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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는 관성_ ‘그래도’로 시작하는 삶이 될 수 있기를 | 나의 서재 2021-08-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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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행복해지려는 관성

김지영 저
필름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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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하루 끝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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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하루 끝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삶을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진솔한 이야기!

 

 

 

  『행복해지려는 관성20182월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동아일보 <2030세상>에 연재해온 칼럼을 수정하여 엮은 책이다. 그녀는 3주에 한 번 꼬박꼬박 1,500자 원고를 기어코 완성해내는 성실한 마감 노동자로서, 무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구독자와 호흡해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다수의 공감을 받고 나아가 각각의 글이 독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 칼럼의 특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리란 꽤나 힘든 일일 테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정해진 매체에 정해진 형식으로 일종의 ---긍정의 패턴을 유지하다보니, 세포 어딘가에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게 새겨진 것 같다고 고백한다. 제아무리 벅찬 하루였대도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면 대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칼럼 쓰기를 통해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제목의 그것처럼 책을 읽다보면 행복에도 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성취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 나에게 꾸준히 행복들이기를 선물하려는 습관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로 했다

 

 

  7살 아들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보면서 느닷없이 나는 의사가 될래.”라고 선언했다. 의사라니, 소방관이 되겠다고 했다가 건축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또 경찰이 되겠다고 말한 게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의사란다. 며칠 전에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의사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아니, 나는 소방관이랑 건축가랑 경찰이랑 의사랑 다 할 건데?” 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나는 웃으며 꿈이 참 많아서 참 좋겠다고 대꾸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와 비슷한 또래일 때는 물론 자라면서도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학교에 써 내는 장래 희망란에 늘 의사라고 쓰긴 했지만 내가 왜 의사이기를 희망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어린 나이에도 그럴 듯한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나마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 문예창작학과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 학교에 무슨 전공으로 진학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인생은 대체로 구체적인 목표 의식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그저 그 순간에 나아가는 방향대로 흘러간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다 할 욕심도 없고, 뚜렷한 목적도 없는 그저 그런 지금이 쌓이고 쌓여 밀려온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아이가 새삼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책의 글귀 하나가 마음을 붙든다.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장래희망이 여전히 직업과 동의어일지언정 직업과 꿈은 동의어가 아니니까. 직업으로 정의되지 않는 꿈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되고 싶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삶, 무언가가 되든 되지 않든 나의 꿈은 이렇게라도 실재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 삶은 결코 밋밋하기만 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위로가 된다.

 

 

 

다수의 타인들에게 선택을 위임하지 않고 오롯이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 길을 따라 걷는다 한들 그 끝에 있는 것이 우리가 원한 것일까.

오늘 광경을 보고 새삼 다짐한다. 앞에 서 있는 많은 이들을 보고 이 길이 맞다 믿어버리지 말자. 고개를 내밀어 보고, 이탈해 걷기를 겁내지 말자. 길의 끝에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 27p

 

 

누구에게나 벅찬 하루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란 대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미성숙의 상징이므로, 성숙한 사회인이라면 응당 감출 줄 알아야 했다. 표현할 경우 어김없이 어리다는 딱지가 나붙었다. 반면 감동과 같은 긍정

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종종 오그라드는별종으로 치부되곤 했다. 어느 방향으로든 넘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모자라지도 않는 감정 표현, 어른들은 그것을 사회성이라 불렀다. 이것이 행복의 반의어처럼 들리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 72p

 

 

 




 

 

 

 

  연애시절,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는 갑자기 밥을 먹다 바다를 보러 가거나 안동찜닭을 먹으러 굳이 안동에 가는 수고를 하는 등 느닷없는 여행을 즐겼다. 이걸 보러 가자, 하고 꽂히면 불시에 출발해버리거나 특별한 장소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냥 길을 따라 가보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바다에 가서 회가 아닌 햄버거를 먹게 되고, 하필 그 날이 휴무이거나 이미 가게 문이 닫혀서 허탈해지기를 반복하곤 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미리 검색을 해서 가볼 만한 곳을 일일이 찾아보는 여행을 해야만 했다.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아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나오는 곳, 아이들이 볼거리가 많고 지루하지 않을 만한 곳. 이런 검색의 조건들이 반드시 따라오는 곳이어야 아이들이 긴긴 자동차 안에서의 시간들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일 핫하다는 맛집이나 카페,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여행조차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검증된 길로만 내모는게 아닐까. 덧붙여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뇌리에 남는 것은 결국 미션 수행하듯 완벽하게 마무리한 정답 같은 여행이 아니라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걸어간 흔적이다. “, 거길 가봤어야 했는데혹은 , 그걸 먹어봤어야 했는데가 아니라, “그 여행 참 좋았다, 단지 이 느낌이라고. 덕분에 이제부터는 그곳에 갔다 왔다에 방점을 찍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한 데에서 느끼는 감정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힙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회라는 스테이지 위, 트렌드라는 줄거리에서의 주인공은 못 되더라도 우리, 각자가 그린 줄거리에서만큼은 언제든 주인공일 수 있을 테니. 그저 오늘 나의 할 일은 내 몫의 줄거리를 성실하고 줏대 있게 써 나가는 것이 아닐까. / 123p

