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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골짜기 2022.7.14. | 시-동시 2022-07-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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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노래꽃 . 골짜기 2022.7.14.

 

 

비가 오면 콰르르

우렁차게 노래하다가

가물면 가르랑가르랑

가만히 속삭이는 골짜기

 

비가 쏟아져도 쿨렁쿨렁

가문 날에도 출렁출렁

한결같이 샘솟으면서

들녘으로 뻗어가는 골짜기

 

멧제비나비가 하늘말나리꽃에 앉고

잠자리가 오리나무 가지서 쉬고

가재가 돌틈서 자고

송사리가 물살 가르고

 

흘러흘러 마을 지나면

흐르고 또 흘러 느릿느릿

갯벌 적시며 바다로

고래 만나러 마실길

 

+

 

바닷물은 아지랑이로 올라 구름을 이루다가 빗방울이 되어 땅으로 찾아가면 샘물이 됩니다. 이 샘물은 골짜기를 적시고 냇물을 이루다가 바다로 새삼스레 나아가지요. 모두 하나이면서 늘 새롭게 흐르는 물줄기가 있어 온누리가 싱그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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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733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 | 숨은책시렁 2022-07-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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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3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

 山崎直方

 東京開成館

 1915.4.10.첫/1921.12.2.6벌

 

 

  ‘중학교·사범학교’에서 배움책(교과서)으로 삼았다고 하는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은 우리나라에 언제쯤 들어왔으려나 어림해 봅니다. 제가 우리나라 헌책집에서 만난 판은 “定價 金六拾壹錢”이되 “大正十五年度臨時定價 金壹圓四錢”이라 찍히고, 다시 “昭和二年度臨時定價 金壹圓0四錢”이라 찍힙니다. 1921년에 찍었으되 1927년 무렵에 퍽 에누리한 값으로 팔린 듯싶으니, 일본이 한창 총칼을 앞세워 짓밟던 무렵 ‘조선 어린이’뿐 아니라 ‘조선 어른’도 조선말 아닌 일본말로 온누리(세계) 땅살림을 바라보고 익혔겠구나 싶습니다. 1915년에 일본에서 낸 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고스란히 씁니다. 배움길(학문)로만 본다면 영어나 독일말이나 일본말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배우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헤아린다면, 1945년부터 차근차근 우리 눈길로 살펴서 우리 말결로 풀어내는 생각을 지을 노릇이었을 텐데 싶어요. 이른 때도 늦는 때도 없는걸요.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 나서며 갈고닦는 때만 있습니다. 흙살림을 짓는 수수한 사람들은 배움턱을 넘은 일이 없어도 땅을 만지며 땅을 익히고 알았다면, 배움길을 오래 걸은 사람들은 이 땅을 어떤 말로 바라보는 삶이었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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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732 菓子 (1966) | 숨은책시렁 2022-07-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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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2

 

《菓子》

 최경주·엄옥금 엮음

 수학사

 1966.12.5.

 

 

  아기였을 무렵에는 ‘까까’라는 이름을 듣고, 어느 만큼 자라면 ‘과자’라는 이름을 듣는데, ‘과자’가 한자말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어요. 1982∼87년 무렵에 누가 ‘과자’라 하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이 한자말을 못 알아듣거나 달갑잖이 여기면서 ‘주전부리’라 하셨고, ‘튀밥’이나 ‘뻥튀기’라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주전부리’나 ‘튀밥’ 같은 이름을 혀에 얹는 어른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군것’이란 이름조차 잘 안 쓰는 듯합니다. 여러 말씨를 헤아리면 ‘과자’는 몇몇만 쓰던 한자말이요, ‘튀밥·군것·주전부리’에서 삶결을 엿볼 만하고, 오늘날에는 ‘바삭이’나 ‘곁밥’처럼 새말을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菓子》는 집에서 바삭하게 굽거나 튀기는 곁밥을 어떻게 마련해서 아이들한테 내놓을 만한가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에는 높은이한테 바치는 주전부리였다면, 오늘날에는 아이들한테 내주고 어른도 함께 즐기는 곁밥입니다. 1966년에 나온 책 사이에 “李奉子 요리강습회” 종이가 깃듭니다. ‘김치저육과리·감자투김·보리가루로루케익·생선비나스투김·계란쏘세이지과리’ 같은 이름에서 이무렵 어머니들 말결을 살몃 느낍니다. 같이 누리고 함께 맛보며 느긋이 이야기를 펴는 살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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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말. 살지다 | 우리말 살려쓰기 2022-07-3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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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7.31.

