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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의 바이블 | 서평 2020-04-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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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틸리 서양철학사

프랭크 틸리 저/김기찬 역
현대지성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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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N번방 사건 공범인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아직 교복이 어울릴만한 애띤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한 18세 청소년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 공세 속에서 도대체 지금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사태의 심각성이나마 제대로 파악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어린이들을 포함한 다수 여성의 육체와 정신을 유린한 이 짐승같은 존재들의 민낯을 보며 인간 존재와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상존하는 인간성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되는 아침이다.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이런 끔찍한 괴물들로 만들었을까?

 

이러한 질문 앞에서 활자 크기 10포인트 800여페이지의 분량만으로도 독자들의 기를 죽이는 어마무시한 철학서 한권을 만난다. 철학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의 철학교수를 지낸 '프랭크 틸리' 교수에 의해 1914년 초판 발행된 <틸리 서양철학사>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일단 고대 동양 철학과 사상은 사유 체계가 명확하게 성립되지 않았기에 배제하고, 개인과 국가, 사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 소크라테스 이전 자연철학부터 근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흐름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나열했음을 밝힌다.

 

인류의 태동 이후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 속에서 그것의 기원과 구조, 기능을 탐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유의 작업을 해나갔다. 저자는 한 철학의 역사적 기원과 개인적 동기, 하나의 철학 체계는 한 개별 지성의 창조적 사유의 산물이며 그 창시자의 인격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즉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깊은 생각과 탐구의 정신을 지닌 그 시대의 지성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물음 앞에서 답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으며 그것에는 자연스럽게 나름의 답을 발견한 하나의 철학 체계를 형성한 지성인들의 인격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철학이라는 것이 오직 자신만의 세대가 가진 물음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서 종결되는 한계성에 그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창의적 철학자는 동시대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개념들과 더불어 과거 철학사로부터 이끌어 낸 전통적 개념과 통찰을 살찌워야 한다는 것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진정한 철학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문제와 그것에 대한 정답만이 최고라는 오만을 견제할 때 더욱 더 풍요로운 사유 체계의 완성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방금 위의 이야기와 같이 각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 사상이 독단적인 움직임 속에서 역사적 단절성을 갖는 것을 철저히 배제하고 자신들의 앞 시대를 살다간 선배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유에 대한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추구했음을 너무나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유독 하나의 시대 정신만이 한권의 책을 관통한다고 볼 수는 없고 각 시대마다의 철학 사상들이 마치 유아용 토마스 기차 장난감과 같이 어느 정도의 연결성을 이루며 진행됨을 발견할 수 있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본서는 1장 자연철학부터 22장 실용주의 실증주의 분석철학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 사상을 앞뒤의 사상체계들과의 시대적 연관성을 무시하지 않은 채 매우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 사실 나와 같은 철학의 문외한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철학의 범주에서부터 철학의 기원을 생각하길 좋아한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의 그 난해함을 굳이 이해하기 위해서 통과해야만 하는 그 지난한 정신적 사유의 과정들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중세철학이나 근대 계몽주의 철학과 같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철학 사조들과는 달리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 철학자들에 관한 그들의 사상과 이론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이득이었다.

 

밀레토스 학파 또는 이오니아의 자연 과학자들로 불리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와 같은 철학자들은 이 세상의 실체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들 사유의 소재로 삼았다. 초기 고대 철학자들은 대부분 과학자들이었다. 만물의 질료이며 원초적 재료는 물이기에 만물은 물로 시작해서 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던 탈레스나 생물의 기원을 밝히며 사람은 원래 물고기였음을 주장하며 마치 이후 다윈 진화론의 고전판 버전과 같은 사유를 설파하기도 한 아낙시만드로스 그리고 사물들의 제일 원리이며 근본실체는 공기, 증기, 안개이며 공기는 생명의 원리이자 우주의 원리임을 주장한 아낙시메네스까지 어찌보면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문제에 있어서 모르고 살아도 하등 문제 없고, 지장없는 마치 개똥 철학같은 이야기들을 매우 심도있게 나열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 철학자들이 관심있게 궁구한 우주와 세계의 실체의 문제는 당장 우리네 삶에 큰 연관성이 없다할 수 있지만 인간 존재의 문제와 연결될 때 그렇게 만만하고 쉽게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 다소 심각한 이슈가 될 여지가 충분한 철학적 주제들을 끄집어온다.

