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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 리 베 의 시 선 2020-12-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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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삶을 돌아본다. 

어제, 지난 주, 지난 달, 그리고 지난 해.

시간은 계속해서 뒤로 뒤로 감겨 지나간다.


그렇게 계속 흘러가다,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다시 테잎을 감고 또 감아서 그 자리로 돌아온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빈 종이와 연필 몇 자루를 꺼내두고

잠시동안 이 일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다.


지난 주, 도서관에 갔다가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라는

제목의 책을 빌려 돌아왔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이 온통

빛으로 채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의 삶에 빛이 비추일 때 마다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않았고,

그 결심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열아홉의 나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스물 하나의 나는 사랑이 닿는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고,

스물 셋의 나는 그 남자와 가정을 꾸렸고,

스물 넷의 나는 4년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오래도록 꿈꾸었던 작은 커피집을 차렸다.


살아오면서 내가 해야만 했던 크고 작은 결심들은

모두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한 결심들이었고,

그 결과, 나는 여전히 반짝 반짝 빛나는 순간을 살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그리고 이 자리는 곧, 다음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한 해에도 난 역시나

빛나는 결심들을 해야 할 순간을 만날 것이다.


그 때 마다, 망설이지 않고,

반짝이는 일들을 미루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나의 소중한 이들 또한, 이 순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지난 날들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불이 꺼진 것만 같았던 한 해 였을 지라도

그 사이 사이, 크고 작은 빛나는 결심들이 있었음을,

그 결심들이 또 반짝이는 날들을 만들것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직 못 다 읽은 어느 여행에세이의 제목처럼

우리, 내년에는 어쩌면 앞으로는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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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꽂을 데가 없다 하더라도. | 리 베 의 시 선 2020-11-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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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결혼을 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우리의 첫 보금자리는 대구였다.

그 중 1년 반 동안, 한 사람은 대구에서 한 사람은 수원에서 지냈다.

대구에서 지내는 사람은 그 중 2년 동안 동네에서 작은 커피집을 했다.

 

1년 반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수원에서 지내던 사람이 대구로 돌아온 후

우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경북 구미에 터를 잡았다.

 

대구에서 구미로 이사를 했다. 고속도로로 왕복 2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

마침 계약이 만료되기도 했고, 매일 오고 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서 대구에 있던 커피집도 닫았다.

 

13평 아파트에서 23평 아파트로 옮겨왔을 때,

대구 집을 빼곡히 채우던 가구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도 여기 저기 생겨난 여백의 미가 낯설기도 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가게에 있던 짐을 조금씩 가져오면서 그 여백들은 차곡차곡 채워졌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연애시절, 데이트의 8할이 독서와 공부였을 만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수원에서, 대구 집에서, 가게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가지고 있던 책들을 한 데 모았더니

열다섯 칸짜리 책장 2개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쌓아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옮겨오느라 먼지가 탄 책들을 장르별로, 작가별로 차근히 정리하면서

혹시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버리거나, 깨끗하게 읽어 중고서점에 팔 수 있는 책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찾을 마음이 없었는지, 정성껏 찾지 않았는지, 몇 번을 훑어보아도 떠나보낼 책이 없었다.

 

알록달록 형광펜으로 여기저기 줄도 긋고, 이런 저런 메모도 해 둔 책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팔수는 없었다. 사실은 어쩌면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 편이 확실하다.


나는 워낙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구석구석 차곡차곡 쌓아두는 걸 잘 하는 사람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책을 대할 때는 더욱 기준이 깐깐해진다.

이 책은 이런 이유로, 저 책은 저런 이유로 도저히 떠나보낼 수가 없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일 수도,

쓰고 긋고 접으며 읽는 자유분방한 습관 때문일 수도,

떠나보낸다는 다소 감정적인 표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나는 이번에도 단 한 권도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저 비좁은 책장 사이사이 빈 공간을 찾아 눕히고 기울여 꼭꼭 채워 넣었을 뿐.