 

 

미니멀리즘 열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말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고 존재한다. 먼저 무엇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지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이는 비단 물건에 국한된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의 생활 나아가 삶 전반에 대해 나만의 시선, 기준을 가지고 내 주변을 내게 소중한 물건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관계들로 채워 나가는 것. 행복은 결국 이 단순한 미션의 성취다. / 177p

 

 

마음 방학이라는 자체 제도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마음에 방학을 주는 것인데,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작전타임을 외치듯 스스로 부여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최대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염려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잠시 내려놓는다. 내일의 나에게 후일을 맡기고 오로지 지금 나의 기분만을 생각하는 철없는 이기주의자가 되어보는 것.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끊임없이 지금의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묻는다. / 231p

 

 

 



 

 

 

 

  지난 밤, 남편과 TV를 보다가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프로그램을 잠깐 시청했다. 나는 평소에 보지 않던 프로그램이지만 신랑은 종종 챙겨보는 프로그램인 모양이었다. 남편은 서장훈의 조언이 항상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부러 좋은 말로 포장하거나 애써 위로하려들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그러고 보면 한없이 따뜻하고 좋은 말들은 세상에 넘쳐나고, 그런 류의 말들로 위로를 건네는 책들도 넘쳐나지만 언제부턴가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거리감이 느껴져서 내 것이 아닌 듯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딱 필요한 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기에 보다 진솔하게 다가온다. 벅찬 하루 끝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삶, 딱 그 정도만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이 책의 메시지를 잊지 않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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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_ 아마도 우린 이렇게 우주를 만드는 걸까 | 나의 서재 2021-08-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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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저
수오서재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 모두는 특별하진 않아도 저마다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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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특별하진 않아도 저마다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이 펼쳐진다!

 

 

 

  얼마 전, 문밖에만 나서도 맛집이라 불리는 식당가와 병원, 각종 프렌차이즈 상가가 즐비한 곳에서 지내다 유년시절의 고향이었던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왔다. 걸어도 걸어도 눈에 띌 만한 것이라고는 없는, 정말 변화라고는 없는 한결같은 동네. 그나마 집 앞 텃밭에서 자라나는 옥수수가 이제는 키 높이만큼 자란 게 변화라면 변화인 셈이랄까. 어쩌다 내내 비어있던 건물이 공사를 시작하는 모양새여서 내심 기대했는데, 근처에 있던 새마을금고가 자리를 이전하는 거라는 소리를 듣고 단박에 김이 샐 정도였다면 말 다했다. 쿠스미 마사유키와 타니구치 지로의 우연한 산보에 의하면, 이상적인 산책은 태평한 미아가 되어 보는 일이라 했던가. 말 그대로 나는 참으로 태평한 마을에서 태평하다 못해 심심한 미아가 된 마음으로 곧잘 거닐었다.

 

 

 

  그렇게 약국이나 병원을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하고 그 흔한 은행 ATM기조차 없는 이 심심한 동네로 나는 왜 돌아왔을까, 스스로도 궁금해지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꼭대기 층에 이사 온 분 맞죠?” 일면식이라고는 없는 데다 요즘은 다들 마스크를 써서 더더욱 알아보기 어려운 참인데,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는 내가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걸 보았는지 집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물총 장난감이 새 것 있다며 선물로 주셨다. 그 사이 매일 아침 골목길에서 수다를 떠는 이웃 언니도 생겼다. 이사를 오기 전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이름은커녕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을 만큼 이웃과 대면대면하게 지냈는데, 덕분에 가을이 되면 아이들과 도토리 따러 갈 수 있는 곳도 알게 되고 동네 사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걷다보니 일어난 일이었다. 심심하기만 했던 동네가 사람으로 인해 색이 덧입혀진 느낌이었다. ‘아마도 우린 이렇게 우주를 만드는 걸까.’ 문득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속의 이 글귀가 내 마음에 확 들어와 앉았다. 집 안에만 있을 때는 몰랐던,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주는 게 어려웠던 때에는 몰랐던 나의 세계가 조금은 넓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산타클로스가 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고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저자는 언젠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늦게나마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출발은 휴먼다큐 KBS <인간극장>의 취재작가였다. 신문에서, 뉴스에서, 제보에서 발견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 청바지에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선 소똥이 질펀하게 쌓인 시골 흙길과 논두렁을 걸어 다니며 애교는 기본이고, 수다 맞장구를 쳐가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마음을 살살 녹이는 사근사근한 손녀딸이 되어야 하는 일상. 이토록 다른 사람의 삶에 깊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또 있었을까. 덕분에 60년 만에 생모와 오빠를 찾아 나선 오복식 씨를 통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며느리 모마리 씨를 통해서는 부부는 함께 이겨내야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어느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취재했을 땐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42.195킬로미터 어둠 속을 뛰는 기분은 어떤지 알아요?나에겐 힘든 일이에요. 작가라면 최소한 공부라도 하고 전화를 해야죠.”하고 따끔한 말을 듣기도 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은 단순 취재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의 감정과 삶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배운 것이다.