 

예를 들어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세계를 구성하는 실체의 문제는 무엇이며 그 세계와 우주를 구성하는 자연과 인간은 무엇이며 그것이 인간과 맺는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의 물음을 차단해버리고 당장의 배고픔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의식주의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인간은 한낱 아낙시만드로스가 말한 물고기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기원도 모르고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조차 모르며 인간 존재의 기원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의 결과는 지금 현시대가 맞닥뜨린 각종 윤리적 문제들과 결코 관련없지 않다. 전쟁, 폭력, 살인, 강간, 낙태, 아동 성매매, 인종청소, 유아살해, 장기밀매, 안락사, 동성애, 식인풍습, 유전자 조작, 대리모 출산 등 현대 우리 사회가 겪는 수 많은 난제들에 대해 그것이 오직 독립적으로 발생한 시대의 아픔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무지한 답변은 없다.

 

자연철학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생성과 기원의 문제는 인간과 신 존재의 증명을 요구하며 종교와 중세철학의 시대로 바통을 넘겼다. 이후 신 존재의 증명을 둘러 싼 끊임없는 종교적 논쟁은 다시 인간성 회복이라는 지성과 이성의 시대인 계몽주의 근대 철학에 그 철학적 사유의 주도권을 넘긴다. 종교에 대한 이성의 탁월함을 맹신했던 인간은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저지른 그 끔찍한 전쟁의 참혹성을 통해 다시금 인간 이성의 무한 맹신이라는 화려한 망상을 떨쳐버리기에 이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은 후 인간 정신과 철학의 무대는 전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상대성의 인정과 다원화라는 새시대를 맞이하기에 이른다. 이제 인간은 신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인간 지성과 이성에 대한 맹신도 거부한다. 오히려 과학기술이 새로운 인간 문명의 총아로서 떠오른 현대인들에게는 편리함과 그로 인한 즐거움, 효율성이라는 최고의 철학적 주제가 대세다. 그렇기에 효율성의 측면에서 장기매매가 이루어지며 돈을 벌기 위해서 불법 낙태를 시술하고 안락사를 시행하는 의료인들이 존재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라도 불멸의 삶을 꿈꾸기에 이르렀다.

 

본서는 단순히 서양철학사의 시대적이며 연대기적인 나열로서 이루어진 책이 아니다. 고대 자연주의 철학의 시대부터 근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대표적 철학사상과 철학가들이 그들이 살던 당시의 사회, 정치, 문화적 정황 속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은 잠시 이해의 과정을 스킵하고 넘어간다해도 이후의 논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크나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별히 틸리 교수가 철학적 논의를 심술궂게 비꼬아서 표현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문체의 명확함과 명료함으로 인해 다른 책들보다는 표현에 있어 매끄럽게 다가오는 철학서이다.

 

10여일간 벽돌과 같은 책 한권에 파묻혀서 사고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댔다. 영원한 이국의 언어와 같은 철학. 잠간 농담과 같이 표현했지만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 속에서 철학을 모른다고 실제로 밥 벌어 먹고 사는데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는 관념적 학문으로서의 철학. 그러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배부르고 등 따시면 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그 시대 어르신들의 시대적 유물로서 잠시 밀어놓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좀 더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자연 철학자들과 같이 거창하게 우주와 세계를 논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나와 내 이웃과의 관계라는 협의적 의미에서 인간 실존의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지금과 같은 시대만큼 필요한 때가 또 있을까싶다. 자기가 왜 태어났고 본인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나를 둘러싼 내 이웃들의 존재와 그들 하나하나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멈췄을 때 리뷰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N번방의 괴물들이 탄생한다. 완연해가는 봄 기운 속에 이번 시즌에는 우리 모두 가벼운 책들을 좀 내려놓고 머리에 쥐가 날 수도 있는 고생스러움을 선택함으로서 아낙시만드로스가 말한 물고기가 아님을 증명해보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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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 서평 2020-04-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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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복음주의 페미니즘

