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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셀프트래블 (2019~2020 최신판)_ 역사와 낭만의 그 곳으로 | 나의 서재 2019-06-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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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탈리아 셀프트래블

송윤경 저
상상출판 | 201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어디를 떠나도 좋고, 언제든 떠나도 좋은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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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열정, 낭만을 간직한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모든 것!

어디를 떠나도 좋고, 언제든 떠나도 좋은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가이드북!

 

 

   ‘힘이 좋은 근육질 청년 같다가도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긴 수줍은 여인 같다. 삶의 지혜가 주름 위로 쌓인 할아버지 같다가도 별 얘기 없이도 까르르 대는 아이 같다.’ 다채로운 매력의 이탈리아를 가리켜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평소 이탈리아로의 여행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는 최신판으로 나온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을 넘겨보다가 엇,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로마, 바티칸 시국,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등등 막연하게 흩어져있던 이 아름다운 도시의 이미지들이 그제야 이탈리아라는 나라로 한 데 모아지는 것이었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때부터 나는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단숨에 빠져들고 말았다. 때로는 멋진 청년 같고, 수줍은 여인 같고, 지혜로운 할아버지 같다가도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던 저자의 표현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찬란한 과거와 열정을 품은 나라, 이탈리아

 

 

   세로로 길게 뻗어 마치 목이 긴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는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 다채로운 문화를 보유하여 연간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남유럽 대표 여행지다. 알프스산맥이 지나가는 이탈리아의 북서부 지역에는 신들의 지붕이라 불리는 돌로미티산맥과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가루다 호수, 코모 호수가 있다. 대륙성 기후인 중부 지역은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식재료들이 가득해 축복받은 대지라 불린다. 북부에 비해 가난한 남부는 위험하다는 소문이 자자해 많은 사람들이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곳이지만 사시사철 따뜻하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와 베니치아, 피렌체, 밀라노, 이탈리아 남부 지역(캄파니아주, 풀리아주)과 더불어 인접한 근교 지역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단 지역별 주요 명소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탈리아 여행 전 많이 묻는 질문 10가지’부터 살펴보고 가자. 이탈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온화하고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에는 북부, 겨울에는 남부를 여행하기 좋아 모두 여행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8월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휴가를 떠나서 문을 닫는 곳이 많아 해변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하니 참고하자. 항공권 구입의 경우 출발일 4개월 전 구매를 추천하는데, 항공사 메일이나 플레이윙즈 같은 특가 정보회사의 SNS를 팔로우 하면 프로모션 가격을 제공 받을 수 있고, 스카이스캐너와 구글 플라이트는 날짜별 가격과 요금 변동 알람이 가능해 편리하니 도움을 받아보면 좋겠다. 사실 이탈리아 하면 바로 소매치기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에 대한 두려움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데, 저자는 가방은 꼭 지퍼가 있는 것을 사용하고 당일 필요한 짐만 가볍게 넣거나 자물쇠, 옷핏으로 고정할 것을 조언한다. 또 휴대전화는 절대로 테이블에 놓아두면 안 되고, 기부해달라는 사람들도 조심하라고 말한다. 이 외에 화장실은 대부분 유로로 운영되니 미리 동전을 준비하거나 기차역, 버스터미널,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자. 이 외에 다양한 의문들은 책 곳곳에도 팁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책에는 ‘이탈리아 날씨와 옷 입기’, ‘이탈리아 역사 이야기’, ‘테마별 추천 일정’, ‘이탈리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탈리아 대표 음식’, ‘이탈리아 추천 기념품’과 같은 알아두면 좋을 필수 정보들을 비롯하여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단테와 베아트리체와 같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기의 커플, 괴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이탈리아 기행 등의 번외 정보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이탈리아의 정취를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여행에서 ‘1일 1젤라토’는 필수라던 저자의 말처럼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젤라토의 매력을 꼭 누려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또, 정성껏 내린 에스프레소에 다른 음료나 물을 섞는 것은 질 낮은 에스프레소의 결점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라고 생각할 만큼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이탈리아인만큼 그들의 에스프레소를 꼭 마셔보고 싶다.

 

 

Special Tour 01_ 바티칸 시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장 성스러운 나라 바티칸 시국. 이곳에서는 교황이 주권을 가지며 1,000여 명의 주민은 대부분이 추기경이거나 국무장관, 바티칸 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가. 추기경은 어느 나라에 있더라도 바티칸 시국의 국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이 바티칸 시국의 국민이다. 이곳은 신자의 기부금과 관광 수입으로 운영되며 세금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는 일을 그만둘 때 시민권도 박탈된다. 바티칸 시국은 자국의 화폐, 통신시설, 라디오 등을 갖춰 엄연히 한 나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은 이탈리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여행지이다. / 156p

 

 

 

   이탈리아 하면 콜로세오와 포로 로마노, 바티칸 시국의 고대 유적지를 품고 있는 로마를 단연 빼놓을 수 없겠지만, 르네상스가 눈부시게 성장한 곳이며 여전히 예술의 꽃을 곳곳에서 피우고 있는 피렌체가 특히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3대 거장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도 시스테나 예배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로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는데 죽는 순간까지 피렌체를 그리워했다고 하고, 단테 역시 죽을 때까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길 소원하며 여러 작품에 피렌체를 향한 그리움의 흔적을 남겼다고 하니 과연 수많은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도시 답다. 여기에서는 하느님의 집을 뜻하는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와 ‘베키오 궁전’,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는 것은 단연 필수이며,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석양에 물드는 아르노강과 피렌체 감상하기 역시 저자가 꼭 추천하는 코스이니 잊지 말자.

