음사, 2020)는 글순이로 살아온 스물다섯 사람 발자취를 더듬고, 글순이마다 어떠한 글이나 책을 남겼는가를 간추립니다. 스물다섯 사람은 틀림없이 ‘썼다’고 할 텐데, ‘싸우기’하고 ‘살아남기’를 했는가 하고 돌아본다면 좀 아리송합니다.

 

  저는 글돌이로 살아가는데, 글돌이로 살든 글순이로 살든 이 나라에 가득한 굴레나 수렁이나 사슬이나 차꼬를 흔하게 만납니다. 글을 그저 글로 쓸 수 없는 나라라고 할 만합니다. 누구한테나 어떤 목소리나 열려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어떤 목소리나 누구 목소리는 가둔다거나 따돌리거나 손가락질하는 판입니다.

 

  곰곰이 보면 돈·이름·힘을 거머쥔 이들은 마구잡이로 굴되, 이들 스스로 마구잡이인 줄 깨닫지 않습니다. 때로는 팔띠(완장)를 휘두르면서 자랑하거나 우쭐거리지요. 이때에 적잖은 글순이나 글돌이는 굽신거리면서 팔띠쟁이(문필권력가) 옆에서 고물을 받아먹거나 똑같이 팔띠질을 하는 마름 노릇을 하더군요. 웬만한 글쟁이는 돈·이름·힘 앞에서 고분고분합니다. ‘쟁이’가 아닌 ‘지기’가 되려는 사람은 돈·이름·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돈·이름·힘을 안 바라보기에 돈·이름·힘에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느 글순이나 글돌이는 어떻게 글쟁이 아닌 글지기로 갈까요? 처음부터 숲·별·바람을 바라보거든요. 서울이라는 돈을 내려놓고 시골에서 고즈넉히 숲을 푸르게 안기에 글지기로 살아갈 만합니다. 잿빛집(아파트)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두 다리랑 자전거로 가만가만 살림을 조촐히 짓기에 글지기로 지낼 만합니다. 부릉이(자가용)이라는 힘을 내려놓고 아이랑 손을 잡고 소꿉놀이를 누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오늘을 펴기에 글지기로 빛날 만합니다.

 

  서울이란 돈이고, 잿빛집이란 이름이며, 부릉이란 힘입니다. 자, 보셔요. 어린이는 이 셋 가운데 아무것도 쥐지 않습니다. 자 보셔요. 돈꾼과 이름꾼과 힘꾼은 반드시 이 셋을 휘어잡거나 거머쥐거나 자랑합니다. 우리도 이 셋을 손에서 안 놓는다면 ‘그들과 똑같이’ 돈꾼이요 이름꾼에 힘꾼은 글쟁이에서 허덕이는 셈입니다.

 

  돈꾼·이름꾼·힘꾼이 된 글순이가 수두룩합니다. 글돌이도 수북합니다. 사랑길·살림림·숲길을 걸은 글순이가 조금 있습니다. 글돌이도 조금 있습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가 나쁜 책이라고는 여기지 않으나 ‘이름난 글순이를 알려주는 줄거리 풀이’에 머무른다고 느껴요. 《펠레의 새 옷》을 빚은 엘사 베스코브 같은 아줌마를, 《우리들 소원》을 지은 최명자 같은 아가씨를, 《지는 꽃도 아름답다》를 여민 문영이 같은 할머니를, 풀벌레를 사랑하며 《곤충·책》울 갈무리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같은 님을, 예순을 훌쩍 넘고서야 비로소 물빛그림 꿈을 펼치고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를 남긴 박정희 할머니 같은 주름진 사랑빛을, 이웃이 겪는 생채기랑 멍울을 두고볼 수 없어 앞치마를 살짝 밀쳐두고서 《슬픈 미나마타》를 남긴 이시무레 미치코 아지매 같은 눈물꽃을, 일하는 땀방울에 맺힌 시름을 살살 쓰다듬어 주면서 《마더 존스》를 씨앗처럼 묻은 마더 존스 할멈을 찬찬히 읽고서 찬찬히 읽고서 ‘줄거리 간추리기’가 아닌 ‘살림을 사랑한 길을 노래하기’로 글꽃을 엮는다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름난 글순이 치맛자락은 이제 그만 잡으면 좋겠어요. 살림하는 사랑을 숲빛으로 여민 수수한 글순이하고 어깨동무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재능 있는 딸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자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질투가 뒤엉켰다. 여자가 작가로 이름을 얻고 돈을 벌 수 있을까? (19쪽)

 

버지니아 울프의 독서 목록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아버지의 서재를 졸업한 버지니아 울프는 대영도서관으로 출근하기 시작한다. (38쪽)

 

에밀리 디킨슨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글을 썼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시를 쓰면서 후대의 독자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삶은 결코 은둔이나 칩거로만 설명될 수 없다. (100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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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91 그림책이라는 산 | 인문책 2021-06-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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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책이라는 산

고정순 저
만만한책방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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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6.28.

