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다 | YES 블로그

『어깨와 어깨가 맞닿은 건, 서로를 아주 신뢰한다는 의미겠다. 두 사람의 정수리가 하나의 꼭짓점으로 모인 건 서로를 기꺼이 품을 수 있다는 의미겠다. (…) 가까워진 숨소리는 분명 서로를 데우는 따듯한 것이겠지. 추운 날씨에 잔뜩 떨던 몸은 진정되어도, 따뜻한 감정 때문에 마음은 자꾸만 떨리겠다』

지하철 6호선 어느 날, 겨울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에 한 여인이 아닌, 연인을 바라보며 이 책의 저자가 속삭인 흔적이다. 상당히 섬세한 부분이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좋은 작품이다.

『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여성작가인 줄 알았다. 책을 읽다 보니 남성이고 90년대생 까지는 알아냈다. 좀 더 알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서리태’로 재검색하란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앞머리와 눈, 그리고 코로 프사를 꽉 채워놓았고, 피드는 빽빽한 글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작가는 빈틈없는걸 좋아하나 보다. 이 책은 사랑으로 행복했다가 이별을 남기기도 하고, 외로움과 아픔의 경험을 통해 위로를 들려주는 청춘의 성장통을 무사히 통과한 올곧은 에세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소소하게 둥그런 자리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런 자리는 몸도 마음도 아주 편안하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자세를 자주 고쳐 앉는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이리저리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데, 주고받는 문장들을 가만히 들으며 예쁘게 쌓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런 밤에는 꼭 천천히 잠이 들고 아쉬움보단 넉넉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사랑의 순간도 예쁘게 담았지만, 저자의 일상을 행복으로 풀어낸 부분은 아빠 미소가 생각나게 하는 묘한 편안함이 있다. 너무 힘들면 유치한 상상을 해보라던데, 어이없다는 생각에 웃음부터 나오는 걸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면 순간 세상이 더 선명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헤어짐이 주는 슬픔이 가슴에 고이면 순간 내가 가야 할 세상이 더 선명히 보일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인 이별의 슬픔이 다 마르면, 눈먼 사랑을 다시 시작하나 보다. 사랑했던 과거로 돌아가 그때 그 뜨거웠던 감정들을 가져오고 싶다. 하지만 라떼로 남을 수밖에 없어 향은 진하지만, 달콤한 감촉은 이 책을 통해서나마 느껴본다. 내 감성도 아직 건재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사랑에 무감각한 사람과 이 시대의 청춘들 그리고 바른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를 권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쓴 이 편지를 곱게 쥐어 당신께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