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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아이네이스 2 | 기대평 2021-09-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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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로마 건국의 대서사시로서 고전의 품격을 지니는 책.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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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내뿜는 향기 | 서평 2021-09-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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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면을 끓이며

김훈 저
문학동네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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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이 시대의 몇 안 남은 글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며 배우고 싶은 작가다. <칼의 노래>이후 <현의노래>, <남한산성>, <밥벌이의 지겨움>,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개>등을 읽었다.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 흑암 속 글들은 김훈의 손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고 하얀 원고지 위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한바탕 신명 나게 춤사위를 펼친다. 글의 움직임은 개별적이지만 통합적이다. 그러나 그 통합 속에는 강제와 억압, 개별성의 마모는 없다. 대신 어울림과 연합으로서 한 몸으로의 나아감이 있을 뿐.

그렇기에 김훈의 글은 낱알과 같이 흩어지지만 어느 순간 찰지고 비린 밥 한 공기와 같이 뭉쳐져 읽는 이의 의식 속에 떨쳐버릴 수 없는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역사 소설과 단편, 에세이 등을 썼다. 이제는 절판되어 김훈의 마니아들이 중고서점을 돌며 발품을 팔아 구했다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이미 전설적이다. 최근 들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절판된 몇 권의 책들과 새롭게 쓴 글들을 엮어 두 권의 산문집을 냈다. 그중 한 권이 <라면을 끓이며>다.

나의 '김훈 바라기'는 그의 산문집을 서가에 들어 앉힘을 기꺼이 허용한다. 글이 막힐 때 그의 책들을 꺼내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죽어있던 상념의 어휘들이 살아 꿈틀대는 좀비와 같이 징그럽게 부활한다. 어쩌면 이런 불경스러운 이유가 나를 김훈으로 이끄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라면을 끓이며>는 작가가 자신과 일상, 세계 심지어 사물에까지 사유를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김훈이 김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같은 범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고 미치지 못하는 그 생각의 깊이다. 타이틀 작 '라면을 끓이며'에서 작가는 라면이라는 소시민들의 허한 창자를 달래주는 싸구려 음식에 대한 그만의 깊은 상념과 사유의 나래를 펼친다. 라면 한 봉지를 통해 배고픔이 일상화된 서민들의 과거와 현재를 논한다. 못 먹고 살던 시대에 대한 그만의 건조하고 짧게 쳐낸 문체가 라면 스프의 MSG 만큼이나 중독적이다. 먹다 보면 아니 읽다 보면 중독되니 나 같은 서평 나부랭이의 입에서는 한탄만 나올 뿐이다. 어찌하면 가진 생각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



총 5부로 묵였다. 전부 명필 명문이기에 어느 하나 폐기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밥에 대한 김훈의 상념은 치열하다. 문학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읽은 적이 있기에 그의 밥과 일상에 대한 견해가 어떠한지 짐작이 간다. 결코 형이상학적이지 않고, 철저히 현실적이다. 땅이 주는 저항과 압력을 받아 대척점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재를 인정한 사람이다. 따라서 먹고사는 일상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다. 입안으로 밥알을 넘기는 일을 천박하게 여기기보다 오히려 고귀하고 성스러운 일로서 미화했다. 그것이 그의 전설적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책에서 그의 산문 몇 개를 체에 걸렀다. 벌어 놓은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는 밥이 주는 고뇌와 삭힌 비애가 남다르다. "이것을 넘겨야지만 또 이것을 벌 수 있을 텐데"라고 탄식하는 문장에서 눈물이 난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끊어질 듯한 몸뚱이를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경험해 봤고 그 경험이 현재진행형이기에 밥에 관한 작가의 단상이 책을 읽는 내내 저민 슬픔으로 마음을 후빈다.

또한 펜을 잡은 사람의 역할을 이 땅의 실제에 한정시킨 작가가 자신의 펜을 겨눈 곳은 2014년 4월의 팽목항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김훈의 생각이 실려있기에 책의 가치가 남다르다. 정치적 색안경을 벗고 객관성을 유지한 채 읽어보라! 범접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글쟁이가 바라본 세월호 침몰에 대한 글이 소름 돋는다. 마음에 묻은 아픔이 순장되어 땅속에서 여전히 신음하며 울부짖는 자들의 뒤척임과 같이 생생하다.