오늘말. 살지다

 

너른들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늘이 사람이며 들짐승이며 풀꽃나무한테 내려준 포근한 숨결처럼 이룬 판판한 자리예요. 열매도 나무도 살지고, 아이도 어른도 살지면서, 모든 목숨붙이가 푸지게 살림을 누리는 너른들녘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작은 손길을 오래오래 들여서 차근차근 일군 열매들녘입니다. 돌을 고르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길을 내고 못을 파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푸진들녘으로 바꾸어 냅니다. 기름진 논밭에서 푸짐하게 맺는 낟알이 너울너울합니다. 너울들녘이에요. 살진들은 궂은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숲에는 가뭄이 없어요. 숲을 담듯 일구는 들도 막날씨를 씩씩하게 견디거나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온누리는 갈수록 벼락날씨가 춤춥니다. 얄궂날씨가 널뜁니다. 아슬아슬하게 함박비가 쏟아지고, 무시무시하게 더위가 잇달기도 하고, 철마다 다른 바람빛이나 햇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모든 들숲바다는 사람만 사는 터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사람만 살려 하면서 숱한 숨붙이를 괴롭히거나 잊거나 죽이는 삶이기에 비칠날씨에 비틀날씨가 오락가락한다고 느껴요. 사랑을 지어야 사랑날씨로 갑니다.

 

ㅅㄴㄹ

 

너른들·너른들녘·너른들판·열매들·열매들녘·열매들판·살진들·살진들녘·살진들판·살지다·흐드러지다·푸지다·푸짐하다·푸진들·푸진들녘·푸진들판·푸짐들·푸짐들녘·푸짐들판·너울들·너을들녘·너을들판 ← 곡창지대(穀倉地帶)

 

궂은날씨·날씨가 궂다·널뜀날씨·날씨가 널뛰다·날씨가 춤추다·막날씨·바뀐날씨·벼락날씨·아슬날씨·얄궂날씨·비칠날씨·비틀날씨 ← 기상이변, 기후변동(기후변화·기후위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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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762 :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 위 | 우리말 살려쓰기 2022-07-3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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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762 :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 위

 

 

무늬가 한글이어도 우리말이라 하지는 않습니다. 겉으로 읽을 때뿐 아니라, 속으로 말결을 헤아릴 적에 우리말이어야 비로소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돌이 따뜻하려면 ‘햇살’ 아닌 ‘햇볕’을 받아야 합니다. 햇볕을 듬뿍 받은 돌은 ‘따뜻하’지요. 우리말스럽게 하자면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돌”이 아닌 “햇볕을 받아 따뜻한 돌”입니다. 우리는 돌에 앉습니다. “돌 위”에는 앉을 수 없어요. “돌 위로 날아다닐” 수는 있겠지요. ㅅㄴㄹ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 위에 앉았습니다

→ 햇볕을 받아 따뜻한 돌에 앉았습니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구드룬 파우제방/신홍민 옮김, 웅진닷컴, 1997)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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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998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 그림책 2022-07-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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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쉘 실버스타인 저/지혜연 역
시공주니어 | 200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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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7.30.

