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다 | YES 블로그

『평상시 처세를 잘하면 한 번은 용서해 준다. ‘얘가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이 생각으로 한 번은 용서한다』

『처세술』
개그맨 김형인의 뼈 때리면서도 담백한 세상에 대한 처세 이야기
김형인 저 | 떠오름 | 2022년 10월

이 책은 길게 말 안 한다. 거슬리는 팩트를 살짝 건드린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세술이다. 저자가 개그맨 ‘김형인’이라고 하는데 누군지 몰라 검색을 해봤다. 얼굴을 봐도 모르겠고 스크롤을 내리자 연관검색에 성형이 나와서 이미지를 찾아봤더니, 성형 전 얼굴을 본 순간 기억해냈다. 너무 잘생겨졌다. 심지어 성형 수술한 병원의 메인 모델인 것 같다. 그다음 연관검색어는 도박장 개설 혐의 ‘무죄 확정'으로 검찰 상고 포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는 순간 단방에 이 책을 선택했다. 이런 맘고생을 한 사람이라면 책에 뭔가 하나는 건질만한 미끼는 던졌을 것 같아서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놓고 상스러운 욕을 하는 건 아닌데, 이 책을 덮고 나니 욕 한 바가지 얻어먹은 기분이다.

스물다섯에 개그맨이 되고 군대 재입대한 줄 알았다는 저자는 군 생활 잘하고 즐긴 덕에 개그맨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고 한다. 세상을 탓할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남는 건 뭐라도 있다며, 각오하고 시작하면 무서울 게 하나 없어 오히려 스파르타 방식을 좋아한다는 아주 파워가 넘치는 말을 남겼다.

『내가 능력이 있는데 왜 안 불러주지? 내가 저 친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지? 처세다. 인생살이 결국 전부 처세술이다. 내가 아무리 잘나도 결국 날 써주는 건 사람이니까. 사람을 남겨야 되는데 나를 남겼다』

뜰 놈이 따로 있어서 뜨는 게 아니라, 네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누가 띄워준 거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잘난 나 자신을 나만 알면 뭐 하나. 사람들과 어울려야 처세도 부릴 기회가 주어지는 거다. 그런데 향후 솔로 사회화가 되면, 언택트 공간에 갇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그때가 되면 메타버스 안에서 어떤 처세술에 임하게 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돈 벌고 싶으면 스트레스 견디는 능력부터 길러라. 가진 게 없으면 닥치고 처세부터 잘해라』

이런 말 찰지게 하는 것 보면 꽤나 성실하게 산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성실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어떻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며, 남에게 잘하기보다 자신에게 온전히 솔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성실한 사람은 못 이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책으로 봐선 누구든 다 이겨 먹을 태세다.

한결같이 차분한 위로의 글만 읽는 사람에게 요란한 위로의 이 책을 권한다. 짜증 나서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며, 마지막으로 화풀이할 곳이 없어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분께 『김형인의 처세술』이라는 화풀이 공간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