 

 

 

  어떤 출연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단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고.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우리는 미처 잊고 살지만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다. 그녀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특별하진 않아도 저마다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아주 평범한 우리의 일상도 프리뷰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내가 우주의 티끌만큼 작고 하찮은 존재라고 느껴질 때,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버거울 때, 내가 나인 게 맘에 들지 않고 너무도 못생겨 보일 때. 20일만, 그런 우리의 일상을 프리뷰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결정적 1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 35p

 

 

 




 

 

 

 

  책 속에는 불운한 가정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술만 마시면 평소와 완전히 달라졌던 아버지, 기숙사에서 생활하느라 수능날에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 대신 편의점에서 사 온 것 같은 도시락을 먹어야 했던 서글픈 기억, 가족과 헤어져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홀로 떨어져 나와야 했던 시절, 밑바닥을 만난 가난하지만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던 루이자 메일 올컷의 말처럼, 모든 이야기가 절망에서 끝나버리지 않도록 잠시나마 손바닥에 머무는 조금의 온기 같은 이야기를 울더라도 씩씩하게 쓰려 한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오는 날마다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빨간 티코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던 순간을 밤의 피크닉이라고 부르고, 미니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저금통을 털어 문구점에서 산 필통을 머리맡에 올려놓는 것으로 미약하나마 동생의 세계를 지키려 한다. 비록 고단하고 불행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지켜주고 싶은 이가 있기에, 추운 겨울 속에서도 꼭 껴안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을 본다.

 

 

 

어둠 속에 보이지는 않아도 누군가에게만 반짝이는 별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별이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별이었다. / 65p

 

 

우리의 첫 만남과 우리가 나눈 대화와 우리가 들었던 노래와 우리가 만든 추억도 모두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진 않다. 서로가 성긴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다시 엮어가는 것처럼, 여전히 만들어갈 우리의 이야기는 넘쳐나니까. / 74p

 

 

산타클로스는 있다. 살다 보면 지켜주고 싶은 거짓말 하나쯤은 있다.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은 착한 거짓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시치미를 뚝 잡아떼고 간절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사랑받는 아이였다. 우리를 사랑한 누군가가 온 힘을 다해 우리를 지켜주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럽고 무섭고 힘들고 슬픈 것들을 모르고 자랐다.

시간이 흘러 더럽고 무섭고 힘들고 슬픈 어른들의 세계를 알게 된 후에는, 이제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지켜주려 한다. 온 힘을 다해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산타클로스가 된다. / 110p

 

 

  겪어보니 꿈이라는 건 간결한 한 줄 정의가 아니고, 달성해야 하는 목적도 아니며, 끝나고 마는 엔딩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꿈은 이루는 일이 아니라 이어가는 일에 가깝더라는 글귀가 내내 마음에 남는다. 살다보면 삶이란, 어떤 특별한 목표를 이뤄내는 것보다 평탄하게 이어가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내 삶에 찬란하고 어떤 극적인 장면은 없을지라도 담담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칭찬해주어야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묵묵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나의 삶을 사랑해주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빛을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빛을 보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지.”라던 어느 소설의 문장처럼 언제나 빛나는 뒤편에 있다. / 266p

 

 

 



 

 

 

 

  지금 어디에선가 어둡고 컴컴한 길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책의 글귀를 빌어 이 말을 건네주고 싶다.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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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_ 내 아이를 위한 첫 인성코칭 | 나의 서재 2021-08-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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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정학경 저
미디어숲 | 2021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꼭 필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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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

내 아이의 인성교육을 위한 현명한 교육방법과 동시에 부모인 나의 태도까지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자녀교육서!

 

 

 

 

  초연결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감시망이 촘촘해진 오늘날 인성은 개인과 사회는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디지털 소양, 민주시민 교육, 생태 전환 교육 등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 역시 혁신적 포용 능력을 갖춘 인재상으로 인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한 시대, 사람의 지식과 능력이 대체로 비슷해지고 상향평준화된 시대에서는 어떤 인품과 인성 그리고 개성을 가졌느냐가 로봇과는 다른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저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가장 인간다움을 소유한 아이로 키우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부모들이 인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 몰라 막막함을 느낀다. 나만 하더라도 고작해야 인성=착한 사람이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다. 그나마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공교육의 힘을 빌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가정교육의 몫이 늘어난 시점에서는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애매하고 어려운 인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자식을 기르는 부모야말로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자식들이 조금씩 나아짐으로써

인류는 그리고 이 세계의 미래는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다.