 

 

 

Special Area 2. 베네치아 근교

오페라의 도시에서 줄리엣을 만나다_ 베로나

베로나는 거짓말 같은 사랑 이야기인 「로미오아 줄리엣」이 곳곳에 물들어 있는 곳이다. 사랑 이야기에 끌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얼마 안 가 베로나의 아름다움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중세 건축물에 쓰인 핑크빛 대리석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도시 곳곳에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은 시공을 초월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멋스러운 골목길, 외로운 그 길 끝에는 긴 머리를 한 청순한 줄리엣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베로나에 홀로 여행을 왔다면 다른 곳을 여행할 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마법 같은 사랑의 힘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 262p

 

 

 

 

 

 

   인테리어와 건축을 업으로 하고 있는 신랑과 덕분에 건축에 관심이 많아진 나로서는 위대한 고대 건축물을 많이 간직한 이탈리아야 말로 훗날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대 로마를 느낄 수 있는 ‘로마 콜로세오’. 로마네스크의 정취를 가득 품은 ‘피사 두오모’, 고딕 양식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밀라노 두오모’,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건축물 ‘피렌체 두오모’, 바로크 건축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광장 열주’까지.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곳들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아닐까.

 

 

 

 

 

 

   이렇듯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워낙 다채로운 여행지로 가득한 이탈리아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소개함은 물론, 각종 팁과 유념해야 할 것들, 주소나 가는 법, 홈페이지 같은 상세 정보들, 출입국소속과 교통수단, 유용한 이탈리아어와 같이 실용 정보도 빼놓지 않고 있으니 떠나기 전에 꼭 참고하시길 추천 드린다. 그간 이탈리아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본 후의 나처럼 금세 푹 빠지게 될 테니 언젠가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꼭 계획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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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_ 이토록 유머러스한 미스터리를 보았나! | 나의 서재 2019-06-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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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저/김윤수 역
작가정신 | 201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기묘한 트릭과 복선으로 파고드는 기이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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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추리소설의 통념을 슬쩍 빗겨가는 신선한 설정!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기묘한 트릭과 복선으로 파고드는 기이한 미스터리!

 

 

   간혹 책 제목만 보고 미리보기나 소개글은 덮어 놓고 읽을 때가 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한밤중, 실험실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으로 시체는 아무리 봐도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 기막히고 놀라운 상황 설정은 평소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나를 단박에 빠져들게 했다. 덕분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아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놀라운 트릭과 복선이 기대되어 책을 읽는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엇, 그런데 황당무계하면서도 웃음이 나고 그러면서도 허를 찌르는 이 반전 있는 전개는 뭐지? 기존 추리소설의 통념을 슬쩍 빗겨가는 신선한 설정과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역시 부조리한 트릭과 복선으로 파고드는 예리함까지 갖춘 노련미라니. 이런 미스터리 너무 반갑잖아.

 

 

 

 

 

 

웃음이 나다가도 소름이 끼치는 그런 이야기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일본 미스터리계의 대표 중견 작가이자 기상천외한 수수께끼와 트릭으로 정평이 난 구라치 준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은 작가만의 독특한 미스터리 감각이 돋보이는 총 6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온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어 ‘묻지마살인’의 소름끼치는 현실을 담은 「ABC 살인」, 발달된 기계 문화로 인공지능 기업인사 관리 시스템의 편애가 웃지 못 할 희극을 벌이는 「사내 편애」, 기이한 살인 현장 속에서 인간의 서늘한 광기를 엿보는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고양이의 영험하고도 신비로운 기운을 통해 죽음을 들여다보는 「밤을 보는 고양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이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을 만들어버린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괴짜 네코마루 선배가 활약하는 흥미진진 살인 미수 미스터리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까지 어느 한 편 빠짐없이 재미있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속이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게 다다. / 「ABC 살인」 중에서 9p

 

 

 

   가장 첫 번째로 수록된 「ABC 살인」은 우리 사회에 집약된 분노와 광기가 ‘묻지마살인’의 형태로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이야기다. 주인공 후지오는 인터넷 선물거래와 도박으로 인해 빚을 지고 부모가 준 유산까지 모두 탕진하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나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해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던 중, 잇달아 일어난 묻지마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놀랍게도 그 사건에는 기이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니셜이다. A지역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이 살해되고, B지역에서 B로 시작하는 이름이 살해된 것이었다.