글이 무섭다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 책. 김훈의 글이 무섭다. 세월호라는 건국 이래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지극히 건조한 문체로 감정을 절제하며 써 내려간 흔적이 역력하기에 닭살 돋는다. 삭풍에 바싼 말린 어물과 같이 주관과 감정을 걷어낸 체 시쳇말로 팩폭한다. 삶이 따라주지 못하는 말쟁이들의 억지스러운 비아냥과 어설픈 변명이 원천봉쇄된다. 행여 덤볐다가는 살아나올 수 없는 글의 부비트랩이 도처에 깔려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개별적 아픔을 보편적 아픔으로 승화시킴으로서 글쟁이의 역할을 다한다. 명불허전! 김훈!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철학적 사유의 깊이는 이제 더는 올라갈 곳이 없다. 풀어놓는 글의 향연은 이미 경지다. 현실에 뿌리박혀 있는 작가의 시대를 인식하고 조망하는 식견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몸으로 부딪쳤고 그 안에서 느끼며 울었다. 그 잦은 울음 속 공간을 헤집고 들어와 저만의 똬리를 튼 채 자리한 상념들이 사물과 일상, 인간과 세계, 사건과 사고라는 주제를 배태하고 출산한다. 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가! 이런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그야말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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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의 세계 속으로... | 서평 2021-09-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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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샬롬! 기초 히브리어

임채의 저/이나현 감수
시원스쿨닷컴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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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은 히브리어와 약간의 아람어로 구성되어 있다. 기독교 신자가 구약성경의 언어로 알고 있는 히브리어는 단지 소수의 목회자들에게나 허용된 언어로 이해된다.

원어 성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쉽게 접할 수 없는 고대어에 대한 높은 장벽이 히브리어는 신학교를 가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난공불락의 언어라는 이미지를 형성시켰다. 상형문자와 같은 자음과 깨알 같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모음, 문장을 읽어가는 어순 또한 한국어와 반대다. 모든 것이 생소한 히브리어를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며진 책이 오늘 리뷰하는 <샬롬! 기초 히브리어>다.

보통 한국의 신학교에서 목사 후보생들은 '켈리' 박사가 쓴 <성경 히브리어>라는 책을 통해서 히브리어를 공부한다. 매우 좋은 책이다. 하지만 히브리어 초심자들에게는 조금 어렵다. 구약 성경을 읽어내기 위한 신학교 교재이다 보니 실용 히브리어와는 느낌이 다르다. 이 책 <샬롬! 기초 히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성이다. 당장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실생활 히브리어의 용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7년간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며 실제 그 땅에서 살았다. 실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장점은 문장 위주의 학습이다. 단어와 함께 문장을 통으로 공부한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서 단어가 되고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며 말이 된다는 기초적인 언어의 규칙을 성실하게 따른다.

모든 언어가 동일하듯 히브리어 알파벳인 '알레프베트'를 통해 자음을 익히고 장, 단, 반모음으로 이루어진 모음 체계를 공부한다. 이후 쉬운 단어들을 암기하면서 단어들을 조합시켜 문장을 완성한다.

현재형 평서문을 베이직으로 공부하면서 히브리어의 두려움을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초심자들을 위해 배려한 부분이다. 기초 히브리어 교재라는 책이 가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본문은 총 10장 30개의 유닛으로 구성된다. 각 유닛은 해당 학습의 주요 단어를 설명하고 문장으로 구성한다. 해당과의 뒷부분은 연습문제와 그날의 학습을 정리할 수 있는 섹션으로 채웠다.

각 파트가 끝나면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한 어학책이 가지는 딱딱함과 건조함을 탈피했다. 책은 이처럼 문화와 여행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 역할까지 겸한다. 독자는 본서를 통해 언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한 나라를 이해하는 전체적인 작업임을 깨닫는다.

 

베레시트 바라 엘로힘 엣 하샤마임 베엣 하아레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

 

오래전 히브리어를 공부했다. 생경한 단어를 외우고 문장으로 조합하여 해석하는 훈련을 했다. 매주 단어 시험을 치르는 등 힘겨운 노력을 기울인 결과 띄엄띄엄 성경의 명문을 읽어내려갈 때 맛보는 그 환희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히브리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마다 우리에게 히브리어의 유려함과 아름다움을 극찬하셨다. 언어는 인간을 이해하고 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한 공동체의 세계관을 조망할 수 있는 무형의 축적된 유산이다. 유대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신앙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히브리어는 언어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성경을 원어로 만날 때의 그 벅찬 감동이 신자를 히브리어나 헬라어 등의 성경 원어로 이끈다. 내가 믿는 진리를 진리의 원천이신 그분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다는 신앙적 열망!

공부했던 단어들이 홍수 속 떠밀려간 가재도구처럼 망각의 물결 속에 흔적도 없다. 히브리어 교재를 펼쳐놓고 한참을 망연자실했다. "아! 다시 시작해야 하는구나!"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고 다시 시작해야만 하기에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본서 <샬롬! 기초 히브리어>를 만난다. 실용 히브리어를 통해서 다시금 히브리어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스라엘 여행, 사업 목적의 출장, 유학, 성지 순례, 성경 공부 등 히브리어를 공부하려고 하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 책이 종교를 떠나서 이 아름다운 언어에 접근하려는 독자들 모두에게 제목 그대로 샬롬(평안, 평화)으로서 다가오는 시간을 선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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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빈곤의 문제 | 서평 2021-09-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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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저/김진오,서정완 공역
메디치미디어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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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태국 방콕 빈민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 골목마다 넘쳐나는 쓰레기와 들끓는 벌레들, 오물과 하수가 넘쳐나는 거리를 헤집고 들어간 어느 거주민의 집. 그곳에서 사람이 먹고 자며 살고 있다. 1시간 남짓 전혀 다른 세상에서의 경험은 말 그대로 패닉이다.