인문책시렁 191

 

《그림책이라는 산》

 고정순

 만만한책방

 2021.3.12.

 

 

  《그림책이라는 산》(고정순, 만만한책방, 2021)은 그림책을 빚는 길을 걸어가는 분이 돌아본 나날을 차곡차곡 담습니다. 그림책을 어떻게 만났고 읽었으며, 어떻게 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으로 밥벌이를 하며 고단하거나 지치는 하루를 밝히고, 스스로 무엇을 그림책에 담아내려 하는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모두 다르게 말합니다. 이 다른 말을 ‘사투리’라고 합니다. 서울말이라서 좋지 않고 사투리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거꾸로 사투리라서 좋지 않고 서울말이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삶이 다르기에 말이 다를 뿐입니다.

 

  더 나은 밑천이란 없고, 더 빼어난 붓이란 없습니다. 더 좋은 글이란 없고, 더 알찬 책이란 없습니다. 다 다른 눈빛으로 다 다르게 살아내며 길어올린 이야기를 다 다른 말씨이자 그림씨인 사투리로 풀어낼 뿐입니다.

 

  그림님 고정순 님이 풀어놓는 이야기를 읽다가 “전쟁 사진을 보며 전쟁 이야기를 다룬 그림을 그린다”는 대목에서 멈칫합니다. 아무래도 여느 삶터에서는 싸움판을 겪거나 치르거나 마주할 일이 없으니 다른 이가 남긴 사진이나 영화로 싸움판을 헤아릴밖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돈·이름·힘이 없는 모든 사내가 싸움판(군대)에 끌려가서 개죽음 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싸움판(군대)에서는 멀쩡한 사내한테 총칼을 쥐어 주고는 서로 죽이는 짓을 가르치고 길들입니다. 싸움판(군대)에서는 가시내를 삶벗(동반자)으로 여기기보다는 속풀이(욕구해소)를 하는 노리개로 가르치고 길들입니다.

 

  싸울아비(군인)가 있는 곳에는 돈이 흘러넘칩니다. 나라(정부)에서 대는 돈으로 멀쩡한 젊은 사내가 가시내를 곁짝 아닌 노리개로 부리는 바보스런 짓이 판칩니다. 나라(정부)는 일부러 싸움판(군대)을 키우고 함박돈을 댄다고 느낍니다. 사내한테 사랑 아닌 싸움과 미움과 노닥질과 바보짓에 길들도록 내몰아, 온나라에서 가시내하고 사내가 어깨동무하면서 사랑을 짓는 꽃길을 짓밟는구나 싶습니다.

 

  맨주먹이어서 싸움판(군대)에 끌려가야 한 수수한 아저씨가 그림책을 그리면 좋겠어요. 스스로 겪은 슬픈 맨몸을 그림 한 자락하고 글 한 줄로 풀어내면 좋겠어요. 눈물젖고 멍울이 진 사내를 토닥이는 가시내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구렁텅이에서 뒹굴어야 한 사내가 뒤집어쓴 구정물을 따뜻한 눈물로 씻어 주는 가시내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림책은 왜 멧부리(산)일까요? 굳이 멧부리를 넘어야 하지 않아요. 멧자락에 씨앗 한 톨을 심어 나무가 자라도록 지켜보고 돌보면 돼요. 우람하게 자란 나무를 타고 놀면서 숲을 푸르게 노래하면 돼요. “전쟁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나무를 타고 놀면서 그림을 그린다”면, “따뜻한 눈물로 이웃 멍울을 살살 씻고 달래고 녹이는 손길로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는 바로 맨주먹인 수수한 숨결로 오롯이 사랑을 들려주는 그림책도 글책도 노래책(시집)도 넉넉히 지어서 나눌 만하지 싶습니다.

