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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4 의 전체보기
이상하게 행복한 하루 (2) ~ | 아주 짧은 소설 2021-02-04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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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연애의 시험

 

영수와 수희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영수는 수희를 오래전부터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끌린 것이다. 그런데, 수희의 마음을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영수는 수희의 마음을 한 번 떠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들은 가끔 만나 데이트를 하기는 하지만, 사귄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수희도 영수를 보면서 이성적으로 끌리기는 하지만, 영수가 수희에게 사귀잔 말을 하지 않아서, 속만 애태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희는 자신이 먼저 사귀자고 해야 하나, 이 쑥맥같은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수는 수희와 데이트를 하는 도중, 일부러 못난 척 굴기로 해 보았다. 조금 이상한 방법이긴 하지만, 연애를 도통 해 본 적이 없는 영수로서는 그것밖에는 수희의 마음을 알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희 앞에서 영수는 코딱지를 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코딱지를 바지에 닦아버렸다. 그러자, 수희는

~”

하면서 그냥 장난을 거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지? 영수는 수희의 마음을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수희도 코딱지를 후비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후빈 코딱지를 영수가 묻힌 코딱지가 있는 바지에다 닦아버리는 것이었다.

크크크크

수희의 웃음소리. 도대체 수희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영수의 마음을 알 수 없기는 수희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렇담, 한 번 더 해 보자!’

영수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같이 식사를 하던 도중, 자신이 먹던 반찬 중의 하나를 골라, 수희의 숟가락에 얹었다. 그러자 수희는 또

~”

하면서, 그 반찬을 그냥 먹는 것이었다. 슬슬, 영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뭐 하자는 거지?’

뭐야, 더럽다면서 그냥 먹는 거야?”

.”

?”

그냥!”

영수는 그 그냥이라는 말이, 왠지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거 그만하자는 말처럼 들려왔다. 안 되는데…… 그래서, 어차피 다시 못 볼 거, 솔직하게 영수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말하기라도 해야지, 그만 만나더라도 뒤탈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래 그런 남자는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은고백할 게 있어

지금 이 타이밍에 날 좋아하겠다고 고백을 하려는 거야? , 안돼! 이런 지저분한 타임에.’

수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고백이 뭔지 궁금해졌다.

사실은, 너 시험해 봤어.”

?”

그게……

그럼, 코딱지 후비고 내 숟가락에 반찬 올린 거 다 연기였단 거지?”

……

나도 고백할 게 있어.”

순간, 영수는 일침을 맞은 듯 뜨끔했다.

혹시, 그만 만나자는 말을 지금 하려는 걸까. 안 되는데…… 아직 좋아한단 말도 못 했는데……

나도 날 시험해 보는 거 알고 있었어.”

, 알고 있었다고?”

알고 있었다고? 그러면서 모른 척 연기했던 거야?”

그럼 어떻게 해? 알고 있으니까, 나 시험해 보는 거 그만하라 그래? 그러지 말라고 화라도 내?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 뭐가 달라지냐고?”

오빤 나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그렇게 떠본 거 아니었어? 안 좋아하니까?”

아니야, 그게 아니야. 네 마음을 몰라서…… 어떻게 네 마음을 알아야 할지 몰라서……. 만약 내가 먼저 널 좋아한다고 말하면, 네가 부담될까봐…….그래서 다 시 못 만날까봐……

지금 그 이야기는 나를 좋아해서 그랬단 얘기네?”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터진 그녀의 웃음보에 영수는 놀라 수희를 쳐다보았다.

, 지금 고백받은 거 맞지? 그럼 우리 오늘부터 첫날로 치고, 데이트 하는 거야!”

영수는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백을 하긴 했는데, 영 어색한 상황에서 해 버렸다. 그냥, 솔직하게 처음부터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괜한 후회도 된다.

수희가 갑자기 코딱지를 판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아닌, 휴지로. 영수는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는 코딱지를 후비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나 고백받은 김에 조건이 두가지 있어.”

뭔데?”

다시는 코딱지 후비지 말 것.”

알았어

두번째는?”

예상대로야.”

다시는 먹던 반찬 숟가락에 올리지 말 것?”

잘 알고 있군. 흐흐흐. 그런데, 부록 조건이 하나 더 있어.”

부록 조건?”