그림책시렁 998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쉘 실버스타인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

 

 

  시골사람이 서울로 볼일 때문에 다녀오면 곧잘 며칠 앓아눕습니다. 뼛골까지 고단하거든요. 여느 큰고장(도시)을 다녀올 적하고 서울을 거칠 적은 사뭇 달라요. 여느 큰고장은 그 고장에서 고만고만하게 삶을 노래하는 빛이 흐르는 자리가 제법 있으나, 서울에서는 틈바구니가 없어요. 조금이라도 허투루 움직이다가는 밀리고 쫓기고 떨어지고 깎이고 뒹굴어야 하는 싸움판인 서울입니다. 느슨하거나 느긋하거나 느리다가는 죄다 떨려 나가는 서울이에요. 서울에는 느림이 없습니다. 서울사람은 느림·느슨·느긋을 비롯해 너그러움·넉넉·나눔하고 멀 수밖에 없는 삶입니다. 똑똑한 이들이 서울에 모일밖에 없어요. ‘똑똑하기에 살아남을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똑똑하기에 슬쩍 남을 밟고 차지하는 길도 알’아요. 서울이나 ‘서울을 닮은 곳’에서 돈을 벌며 살면서 ‘평화·민주·자유·평등·자연’을 외친다면 거짓이나 겉치레나 허울이나 눈가림이기 쉽습니다.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는 이런 줄거리를 슬기로이 들려줍니다. ‘라프카디오’는 똑똑했기에 총을 만졌고, 서울로 갔고, 숲을 잊다가 제 빛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숨결인가요?

 

ㅅㄴㄹ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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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멋대로 21 손수건 | 읽는 마음 2022-07-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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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7.29.

아무튼, 내멋대로 21 손수건

 

