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다 | YES 블로그

『상대방 손을 잡아끌고 숲이나 강으로 데이트하러 갈 땐 키스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의 친밀한 행동은 피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회춘 가상현실 체험 안내 멘트이다. 1인 가구나 고령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성을 상품화한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 존재의 이유 중 하나가 종족 번식이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이 수많은 존재 이유를 남기기 전까지는 아마 종족 번식이 유일했을 것이다. 문명의 가속화와 교육수준 향상을 핑계로 성적 본능의 충실함을 혐오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설 자리는 없어지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지면 남는 건 노쇠한 몸뚱이뿐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원초적 본능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난 늙지 않았어!”

『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저 / 홍민경 역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샤오청산은 삶의 연장을 사기 시작한다. 28년의 연장된 삶은 큰돈의 지불로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거짓이라는 충격에 졸도하고 만다.

『기나긴 산길을 걸었다가 쉬기를 반복하고 나자 어느 순간 푸뉴산 깊은 곳의 신비한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울창한 숲, 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 아름다운 깃털이 달린 새, 숲속을 자유롭게 오가는 원숭이, 사람 키만 한 풀, 오솔길을 한가로이 기어가는 뱀, 무리 지어 달리는 멧돼지, 맑은 계곡물, 기이한 모양의 버섯』

총 서른두 번을 멈춰서 쉬고 나서야 도착한 장수촌의 풍경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셔 내 안에 가둬두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손만 뻗으면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고,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간혹 개 짖는 소리와 개울물 소리만 들려오는 천연의 평화로움 아닌가. 보이는 모든 것들이 치유의 마법을 부리듯 흐르고, 몸의 말초신경이 깨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오감이 풀가동하는 이 느낌은 아무리 텍스트라 해도 좋다.

자연은 늘 제자리에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뿜어낸다. 우리는 그 사랑을 뿌리치지 않고 흡수한다면 건강한 삶은 유지될 것이다. 욕심 없는 삶만이 장수의 비결임을 장수촌 사람들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진다.

샤오청산 역시 마음가짐이 변하면서 일상도 평온을 되찾지만, 시간의 흐름은 야속하게도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신체의 퇴화 속에서 삶의 마감을 경고하는 병적 증세의 과정을 샤오청산을 간병하는 그녀의 시선으로 실감 나게 묘사하여 나중 일이 걱정될 만큼 몰입하며 읽었다.

봉사, 의리, 애정,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담고 있는 그녀의 우아한 인생은 샤오청산의 생생한 노화 과정에 생기를 불어넣는 표지의 예쁜 꽃과 같고, 우아한 인생 곳곳의 내밀함은 주변 인물과 얽힘을 통해 더 단단해져 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