 

이사를 하면서 그 좋아하는 옷을 커다란 장바구니에 꾹꾹 눌러 담아 4번이나 내다버렸는데도

책은 한 권도 버리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손때 묻은 책을 떠나보내기는 어려울 듯싶다.

 

버리거나, 떠나보내지 못하고 이고 지고 살아야 한다면 그만큼 더욱 사랑해주기로 했다.

두 번 세 번 읽을 책이라면 다섯 번도 읽고더 많이 쓰고, 긋고, 접으면서

오롯이 내 것으로 누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가지고 살아갈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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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위에 띄운 마시멜로 | 리 베 의 시 선 2020-10-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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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바람도 차가워지고 하늘도 멀어진 것이 가을이 왔나 싶다. 이런 날씨일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반신욕.

새벽예배를 마치고 이른 새벽의 찬 공기에 떨다 들어왔을 때, 늦은 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작은 욕조에 뜨거운 물 잔뜩 받아 그 속에 들어가면 코코아 위에 띄운 마시멜로가 된 것 마냥 온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몇 해 전 생일에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입욕제를 주변 지인 다섯 명에게 선물 받은 일도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반신욕을 좋아한다고 소문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 덕분에 한 동안 기분 따라 알록달록 향긋한 입욕제를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경산에 살 때는 욕실에 욕조가 있어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 반신욕을 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대구로 옮겨 왔을 때는 욕조가 없어서 슬펐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녹아있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조바심이 났다. 결국 두 달만에 오만원짜리 작은 반신욕조를 샀다. 나 하나 겨우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그 마저 다리도 쭉 펴지 못할 만큼 작은 플라스틱 욕조에도 나는 행복해졌다. 작은 욕실에는 그 작은 욕조를 둘 자리도 없어서 베란다에 두고 쓸 때 마다 욕실로 옮겨와야 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욕조가 아무리 작아도 내가 번쩍 들어 옮길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주말 부부 시절, 신랑은 집에 돌아오면 욕조를 꺼내와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주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상자를 열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음에 드는 입욕제를 골랐다.

나는 향에 민감한 편이라 향초를 좋아하는데 고양이를 기르게 되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초를 켜지 않았다. 그런 향초가 유일하게 허락되는 순간도 바로 반신욕을 할 때이다.

욕실 선반 위에 좋아하는 향초를 켜두고, 욕실 문 앞에는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둔다. 손 닿는 거리에 텀블러도 가져다 두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마시멜로가 되어가는 것이다.

뜨거운 물이 채 다 식기도 전에,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면 또 머금었던 열기가 훅 식는다. 삼십분 남짓, 평온하고 뜨끈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욕조 마개를 뺄 때,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물이 알록달록 예쁜 빛깔로 쏟아져 나와 안개처럼 흩어질 때 나는 작은 희열을 느낀다. 뜨거운 물 속에 담겨있느라 발갛게 익은 몸처럼 마음 한 구석도 뜨끈해지는 것만 같다.

반신욕을 마치고, 조금은 서늘한 물로 가볍게 몸을 씻어내고 나오면 괜스레 주변 공기가 산뜻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공기가 산뜻한 것인지, 내 기분이 상쾌한 것인지 긴가민가 하지만 늘 결론은 내 기분이 상쾌한 것이라고 짓는다.

한 달에 한 번, 붉게 치장한 손님이 찾아와 머물다 가시는 주간을 빼놓고는 거의 매 주 반신욕을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은 반신욕을 하지 못했다.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는 중이라 삼십분씩 같은 자세로 앉아있을 수가 없다. 쌀쌀해진 날씨, 빨래바구니가 되어버린 욕조, 유통기한이 임박한 비싼 입욕제들. 자꾸만 일렁이는 조바심에 작은 대야에 물을 받아 입욕제를 조금 잘라 넣는다. 몸 대신 발이라도 담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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