다시는 나 시험해 보지 말 것!”

, 알았어, 미안해……

흐흐흐. 우리 차 마시러 가자!”

 

 

(신다의 감동-02)

 

실제로 이런 짓을 했다면, 둘의 관계는 분명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더러운 상황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둘은 너무나 연애에 서툽니다.

 

실제로 저도 연애에는 서툴고,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애란 걸 해 본 적은 있지요. 너무도 서툰 연애라 몇 달 되지 않아 그 관계는 깨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제가 왜 헤어져야 했는지, 무엇이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게 한 건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는 압니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에 함몰된 집착이 아니라는 걸요. 그때 저는 저의 감정에 집착했고, 그녀가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하고, 원하지도 않는 편지를 하고, 원하지도 않는 만남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조용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그녀의 입장에서 배려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아껴주어야 하는 것인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때를 놓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굳이 다가온 인연을 놓으려 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저는 어떤 연애의 시험에 들게 될까요.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어서, 수많은 시험이 있는데, 그 중 연애의 시험도 참 중요한 시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품어 봅니다.

 

 

 

03) 이상하게 행복한 하루

 

오늘은 날씨도 참 좋다. 이런 날, 수희랑 데이트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수는 길을 걷고 있었다. 오늘은 수강신청을 하러 가는 날. 뭘 수강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면 가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영수를 빤히 본다. 어디선가 본 듯하긴 한데, 영수는 그만 눈을 돌려 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엄마가 그 아이를 보며, 물었다.

환희야, 왜 그래?”

저 아저씨가 내 눈 피해!”

영수는 당황스러웠다. 단지, 눈을 피했다고 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라니. 그것도 모르는 아이 아닌가? 어디선가 본 듯하긴 해도, 분명 아는 아이는 아니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아이 엄마의 반응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우리 한번 저 아저씨한테 왜 피했느냐고 물어볼까?”

!”

울음을 뚝 그친 아이. 엄마의 말만 멀뚱멀뚱 바라보며 영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저씨, 죄송한데, 제 아이와 눈을 피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 눈...”

얼떨결에 대답하는 영수의 눈을 바라보는 아주머니가 탄성을 질렀다.

...!”

그 아주머니는 이유를 알겠다며 아이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우리 환희한테 눈병 옮길까봐 그런 거야. 아저씨 눈 봐, 눈 빨갛지? 너 생각하는 마음에 그런 거야

그런 거야? 히히힛.”

아이는 금방 웃음을 되찾았다.

영수는 이번엔 아이에게 그렇게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주머니, 근데

, 말씀하세요~”

제게 그런 걸 물어보는 이유가 뭐죠? 기분 나쁜 건 아닌데, 좀 궁금해서요

자라나는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호기심 투성이죠. 때로는 아이가 이유없이 좋아하는 어른이 있기도 하구요. 그 좋아하는 어른이 나쁜 사람만 아니라면, 그 사람의 말투, 행동이 아이에겐 온통 호기심의 대상이에요. 그래서 아이는 그 어른과 친해지고 싶어하기도 하구요. 그 마음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나쁜 어른이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하겠지만, 좋은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좋은 어른이란 말씀인가요? 저를 아세요?”

식당에서 몇 번 봤어요.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구요. 우리 환희가 아저씨가 자기 한 번도 안 쳐다본다고 섭섭해했어요. 제가 바빠서 그런 거야,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꼭 봐주실 거야라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우연히 마주치니까, 너무 좋아했었던 거에요.”

영수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얼른 눈병 나으세요~. 그리고 나중에 식당가서 마주치면 우리 아이랑 인사도 하고 눈도 마주치고 그래 주세요~ ”

영수한테 살짝 미소를 짓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묻는다.

근데 엄마, 저 아저씨 왜 울어?”

우리 환희가 아저씨 좋아한다는 말에 감동받았나 봐!”

히힛, 정말?”

, 정말!”

갑자기, 아이가 뒤돌아보더니 영수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아저씨야, 안녕!”