내가 손수건을 처음 챙긴 때라면 여덟 살이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갈 적에 왼가슴에 손수건을 옷핀으로 집어 놓아야 했다. 우리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 왼가슴에 손수건을 집어 주던 일이 떠오른다. 한 해 내내 이렇게 하고서 다녔으며, 두걸음(2학년)으로 들어선 뒤에는 비로소 떼었다. 배움터에서 ‘언니’가 되었으니, ‘첫걸음(1학년) 동생’들이 왼가슴에 옷핀을 잘 집지 못하면 도와주고, 이 손수건으로 콧물도 닦아 주었다. 이러고서 너덧걸음(4∼5학년)에 이르도록 손수건은 챙기기도 하고 잊기도 했는데, 열한두 살 무렵이던 어느 날, 동무가 책을 읽는 매무새가 낯설고 재미있어 한참 들여다보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살짝 토실한 동무인데, 처음 책꽂이에서 오른손으로 빼내고는 왼손에 미리 챙긴 손수건에 책을 받쳐서 살살 넘기더라. “우와, 책을 저렇게 읽는 사람이 다 있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고, 더 지켜보았다. 자리에 앉으려고 움직일 적에는 ‘손수건으로 책을 받쳐서 쥔 채 가슴에 붙여서 천천히 걷’더라. 자리에 앉은 뒤에는 왼쪽에 손수건을 놓고는 틈틈이 손을 닦는, 그러니까 손땀을 닦는 듯싶었고, 오른손 두어 손가락으로 책등 위쪽을 살며시 건드려서 가만히 밑으로 훑듯 가볍게 넘긴다. 이 아이가 책을 넘길 적에는 소리가 안난다. 더구나 책을 눌러서 펼쳐놓지 않는다. 책 가운데가 좁 씹히듯 좁아도 그대로 둔 채 읽는다. 한참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동무가 문득 고개를 들고는 “어? 왜? 너도 이 책 읽고 싶어? 재미있어. 그런데 나는 아직 다 읽으려면 좀 멀었는데 어떡하지?” 하고 말한다. “아니야. 난 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아니고, 네가 손수건을 챙겨서 땀을 닦아 주고 읽는 모습이라든지, 책종이를 소리도 안 나게 살살 넘기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그랬어. 넌 늘 손수건을 챙겨서 읽니?” “내가 땀이 많이 나잖아. 게다가 손에도 땀이 많이 나니, 늘 손수건을 챙겨. 안 그러면 책에 내 땀하고 손때가 묻잖아.” “너보다 땀이 많이 나는 아이들도 그냥 읽던걸. 유난하게 구는 셈 아냐?” “유난하다고? 그렇지만 나 혼자 읽는 책이 아니잖아. 내가 산 내 책이더라도 집에서도 이렇게 읽어. 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오래오래 깨끗하게 읽고 싶거든.” “어, 그렇구나. 그런데 책을 안 펼쳐서 그렇게 모아서 읽으면 읽기에 안 좋지 않아?” “응? 책을 눌러서 펴면 책이 다치고 구겨지잖아. 게다가 튿어질 수 있어. 책을 오래오래 읽으려면 가운데가 좀 좁더라도 고개를 움직이면서 읽으면 돼. 고개는 움직이면 그만이지만, 책을 눌러서 펼치면 책은 그날로 망가져.” “대단하다. 넌 어디에서 이런 길을 배웠어? 누가 가르쳐 줬어?” “어, 집에서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나? 우리 집에서는 다 그러는데?” “엥, 누가 집에서 가르쳐 주니? 책을 던지는 어른들도 많고, 냄비 받침으로도 잘만 쓰잖아?” “책을 어떻게 냄비 받침으로 쓰니? 냄비 받침은 신문종이로 써야지.” “아무튼 고마워. 너한테서 책을 쥐는 길을 배웠네. 나도 앞으로는 손수건을 챙겨서 읽어야겠다.” “그래, 너도 그렇게 해봐.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안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책을 아껴서 돌보면, 책은 오래오래 가고, 무엇보다도 책이 우리들을 좋아해 주는 줄 느낄 수 있어.” “에? 설마?” “네가 책을 아끼고 돌봐주면 책이 기뻐하면서 반짝반짝 빛난다니까.” “음, 거짓말 같은데.” “나중에 너도 느낄 날이 있을 테지.” “그럴까?” “그럼.” 내가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2∼1987년에는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없었고, 낡은 칸에 ‘학급문고’ 비슷하게 있었고, 다 낡아빠진 책투성이였는데, 이런 데에서도 동무는 하나하나 아끼고 돌봐주었다. 이날 뒤로 ‘책쥠새’를 곰곰이 생각했고, 낮거나 높은 데에 꽂힌 책을 비롯해 빽빽하게 꽂히거나 느슨하게 놓은 책시렁마다 책을 안 다치도록 살피는 길을 스스로 하나하나 챙기는 매무새를 익혀 나갔다. 책숲(도서관)하고 책집(새책집·헌책집) 어디에서나 늘 한손에는 손수건을 쥔 차림새로 책을 만지고 살핀다. 나 혼자 읽거나 보는 책이 아니니.

 

ㅅㄴㄹ

 

‘책숲마실을 할 적마다 늘 챙기는 손수건’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해야겠다고 여겨서 썼는데, 이럭저럭 쓰고 보니, 이 글을 나중에 동화로 바꾸어야겠구나 싶다. 책과 책집과 책숲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삼으면 어울리겠구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최종규 저
스토리닷 | 2016년 12월

곁책

최종규 저
스토리닷 | 2021년 07월

책숲마실

숲노래 기획/최종규 글,사진/사름벼리 그림
스토리닷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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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2.7.28. 안 바쁩니다 | 숲노래 도서관 2022-07-3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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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7.28. 안 바쁩니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나눈 생각 가운데 하나는 “바쁜 일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말자.”입니다. 바쁘게 때맞춰 움직이려는 길은 언제나 고되고, 고되면 생각이 멎고, 생각이 멎으면 휘둘리기 좋더군요. 곁님은 “뛰거나 달리면서 때에 맞추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옳습니다. 그런데 숲노래 씨는 이따금 뛰거나 달립니다. 서두르려는 뜻이 아닌, 엄청난 등짐하고 책짐을 이고 지고 안은 채 뛰거나 달리면 재미있거든요.