 

 

 

   후지오는 마침 동생 단다 다카시(D)가 D지역에 사는 점을 이용해 동생을 살해하고 유산은 물론 보험금을 받을 생각에 이른다. 그 전에 C지역에 C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먼저 살해하기만 하면 이 묻지마살인과 자연스레 연속된 것으로 보일 뿐더러 A와 B를 살해하지 않은 그에게는 혐의가 미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너무도 담담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C를 살해하는 일을 해치운 그는 곳곳에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뉴스를 보란 듯이 비웃으며 동생을 죽일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최후의 행동을 개시하려는 바로 그때, 뜻밖의 뉴스가 터져 나와 그를 경악케 하고 이내 끔찍한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솔직히 녀석들의 기분은 이해한다. 단지 죽이고 싶었을 뿐이다. 시야에 들어온 벌레가 성가셔 꾹 눌러 짓이기는 것과 똑같은 감각이었을 것이다. 살아 있을 가치도 없는 쓰레기와 찌꺼기를 꾹 눌러버림으로써 기분을 약간 전환하는, 단지 그 정도의 일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붙잡힌 것은 결국 녀석들도 실패했다는 뜻이다. 쓰레기를 꾹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벌을 받아서는 재미없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 / 「ABC 살인」 중에서 12p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는 단순하고 거침없는 문장에서 시작된 「ABC 살인」은 개인 혹은 사회를 향한 분노가 익명성에 의지해 얼마나 잔인하게 돌변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치명적이고 잔혹한 광기는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파티쉐 전문학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이 살해된 현장의 기묘함에 일단 아연해진다. 피해자 여학생의 머리맡에는 편의점에서 산 듯한 세 종류의 케이크가 놓여 있고 그녀의 벌어진 입에는 길고 하얀 대파가 꽂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조사 결과 그녀는 아르바이트 하던 양과자 가게에서 같이 일하던 남자로부터 평소 스토킹을 당해왔던 것으로 밝혀졌고 사건 당일, 그가 편의점에서 케이크와 대파를 사간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왜 하필 시신 머리맡에 케이크를 두고 입에 대파를 꽂아 넣었을까. 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결국 집요하고도 터무니없는 광기다. 비록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이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는 것 같아 더욱 소름끼치는 소설이다.

 

 

물론 변덕에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임의적이다. 네 번, 다섯 번 계속 지각을 해도 잊어주는 사례도 있고, 딱 한 번의 실수를 연제까지나 집요하게 질타하기도 한다. 그 점은 인간이 관리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판단에도 변덕은 있다. 아니, 인간이 더 기분파다. 그렇다면 차라리 냉정하고 합리적인 컴퓨터에 맡기는 게 홀가분하다.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하다. 상대방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는 만큼 자유로울 수 있고, 뒤탈도 없으며,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다. / 「사내 편애」 중에서 53p

 

 

심야, 완전히 밤도 깊어진 무렵. 이불을 나란히 펴고 잠든 나와 할머니의 머리맡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다다미 위에 미코는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달빛만이 빛나는 어둠 속, 앞발을 가지런히 모은 단정한 자세로 어젯밤과 똑같이 뭔가를 보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조금 위쪽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는 고양이. 귀를 꼿꼿이 세우고 밤의 정적에 귀를 기울이듯, 커다랗고 동그란 눈으로 어둠을 바라본다. 뭘 보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어젯밤과 똑같은 방향을 보며 단지 가만히 앉아 있다. 어쩐지 납득이 안 가는 듯 이상하다는 얼굴로, 가만히. / 「밤을 보는 고양이」 중에서 135p

 

 

 

 

 

 

   표제작인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 한 군특수과학연구소에서 두부의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이자 시신을 발견한 이즈카 이등병은 전날 눈이 와서 발자국이 없는 걸 보니 도주한 사람도, 침입한 사람도 없는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인 것으로 추측하고, 후두부에 난 상처가 치명상이었음을 직감한다. 이내 연구를 직접 이끄는 마사키 박사와 관리자인 곤다와라 대위가 등장하고 여기에 스파이 사냥 전문가인 육군성의 특무기관 소속 도네 소좌까지 나타나 함께 사건의 전말을 추리한다. 그러면서 이즈카는 이 군특수과학연구소가 공간을 이동해 적의 주요 기지를 폭격하는, 일종의 공간이동이라는 상상력을 근거로 한 장치를 개발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것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어우러져 이상한 일마저 가능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아이러니함을 마주한다. 덕분에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서 죽는 것도 어쩌면 가능한 일이 되어버리는 이 부조리한 상황과 근거 없는 해답에 독자들은 저절로 실소를 터뜨리게 된다. 그야말로 기묘한 상상력과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되는 소설이다.

 

 

 

“변명하지 마. 이 게으름뱅이, 잠꾸러기 같으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멍청한 놈. 지금 이 신슈가 얼마나 위기 상황인지 아느냐. 제국의 육군병으로서 자각이 부족하다. 후방에서 여자들은 여자정신대를 조직해 공장에서 일하고, 아이들의 나라를 위해서라며 송진 기름을 받아서 공헌하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어는 뭐 하는 거냐, 이 게으름뱅이 같으니. 너 같은 녀석은 우리나라에서 살 가치도 없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죽어버려라,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같으니.”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중에서 180p

 

 

시신 주변에 흩어진 것에 절로 눈길이 간다. 두부다. 두부가 사방으로 쏟아져 있다.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두부 파편. 그것은 시산의 머리 주변을 중심으로 쏟아져 있었다. 딱 두부 한 모 정도의 양이려나. 이 실험실에는 사람을 때릴 만한 모난 물건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 두부가 들어 있던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시체의 발밑에 뒹굴고 있다. 아무리 봐도 시체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중에서 190p

 

 