/ 임마누엘 칸트 독일의 철학

 

 

 

  잘못 배합된 콘크리트 벽돌이 대성당을 무너뜨리게 할 수 있듯, 잘못 형성된 인성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성공 앞에서 좌절시키기도 하고 최고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기도 한다. 이는 어린 시절에 받은 양육과 교육이 아이의 잠재의식과 인성을 평생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헤크먼 교수는 비인지 능력이 가장 많이 발달하는 시기를 10세까지로 보고 이 기간에 부모는 비인지능력, 즉 인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육아와 교육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학자와 전문가들도 14세 이전인 초등 시기를 주목한다. 저자 역시 초등은 인생 대본의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시기로 이때 자리 잡은 긍정적인 자기 인식건강한 인성이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말한다.

 

 

 

  반면, 이 시기를 놓치면 인성의 요소를 키우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무렵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성은 일방적인 훈육이나 가르침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상황들로 자기 인성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가정 안에서의 대화나 생활 모습, 여행이나 독서가 인성의 양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건강한 몸과 인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좋은 직업, 저 나은 경제 조건을 위해 학업을 우선으로 두게 된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인성이 왜 공부보다 밀려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당장 눈앞에 닥친 시험과 그 결과에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성교육과 비인지 능력을 키우는 교육은 결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으니 부모가 일일이 챙겨 주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이가 처음 만나고 가장 많이 접하는 인생의 선생님은 부모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돌봐주고 챙겨줘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상황과 시대가 불안정한 오늘을 사는 아이들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꽃피울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 위해 인성의 따뜻한 기운이 필요합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탱할 동력을 심어주세요. / 27p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의 삶이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지요. 인성은 착하게 살아.” 하고 한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인성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40p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이해하며 자율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스스로 긍정적인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인생 대본을 써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안한 마음과 감성이 잘 발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자존감으로 남이 시켜서가 아닌 자율적으로 목표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잘 돌보며 진정한 성취와 행복을 맛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 43p

 

 

 




 

 

 

 

  책은 인성의 주요 요소인 긍정성, 자기조절력, 자기주도력, 바른 가치관과 도덕성, 목적의식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편안한 마음과 긍정성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책임과 목표를 부여하기보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요청해도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현명한다고 조언한다. 아이 곁에 조력자 혹은 피난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안정감을 얻고 반대로 반항심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아이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봐주고,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말은 부드러운데 간혹 눈빛이나 표정 등 몸짓 언어가 다른 말을 하며 이중 메시지를 띄우지는 않았는지 부모 스스로 대화의 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다음으로 신체와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자기조절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짜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권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감시나 감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그저 네가 그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싶다는 정도의 응원 메시지만 전달하면 된다고 말한다. “생각만큼 잘 되어가니?”, “지금처럼 목표에 집중하면 가능하겠다.”처럼 힘을 실어주는 말을 해 주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최선을 다했다면 기쁜 마음으로 성과를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다음 목표에 도전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비초등학생인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적어도 아이가 초등학생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가 푼 문제에 빨간 선을 긋지 않겠노라 마음먹었는데, 정답과 정답이 아닌 것으로 아이가 한 노력을 평가하려 들지 않기 위한 나름의 철칙이었지만 막상 이게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몇 개가 맞고, 몇 개가 틀렸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아이가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보다는 아이가 해내고 있는 과정을 격려해주는 게 우선이라는 신념을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성급하게 아이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시하지 마세요. 정말 큰 문제가 됩니다. 차라리 관심을 보여 주세요. / 33p

 

 

면박을 주면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치심과 모멸감은 아이에게 절대 독이 되고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다소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왜 해야 하는지 의미를 알려 주고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다면 그게 얼마나 유쾌하고 도움이 되는지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칭찬해 줍니다.

() 칭찬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좋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족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기조절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서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 128p

 

 

외향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쉽게 사귀는 성질이 사교성이라면, 사회성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뿐만 아니라 사회의 규범과 규칙, 범에 적응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합니다.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고 유머 감각이 넘치고 왁자지껄하고 잘 논다고 사회성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또 내성적이고 조용하다고 사회성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사회성은 사교성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사교성뿐 아니라 배려심, 책임감, 공감 능력 등이 포함된 개념입니다. / 216p

 

 

 

  아이의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주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 나름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을 계속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그 의견이 설사 좋지 않더라도 북돋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멋진 의견을 냈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줬다는 것에 진정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화가 날 때는 화가 난다고 말하도록 유도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구체적인 말과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아이들은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엉킨 감정의 가지치기가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가 울 때마다 왜 울어? 울 일도 아닌데 왜 울까?” 하고 그 이유를 물어보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아이의 감정에 면박을 주곤 했다. 화나거나 수치심을 느끼거나 하는 모든 감정 자체는 나쁘고 부정적인 것이 아닌 데 말이다.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내가 할 수 없지만, 그 후에 나의 반응과 감정과 생각은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면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책의 조언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처럼 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는 내 아이의 인성교육을 위한 현명한 교육방법과 동시에 부모인 나의 태도까지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자녀교육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정확한 정답은 없겠지만, 부모는 자녀를 위해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하며 나와 우리 아이를 행복과 만족으로 이끌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인간력살아갈 힘을 제대로 갖춘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강조하는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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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_ 모든 생물에는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 나의 서재 2021-08-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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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다 생물 콘서트

