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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이해에 관한 길라잡이 | 서평 2020-08-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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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령, 위로부터 오는 능력

앨버트 심프슨 저/김원주 역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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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다소 긴 시간 동안 유독 성령 세례를 강조하는 은사주의 계열의 교회를 출석했기에 성령에 대해서는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대부분의 성령에 대한 생각과 이해는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친 오해에 기반한 것들이었음을 오랜 세월이 흘러 건강한 개혁주의 신학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성령을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현상과 느껴지는 감정적 요소에 한정 지으며 그러한 경험과 체험의 바탕위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기독교 2천 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렇듯 성령에 대한 몰이해는 각 세대마다 교회를 병들게 했고, 각종 이단들의 모판이 되었으며 참된 성령에 관한 가르침의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소위 복음주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처럼 성령에 대한 비뚤어진 가르침이 넘쳐나는 세대도 없다.

 

이러한 성령에 대한 오해가 판을 치는 세대 속에서 19세기 장로교 목사로서 성령에 대한 깊이 있는 가르침을 책으로서 남긴 '앨버트 심프슨'의 본서는 성령에 대한 성경적인 견해를 찾아보기에 좋은 책이다. 특별히 장로교 목사로서 성결교단의 4중복음에 영향을 끼친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우선 책의 특징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속에 나타난 성령에 관한 인격과 사역의 의미를 잘 들추어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혹 알레고리적 성경 해석 방법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성경 속에서 성령에 관한 명확한 메시지를 추출해내는 데 있어서는 성경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치우치는 경향 없이 저자가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구약성경의 모형과 상징 그리고 예언 속에서 나타난 성령과 신약성경의 약속과 계시 속에 드러난 성령에 대한 바른 성경적 가르침들을 신비주의 계열의 위험성을 배제한 채 잘 기술하고 있다.

 

성령에 관한 주옥같은 가르침들이 알알이 꿰어져 매달려 있는 보물창고에 들어간 것과 같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나로 하여금 밑줄을 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성령께서는 구별되고 헌신되며 성별된 마음에 임하신다. 육신적이고 세속적인 영혼으로는 기름 부음을 받을 수 없다. (중략) 거룩함을 받기 전에는 하나님으로부터 능력을 받을 수 없다. p77

 

기름 부음을 설명하는 제6장에서 발견한 문구다. 많은 신자들은 삶이 왜 이리 무기력하고 생기가 없을까 고민한다. 남들은 활기차게 자신의 삶의 영역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데 반해 왜 나의 삶은 이리도 무력한 것일까에 대한 상심과 고민을 가진 신자들에게 이 책은 정확하게 정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기름 부음의 문제이고, 기름 부음은 거룩한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 육신적이고 세속적인 정신과 영혼 안에는 결코 하나님의 성령이 베푸시는 능력과 기름 부음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은 바로 거룩함과 구별됨이다.

 

또 한 가지 성경은 성령을 소멸하는 불로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불의 기능 중 하나는 정결치 못한 것들을 태워버리는 역할이다. 사물의 본질까지 완전히 연소시켜버리는 불의 정화 기능은 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만큼 불이 가진 정결케하는 기능과 능력은 강력하다. 그렇기에 저자 앨버트 심프슨은 성령을 이와 같이 불에 비유한다.

 

찌꺼기를 불사르고 순수한 금속으로 녹게 만드는 불꽃처럼 성령도 우리를 죄악된 옛 본성의 생활에서 분리시키고 우리 속에 그리스도의 본성과 생명을 새겨 넣으신다. p91

 

괴성을 지르고,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방안 이곳저곳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닌다. 거룩한 웃음이라고 칭하며 미친 듯이 웃어대고, 벽을 두드리고 긁어대며 바닥에 기절하듯 쓰러진다. 치아가 금으로 바뀌고, 하늘에서 금가루가 쏟아진다고 아우성을 친다. 심심찮게 보이는 대표적 신비주의, 은사주의 단체에서의 성령 집회 모습이다.

 

이처럼 성령은 결코 비인격적이신 분이 아니시다. 성령에 관한 위와 같은 잘못된 견해들이 넘쳐나는 세대 속에서 본서를 통해 저자는 철저하게 성령의 인격과 사역에 집필의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구약과 신약성경 속에서 성령 하나님이 얼마나 인격적이고 따뜻한 분이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술했다. 성령 하나님은 신자들의 영혼 안에 마음대로 침범해서 마치 폭군과 같이 사람들을 짐승처럼 다루지 않으신다. 성령은 한 신자의 인격 안에 거하시기 위해서 부드럽게 권고하시며 때로는 단호하게 결단을 촉구하시는 분이시다. 그렇기에 당신의 사람들을 향한 지정의의 전인격적 변화를 강권하시는 성령 하나님에 대한 바르고 균형 잡힌 건강한 이해는 눈에 보이는 현상과 느껴지는 감정으로서 오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신자에게는 날카로운 지성과 차가운 이성, 따뜻한 신앙 감정의 균형을 통해 위로부터 오는 성령의 능력을 올바로 분별하고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은혜의 시대, 성령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있어서 한 번쯤 생각하면서 읽어볼 만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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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발 밑 세상에 대한 여행기 | 서평 2020-08-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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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더랜드