군 상층부는 초조해하고 있다.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것은 생각보다 전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리 군은 쫓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쿄 공습, 대본영 이전, 폐하의 피난, 수상한 박사의 이상한 연구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 남아시아의 제공권을 빼앗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공격은 이제 목숨을 던지는 것밖에 없다. 그 정도까지 내몰리고 있다. /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중에서 215p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정통 추리 소설의 형태에 가까운 것은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이 아닐까 싶다. 연구소의 제6연구실에서 신소재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에 본사의 하마오카는 데이터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출장을 떠난다. 이는 스포츠웨어의 역사를 바꿀 대발명이라며 다른 회사에 정보가 새서 도청, 크래킹의 우려가 있으니 특별히 그가 직접 가서 받아오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엄격한 통제시스템에 따라 제6연구실 앞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괴짜로 유명했던 네코마루 선배를 만나게 된다. 하마오카는 그를 떨어뜨려놓고 싶었지만 집요하게 들러붙자 결국 함께 연구소의 모로이 실장으로부터 IC칩을 넘겨받고 이제 돌아가려는 그때, 모로이 실장이 밀실과도 같은 상황에서 물이 든 양동이에 머리를 맞아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상한 자는 어디에도 없고, 함께 있던 일행은 모두 같이 있었는데 대체 누가 모로이 실장을 저격한 걸까. 자칫 하마오카가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그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네코마루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네코마루의 명쾌한 추리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게 되는 추리 해결의 활약상을 즐기게 해준다. 가장 허술해보였던 인물이 가장 명쾌하게 해답을 찾아내는 모습, 어쩐지 전형적인 듯하지만 재미를 배가시키는 부분이 아닐까.

 

 

 

“정말 재미없고 흔한 동기지만 결국 누구나 돈이 갖고 싶은가 봐. 하마오카, 내가 입은 이 인형 탈과 같다는 생각 안 들어? 인형 탈을 이고 있으면 겉만 봐서 안은 몰라. 내가 네 머리를 찧었을 때 설마 그 안에 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걸. 그것과 똑같아. 모로이 실장님도 겉은 이 연구소에 소속된 제6연구실의 책임자지만 속은 그런 범죄자들과 똑같이 단지 돈을 원하는 사람이었던 거야. 연구실장이라는 인형 탈을 벗으면 그 속은 그저 평범한 욕망에만 충실한 사람이었어.” /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중에서 320p

 

 

 

   이렇듯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한 편 한 편이 저마다 개성 있고 때로는 진지하며 유쾌한 구석까지 갖춘 미스터리 소설이다. 평소 복잡한 추리나 어딘지 무서운 구석이 있는 미스터리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뭐 이렇게 정감 있는 미스터리가 다 있는지. 작가의 이력을 보고 이 책이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하기에 전작을 찾아보니 꽤 안면이 있는 작품들이라 깜짝 놀랐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좋은 작가를 만나서 반갑고 또 반가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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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맛있는 계란 요리

마쓰우라 다쓰야 저/조수연 역
진선북스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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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 보들보들 계란 요리의 무한 변신이 기대되는 맛있는 계란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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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만 의외로 어렵고 다양한 계란 활용법!

촉촉, 보들보들 계란 요리의 무한 변신이 기대되는 맛있는 계란 요리법!

 

 

   우리 집 반찬 중 만능의 만능인 재료는 단연 계란이다. 계란프라이에서 스크램블드에그,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국까지. 한 두 개만 남아 있어도 아쉬워서 얼른 사다 꽉꽉 채워 넣는 우리 집 필수 재료다. 그런데 꽤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계란 요리에도 어쩐지 한계라는 게 있어서 매번 4~5가지 요리를 돌아가며 반복하는 수준밖에 이르지 못하니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겨우 5살이긴 하지만 이제 식판에 다양한 반찬과 요리가 올라와야 만족을 하는 까다로운 우리 아기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런데 어느 SNS에서 누군가가 <맛있는 계란 요리>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이거다!’하고 단박에 마음이 끌렸다. 촉촉, 보들보들 계란 요리의 무한 변신이 우리 집 밥상에 기적처럼 행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누구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계란 요리 레시피

 

 

   내 손 안에 착 감기는 사이즈의 <맛있는 계란 요리>는 일본에서 푸드 액티비스트이자 작가 겸 편집자로 활약하고 있는 마쓰우라 다쓰야의 계란 요리 레시피책이다. 계란의 다양한 변신이 기대되는 이 귀여운 책의 표지부터 단박에 눈길을 끈다. 본문에 들어 가기 앞서 ‘계란을 맛있게 먹는 계란의 법칙 5’부터 읽고 가자.

 

 

 

첫째, 삶을 계란 요리에는 묵은 계란이 좋다.

둘째, 계란은 수분과도 유분과도 잘 섞인다.

셋째, 걸쭉, 폭신, 부들부들,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넷째, 모든 맛과 식감을 연결해 준다.

다섯째, 계란은 최고의 소스가 된다.