프라우케 바구쉐 저/배진아 역/김종성 감수
흐름출판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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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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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우리가 잘 몰랐던 경이로운 바다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KBS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매우 흥미로운 퀴즈 하나가 문제로 출제된 적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미국의 한 여성이 입에 낚싯바늘이 걸린 채 괴로워하는 상어와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상어의 입을 벌려 낚싯바늘을 빼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후 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상어가 그녀에게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게 질문의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그 상어는 상어 구조 활동가인 그녀를 볼 때마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모래 위에 엎드려 자신을 쓰다듬기를 기다린 것도 모자라, 낚싯바늘에 걸린 다른 상어들까지 데리고 와 바늘을 빼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그녀가 지금까지 상어 입에서 빼준 낚싯바늘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모두가 인간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이지만, 자신을 도와주리라는 것을 믿고 인간에게 다가온 상어들의 모습에 뭉클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만약 이 행성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물속에 담겨 있다.

/ 로런 에이슬리

 

 

 

  『바다 생물 콘서트의 저자이자 해양학자인 프라우케 바구쉐는,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로 덮여 있고 바다가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지만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바다는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존재 자체가 바다 덕분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숨을 쉴 때 두 번의 호흡 중 한 번에 필요한 산소가 바닷속 미세조류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또 바닷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 총량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보다 50배 이상 많을 만큼 바다는 다른 모든 시스템을 압도하는 최대의 이산화탄소 수용 시스템이자 지구 전체를 유지하는 동력원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불어오면 에어로졸(연무질)과 요오드가 육지 공기에 첨가되는데, 이것은 기관지를 이완시키고 가래를 해소하여 천식환자들과 알레르기 환자들이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동시에 바다 공기가 유발하는 큰 폭의 기온변화 효과는 피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혈액순환이 더욱 원활해지며 이를 통해서 각종 부담 요인에 대한 신체 저항력도 높아진다. , 우리가 해안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수면-기상 리듬이 안정되며 한층 더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처럼 바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할 뿐더러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있어 생명의 근간이 될 만큼 거의 유일무이한 세계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같이 무심코 하는 행동들로 인해 바다는 점점 더 망가지고 있다. 폐그물에 걸려 상처를 입은 해양 생물들, 해안가로 떠밀려온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들과 그것을 먹고 죽은 해양 생물들. 이 모두는 우리가 바다에 너무나 무지한 탓이다. 경각심은커녕 바다와의 교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있어 바다가 어떤 의미인지, 이 경이로운 세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가치와 그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다. 플랑크톤에서부터 대왕고래까지, 바닷속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하모니와 바다의 위대함을 알고 나면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유한하고도 무한한 블루, 그 위대한 세계

 

 

  우리가 수영을 하다가 삼킨 바닷물 속에 물과 소금뿐만 아니라 다량의 플랑크톤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좀 더 정확하게 열거하자면, 바닷물 1리터 안에는 최대 100억 개에 이르는 바이러스와 10억 개의 박테리아 세포, 1000만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1000개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삼킨 바닷물 한 모금 속에는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생명이 우글거리고 있는 셈이다. 와우!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우리가 매우 의도적으로, 그것도 알약 형태로 이를 자주 섭취해왔음을 알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비타민, 항산화물질, 그리고 모든 종류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영양보조제 속에는 조류와 미세조류, 플랑크톤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바다의 초록색 폐라 불릴 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기가 극도로 작은 이 유기체들은 육지에 있는 나무와 매우 흡사하게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물, 이산화탄소, 빛 에너지로부터 당분과 일종의 부산물격인 산소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또 식물성 플랑크톤은 구름을 만들어 해조류에 유해한 자외선 광선의 일부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그것만의 고유한 햇빛 가리개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은 기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태양에서 방출된 광선이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구름에 부딪혀 우주로 다시 반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랑크톤은 물속에 들어갔을 때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거추장스러운 작은 부유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만약 크기가 극도로 작은 이 유기체가 없다면 우리가 숨 쉴 공기는 사라져버릴 뿐만 아니라, 우리의 먹이 사슬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져 붕괴되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수의 영화와 문학작품으로 인해 피에 굶주린 괴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상어는 놀랍게도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들은 (범고래에 이어) 해양 먹이 사슬 정상에 자리를 잡고서 물고기 개체수와 그 주변 환경 사이에 자연적인 균형이 유지되도록 한다. 만약 상어가 없다면 이에 쫓기던 다른 육식 물고기들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초식 물고기의 개체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식 물고기들에게 뜯어 먹혔던 해조류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암초에서 번성하여 산호를 뒤덮어 버릴 것이고, 그로 인해서 산호가 사멸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바다의 요람혹은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리는 산호초는 해일을 막아주고, 해인 침식을 방지하며, 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등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다채롭고 복잡한 생태계 중 하나로 바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렇듯 상어의 부재가 산호초에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모든 생물에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음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암초 내에 있는 수천 개의 산호들이 동시에 난자와 정자를 방출하면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와 함께 종의 지속가능성도 확대된다. 이때 몇몇 산호 종은 생식세포 방출을 시간적으로 차등화 할 수 있다. , 어떤 종은 오후 630분에 방출을 시작하고, 다른 종은 오후 7, 또 다른 종은 밤 9시에 방출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의 산호들이 이런 식으로 잡종 교배를 방지하려 한다고 추정한다. 그러니까 종이 혼합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차를 둔다는 것이다. / 69p