 

  둘레에서는 “힘들지 않아요? 맨몸으로 달려도 힘든데, 어떻게?” 하고 묻습니다. 숲노래 씨는 빙그레 웃으며 “힘들다고 생각하면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코머거리로 살며 숨을 거의 못 쉬는 나날이었는데, 숨만 쉴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 일이랍니다. 등에 어깨에 가슴에 품은 책짐이 아마 40킬로그램이 넘을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 무게를 따지려 들면 ‘미친짓’이고, 스스로 하고프거나 가고픈 길을 그리면서 천천히 뛰고 달리다 보면 ‘소꿉놀이’랍니다. 저는 늘 소꿉놀이를 해요.”

 

  올해 2022년 들어서 포항 마을책집 〈달팽이책방〉에서 5월 한 달을, 인천 마을책집 〈딴뚬꽌뚬〉에서 7월 한 달(+ 8월 살짝)을, 제주 마을책집 〈노란우산〉에서 8월 한 달을, ‘노래그림잔치(동시로 펴는 시화전)’를 엽니다. 이제 여름인데 세 곳에서 다 다른 노래꽃(동시)으로 다 다르게 펴는 노래그림잔치란 기쁘면서 놀랍습니다.

 

  이다음 가을(9·10·11월)에도 노래그림잔치를 새로 열 마을책집이나 책숲(도서관)을 만난다면 즐거운 일입니다. 새로 쓴 노래꽃에 우리 집 어린씨랑 푸른씨가 틈틈이 그림을 담아 주는 노래꽃판이 스물∼서른 자락이 새로 모일 즈음 새삼스레 알아보자고 생각합니다.

 

  고흥 보금자리숲에서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를 마주하는 동안, 나라 곳곳 아름다운 이웃님을 만나서 얼굴을 바라보고 말을 섞는 사이에, 늘 새 글감이 깨어납니다. 앞으로 쓸 노래꽃(동시)이 여태 쓴 노래꽃보다 훨씬 많습니다. 후끈후끈한 늦여름 뙤약볕은 시골 들녘 푸른나락을 싱그러이 보듬어 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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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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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통 예스24 글쓰기 22.7.29-30 .. | 수다 떨기 2022-07-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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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 13시 33분을 끝으로

하루 내내 글쓰기가 먹통이다가

7.30. 08:46에 비로소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먹통스러운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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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33 책숲쪽 ㄴ | 책 언저리 2022-07-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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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 2022.7.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33 책숲쪽 ㄴ

 

 

  누구나 ‘책쥠새(책을 쥐는 매무새)’를 익히도록 하자면, 책숲지기(도서관 사서)하고 책집지기(책방 주인)부터 책쥠새를 옳게 익힐 노릇입니다. 아무렇게나 쥔대서 책쥠새이지 않습니다. 부릉이(자동차)를 아무렇게나 몬다면 길에서 사람들이 끔찍하게 다치거나 죽겠지요? 책쥠새를 모르는 채 책읽기를 하는 탓에 책숲·책집마다 책이 다칩니다. 헌책이라서 휙휙 던지거나 밟아도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 혼자 보는 내 책’이라면 찌개그릇 받침으로도 쓴다지만, 책숲에서 빌리거나 이웃한테서 빌린 책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될 노릇입니다. 모든 책집(새책집·헌책집)에서는 책손님 손때나 땀이 책에 안 묻도록 천(손수건)을 챙기도록 이끌고, 책을 만지기 앞서 물로 손을 깨끗이 씻을 노릇이고, “줄거리·이야기를 담은 종이묶음”인 책을 정갈히 다루어 두고두고 물려주는 길을 알려주어야겠지요. 책숲쪽(도서관증·도서관 회원증)을 제대로 내어주려면, 책숲지기·책집지기 자리에 서며 일하기 앞서 “책이란 무엇이고, 책은 어떻게 태어나고, 책을 어떻게 다루고, 책을 사고파는 뜻은 무엇이고, 책을 쓰는 마음하고 책을 읽는 마음이 어떻게 만나고, 책집과 책숲은 어떤 곳인가를 배울” 일이지 싶습니다. ‘등록’만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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