영수의 등뒤로 들리는 그 목소리에 영수는 얼른 뒤돌아보고 손을 흔든다. 여전히, 눈은 마주치지 못한다. 아이는 발랄한 웃음을 영수에게 보내고는 엄마의 손을 잡고 사라진다. 영수는 그들이 사라져간 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울먹이고 있었다. 이상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신다의 감동-03)

 

아이들을 보면 이상하게 잘 웃는 아이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아는 아이죠. 저를 보면서 반갑게 인사해주는 아이들을 볼 때면 너무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학습지교사로 일을 할 때 특히 더 그랬죠. 대부분은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반가워 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요. 학습지교사를 그만두면서 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고, 이젠 그 아이들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이 지났네요. 문득, 제가 어느 날 길거리에 그 아이들을 마주치고 그 아이들을 못 알아본 채 그저 피하기만 한다면 그 아이들은 과연 섭섭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끔 그 아이들을 떠올리면 기분 좋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현재를 즐길 뿐이니까요. 섭섭하면 섭섭해하고 즐거우면 즐거워하는 그런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봅니다.

 

 

04) 끔찍한 웃음이었다

 

물건을 포장해주는 곳에서, 지금 한창 바쁜 철이라고 해서 일일 알바를 하는 곳에서 퇴근하는데, 어떤 여자가 영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영수는 그 여자의 웃음에 섬찟함을 느겼다. 마치, 아들인 영수를 자신의 소유물로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 여자에게서 보았다. 그 여자는 영수가 갈 때가지 계속 웃고 있었다. 영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고, 재빨리 그곳을 나왔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스토커를 당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사실, 그 여자는 오전부터 영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자꾸 바라보는 건지 몰랐는데, 점심시간에 다른 사람이 영수한테 그 여자가 영수한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며 킥킥 웃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수더러 잘해 보라고 한다. 영수는 다른 무엇보다 이미 그 여자와 뭔가 되는 것처럼 말하는 태도에 불쾌해졌다. 더더군다나, 영수에겐 이미 사귀기로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는데도. 그래서, 영수는 그 이후부터 그 여자에게 일부러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영수의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계속해서 실실댔으며,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일 알바라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영수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서 수희에게 그 얘기를 털어놓았다. 수희가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렇게 일일이 신경을 썼다면, 나는 오빠 만나기도 전에 자살했을 거 같아.”

뭐라고?”

오빠, 누군가 오빠를 좋아한다는 말 들은 거 처음이지?”

.”

어라? 내가 좋아한다고 한 건 뭐야?”

...그게...”

흐흐. 농담이야.”

, 대게 당황스러워.”

오빠, 어차피 그 여자가 오빠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도 아니잖아. 고백하게 되면, 그때 단호하게 거절하면 돼. 그 여자가 상처받을까 봐, 그 여자가 무서워서, 그 여자에게서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런 거 지금은 아무 의미 없어. 그 여자가 고백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인 거고, 그 여자가 고백하게 되면, 그때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지. 그 여자가 고백하지도 않은 걸 가지고 일일이 마음 쓰게 되면, 세상엔 신경써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그런데 내가 볼 때 그 여자가 문제가 아닌 거 같아. 오빠의 마음에 자리잡은 아빠와의 관계가 문제지. 그 끔찍한 기억, 치료해야겠는데?”

? ...그런가...?”

오빠, 나랑 약속해. 어떤 경우에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버리지 않을 거라고. 오빠에게 일어날 많은 일들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참아낼 수 있을 거라고.”

영수는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러나, 맞는 말이다. 영수에겐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 그것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이 세상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 약속할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약속했으면, 손가락도 걸어야지!”

수희는 영수의 손을 잡았다. 처음엔 차가웠던 손이 조금 지나니, 따뜻한 온도로 채워지고 있었다. 채워지는 온도만큼 그들의 마음도, 그들의 사랑도 깊어갔다. 영수는 수희를 사랑하는 마음을 절대로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수희는 그런 영수를 따듯한 눈길, 따뜻한 손길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 눈길과 손길은 영수의 진심을 알아보았고, 누구에서도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영수의 진정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그 내면에서 영수의 앞날이 출렁이고 있었고, 포근한 마음으로 일구어진 앞날이 보였다. 희수는 그런 영수의 앞날이 보이는 것이 뿌듯했다. 사랑하는 마음, 있다. 그거면 된 거다. 희수와 영수는 따뜻해진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웃음은 끔찍하지 않았다.