 

  그림책은 숲입니다. 그림책은 바다입니다. 그림책은 샘물입니다. 그림책은 뒤꼍입니다. 그림책은 꽃밭입니다. 그림책은 빈터요 골목입니다. 그림책은 앞마당이고 멍석입니다. 그림책은 풀밭이자 구름송이입니다. 그림책은 눈물꽃이 맺은 웃음씨앗이요, 그림책은 웃음꽃으로 얼싸안는 눈물바람입니다. 

 

ㅅㄴㄹ

 

내 밑천을 보는 일이 괴로웠다. 유행 지난 옷을 간직한 그 친구는 자신의 미약한 시작을 기억하고 있는데 나는 견디기 어려웠다. (15쪽)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림을 그렸다. 정신을 차리니 여긴 제주도. 컵라면 먹고 다시 마우스와 토느북. 엄마가 전화로 저녁 뭐 먹었냐고 물어서 갈치조림 먹었다고 둘러댔다. (79쪽)

 

얼마 전 출판사에서 인터넷서점에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하면서 ‘이 시대의 작가’라고 날 소개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웃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정말 이 시대의 작가가 되고 싶다. (89쪽)

 

강의를 계속하면 일정 기간 고정수입이 생겨 좋다. 하지만 집중력의 밀도가 낮아진다. (135쪽)

 

전쟁 장면을 그리던 어느 날, 꼬박 밤새고 날이 밝는 걸 지켜본 적이 있다 … 마감보다 전쟁 사진을 보는 게 더 어려운 숙제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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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678 Woody, Hazel and Little Pip (엘사 베스코브) | 그림책 2021-06-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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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Woody, Hazel and Little Pip

Elsa Beskow
Floris Books | 201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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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6.28.

그림책시렁 678

 

《Woody, Hazel and Little Pip》

 Elsa Beskow

 Floris Books

 1939/1990.

 

 

  살며시 다가가서 말을 걸면 살그마니 눈을 뜨고는 속살속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입니다. 가만히 다가앉아 바라보면 넌지시 고개를 들고는 속삭속삭 노래하듯 얘기하는 풀꽃입니다. 어른이라는 몸을 입은 우리는 아이라는 몸을 입은 벗님한테 어떤 몸짓으로 다가가나요? 어버이라는 하루를 짓는 우리는 아이라는 소꿉을 노는 숨빛한테 어떤 눈높이로 마주하나요? 《Woody, Hazel and Little Pip》은 오롯이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를 그리고 노래하는 어른하고 아이가 숲아이(요정)로 나오는 조그마한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길을 나아가서 슬기롭고 참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어른인가요? 우리는 스스로 아침을 어떻게 열고 밤을 어떻게 닫으면서 아이가 무엇을 바라보고 배우기를 바라는 어버이인가요? 배움수렁(입시지옥) 탓에 아이들이 고단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마침종이(졸업장)를 차곡차곡 받도록 등을 떠미는 어른이지는 않나요? 아이들이 잿빛집(아파트) 아닌 숲을 물려받아 누려야 한다고 글을 쓰지만, 막상 우리 스스로 부릉이(자동차)를 못 버리면서 풀밭에서 맨발로 못 노는 어버이는 아닌가요?

 

ㅅㄴㄹ

 

100점 만점에

500점 + 500점을 매기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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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꽃이다 31 안 쓰다 | 꽃으로 살려낸 우리말 2021-06-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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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1 안 쓰다

 

 

  모든 낱말을 낱말책에 싣지는 않아요. 굳이 다 안 실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낱말책은 ‘웬만한’ 낱말을 싣습니다. ‘살려쓰는’ 낱말을 싣고, ‘새로짓는’ 낱말을 실어요. 널리 쓰기에 싣지는 않아요. 널리 안 쓰지만 즐거이 쓸 만하구나 싶으면 싣습니다. 무엇보다도 낱말책에는 “생각을 빛내거나 북돋우는 말”을 가리거나 챙겨서 싣습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안 빛내거나 못 북돋우는 말”은 굳이 안 싣기도 합니다. 안 쓴다고 할 적에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끝이나 마감입니다. 더 하거나 쓸 까닭이 없고, 싫거나 꺼린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생각이나 새길입니다. 예전에 쓰거나 어제까지 썼지만 이제부터 안 쓰고 싶기에 새롭게 생각해서 길을 찾으려 하지요. 오늘부터 다르게 나아가거나 새삼스레 펼치고 싶기에 “어제까지 쓰던 길은 내려놓고(안 쓰고), 스스로 지어 새롭게 쓸 길을 찾는다”고 하겠습니다. 때로는 옳거나 바르게 가다듬지만, 밑바탕은 “말을 새롭게 생각하며 살찌우는 즐거운 길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나아가도록 여는 실마리”를 들려주는 낱말책이라 하겠습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들려줄 말도,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물려줄 말도, 이처럼 생각에 날개를 달며 홀가분하게 피어나도록 가다듬기에 즐겁게 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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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09 청개구리 (이금옥, 박민희) | 그림책 2021-06-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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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청개구리

이금옥 글/박민의 그림
보리 | 2007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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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6.28.