 

 

호주 퍼스에 있는 커틴 공대 소속의 롭 매컬리는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수중마이크를 이용하여 다른 어떤 때보다도 특히 아침저녁으로-새들의 노랫소리와 비슷하게-물고기들의 불협화음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새들은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후두가 발달되었다. 반면 물고기에게서는 매우 다양한 기제들이 발견된다. 물고기들은 다수의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고기들은 꿀꿀거릴 수도 있고, 꽥꽥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으며, 부르짖을 수도 있고, 큭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고, 푸우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런 소음들은 예컨대 배우자를 유혹하거나 침입자로부터 서식지를 방어하거나 천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사용된다. / 76p

 

 

다른 관상용 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부물고기들 또한 암초 밖으로 잡혀 나가 수족관용 물고기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수의 실험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이런 중요한 물고기들이 사라지면 암초의 활력과 건강이 망가진다. 실험을 위해서 청소부물고기들을 미리 암초에서 제거하고 18개월이 흐른 후에 살펴보았더니 암초 내부에 형성된 종의 다양성이 최대 50퍼센트까지 줄어들었고 개체수도 4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 / 94p

 

 

 




 

 

 

 

  책을 읽다보면 바다라는 생태계가 품고 있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 덕분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랑스러운 흰동가리 니모가 사실은 충격적일 정도로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아실는지. 영화는 엄마가 꼬치고기에게 잡아먹히는 바람에 외동으로 성장한 니모가 잠수부들에게 납치당하자 아빠가 하나뿐인 아들을 찾기 위해 기나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내용이 실제였다면 아빠는 엄마를 잃으면 암컷으로 성 전환을 시작하고, 이와 나란히 니모는 번식 능력을 갖춘 수컷으로 발달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유일한 수컷이 된 니모가 이번에는 암컷이 된 아빠와 짝짓기를 하여 후세를 생산할 것이고, 후에 과거에 아빠였던 니모의 배우자가 죽으면 이번에는 그가(니모) 암컷으로 변하여 새로운 수컷 파트너를 찾게 될 것이라고.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물 중에 하나라고 여겨졌던 해달도 충격이기는 마찬가지다. 해달은 텃세가 매우 심한 동물로, 서식지를 물색할 때 암컷이 많은 곳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긴다고 한다. 해달의 사랑놀이는 매우 거칠어서 교미 중에 암컷이 코피를 터뜨리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저항하는 암컷을 온순하게 만들기 위해 암컷의 머리를 물속으로 짓누르는데, 간혹 이런 물고문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암컷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수컷은 암컷이 죽은 후에도 익사한 암컷과 교미를 시도하려 할 때도 있다고. 설상가상으로 해달 수컷들은 먹잇감이 부족해질 때면 암컷이 데리고 있던 새끼들을 납치하여 어미가-음식물을 교환 대상으로 가지고 와서-새끼들을 풀어줄 때까지 붙잡아두기도 한다고 하니, 어쩐지 해달에게 배신감마저 든다.

 

 

 

  한편, 청줄청소놀래기에 관한 한 실험 결과도 무척 재미있다. 다른 고객들이 작업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청줄청소놀래기가 기생충이 있는 고객보다 피부 기생충이 없는 고객들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존재가 나타나면 즉시 대부분의 청소부물고기는 분비물을 뒤로하고 다시 기생충을 열심히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고객들을 확보하려면 맛있는 분비물과 바싹바싹하고 신선한 비늘 대신 고통 받는 고객들을 괴롭히는 밉살스런 기생충들을 먹어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을 통해 배운 것이다. 물고기에게도 눈치와 요령이라는 게 있다니, 참 재미있지 않은가.

 

 

 

다른 모든 상어들과 마찬가지로 흉상어류 역시 뛰어난 감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을 탁월한 사냥꾼으로 만들어준다. 우선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눈을 가지고 있는데, 그 덕분에 잔여 광선을 강화하여 거의 암흑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정밀한 후각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1:100억 비율의 농도로 희석된 극소량의 혈액까지도 탐지해낼 수 있다. / 121p

 

 

실제로 해면은 망간단괴 지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는 대형저서동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만약 망간단괴가 대규모로 채굴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채굴로 인해 감소한 유리해면 개체수가 다시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처럼 폭력적인 방식으로 심해에 개입하기에 앞서서 먼저 심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태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심각한 자연 개입 행위가 우리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246p

 

 

 




 

 

 

 