 

 

(신다의 감동-04)

 

상처가 많은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고 그 상처는 치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들의 결혼은 상처를 받은 자와 치유하는 자의 치열한 싸움이었고, 그 치열한 싸움에서 남은 결과는 행복한 가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제 상처와 치열한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둡고 음침하기만 저였지만, 지금은 많이 밝아졌고 상처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상처의 완전한 치유란 쉬운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벗어나려 애쓰지만, 그 상처들을 부여잡고 어떤 특정한 순간이 오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게 상처라는 거 아닐까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신앙을 통해서, 또 상담을 통해서, 때로는 극히 드물긴 하지만, 배우자의 사랑을 통해서 치유되기도 하죠. 그러나 배우자의 사랑을 통해서 치유되는 경우에도 상담의 병행을 통해서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 나갔냐고요? 저에겐 독서의 힘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저의 신앙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찾았다면, 독서를 통해서 제 마음의 안정을 찾아나갔지요. 책은 저에게 많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라고도 해주고, 때로는 울분을 쏟아내는 현명한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일깨운 글쓰기를 통해 제 마음을 정화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서 저는 인생을 바꿔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죠. 소설과 에세이를 결합한 이 한 권의 글이 그 결과물이겠네요.

 

 

 

05) 폭탄

 

밤새 날린 폭탄 문자에 수희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사랑해, 네가 보낸 문자들도

영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미안해.”

근데, 왜 그랬어? 어련히 나중에 연락할 텐데.”

그냥, 걱정이 되어서.”

걱정?”

어제 네가 집에 들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혹시라도 헤어질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

미안.”

설마 오빠가 헤어지려고 마음 먹은 거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너에게 나는 너무 못난 사람이고 그래서.”

수희는 영수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고 쳐다 봐? 무서워질라 그래

귀여워서.”

?”

못났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만큼 내가 좋다는 말이잖아? . 내가 그리 잘 났었구나.”

영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수희가 영수를 빤히 쳐다보았듯이, 수희를 쳐다보았다. 수희가 배시시 하면서도 시큼하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영수의 가슴에 불이 일었다. 영수의 마음속에서 그녀를 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영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상대에게 신체 접촉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성교육 시간에 배웠다. 나는 나쁜 놈이 아니므로 반드시 허락을 받은 후에 손도 잡기도 하고, 뽀뽀도 할 것이다. 나는 수희를 사랑하므로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한다.’

영수가 이런 생각에 한참 빠져 있자, 수희가 영수의 팔을 잡았다.

오빠, 왜 안드로메다에 가서 있어? , 여기 있는데!”

영수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떨결에 수희에게 물었다.

손 잡아도!”

수희가 그런 영수의 모습을 쳐다보며, 까르르 웃었다.

오빠, 그 다음 말은 왜 안해?”

, 그게

말 안 할 거야?”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 하라니까

그러니까

영수와 수희는 그렇게 한동안 그렇게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버리다가 수희가 박장대소를 하며, 영수의 팔을 잡아 끌어 당기면서,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두 손을 서로 바라보면서, 영수도 그냥 웃음을 짓는다.

(신다의 감동-05)

가끔 요즘의 청춘들은 얼마나 연애를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각박해져 그런 건지, 성희롱 뉴스, 성폭행, 성범죄 등 각종 범죄는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당황하지 않고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의 저자 손경이는 이성 간에 신체 접촉을 할 때는 반드시 상대의 허락을 먼저 받도록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성교육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같은 곳을 보면, 우리는 너무 흔하게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단지,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자인되는 성추행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의사를 명확히 물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것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접촉 행위를 했을 때는 그 즉시 성추행범이 됩니다. 성교육도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행위 자체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인격교육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땅에 성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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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날의 나는 | 어느 특별한 날의 나는 2021-02-0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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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언제였던가. 나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그때는 분명, 이번 생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생은 분명 존재할 거라, 그때는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라고, 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 더 좋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삶을 부정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이대로 죽으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거라고 이 따위 세상에서는 다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마음이란 것은 수십번씩 바뀌는 순간순간의 어느 시점에, 나는 비로소 나의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으며, 그 삶이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한번 쓴 글은 다시는 소비되지 않을 거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 거다. 누군가는 같은 글을 몇 번씩이고 다시 보고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 글과의 재회는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에 자꾸만 반복시청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반복시청에 나의 글도 포함이 되어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반복되는 하루는 없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새롭게 하기에, 나는 존재한다. 나는 글만 달랑 남겨두고 사라지지만, 내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아름답게 새겨질 것이다. 남겨진 글들아, 사람의 마음에 속속 파고들어라, 하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삶에 연습은 없고, 삶에 훈련은 없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무대 위에서 상연 중이다. 그러므로, 이 무대가 조금 더 아름답고 흥미롭길 바란다. 누군가는 나의 본모습을 착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조차 나의 모습임을 알기에, 나는 무대 위에서 열심히 연기 중인 삶을 살아간다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무대 위, 나는 누구보다 뛰어난 대배우가 되어 간다무대 위에서 같이 연기 중인 수많은 연기자들과  힘께, 무대를 보고 즐거워하는 관중들과 더불어!