그림책시렁 709

 

《청개구리》

 이금옥 글

 박민희 그림

 보리

 2007.3.30.

 

 

  우리 집 어린씨하고 풀개구리를 함께 처음으로 보던 무렵을 떠올립니다. “이게 뭐야?” “얘는 풀개구리야.” “풀개구리? 풀개구리가 뭐야?” “풀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풀에서 살면서 몸빛이 푸른 개구리이지.” “오오. 만져 봐도 돼?” “아버지한테 말고 풀개구리한테 물어보렴.” “풀개구리야, 널 만져도 되니?” 풀개구리나 참개구리는 사람하고 몸결이 달라 섣불리 만지면 안 된다지요. 마땅한 노릇입니다. 그런데 개구리뿐 아니라 모든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가 먼저 마음으로 사랑스레 속삭이는 말이 없는 채 풀꽃나무를 만지면 풀꽃나무는 하나같이 깜짝 놀랍니다. 우리가 가만히 보다가 살며시 말을 걸면 개구리도 풀꽃나무도 문득 넋빛을 뜨고는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석 마디를 속삭여요. 《청개구리》는 우리 겨레 오랜 이야기를 푸르게 담아냅니다. 이처럼 곱고 사랑스레 담아낸 그림책이 있었기에 일본이란 나라에서 살아낸 한겨레는 눈물 곁에 웃음을 놓으면서 새롭게 기운을 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자도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도 없던 지난날, 이 땅에서 흙을 만지며 살던 옛 한겨레는 풀을 노래하는 작은 개구리하고 동무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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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21 허락 없는 외출 | 그림책 2021-06-2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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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허락 없는 외출

휘리 그림
오후의소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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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6.28.

그림책시렁 721

 

《허락 없는 외출》

 휘리

 오후의소묘

 2020.11.25.

 

 

  어릴 적에 늘 그림을 그렸습니다.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돌멩이로 그림을 그렸고, 배움터에서 길잡이(교사)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홀로나라’로 빠져들어 글적이(공책) 귀퉁이에 그림을 한창 그렸어요. ‘나홀로나라’에 빠진 제 곁에 길잡이가 서서 내려다보는 줄도 못 느꼈지요. 길잡이가 출석부나 배움책(교과서)으로 제 머리를 내리치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그림놀이를 멈췄습니다. 열일곱 살로 접어든 뒤로는 글씨를 그렸습니다. 오늘은 아이 곁에서 그림도 글씨도 나란히 그립니다. 이러다가 생각하지요. ‘글·그림’은 말밑이 같아요. 글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지요. 눈으로 보도록 나타낸 모습이 그림이요, 눈으로 보도록 나타낸 소리가 글이에요. 《허락 없는 외출》을 펴다가 빈터하고 풀밭이 떠오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마을에 빈터나 풀밭이 흔했고, 이곳은 어린이 쉼터이자 놀이터였어요. 오늘날 서울이며 시골에는 빈터도 풀밭도 없다시피 합니다. 모두 부릉이(자동차)가 차지하고, 풀죽임물(농약)로 범벅입니다. 푸른물결이 일렁이는 그림책 곁에 “부릉이 없는 마을과 나라”를 모든 어린이한테 베푸는 어른들 손길이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여러모로 살짝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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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5.12. 서울 나무곁에서서 | 책숲마실 2021-06-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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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푸른그림 (2021.5.12.)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우리나라에 풀꽃두레(환경단체)가 제법 있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시골이라는 터전에서 숲을 품고 들에서 일하며 바다에서 놀던 무렵에는 따로 풀꽃두레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풀님이요 꽃님이자 숲님이고 들님에 바다님이면서 멧님이었거든요.