 

 

 

   ‘신선해야 최고’라는 말이 모든 식재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식재료의 특징과 조리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환경에서 숙성해야 더 맛있어지듯이 계란도 마찬가지로 삶은 계란과 베이킹에는 조금 묵은 계란을 써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계란은 수분과도 유분과도 잘 섞이는 보기 드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버터를 사용한 오믈렛도, 기름이 듬뿍 들어간 마요네즈도 계란을 넣었기에 재료들이 하나가 되는 기적을 발휘한다. 더욱이 오믈렛은 몽글몽글하고, 카스텔라는 폭신폭신하고, 자완무시는 부들부들하며, 삶은 계란 노른자의 포슬포슬함과 흰자의 탱글탱글한 식감 등은 우리에게 무한한 식감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 계란에는 다른 재료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힘이 있어 요리 전체의 맛을 한껏 끌어주는 역할까지 하는 만능 배우다. 여기에 반숙으로 걸쭉하게 익은 노른자를 즐기는 요리, 전골 요리인 스키야키를 먹을 때 사용하는 노른자 소스까지,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다양하게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또 어디 있으랴.

 

 

 

 

 

 

   제1장에서는 완벽한 오믈렛 가이드, 스크램블드에그, 내 생애 최고의 계란 프라이, 보습력을 높여 부들부들한 계란말이, 흰살 생선으로 계란의 식감이 부각되는 계란 지단, 몽글몽글 계란 볶음, 간사이풍 오코노미야키 요리를 할 수 있는 계란 ‘굽기’에 관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그간 스크램블드에그나 오믈렛을 잘 만들어먹곤 했는데, 대충 느낌만 살려서 만드는 것과 달리 책에 소개된 방법으로 만들면 부들부들한 식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부터 당장 참고해봐야겠다. 무엇보다 가장 별 것 아닐 것 같았던 계란 프라이 요리도 좋아하는 색이나 식감, 반숙 혹은 완숙을 만들 것인가, 그 다양한 스타일에 따라 요리법도 달라지는 것을 보며 그날그날 다른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2장에서는 간단할 것 같지만 심오한 삶은 계란 요리를 소개한다. 계란 삶은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해?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숙 계란의 껍데기를 잘 벗기는 요령과 원하는 정도로 계란을 삶는 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제3장에서는 계란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빵, 면, 밥 요리 레시피가 등장한다. 카르보나라 토스트, 계란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휴가메시, 가마타마 우동, 계란 덮밥, 계란 볶음밥 등 집에서 만들어봄직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프렌츠토스트를 만들기 전에 계란 물에 24시간 재워 냉장고에 넣어 농도를 높이면 더욱 몽글몽글 폭신한 식감이 된다하니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오믈렛, 스크램블드에그와 같은 양식 계란 요리에 버터, 우유, 생크림에 들어 있는 유지방은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입니다.

오믈렛을 만드는 계란 물에 유지방이 들어간 크림을 섞으면 계란물이 안정되어 모양을 잡기 좋습니다. 가열 시의 성질을 조사한 연구 논문에도 유지방 크림을 넣은 계란 물은 카놀라유를 넣은 것보다 가열했을 때 더 부드럽고 매끈하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특히 노른자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물과도 기름과도 어우러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본래 서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도 이른바 ‘유화제’가 되는 성분이 둘을 연결해 주면 일정한 조건에서 섞이게 됩니다. / 20p

 

 

가정용 냉장고 중에는 계란을 수납하는 공간이 도어 포켓(냉장고 문쪽 보관함)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도어 포켓에 계란을 수납하면 수명이 짧아지기 쉽습니다.

그 이유는 ‘진동’과 ‘온도’ 때문입니다. 도어 포켓에 넣어 두면 문을 열고 닫을 때 생기는 진동 때문에 계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도어 포켓은 냉장고 내부에서 가장 온도 변화가 심한 장소입니다. 계란은 어디까지나 신선 식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진동과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에 보관하세요. ‘계란 뾰족한 부분이 아래를 향하게(뭉퉁한 부분이 위로)’ 놓는 것이 기본입니다. / 47p

 

 

 

 

 

 

   제4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요리를 소개한다. 중국에서도 ‘환상 속의 요리’라 불린 산부잔, 뚝배기로 만든 명물 폭신폭신 계란, 옛 후쿠오카의 축제 때 지어 먹던 밥으로 계란 맛이 부드러운 간단한 영양밥 겐짱메시가 바로 그것이다. 또 제5장에서는 노른자 소스의 잠재력이 발휘된 계란을 활용한 소스 만드는 방법을 일러준다. 철판에 굽는 모든 고기와 잘 어울리는 와리시타 노른자 소스와 샐러드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만능 노른자 드레싱은 시도해 봄직하다. 끝으로 제6장에서는 찌고, 거품 내고, 얼려서 먹을 수 있는 계란의 무한 변신이 가능한 요리를 소개한다. 푸딩, 카스텔라, 아이스크림 등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뭔가 신기한 요리들이라 흥미롭다.

 

 

 

 

 

 

   이처럼 <맛있는 계란 요리>에는 계란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와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계란에 관한 정보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최대 레시피 사이트에서 ‘계란 프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약 5,000개의 레시피가 나온다고 한다. ‘도대체 응용법이 몇 가지나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겨우 60그램의 계란 하나를 굽는데 누구도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일 테다. 다시 말해 정답은 없다.