  이렇게 책은 열대 산호초에서부터 고래와 상어, 표해수층에서부터 심해 해구에 이르기까지 바다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 세계가 품어온 조화롭고 정교한 생태계의 신비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해양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뚜렷하게 직시한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 쓰레기 배출량이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 어마어마한 수치가 2030년이 되면 두 배로 늘어나고 2050년이 되면 심지어 4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비극적인 현실까지. 머지않은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는 통계는 그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과장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바다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바다를 존중하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바다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던 실비아 얼의 말을 이 책을 통해 모두가 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수산물 시장에서 판매하는 생선 위장과 조개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의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세탁을 한 번 할 때마다 2000개에 가까운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물속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 307p

 

 

플라스틱 쓰레기 또한 산호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이런 사실에 놀랄 사람은 분명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졸리 램 교수 연구팀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는 159개의 산호초를 조사한 결과 산호 틈새에 끼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자그마치 111억 개나 발견했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는 지난 7년 동안에만 40퍼센트 상승했다고 한다! / 324p

 

 

 

  저자의 설명을 보충할 수 있는 그림 삽화 정도라도 간간이 실려 있었더라면 좀 더 생동감 넘치고 탄탄한 해양 서적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오타가 자주 보이는 점도 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교양과 학술적인 의미,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까지 갖춘 서적으로 반드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루이스 다트넬의오리진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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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_ 인종이라는 정체성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 나의 서재 2021-08-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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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패싱

넬라 라슨 저/서숙 역
민음사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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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을 향한 강렬한 욕망, 여전히 한 데로 섞일 수 없는 인종이라는 정체성, 그들 세계 사이에서 흐르는 불안한 연대를 엮어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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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을 향한 강렬한 욕망, 여전히 한 데로 섞일 수 없는 인종이라는 정체성, 그들 세계 사이에서 흐르는 불안한 연대를 엮어낸 수작!

 

 

  이 이야기는 아이린 레드필드에게 날아온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이 편지를 읽고 나면 틀림없이 마주하게 될 어떤 위험을 감지하며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로 미루어 볼 때 누가 보냈는지, 뜯어보지 않아도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위험의 모서리에 올라서 있는 것. 언제나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뒤로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는 것. 주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아무리 주의를 준들 꿈쩍도 않는 것.’ 한 사람을 둘러싼 단어들이 이처럼 온통 위험과 불안을 안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건 네 탓이야, 아이린. 적어도 어느 정도는. 왜냐하면 내가 그때 시카고에서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난 지금 이 끔찍하고 황당한 소망을 가지고 있지 않을 테니까.” 아이린은 이미 클레어 켄드리가 뉴욕에 왔다는 걸 알리는 우편 소인을 보는 순간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년 전에 시카고에 있었던 어떤 날카로운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떠올라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시간은 이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를 여행 중이던 아이린은 뜨거운 열기를 피하기 위해 백인 전용 호텔의 루프탑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여자의 굉장히 노골적이고도 집요한 시선을 느낀다. 혹시 저 여자는 자신이 흑인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때때로 사람들은 그녀를 이탈리아 사람, 스페인 사람 또는 집시로 보기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있으면 흑인이라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가 절대로 눈치 챘을 리 없다고 단정하면서도 내심 두려움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흑인인 것이, 또는 흑인이라고 밝혀지는 것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쫓겨나는 민망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바로 그 때 옆 테이블의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우리 아는 사이 같은데요.”

 

 

 

  아이린은 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특징, 파악하기 힘든 어떤 것,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도 모호한 것, 손으로 잡기에는 너무 먼 것, 그러나 아주 익숙한 무언가를 느낀다. 클레어 켄드리. 십이 년 전, 클레어의 아버지가 죽은 뒤 서쪽 지역에 있는 친척들에게 보내진 뒤로 아주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다가 사라진 아이. 어느 날 한 여자와 두 남자와 함께 화려한 호텔에서 저녁 시간에 있는 것을 보았다는 요란한 소문이 돌긴 했지만 이렇게 그녀를 가까이 만나기는 그때 이후 처음이다. 아이린의 눈에 클레어는 아름다운 외모와 태도로 보건대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눈 대화를 통해서 클레어가 가난하고 절망적인 신분에서 탈출하기 위해 패싱을 선택했고 백인 사업가와 결혼해 상류층에 편입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인즉 그녀는 호기심을 느꼈다. 클레어 켄드리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녀는 패싱이라는 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에 대해, 익숙하고 정다운 것들과 모두 단절한 채 아주 낯설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아주 우호적이지는 않은 다른 환경에서 승부를 거는 이 위태로운 문제에 대해 알고 싶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출신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신하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또 다른 흑인들과 접촉할 때 그녀는 어떻게 느끼는지, 또 다른 흑인들과 접촉할 때 그녀는 어떻게 느끼는지. / 46p

 

 

아이린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그녀의 본능은 전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말할 수 없었다. 서둘러 떠나지 않으면 저녁 약속에 늦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 그녀가 알았던 소녀, 그리고 상당히 위험하고 끔찍한 짓을 성공적으로 해 냈으며 스스로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하는 그 여자가 아이린 레드필드에게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 54p

 

 

 

passing 백인 행세하기

 

 