 

  시골을 밀어내어 서울을 넓히면서 풀꽃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자랍니다. 숲을 망가뜨리거나 바다를 더럽히는 일이 늘어나면서 풀빛으로 몸을 물들이는 사람이 깨어납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풀꽃두레는 시골 아닌 서울에 터를 두고 뿌리를 뻗습니다. 시골에서 싹트는 풀꽃두레가 없다시피 해요. 이러다 보니 풀꽃두레는 시골살이나 시골빛을 오히려 모르거나 등집니다. 옛 벼슬꾼뿐 아니라 새 벼슬꾼도 숲들바다를 짓뭉개지만 정작 아무런 목소리가 없고, 오히려 “멧자락 햇볕판”하고 “바다 바람날개(해상 풍력발전)”를 나라가 함박돈으로 밀어붙이도록 이바지합니다.

 

  서울 하늬녘에는 마을책집 세 곳 〈꽃 피는 책〉하고 〈호수책장〉하고 〈나무 곁에 서서〉가 이웃입니다. 세 곳은 들빛하고 물빛하고 멧빛으로 어우러지면서 다른 숨결입니다. 목소리로만 읊다가 빛바랜 적잖은 풀꽃두레와 달리, 이 마을책집 지기님이 일구는 ‘숲보’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랑 어깨동무를 하면서 차근차근 걸어가는 푸른물결이라고 느낍니다.

 

  숲을 품고 노래하는 사람이 읽는 책은 숲책이 바탕일 테지만, 이보다는 언제나 하늘이요 해요 별이며 빗물이고 구름이자 바다이고 들녘에 풀벌레하고 새입니다. 굳이 종이에 얹은 풀책(식물도감)을 펴야 풀을 알 수 있지 않아요. 스스로 풀을 바라보고 훑고 혀에 얹고 씨앗을 받고 꽃을 누리면 저마다 다르면서 즐거이 풀을 익히고 사랑하는 길로 갑니다. 누가 붙인 이름을 외워야 새를 아끼지 않아요. 우리 나름대로 새를 지켜보고 동무하면서 새롭게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해는 어디에나 드리웁니다. 별은 어디에나 돋습니다. 마음을 뜬다면 해님을 맞아들이면서 해맑게 빛나는 몸으로 거듭납니다. 눈을 틔운다면 별빛을 받아들이면서 환하게 춤추는 마음으로 태어납니다.

 

  곁에 흐르는 바람을 느껴요. 곁에 곱살곱살 바람이 흐르도록 다독여요. 둘레에 피고 지는 꽃을 봐요. 마을에 송이송이 꽃이 피고 지도록 손길을 뻗어요. 사람이 심어서 자라는 풀꽃나무는 한 줌조차 안 됩니다. 풀벌레하고 새하고 짐승하고 비바람하고 해님에 별님이 심고 돌보는 풀꽃나무가 한가득입니다. 어린이하고 조그맣게 숲을 속삭입니다. 푸름이하고 새록새록 멧길을 맨발로 나들이합니다.

 

ㅅㄴㄹ

 

《철새, 생명의 날갯짓》(스즈키 마모루/김황 옮김, 천개의바람, 2018.10.26.)

《문장부호》(난주, 고래뱃속, 2016.11.21.)

《햇볕이 아깝잖아요》(야마자키 나오코라/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소를 생각한다》(존 코널/노승영 옮김, 쌤앤파커스, 2019.12.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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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6.21.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오늘 읽기 2021-06-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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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1.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글, 생각을담는집, 2021.6.9.

 

 

“이런 날은 골짜기에서 수박을 먹으면 시원하겠네요.” 작은아이가 어제 문득 이렇게 말했다. 좋아. 그러면 집에서 수박을 챙겨서 골짝마실을 하면 되지. 너는 수박을 챙기렴. 아버지는 오늘 일거리를 얼른 매듭지을게. 작은아이는 부엌에서 부지런히 수박을 썰어서 통에 담는다. 나는 바지런히 여러 일거리를 추스른다. 한낮 뜨거울 적에 자전거를 탄다. 골짜기랑 수박은 가장 뜨거울 적에 가장 시원하니까. 자전거로 멧길을 오르면 땀바다가 되지만 이윽고 골짜기에 닿는 줄 알기에 발판질은 더 씩씩하다. 물소리를 누리고, 물빛에 어리는 숲빛을 즐긴다. 사람이란 우리뿐인 두멧숲에서 하루를 돌아본다. 미리 챙긴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를 읽는다. 글님이 앞서 선보인 책을 떠올리니, 새로 여민 글자락에는 시골빛이 한결 어린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흙을 밟고 풀을 쓰다듬는 시골사람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누구나 부릉이(자동차)에 몸을 싣고 잿빛집(아파트)에 스스로 깃드는 서울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은 진작에 서울로 다 갔다지만, 수수하며 푸른넋인 사람은 오래오래 시골을 고즈넉히 품으면서 푸르게 노래하지 싶다. 우리는 늘 나아간다. 파랗게 물드는 하늘처럼, 푸르게 넘실거리는 들녘처럼, 모든 사람들 마음에는 꽃이 핀다. ㅅㄴㄹ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저
생각을담는집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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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6.18. 비블 양재점 1 | 오늘 읽기 2021-06-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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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18.