 

 

 

   이 책을 통해 그간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계란이라는 재료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그만큼 계란은 사랑받아 마땅하는 것!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를 활용해보고, 또 그간 잘못 알고 있었던 정보들을 수정해 더욱 맛있는 계란 요리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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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_ 다시 시작할 힘은 당신 안에 있다 | 나의 서재 2019-06-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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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김혜남,박종석 공저
포르체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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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일이 힘겨운 세상의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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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일이 힘겨운 세상의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

나를 우울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심리 처방전!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질병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누가 봐도 멋지고 훌륭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또한 내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울증이 단지 우울감만을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자신과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부정적 사고의 특성을 보일뿐만 아니라 죄악 망상, 빈곤 망상, 신체적 망상을 낳으며 여러 가지의 형태의 질병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고, 나이가 들면 성숙해진만큼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른이라는 이름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어려워지고 고통과 아픔을 털어놓기 더 힘들어진 지금,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또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의 저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원인 김혜남 전문의는 책을 통해 ‘우울증은 분명 치료될 수 있는 병이며, 그 지옥 같은 어둠의 끝은 반드시 있다’고 밝힌다. 지금은 죽을 것같이 괴로워도 이 우울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고,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제 상담을 사례로 우울증과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과 증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마음이 주는 신호를 통해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인정함으로써 일상을 침범하는 우울이란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내면의 우울로부터 당당하게 헤어지는 법

 

 

   마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강처럼 사고도 연상의 흐름이다. 어떤 자극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는 그 자극에 대한 연상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어떠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 사고의 연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크고 작은 상처와 고통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일련의 부정적인 법칙에 따라 해석하고 인지하게 된다. 희망 없고 무기력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처럼 현재도 그렇게 되리라 미리 예측하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세상과 미래는 어둡고 음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이 비관적이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그는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의 연상이 흘러가다 보면 우리의 정신적 필터는 그 많은 것들 중에 좋은 것들은 다 걸러내고 부정적인 것들만 건져 올리는 특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것들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최근 업무상 실수와 한 번의 지각으로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이며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끼며 우울증을 겪은 진영 씨의 사례가 바로 그러하다. 이는 완벽주의자적인 성향과 타인을 평가하거나 실수를 할 때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관대하던 사람이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긍정성이라고 말한다. 비록 세상에는 힘들고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선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믿음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행을 이상화하는, 혹은 고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도덕적 자학증(moral masochism)’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러한 도덕적 자학증은 우울성 인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덕적 자학증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잦은 사고를 당하거나 경제적인 손실을 입는 등 일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 68p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는 이유에 뇌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도파민과 만족을 담당하는 보상회로의 이상, 혹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너무 지쳤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일을 계속 한다거나, 혹은 지쳤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 생기는 증상이다. 즉, 내 체력의 한계를 넘어 일을 계속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 74p

 

 

 

 

 

 

   책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연예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공황장애’도 등장한다.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100명 중 3~4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인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3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20대 중후반에 증세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이나 별거 중에 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워낙 생소한 병명이라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혀를 끌끌 차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대중의 시선과 사랑을 받고 또 계속 받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게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공황장애의 치료에 있어 가족과 친구의 도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고 말한다. 공황장애를 흔히 ‘짐작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큰 공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섭다고 생각하면 더 무서운 것이 되므로, 오히려 내가 어르고 달래며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발작이 온 그 순간에 호흡이나 자기암시 등을 차분히 행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괜찮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죽을 것 같은 공포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SNS에 집착하는 것,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 과도하게 열중하는 것, 남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집착하는 관종과 연극성 인격성향은 일종의 행위 중독으로도 볼 수 있다.

행위 중독이란 직업적, 사회적 손상이나 내성, 금단 증상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특정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통제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도박이나 게임의 중독, 쇼핑이나 섹스의 중독이 그 종류인데, 다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뻔히 질투와 열등감으로 기분이 나빠질 걸 알면서도 차마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우지 못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 102p

 

 

자해의 사전적 정의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다. 이는 자살의 시도행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자해란 일종의 분노나 우울감의 폭발, 행동화, 배설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행동방식이다. 자기 파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스스로 그 우울감과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때,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거나 벌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평소에 해소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여있는 분노에 대한 억압이 일시적으로 풀렸을 때 충동적으로 공격성이 표출되는 것이다. / 168p

 

 

 

   여러 정신질환 중 개인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워킹맘의 고충’ 편이다. 워킹맘들은 대체로 일을 하면서 가정과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내외적 질책에 시달린다. 지금은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정 일만 돌보고 있지만, 한때 나도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잘 지내고 있을까 내내 걱정하고, 퇴근하고 아이를 제때에 데리러 가야 할 텐데,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랑 놀아주고 한글 공부도 해야 하는데 등등을 염려하며 하루하루 압박감이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내 몸이 피로한 건 둘째였다. 일도 잘하고, 엄마이자 아내, 주부의 역할까지 모두 잘해내야만 했다.

 

 

 

   이렇듯 여성들은 세상으로 나와 있을 때는 ‘남성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하고,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방식을 유지하라는 이중의 명령을 받는다. 즉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불안과 혼동,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정체성은 사실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고 발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는 이 두 개의 정체성을 여성들이 알아서 통합하라고 방관한다. 자율적 정체성과 관계적 정체성 사이의 진정한 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여성 내부에서만 통합이 일어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이 우선되어야 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그들의 특질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문제만큼은 어떤 명확한 치료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웠나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에 중심을 두고 아이들이 달려들 땐 즉시 안아주고 최선을 다해 채워줌으로써 기왕 해야 한다면 즐겁고 행복하게 해낼 수 있기를 조언한다.