 

7. 봄비는 조금 따스한 느낌이지만

 

어머니의 구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잔소리꾼일 듯한 어머니가 투박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가을 저편에 있는 봄비. 가을에 오는 비가 봄비 같을까. 조금은 다른 느낌이긴 하다. 봄비는 조금 따스한 느낌이지만, 가을비는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그래도 봄이나 가을이나, 비가 오는 날은 조금 서늘하다. 그 서늘한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다. 집에 있는 날, 비가 오면, 마냥 신이 난다빗방울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낭만적인 느낌이랄까물론, 외출할 때 오는 비는 그리 반갑지 않다. 우산도 써야 하고, 차는 막히고, 길바닥은 젖어서 조심조심 걸어야 하고, 전철을 타러 들어갈 때면, 비에 젖은 우산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 그래서 게으름쟁이한테는 비가 오는 날, 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는 게 정말로 신나는 일이다. 무엇을 해도 신이 난다. 무엇보다도 이런 날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신이 난다. 그 신나는 마음에 내 마음은 또한 들뜨기 시작한다. 이유 같은 건 없다. 그저, 그 순간의 분위기, 그 순간의 즐거움에 취해 하루를 만끽한다. 정말, 게으름쟁이 잘 자게 비가 오시는 날이다. 봄비도 그렇고, 가을비도 그렇다. 여름이나 겨울이 아닌 한, 비는 그렇게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한다.

 

비가 필요한 지역에는 비가 내리게 하고, 비 피해가 있는 지역엔 비가 오지 않게 되기를! 마음으로 바라본다. 저 너머에 있는, 이런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게으름쟁이, 그가 바로 나다. 눈물겹지만 편안한 길을 걷고자 하는 하나님의 다이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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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날의 나는 | 어느 특별한 날의 나는 2021-02-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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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습니다.

 

택배 왔습니다.”

어라, 올 택배가 없는데?

얼른 주소를 확인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옆동으로 가야할 택배를 놓고 쌩하니 가버린 것이다.

나는 잽싸게 뛰어나가 택배를 놓고 간 아주머니를 불러 세우고,

여기가 아니라고, 여긴 옆동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요즘은 택배를 하는 여성도 많다. 원래 택배 기사 아저씨의 가족인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직접 택배를 배달하시는 여성분들도 가끔 있다.

내가 택배를 갔다 주러 뛰어나가면서 누구를 배려한다 생각했을까? 그 아주머니? 아니다. 틀렸다. 내가 가져감으로 인해, 택배를 못받을 옆동 사람이 생각났다. 왜냐하면내가 직접 갖다 줄 거는 절대 아니니가. ,택배회사에 전화해서, 가져가라, 잘못 왔다, 정도는 말해줄 수 있겠지. 그러면, 택배 기사분은 열심히 다시 와서 또 옆동에 전달해주고, 그렇게 된다면 옆동 사람은 과연 성질을 내게 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옆동에 사는 사람이지만, 어떤 사람이 사는지 얼굴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뛰쳐나가 그 아주머니를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다면어휴! 주소, 제대로 보고 다니자구요! 택배 기사님들은 그런 실수 별로 없는데, 택배 부탁받으신 분들이 그런 실수를 종종 하는 듯 하니, 꼭 정확히 확인!

그나저나, 옆동의 우리 호수에는 누가 사는 걸까?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 그렇다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까지 모르는 건 아니니, 너무 깐깐하게 굴지는 말기.

 

 

 

2. 내가 쓴 글이 순간포착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딱 한 줄만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해 준다면?