 

《비블 양재점 1》

 와다 타카시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6.30.

 

 

여수에서 책숲으로 손님이 찾아온다. 우리 책숲은 이름 그대로 도서관인데 으레 “이 책 파나요?” 하고들 묻는다. 우리 책숲은 책을 바깥으로도 안 빌려준다. 빌려가는 분치고 돌려주는 일이 드물더라. 어떤 이는 전화를 안 받고, 아예 전화번호를 바꾸기까지 한다. 빌려가서 안 돌려주는 이는 “그깟 책”이 아니라 “값진 책”인 줄 알 테지. 값진 책이라면 마땅히 깨끗이 보고 돌려주면서 ‘빌림삯’을 치를 줄 알아야 책을 볼 만한 마음밭이리라. 갓 나온 책만 책이 아닐 뿐더러, 널리 읽히거나 많이 팔리는 책만 책이 아니다. 이야기가 흐르면 모두 책이다. 이야기가 없다면 죽은 종이꾸러미라고 느낀다. 《비블 양재점 1》를 조금 읽다가 아이들한테 건넨다. 아이들이 먼저 보아도 좋고, 두걸음도 석걸음도 매한가지이다. 그야말로 모처럼 열 살 언저리 어린이부터 누구나 어깨동무하며 읽을 만한 그림꽃책(만화책)을 만났다. 이야기도 줄거리도 얼거리도 그림결도 알차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는 이 그림꽃책에 못 대겠구나 싶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가 나쁘지는 않으나 틀에 갇혔고 딱딱한 어른 눈길에서 머문다. 《비블 양재점》은 그림꽃스럽게 어린이 눈빛으로 삶을 읽고 삶터를 가꾸고 사랑을 손수 짓는 슬기가 반짝거린다. ㅅㄴㄹ

 

비블양재점 ~키누요와 해리엇~ 1

와다 타카시 글그림
대원 | 2020년 06월

비블양재점 ~키누요와 해리엇~ 2

와다 타카시 글그림
대원 | 2020년 12월

비블양재점 ~키누요와 해리엇~ 3

와다 타카시 글그림
대원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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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6.17. 세계의 암호는 물 | 오늘 읽기 2021-06-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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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17.

 

《세계의 암호는 물》

 안도 이코리 글·그림/최미정 옮김, 미우, 2012.11.15.

 

 

책날개에 “츠루타 켄지를 감동시킨 물 소재의 이색 단편집”이라 적힌 《세계의 암호는 물》을 읽었다. 척 보아도, 다 읽어도, ‘츠루타 켄지’를 따라한 티가 물씬 흐르는데, 이이뿐 아니라 여러 그림꽃님(만화가)를 따라했다. 알고 보면 츠루타 켄지라는 분도 여러 그림꽃님한테서 배운 붓결을 드러냈다. 그러려니 싶으면서도 굳이 다른 그림꽃님 붓결을 따라가야 할까 아리송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일 뿐인데. 스승은 스승이고 배움이는 배움이일뿐인데. 곰곰이 보면 글책이나 그림책도 스승이나 어른을 따라하는 이가 꽤 있다. 글멋이나 그림멋을 키운다면서 한창 잘나가는 글결이나 그림결을 자꾸 흉내내거나 베끼거나 옮기려 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그림꽃이든, 오늘 팔릴 길이 아니라 아이한테 물려주고 아이는 다시 새롭게 먼먼 아이한테 물려주는 길을 생각하면 좋겠다. 그러면 스스로 거듭나고 깨어나고 피어나리라. 다시 찌푸린 하늘이다. 저녁에 서울에서 책집 할머님이 전화했다. 1970년부터 서울 독립문에서 책살림을 편 〈골목책방〉 할배가 넉 달 앞서 흙으로 가셨단다. 울음이 섞인 이야기를 듣는다. 1994년부터 그곳을 드나들던 걸음새가 하나둘 떠오른다. 모쪼록 포근히 쉬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ㅅㄴㄹ

 

세계의 암호는 물

안도 이코리 글,그림
미우(대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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