웨인 그루뎀 저/조계광 역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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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TV 광고 카피 중에 "모든 이들이 YES! 라고 말할 때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늘 리뷰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광고 카피와 같은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신앙을 고백하는 전통적 개신교의 신자들에게 있어서 삶의 최종적인 권위는 바로 성경이다. 성경만이 오직 우리 삶의 유일한 권위이며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성경의 권위는 결코 변개하거나 훼손할 수 없으며 이러한 성경의 순수성과 무오성을 수호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수 많은 성도들은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본서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바로 이와 같이 모든 개신교 신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받아들여지는 성경의 권위에 기초한 진리가 무엇인지를 밝힌 탁월한 저작이다.

 

이 책의 저자 '웨인 그루뎀' 박사는 복음주의 목회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저명한 성경신학자이자 조직신학자이다. 그런 그의 2006년 발간된 너무나 귀한 책이 이번에 CH북스를 통해 번역되어 한국 교회에 소개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고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제목인 복음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는 대다수 신자된 독자들에게 매우 낯설다. 현대사회에서 페미니즘이라는 어휘가 갖는 느낌이나 분위기가 사실 썩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책의 제목은 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논쟁의 주된 핵심은 바로 20세기에 들어 개신교내에서 첨예한 신학적 대립의 구도를 보이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교회의 지도자적 위치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성 목회자 안수에 관한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바로 20세기 초중반부터 거세어진 신학적 자유주의(하나님의 유일무이한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부인하는 사상체계)의 영향 아래 복음주의 교단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 목회자 안수와 지도자적 위치에 대한 허용을 인정하려고 하는 시도들에 대한 신조어로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인 웨인 그루뎀 교수는 이러한 복음주의 교단 내에서 벌어지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왜 성경적으로 잘못되었고 그것이 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에 반하는 배교적 사상인지에 대해 성경과 신학, 전통과 역사적인 모든 분야의 자료와 고증을 통해 입증하고, 경고하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크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의 성직 안수에 대한 승인과 자유주의의 역사적 연관성,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부인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다양한 견해들, 논거가 희박하거나 거짓된 주장에 근거한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들,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그런데 우선 독자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할 2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와 상호보완주의이다. 평등주의는 말 그대로 성경은 교회와 가정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위치와 지위, 사역의 역할 등에 대해서 구분을 두지 않는다라는 주장으로서 다름아닌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주된 사상이다. 반면 상호보완주의는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교회와 가정 안에서 남성과 여성은 하나님이 주신 고유한 위치와 지위를 가지며 사역에 있어서도 역할의 차이와 구분이 있음을 말하는 전통적인 복음적 개혁주의의 주장이다. 이러한 일련의 기본적인 용어를 이해하고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각 진영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전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상황 속에서 절대진리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성과 관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의 영향은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신학적 자유주의자들에 의해서 시도된 여성 성직 안수는 이후 복음주의 교단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남여의 성경적 동등성을 주장하는 동등주의로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복음주의 진영의 급진적인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급기야는 미국 내 적지 않은 복음주의 교단과 교회들이 여성 성직 안수를 승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여성 성직 안수의 문제가 분명 하나님께서 성경의 말씀을 통해 금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행보에 대해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저자는 책을 통해 평등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유주의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등주의자들이 구사하는 논리가 성경의 권위를 거듭 훼손하며 교회를 점차 신학적 자유주의로 이끄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2부와 3부를 통해서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고 부인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들과 논거가 희박하거나 억측에 가까운 그들의 주장을 제시하며 탁월한 성경적 식견과 냉철한 신학적 통찰력으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함으로서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오류를 여과없이 들춰내고 고발한다. 