최근 만난 책 한 권이 10여 년 전 나의 기억을 소환한다. <카빌리의 비참>은 <이방인>과 <페스트>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기자로서 쓴 일종의 르포이자 에세이다. 1939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동북부 산악 마을 '카빌리'를 방문한 카뮈는 그곳에서 충격적이고 비참한 삶의 현장을 목도한다.

26세 청년 기자 카뮈의 눈에 비친 처참한 절대빈곤의 현장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카빌리의 자연경관과 흑백의 모순적 조화를 이룬다. 근원적 가난은 풀뿌리로 연명하는 기아의 문제로 직결된다. 높은 인구 밀집도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는 빈약한 곡물 생산량이 굶주림의 주요 원인이다.

독을 지닌 뿌리를 먹고 다섯 명의 아이가 죽었다.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건지기 위해서 아이들과 개가 싸운다. 오물로 뒤덮인 시궁창 마을을 방문한 카뮈의 묘사는 방콕 빈민촌에서의 나의 경험과 오버랩되어 책을 읽는 내내 역겨웠다. 골목마다 쌓인 쓰레기, 가축과 사람의 분뇨, 마을을 흐르는 생활 하수, 진창길 하수에 손을 넣고 죽은 두꺼비를 돌리며 노는 아이들... 카빌리 마을의 현실을 제대로 묘사했다.

12시간 노동에 6~10프랑(한화 약 7,200~12,000원)이라는 악질적 임금은 카빌리인들의 비참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며 빈곤 악순환의 고리다. 이 정도의 일당으로 5~6명의 가족이 하루를 산다. 주민 6만 명당 의사는 단 2명! 당장 굶어죽는 판에 의료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열악한 보건 의료 체계는 문장 하나로 대변된다. "카빌리에서는 100명이 태어나고 50명이 죽는다." 2명중 1명이 죽는 영아 사망율 50%. 믿겨지는가? 20세기 문명화 된 프랑스령에서 보여진 통계다.



 

내가 카뮈를 만난 것은 그의 대표작 <이방인>을 통해서다. 사회의 제도적 틀과 관습을 거부하는 듯한 인물 '뫼르소'는 보편적 인간상의 모습과는 반대다. 올바름의 정의를 고정화된 인식의 틀로부터 주조해내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반항이 뫼르소를 통해 표출된다. 정작 자신들은 윤리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 다른 이들의 삶에는 무거운 삶의 멍에를 지운다. 극도로 이율배반적이다.

코로나19로 재소환된 카뮈의 책 <페스트>.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 속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나와 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묘하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을 때 인간은 인간이 된다. 폐쇄된 '오랑'시에서 발견되는 인간 실존의 민낯을 직면하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고문이다. 드러난 빨간 속살을 예리한 면도날로 저미는 것과 같은 끔찍함! 카뮈의 문학적 천재성을 엿본다.

문제를 정치적인 시각에서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때 항상 발전은 이루어진다. p123

카뮈는 두 가지 문제에 천착했다. 부조리와 실존의 문제! 프랑스령 알제리 카빌리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당시 프랑스 주류 사회는 침묵했다. 그들의 무관심은 인간 존엄과 불평등의 문제를 인정하는 암묵적 동의였다. 카뮈의 눈에 비친 프랑스 지성 사회의 가증스러운 모습은 그 자체가 부조리였으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엉겅퀴 줄기를 먹다가 독에 감염되어 죽어가야만 하는 탈출구 없는 빈곤의 미로에 갇힌 카빌리인들의 삶 또한 부조리였다.