  클레어의 초대로 옛 동창이었던 아이린과 거트루드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단연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다. 세 사람 모두 이제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기에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때 클레어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결혼을 한 까닭에 마저리가 태어나기 전 아홉 달 내내 딸애의 피부가 검을까 봐 두려웠노라고 고백한다. 백인 남편을 둔 거트루드 역시 남편인 프레드가 아기의 피부색이 어떻든 상관없다고 했지만 내심 가족 모두 검은 아기가 태어나기를 원치 않았을 거라고 동조한다. 반면, 아이린은 흑인 남편과 결혼한 뒤 평소 흑인들의 권리 향상에 앞장서 왔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동조하지도 경멸하지도 않는다는 듯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어 합류한 클레어의 남편이 흑인을 극도로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에, 자신의 아내가 흑인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뿐더러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믿고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인종을 모욕하는 데에 따른 노여움과 굴욕감을, 그럼에도 클레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따른 인종에 대한 본능적인 충성심을, 한편으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사실 필요에 따라서는 그녀 역시 패싱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감탄하고, 묘한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그걸 보호하기도 하는 모순을 겪곤 했던 것이다. 어쩌면 과감하게 패싱을 선택하고 위험천만한 결혼생활을 감수하고 있는 클레어를 이해할 수 없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움츠러들지 않는 태도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이 때문이리라. 그렇게 잔잔했던 아이린의 일상은 시카고에서 우연히 마주친 클레어로 인해 흰색을 향한 강렬한 욕망, 여전히 한 데로 섞일 수 없는 인종이라는 정체성, 그들 세계 사이에서 흐르는 불안한 연대를 확인하게 됨으로써 흔들리게 되고 클레어를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으로 잊으려 하지만 이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또 다시 나타난 클레어는 아이린의 마음을 더욱 거세게 휘저어 놓기 시작한다.

 

 

 

세상에, !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설령 내게 흑인 피가 한두 방울 섞인 것을 당신이 알아낸들 말예요.”

벨루는 손을 앞으로 휘저으며 단호하고 확실하게 거부했다. “아니, 천만에, 검둥이.” 그가 단언했다. “나한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난 당신이 검둥이가 아닌 걸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당신이 원한다면 검은 고양이처럼 까매져도 돼. 왜냐하면 난 당신이 검둥이가 아닌 걸 아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내 가족에 진짜 검둥이는 안 돼.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야.” / 78p

 

 

인종에 대한 본능적인 충성심, 어째서 그녀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까? 왜 거기에 클레어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클레어는 그녀나 그녀가 속한 인종을 배려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이린은 억울하다기보다 막막한 절망을 느꼈다. 그녀는 이 점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인종으로부터 분리해 생각할 수 없었고, 그녀 자신을 클레어 켄드리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 200p

 

 

 




 

 

 

 

  이제 이야기는 패싱을 통해 과감히 백인 상류층의 삶을 누리던 클레어가 아이린을 통해 할렘 사회를 엿보고 그들의 삶을 그리워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탈출하려 했던 흑인의 삶으로 다시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고 돌아오겠다는 클레어,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침범하며 남편인 브라이언과의 결혼생활마저 흔드는 클레어를 다시 돌려보내고 싶어 하는 아이린. 이 두 여성 사이에 흐르는 불길한 긴장감은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조용한 거실에 혼자 앉아 편안하게 난롯불을 쬐던 아이린 레드필드는 난생 처음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랐다. 처음으로 그녀는 흑인이라는 점이 너무 무거워 고통스러웠고 반항심이 들었다. 인종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여자로서, 그리고 다른 개인적인 일들로 고통받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소리 없이 부르짖었다. 잔인하고 부당한 일이었다. 정말이지 검은 피부를 지니고 태어난 흑인들만큼 저주받은 존재는 없었다. / 196p

 

 

그만둡시다! 아이린, 당신도 나만큼 잘 알고 있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검둥이라는 단어와 그 의미를 아이들이 모르도록 애써 봤자 무슨 소용이 있소? 그들이 알아냈지 않소. 어떻게 알았겠소? 누군가가 주니어를 더러운 검둥이라고 불렀기 때문이오.”

그렇다 해도 당신이 인종 문제를 애들 앞에서 꺼내는 것은 달라요. 난 그것 못 봐요.”

그들은 마주 노려보았다.

아이린, 똑똑히 들어요. 아이들도 이런 문제를 알아야 하오. 지금이나 나중이나 마찬가지라고.”

애들은 몰라야 해요!” 그녀는 분노에 차 눈물이 떨어지려는 것을 참으면서 말했다. / 208p

 

 

 



 

 

 

 

  이처럼 패싱은 백인 피부를 지닌 두 흑인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을 통해 흰색이 주는 사회적 보호와 이익을 욕망하고 인종의 정체성과 경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당대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 작품이다.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숨길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경계에 섰다면 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이들. 배제되지 않기 위해, 편입할 수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편입을 선택한 세상의 모든 클레어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이유도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우리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클레어와 같은 상황에 마주했을 때 패싱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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