특별히 고린도전서와 디모데전서는 교회 내 여성들의 위치에 대한 사도 바울의 견해가 가장 잘 드러난 성경 말씀이다. 그렇기에 이 성경의 내용은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많이 변개하고 자의적 해석으로 훼손시키는 성경 말씀 중 하나이기에 저자는 매우 공들여서 그들의 반론에 대해 날카롭고 예리한 역반론을 펼치며 그들의 거센 공격을 방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부를 통해서는 그렇다면 이제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가고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교회 내 여성 안수와 지도자적 위치를 승인하는 문제는 결국 교회를 신학적 자유주의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밝힌다. 왜냐하면 20세기 초 자유주의 신학을 따르는 교단과 교회들은 모두 여성 목사 안수 허용과 교단내 지도자 위치의 승인, 그리고 나아가서는 동성애 인정과 동성애자 목사 안수의 문제까지 승인한 상태에 와 있기에 그들의 전례를 고스란히 답습해가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을 따르는 그들의 교단과 교회가 신학적 자유주의로 기우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결론부에서 결국 "궁극적으로는 성경이다!" 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의 말을 남긴다. 그리고 성경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유일무이한 당신의 말씀이며 그분의 말씀이 일점일획의 거짓이나 오류가 없는 무오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믿는 신자라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분별해보기를 바란다는 바램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책을 덮으며 몇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우선 책을 읽는내내 저자인 웨인 그루뎀 교수의 그 신앙적 절개와 믿음 그리고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성경의 말씀을 왜곡하고 곡해하여 어떻게든 가정과 교회 안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신 여성 성직 안수와 지도자적 위치를 동등하게 차지하려고하는 수 많은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거센 도전과 반론 앞에서 그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반면 상호보완주의를 지지하는 전통적 개혁주의자들의 목소리는 왜이리 작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웨인 그루뎀이 밀려오는 좌경화된 사상의 물결에 맞서 성경의 절대성과 유일성, 무오성을 수호하기 위해서 정말 몸이 바스라지는 지성적 헌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라고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진중한 부르심 앞에 순종하여 연구실에 앉아 몰려오는 반대와 저항의 압력 속에서 본서를 집필해갔을 저자의 뒷모습 속에서 교황주의자들을 비롯한 수 많은 대적자들에 둘러싸여 죽음의 위협 앞에서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전 삶을 불태운 하나님의 사람 존 칼빈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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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 속 선의의 정신 | 서평 2020-04-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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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이덕형 역
문예출판사 | 199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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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암살범이 가지고 있었다는 책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책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미국의 작가 'J.D. 샐린저'에 의해서 쓰여진 소설이다. 16세 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거짓과 허위, 위선으로 가득찬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실린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사회와 인간군상에 대한 노골적 반항과 비아냥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순과 가면 뒤 숨겨진 사람들의 폐부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데 있어서 본서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위대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크리스마스를 몇일 앞두고 영어과목을 제외한 전과목 낙제라는 마치 학교에 대한 반항적 기질의 발로와 같은 형편없는 결과로 인해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는다. 이후 기숙사를 나와 3일간 뉴욕 시내를 방황하며 자신이 만나고 격게 된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의 형식으로 풀어놓는다. 특별히 본서의 특징 중 하나는 저속한 비속어와 은어 심지어는 걸죽한 욕설까지 여과없이 기록됨으로서 마치 독자가 주인공 콜필드와 함께 옆에서 그와 동행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문제투성이의 소위 하자있는 인간들이다. 그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와 같은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한때 관심 가졌던 여자 친구 샐리, 뉴욕 시내를 방황하며 만난 택시 기사들, 자신을 속이고 돈을 훔쳐간 호텔의 벨보이이며 동시에 포주인 모리스 그리고 창녀 서니 등 콜필드를 둘러싼 인물들의 대다수는 그가 그토록 증오하는 인간군상의 대표적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반대로 콜필드로 하여금 그래도 세상에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게함으로서 이후 소설의 결말에서 그가 다시한번 자신의 삶에 대해 소망을 갖고 일어날 힘의 원동력이 되어 준 인물들 또한 등장한다. 자신이 믿고사랑하는 여동생 피비와 뉴욕 거리를 방황하다가 만난 두명의 수녀들 그리고 약간의 오해로 서먹해진 자신의 옛 스승 엔톨리니 선생 등이 그들이다.