 

 

 

   또 드라마 <SKY 캐슬>의 사례를 든 ‘부모의 욕심’편에서 부모의 왜곡된 애정과 보호 욕구가 어떤 문제점을 야기하는지 살펴본 점도 흥미로웠다. 부모님이 원하는 의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있는 나는 아이의 미래를 부모가 결정짓는다는 게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명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1등과 명문대에 집착하는 부모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 더 앞서가기를 바라고 뒤처지면 괜히 마음에 조급증이 이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부모의 왜곡된 애정과 보호 욕구는 아이에 대한 집착과 통제를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을 지적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의사 가운이나 의대 등록금이 아니라 ‘네가 어떤 사람이 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와 아빠는 늘 네 편이야.’라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이는 그 힘으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책은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허언증과 같은 대표적인 정신질환과 더불어 현실부정, 강박증, 각종 불안장애, 화병, 섭식장애, 성공 후 우울증, 외로움, 울지 못하는 사람 등을 생생한 상담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정신과 상담을 받듯 어떠한 사례가 나에게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와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다. ‘모든 감정은 정상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느 사례든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하고 창피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숨기거나 모른 척 하기보다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치료의 길이 열리고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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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_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철학 입문서! | 나의 서재 2019-06-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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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나오에 기요타카 편/이윤경 역
블랙피쉬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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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철학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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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트레이너로 삼아 철학으로 내 인생의 단련하라!

삶의 모든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철학 훈련장!

 

 

   우리 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전을 통해 사유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보기를 강조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 사회에 주로 논의되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적 사고법을 기르고, 삶의 기술과도 같은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것.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한입 매일 철학>이 그와 같은 맥락의 책이었다.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삶이라는 마라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도 힐링도 처세술도 아닌, 철학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막막한 인생을 완주하기 위한 단 하나의 힘, 철학을 통해 나와 세상 모두에 이로울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다. 특히 고전을 활용해 이를 제대로 읽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생각을 개척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일종의 철학 훈련장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우리의 내일을 격려한다.

 

 

 

철학을 하면 인생이 더 수월해진다!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는 생명윤리, 사회학, 불교학 등 철학과 사상학 분야의 전문가 35인이 모여 공동으로 만든 철학 입문서다. 책은 철학하는 삶을 위한 다양한 생각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가상의 인물들이 여러 가지 주제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며 독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다음으로 고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앞에서 던진 문제에 대해 설명한 다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포인트로 요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나만의 철학 세우기’로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책은 나를 돕는 철학 질문 13가지와 세상을 돕는 철학 질문 1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인 나를 돕는 철학 질문 편에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고전을 활용해 직접 사유해보고 이로써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이를 테면 사랑, 친구, 믿음과 불신, 대리모 출산, 인터넷 정보, 성(性)에 관한 내용이 주제다. ‘왜 다이어트는 실패할까?’를 예로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스마스 윤리학》을 통해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가 의지의 문제인지 여부를 두고 내가 살면서 하는 행위는 어떤 목적과 선택으로 계속 이어지는지, 그 목적에는 과연 끝이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은 가치 없는 삶일까?’에서는 부드럽고 약한 물이 굳세고 단단한 바위를 깬다는 노자의 말처럼 견고하다고 반드시 가치가 높다거나 승자의 조건이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대리모 출산은 안 될까?’에서는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를 통해 치료와 존엄, 윤리 원칙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어린아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순서가 잘못됐다. 즉 ‘내’가 어린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어린아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게 맞는 순수다. 따라서 ‘사랑’도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부터 배워야 한다. 친자식인데도 사랑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부모가 된다’. / 21p

 

 

원하는 대로 미래를 이뤄가는 나를 보고 친구가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면, 그 친구의 기쁨으로 나의 기쁨은 배가된다. 기쁨이 전염되는 곳에 우정이 있다. 그 사람이 혹시 기쁜 척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친구의 행복에 질투나 시기를 느끼기 쉬운 인간의 성향을 생각하면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랭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웃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설사 친구가 보인 태도가 연기라 해도 그 연기가 진정한 기쁨과 통한다고 여기자. 언제든 배신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친구를 신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만남에 마음을 여는 자세가 아닐까. / 30p

 

 

 

성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타고난 성격 중에는 분명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이어트의 실패 요인인 ‘약한 의지’는 어떤가. 성격 자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지 말고 성격을 형성하는 습관에 주목해야 한다. 행위→습관→성격→행위의 순환은 행복을 지향하는 행위에서 나선 모양으로 상승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순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때마다(실패도 포함해) 달성도를 확인하며 행복에 관한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자각하며 깊이 파고들 수 있다.