그러니까, 그 한 줄 외에는 나의 어떤 글도 읽지 않고, 그냥 딱 그 한 줄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의 기분은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쓰는 글에 조금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

물론, 지금 내가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나 지금 최선을 다해 요령을 부리고 있고 나 지금 최선을 다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게 쓸까 열심히 연구 중이다. 므흐흐흐흫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 한줄의 포착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뀌게 한다면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나 정말, 엄청 성공한 사람이라고!

근데, 그 바뀐 인생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실패로 가는 길이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절대 아닐 거다. 그러면 절대 안 돼지! 나 때문에,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나의 글 때문에 바뀐 인생을 그린다면, 나의 소중한 글들이 더욱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고 나도 아름답게(?) 빛나야 하는데……

하하. 누가 그렇게 말해주지 않다도 나 멋진 인생 살고 있다. 나에게 그렇게 말해야겠다.

 

 

3.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그날을 위해

 

아무리 돈이 좋아도, 나는 정당한 대가를 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받는 돈은 찜찜하고 서글프다. 정당한 노동에 정당한 대가.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내가 열심히 노력하여 쓴 만큼의 대가만을 원한다. 어떤 때 그것이 대박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그것이 쪽박이 될 수 있음에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은 위험수당이 항상 붙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따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글을 써서 글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천재일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참고할 증거는 있다.

대부분의 성공한 작가들은 가난했다. 물론, 이런 게 맞다면 성공선-일반착오 오류를 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 가난해서 돈을 벌려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글이 생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걸까. 정말, 등단을 하고 그 상금을 챙기고 그리고 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그게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경우야 어떻든, 정당한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고 타게 되는 상은, 별로 감동적이 못하고 진정성도 없다. 언젠가 내 글도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글 하나를 힘껏 써 보고 있다.

 

 

4. 세상이 날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날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나 외에 모든 사람은 옳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다르다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었다. 다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은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니, 사는 게 덜 힘들어졌다.

나만 옳은 게 아니라, 나도 옳지만, 다른 사람도 옳은 것이다. 나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틀릴 수 있는 것이다. 모두는 다르기 때문에, 싸울 수도 있고, 화합할 수도 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쭈그려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울었을까, 웃었을까. 삶의 작은 발견이 삶의 큰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큰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그 성장은 나의 능력을 무한대로 키우도록 도와준다.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기에, 오늘 조금만 더 힘써서 그 차이를 인정하자. 인정하고 나면, 세상 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루 먼저 일거리를 마치고 느긋하게 마지막 날 여유를 부리는 우리 사회 어떤 부분의 직장인처럼. 내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루를 맞이하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보다 더 가벼워지기를. 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5. 욕심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하루하루를 제 시간에 맞춰 뭔가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누린 적 있는 눈부신 시간들을 거스를 수도 있다. 그 시간들이 내게는 커다란 의미가 되고 있을 때,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누가 뭐라 하건, 내가 하루를 더 산다면, 죽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 있다는 사실이다인생이 눈부셨다면 그 눈부심이 오래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만큼 더 많이 아팠을 것이고 인생이 별달리 빛난 것 없이 남루했다면 그 남루한 모습 때문에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는 빛난 것인가, 남루한 것인가. 때로는 그 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내가 빛나고 있는 건지, 남루한 모습으로 남게 될지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닐 거 같다.

 

욕심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의 글을 연재하고 싶은 욕구, 그럼으로 인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 또한 나의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구. 그런데, 그 욕구 이전에 나를 붙잡는 건, 나는 계속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내 스스로 나에게 허락하지 않은 시간은 어쩌면, 허락도 없이 데려가고 있는 "사막의 음침한 골짜기"일지도 모른다. 그 음침한 골짜기에서 나의 글이 탄생하고, 읽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내가 부리는 욕심, 내가 부리는 욕구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헛된 마음이 아님을 기억하게 된다.

 

시간이 늙어버려 지나 버린 세월 사이에는 새와 나비, 벌레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들마저 허락 없이 데려가려는 몸부림에 가끔은 힘에 겨운 발걸음을 내딛어보지만, 지금 그렇게 디디고 있는 돌의 덩이들, 돌의 아픔들은 치열한 삶의 경쟁을 예고하면서 내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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