 

콜필드가 바라보는 세상은 대체적으로 어둡다. 그리고 비관적이다. 16세 사춘기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정직함과 진실함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뒷골목 쓰레기장과 같다. 저자인 샐린저는 바로 이와 같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마치 중2병 걸린 것 같은 콜필드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사회의 모순과 인간들의 위선 가득한 참모습을 마음껏 비꼬고 희화화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콜필드가 퇴학을 당한 학교라는 공간은 콜필드에게 있어서는 모범적인 학생은 이렇게 공부해야하고 이러이러한 바른 행실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또 하나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의 온상이다. 더불어 추운 겨울 3일 동안 뉴욕 시내를 배회하며 만나게 된 사람들 또한 이러한 사회가 낳은 병적 부산물일 수도 있다는 콜필드만의 정의를 가능케 만든다.

 

개인적으로 본서를 아주 오래 전 완독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책이 주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당시 나의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제한적이고 미숙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책을 재독하며 느끼는 것은 그래도 이제는 저자 샐린저가 콜필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하는 진의를 대강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이 마지막 책의 뚜껑을 덮으며 나의 마음을 훈훈하게 채운다. "어차피 사는건 누구나 다 똑같어! 너무 유별나게 굴지마!"라고 말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우리 모두를 획일성의 프레임 안에 가둔다. 그리고 대다수의 범인들은 그러한 사회가 전달하는 무언의 압력 속에 굴복하며 그 틀 안에 자신을 쑤셔넣는데에 열심이다. 샐린저는 어쩌면 당시 미국 사회가 요구하는 그 전통적인 관습과 기성 세대가 말하는 무형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반발을 주인공 콜필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래 전 감명깊게 본 영화 한편이 있는데 다름아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파인딩 포레스터>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자말' 이라는 빈민가의 흑인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동네에서 당대 전설적인 작가로 알려졌지만 첫 작품 이후 자취를 감추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은둔하고 있던 '윌리엄 포레스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자말의 불우한 배경으로 인해 그가 쓴 글마저도 우숩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포레스터는 자말의 글쓰기 개인 선생이 되어줌으로서 자말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며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포레스터와 자말은 스승과 제자의 우정을 키워간다. 이 영화는 개봉 후 영화에 등장하는 천재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가 바로 본서의 저자인 J.D. 샐린저를 모델링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왜냐하면 샐린저 또한 아내와 이혼하고 1968년 이후 실제로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은둔의 삶으로 사라진 인물이기에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이 본서의 저자를 염두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독자는 왜 저자가 은둔의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본서를 통해 어렴풋이 발견하게 되는 작가의 사고와 정신의 한 편린을 볼 때 본서의 내용과 작가의 삶이 어느 정도 중첩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모든 사물과 세상, 인간에 대한 그 중2병적 사고와 관점으로 똘똘뭉친 주인공 콜필드에게 그의 여동생 피비가 "그럼 도대체 오빠가 되려고 하는 것은 뭐야?" 라고 물었을 때 콜필드는 "착한 어린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그들을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인간 정신의 순수함이 사라진 세대 속에서 어쩌면 콜필드의 생각은 우스꽝스러운 광대와 같은 사고이며 4차원적 의식 속에 살아가는 이방인과 같은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콜필드가 말하는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선한 의식을 지닌 인간을 이상하게 여기는 기존 세상이 가지는 목소리와 의식이 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아마도 샐린저는 바로 이와 같이 병들고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반감과 염증을 안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숨은 것은 아닐런지...

 

입술에서는 온갖 욕설과 비속어가 튀어나오지만 어린이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벽에 적힌 음담패설을 지나치지 못하고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콜필드의 진짜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 속에도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사람들이 필요함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코 이 책은 일독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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