습관이 순조롭게 형성되려면 자신의 일상적 행위와 생활환경 속 응용이 중요하다. 작은 아이디어와 실행이 쌓여서 약한 의지를 돌파할 습관의 힘이 형성되는 것이다. / 58p

 

 

 

 

 

 

   여러 내용 중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거짓말과 신뢰에 대해서 생각해본 부분이 꽤 인상적이다. 루만은 《신뢰》를 통해 신뢰에는 늘 배신의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속셈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선택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추론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추론을 거듭해도 상대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는 찾을 길이 없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신뢰관계는 믿음에 대한 불안감에 뒤덮여 있으며 따라서 취약하다. 배신당할 위험을 없애려다 보면 결국 아무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배신당하지 않을 보장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신뢰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신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의 철학자 홉스라면 권력을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믿지 못해 엇갈리는 일이 없도록 사람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면, 효과는 확실해도 숨 막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신뢰는 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나의 신뢰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각자가 상대방을 아주 조금이라도 신뢰하고 상대방도 그에 부응하는 것, 이것이 쌓이면서 형성된다. 이에 저자는 양치기 소년의 모든 면을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 소년도 하나쯤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거짓말이라는 부적절한 방식을 쓰기는 했지만,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의 ‘호소’를 무시하고 양치기 소년과 관계 맺기를 소홀히 했다. 서로가 초반의 불안감을 극복하려고 첫걸음만 내디뎠더라면 불신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이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이처럼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두고 소년의 거짓말에 함몰되어 보지 못했던 신뢰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에 빗대어 생각한 이런 면모야 말로 철학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신뢰관계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신뢰관계는 개개인의 신뢰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그렇다면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는 거짓말을 한 소년을 비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쉽게 붕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봐야 할 수도 있다.

소년의 충동적 행동에 그를 불신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신뢰를 잃고 늑대의 습격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맹신도 위험하지만 불신도 위험하다. ‘거짓말쯤이야’라고 착각하게 만든 마을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작은 신뢰를 쌓아 신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 40p

 

 

이렇게 생각해보면 준호가 고집하는 ‘진짜 나’도 ‘자신의 본질’이라는 하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며, 자신이란 과거의 언행과 주위 사람 등의 원인과 조건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나’라는 고정된 문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본질’을 생각하는 것은 실상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괴로움을 초래한다. 세호와 명수의 대화를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자신의 여러 모습 중 ‘진짜 나’는 무엇일까 고뇌하던 준호도 눈이 트이며 해결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 76p

 

 

비판한다며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상처만 주고받게 된다. 자기 껍질을 깨려면 다른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을 검토하고, 경우에 따라 의견을 수용하고 스스로 변하기로 마음 먹어야 한다. 관용의 정신이라 해도 좋다.

물론 토론을 한다고 의견이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검토를 거듭함에 따라 이론과 주장의 오류가 밝혀지고 토론하는 우리의 생각은 저마다 풍부해진다. 이러한 검토를 포퍼는 ‘자유로운 토론’이라 부르는데, 이것이 중요하다. / 146p

 

 

 

 

 

 

   PART 2인 세상을 돕는 철학 질문 편에서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빅터 프랭클의 《밤의 안개》를 통해 인간다움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고, 애덤 스미스와 함께 ‘자유경쟁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윤리 면에서 접근해보거나, 현대 철학자 존 롤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일본에서 발병된 미나마타병을 통해 산업 재해에 대한 규명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 혹은 사회의 자세에 대해서 살펴보고, 존 로크의 관용 이론을 통해 용인할 수 있는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의 경계에 관해 고민해본다.

 

 

 

프랭클은 ‘삶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은 수동적인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처하는 상황을 올바르게 마주하고 행동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다고 여겼다. / 168p

 

 

 

 

 

  존 로크는 영혼의 구원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고 관용의 소중함을 논하는 한편, 가톨릭 신자와 무신론자를 관용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혼의 구제와 관련된 생각의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면 어째서 가톨릭 신자는 관용을 요구하면 안 되는 걸까? 무신론자를 관용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로크의 논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의문이 떠오른다.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로크의 관용 사상의 한계다. 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하나의 철학 혹은 이론이 당시 시대와 사회적 배경이 오늘과 다른 만큼 어쩐지 부족한 감이 있고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이라 할지라도 나의 방식으로 생각해보고 나만의 철학을 세워 볼 것, 그랬을 때야 비로소 철학은 쓸모가 있어지며 새로운 가능성과 삶의 철학이 열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책에는 철학에 관한 짧은 칼럼도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철학의 ‘고전’ 읽기에 대해서 쓴 칼럼 중 데카르트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여기 꼭 남겨볼까 한다. 철학서를 어려워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싶은 글이다.

 

 

이 책을 읽는 법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선 무리하게 고집 부리지 말고 어려운 대목에 부딪혀도 신경 쓰지 말고 소설을 보듯 전체를 훑어본 다음 어떤 내용인지 대강 파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다음 차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다 싶고 그 이유가 궁금해지면 다시 읽고 이유의 연관성을 확인하면 된다. 단, 그 연관성을 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어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난해한 대목에는 선으로 표시해놓고 우선 마지막까지 읽는다. 세 번째 읽을 때에는 어려워서 선을 그어놓은 부분의 의문이 풀렸거나,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남아 있다 해도 다시 읽으면 결국 수긍할 수 있다. / 307p

 

 

 

   최근 몇 권의 철학서를 접하면서 예전보다는 철학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뜨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나만의 철학을 세워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부록으로 철학 마블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연인이나 친구가 함께 책을 읽고 한번 해보는 것도 철학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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