아울러 부조리한 삶은 먹고살아야 하는 인간 실존의 근원적 문제로 귀결된다. 타자에 대한 이기적이고 무관심한 삶의 태도는 부패한 인간 실존의 전형이다. 부조리한 삶을 자신들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게 만드는 심정적 자살은 빈곤의 실존이다. 인간과 빈곤의 실존 모두를 끌어안으려 했던 알제리 태생 청년 기자 카뮈의 도덕적 준거와 가치 기준은 이후 집필된 그의 작품 <이방인>과 <페스트>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카빌리인들은 누구인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가 연일 뉴스에 올라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진한 책이다. 출판의 시기가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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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정말 달콤해!? | 서평 2021-09-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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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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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과 응어리진 원한을 누군가가 대신 복수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일탈적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러한 복수 대행을 위한 회사가 있다. 아! 물론 실제 회사는 아니고 스웨덴의 밀리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머릿속에서 잉태하여 책으로 탄생한 회사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명성으로 이미 한국에 폭넓은 찐팬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요나손 작가가 그의 웃음 폭탄을 가득 실은 신작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가지고 돌아왔다. 스톡홀름의 야비한 미술품 거래상 '빅토르', 그의 전 부인 '엔뉘'와 빅토르가 내버린 아들 '케빈 음바티안' 그리고 그의 양아버지이며 마사이 부족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대표 '후고'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엔뉘와 케빈은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들을 내쳐버린 탐욕스러운 빅토르에 대해 복수를 꿈꾼다. 이들은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CEO 후고에게 손을 내민다. 책은 이러한 그들의 계획에 우연찮게 휘말린 후고가 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이르마 스턴'의 값을 매길 수 없는 그림 두 점을 둘러싸고 교활한 미술품 거래상 빅토르와 벌이는 물고 물리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처음에는 빅토르의 사회적 명성에 사망선고를 가하기 위해서 시작된 복수였다. 그러나 빅토르에게 미끼로서 던져 놓은 이르마 스턴의 억대 가치를 지닌 작품 두 점이 위작이 아닌 진품임이 밝혀지면서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빅토르에게 선물을 하게 생겼다. 거기에 더해 케빈의 양아버지인 마사이족 전사이며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정신없는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왜 사람들이 요나스 요나손에 열광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 주는 몰입감과 책 자체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복수라는 키워드를 녹여내기 위해 작품 속에 다양한 역사적 장치를 설치했다. 그중 한 가지가 실존했던 표현주의 대가 이르마 스턴과 그녀의 작품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서도 요나손 작가가 굴곡진 20세기 근현대사의 단면을 소설 속에 잘 투영시키고 녹여내었음을 본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 역시 역사적 팩트와 소설이라는 픽션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한편의 마블링과 같다.



역자는 그의 작품 속 대표적 키워드가 웃음과 자유라고 꼽았다. 나는 여기에 더해 우연성을 첨가한다. 짜인 필연성을 거부하는 작가의 독특한 집필 방향은 반대로 우연성을 향해 열려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과 같이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 또한 예측불가다. 다소 필연성이 우세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우연성은 말 그대로 이단적이다. 우연성은 필연성으로 꽉 막힌 세상 속에서 우리의 숨통에 숨 쉴 여유를 허락한다. 물론 더 숨 막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우연성은 가치 중립적이다.

요나손은 복수라는 키워드를 이 필연성과 우연성의 선상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재단했다. 야비한 미술품 거래상 빅토르가 장인의 유산 상속자인 자신의 아내 엔뉘를 무일푼으로 내쳐버린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후 엔뉘와 케빈의 만남은 우연적이며 후고와 함께 빅토르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게 된 일은 또한 필연적이다. 이처럼 우리네 삶 또한 필연성과 우연성이 혼재되어 있다. 필연성의 수레바퀴에 눌려 실망할 필요도 없고 우연성의 날개 위에 올라탔다고 쾌재를 부를 이유도 없다.

이어서 생각해 볼 메시지! 복수는 진짜 달콤한가? 본성 상 타락한 인간은 복수를 달콤하게 여긴다. 복수는 순정 꿀과 같다. 소설 속 후고가 차린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고액의 비용을 마다않는 복수 청탁 의뢰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복수가 마냥 달콤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입에는 달지만 속에는 쓰다. 마사이 전사며 치유사인 올레 음바티안의 난데없는 등장으로 이야기가 점입가경으로 빠져드는데 여기서 복수가 결코 100% 순정 꿀이 아님을 직감한다.

잔인함이나 잔혹함의 요소는 없다. 오히려 요나손 작가 특유의 웃음과 개그 코드가 지뢰밭처럼 여기저기 깔려있다. 그러나 요나손이 밀리언셀러 작가의 자격이 되는 이유는 폭소와 실소의 가면 뒤에 감춰진 역사와 사회, 인간 본성의 내면을 관통하는 예리한 통찰이다. 역사와 시대를 초월해 복수라는 테제는 인간의 내면에서 사라진 적이 없다. 사회와 법규라는 울타리 속 길들여진 맹수일 뿐 존재는 여전하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울타리를 열어 내면의 맹수를 풀어놓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다. 요나손은 인간의 근원적 앙갚음의 욕구를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연한다는 작가적 상상력을 지면 위에 눌러썼다. 그리고 그것을 달콤함으로 포장했다. 거부감 없이 스위트하게!

위법이 아닌 이상 타인을 향한 복수가 달콤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요나손 작가에게 또 한 번의 달콤한 성과를 가져다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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