로버트 맥팔레인 저/조은영 역
소소의책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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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우리가 배운 과목 중 지구과학이 있다. 지학이라고 줄여서 불렀는데 이 과목 수업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지구의 구조에 관한 내용이다. 우주와 해양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땅 아래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주제다. 땅을 파들어가면 땅속에는 용암이 들끓는 지옥이 있다는 심연에 관한 막연한 공포는 과학이 발달한 지금의 우리에게는 종교적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다. 핵이며 맨틀과 같은 지구 핵심부에 대한 지식들을 배우며 땅 아래에 관한 다수의 호기심은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의 발밑에 있는 공간에 대한 그 알 수 없는 태곳적 신비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념 속에 아주 매력적인 책 한 권을 만났다. 붉은 기운이 충만한 북 커버가 인상적인 땅속 세상에 관한 보고서 <언더랜드>는 제목 그대로 땅 아래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저자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자연과 경관의 신비에 대한 관심 속에 직접 찾아가서 경험하고 느낀 그대로의 사실과 감정을 지면 위에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가는 자연 작가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땅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지학 수업시간에 배운 객관적 사실을 잠시 밀어놓고 책을 접한다면 땅속 세상에 대한 낯선 풍경이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p16

 

저자는 책을 통해서 지하라는 공간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나름의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사고를 제공한다. 책을 펼치고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키워드는 은신처, 생산지, 처리이다. 언더랜드는 인류에게 있어서 3가지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공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은 몸을 땅 아래로 내려보내며 행복했던 기억들을 함께 묻는다. 다양한 광물과 천연자원을 땅 아래로부터 추출하여 지상의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 또한 언더랜드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다. 동시에 지상의 사람들이 쓰고 버린 각종 쓰레기와 핵폐기물과 같은 위험천만한 부산물 또한 지상의 사람들은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이렇듯 언더랜드는 망자와 그에 대한 기억들이 묻히는 곳이며 동시에 지상의 사람들에게 쓸 것을 공급하고 다시 그 소비된 쓸 것의 잔재와 죽음의 물질을 회수하는 종말의 기능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언더랜드는 산자와 죽은 자가 보이지 않는 유기적 관계로 엮어져 영원히 타자화할 수 없는 운명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 세 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언더랜드의 숨겨진 의미를 밝힌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책의 내용이 우리가 중고교 시절 지학 시간에 배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독자는 잘 다듬어진 교양 과학 에세이 한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별히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에 관한 이야기는 인상 깊게 각인된다. 한 조림지에서 백자작나무 묘목을 솎아내자 함께 자라던 주변의 더글러스전나무 묘목들이 시들해지다가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서 생태학자들이 숲 바닥을 벗겨내고 땅 아래를 관찰한 결과 아무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곰팡이가 토양에 퍼뜨린 가늘고 옅은 균사의 난립이었다. 거미줄과 같이 연결된 엄청난 균사들은 나무뿌리에 접점을 갖고 나무 상호 간의 영양물질을 운반해 주는 일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이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곰팡이들은 광합성 산물의 일부를 빼돌려 자신들의 대사에 사용함으로써 마침내 곰팡이와 나무들 간의 거대한 공생관계를 형성해갔던 것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이 컴컴하고 어두운 지하 세계에 이러한 역동적인 생명의 활동이 있을 줄이야 지상의 사람들 중 그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이렇듯 언더랜드는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현대를 지나는 지금까지도 인류에게 있어서 터부시되며 마냥 타자화하고만 싶은 제3의 공간이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언더랜드의 가치와 숨겨진 진의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좋은 것은 내어주고 모든 이들이 거부하는 부정적인 것들은 받아들이는 이 한없이 이타적인 공간이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 아래에 있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스토리의 핵심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단지 한편의 잘 쓰인 과학 탐험기라고 보기에는 책이 가진 가치가 아깝고 아쉽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초딩들의 Why? 책을 통해서도 적지 않게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이 쌔고 쌨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책의 감흥은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인과 관계로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것들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통해 확인됨으로부터 온다. 언더랜드는 지상의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고, 지상의 존재들 또한 언더랜드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의 사람들은 죽음과 기억을 언더랜드로 가져갔고, 그것을 통해 언더랜드로부터 삶의 에너지를 환전 받았다. 그리고 가지고 올라간 생명 에너지의 네거티브한 부산물들을 다시금 언더랜드로 가져가 반환했다. 돌고도는 순환과 인과관계를 통해 언더랜드와 지상의 존재들이 유무형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은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법칙이다. 더불어 언더랜드가 지상의 사람들에게 주는 겸손과 겸허함의 교훈을 놓칠 수 없다. 베일에 싸여 있던 절대적 무의 공간이었던 언더랜드가 지상에 값없이 베푸는 시혜는 너무나 크고 광대하다. 자연의 은혜를 망각한 채 끊임없는 개발을 통한 파괴가 미덕이 된 세상 속에서 암흑의 언더랜드가 보여주는 겸손과 겸허의 태도는 지상의 인간들이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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